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대마가 합법화된 주도 있다 보니 일단 그 주에서는 여러모로 대마산업이 성업중인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이렇게까지 성업중이라는 것은 경이를 넘어 경악 그 자체입니다.
2년 전에 쓴 글인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 대마 재배업자로...에서는 왕년의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Mike Tyson, 1966년생)이 대마농장을 인수하여 대마 재배업자로 변신하고 매일 숨쉬듯이 대마를 소비한다는 것을 다룬 바가 있습니다. 매년 소비하는 대마의 가액만 해도 최고급 승용차인 롤스로이스의 자동차를 1대 구매하고도 남을 정도의 다액이라는데, 요즘 미국의 대마산업이 일취월장하니까 타이슨의 선택이 어쩌면 그에게는 신의 한 수일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를 필두로 현재 36개 연방주 및 워싱턴 DC에서 대마가 합법화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불러일으킨 결과는 작년에 대비 60% 늘어난 190억 달러의 매출로 요약됩니다. 그야말로 고수익 비즈니스모델로 자리잡은 것이었습니다. 고용규모 또한 32만 1000명으로 전년보다 32% 성장한 이 수치는 치과의사, 응급구조사 또는 전기기술자의 인원수를 능가한 것입니다. 소매점이나 식당의 종업원들이 대마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 대마 재배 또는 유통분야에는 구인광고가 나갈 때마다 몇백통의 지원서가 쇄도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게 꼭 고수입이라고 해서 사람이 몰리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시급 16달러를 받는 풀타임 근로자가 전직인 레저용차량 제작사에서 나와서 시급 14달러 50센트의 대마 판매소 파트타임 직장을 구한 경우도 있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해서, 그리고 판데믹 상황에서 깨달은 것이 있어서라고.
살아가는 방법이 참 다양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 길을 선택할 것이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대답할 건 분명합니다.
저는 박애주의 같은 엄청난 사상으로 무장한 것도 아니고 흔한 소시민입니다. 그리고 돈을 매우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을 위해서 아무거나 하지는 않아왔고 지금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물론 의료용 대마가 필요한 분야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만 그 폭증하는 수요가 의료에 한정될까요? 담배라든지 온갖 향정신성약물을 싫어하여 처음부터 인연을 안 갖는데다 술도 거의 안 마시는 제가 대마를 우호적으로 볼 리가 만무한데다 의존할 일도 없습니다. 그러니 그건 세상에 대마가 유일한 화폐가 된다든지 하는 상황이 없는 한 제 선택지에는 없습니다.
또한 미국 내에서 합법화한 주가 많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14개 연방주에서는 불법인데다 연방 레벨에서도 여전히 불법입니다. 미국 거주자도 아닌 제가 말하는 건 독장수 셈하기 같겠습니다만, 그렇더라도 운신의 폭을 좁히는 선택지를 굳이 찾아서 골라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참조한 외신기사를 소개합니다.
Greener pastures: Marijuana jobs are becoming a refuge for retail and restaurant workers (2021년 9월 24일 The Washington Post,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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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댓글
Lester
2021-10-17 00:39:34
뭐가 됐건 이익에 눈이 멀어서 이 사람 저 사람 모이다 보면 자연스레 머릿수 대비 효용성은 떨어지기 마련이죠. 꿀벌의 법칙인지 뭔지를 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경우 그렇게 몰려봤자 대마 가격이 폭락해서 다 같이 죽는 그림이 그려지네요. 그리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고, 마약상이면 자기 물건에 손대다가 자멸하는 경우도 자주 나오고요. 그리고 돈이 된다니까 이런저런 폭력이 꼬일 거고...
대마의 합법화를 통해 암시장에 의한 고수익이 파괴된 건 그나마 다행입니다만, 역으로 공급량을 늘려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 접하거나 마약상으로 전직할까봐 걱정되긴 합니다.
어쨌거나 덕분에 좋은 소재거리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SiteOwner
2021-10-17 15:04:06
그렇습니다. 어느 분야가 포화되면 결국은 평형점에 도달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말이 좋아서 평형을 찾는 것이지 그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미꾸라지에 소금을 치면 처음에는 난리치다가 결국은 숨이 끊어지듯이 삼투압에 의한 평형상태로 이행하는 그런 것입니다. 특히 마약 같은 것이면 자랑스럽게 표면에 내놓고 할 비즈니스가 아니기에 그런 산업이 망한다고 해서 누군가가 힘을 보태주거나 고통을 분담해 줄 리도 없는 것입니다.
예전에 전국 어디서든지 찾을 수 있었던 조개구이 전문점의 경우 북한에서 반입된 저렴한 다량의 조개류가 국내에 유통되었다 보니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산 수산물이 국제사회 차원의 제재로 공급이 끊기자 조개구이 전문점은 상당수 폐업했습니다. 그렇게 어느 순간에 갑자기 상황이 급변해서 변함없이 건재할 것만 같았던 업종도 갑자기 몰락해 버릴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컬트적인 기호품 정도로밖에 봐 줄 수 없는 대마가 식품보다 더 안정적일 수는 없을 것이니...
제 글이 좋은 소재의 제공에도 기여했군요.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Lester
2021-10-18 06:09:22
(최신은 아니지만) 인디 게임 중에 일개 대학생이 마약상으로 활동하는 게임인 "위드크래프트(Weedcraft Inc)", 무려 참전용사였던 사람이 마약 운반책으로 활동했던 실화(!)를 다룬 영화인 "라스트 미션(2018년작)", 비슷하게 일반인이 마약 운반책으로 활동하는 이야기이면서 이런저런 잡지식(ex. 검문 없는 국도가 편하다)을 알려주는 소설 "뮬: 마약 운반 이야기(by 토니 데 수자)" 등 미국 사회에서도 일반인과 마약의 거리가 굉장히 가까워졌음을 다루는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젠 여느 작가들이면 한 번 정도는 다뤄볼 수 있을 만한 소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마약=극심한 중독자 아니면 만날 일이 없거나 뒷골목에서 살 수 있는 것'이 '마약=여의치 않으면 생계로 꾸릴 수 있는 것' 정도로 심리적-사회적 문턱이 낮아졌단 얘기죠. 막말로 우리나라에서 "할 거 없으면 공장 들어가든가 노가다나 뛰어라"라고 하는데, 그 수준까지 가까워진 건 아닌가 싶어 섬짓하기도 합니다. 가뜩이나 다인종과 사회구조를 포함해 '폭발'할 요소가 많은 미국이라, 자칫하면 예전처럼 마약과의 전쟁을 벌인다면서 악화(ex. 지나친 검거로 인한 전과자 대폭 증가 및 그에 의한 후폭풍)만 시키는 건 아닐지 걱정됩니다.
SiteOwner
2021-10-23 13:29:03
우려하신 것처럼 미국의 마약문제는 생활저변 구석구석에 침투해 있습니다.
도심의 슬럼가에서는 아파트 창문 밖에 운동화 한켤레를 줄을 푼 채로 매달아 걸어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이 마약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통합니다. 또한 공중화장실은 청색조명을 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하면 혈관이 잘 보이지 않아 마약을 주사로 찔러넣기가 매우 힘들어져서 마약소굴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주사기가 필요하지 않고 담배처럼 소비가능한 대마는 더욱 큰 문제를 양산할 것이 보입니다. 우려하신 것처럼 대규모의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고 더욱 수습하기 힘들어질 것입니다. 안그래도 죄수인구 최다인 미국이 어떻게 될지, 아예 인디언 보호구역처럼 특정지역을 지정해서 그렇게 관리해야 하는 실정까지 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인디언 보호구역이 이미 오래전부터 사실상의 알코올중독자 격리구역이 된 것처럼.
SiteOwner
2023-04-23 03:52:10
[2023년 4월 23일 추가]
미국의 도시내 공원에서는 대마의 사용이 위법이지만 그것들을 깨려는 단체들이 있습니다. 블랙 걸즈 스모크(Black Girls Smoke, BGS)라는 이름의 단체를 설립한 빅 스타일즈(Vic Styles)가 매년 4월 20일에 공원에서 한모금(Puff in the Park) 운동을 벌여왔고 NBC 뉴욕과의 회견에서 공원내에서 대마초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뉴욕주의 법에 항의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장차 공원내에 대마초 지정구역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이걸 이성애자 남성이 지배하는 낙인이나 유색인종차별이나 성적 편견을 지우는 게 목표라고까지 합니다.
이렇게 대마가 허용되니 계속 그 영역이 넓어집니다. 이러다가는 대마를 사용하지 않는 게 위법이 될 날도 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보도를 소개하겠습니다.
You Can't Smoke Weed in City Parks. This Group Wants to Change That. (2023년 4월 19일 NBC 뉴욕, 영어)
SiteOwner
2023-04-29 00:39:34
[2023년 4월 29일 추가]
미국의 대마산업 기업이 가장 빨리 성장하는 기업들에 속속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연매출액이 10억 달러를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대마초가 허용된 주 중 미주리 주는 주내 판매량이 가장 먼저 10억달러 선을 뚫을 것 같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가 선정한 미국의 최속성장기업 500선을 기준으로 할 때 2021년에는 대마산업 기업이 전혀 없었지만 2022년에 들어서는 11개가 올라가 있습니다. 또한 2018년 대비 2021년의 대마산업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21-175%이고 두 기업은 이미 연매출 10억 달러에 근접해 있었습니다. 이 시장은 앞으로도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있고, 관련기업 크레스코(Cresco)의 창업자 찰리 뱃첼(Charlie Bachtell)은 양성화되지 않은 대마초시장이 대략 750억 달러 규모로 자사가 그 시장을 짧은 시간 내에 양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그 예측이 빈 말이 아닌 것이, 2022년말에 300억 달러 규모를 기록한 시장이 2020년대가 끝나는 시점에 710억 달러 규모로까지 팽창할 게 예측되다 보니 그러합니다.
하지만 대마초는 여전히 연방 단위로서는 금지되어 있고 또한 법적 지위 또한 헤로인과 동일한 레벨입니다. 또한 미국의 은행 및 각종 금융기관은 대마산업 기업에 대해서는 금융서비스를 시행하지 않습니다. 대마초가 합법화된 캘리포니아 및 콜로라도주에서는 공급과잉에 따른 도매가격의 폭락 등으로 업계가 크게 추락해 있기까지 합니다. 담배회사 알트리아(Altria) 및 코로나맥주로더 유명한 컨스텔레이션 브랜즈(Constellation Brands) 등이 대마산업에 투자하고 있긴 하지만 역시 실적도 크게 좋지 않은 상태이고 말보로(Marlboro)는 대마산업 투자를 중지했습니다.
상세사항에 대해서는 이하에 소개된 기사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Cannabis companies proliferate on list of fastest-growing American businesses (2023년 4월 28일 Financial Times, 영어)
SiteOwner
2023-05-17 23:40:26
[2023년 5월 17일 추가]
미국 델라웨어주에서 성인에 대한 대마를 합법화하였습니다.
이전에는 2015년에 이미 주내에서 1온스(=28.35g) 이하의 마리화나 소지에 대해 비범죄화가 단행되었지만 다른 경우에는 단속 및 처벌대상이었습니다. 이제는 다른 법령으로도 개인 소지 및 사용에 대해 비범죄화가 단행되었지만 여전히 공공장소에서는 사용이 금지됩니다. 또한 델라웨어주에서도 대마산업의 기업을 설립할 수 있게 되어 22번째로 대마가 합법화된 주로서 역사에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관련사항은 이하에 소개된 기사를 참조하십시오.
Delaware Legalizes Cannabis (2023년 5월 9일 Harris Bricken, 영어)
SiteOwner
2023-11-06 21:05:29
[2023년 11월 6일 추가]
미국의 대마산업은 여전히 제도권 금융시스템에서 배제되어 있습니다만 이것에도 변화가 예상될 것 같습니다.
대마산업은 다른 업종과는 달리 각종 경비의 공제가 적용되지 않고 연방파산법의 혜택도 누릴 수 없는데다 취급상품의 상표등록도 불가능합니다. 또한 이용할 수 있는 금융회사도 단점체제 및 지역은행 정도만 이용할 수 있는 정도로 취약합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대마산업이 크게 발전했고 매출액 및 그에 따른 법인세 납부액도 늘어났다 보니 미국 연방상원에서는 미국 전국에 걸쳐 영업하는 대형은행과의 거래도 가시권에 들어와 있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나오는 듯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하단에 소개된 기사를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Cannabis firms are cut off from the US financial system, but relief is in sight (2023년 10월 8일 The Guardian, 영어)
SiteOwner
2024-07-06 20:46:49
[2024년 7월 6일 추가]
미국의 인접국으로 대마에 가장 자유로운 국가인 캐나다가 대마 합법화 5년이 지난 이후 이제는 생존의 위기를 맞아 고군붙투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직면해 있습니다. 합법화가 되었다고 누구나 마구잡이로 뛰어들었고 공급량이 수요를 이미 초과해 버린 터라 대마산업의 각 사업장에서는 이익을 거의 또는 전혀 못 내는 상황이 속출하여 수천명의 임직원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에 몰렸고 사옥을 팔아야 하는 곳도 나왔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캐나다가 가장 자유로운 국가라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캐나다 이외의 국가들은 그만큼 캐나다만큼 자유롭지 않다는 의미여서 과잉생산된 대마의 판로 또한 없습니다. 인접국인 미국조차도 캐나다와는 달리 연방 레벨에서는 여전히 금지상태이고 주 단위에서도 대마를 금지하는 주가 아직 있습니다.
합법화와 고수익화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캐나다의 실패가 미국에도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심층보도를 하단에 소개해 두겠습니다.
Canadian cannabis market struggles five years after legalisation (2023년 10월 18일 BBC, 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