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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18화 - 제 덫에 걸리다

시어하트어택, 2022-10-02 21:22:14

조회 수
110

민이 얼른 손을 써 보려고 하지만, 멀다. 아론은 출입문 바로 앞에 있는 의자를 찾아 앉으려고 한다. 그리고 아론의 눈에 띈 건, 그 습기가 차 있는 의자다. 거기에 앉으면 안 된다. 민은 그걸 잘 알고 있지만, 아론은 분명히 모를 것이다. 아니, 알아차렸다고 해도, 행동에 옮기기까지의 시간이 앉지 않기로 하고 다시 일어서기까지의 시간보다 더 걸릴 것이다. 놔두면 안 된다. 뭐라도 해야 한다. 습기 찬 의자에 앉아서 봉변을 당하는 일을 피하게 하려면 말이다...
아론의 엉덩이가 살짝 닿으려는 순간, 민은 의자를 옆으로 옮긴다. 엉덩방아를 찧겠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젖지만 않으면 된다. 젖지만 않으면...
“으, 으앗!”
민의 예상대로, 아론은 엉덩방아를 찧고는 바닥에 넘어진다. ‘쿵’하고 큰 소리가 나는 정도는 아니지만, 부실 안에 있는 부원들의 눈길이 그쪽으로 확 쏠리기에는 충분한 정도다.

“아, 아으...”
바닥에 주저앉은 아론이 앓는 소리를 낸다. 그 경과야 어찌 되었든 엉덩이를 바닥에 찧었으니 아플 것이고, 거기에다가 순간적으로 부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으니 그것 때문에 부끄러울 것이다.
곧바로, 아론은 몸을 일으키고 앞을 본다. 곧바로 아론의 눈에 들어오는 건, 미처 손에서 염동력을 거두지 못한 민이다. 아론의 두 눈이 확 타오른다.
“너... 너, 도대체 나한테 무슨 짓이야!”
곧바로 달려든 아론이 민의 멱살을 잡자, 민은 난데없는 일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자 아론이 더욱 열을 받았는지, 얼굴까지 온통 벌게져서는 민에게 더욱 거칠게 말한다.
“말해. 뭘 한 거냐고! 나를 왜 땅바닥에다가 넘어뜨린 거냐고!”
“그러니까... 아론 형, 오해라고.”
멱살을 잡힌 민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불안해진다. 아론의 입에서 도대체 무슨 말이 나올지, 그리고 무슨 행동이 나올지 예측이 안 된다.
“무슨 일이야?”
한편, 부실 한쪽에서 책을 보고 있던 나디아는 소란스러워지자 바로 일어나더니 민과 아론이 있는 곳으로 간다.?
“어? 민이는 왜 저기 있어? 저렇게 몸싸움할 애가 아닌데?”“봐봐, 또 아론이 시작했네.”
아이란과 마린이 한두번 보냐는 듯 나디아에게 말한다. 그 말을 듣자 나디아도 뭔가 아론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하나 떠오른다. 아론은 본디 저 정도로까지 화를 잘 내는 성격은 아니었다. 조용했으면 조용했지 다짜고짜 저렇게 화부터 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아론의 저런 모습의 단편을 엿볼 수 있는 일이 한 번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두 달쯤 전, 아론이 아직 초능력을 얻기 전의 일이다. 그때 아론은 친구들과 한참 피구를 하던 중이었는데, 뭐가 잘 안 풀렸는지 자꾸만 아론이 점수를 잃는 중이었다. 거기에다가 점수차는 줄어드지도 않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벌어졌다. 일이 생긴 건 점수차가 10점 차이로 벌어지고 나서였다. 나디아도 그 광경을 직접 본 적이 있기에,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때 본 아론의 눈은 마치 다른 사람을 보는 것처럼, 확 돌아가 있었다. 공을 던지는 힘이 평소의 2배는 되었고, 물불 가리지 않게 되어서, 같이 노는 다른 친구들이 모두 아론을 슬슬 피했다. 진심을 다해 공을 날린 건지, 아니면 어쩌면 그 이상으로 힘을 쓴 건지, 거기에 맞은 친구들은 모두 아파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그래도 분이 아직 안 풀린 건지 아론은 시합이 끝나고 나서도 공뿐만 아니라 자기 신발과 옆에 있는 물병까지 집어던지려고 했다. 나디아는 그냥 지나가다 보던 것일 뿐이었지만, 그 광경은 나디아의 머릿속에 쉬이 잊혀지지 않았다. 친한 동생의 모르는 면모를 보게 되어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미린초·중·고등학교의 몇몇 학생들이 원인 모를 이유로 초능력을 발현하기 시작했고, 바로 며칠 전, 아론 역시 초능력을 발현했다고 들었다. 어떤 능력이 발현될 것인지, 나디아는 대략 예상은 갔다. 이미 한번 아론에게 잠재된 힘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디아의 그 생각 그대로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지금 나디아가 보고 있는 아론은, 두 달 전 그때를 보는 것처럼, 자신에게 잠재된 것 이상일지도 모르는 힘을 쏟아내려고 하는 듯하다.
“내게 왜 그랬는지 말해. 안 그러면, 나도 너한테 어떤 짓을 할지 몰라!”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게 그런 게... 아니라니까...”
민이 아론의 말에 어찌하지를 못하고 더듬거린다. 그 기세 때문인지, 말할 게 순간적으로 생각이 안 날 정도다. 그러자, 다음 순간...
“읏!”
뭔가, 어떤 물체가 민의 등 뒤를 때렸다. 둔탁한 느낌은 아니었고, 그냥 가볍게 뭔가 던진 것에 맞는 느낌. 뒤를 돌아보니, 만화책 한 권이 민의 등 뒤에 떨어져 있다. 분명히 뒤쪽에 있는 책장에 있는 만화책일 텐데...
“봤지?”“뭘 한 거야. 이게...”
민은 이것이 아론의 능력임을 직감한다. 주위의 부원들은 다들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뿐 뭔가를 던지는 행동을 취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염동력은 아닐 터다. 그러면 이건, 어째서? 설마 자석 같은 능력인 건가? 그건 아닌 듯하다. 책에는 어떤 쇠붙이도 없으니까.
툭-
순간, 또 하나의 무언가가 민의 옆구리를, 때린다. 그것도 더욱 둔탁하게, 통증을 느낄 정도로 말이다. 옆을 보니, 부원 중 한 명의 가방이 옆에 떨어졌다.
“그러니까, 왜 그랬는지 말하라니까?”
얼굴을 찡그린 민을 보며, 아론은 재차 소리높여 말한다.
“너한테 내 능력을 걸어 놨어. 마치 네가 물체들을 끌어당기는 자석이 된 것과도 같지. 하나하나씩, 내가 지정한 물체들이 날아들 거야. 네가 제대로 대답을 안 하면 계속될 거라고. 무슨 말인지 알아?”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했잖아.”
“그리고 그 크기는 점점 커질 거고!”
“말했잖아. 나 진짜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니까?”
민이 원하지 않는 대답을 내놓자, 아론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진다. 분명, 아론이 듣고 싶어하는 답은 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 아론은 더욱 날뛸 것이다. 지금 어떤 대답을 하든, 아론은 불같이 화를 내며, 무언가를 하려 할 게 뻔하다.
“정말, 모르겠다고. 나쁜 의도는 없었어!”
민의 예상대로다. 순간, 아론의 표정이 확 일그러지는 것이, 민에게 보인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조금 수그러들기야 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다. 서둘러 아론의 화를 잠재워야 한다.
“끝까지 그렇게 숨기고 말하지 않는단 말이지...! 너, 그렇게 안 봤는데 말이야...!”
아론의 일갈을 들은 순간 이마와 등 뒤에, 식은땀이 흐른다. 뭔가가, 민의 등 뒤에서 날아오기 시작하는 게, 직감된다. 주위의 부원들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거나,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분명히 이것, 작은 물체는 아니다. 오히려, 만화부실 전체에 미세한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큰 물체인 게 확실하다. 거기에다가, 몇 개의 작은 물체들까지 덤으로 딸려오는 것 같다. 무엇이란 말인가, 도대체 이 많은 물체들은?
찰나의 시간이긴 하지만, 민은 알 수 있다. 이건 분명히, 부실 뒤쪽에 있는 책장이 통째로 날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민의 예상이 맞는다면, 저 책장은 민에게 유도되어 날아오는 것이다. 아론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 책상을 몸으로 그래도 받아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움직일 수 있냐면, 그것도 아니다. 두 발은 이미 아론이 밟고 있다. 거기에다가 아론의 두 손은 점점 민을 더 세게 붙잡고 있다. 시간은 없다.
“그래...!”

순간적으로 떠오른 묘책. 민은 바로 실행에 옮긴다. 아론의 몸은 민보다는 가볍다. 민이 힘을 주면 들어 옮길 수 있지만, 염동력을 사용한다면 더 쉽다. 0.5초밖에 안 되는 시간 동안, 몸을 홱 돌리더니, 아론을 날아오는 책장 쪽으로 향하게 한다.?
“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아론이 순간적으로 벌어진 상황에 당황했는지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보지만, 그것뿐. 아론이 더 무엇을 할 시간의 여유도 없다. 그 다음 순간...
“으윽!”
아론의 몸과 책장이 충돌한다. 등 뒤를 세게 맞은 건지, 아론은 순간 비명을 지르며 만화부실 앞쪽까지 날아가 버린다. 물론, 민의 능력으로 날아오는 책장에 브레이크를 걸어 놓은 덕분에 그냥 가벼운 정도의 충돌로 줄여 놓기는 했지만, 민 역시 그 충격의 여파로 부실 벽에 부딪히더니 바닥에 주저앉는다.
“어, 어우...”
민이 등을 어루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부실 안에 있는 모두의 어리둥절한 시선이 민과 아론에게 향한 것이 보인다. 그리고 때마침 부실로 들어온 지온과 현애도, 그 광경을 본다.
“뭐야, 어떻게 된 거지?”
들어오자마자 펼쳐져 있는 낯선 광경, 바닥에는 책들이 어질러져 있고, 부실 뒤쪽에 있어야 할 책장이 부실 한가운데까지 날아와 엉망진창이 되어 있고, 한가운데에는 부원 한 명이 쓰러져 있고, 또 한 명은 한구석에 벽을 기대었다가 막 일어서려는 참이다.
“잠깐...”
지온이 몸을 일으키려는 민에게 막 다가가서 무언가를 물어보려는데, 옆에 닿은 의자가 왜인지 모르게 습한 것 같다. 이것 때문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직감한 지온은 뒤에 있는 현애에게 손짓한다.
“왜?”
“좀 많이 습한 것 같은데.”
“나보고, 제습기 노릇이라도 하라고?”
“어...”
지온은 더듬거리는 듯하더니 이내 제대로 들으라는 듯 말한다.
“그런 거지!”
“야! 내가 무슨 이러려고 초능력이 생긴 줄 알아!”현애는 그렇게 말하며 몇 마디를 더 하려다가, 문득 부원들이 손부채질을 하고 있는 게 보인다. 에어컨은 진작에 틀어 놨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이 없어지지 않는 습기는 꽤나 불쾌하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초능력을 써서 습기를 좀 없애자, 그제야 부원들이 손부채질을 덜 한다.
“여기...”
현애 역시 막 일어나려는 민에게 다가와서 묻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 다른 부원들한테 한번 물어봐.”
민은 큰 숨을 내쉬더니,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시계를 본다.
“윤진이 형은 아직 안 온 거지?”
“어... 그렇지.”
지온이 부실 바닥에 쓰러진 책장과 책들을 둘러보며 한숨을 짓는다. 언제 또 이걸 다 치울지, 그리고 윤진이 이 광경을 보면 뭐라고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거기에다가, 그 가운데에 쓰러져 있는 아론을 보니, 그 걱정은 한층 더해진다. 지온은 다시 민을 돌아보고 묻는다.
“이거 어떡하지, 그런데? 윤진이 형이 오면 또 뭐라고 할지...”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3 댓글

마드리갈

2022-10-02 21:55:35

오해와 분노가 얽혀서 정말 곤란한 상황이 되었네요...

정말 이런 상황은 반갑지 않은데, 문제는 표출되는 성향이 급변한 아론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결국 아론에게는 자승자박의 상황이 벌어졌어요.


어질러진 상황은 물리적으로 정돈이 가능하지만, 이번의 감정의 골은 쉽게 메워지지 않을 것 같네요. 뭔가 게임체인저가 될만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은.

시어하트어택

2022-10-10 20:42:51

아무래도 저건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건이다 보니 수습도 비교적 빨리 된 편이겠지만, 그 여파는 쉬이 가라앉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의 이 상황을 유발한 건, 누가 뭐래도 아론 자신일 겁니다. 화를 참지 못하고 그대로 표출해 버린 걸 누구의 탓이라고 하겠습니까.

SiteOwner

2022-10-22 16:09:52

민의 나름대로의 생각이 아론에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그리고 아론이 궁지에 몰렸군요. 아론의 심정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사실 저도 아론같이 혼자 이상한 상황에 몰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깨진 첫사랑의 추억이 특히 잔혹하게 느껴졌습니다. 벌써 그것도 25년 전의 이야기...


상황이 엉망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일단 수습가능한 게 다행이겠지요.

실내의 물건이 서적류가 아니라 유리공예품이나 도자기 같은 거라면 그 뒤의 상황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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