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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인 11월 1일, 서울특별시에서 "특별" 을 제외하자는 법안이 발의되었어요.
이유는 수도권 일극주의의 해소 및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는 의문부터 들고 있어요.
기사를 하나 인용할께요.
“‘서울특별시’에서 ‘특별’자 빼자” 법안 발의 이유는, 2021년 11월 1일 조선일보 기사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 및 같은 당의 다른 의원 9명, 즉 합계 10명의 의원이 제출한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쟁점은 대체로 이렇게 요약가능하죠.
- 1949년에 공포된 지방자치법에 근거하는 명칭인 서울특별시의 "특별" 이라는 말이 수도권 집중의 원인이다.
- 서울에 살면 특별시민이고 이외지역에 살면 일반시민이 되는 구시대적 차별 및 분리가 있다.
- 의식과 표현을 바꾸려는 노력을 통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수평적인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처음이 아니였어요.
이미 16년 전에 당시 한나라당의 유정복 의원이 "특별시" 명칭이 특권문화의 상징이자 권위주의적 잔재이고 대안적으로 서울광역시 또는 서울대도시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냥 주장으로 그쳤어요.
저 3개 쟁점에는 각각 논리적인 결함이 있어요.
첫째 논점부터. 수도권 집중은 이미 삼한 이후로부터의 한국사의 보편적인 경향으로 한강 유역을 점유하는 세력이 한반도의 주도권을 잡아왔다는 점에서 이미 쉽게 논파되어요. 즉 "특별" 이라는 말이 원인이 될 수는 없어요. 서울의 지정학적 가치가 원인인 것을 도외시할 정도로 "특별" 이라는 어휘에 책임을 전가해서 무슨 메리트가 있는 것인지.
둘째 논점에서는 사고를 어떻게 하면 저런 논리가 가능한지 의문마저 들어요. 서울특별시민은 서울특별시의 시민으로 인식하는 게 정상이죠. 서울의 특별시민으로 이해한다는 자체에서 이해가 불가능해요. 우리나라의 현행헌법은 사회적 특수제도의 창설 자체를 금하고 있는데(헌법 제11조 제2항 참조) 대체 특별시민/일반시민 분류가 어디에 있다고 그러는 건지.
셋째 논점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는 서울시장만이 국무위원이 될 수 있는 특별한 지위 등에는 어떠한 문제의식도 제기되지 않고 "특별" 이라는 표현 하나에 천착한 나머지 무리한 정책명제를 우격다짐으로 정당화하려는 것이 보여요. 그래서 이 세 논점의 어느 것도 정당화되지 못하죠. 즉 완벽한 탁상공론이라는 것.
설령 저 쟁점들이 옳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생겨요.
서울특별시를 다른 이름으로 개칭할 경우 "서울특별시" 라는 지방자치단체가 포함된 모든 법령의 용어개정은 불가피하게 되니까요. 법치국가의 원리상 명문의 법령에 나오는 사항이 정확히 기재되어 있지 않으면 그 자체로 문제가 되니까요. 용어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것을 뜯어고쳐서 결과적으로 개악이 될 저런 사안에 대한 비용을 다 지불할 능력이라도 된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지겠지만, 그런 데에 비용을 쓰기보다는 처음부터 안 쓰는 게 더 현명하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16년 전의 "서울광역시" 및 "서울대도시" 또한 문제가 있어요. 광역시라는 말을 쓰면 2번 쟁점 덕분에 "광역시와 광역시 아닌 시", "대도시와 대도시 아닌 시" 등의 문제 또한 안 생긴다는 보장이 없어요.
저렇게 "특별" 이라는 어휘가 만악의 근원인양 주장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정치가들이 해야 하는 것은, 왜 다른 지역이 서울만큼의 매력을 갖지 못하는가를 분석하고 다른 지역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드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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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Lester
2021-11-02 16:07:03
2번과 3번은 사실상 1번의 동어반복이므로 무의미하고 1번을 읽은 시점에서 그냥 할 말을 잃었네요. 서울이 수도이고 그만큼 이런저런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으니까 사람이 몰리는 건데 말이죠. 저 따위 언행이 국회의원들의 입에서 나온다니 참 대단합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왜들 그리 금배지 달려고 혈안인지 이해가 되기도 하네요. 저 따위 언행을 하고도 국회의원 세비가 꼬박꼬박 나오니 말이죠.
마드리갈
2021-11-02 17:08:37
처음에 저 기사를 읽었을 때 "이거 농담이지?" 라고 되묻고 싶어졌어요.
저렇게까지 사안의 원인과 결과를 추론해 낼 줄 모르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자체가 놀랍다고 해야 할까요. 쓸데없는 짓 골라 하기에는 귀신인가 싶기도 하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국회의원은 좋은 직업 같네요. 될 수만 있다면. 그런데 저렇게 비루한 발언을 해 가면서 저걸 생업수단으로 삼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아요. 굳이 저게 아니더라도 수입원은 있고, 국회의원은 타인의 선택에 좌우되는 직업이다 보니 기초자본이 너무 많이 들거든요. 국회의원 출마에 쓸 자금이 있으면 그 자금을 더 크게 운용해서 운용수익의 총량을 늘리는 게 더 이득일 게 분명하니 선택할 리가 없어요.
마키
2021-11-03 01:49:49
현 오세훈 서울시장은 순간의 말실수라지만 강남의 반댓말로 비강남이란 용어를 써서 웃음거리가 되기도 하였죠.
시장이라는 사람의 인식부터가 이러하니 그렇게 놀랍지도 않네요.
말로는 강남에 밀려 차별받는 강북 지역을 발전시켜야 한다고는 하지만 단어 선정부터가 저래서야...
마드리갈
2021-11-03 12:41:04
지도자의 말은 하나하나가 큰 의미를 가지죠. 특정어휘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여러가지가 읽히는 것은 물론이고 이것이 그냥 발언의 차원에만 그치지 않고 현실세계의 여러 영역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니까요. 오세훈 시장의 강남-비강남 발언이라든지 본문에 언급된 국회의원들의 "서울특별시" 명칭폐지 등은 그래서 비판과 조소의 대상이 안 될 수가 없는 것이죠.
권위주의 타파라는 의도가 새로운 권위주의를 합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이런 것을 경계해야겠죠. 큰 악은 작은 선을 가장하여 다가올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