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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20화 - 수수께끼의 안젤로(1)

시어하트어택, 2022-10-10 19:52:52

조회 수
118

안젤로는 중학교 3학년으로, 평소에는 조용하고, 물에 물 탄 듯한 성격 때문에 특별히 친한 사람도, 특별히 관계가 나쁜 사람도 없는, 민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부원이다.?
민이 알기로, 안젤로 역시 예전에는 초능력이 없었다가 이번 달에 능력이 생겨났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안젤로 역시 능력을 발현하기 전부터 징조가 보였다. 평소에는 온화하게 보이고 점잖게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안젤로였지만, 한 가지 특이점이 있었다. 한 가지 대상에 꽂히면, 거기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했다. 3월쯤에 신작 만화 <좀비매직>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을 적에, 안젤로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한번은, 안젤로가 <좀비매직>을 유심히 보는 모습이 민에게 포착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때부터 안젤로는 그 <좀비매직> 만화에 완전히 꽂히더니, 열혈적인 <좀비매직>의 전도사라고 해도 좋을 정도가 되었다. <좀비매직>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는 부원들에게 약간이나마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 건 덤이다. 그때 민은 안젤로가 초능력을 발현하게 된다면 과연 무슨 능력을 발현할 것인가가 궁금했다.
그리고 그 능력을 민이 보게 된 건 2주쯤 전. 누군가가 주변에 초능력자들을 만들고 다닐 때, 안젤로 역시 초능력을 발현했다. 그리고 때마침, 안젤로에게 집적대고 다니던 불량배 한 명이 안젤로의 표적이 되었다. 민도 그 불량배에 대해 메이링에게 얼핏 들은 게 있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미약한 초능력을 사용하지만, 그것 때문에 안젤로의 또래 나이대에 피해자들이 많고, 또 몇몇 다른 불량배들의 우상이 되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그 불량배가 안젤로의 심기를 한 번 건드리자, 안젤로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안젤로가 결심한 순간부터, 그 불량배에게는 지옥이 시작되었다. 안젤로가 물리적으로 그 불량배에게 보복했다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무서운 방식이었다.
안젤로에게 돈 상납을 요구하며 위협까지 했던 다음날, 그 불량배는 집으로 가려다가 엉뚱하게도 자기가 괴롭히던 다른 학생의 집으로 갔다. 분명 그 불량배는 자기 집으로 간다고 생각하고 갔건만, 정신을 차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또 한번은 갑자기 자기네 반 친구들 앞에서 괴성을 지르기도 했고, 또 갑자기 펑펑 울더니 1분도 안 되어 폭소한다든가 하는 일도 있었다. 그것이 자기가 괴롭히던 안젤로가 한 일이라는 건 꿈에도 모른 채로, 그 불량배는 계속 원인 모를 괴현상에 시달림을 당하다가, 결국에는 전학을 가고 말았다. 그때가 안젤로가 능력을 막 발현했던 때였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은 몰랐지만, 민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안젤로가 뭔지는 몰라도 초능력을 발현했다는 것을.

그런데, 안젤로가 무슨 일로 아이란에게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다. 특별히 원한이 있다든가, 아니면 충돌한다든가 한 일도 없었다. 그렇다면, 왜 저렇게 이상한 걸 한단 말인가? 왜 그런지는 아직 모르겠으니, 일단은 지켜보기로 한다.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아야 말이라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조금 지나자, 아이란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앞에 나오는 <5월은 거짓말> 영화에 집중하고 있다. 조금 전까지의 그 이상한 행동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란의 눈빛은 아까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막 허공을 휘저으려던 손짓도 없어지고, 조금 더 진중하게 되었다. 물론 그 갈라투아와 모블린의 관계를 따라가는 시선은 여전히, 아니 어쩌면 아까보다 더욱 짙어지기는 했지만.

이윽고, 그 문제의 감독판에서 달라진 부분이 나온다. 극장판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가 애매하게 묘사되더니 거기서 그대로 두 사람과 대립하는 ‘X기관’이 와해되는 결말으로 이어지지만, 감독판에서는 갈라투아와 모블린의 관계가 더 깊어지고 이윽고 X기관에서 추격망이 점점 더 조여 오자, 갈라투아와 모블린은 도주를 선택하는 것으로 끝나자, 아이란의 입이 확 벌어지더니, 환호성을 내지르려는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그 소리는 입에서 나오지 않고, 그냥 등을 마치 소파에 확 내던지듯 의자에 기대기만 한다. 도대체 무슨 뜻에서 저렇게 행동하는 건지, 민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아이란은 감격했다는 것이다.
“대체 안젤로 형이 뭘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영상이 다 끝나자, 민은 혼자서 중얼거린다.
“조금 지켜봐야겠는데? 무슨 일이 있을지...”

한편 아이란의 그런 이상한 행동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한 건 나디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또 다른 사람에게, 나디아와 비슷한 능력이 있는 건가? 아직 그런 건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나디아도 비슷한 능력자를 몇 명 알고는 있지만, 나디아와 완전히 똑같은 능력을 지닌 사람들은 아직 없었다. 환각을 일으킨다든가, 눈이 마주치는 상대를 조종한다든가 하는 능력자는 학교 안에서 보기는 했지만.
“대체 왜 저랬대? 진짜 뭐라도 있는 건가, 아니면 그냥 좋아서 저런 건가...?”

잠시 쉬는 시간이 되자, 나디아는 아이란이 자리에서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아이란이 일어나자마자, 나디아 역시 일어서서 아이란의 뒤를 쫓더니, 아이란을 멈춰 세운다.
“아이란, 잠깐만!”
아이란이 나디아를 돌아보자, 나디아는 기다렸다는 듯, 얼른 준비한 질문을 한다.
“너, 아까는 또 왜 그랬던 거야?”
“나야말로 묻고 싶은 질문인데?”
아이란의 입에서 나온 답은 나디아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다. 그래도, 아예 예상을 하지 못한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네 짓인 거냐? 네가 내 감각을 멋대로 왜곡하거나 한 게 아니냐고?”
“무슨 소리야. 차라리 남주들이 튀어나와서 네 감각을 증폭시켰다고 하는 게 더 맞겠다!”
나디아는 그렇게 자신이 한 게 아님을 항변해 보려고 하지만, 아이란은 오히려 더욱 나디아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변명을 하려면 좀 그럴듯하게 해. 내가 아무리 그렇고 그런 만화와 소설에 빠져 산다고 해도 현실과 가상을 구분 못 할 정도까지는 아니니까.”
“아니, 내가 안 했다니까...?”
“넌 했을 것 같아. 이미 내가 몇 번 겪어 봤는데, 모를 것 같아?”나디아의 변명에도 아이란이 태도를 굽히지 않자, 나디아는 얼른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는지, 아니면 말문이 막혀 버린 건지 멍하니 서 있기만 한다.
“야, 빨리 말 안 하냐? 내가 언제까지고 기다릴 것 같아? 또 쉬는 시간 끝나기까지 질질 끌자 이거야?”
“아니, 그런 게 아닌데...”
말이 자꾸 입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빙빙 맴돌기만 하던 나디아에게, 벽면이 조금 이상한 게 보인다. 아이란이 선 곳의 바로 뒤쪽 벽면에 물기가 맺혀 있는 것 같다. 나디아의 예상이 맞다면, 이건 또 그 초능력자가 한 일이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습기와 관련된 능력이라면, 확실하다.
“야, 아이란, 등 뒤 조심!”
“뭐, 나디아, 너 지금 내 시선을 딴 데로 돌리려고 그러는...”
그렇게 말하려던 아이란 역시...
“우왓! 뭐야, 이거!”
아이란이 기겁하며 등을 떼지만, 이미 벽면에 묻어 있던 습기가 아이란의 등에 묻어 버렸다.
“야! 그렇게 늦게 말하면 내가 등을 뗄 시간이 없잖아!”
“나는 등을 떼라고 했어. 무시하다가 젖어 버린 건 너고.”
“뭐야,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아이란이 나디아에게 다시 뭐라고 말해 보려고 하지만 그것뿐, 다음 순간 부실의 앞문이 열리더니 윤진이 들어온다.
“얘들아! 이제 다시 시작해 볼까?”
어쩔 수 없이, 아이란은 나디아에게서 떨어져,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나디아에게는 당혹감, 아이란에게는 증폭되는 의문을 남긴 채.

그리고 자유 토론시간.
민은 여느 날과는 달리, 선배들 틈에 끼어 앉아 있다. 다만 이게 절대 낯선 광경은 아닌 건지, 다른 부원들은 모두 그러려니 하며 별말은 없다.
“야, 아론이 너한테 아까 뭘 한 거야?”
토니가 일부러 민의 옆에 가까이 앉아서 민에게 묻는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 녀석이 너한테 그렇게까지 한 거냐고.”
“글쎄, 나도 그게 미스터리인데...”
민은 만화책에 눈길을 주며, 옆에 앉은 토니에게는 이따금씩만 돌아본다. 보고 있는 책은 <라리의 모험>, 요즘 만화부원들과 비슷한 연령대에서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판타지 만화다.
“아무튼, 져 녀석 아까처럼 어질러 놓고, 지금은 잠이나 자고 있지 않나, 아주 힘을 엉뚱한 데만 쓴단 말이야.”
“어, 그건 오빠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마주보고 앉은 마린이 토니를 돌아보며 말한다.
“오빠도 그렇게 의욕만 강해서 맨날 일을 그르치고서.”
“뭐...? 마린, 너 이 자식...!”
토니는 그렇게 말하며 마린을 향해 뭐라고 해 보려고 하지만, 거기서 더 말은 나오지 않는다. 토니는 마린의 능력을 직접 겪어 본 적은 없지만, 뭔가 상상 이상의 능력이라고만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토니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하, 저 뭔지 모를 초능력만 없었으면 저 녀석을 아주 그냥...”
“토니, 또 시작이냐?”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 남자 부원이 토니를 보고 핀잔을 주자 토니는 금세 자신이 언제 그렇게 마린에게 설설 기었느냐는 듯, 표정이 금방 일그러지더니, 바로 그 부원을 잡아먹기라도 할 듯 달려들 자세를 취한다.
“세이지 너 이 자식, 아직 나한테 덜 당해 본...”
하지만 토니의 그 말은 토니의 입에서 나오지 못하고, 멈춰 버린다. 토니가 그냥 다시 자리에 앉더니, 입을 마치 인위적으로 꿰메 버린 듯, 입을 다물고는 열지 않는다.
“좀 조용히 하지그래.”
토니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안젤로가 중얼거린다.
“아무리 선배라고는 하지만 정말 못 봐주겠네.”
어떻게 했는지는 얼른 분간은 안 가지만, 이것도 분명히 안젤로의 능력. 하지만 어떻게 한 건지는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민은 뭔가 감이 잡힌다. 아까 아이란에게 뭔가 감각을 증폭시킨 것과, 방금 토니의 움직임을 봉쇄한 것, 모두 원격으로 한 것이다. 안젤로는 별달리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 것인가... 민은 궁금해진다.
“하지만 여기서 대놓고 물어보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고...”
민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다시 만화책을 편다. 그리고 겉으로는 만화책을 보면서, 틈틈이 안젤로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본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안젤로는 민에게 말을 건다.
“응? <라리의 모험>이잖아? 어디까지 읽은 거야?”
“어... 나는 볼 만큼 봤는데, 형 보려면 봐.”
“아니, 됐어.”
안젤로는 그렇게 말하고서 홀로그램을 켜고 애니메이션을 보려고 한다.
“글쎄... 무슨 능력인지 아직 모르겠네.”
민은 혼자 중얼거린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2-10-12 23:20:13

안젤로에게 발현된 능력이 확실히 무섭기 짝이 없네요. 당하는 사람은 정말 영문도 모른 채 귀신에 홀렸는지 아니면 미쳐버렸는지 알 수 없는 행동을 강요당하는...전학을 가는 거로 끝났다는 건 그나마 온건한 퇴장이겠죠. 아이란이 이상한 행동을 한 것 역시 안젤로의 능력이 원인이라면 대체 왜 그렇게...그래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보이지 않아서 굉장히 음습하게 여겨지네요.


아이란과 나디아가 또 충돌하려 한 게 윤진의 입장으로 맥이 끊긴 게 천만다행이겠죠.

그게 본격화되면 그때는 좋게 끝날 가능성이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겠지만요.

시어하트어택

2022-10-30 19:42:46

안젤로의 능력은 영문도 모르는 채로 당해 버리기 쉬운 데다가 발동 조건도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이란도 안젤로와 과거에 무언가가 있었던 걸지도 모르죠.


아이란과 나디아는 과연 저것만으로 끝날까요...

SiteOwner

2022-10-22 16:42:40

안젤로의 능력을 일본어 관용구로 나타내면 "메가나이(目がない)" 라고 해야 할 것 같군요.

이 말은 진짜 정신 못 차리고 빠져든다는 것인데, 본인이 특정상황에 빠져드는 것도 그렇고, 특정 상대를 점찍어서 그렇게 만드는 것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는 낳으니 말이지요.

아이란의 화법은 확실히 문제있습니다. 저런 화법이라면 적을 늘리기만 할 뿐인데, 아무리 미성년자인 학생이라 하더라도 분별없이 저러면 자기만 손해라는 것을 왜 모르는지...

토니는 갑자기 말을 못하게 되고, 이상한 일이 속출하고 계속 어수선해집니다.

시어하트어택

2022-10-30 19:55:09

아무래도 안젤로는 한번 물면 자신의 직성이 풀릴 때까지 절대 놓지 않는 성격이라 더 그렇습니다. 결국 전학을 보내 버린 불량배도 그렇고, 지금 토니가 당하는 것도 그렇고 말이죠. 안젤로가 한번 찍으면 어디까지 갈지, 토니는 또 어디까지 당해야 놓아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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