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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바닥에 떨어져 버린 텀블러,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빈 속.
절망에 빠져 가는 마이삼의 눈에, 또 한 명이 이쪽으로 뛰어나오는 게 보인다...
“그래, 지금이 기회다! 받아라!”
바리오가 자신과 콜론을 똑바로 바라본다. 그리고 바리오의 발 앞에서는...
풍뎅이 한 마리가, 땅을 파고서, 날아오르고 있지 않은가!
“저걸 어떻게...”
마이삼이 풍뎅이를 넋이 나간 채로 바라본다. 풍뎅이의 주위에 에너지 같은 게 모이더니...
휭-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마이삼은 혼란스럽다. 어느샌가 마이삼의 몸은 허공에 떠 있고, 정면에 보이던 자라와 바리오도 옆으로 밀려났다. 분명히 그들은 그대로 그 자리에 서 있었을 텐데, 어떻게 된 일인가? 옆을 보니...
“코... 콜론!”
콜론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게 아닌가! 순간 스쳐 지나가듯 보니, 가슴팍에 구멍이 뚫려 버린 것 같다. 구멍의 크기는 조그마할지 몰라도, 치명적이다. 심장 쪽을 직격했다!
“으... 으윽...”
웬만한 사람이라면 바로 죽어 버려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콜론은 아직 숨이 붙어 있다. 숨은 가쁘게 쉬지만, 여전히 눈은 똑바로 뜨고 있다.
“어이, 콜론, 콜론! 정신 차려!”
“아... 마이삼. 나는 틀린 것 같으니까, 너라도 살아서 태양석을 녀석들한테서 되찾아야 해. 끝까지 지켜볼 테니...!”
“야, 그게 무슨...”
마이삼이 돌아보니, 벽을 이룬 산성 액체는 아직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통 죽어 가는 상황이라면 사라져 갈 텐데, 그 사이로 자라가 뚫은 좁은 통로만 낸 채로 산성 액체는 버티고 있다. 짙은 초록색의 산성 액체, 그리고 콜론의 가슴팍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번갈아 보던 마이삼의 눈이, 순간 밝아진다.
“좋아...”
그리고 눈을 들어 앞을 보니, 그의 눈앞에 한 명이 보인다. 도레이가 보인다. 쓰러져 있는 콜론을 향해 손을 뻗고, 뭔가 하려는 모습이...
“개자식!”
마이삼의 일갈과 동시에, 퍽- 하는 발차기 소리가 들리고, 도레이가 나가떨어진다. 도레이가 쓰러지자, 점점 고갈되어 가던 수분이 조금은 돌아오는 것 같다.
“이 녀석이었나... 물도 못 마시게 한 녀석...”
조금 기운을 차린 듯한 마이삼이 콜론을 한번 돌아본다. 콜론은 몸을 잘 가누지 못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그리고 콜론과 너희들에게 감사해야겠군. 콜론이 흘린 피 덕분에, 이렇게, 다시 한번 내 능력으로 너희를 압도하게 되었으니!”
자라가 올려다보니, 어느새 마이삼의 손에는 시뻘건 줄 같은 게 들려 있다. 그리고 그걸 쥐고 이리저리 흔든다!
“자! 한번 퀴즈를 내지. 내가 이걸로 어디를 잡을 것 같나?”
“조... 조심해!”
자라가 바리오와 도레이를 일으키며 말한다.
“아까 저 녀석이 내 목덜미를 잡은 거 봤지? 그러니까 너희도 조심하라고! 순식간에 너희의 목을 졸라 버릴지도 몰라!”
“호오, 뭐라고 그랬나?”
마이삼이 들어 버린 모양이다. 분명 자라는 조그맣게 속삭이듯 말했을 텐데...
“아무리 그래도, 내가 기출변형을 내 줄 줄 알았나?”
마이삼의 말에 자라가 마이삼을 올려다보는데...
아뿔싸!
발이 묶여 버렸다. 그것도 자라, 바리오, 도레이 모두!
“이 자식, 지금 뭘 하려는...”
“몰라서 묻나?”
마이삼이 한 손으로 가리키는 곳. 초록색의 산성 액체가 아닌가!
“시간이 좀 걸리고, 콜론의 희생도 치렀지만, 이걸로 태양석은 우리의 것이 된다. 도둑놈들에게서 다시 제대로 된 주인에게 돌아가는 거지. 태양석을 채굴하기까지는 수고가 많았지만, 한순간의 선택이 이렇게 운명을 가를 줄 어떻게 알았나? 안 그런가?”
어느새 자라, 바리오, 도레이는 땅에서 완전히 들어 올려졌다. 이제 마이삼이 손짓만 하면 얼마든지 산성 액체로 셋을 집어넣을 수 있다.
“야, 자라. 좀 고정해 봐. 우리가 저기 산성 액체로 던져지면 안 되잖아?”
“그러기 전에 네가 좀 해 보라고, 도레이. 내가 함부로 했다가, 온몸이 찢어져 버리면 어쩌려고 그래?”
“좀 둘 다 조용히 해! 벌레 소환하는 데 집중이 안 되잖아!”
“하, 그거 눈물겨운 광경인데.”
마이삼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왜 다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서로 옥신각신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걸로 결론은 났군. 너희는 여기서 끝이다!”
마이삼이 이렇게 말하며 피로 만든 물줄기를 잡은 손을 막 잡아당기려는데...?
“하지만... 하지만 그게 아니거든...”
“뭐... 뭣...”
바리오가 막 뭐라고 하자 마이삼이 뭐라고 막 대꾸하려고 하는데...
“크으윽!”
수십 마리의 풍뎅이들이 마이삼의 오른손과 왼손을 물어뜯는다. 손에 힘을 쓰기 힘들 정도로, 아니 마이삼이 능력에 신경을 쓰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벌레들이... 이걸 놓지 못해...”
어느새 두 손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다. 충분히 그의 능력을 사용할 수야 있겠지만, 거기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다. 이런 상태로는 말이다!
“어때, 벌레들의 환영을 받은 기분은?”
여전히 공중에 매달린 바리오가 마이삼을 조롱하듯 말한다.
“그런 손이 되어 가지고서, 능력을 사용할 수는 있으려나?”
“개자식, 말 다 했냐. 내 손에서 피가 흐르는 한, 콜론의 피가 남아 있는 한, 얼마든지, 내 능력은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알겠나? 각오하는 게 좋을...”
하지만 마이삼의 말은 거기서 더 나오지 못한다. 온몸이 얼어버리거나 한 건 아니지만, 충격을 받은 건지, 아니면 혀가 말라 버린 건지 모를 정도로 그의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뭐가 어떻게 된...”
자라가 뭐라고 하려는데, 곧이어 털썩 하고 몸이 땅바닥에 닿는 소리가 들린다. 마이삼의 손이 피투성이가 되는 한이 있어도 절대 능력을 해제하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어떻게 능력이 해제된 건가? 뭔가 이상하게 느껴져서 발을 내려다보니, 붉게 얼어붙은 줄이 보이고...
“뭐야, 내가 도와줄 필요도 없잖아.”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돌아보니...
현애가 그 자리에 서 있는 게 아닌가.
“야! 너 왜 여기까지 온 거야!”
바리오가 어이가 없다는 얼굴을 하고 현애를 돌아보며 말한다.
“얼른 너희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아, 안 그래도 돌아갈 참이었는데...”
“우리는 왜 도와주러 온 거야?”
“그게, 딱히 그쪽들을 도우려고 온 건 아니라니까? 어찌 됐건 간에 나도 그 태양석이라는 걸 한번 보고 싶으니까.”
“에이, 어이가 없어서...”
도레이가 그렇게 투덜거리고는 다시 뒤쪽을 보는데, 현애는 이미 다시 돌아간 건지 보이지 않는다. 눈을 한번 비비고 앞을 보니, 마이삼은 여전히 두 손을 물어뜯는 벌레들을 열심히 쫓아내고 있지만, 역부족인지 벌레들은 이제 두 발과 몸통, 그리고 얼굴에도 달라붙고 있다. 그러면서도 눈앞에 보이는 자라와 바리오, 도레이를 보자, 온 힘을 다해 일어서서 다시 반격하려고 한다.
“어디 가만 두나 봐라... 콜론의 희생을 발판삼아, 반드시 태양석을 되찾을 거다. 내가 아니더라도, 특전대가 반드시...”
“아니,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어느새 마이삼의 눈에 보이는 건,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자라. 어디로 가 버렸는지, 바리오와 도레이는 보이지도 않는다.
“뭐가 그럴 일이 없다는 거지? 너희들이 아직 내가 누군지 모르는 모양인데...”
“알고 싶지 않은데. 너희도 이제 이 사원의 일부가 되라고.”
마이삼이 얼른 그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지만...
양옆에 벽을 이루고 있던 산성 액체가, 가운데로 무너지듯 합쳐지고 있다!
“개자식... 이런...”
마이삼이 뭐라고 해 보려고 하지만 그것뿐. 순식간에 쏟아지는 산성 액체에, 그가 어찌 해 볼 새도 없이 녹기 시작한다. 그래도 쓰러져 있는 콜론을 일으켜 세우려고도 해 보고, 발버둥도 쳐 보지만 그것뿐. 1분 만에, 마이삼과 콜론은 산성 액체의 일부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둘의 형체가 완전히 녹아 없어지자, 통로를 가득 메웠던 어두운 초록빛의 산성 액체도 사라져 버린다.
“후...”
자라가 힘이 빠진 건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이렇게 힘이 빠질 줄은 몰랐는데.”
“그건 그렇고, 특전대라니?”
바리오가 궁금한 듯 말한다.
“방금 그 콜론하고 마이삼이라는 녀석하고 비슷한 무시무시한 녀석들이 더 있다는 이야기인가?”
“특전대라는 이름에서 딱 감 안 오냐? 누가 들어도 정예병들 가려 뽑았다는 어감이잖아.”
“에이, 상황이 뭐 이렇게 꼬이냐...”
“하아아... 이것도 우리의 선택이니까, 뭐.”
도레이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한다.
“가자고. 미켈하고 다른 크루들이 기다리겠다. 거기 작업자 여러분! 이제 안전합니다. 아까와 같은 위협은 이제 없어요. 나오셔도 됩니다!”
도레이의 말에 처음에는 다들 웅성거리며 반신반의하는 듯한 모양새지만, 자라가 직접 땅을 밟고 손까지 쓸어 가며 위험하지 않음을 적극적으로 알리자, 그제야 작업자들은 하나둘씩 숨어 있던 곳에서 나오기 시작한다.
그 시간, 제12호 사원의 어느 통로.
푸른 작업복을 입은 몇 명의 사람들이 자루 하나를 양옆에 들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거기에 미리 대기중인 트럭 한 대에 자루를 싣고 나서, 앞의 좌석칸에 한 명씩 나눠 앉는다.
“보스, 들리십니까?”
조수석에 앉은 남자가 헬멧을 벗고 전화에 대고 말한다.
“매코이를 확보했습니다. 이제 복귀하겠습니다.”
“수고했네. 마이삼과 콜론의 소식은 혹시 못 들었나?”
“예, 아무 소식도 들려 오지 않습니다. 태양석 확보에 성공했다면 저희와 함께 복귀할 텐데...”
“그렇게 됐나... 그러면 나도 다른 카드를 동원할 수밖에.”
“저희가 다시 파울리 패거리를 쫓습니까?”
“자네들이 맡을 일은 지원 업무야. 전투는 특전대에게 맡기라고. 특전대는 하나하나가 1개 항공모함과도 같아.”
“알겠습니다. 보스의 뜻이 그러하다면...”
전화를 끊고, 조수석에 앉은 남자가 옆의 운전석에 앉은 남자에게 말한다.
“자, 이제 출발하자고.”
차가 출발하자, 조수석에 앉은 남자는 다른 3명을 보며 입을 연다.
“잘 들어. 물론 특전대가 하는 일이 다 있겠지만,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일을 해야 해. 뭔지는 다들 알지?”
“예, 뭔지는 알고 있죠.”
뒤에 앉은 작업복을 입은 사람 중 한 명이 말한다.
“그리고 이미 하고 있고요.”
“응? 하고 있다니?”
“녀석들의 경로는 이미 입수했죠. 저희는 이제 특전대의 성공을 위해 조건을 맞춰 주는 일을 하면 되는 거고요.”
그 작업복을 입은 남자는 대단히 목에 힘을 주고 말한다.
“일망타진이죠.”
“아... 맞아. 그래!”
조수석에 앉은 남자는 무릎을 탁 친다.
“그렇군. 그러면 일망타진이지.”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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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21-10-15 13:40:38
벌레떼의 공격, 그리고 강한 산성액체의 범람...
하나만 나와도 끔찍하기 짝없는 게 한 자리에서 나와 버렸네요. 그리고 콜론과 마이삼은 그렇게 사원 내에서 최후를 맞이했고 그들을 인간이었던 물질로 바뀌버린 문제의 강산도 갑자기 없어져 버렸네요. 참으로 허망한 최후...그 장면을 볼뻔 했다가 피하게 된 현애에게는 다행이었을까요?
문제의 특전대는 대체 얼마나 강하길래 하나하나가 항공모함 1척과 맞먹는다고 할까요...
설마 연쇄반응이라도 일으킬 능력이 있는 것인지...시어하트어택
2021-10-17 21:36:45
특전대와의 싸움은 이미 시작되었죠. 마이삼과 콜론과의 싸움은 큰 피해 없이 끝나기는 했지만, 이것은 역설적으로 사원이 폐쇄적인 공간이라서 가능했던 것. 앞으로 나올 특전대 멤버들은 그가 직접 '항공모함에 맞먹는다'고 할 만큼 더 강하고, 대규모의 인명피해도 감수해야 할 정도의 싸움이 될 겁니다. 정예 멤버들이니만큼 떼로 나오지는 않겠지만...
SiteOwner
2021-10-29 19:31:28
결국 예상대로 되어 버렸군요. 콜론과 마이삼은 그렇게 사원에서 최후를 맞이하고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
그리고 그들을 집어삼킨 산성의 액체도 사라져 버렸군요. 그들이 처음부터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문제의 특전대는 분명 엄청난 일을 벌일 것 같아서 이게 역시 마음에 걸립니다. 만일 특정인을 죽이는 것으로 목적달성이 불가능하다면 아예 사건현장의 목격자 모두를 죽여서 사건을 기억하는 이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여지 자체를 없애 버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시어하트어택
2021-10-31 21:18:50
어쩌면 마이삼과 콜론에게는 그게 최선의 결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목숨이 더 붙어 있었다가는 지금의 상황보다 더한 꼴을 당하며 죽었을 수도 있겠죠.
특전대의 다른 멤버들은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겁니다. 꽤나 어려운 싸움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