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부터 휴가라서 목요일에 인수인계할 거 다 해주고 나니까, 퇴근시간에서 대충 1시간은 더 늦었더라고요.
회사에는 저밖에 안 남았고요. 그래서 슬슬 퇴근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팀장님에게서 부탁이 오더라고요. (그 팀장님도 퇴근했는데, 사장님께서 갑자기 지시를 하셔서 저한테 부탁할 수 밖에 없었죠. 후술할 이유가 더 컸지만요.)
사장님이 몇년전에 진행한 프로젝트에 대해서 도면자료를 찾아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거에 대해 알만한 사람이 저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맞는 말인게, 그 팀장님은 해당 프로젝트 이후에 들어오셨고, 해당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던 당시 개발실 인원 중에는 이젠 저 밖에 남은 사람이 없거든요. 게다가 저는 금요일부터 휴가니까 오늘 당장 찾아줘야 하는 상황.
그래서 "네 알겠습니다" 했죠.
문제점은 제가 그 프로젝트에 대해서 알고 있는게 별로 없다는 점.
그리고 그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 어찌된 일인지 도면자료를 본 적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거 안 나올거 같은데" "역시 안 보이잖아" 하다가, 혹시 싶어서 제 개인 컴퓨터를 찾아보았습니다.
놀랍게도 저한테 있더라고요. 근데 그 도면이 있던 위치를 보고는 빵 터졌어요.
1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제가 개인 컴퓨터를 정리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어요.
그냥 바탕화면에 너저분하게 널린 파일들을 대충 "몆월까지의 자료다" 하고 몰아넣는게 전부이긴 했지만요.
그러다가 휴지통을 봤는데, 뭔가 엄청 많이 있더라고요.
확 비워버릴까 했는데, 혹시 안에 중요한 자료가 있을까봐 (제 전임자가 쓰던 컴퓨터고, 아마도 그 전임자의 전임자의... 전임자가 쓰던 컴퓨터일 수도 있을 거 같기도 하고요) 따로 폴더를 만들어서 거기에 옮겨놨어요.
그 폴더에는 "휴지통에서 끄집어낸 자료" 같은 이름을 달아두었고요.
그리고 제가 찾던 도면은 "휴지통에서 끄집어낸 자료" 폴더에 있었어요.
1달 전에 휴지통을 비웠더라면 끝내 찾을 수 없었을 자료를, 그 날에 한 선택 하나로 찾아낸 거에요.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덕분에 기분 좋게 퇴근하고 휴가를 보낼 수 있게 되었어요.
저는 대왕고래입니다. 대왕고래는 거대한 몸으로 5대양을 자유롭게 헤엄칩니다.
대왕고래는 그 어떤 생물과 견주어도 거대하다고 합니다.
목록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
2024-09-06 | 168 | |
공지 |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
2024-03-28 | 172 | |
공지 |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
2024-03-05 | 189 | |
공지 |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10 |
2023-12-30 | 360 | |
공지 |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612 |
2020-02-20 | 3863 | |
공지 |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2
|
2018-07-02 | 1001 | |
공지 |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2 |
2013-08-14 | 5973 | |
공지 |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
2013-07-08 | 6594 | |
공지 |
오류보고 접수창구107 |
2013-02-25 | 12088 | |
5896 |
꼰대와 음모론, 그 의외의 접점
|
2024-11-24 | 2 | |
5895 |
오늘부터는 여행중입니다1
|
2024-11-21 | 13 | |
5894 |
멕시코 대통령의 정기항공편 이용은 바람직하기만 할까
|
2024-11-20 | 17 | |
5893 |
10세 아동에게 과실 100%가 나온 교통사고 사례
|
2024-11-19 | 20 | |
5892 |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1
|
2024-11-18 | 45 | |
5891 |
근황 정리 및 기타.4
|
2024-11-17 | 63 | |
5890 |
그럴듯하면서도 함의가 묘한 최근의 이슈
|
2024-11-16 | 25 | |
5889 |
이것이 마요나카 철도 사무국의 진심입니다!4
|
2024-11-15 | 61 | |
5888 |
홍차도(紅茶道)2
|
2024-11-14 | 32 | |
5887 |
예금자보호한도는 이번에 올라갈 것인가
|
2024-11-13 | 28 | |
5886 |
마약문제 해결에 대한 폴리포닉 월드의 대안
|
2024-11-12 | 38 | |
5885 |
이번 분기의 애니는 "가족" 에 방점을 두는 게 많네요
|
2024-11-11 | 39 | |
5884 |
방위산업 악마화의 딜레마 하나.
|
2024-11-10 | 42 | |
5883 |
"N" 의 안일함이 만들어낸 생각없는 용어들
|
2024-11-09 | 43 | |
5882 |
트럼프 당선 & 수능과 교육 이야기4
|
2024-11-08 | 107 | |
5881 |
있는 법 구부리기4
|
2024-11-06 | 70 | |
5880 |
고토 히토리의 탄식2
|
2024-11-05 | 47 | |
5879 |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로 가는 건 일단 맞게 보이네요3
|
2024-11-04 | 52 | |
5878 |
중국의 비자면제 조치가 도움이 될지?5
|
2024-11-03 | 82 | |
5877 |
아팠던 달이 돌아와서 그런 것인지...2
|
2024-11-02 | 52 |
2 댓글
마드리갈
2021-11-12 17:27:17
진짜 현명한 선택이었어요. 그리고 그 선택이 위기를 구하는 데에 결정적으로 활약할 수 있었고.
정말 잘하셨어요. 그리고 대왕고래님은 마땅히 칭찬받아야겠죠.
그리고 그렇게 기분좋게 업무를 마무리하고 이제 휴가를 보내시는군요. 좋아요. 성공적인 일처리 후의 휴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 틀림없어요.
글을 읽는 저 또한 기분이 좋아지고 있어요.
SiteOwner
2021-11-13 15:07:52
정말 다행입니다. 이것이 신의 한 수였군요.
대왕고래님께서 이전자료를 백업해 두신 것은 요즘의 컴퓨터 운영환경을 생각하면 정말 현명합니다.
과거의 컴퓨터의 스토리지는 하드디스크가 주류였다 보니 어떻게 데이터 복원툴을 돌리면 회수가 가능했는데 요즘은 SSD화가 상당히 많이 진전되었다 보니 그것도 여의치가 않고 일단 버리면 그냥 그것으로 끝나 버리지요.
지금 즐기시는 휴일이 그 어느 때보다도 안락하리라 믿습니다.
좋은 근황을 전해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