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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늘에 있는 하루의 추억을 다시 꺼내 봅니다.

처진방망이, 2013-05-16 11:36:05

조회 수
537

이틀 후면 하루와 제가 처음 만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제 두 손 안에 다 들어올 정도로 작은 하루의 감촉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네요.

 

 

 

처음 집으로 데리고 왔을 때 하루는 바뀐 주위 환경에 몹시 낯설어해서

며칠간은 자기 부모형제를 찾아 구슬피 울어댔지만

차츰 적응되니 익살꾼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작은 인형으로 장난감을 만들어 낚는 장난을 하루는 좋아했지요.

 

 

집 안은 하루에게는 운동장이요 작은 세계였습니다.

 

먹는 것을 건드릴 때 싫어하는 것은 하루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털을 세운 것이 보이시나요?

 

 

어릴 때의 하루는 큰 귀와 고등어 무늬가 주요 관점이었습니다.

 

 

성격이 장난스러워서 장난감이 변변찮았던 처음에는

제 손가락이나 누나들의 머리카락 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물체는 뭐든 달려가 깨물거리고 덮치는 버릇이 있었지만

장난감을 좀 더 들여놓고 큰누나가 그 버릇을 자제하게끔 지도하니 성장하면서 많이 사그라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장난스러운 성격은 나중에 쥐를 잡는 실력으로 하루는 승화시켰죠.

 

 

어릴 때의 하루는 말 그대로 잠꾸러기였습니다.

어디든 아늑하고 따뜻한 장소라면 이렇게 졸기가 일쑤였지요.

집 안에서는 창문가나 컴퓨터 근처, 또는 저나 큰누나의 무릎 위에, 집 밖에서는 플라스틱 바가지가 하루의 잠자리였습니다.

 

 

거의 1년이 지나도 가장 잘 나온 사진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하루의 모습입니다.

한동안 휴대폰 바탕화면으로 사용한 적이 있지요.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고양이의 본능답게 고양이 세수는 굳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하더군요.

 

 

무엇을 보고 저렇게 호기심 어린 눈동자로 한 곳을 쳐다보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루는 호기심이 많았던 고양이였습니다.

 

 

한때 하루는 방충망을 자신의 암벽 등반의 장소로 이용했습니다.

밖에 내놓으니 하루는 방충망을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와 가족들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바깥 생활이 며칠 적응되니 신통하게도 사냥실력을 갈고 닦을 정도로 엄연한 바깥냥이가 되었습니다.

물론 도로 같은 위험한 곳에는 절대 한 발짝도 안 갔지요.

 

제 여름방학이 지나면서부터 제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에 하루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줄어

하루가 저를 알아보지 못하는 서먹했던 시간이 있었지만

제가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있으면 제게도 관심을 보였던 소위 개냥이였습니다.

 

 

가을 때의 하루는 어느 정도 다 자라 고양이 특유의 귀여움과 카리스마가 넘쳤습니다.

사냥 실력도 그만큼 단련되어 쥐 뿐만 아니라 뱀까지 물어다 현관 앞에 놓을 정도였지요.

 

 

가을이 지나 겨울이 찾아오면서 하루는 매우 후덕해졌습니다. 그래도 주인의 입장에서는 귀엽기만 했습니다.

 

 

쥐들의 씨가 말라 하루는 자는 것이 낙이었지요.

하지만 하루 자신의 모습이 찍히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지 저렇게 노려보는 모습도 제게는 귀여웠습니다.

 

 

매섭던 겨울도 거지반 지나가고 봄이 올 때의 하루는 엄연한 어른 고양이가 다 되어 있었습니다.

좀 홀쭉해지긴 했지만 후덕함과 카리스마가 넘쳤지요.

 

 

하지만........ 이 사진이 마지막으로 찍힌 하루의 사진일 줄이야 어느 누가 알았을까요?

정확히 12일 후, 하루는 교통사고로 돌아오지 못하는 다리를 건너고 말았습니다.

마침 머루와 강아지 네 자매(다래,오디,자두,앵두)들이 연달아 떠나버린 터라 울적했던 제게

이 비극은 폭음까지 할 정도로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하루가 떠나버린 지 거의 석 달이 지난 지금도 하루 비슷한 또래의 고양이를 보면 하루 생각이 나서 가슴이 아픕니다.

지금도 하루나 머루 생각이 날 때마다 저는 하루와 머루를 묻어 놓은 무덤을 살아 생전의 모습처럼 여기며 쓰다듬고는 합니다.

 

하루와 머루의 무덤에도 풀이 나고 이끼가 끼기 시작했습니다. 머지 않아 풀로 뒤덮이겠지요.

 

하루는 분명 이 세상에 없지만,

하루가 남긴 사진이나 기억들은 제 하드디스크나 하루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지속되니

저는 하루가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하루 생각이 날 때마다 목젖이 잡아당겨지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일부 누군가는 '사내자식이 나약하게 그런 생각을 하다니!' 라고 핀잔을 줄지 모르겠지만,

세상에는 저 같은 인간도 있는 법이니까요.

 

이틀 후에 하루와 머루의 무덤 곁에 살아 생전에 주고 싶었던 통조림을 사서 고이 묻어 주어야겠습니다.

사람의 나이로 환산하면 저와 거의 비슷한 나이에 떠나 버렸으니 지금 생각해 봐도 더더욱 가슴이 미어지네요.

다음 생애에서는 더 좋은 생명으로 태어났기를 다시 한 번 빌어 봅니다.

 

처진방망이

농업은 모든 산업의 기초입니다. 农业所有产业的基础La agricultura es la base de todas las industrias.

Agriculture is the foundation of all industries. L'agriculture est le fondement de toutes les industries.

2 댓글

마드리갈

2013-05-16 13:13:43

하늘나라의 하루도 이 추억과 함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어딘가에서 감사하고 있을 거라 믿어요.


예전에 길렀던 강아지 생각이 나서, 갑자기 눈물이 나고 있어요

저에겐 몇 년이 흘러도 그런데, 처진방망이님께는 불과 몇달 전의 일이니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러니 나약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길 바래요. 자연스러우니까요.

대왕고래

2013-05-16 16:29:06

참 안타까워요.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다는걸 사진만으로도 알 거 같아요.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어요. 하루를 기억해주는 주인을 가진 하루는 정말 행복한 고양이라고요.

저 세상에서 진짜진짜 행복하게 지내길, 다시 태어나도 행복한 아이가 되길 빌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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