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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8화 - 만화카페(2)

시어하트어택, 2022-08-15 19:53:11

조회 수
111

지온은 순간 뜨끔한다. 설마 눈앞에 있는 이 녀석, 지온이 케인을 좋아한다는 것도 아는 것인가, 만약 거기까지라고 한다면 굉장히 소름이 돋을 것이다. 거기에다가, 혹시 지온의 다른 인적사항을 대기라도 한다면, 이건 좀 다른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거기 보면 빌런 중에 ‘레온’이라고 있지?”
“레온...?”
토니가 하는 말은 얼핏 뜬금없이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레온이라는 이름을 들으니 지온도 생각난다. 1부의 주요 빌런 중에 하나였다. 작중에 나오는 빌런들 중에는 흔치 않은, 자신의 힘보다도 책략과 이간질 등을 활용한,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그 결과로 도시를 온통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고, 케인을 비롯한 일행과 대치하는 상황인데도 모르쇠로 일관해서 보는 지온도 크게 이를 갈았던, 그 빌런이다.
“나는 네가 레온같은 행동을 하는 게 아니기를 바라. 그런데, 네 지금 모습이 그 녀석과 겹쳐 보이는 건... 단순히 우연인 것만은 아니겠지?”
“야,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정말로 기억에 없다고. 그리고 나는 그 레온같이 행동할 능력도 없고, 그런 수고를 들일 힘도 없어.”
지온이 그렇게 말하자, 토니도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나는 오늘 동아리 안 가도 좋으니까, 네가 나를 좀 확실히 알았으면 좋겠는데. 너 스스로.”
“그게 무슨 말이야? 너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제발 내게 좀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해서 그래!”
토니가 마치 속에 담아 둔 걸 터뜨리듯 큰 소리로 말한다.
“좀 네 머릿속에 있는 기억을 짜내 달란 말이야!”

한편 그 시간, 카페 거리와 주택가의 가운데쯤에 있는 길거리.
“야, 그러니까 우리가 그 형들을 찾으러 가야 한다는 거야?”
유가 옆에서 나란히 걷던 민에게 말한다.
“자기들이 어디 딴 길로 새 버린 걸 왜 너보고 찾으라고 하냐고.”
“윤진이 형이 그런 거 아니라잖아. 분명히 온다고 했는데 연락이 갑자기 끊겨 버린 거라고.”
민이 유를 돌아보며 말한다.
“그리고 내가 너 괜히 데려간 거 아니야.”
“그럼, 왜?”
“나한테 장난이나 치지 말고, 이런 좋은 데에다가 네 능력을 쓰라고. 너 같이 전기 능력은 아무나 있는 게 아니라니까?”
“......”
“혹시, 네 형도 네가 초능력 생겼다는 거 알아?”
“하야토 형 말이지? 아니, 아직.”
유가 조금은 자신이 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런데 금방 또 알게 되겠지. 형이 그런 거 안다고 또 싫어하거나 할 것도 아니고.”

그렇게 어느 정도 걸었을 때.
“어, 저기 저 형들 아니야?”
민이 유가 가리킨 쪽을 돌아보자...
있다. 지온과 토니가 서로 마주보고서 가만히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장면이 들어온다. 그걸 보자마자 민은 대뜸 지온과 토니에게 큰 소리로 말한다.
“다들 거기서 뭐 해!”
“어... 어?”
둘 다 민을 돌아본다. 하지만 반응은 조금씩 다른데, 지온은 반갑게 돌아본 반면 토니는 귀찮다는 표정, 또는 방해하지 말라는 듯한 표정이다.
“윤진이 형이 찾고 있는데, 거기서 뭐 하냐고.”
“우리끼리의 일이야. 네가 끼어들 일이 아니라고.”
토니는 민에게 얼른 가 보라는 듯 손짓까지 한다.
“악감정이 있다거나 해서 그런 건 아니니까, 가 봐. 우리끼리 해결할게.”
하지만 민이 보니, 지온의 눈빛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자신이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민도 유도 바로 읽을 수 있다. 거기에다가 토니의 능력은 민도 잘 알고 있다. 지금 지온이 투명한 벽에 갇힌 듯한 행동을 하는 게 바로 보인다.
“얼른 오라니까. 안 오면 억지로라도 데려간다.”
이번에는 유가 입을 연다.
“다들 기다리는데 자꾸 여기서 있겠다고 하면...”
“하, 좀 우리끼리의 일인데, 가만히 좀 놔두면 안 되냐?”
이윽고 토니는 짜증 섞인 반응까지 보인다. 마치 자신을 방해하는 사람들은 누구든지 그 투명한 방 안에 가두어 버리겠다는 듯한 표정을 보인다. 그리고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민이 유에게 눈빛을 보낸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뭔가 빛이 번쩍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그때.
“어... 어엇?”
지온과 토니 둘 다, 그 자리에서 넘어져 버린다. 팔다리는 움직일 수가 없는데, 마치 쥐가 나기라도 한 것처럼, 손가락과 발가락이 저린다. 거기에다가, 전류 같은 것이 몸 주위에 흐르는 게 보이기까지 한다.
“아니, 뭘 어떻게 한 거야...”
갑자기 자리에 풀썩 쓰러진 토니가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듯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 그때, 지온은 알 것 같다.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지온의 바로 눈앞에 보이는 건 민과, 그 바로 옆의, 유다.
“야, 설마... 네가 한 거냐?”
지온의 말에 민은 바로 고개를 흔들더니, 옆에 있는 유를 가리킨다.
“뭐야... 너는 그럼 왜 왔어, 여기 얘가 다 할 거면?”
“그럴 말할 시간이 없어. 윤진이 형이 형들 빨리 오라고 했거든.”
그렇게 말하면서, 민은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는 지온과 토니를 어렵지 않게 땅바닥에서 띄운다. 지온과 토니는 전기에 감전된 것 때문에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면서도 이리저리 뭔가 해 보려고 하지만, 소용없다. 민이 가라는 대로 둘은 둥둥 떠서 만화카페로 향하고, 민이 지온과 토니가 들으라는 듯 말한다.
“이제 이건 내가 한 거지.”

그리고 약 5분쯤 뒤.
만화카페 토키와의 정문이 열리고, 민과 유가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들어오는 건 지온과 토니. 둘 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왔구나.”
한쪽에서 만화를 보고 있던 윤진이 지온과 토니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한다. 지온이 살짝 표정을 보니 잃어버린 동생들을 찾은 형 같아 보이기도 한다.
“기다렸잖아, 너희들.”
“네... 네.”
지온과 토니는 모두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한다.
“다들 너희 기다리느라 얼마나 걱정했다고. 다들 뭘 하느라 이렇게 늦었던 거야?”
평소와 달리 윤진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마치 화장을 지운 듯 싹 사라졌고, 치켜뜬 두 눈만 보면 윤진이 아닌 다른 사람이 서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저... 저, 형, 그건,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냐면 말이죠...”
토니가 막 떨면서 변명하려고 하자, 윤진은 앞에 있는 테이블을 탁 친다.
“요점만 말해, 요점만!”
“그러니까...”
토니는 윤진이 그렇게 말했음에도, 여전히 벌벌 떨면서 변명만 할 궁리를 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지온이 ‘과연 저 녀석이 조금 전까지 나를 서 있는 자리에서 못 벗어나게 하던 녀석인가’ 하고 의심할 정도로, 아까의 그 기세는 온데간데없다.
“그러니까...”
토니가 여전히 벌벌 떨며 아무 말도 못 하자, 보다 못한 지온이 가로챈다.
“자기를 좀 알아봐 주고 관심도 가져 줬으면 하더라고요. 그러면 말해 줄 것이지, 스핑크스처럼 수수께끼는 왜 내는데.”
지온의 그 말을 들은 윤진은 ‘하’ 하고 한숨을 깊게 내쉰다. 이마에는 손을 짚었고, 눈은 지그시 토니를 보고 있는데, 흡사 어제 나디아를 바라보던 그 표정 같기도 하다.
“토니.”
윤진이 무겁게 입을 연다.
“내가... 처음에 만났을 때 뭐라고 했더라?”
“어... 그러니까요...”
토니는 한숨을 푹 쉬며 말을 잇지 못한다. 거기에다가, 눈도 똑바로 못 마주친다. 고개도 어느새 푹 떨구었다. 윤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 그렇게 변명하잖아.”
“......”
“조금 있다가, 같이 이야기하자. 알았지?”
지온도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지금 뭘 했다가는 분위기를 망칠 것 같아, 윤진의 말에 따르기로 한다.

한편, 자리에 가서 앉은 민은 오면서 서가에서 하나 집어든 만화책을 펴 본다. 표지에는 키가 큰 미청년이 한 명 담벼락에 서 있다. 딱 봐도,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더욱 좋아할 만한 표지다. 거기에다가, 뒤에서 또다른 남자 한 명이 은근히 노려보는 것 같은 구도는 덤이다.
“<내 최애의 최애>... 작가는... 포1치?”
그렇게 중얼거리고서 책장을 몇 장 넘기는데...
“에, 이게 뭐야. 내 타입이 전혀 아니네.”
첫 장을 펴자마자 나오는 건 남자 아이돌 그룹의 공연 장면. 그리고 다음 몇 장을 넘겨 보니 대기실에서 아이돌 멤버들이 잡담하는 장면이 나온다. 싫어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민의 취향은 아닌 듯하다. 잠시 주위를 한번 둘러본다. 유도 보이고, 리카도 보인다. 그런데 둘 다 이런 걸 좋아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던 중, 민의 눈에 누군가가 들어온다.
“어...”
찾았다. 이 만화를 좋아할 만한 누군가를. 혼자 한쪽의 소파에 앉아서 안경을 낀 눈을 빛내며 열심히 홀로그램 화면을 훑어가면서 때때로 옆에 있는 노트에다가 뭔가를 적고 있는, 여기저기 꼬아진 머리를 한 여학생 말이다.
“아이란 누나?”
“응? 너 웬일이냐?”
아이란이라고 불린 그 여학생이, 민이 오는 걸 알아채고는 고개를 돌리며 말한다.
“나한테 이런 걸 다 주고.”
“좋아할 것 같아서 가져왔는데.”
그 만화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아이란의 눈이 확 밝아지는 게 눈에 저절로 보인다.
“오, 이런 걸 어떻게 뽑은 거야?”
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다른 데만 본다.
“뭐, 알겠어. 마침 연성거리가 부족하던 참에 이런 걸 가져와 줬으니 사례를 해야겠지.”
그렇게 말하고는 아이란은 민에게서 그 <내 최애의 최애>라는 만화책을 넘겨받는다. 그리고 페이지를 몇 장 넘기자, 아이란의 시선은 딱 멈춰 선다.
“오, 오옷!”
다름 아닌, 아이란이 그렇게 원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까 민이 살짝 봤던, 작중의 보이그룹 ‘레이즈 원’의 멤버 ‘선우’와 ‘DK’가 잡담하는 그 장면이다.
“이거... 이거 완전 스토리 하나 나오겠는데?”
아이란이 알기로는, 여태까지는 선우와 DK를 엮는 2차 창작물은 별로 나온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마침, 여기에 써먹기 딱 좋은 소재가 보인다. 최초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란이 2차 창작으로 명성을 얻을 만한 소재를 발견한 것이다.
“좋았어... 이걸로 나도 팔로워 수를 늘릴 수 있겠어!”
아이란의 눈이 빛난다. 마치 땅 속에 깊이 묻혀 있던 보물을 찾아낸 보물 사냥꾼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그래, 한 번 더 찾아보자고. 소재가 얼마나 나오려나?”
하지만... 아이란의 그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페이지를 몇 장 넘겼는데, 아이란이 원하던 아이돌 멤버들끼리의 대화 장면이라든가 공연 장면 같은 건 나오지 않고 웬 날개와 뿔 달린 말들이 뛰노는 동산이 나온다.
“어? 이게 뭐야...”
아이란은 곧바로 가까이 앉아 있는 민을 돌아보고 큰 목소리로 말한다.
“야! 이거 어떻게 된 거야. 나한테 왜 이런 이상한 책을 줘!”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SiteOwner

2022-08-15 23:38:39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그리고 기억을 짜내 달라...

정말 막무가내이군요. 읽다가 눈 주변에 힘이 들어가는 게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민의 염동력이 발휘되는 게 천만다행인 것 같습니다. 저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답이 없을 것이니...

역시 윤진은 리더로서 잘 처신하는군요. 저렇게 변명만 늘어놓는 사람은 제어가 안되면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니. 그러고 보니 대학생 때 이상하게 남학생에 유달리 집착하고 같은 팀에 여학생이 많이 있으면 분란을 일으켜 팀을 엎어놓는 그런 이상한 여학생이 같이 생각납니다(시원하다 못해 추운 날씨 속의 회상 참조).


책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장난이라면 꽤나 고약하군요...

시어하트어택

2022-08-21 21:24:57

토니 같은 경우는 관심을 그렇게도 갈망하니까 저런 행동을 하겠습니다만, 그건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된 거죠. 다행인 건 누군가를 해치는 단계까지는 아직 가지 않았다는 거지만, 저렇게 타인에 의해 제지되어야 멈출 수 있는 단계라면 분명 교정이 필요합니다.

마드리갈

2022-08-17 22:58:58

토니의 능력, 확실히 악용될 여지가 있네요.

누군가에게 자신이 원하는 답을 강요하기 위해서 마치 투명한 공간을 만들어서 가두어 놓는 듯한...

그리고, 역시 윤진은 여기서도 힘을 발휘하네요. 바로 이런 게 중요하죠. 다행이예요.


책의 내용이 도중에 다른 것으로 뒤바뀐 것도 초능력의 효과일까요. 아니면 초능력이 아니더라도 직접 책을 가공하여 이상한 장난을 친 걸까요. 오래전에 학교 도서관에서 저렇게 앞뒤가 다르게 접합된 책을 본 적이 있어서 기분나빴던 게 기억나고 있어요.

시어하트어택

2022-08-21 21:32:50

분명 토니의 저런 성향은 교정하지 않으면 나중에 토니 자신에게 화를 미칠 겁니다. 토니가 이 기회에 바뀔지 말지는 뒤로 진행이 되면 알겠지만요.


책 내용이 중간에 바뀌는 건, 확실히 일반적인 현상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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