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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28화 - 오늘은 맑음...?

시어하트어택, 2022-11-08 22:44:08

조회 수
124

“글쎄... 잘 모르겠는데요...”
민은 어렵게 입을 뗀다.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다. 아니, 고민이 된다는 말이나, 심란하다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것이다. 도대체 저 중에, 어느 누가 구름을 만들고 비를 내리는 능력이 있단 말인가... 거기에다가 그것 때문에 소동이 일어나고 싸움이 일어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누구로 밝혀지든, 아주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모르겠으면 지금 말 안 해도 돼. 대신, 유심히 봐. 그 능력자는 언젠가 본색을 드러내게 되어 있거든.”
메이링의 말이 썩 받아들이기 힘들기는 하지만, 민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 자리에서의 어려움은 일단 지나가도,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지금은.

그리고 그날 늦은 저녁.
나디아는 편의점에 가서 몰래 군것질거리를 사다가 들어가는 길이다. 그렇게 후다닥 뛰어서 집으로 들어가려던 중, 누군가와 마주친다.
“어, 누구...”
“나디아잖아.”
익숙한 목소리. 돌아보니 안젤로가 운동복을 입고 있다. 나디아는 잠시 당황했는지 뒤로 한 걸음 물러나지만, 이내 숨을 고르고는 다시 입을 연다.
“안젤로... 선배님? 혹시, 선배님은 어디...”
“아, 운동하고 나서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지.”
그렇게 말하더니, 안젤로는 밤하늘을 잠깐 돌아보더니, 다시 나디아를 보고 말한다.
“너도 혹시 봤냐? 저녁에 보니까 이상한 구름이 밤새 돌아다니던데.”
“이상한... 구름이라니요?”
나디아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듯, 안젤로에게 되묻는다.
“저는 잘 못 봤는데...”
“학교에서 봤던 거하고 비슷한 거야. 그게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비도 뿌리고 했다고.”
“네...? 설마, 선배님도 비를 맞은 건가요?”
“아니, 내가 비를 맞았다는 건 아닌데... 하여튼, 그 구름이 마치 반죽이라도 되는 것처럼 모습도 자주 바꾸고, 위아래로 자꾸 오르내리고 그러더라.”
“어... 정말요?”
그러고 보니까 나디아도 며칠 전 아침에 아파트 단지에 이상하게 낮게 구름이 떠서 공원 한가운데에만 비가 내리는 걸 본 적이 있다. 그걸 생각하니까 다시 복잡해진다. 마치, 근심을 털어내려고 뭔가를 했는데 근심을 얻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다.
“내일 만화부 오지?”
“어... 네.”
“좋아, 그럼 내일 보자!”
그 인사를 남기고는, 안젤로는 나디아의 시선에서 사라진다. 나디아 역시, 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다음 날. 하늘에는 구름이 몇 점 떠 있을 뿐, 그것 빼고는 맑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서, 민은 집을 나선다. 나가는 길에 정원을 한번 보니, 언제 비가 그렇게 왔냐는 듯,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다. 잔디밭도 그렇고, 나무도 그렇고, 연못도 그렇고. 사실은 어제 부모님이 집에 들어오기 전에 민이 싹 다 정리해 놓은 것이기는 하지만.
집을 나서서 길을 걷다 보니, 어제 있었던 일이 자꾸 떠오른다. 같이 놀고 싶어서 친구들을 불렀을 뿐인데, 뜻하지도 않게 그중에 요즘 자꾸 비를 내리게 하는 누군가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별생각 없이 웃고 떠들고 재미있게 놀던 친구들인데, 오늘부터는 그렇게 쉽게 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래도 어제 저녁에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인사하고 헤어지기는 했지만.
“여기!”
누군가가, 민을 부르고 있다. 민의 눈에 보인다. 얼른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보니, 같은 반의 코니다. 코니는 이 근처에 살다 보니 마주칠 일은 많기는 하지만, 학교 가는 길에 이렇게 마주치게 된 건 오랜만이다.
“오, 학교 가는 길에 보는 건 오랜만인 것 같은데?”
“그래, 그렇지.”
민은 그렇게 인사하면서도 코니의 얼굴은 제대로 못 보겠다. 친구를 의심하려니, 기분이 심란하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등을 만져 본다. 다행이다. 땀은커녕 땀과 비슷한 습기도 만져지지 않는다. 그래도 긴장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코니가 만약에 그 구름을 만들고 습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자라고 한다면...
“어제, 재미있었지?”
코니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만, 민은 왜인지 모르게 긴장된다. 평소라면 그냥 평범하게 여겨질 질문도, 지금은 잔뜩 긴장된 채로 듣게 된다.
“아, 애들 데려와서 하니까 재미가 더 있었지.”
“어, 그런데 너 왜 그래?”
코니는 민이 대답하는 게 좀 이상했는지 고개를 양옆으로 흔들며 묻는다.
“뭔가... 땀이 나는 것 같은데?”
“땀...?”
코니의 그 말에, 민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코니가 민에게 초능력을 사용해서 땀이 더욱 샘솟게 한다든가 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 말만 들어도 괜히 몸에서 땀이 흐른다든가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니, 땀 같은 건...”
민이 막 그렇게 말하려는데...
“어... 안녕!”
누군가가 민과 코니가 있는 쪽을 향해 말하는 게 들린다. 돌아보니, 토마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 여전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먼저 말을 걸게 되었다는 건 좀 나아진 것 같다고 민은 생각한다.
“웬일이야? 네가 먼저 인사도 다 하고.”
“어... 그냥, 너희가 먼저 보여서 그랬어.”
토마는 여전히 어색하게 말한다. 그리고 민과 코니의 사이에 낀다. 그 자세도 많이 어색해 보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왕 이렇게 됐으니 함께 가기로 한다. 여전히 코니는 토마보다도 어색하게, 마치 굳어 버린 것처럼 행동하기는 하지만.

그리고 그 시간, 윤진 역시 학교에 가는 중이다. 한쪽 어깨에 멘 가방은 다른 학생들보다는 조금 무거워 보이는 편이다. 그리고 윤진은 여느 날처럼 길을 오가는 학생들을 유심히 보고 있다. 혹시나, 그중에 만화부에 들어올 만한 사람들이 있지는 않을까... 그냥 감일 뿐이기는 하지만, 어찌 됐든 윤진은 확실한 사람만 잡는다. 그리고 그런 윤진의 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정형화된 통계나 수치화된 자료는 없지만, 윤진은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러던 중, 윤진의 눈에 한 사람이 들어온다. 윤진의 눈에 바로 들어오는 건, 민의 옆에 서 있는 토마. 민이야 같은 부원이니 그럴 법도 하겠지만, 토마에게 바로 시선이 가니, 토마의 입장에서는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토마가 시선을 아무리 피해도, 소용없다. 윤진은 이미 토마를 점찍었기 때문이다.
“어, 너...”
윤진은 민을 잠깐 보고는, 토마에게 바로 시선을 넘긴다.?
“저... 저요?”
갑자기 지목된 토마는 적잖이 당황한 건지, 시선을 윤진에게서 바로 돌려 버리고 눈을 맞추지 않으려고 한다. 그걸 알았는지, 윤진은 굳이 토마에게 눈을 맞춰서 보려고 하지 않고, 대신 토마가 들으라는 듯 한마디 한다.
“너도 만화부 오면 좋겠어.”
“네... 네?”
“아, 아니야. 그냥, 내 말은 흘려들어. 관심이 있으면, 한번 놀러 와!”
“네... 네에에...?”
그렇게 애써 자신의 시선을 피하며 당황한 듯한 토마를 뒤로 하고, 윤진은 민에게 손을 한번 흔들고는 갈 길을 간다. 윤진이 멀어지자, 토마는 민과 코니를 돌아보며 식은땀을 흘리며 말한다.
“너... 너희들, 혹시 저 형 누군지 알아?”
“왜 그렇게 놀라, 토마?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돼. 나쁜 형 아니야.”
“저... 정말?”
토마는 여전히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지 못하며 말한다.
“그런데 어떻게 날 알고 저렇게 말하는 거지? 내가 만화부에 뭐가 할 게 있다고?”
“좋게 생각하라니까.”
그런 토마를 보고 민은 걱정스럽게 말한다.
“윤진이 형이 분명 잘 해 줄 거야. 괜히 저렇게 말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그날 점심시간.
“오늘은 구름이 안 뜨네.”
점심 식사를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오던 지온은 구름이 하나도 안 뜨고 맑은 하늘이 신기했는지, 밖으로 나가면서 하늘을 몇 번이고 올려다본다. 이상하다. 이게 정상적인 풍경일 텐데 말이다. 어제 친구들이나 만화부원들에게서 이상한 구름이 떴다가 없어졌다가 했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그것 때문에 반쯤은 긴장했는데, 의외의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래도 왜인지는 모르게 지온은 불안하다.
“설마, 이렇게 맑은 하늘을 보여주고서 이따가 또 구름이 생겨서 비를 내리는 건 아닌가 몰라.”
그렇게 말하며 계단을 걸어 내려가니, 어느새 동급생들이 무엇인지 모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지온의 앞을 지나쳐가고 있다.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분명 다시 점심시간에 운동을 할 수 있게 되니 좋다는 내용일 것이다.
“뭐, 지금은 괜찮은 건가.”
지온은 어느덧 이전처럼 느긋하게 벤치에 앉아서, 가져온 책을 편다. <그린 마스크드 파이터>의 이전 회차다. 또다시, 지온은 며칠 전처럼 케인이 나온 회차를 찾아 읽는다.
“하, 역시, 이건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니까.”
지온의 말대로, 케인이 활약하는 회차는 시간이 잘 간다. 지온만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봐도 어느 정도의 재미를 보장하는 건 사실이다. 지온이 지금 보고 있는 에피소드는 물 능력자 빌런 ‘아쿠아소드’와의 싸움. 케인은 아쿠아소드가 쏘는 물대포를 온몸으로 버텨 가며 아쿠아소드와 맞서는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끝없이 쏟아지는 물대포에 버티는 모습이 짐짓 위태로워 보임에도, 케인이 버티는 모습이 지온의 마음에 꽤 들었다.

“음?”
문득, 지온은 자신이 쥐고 있는 책장이 조금 이상해 보이는 걸 깨닫는다. 페이지 모서리가 조금 젖은 것 같다. 그렇게까지 많이 젖은 건 아니고, 물 몇 방울이 튄 것 같은 얼룩이 져 있다.
“요즘 새로 나온 책은 다 이런 효과가 생기나?”
지온이 얼핏 듣기로 요즘 나오는 책 중에는 작중의 장면에 맞춰서 물방울무늬, 바람 무늬, 등의 효과를 표시하는 책이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딱 봐도 지금 들고 있는 만화책은 그런 기술을 적용한 종이로 만들었을 리가 없다. 그런 종류의 책은 대개 재질이 보통의 종이로 만든 책보다 미끄러운 편이다.
“물방울이 점점 늘어나는데, 뭐지, 도대체? 종이 자체가 이런 건 아닐 테고...”
지온의 그 의문에 대한 답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고,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물방울이 왜 점점 더 늘어나지?”
그 의문의 물방울은, 지온의 말대로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책장을 잡은 지온의 손에도 떨어진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물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안개와 비의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물방울이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또 있다. 그 물방울은, 한쪽 책장에만 보인다. 아까 지온이 떠올린 그런 특수한 종이였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만화책은 그런 종이는 분명히 아니다. 그리고 그 물방울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2-11-09 23:13:11

문제의 강우능력이 이제 누군가의 의도적인 것임이 확실해진 이상 남은 건 특정인데...

코니인지 토마인지 아니면 제3자인지 그건 아직까지 판단할만한 근거가 충분치 않아 보이네요.

지온이 집어든 만화책에 물방울이...정말 싫은 상황이네요. 그런 식으로 책이 훼손되는 건 매우 꺼려지는 상황이다 보니. 그나저나 그 능력을 구사하면 무슨 메리트가 있는 걸까요. 이해가 안 되네요. 하긴 이성적인 판단으로 그런 걸 할 리가 없겠지만...


음습한 게 정말 싫어지네요.

시어하트어택

2022-11-13 22:00:48

용의자는 좁혀졌다지만 아직 누구라는 확실한 증거가 나온 것도 아니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겠죠. 아무래도 그 능력자의 목적은... 큰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 허탈할 수도 있겠지만, 학교에 다닐 사람들의 나이대라면 그게 더 클 수도 있겠죠.

SiteOwner

2022-11-27 16:56:39

민이 겪은 딜레마가 확실히 중압감의 원인이 되는 듯합니다.

범인이 자신의 그룹 내에 있음을 확인한 그들을 이전과 똑같이 대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바로 내칠 수도 없으니, 이런 게 정말 가혹한 것 같습니다. 독고라는 성씨의 한자가 모두 외로움의 뜻이다 보니 더더욱 그 이름이 의미심장하게 여겨지도 합니다.


토마가 확실히 이상하군요. 뭔가 토마가 일을 벌이는 것 같아서 저렇게 화들짝 놀라는 듯합니다.

지온이 겪는 상황도 끔찍합니다. 저라면 화가 머리끝까지 났을 것 같습니다. 책 훼손을 매우 싫어하다 보니...

시어하트어택

2022-12-04 22:38:39

범인은 아마도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비가 그쳐 버린 것 때문에 당장은 능력을 사용할 수 없으니 당황했을지는 몰라도, 속으로는 친구들의 반응을 보며 즐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게 목적이니까, 어떻게 보면 더 골치아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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