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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기업 애플(Apple)에서 차세대 맥북 프로(MacBook Pro)를 발표하면서 특히 강조된 것이 기존의 인텔(Intel) 제조의 프로세서가 아닌 자사개발의 M1 프로세서였어요.
애플의 컴퓨터 프로세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변혁을 겪었어요.
1984년 매킨토시(Macintosh)가 모토롤라(Motorola)의 68000 시리즈 프로세서를 채택한 이래 1994년에는 애플-IBM-모토롤라 3사 공동개발의 PowerPC 프로세서를 채택한 파워매킨토시(Power Macintosh)가 등장했고 한동안은 인텔 프로세서의 성능이 형편없어서 비교테스트 중에 인텔 프로세서를 태워먹었다는 광고를 내기도 했어요. 하지만 시장에서의 입지는 여전히 좁았고 대중화와는 멀리 떨어져 있었어요. 그런데 2005년에는 놀랍게도 그렇게 조롱하던 인텔의 프로세서를 대거 채택하는 대격변을 단행하면서 저변을 급격히 넓혔죠. 게다가 세계최초의 스마트폰인 아이폰(iPhone), 휴대용 음악플레이어인 아이팟(iPod) 및 태블릿 아이패드(iPad) 등의 하드웨어는 물론 세계최대의 음원 구매 플랫폼인 아이튠즈(iTunes) 등으로 정보기술의 생태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이제는 미국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기업으로 변모했어요.
그런 애플이 이제는 컴퓨터 분야에서 완전독자개발의 M1 프로세서를 내놓았어요.
이것은 그냥 강력한 신형 부품의 제조만을 의미하지는 않고 더욱 깊은 함의가 있어요.
M1 프로세서 및 애플의 동향에 대해서는 아래의 두 기사를 참조해 보시길 부탁드려요.
Introducing M1 Pro and M1 Max: the most powerful chips Apple has ever built, 2021년 10월 18일 애플 프레스릴리즈, 영어
애플도 구글도 MS도 “내 칩은 내 손으로” 반도체 독립선언, 2021년 10월 20일 조선일보 기사
우선, 세계적인 기업들이 자체적인 반도체 제조로 이행하려는 기조가 보여요.
애플뿐만이 아니라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및 테슬라(Tesla) 등도 독자적인 반도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어요. 자체의 완제품보다는 타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사업에 치중하는 인텔(Intel), 퀄컴(Qualcomm) 등의 기업의 입지 축소는 불가피해요. 그런데 그것뿐만이 아니라 기존의 분업체계 자체에 지각변동이 일어난다는 것도 예상가능하죠.
다른 업종으로 비유해 보자면 그러해요. 자동차의 경우는 대체로 완성차 제작사가 엔진제작도 겸하고 있어요. 하지만 모든 제작사가 그렇지만도 않고, 엔진만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커민스(Cummins), 캐터필러(Caterpillar), 디트로이트디젤(Detroit Diesel), MTU 같은 제작사의 것을 채택한 경우가 상용차 분야에는 꽤 많으니까요. 게다가 일반소비자가 구매하는 승용차 및 승합차의 경우는 전자의 경우가 많은데다 개별소비자의 자유도는 별로 없고 공식 서비스센터 내지는 일반적인 정비공장에 맡기는 정도의 선택지만 있어요. 이제 컴퓨터에서도 이런 현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져요. 부품의 아웃소싱(Outsourcing)의 여지도 적어지는 건 물론이죠.
또 하나 지적할만한 논점은 역설적으로 아웃소싱의 확대분야가 또 있다는 것.
전통의 부품 아웃소싱은 축소되지만 각 기업이 필요로 하는 오리지널 부품의 생산은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보여요. 각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공장을 보유하는 것은 비용과 기술 반도체를 전문적으로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Foundry)에의 필요성은 더욱 증대되죠. 특히 자사제품이 없는 대만의 TSMC나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GlobalFoundry)에의 선호가 대폭 증대될 거예요. 자사제품이 있는 파운드리, 이를테면 삼성전자같은 경우는 어떻게든지 경합을 피할 수 없으니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처음부터 없는 기업이 더 선호되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않을까요?
일반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몇 가지 껄끄러운 점이 있기도 해요.
이미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컴퓨터 업계의 제품설계방식이 승용차의 것처럼 변한다면 개별소비자의 자유도가 낮아지는 것은 분명하죠. 과연 개별소비자가 하드웨어 자체에 접근할 권리가 얼마나 보장되는가의 문제라든지, 제품결함에 대해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는 어떤 문제가 추가적으로 발생할지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예견가능해요. 이 경우 제품결함을 제3의 기관이 조사할 경우 이것이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지적재산권의 침해로 여겨질 수도 있는데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소비자에의 입증책임이 더욱 무거워지는 게 아닌가 하는 문제도 충분히 가능하니까요.
과연 이것이 위기가 될지, 기회가 될지.
애플의 M1 프로세서가 야수(Beast)로 불리는 것은 단지 성능이나 기술력만의 문제가 아니예요. 산업생태계의 재편으로 다시 대격변을 예견하고 있는 야수의 포효 그 자체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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