네, 회사만 가면 이 상태입니다. 현재진행형이예요. (뮤츠씨도 여기서 일하면서 화병 생긴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어지간히 쌓이지 않으면 얘기 안 하는 타입이라(보통 그만두기 전이나 손절하기 전에 말합니다) 참고 있었는데, 아무 말도 안 하니까 선을 되게 야금야금 잘 넘으시더라고요. 그래서 나 그만둘래! 하고 (월급 빼고)다 말했습니다.?
1. 업무가 중심이 없다.?
보통 연구원이면 연구하는 테마가 있고, 거기에 맞는 주 업무가 있습니다. 세포독성 테스트를 한다 그러면 세포 배양하고 독성 테스트하고 정리하는 게 주 업무죠. 근데 저 여기 연구원으로 와서 사업계획서 쓰고 시장조사 하고 번역하고 사진 작업하고 도면 그리고 기획하고(플랫폼 기획)... 사업계획서 쓸 때는 다른 분들도 다 참여는 하는데 그 분들은 그거 끝나면 할 일이 있고, 저는 그거 끝나면 뭐 하지? 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세 번째 직장에서는 이러다가 수습기간 끝나고 짤렸죠...)
2. 대표가 자기 할 일을 떠넘긴다.?
비즈니스 모델(예: 토스트를 얼마에 팔 것인가, 게임의 과금 모델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도 제가 물어보니까 얼마가 좋아요? 하고 되려 묻던데요. 시장조사 안 해본건가... 이걸 게임으로 생각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직장도 하다못해 비즈니스 모델은 대표가 정했는데 말이죠. 거기는 사실 마케팅 포인트를 잘못 잡아서 직원이 갈려나간거지 사업계획서건 서류건 주된 업무는 대표가 다 했습니다. 여기처럼 대표가 자기 할 일 다 떠넘기지 않았다고요... 프로토스마냥 칼라로 연결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업무 지시는 왜 할부로 해서 일을 두 번 하게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3. 월급이 두 번이나 밀렸습니다.?
아 농담 아니고 진짜로 밀렸습니다. 아직 대표가 처리하다보니 계약서 상으로는 25일이 휴일이면 그 전날 평일에 주지만 여기는 25일에 딱딱 맞춰서 주는 건 이해했습니다. 그래 진짜 칼같구나 했죠. 시간도 무슨 게임 뽑기마냥 복불복이라 어떨때는 오전에, 어떨때는 오후에, 어떨때는 한밤중(다 퇴근하고 밤 10시쯤)에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저저번달은 하루 밀렸고 저번달에는 사흘이나 밀렸더라고요? 사실 고대에서도 월급이 한 달 밀린 적은 있었지만 그 때는 사전 고지가 있었습니다. 연구비 지급이 늦어져서 다음달에 월급 두달치 한꺼번에 준다고. 여기요? 아뇨, 사전고지 없었습니다.?
4. 말이 자꾸 바뀝니다.?
어제는 A 업무를 하래서 A를 했고, 시간관계상 하다 말아서 내일 마저 해야지...하고 퇴근했는데, 다음날 오더니 갑자기 B를 하래요. 그래서 A 하던 건 어쩌고요? 했더니 B가 더 중요하대요. 이렇게 하다 만 일이 되게 많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미루라고 한 거 까먹습니다)
5. (3+4)이 사람을 믿고 일을 못 하겠습니다.?
사실 이게 가장 크죠. 이 사람을 믿고 일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직장인한테 제일 중요한 게 월급인데 그걸 밀렸어요. 거기다가 말까지 바뀌고 제가 하는 일도 바뀌어요. 자기가 지시한거 까먹고 물어봐요. 애초에 생물학 연구원으로 뽑아놓고 하는건 잡일이예요. 그런데 이 사람을 어떻게 믿고 일을 해요? 솔직히 저, 창업 이런거는 잘 모르겠는데요. 기업체 투자 하나도 안 받고 나랏돈만 받으려고 사업계획서 쓰는 거... 그리고 지금 그게 세번째이고 두 개가 탈락이라는 거... 이것도 사실 용납 못 하겠습니다.?
아, 솔직히 잡긴 잡았죠. 근데 그 사유가 다 반박 가능한 사유였습니다.?
1. 10~6에 여기만한 데 없다 ->칼퇴근은 시켜주는데, 업무 외 시간에 일 시킵니다. 휴가기간에 일 시킨 적도 있고, 추석 연휴에도 사업계획서 쓴다고 저녁 늦게+주말에 근무했습니다. 그렇죠, 여기만한 데 없죠. 보통은 업무 외 시간은 안 건드리거든요.?
2. 이렇게 짧게 나가면 좋지 않아요 ->오히려 수습기간만료로 쓸 거면 지금이 적기입니다만.?
3. 에리본님같은 동료 또 만날 수 있겠어요? ->연락만 안 하지 좋은 동료 많~이 만났습니다만? (물론 개차반같은 거 만나기도 했습니다)
4. 일자리 구할때까지만 다녀요. ->이건 거절했다가 지금 이거 수락하고 다니는 상태인데, 퇴사 유예를 번복으로 이해하시는지 선을 또 넘으려고 하시네요. 그리고 저는 호불호가 존재단위라 싫어하는 사람은 한 공간에서 숨쉬는 것도 싫어해서 더더욱 지옥입니다.?
5. 결정 바뀌면 말씀해주세요. ->유예는 했지만 번복은 안 할겁니다. 저는 한번 아니라면 아닌 주의예요.?
6. 우리는 라이츄님이 필요해요->'제'가 필요한 게 아니라 제가 지금 하는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한 거 아니예요? 아, 근데 솔직히 사무실에서 저 빠지면 일본어 할 줄 아는 사람 아무도 없긴 하네요.?
에리본씨는 지금도 농담조로 안돼 내가 먼저 나갈거야 하시긴 합니다만, 저 나간다고 했을 때는 별 말씀 없으셨는데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뮤츠씨가 갑자기 대표랑 같은 말을 하면서, 제가 심사숙고했던 이틀을 너 너무 감정적이야! 라는 말로 무로 돌리셨어요. 애초에 다 풀고 가자고, 말해보라고 할 거면 입 다물고 좀 들어주지... 왜 말하래놓고 팩트로 때리는건지 모르겠고(이분 성격이 원래 그래요)... 아니, 그리고 안 잡는다면서요. 안 말린다면서요. 왜 대표가 했던 말을 그대로 하면서 말로 나 찌르는데요. 대체 날 뭘로 생각한거지??
이게 어차피 이 사람들은 헤어질 사람들이니까 너무 깊이 관여하지도 말고, 회사일도 뒷사람이 알아서 할거니까 대충 하자 마인드가 된 이유이기도 해요. 안 잡는다면서 왜 그런 식으로 말하는거지? 심지어 이분 직장 동료랑 친하게 지내는 거 지양한다고 해놓고 저 빼고 다른 분들이랑 수다 엄청 떨거든요. 저랑만 얘기 안 해요. 근데 저 나간다고 하니까 갑자기 우리는 라이츄님이 필요해요 저희 생물학 몰라요 이사람은 2년 시켜야돼요 하는데... 그냥 어쩌라는거지? 싶었습니다.?
그냥, 나갈 때 있을 때 잘 하지 그랬냐 이 한마디 하고 나가렵니다.?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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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댓글
마드리갈
2021-10-10 17:54:05
그러셨군요. 퇴사선언을 하실만했네요.
업무가 중심을 못잡고, 대표가 일을 떠넘기고, 급여가 밀리고, 말이 자주 바뀌는 그런 회사는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가 없고 굴러간다면 이미 그 시점에서 세계가 잘못된 거겠죠. 그런 곳은 장래가 없어요. 그러니 떠나는 게 상책이예요.
고생 많이 하셨어요. 그리고 더 좋은 직장을 구하시리라 믿어요.
어려운 결정을 하신 상황에서도 근황을 전해주신 데에 깊이 감사드려요.
국내산라이츄
2021-10-11 00:31:50
아직까지 굴러는 가는데, 주 인원들이 죄다 나갈 타이밍을 재고 있습니다. 물론, 전부 다 나가버리면 곤란한 상황이겠지만 알 게 뭔가요.?
이럴 때 가장 필요한 말이 '있을 때 잘 하지 그랬어'라고 생각합니다.?
Lester
2021-10-10 19:19:32
저저번 직장이 저랑 굉장히 흡사한 곳(그래서 다들 블랙기업 운운하나 봅니다)이어서 그러려니 하고 넘기기 힘든 부분이 많네요. 특히나 저는 월급의 일부를 '지원금이 안 나오니까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해서 받고 남은 기간은 지원금 받은 걸로 월급 넣어주겠다' 한 적이 있거든요. 받을 거 다 받은 건 문제가 안 됐죠. 제가 나가겠다고 한 것도 아니었고 나가라서 해서 나간 것도 문제는 없었고요.
그런데 월급'만' 주고 나머지 일은 뭉뚱그리고(말은 기획자인데 실제 게임 기획은 개발진이 거의 겸업해서 저한테 넘어온 적은 거의 없고, 의견 내도 기각당하고, 한 일은 사업계획서 다듬은 게 전부), 자신의 작품에 대해 뚜렷한 주관이 없이 어떻게든 유지하기만을 바라는(즉 현상유지) 꼴을 보니까 참... 지금 생각해보니 제대로 회사 다닌 건가 싶기도 하더군요. 그러고선 '회사 나간 사람들 다 나 욕하고 배은망덕하다 할 것이다' 운운하거나, 회사에서 짐 싸서 나가는 길에 'XX씨 저 친구 길에 뛰어들지도 모르니까 배웅해줘요'하고 다른 사람들 다 들리게 말하는 걸 보면 그냥 뭐... 할 말이 없네요.
어차피 지들 마음대로 안 되면 씹어대는 게 저런 족속들 특징이라, 나오기 전에 원없이 풀고 나오시길 권합니다. 경험상 직감적으로 여기 글러먹었다 싶으면 바로 손절하는 게 좋더라고요. 괜히 어정쩡하게 이어지면 한껏 빨아먹는지라.
국내산라이츄
2021-10-11 00:37:17
여기는 기업체 투자 하나 없이 국가 지원금만 노리고 있습니다. 제 월급도 그걸로 들어오고요. 다른 사람들한테 이 얘기 하면서 물어봤더니, 보통 사업계획서는 대표가 쓰고 기술적인 부분만 연구원들이 채워주지 우리 회사처럼 전 직원이 나서서 쓰는 경우도 없고, 애초에 국가 사업은 주가 아니라 보조 수단같은거더라고요. 아버지가 용달일 하시면서 세금 내는거 이런 데 들어가는건가...싶더라고요.?
지금도 퇴사 유예를 번복으로 이해하고 계신건지 야금야금 선 넘고 있더라고요. 아, 근데 이제는 안 참죠. 어차피 안 볼 사람들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인연일 사람들이면 다른 형태로, 어디서든 다시 만날거고요.?
Lester
2021-10-11 05:16:07
막말로 국가 지원금으로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면 좀비기업에 불과합니다. 전전번 직장도 계속 국가 지원금 타려고 사업계획서만 써댔거든요. 딱히 연관성 없는 자료를 들고 와서 억지로 시장과 연결하지 않나, 페르미 추정을 만능약처럼 사용해서 수익이 기대된다고 하지 않나... (쉽게 말해 이것저것 제하고 보면 고객이 없지는 않을 거라는 기적의 논리) 개인적으로 봤을 때 가망이 없는 제품(모바일 게임)을 어거지로 홍보해야 하는 격이라... 정말 지긋지긋했습니다.
국내산라이츄
2021-10-11 21:08:05
어...? 이거 우리회사도 마찬가지인데요...? (알고보니 같은 회사 선후배 사이라던가...?)
Lester
2021-10-11 23:10:40
생화학 계열 회사에서 연구직으로 일하시는 거라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은데요. 전 지방의 모바일 게임 회사에서 기획자로 있었으니...
국내산라이츄
2021-10-16 22:06:28
생각보다 그런데가 많은 모양이네요. 어휴...?
SiteOwner
2021-10-15 20:52:18
용기 있는 결정을 환영합니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어차피 그런 회사에 오래 있다고 해서 급여를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커리어에 플러스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저도 예전에 임금체불 및 말이 자주 바뀌는 행태로 고생한 적이 있었다 보니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포럼에서 국내산라이츄님께서 소개해 주셨던 근황을 볼 때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 어려움에 지지 않고 활로를 찾으셨던 것을 봤다 보니 앞으로도 전도유망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국내산라이츄
2021-10-16 22:07:29
이직처가 빨리 구해지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다른 분들은 제의도 많이 들어오는데 저는 그런 것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