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는 망고주스를 싫어했어요.
뭔가 알러지가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끝맛이 뭔가, 사람이 먹어서는 안 될법한 맛이 났거든요.
그대로 뱉어버리고 울어버렸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끝맛이 이상하긴 한데 그래도 먹을만하다 싶어요.
어릴 적에는 또 순대를 싫어했어요.
잘 생각해보니까 순대 간이었나 허파였나 그걸 먹고는 또 엉엉 울었네요.
대학원 다닐 때 한살 어린 동기가 "형, 같이 순대 먹어요" 하길래, '한번 시도해볼까?' 해서 먹었는데 맛있더라고요.
여전히 허파는 못 먹지만, 간은 먹을 수 있어요. 퍽퍽하지만요.
탄산수는 처음 나올때부터 싫어했어요.
이건 무슨 밋밋한 게, 물에 탄산만 넣어두니까 무슨 맛으로 이걸 먹지? 싶더라고요.
대학원 때 딱 한번 입에 대고는 한동안 안 마셨어요.
그러다가 이번에 고향 내려갈 때, 어머니가 탄산수를 마시고 계시길래 한모금 얻어마셔 봤어요.
"이걸 무슨 맛으로 먹지?" 싶긴 했는데 이상하게 그 다음부터는 탄산수가 그닥 나쁘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애초에 탄산음료에서 당 성분이나 첨가물만 뺐다고 생각하면, 나쁘게 생각할 이유가 없었죠.
그래서 어제도 탄산수 마시고, 지금도 밥 먹으면서 탄산수 마시고 있네요.
나이 먹으면서, 시간 지나면서, 이런 것도 달라지는구나 싶어요.
저는 대왕고래입니다. 대왕고래는 거대한 몸으로 5대양을 자유롭게 헤엄칩니다.
대왕고래는 그 어떤 생물과 견주어도 거대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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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갈
2021-11-18 20:43:40
확실히, 나이가 들면서 달라지는 게 있긴 해요. 미각도 그 중의 하나.
저는 내장요리를 상당히 싫어하는 편이었죠. 대왕고래님처럼 순대와 같이 판매되는 내장을 먹지 못했어요. 지금은 먹을 수는 있지만 그리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순대를 먹는 기회 자체가 많지 않으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일본식 내장탕인 모츠나베(もつ鍋)를 먹어보고 나서는 확실히 달라졌어요.
전 대왕고래님과는 반대로, 탄산수는 잘 못 마시겠어요.
어릴 때에도 탄산음료는 썩 좋아하지 않아서 그다지 가까이 하지는 않았는데 그것조차도 빈도가 크게 줄었어요. 게다가 탄산수는 더욱 장벽이 컸어요. 그나마 찰 때는 좀 낫지만, 차지 않은 것은 물이 아닌 다른 것을 마신다는 감각...
대왕고래
2021-11-18 20:50:24
모츠나베는 먹어본 적 없네요. 내장탕 자체를 먹어본 적 없고, 사실 다른 내장요리를 먹어볼 생각은 안 들지만... 아마 지금 먹으면 또 느낌이 다를지 모르겠어요.
탄산음료는 동생도 싫어하더라고요. 반대로 저는 탄산음료 좋아하는 편이라서 음료수 고를때마다 약간 갈등이 있죠.
마키
2021-11-18 20:56:56
저는 어릴때나 지금이나 떡볶이를 그렇게 안 좋아하는데 요즘은 간간히 끌릴때가 있더라구요.
대왕고래
2021-11-18 21:00:17
저도 떡볶이는 잘 안 좋아했어요. 일단 매운걸 싫어했어요. (사실 지금도 그래요.)
동생이 떡볶이를 좋아하다보니 같이 먹다보니까 그럭저럭 익숙해졌어요. 그래도 매운건 못 먹겠네요.
카멜
2021-11-18 23:39:16
예전엔 못먹던 술을 아주 잘 먹게 되었습니다마드리갈
2021-11-19 00:03:18
운영진으로서 말씀드릴께요.
취소선 사용에 대해서는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남용하지 않게 주의해 주세요.
또한, 문장부호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써 주시길 부탁드려요.
Lester
2021-11-19 08:30:44
망고주스와 순대는 예나 지금이나 부담감 없이 먹는 편인데, 탄산수는 아직도 별로입니다. 후술하듯이 자극적인 걸 좋아하는 타입이라 그런지도...
저도 매운 건 별로 못 먹는 편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짬뽕은 짜장면보다 자주 찾게 되고 신라면(생라면, 물론 건강에 안 좋습니다)도 자주 먹게 되더군요. 자극적인 걸 자주 찾게 된 걸 보니 이래저래 어딘가 안 좋은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생라면은 반박할 수 없는 정크푸드입니다만;;;
아, 그리고 카멜님 말씀대로 술도 좀 늘었네요. 집에서 혼자 소주 1병도 나눠서 마시고...
SiteOwner
2021-12-02 20:33:54
망고쥬스는 저도 잘 못 마십니다. 뒷맛이 뭔가 화공약품 냄새같은데다 이상하게 포만감이 꽤 크다 보니 거부감이 듭니다. 그래서 기피했습니다. 지금도 그렇긴 한데 예전보다는 그런 감각이 덜해진 것 같습니다.
순대는 예전에는 그나마 좀 잘 먹었긴 한데 요즘은 좀 그렇습니다. 장기투병 이전에 있었던 모종의 사건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겨서 피하는 중입니다. 이건 망고쥬스의 건과는 반대로 저항감이 오히려 커져버린 경우입니다.
확실히 나이가 들면서 미각도 달라집니다. 보통은 둔해지고 쓴맛이나 떫은 맛에 익숙해진다고 하는데...
그런데 저는 장기투병 이전보다 미각이 보다 예민해져 있습니다. 젊어진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