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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166화 - 불길 속으로(4)

시어하트어택, 2021-11-05 07:50:07

조회 수
113

“여보세요? 세훈이냐?”
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다름 아닌 세훈이다.
“아, 그래. 금방 내려가니까 기다려!”
“응? 누가 내려온다는 거야?”
“나하고, 또...”
“야, 조세훈! 뭘 그렇게 말을 얼버무려? 헐레벌떡거리는 건 알겠는데, 말은 좀 제대로 해!”
조제는 자기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른다. 숨을 좀 고르고서 전화 너머의 세훈에게 다시 한번 물어 보려는데...
“어...”
갑자기, 주변 공기가 확 시원해진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지하 통로 안에 있는 사람들을 다 삼켜버릴 듯 올라가던 열기가, 확 내려간다. 얼음 창고까지는 아니더라도, 통로 안을 일시에 시원해지게 만들기에 충분한 그건...
“야! 너희들...”
조제와 외제니의 눈앞에는, 헐레벌떡 달려온 현애와 세훈이 보이는 게 아닌가.
“어떻게 온 거야?”
“후... 뭐기는.”
숨을 헐떡이는 세훈의 옆에서 현애가 입을 연다.
“주위가 좀 뜨겁더라고. 그래서 내가 온도를 좀 낮춰 가면서 온 거야.”
“하... 그러니까 좀 살 것 같네.”
“야, 그런데...”
외제니가 입을 연다.
“다른 사람들은? 너희들만 온 거야?”
“그러니까... 니라차도 있었는데...”
“니라차도 ‘있었다’니?”
“아... 아니야. 그러니까...”
“아니, 좀 확실히 말해. 설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시간은 약 3분 전으로 돌아간다.
“야, 너희들! 내 이야기 좀 들어 봐!”
조나가 앞에서 뛰어가는 현애, 세훈, 니라차를 뒤쫓던 중, 비상계단 2층과 1층의 계단에서 숨을 돌리고 있던 세 사람을 보고서, 바로 다가가지 않고 큰 소리로 물었다.
“너희들 왜 그렇게 갑자기 뛰어가는 건데? 내 말도 아직 다 안 끝났는데!”
“밑에 사람들이 있어. 우리 일행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세훈이 그렇게 말하고, 현애도 동의하는 눈빛을 보이자, 성을 내려던 조나의 얼굴이 확 달라졌다. 일그러졌던 표정이 사라지고, 눈빛이 촉촉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뭐... 뭐야, 밑에 사람들이 있다고? 그러면 이야기가 달라지잖아!”
“뭐야, 그거 진심인 거야?”
현애가 그렇게 묻자 조나는 더욱 정색하며 확신하는 어조로 말했다.
“그래.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이 위험하면 안 되잖아? 그러니까 너희들, 내려가. 나하고 할 이야기는 다음에 해도 괜찮으니까!”
“뭐야... 당신, 생각했던 것처럼 나쁜 사람은 아니네.”
“나를 지금 뭐로 아는 거야? 내가 그렇게 악당처럼 보였던 거야? 나는 그 정도로 나쁜 녀석은 아니라고!”
“그럼 아저씨, 부탁 좀 하겠는데...”
“뭐?”
“아저씨가 저기 광장에 가서 불 좀 꺼 줄래? 지금 미켈하고 싸우는 녀석 있잖아.”
“음...”
조나의 표정이 다시 똥을 씹은 듯 일그러지자...
“뭐 하는 거야!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지금 위험한데, 그렇게 관망만 하려고?”
“아... 아니지!”
조나가 그렇게 반억지에 가깝게 말하는데.
“음... 얘들아.”
그때까지 말이 없던 니라차가 입을 연다.
“내가 이 아저씨하고 같이 가 볼 테니까, 너희들은 지하로 가. 알았지? 시간이 없어.”
“어... 그래!”
니라차가 알겠다고 하자마자, 현애와 세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바로 계단을 타고 지하로 뛰어 내려간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조나는 뒤쫓아간다는 생각도 잊고,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한마디 할 뿐이다.
“하... 또 한 방 먹었네.”
“뭐 해요, 털보 아저씨, 안 따라와요?”
잠시 멍을 때리기도 전에, 니라차가 조나를 잡아끈다. ‘털보 아저씨’라는 말은 듣기가 약간 언짢기는 하지만, 지금 상황이 상황이라 지금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
“아저씨 그러고 있을 시간에 벌써 나보다 다섯 걸음은 앞에 뛰어갔겠어요!”
“아, 알았어, 알았어. 갈게!”

한편 그 시간, 쇼핑몰 광장.
“뭐, 뭐야...”
질라니의 주위에서 한참 맹렬하게 타오르던 불길이, 어떻게 된 것인지 더 타오르지 못하고 점점 사그라져 간다. 미켈과 크루들의 발밑에 이글거렸던 뜨거운 불길도 점점 식어 간다. 정확히 말하면, 땅 밑에서 뭔지 모를 차가운 기운이 올라오며 열기를 식히는 것이지만.
“뭐야, 불길이 점점 없어진다!”
미켈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돌린다. 아직 열기를 일으키는 질라니가 없어지지 않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기에 불안한 안도지만.
“너희들, 후... 괜찮아? 다들?”
“아, 미켈, 나는 괜찮아.”
“나...나도!”
미켈이 크루들의 대답을 듣고 질라니를 다시 돌아보는데...
“어떤 녀석인지는 모르겠으나, 제법이군. 뜨겁게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거지!”
질라니는, 이미 다른 뭔가를 준비했는지, 입꼬리를 올리며 웃고 있다.
“내 열기는, 또 끌어오면 자연스럽게 되살아난단 말이지. 너희들, 여기 광장 밑에 가스관이 있는 건 몰랐지?”
“가... 가스관?”
“그래. 내 능력에 가스관에서 나온 가스를 합하면, 과연 어떻게 될지, 상상만으로도 멋지지 않나? 안 그래?”
“이 자식, 멈추는 게 좋을...”
“호오, 그렇게 해서 멈출 것 같나? 이미 가스는 새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뭣...”
질라니의 말대로다. 미켈의 코에 가스 타는 냄새가 점점 짙어진다. 발밑에서 점점 새어 나오는 가스 냄새, 질라니에게서 나오는 열기, 그리고 그 둘이 합쳐지면...
“아윽!”
잦아지던 불꽃이 다시 화르륵거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단순히 불꽃이 다시 강해지기만 하는 것이라면 그런대로 대처가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스와 불꽃이 합쳐지면, 뭐가 일어날 것 같나?”
“어... 어?”
미켈이 질라니의 말에 막 대꾸할 말을 찾고 있던 그때.
“야! 미켈! 위험해!”
자라가 외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쾅-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폭발음, 그것도 질라니가 있는 곳에서 일어난 폭발! 그 충격 때문에 조금 거리를 두고 서 있던 미켈이 3m 정도 밀려나 뒤로 나자빠진다.
“아윽...”
미켈이 바로 일어서지 못하고 신음을 입에서 흘리며 몸을 부르르 떤다. 자라 자신도 폭발의 충격 때문에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미켈이 더 걱정되었는지 미켈부터 부른다.
“야! 미켈! 괜찮아?”
“미켈? 최악은 피했어, 자라.”
비앙카의 말에 자라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되묻는다.
“야, 네가 어떻게 알고? 저 녀석 바로 앞에 서 있었는데 최악을 피할 수 있다는 게 말이 돼?”
“폭발이 일어나기 직전 내가 결계를 발동했는데, 타이밍이 딱 좋았는지 그것 덕분에 폭발이 좀 상쇄가 된 모양이야.”
“야, 비앙카, 그게 가능해?”
“물론 실전에서 이렇게 써 본 적은 없었지. 도박하는 심정으로 해 본 거야. 물론 저 녀석이 또 저런 수를 쓰면 그때는 막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도 힘들고.”
그 순간.
“호오, 그렇게 말했겠다?”
질라니가, 별안간 자라와 비앙카가 있는 곳을 확 돌아본다. 뒤에 있는 바리오까지, 한눈에 바로 들어온다!
“몰랐나 본데, 그쪽에도 가스관이 있지. 그것도, 너희들 바로 발밑에. 내가 그쪽에 힘을 집중하면, 어떻게 될지는 굳이 말을 안 해 줘도 되겠지?”
“뭐, 뭣...?”
자라와 비앙카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하, 너희가 그런다고 해서 지금의 상황을 뒤집거나 할 수 있을 것 같나?”
“오해하지 말라고.”
“오해? 오해는 무슨. 지금 딱 봐도 너희만 살자고 일어서서 도망가려는 거잖아. 안 그래?”
“말을 말지.”
“좋다. 그럼 그다음 생각조차 못 하게 해 주겠다!”
질라니가 의기양양하게 외친다. 그 순간, 미켈이 맡은 것보다 더욱 진한 가스 냄새가, 자라와 비앙카의 코를 짙게 찌르기 시작한다. 마치 그곳이 무슨 천연가스 유전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제 끝이다!”
질라니가 그렇게 일갈하고, 자라와 비앙카는 눈을 꽉 감는다.

“뭐... 뭐야...”
두 사람이 눈을 천천히 뜬다.
아까 그대로, 쇼핑몰이다. 폭발 같은 건 일어나지도 않았다. 여전히 뜨겁기는 하지만.
“아무것도 안 일어난 거야?”
“그래. 그런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자라는 혼란스러운지 머리를 마구 흔든다.
“저 녀석이 뭐라고 저렇게 말했으니, 폭발 같은 게 일어나고, 우리는 지금쯤 저 세상에 가 있거나 어디쯤 뒹굴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그런 건 아닌 것 같아.”
비앙카의 말에 자라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러면? 왜 폭발이 안 일어난 거지?”
“힌트가 하나 있긴 있네.”
“응? 힌트라니...”
비앙카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자라가 보니...
드론 하나가, 광장 한가운데 떠 있다. 누군가를 가만히 응시하고서. 이미 광장 전체를 모두 태워 버릴 것처럼 이글거리던 열기는, 그냥 더운 정도로 약화되었다. 아직 가스 냄새는 짙게 풍겨 오지만. 그러고 보니, 발밑이 살짝 시린 것 같기도 하다.
“야, 저기 한번 봐.”
“응?”
비앙카가 가리키는 곳을 자라가 보니, 질라니가 그 드론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지 않은가. 거기에다가, 두 눈은 어딘가 초점이 없는 듯하다. 여전히 코와 입은 씩씩거리며, 온몸에서는 열기를 내뿜는 듯하지만, 그것뿐. 질라니가 애써 써 보려고 했던 가스도 다 흩어지는 듯하다.
“어느 녀석이, 도대체 무슨 짓을...”
“야야, 저기 봐봐.”
“왜, 자라?”
“드론이 움직이는 데를 따라서 저 녀석도 얼굴을 돌리고 있잖아?”
“어디로 얼굴을...”
“오, 가만가만... 멈췄잖아.”
“응? 멈췄다고?”
자라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 비앙카가 보니, 질라니는 광장 한가운데에 있는 분수대와 화단 쪽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 자기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자꾸 온몸에서 불길을 일으키며 성을 내는 것 같지만, 어쩔 수가 없는 듯하다.
“대체 저기 뭐가 있기에 저러는 거야?”
“난들 알아?”
무엇을 보고 그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질라니는 잔뜩 성을 내며, 다시 아까처럼 바닥을 뜨겁게 한다. 가스 새어나오는 냄새가 점점 더 짙게 나는 건 물론이다.
“어느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다 된 판을 깨 놓고서도 네 녀석이 나한테 그렇게 의기양양하게 나올 수 있을지 보잔 말이다!”
“대체 어딜 보고 저러는 거지?”
“누가 있기는 있는 것 같은데.”
자라와 비앙카가 뭐라고 하든 말든, 질라니는 악에 받쳐서 눈앞에 있는 뭔가를 향해 불을 뿜고 열기를 올린다. 도대체, 그쪽에는 뭐가 있단 말인가?
“야, 야. 저 녀석 뭐가 있길래 저러는 거야?”
어느새, 미켈과 바리오가 일어서서는 자라와 비앙카의 옆에 와 있다.
“아까만 해도 막 우리를 잡아먹을 것처럼 발악하더니...”
하지만, 질라니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느새, 질라니의 초점 없던 눈이 다시 확 빛나기 시작한다. 마치 4% 남은 배터리가 갑자기 100%로 충전된 것처럼 말이다.
“이딴 수작을!”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1-11-05 14:09:03

연옥같은 상황이 그나마 좀 해소되긴 했지만 역시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네요. 게다가 지난 회차에서 우려된 요소가 결국 하나 등장하네요. 가스관. 그게 터져 버리면 정말 그 뒤는 수습이고 뭐고 불가능해지는데...

다행이네요. 뜨겁긴 해도 가스에 불이 붙지 않아서...


질라니에게는 또 무슨 카드가 남은 걸까요.

그냥 고열을 내는 거로도 안되면 일부러 강한 불꽃이라도 내서 강제점화라도 시키는 걸까요?

시어하트어택

2021-11-07 21:42:56

이번 회차는 실제로 몇 번이나 지우고 다시 써 봤습니다. 그만큼 제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더 완성도를 높이고 싶은 욕심도 있었으니까요.


질라니는 조건이 허락한다면 뭐든 할 겁니다. 설령 행성 전체를 태워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요.

SiteOwner

2021-11-21 14:01:41

뜨겁지만 폭발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게 천만다행이군요.

계획이 틀어졌다면 일단 물러나서 재검토라도 해 보는 게 상책입니다. 그런데 질라니는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군요. 그렇게 오기를 부리면 미래는 없습니다.


질라니의 발악도 저걸로 끝날 것 같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1-11-21 19:45:11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 끝은 아니죠... 다른 발악이 남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태양석에 눈이 멀어 버린 질라니가 선택할 다른 선택지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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