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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뮤 전쟁(혹은 에뮤 대전쟁)은 1932년 11월에 호주에서 일어난 '전쟁'입니다. 농담은 아닌 게, 실제로 호주 정부는 에뮤를 '적'이라고 부르고 군사 작전도 시행되었거든요.
발단은 1차대전 이후 퇴역 군인들이 호주 서부에 농장을 차리면서 시작됩니다. 거기에 에뮤들이 몰려와서 농작물을 헤집어놓는다든가 하는 일이 잦았죠. 울타리까지 쳐 놨는데도 그걸 부수고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농부들이 군병력 파견을 요청했고, 호주 정부는 호주 서부에 병력을 파병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냥 기관총으로 냅다 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만, 에뮤라는 새가 워낙에 빨라서 도망치기도 잘 했죠. 그래서 호주군도 나름대로 꾀를 냈는데 차량에다가 기관총을 올려놓고 쏜다든가 서식지를 급습한다든가 하는 방식을 썼지만, 이마저도 금방 분쇄되었죠. 에뮤 한 마리가 호주군 차량으로 냅다 돌격하는 바람에 애써 수립해 놓은 작전도 허사가 되었습니다. 거기에다가 모자라, 에뮤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농작물을 먹고, 심지어 한 개체가 마치 지휘관처럼 행동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까지 관찰되었죠. 결국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호주 정부도 두 손 들 수밖에요. 11월 8일 의회가 작전 수행에 난색을 표했고 9일에 종결되었습니다. 부대는 10,000발을 지급받았지만 잡은 건 고작 12마리뿐이었습니다.
사실 병력은 1개 분대 규모였고, 병사들도 대부분은 직접 싸우는 게 아니라 정찰 임무를 맡았죠. 하지만 명색이 군대를 보냈는데도 저렇게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는 게 꽤 충격으로 받아들여진 모양입니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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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마드리갈
2021-10-17 23:28:30
에뮤전쟁은 정말 기묘했네요. 태산명동서일필(大山鳴動鼠一匹)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그나마 에뮤에게 패하지 않았다는 게 다행이었을까요...
호주에서는 토끼를 매우 적대시하고 있어요. 그래서 토끼관련 정책이 매우 잔혹한 것으로도 악명이 높아요. 이건 식량조달을 위해서 토끼를 대량사육하던 데에서 출발한 것인데 증식속도가 너무나도 빠르다 보니 토끼구제책이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죠.SiteOwner
2021-10-23 13:34:43
자연에 대한 정책이 그렇게 정교한 것이 못된다는 게 이렇게 에뮤전쟁으로 입증되는군요.
역시 기묘한 건 영국에서 시작한다더니, 영국의 작은집 호주도 예외는 아닌 듯 싶습니다.
사실 특정종을 절멸시키려면 군사작전은 좋은 선택이 못됩니다. 그리고 절멸은 보통 식용으로 남획하면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고 이것 또한 절멸이 목적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절멸로 이어진 것임도 주목해야겠지요. 대표적으로 모리셔스의 도도, 북미의 여행비둘기 및 북극의 스텔라해우 같은 경우가 되겠지요. 사실 바이슨이나 고래도 그렇게 될 뻔 했다가 포경규제로 요즘은 개체수가 상당부분 회복된 상태입니다.
시어하트어택
2021-10-24 21:52:39
그나마 저건 저렇게 해프닝으로 끝나서 망정이지, 작정하고 잡는 단계까지 갔으면 정말 멸종까지도 시킬 수 있을 정도였네요. 에뮤는 여전히 호주 땅에서 번성하고 있고, 요즘은 에뮤 고기로 만든 스테이크도 팔린다고 하니, 세상 참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