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창작물 또는 전재허가를 받은 기존의 작품을 게재할 수 있습니다.
이름 : 저주받은 쉽 비스킷
분류번호 : 17171771
분류 : 식료품(?)
제조연도 : 최초 발견 기록 및 당시의 일반적인 쉽 비스킷의 제조 공정을 고려하여 1770년 ~ 1778년 사이로 추정
최초 발견 : 영국 왕립 해군 소속의 전열함 HMS 빅토리의 취역(1778년)과 동시에 식사용으로 보급되었음이 빅토리의 선내 기록에 남아있고, 이것이 찾아볼 수 있었던 이 물체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설명
대항해시대 선원들의 영원한 동반자로 알려진 쉽 비스킷. 주 성분은 밀가루와 소금으로 이루어져 있고 소량의 곡물이 첨가되어 있음을 미루어 보아 일반적인 수병 배식용 보다는 함장이나 동승한 제독같은 고급 인력의 식사를 위해 제조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인 쉽 비스킷과 비슷한 규격에 표면에는 제조연도로 추정되는 18세기 당시의 영국 왕립 해군성의 문장이 찍혀 있는 것이 특징으로 그 외에는 일반적인 쉽 비스킷과 상동이지만, 표면에는 배식 및 보관 중에 발생 할 수 있는 어떠한 외부적 손상 등이 일체 존재하지 않고 제작할 당시의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일반적인 쉽 비스킷은 수분을 극단적으로 줄여 극단적인 보존성을 추구한 특성상 그 강도는 웬만한 석재에 필적하여 당시로도 도끼 등을 사용해 부수거나 염장 고기와 끓여서 섭취하였다고 기록에 남아있지만 이것은 그런 행동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외부적인 손상이 일체 존재하지 않아 정말로 배식에 사용된건지 의문이 나돌기도 한다. 그러나 일단 빅토리 호의 기록에서 분명히 배식되었고, '도저히 식용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려 버릴 수 밖에 없었다'는 기록이 존재함을 보아 일단 빅토리 호의 배식에 사용된건 사실로 밝혀졌다. 빅토리 호 이외의 다른 선박은 주로 난파선의 전리품이라는 경로로 입수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행적
1778년 영국 해군 소속의 1급 전열함 HMS 빅토리 호의 취역과 동시에 고위 간부용으로 보급되었다고 기록된 장부가 이 물체에 대한 최초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이 쉽 비스킷은 둔기로 내려치는 등의 충격을 주어도 흠집 하나 나지 않는 강도를 지녀서 도저히 식용으로 사용되기엔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고 바다에 버려졌다는 것이 빅토리 호에서 작성된 이 쉽 비스킷에 대한 마지막 기록이다.
그러나 이후 각국 해군의 선내 일지에서 '18세기 영국 왕립 해군성의 문장이 찍혀있고, 어떠한 물리적 충격으로도 손상되지 않는 괴상한 쉽 비스킷'에 대한 기록이 다량 존재한다는게 밝혀졌고 이들 기록을 교차검증한 결과 이 쉽 비스킷은 HMS 빅토리를 시작으로 최소한 17척의 선박에 선적 및 보급되었고 조사에 의해 선적된 대부분의 배가 사고에 의한 난파 및 전복, 적함과의 전투에 의한 격침 등의 운명을 맞이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HMS 빅토리에 식량으로 보급되었다는 물건이 어째서 각국 해군을 떠돌아다니며 선적되었는지에 대해선 관련된 기록 등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남아있는 기록을 보아 마지막으로 출항을 앞둔 무역선 메리 셀러스트 호에 적재되었고, 출항 한달 후인 1872년 12월 4일에 메리 셀러스트 호가 난파된 유령선으로 발견되었을때 증거품 중 하나로 입수되었지만, 입수되었다는 기록만이 남아있을 뿐 갑작스레 종적을 감추었다.
종적을 감춘 쉽 비스킷은 19세기 최후의 발견 시점인 메리 셀레스트 호로부터 수십년이 지난 1942년, 일본 해군의 어느 수병이 19세기에 건조된 네덜란드 해군 소속으로 추정되는 난파선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입수하였다는 기록과 함께 갑자기 다시 나타났다. 해당 승조원은 다음해인 1943년 4월 초에 나가토급 전함 2번함 전함 무츠에 배속 받았다고 기록 되었고 본인의 수병 일지에도 전리품이자 부적 삼아 가져왔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2개월 뒤인 6월 8일에 무츠가 원인 불명의 주포 탄약고 화재에 의한 유폭으로 폭침하는 대형사고가 벌어지고, 사고 수습의 혼란과 뒤섞이며 다시금 종적이 불분명해졌다.
마지막으로 기록된 쉽 비스킷의 행방은 1944년 말, 일본 해군의 카게로급 구축함 8번함 유키카제의 수병 일지에서였다. 입수 시기는 명확히 적혀있지 않았지만, 재가 조금 묻어 있었다는 묘사가 있어 정황상 전함 무츠의 폭발 사고 이후로 추정되며, 얼마 뒤 우연히 동승해 있던 친구인 시라츠유급 구축함 2번함 시구레의 승조원에게 전달하였다는 것이 해당 수병의 일지에 남아 있었다. 그 후 해당 승조원과 함께 시구레로 옮겨진 쉽 비스킷은 시구레가 1945년 1월 25일 수송선단의 호위 임무 중 미군 잠수함 블랙핀에 의해 격침되는 과정에서 같이 수장된 것으로 여겨지며, 유키카제의 수병에게서 건내받았던 시구레의 승조원도 아군에게 구조된 후 그런 내용의 일지를 남겼기 때문에 HMS 빅토리 호를 시작으로 최소한 17척에서 최대 20여척 가량의 선박을 거치며 저주를 내리던 이 쉽 비스킷은 결국 시구레와 함께 최후를 맞이한 것으로 여겨진다.
일설에 의하면 이 쉽 비스킷이 해당 선박들을 격침시키게 한 원흉이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시하기도 하였지만, 그 배들은 모두 그럴 운명이었고 거기에 우연히 해당 쉽 비스킷이 같이 있었을 뿐이라고 여겨져 묵살되었다. 하지만 어째서 그 배들마다 18세기 영국 왕립 해군성의 문장이 찍힌 쉽 비스킷이 발견되었는가에 대해선 아직까지 명확하게 설명 할 수 없고, 연도까지 매우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아직도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또한 해당 선박들이 난파나 전복되는 과정에서 선내 기록이 다량 유실되었다던가 화재로 소실된 탓도 있고, 세월이 흐르면서 기록이 자연 소실된 경우도 많아 입수 및 참조한 자료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특히 개중에는 상술한 전함 무츠나 구축함 시구레 처럼 전투에 의해 격침되거나 유폭 등으로 배 전체가 파괴된 경우도 상당수 존재하여 기록을 보존할 수 없었던 경우도 많았다.
2009년의 비 오는 어느 겨울 날, 자그마한 체구에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할아버지가 어디선가 손에 넣어 대대로 물려주었고, 어떤 물건인지 궁금해서 검증을 부탁하러 온 물건이라며 자그마한 나무 상자 하나를 가져왔다. 상자에는 종이봉투로 포장된 물체가 들어있었고 소녀의 동의를 얻어 봉투를 열어본 결과 표면에 흐릿한 문장이 찍힌 직사각형의 무언가가 나왔다. 물건을 확인 한 후, 소녀에게 정보를 아는 대로 통보한다고 하며 돌려보내고 세부 조사를 시작한 결과 찍혀진 흐릿한 문장은 18세기의 영국 왕립 해군성의 문장으로 밝혀졌고, 물체의 정체는 쉽 비스킷이었다.
예전에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며 나온 짤막한 괴담 이야기에 적당히 살을 덧붙여 만든 쉽비스킷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등장하는 선박의 이름 및 최후는 전부 역사에 기록된 실제 함생이며, 이러한 괴담이 다 그렇듯 이 쉽 비스킷이 거쳐간 배마다 괴이한 최후를 맞이하였다는게 포인트인 글이었죠. 호레이쇼 넬슨 제독의 기함으로도 유명한 HMS 빅토리 호나 일본 해군의 불침함 유키카제는 실제 역사에서도 침몰되지 않았기에 잠깐 거쳐갔다는 이유로 저주 대상에서도 벗어난 걸로 설정했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유령선 전설인 메리 셀러스트 호나 원인 불명의 폭침 사고가 발생한 전함 무츠 등의 경우에는 일정 기간 이상 소지하고 있었기에 저주의 대상이 되었다고 설정했네요.
처음에는 RMS 타이타닉도 저주의 대상으로 넣을 생각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때 당시엔 최고급의 상징이던 초호화 여객선이니만큼 선원이든 승객이든 품위없이 쉽 비스킷을 먹을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도 들고 억지로 엮을 구실도 생각나지 않아서 뺐네요. 2000년대 초중반까지 유행하던 미스터리나 괴담 이야기를 좋아했기도 하고 해서 즉흥적으로 떠오른 이야기에 살을 붙이다보니 꽤 재밌는 이야기가 지어져서 개인적으론 좋아하는 글이네요.
분류번호라고 달려있는 숫자는 글을 쓰던 시기에 즐겨듣던 자우림의 "17171771" 이라는 노래. 제목의 의미는 삐삐 통신으로 "I LUV U" 라는 의미라는듯 하네요. 마지막 문단은 이러한 미스터리한 사물이나 도구에 대한 의뢰를 받아 해결하는 일종의 괴담 해결 사무소 같은 느낌의 인물들이 의뢰로 접수받았다는 설정이고, 마지막에 결국 되돌아왔다는 암시를 내며 끝나는게 전개가 쓰고싶었네요.
개인적으로는 소재 자체는 다소 으시시하지만 쓰는 내내 유쾌하고 즐거운 이야기였어요.
東京タワーコレクタ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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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21-11-11 12:12:53
이게 무슨 괴담인 것인지 반신반의하며 읽다가 갑자기 섬찟해서 몸과 마음에 한기가 싹 들고 있다는 걸 알아버렸네요.
쉽비스킷의 역습인 걸까요. 사람이 먹는 용도로 만든 쉽비스킷이 도리어 배와 사람을 먹어치우는. 그리고 20세기 전반에 그렇게 홀연히 사라졌던 쉽비스킷이 21세기가 되어서 나타났다는 것도 꽤나 무섭게 느껴지고 있어요. 죠죠의 기묘한 모험에서 거의 한 세기만에 재등장한 디오가 연상되기도 하면서...
그러고 보니 이게 생각나기도 했어요.
서양에서는 죽은 영웅의 신체 일부를 가지는 게 뭔가 영험이 있다고 여기는 게 있는 것인지 이것에 관한 끔찍한 일도 보고되고는 해요. 모발같이 쉽게 변질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두개골이나 성기 같은 것도 어떻게든지 입수하여 소장하는 사람도 있다고. 게다가 일본에서는 유골함을 집안에 모셔두기도 하고. 그래서 저렇게 HMS 빅토리의 쉽비스킷이 여러 배를 거친 것도 전연 없지만은 않을 거로 보여요.흥미롭게 잘 읽었어요.
그리고 간만에 마키님의 소설을 읽게 되어 영광이예요.
마키
2021-11-12 00:17:21
단순히 잡담하다 나온 몇줄의 대화에 살을 붙여보니 2000년 초반에 유행하다 멸종된 정체불명, 행적불명, 종적불명의 괴담 스타일을 가진 이야기가 나와서 개인적으로는 꽤 만족하는 글이네요. 예의 메리 셀러스트 호 부터가 원인 불명의 미제사건으로 수많은 괴담의 소재가 되었고, 어릴때부터 괴담 사이트를 전전하며 버뮤다 삼각지대(단순히 통행량이 많아서 사고도 빈번하다는게 정설)나 바베이도스의 움직이는 관(현재는 단순히 구전으로 부풀려진 가공의 이야기라는게 정설) 같은 이야기들을 특히 좋아했었거든요.
그러고보니 기독교의 성유물 중에서도 예수의 것 다음으로 특히 귀하게 대접받는게 성인의 유해라는 이야기를 듣긴 했네요. 덕분에 예로부터 성인의 유해나 성유물이라 주장하는 자작극이 빈번하게 벌어졌다고도 하구요.
SiteOwner
2021-11-22 19:59:20
쉽비스킷...이게 이렇게 섬뜩한 괴담의 소재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오늘 기온이 전반적으로 낮았다 보니 특히 더욱 그런 것일까요. 섬뜩해지는 것은 물론 쉽비스킷의 축소판인 건빵도 꺼려지는 기분도 나고 그렇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특히 미스터리한 유령선으로 악명을 떨치는 그 메리 셀러스트와 엮인 것에서 특히 감탄이 나왔고, 21세기가 되어 뜬금없이 소녀가 갖고 온 나무상자 안에 든 것으로 재등장한 것에 전율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여러 손을 거치며 불행을 몰고 오는 게 같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고대사에서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말기에 변화라는 사람이 발견한 옥돌인 화씨지벽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옥돌은 옥새 제작의 재료가 되어 이후 진, 전한, 후한에 걸쳐 쓰였다고 전해지고 삼국지연의에도 행방이 묘연해졌다가 낙양의 우물 속 궁녀의 시신에서 나와서 군웅들의 분열의 씨앗이 되는 아이템으로 등장합니다. 게다가 현대사에서는 호프 다이아몬드(Hope Diamond)라는 푸른빛의 다이아몬드도 있습니다. 이것 또한 참 흥미로운 물건이지요. 인도에서 채굴되어 가공된 이 푸른 다이아몬드가 기록상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1666년인데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가 구매했다 도난 후 1839년에 영국 런던의 보석상에서 재등장한 이후 역대 소유자들을 불행에 빠트렸다고도 합니다. 현재는 1958년 이래로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지만요.
그나마 화씨지벽이나 호프 다이아몬드는 보석이지만, 식품으로서 만들어진 쉽비스킷이 그런 역할을 하다니, 역시 이야기도 이렇게 진화하는 것인가 봅니다.
마키
2021-11-24 23:56:29
애니메이션 같은 매체였다면 "데뎅~!" 이나 "두둥~!" 하는 효과음과 함께 번개치는 효과가 곁들여질듯한 복선(?)이죠.
개인적으로도 기어이 되돌아왔음을 암시하는 마지막 한 줄이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네요.
괴담 중에도 일명 방사능 보석이라고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광석으로 만든 목걸이를 착용한 이들이 차례차례 병들어 죽어가는 이야기가 있고, 브라질 고이아니아에서는 방치된 방사선 치료 기기에 잠들어있던 한 줌의 염화세슘이 고이아니아 전체를 발칵 뒤집어놓은 5등급 방사능 오염 사고를 일으키기도 하였죠.?
어디까지나 그럴지도 모르지 수준의 괴담으로 생각하고 쓴 글이지만 현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없진 않기 때문에 더 섬뜩하게 느껴지실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