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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37화 - 비가 오는 목요일 저녁(3)

시어하트어택, 2022-12-08 07:43:11

조회 수
120

민이 조그맣게 분이 쌓인 목소리를 내고서 씩씩대며 숨을 몰아쉴 때, 또다시 다리를 찰싹거리는 느낌이 전해져 온다.
“야, 조용히 안 하냐.”
또다시, 리카가 민의 허벅지를 때린 것이다. 화끈거리는 느낌은 별개로 하고서라도, 또다시 입까지 무슨 말이 올라오려고 한다.
그런데 바로 그때...

“야! 리카! 시끄러워!”
민의 또래의 남자 목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리카와 비슷한 길이의 머리에다가, 키는 리카보다는 조금 크고 민보다는 조금 작다. 민도 모를 리가 없다. 학교 안팎에서 많이 부대끼는 데다가 옆반이니까 그럴 수밖에. 바로, 리카의 쌍둥이 남동생 카즈다. 민과 눈이 마주치자, 카즈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다시 리카를 돌아보고 말한다.
“얘네들은 왜 데려왔어! 볼 거면 혼자서 봐!”
“아니, 너는 뭘 모르니까 그러는 거지!”
카즈가 날을 세워 가며 말하자 리카 역시 지지 않겠다는 듯 말하지만, 화면에서 눈은 떼지 않고 카즈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다. 그 모습이 은근히 열이 받았는지, 카즈는 리카의 방으로 대뜸 들어와서 리카를 돌아보게 한다.
“혼자서 봐도 되는데 왜 다른 애들 데려와서 시끄럽게 하냐고.”
“야! 시끄럽게 하는 건 너잖아!”
리카는 카즈에게 잡혀서 카즈를 돌아보자마자 조용하지만 묵직한 소리로 열을 낸다.
“네가 가만히 있었으면 내 감상도 끊기지 않았을 거야!”
“웃기시네. 나하고 히로 형하고 TV에서 축구 하는 거 볼 때 방해하던 게 누구였는데.”
그런데, 리카는 그 와중에도 감상을 하는 건지, 대화창에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다.
“참... 너도 대단하다.”
카즈는 리카를 잠시 보며 고개를 흔들더니, 방을 나간다. 카즈가 보이지 않는 걸 확인하자, 리카는 언제 그렇게 열을 내며 싸웠냐는 듯, 다시 감상 모드로 돌아간다.
“오... 다행이야!”
리카가 지나친 부분은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잡담 장면이다. 그리고 어느새, 오늘의 방영분은 끝나고 엔딩 스태프 롤이 올라가고 있다. 기다렸다는 듯, 리카는 침대 아래에서 코스프레용 복장을 하나씩 꺼내 든다. 총 3벌이다. 그나마, 흔히 입는 복장과 비슷해서 소화하기 어렵지 않다는 게 다행인 걸까.
“자, 하야토 선배님, 입어 주세요. 그리고, 너희들도.”
“......”
민은 창밖에 오는 비가 더 신경 쓰이지만, 리카는 별 관심도 없는 듯하다.

그 시간, 수변공원. 줄리안은 토마를 먼저 보내고 자기 집으로 향한다. 사실은 토마가 줄리안의 질문 공세에 지쳐서 나가떨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줄리안은 알아채지 못한 듯하다. 오히려, 준비해 둔 질문과 화제가 더 있었기에, 아쉽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에이... 그래도 내일이 있으니까 내일 더 물어볼까. 그래, 가자...”
그렇게 줄리안이 막 수변공원을 가로질러 자기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응?”
또다시, 줄리안의 머리와 어깨에 축축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뭐야...”
또다시, 비가 쏟아지고 있다. 이상하게도, 그 비는 아까 토마와 앉아 있을 때까지만 해도 내리지는 않았는데, 수변공원에 발을 딛자마자 세차게 쏟아진다. 마치 줄리안이 여기에 왔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라도 한 것처럼.
“이딴 비쯤이야!”
줄리안이 그렇게 외치자, 일순간 하늘에서 내리던 비는 젤리처럼 변해서 쏟아진다. 징검다리 밑의 실개천의 물 역시, 줄리안이 선 곳을 중심으로 젤리같이 물렁물렁하게 변한다.
“좋아, 이 정도쯤이라면!”
줄리안은 발걸음을 빠르게 해서 징검다리를 건너고, 이어서 계단을 단숨에 올라가 수변공원을 벗어난다. 그런데...
“어?”
비는 멈추지 않는다. 줄리안이 계속 젤리처럼 만들고 있지만, 그것뿐. 거기에다가, 바람도 살랑살랑 불기 시작하는 것 같다. 마치 줄리안보고 뛰면 안 된다는 듯, 줄리안에게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다.
“아, 이 비하고 바람 도대체 뭐냐고!”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난, 미린학원 근처 주택가 어귀.
“오늘도 수고했어.”
윤진은 영혼이 날아가 버린 듯 흐느적거리는 토니와 예리, 아론에게 샌드위치 하나씩을 쥐어준다. 겉 포장지에는 ‘블랑코 제과점’ 글씨가 크게 쓰여 있다. 셋은 만족스러웠는지 불만스러웠던 얼굴이 조금씩은 풀린다.
“와 줘서 고맙고, 조심히 들어가. 내일 또 보자!”
셋은 윤진에게 손을 흔들고는 돌아간다. 윤진의 옆에는 연희가 걷고 있다.
“저 애들 진짜 볼만했는데.”
“왜?”
“무슨 주문을 걸거나 하지도 않았는데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는 건 좀처럼 보기 힘들거든.”
연희가 마치 좀비를 실제로 봤다는 듯 말하자 윤진은 반문한다.
“야, 네가 좀비를 실제로 보기라도 했냐?”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좀비를 만드는 초능력자가 좀비를 만들어서 부리고 다닌다는 소문은 들은 적이 있거든. 마치 그걸 보는 것 같아서.”
그런데, 연희에게 문득 수변공원 쪽에 뜬 이상한 구름이 눈에 들어온다. 연희가 한눈에 봐도 자연적으로 떠 있는 구름은 아니다.
“저런 구름, 왜 떠 있는 건지 모르겠네.”
“한번이 아니야. 요새 우리 학교 운동장에는 저런 이상한 구름이 많이 떠. 거기에다가 갑자기 늘어난 습기는 덤이고.”
윤진의 그 말을 듣자 연희는 나름대로 뭔가 생각이 났는지, 입을 연다.
“그런 거, 요괴가 장난치는 거라는 말이 있거든? 그런 녀석들은 비를 내리고 구름을 만들고 번개를 치는 걸 좋아하고, 항상 자기 자랑을 못 해서 안달이 난 녀석들이야. 그러면서도 사람들만 보면 숨으려고 해서, 실제로 그런 요괴들을 봤다는 이야기는 거의 없지만 말이지. 요약하자면, 자신을 끊임없이 드러내고 싶으면서도, 또 자기보호 본능에도 충실한 녀석들이라는 거지.”
“아니, 그래서, 저렇게 비 내리고 하는 게, 요괴가 하는 짓이라고?”
윤진이 어이가 없다는 듯 연희에게 되묻자, 연희는 바로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물론 저렇게 구름을 만들고 비를 내리는 걸 요괴가 했다는 건 아니지. 그런데 말이지, 내 생각에는 저런 능력을 보유한 초능력자라도 아마 비슷한 행동을 했을걸?”
“어... 정말...?”
연희는 나름대로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에 근거한 추리를 한다. 윤진도 그럴듯하게 들릴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그 초능력자가 내가 말한 그런 요괴하고 비슷하다면, 아마 네 지근거리에 있을 거고. 어쩌면 이미 만화부에 들어왔을지도 몰라.”
“정말 그런 건가...?”
윤진이 되묻자, 연희는 더욱 자신의 말에 확신이 든 건지, 고개까지 끄덕이며 말한다.
“정말이라니까? 그리고 가까운 때에 모습을 드러내겠지. 어쩌면 그게 내일일지도 모르고, 일주일 뒤일지도 모르고.”
둘이 이야기를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주택가의 소공원을 지나고 있다.
“응? 저기...”
“왜?”
연희가 가리킨 쪽에는 코스프레 촬영을 하는 듯한 사람 몇 명이 보인다.
“아, 저거 오늘? <셀렉트 원>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 이벤트 한다고 저러는 것 같은데.”
“어, 그래? 너는 그걸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
과연, 연희가 보니 그럴싸하게 촬영하는 중이다. 포즈를 잡기도 하고, 단체 사진도 찍는다. 촬영자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표정이 하나같이 굳어 있다는 것만 빼면.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난 저녁.
나디아는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꽤 많이 뛰었는지 땀도 흘리고 있고, 손에 들고 있는 이온음료 병도 절반 이상이 비었다.
“에이, 오늘도 왜 사건이 끊이지를 않냐... 좀 조용히 지나가면 안 되는 건가.”
나디아는 메신저를 보더니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아이란은 하는 짓이 마음에 안 들지, 또 이상한 데서 비는 계속 오지... 왜 이래.”
그런데...
나디아가 그 말을 입밖으로 내뱉는 바로 그 순간...
비가, 또다시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나디아는 비를 맞지는 않았지만, 바로 옆의 놀이터에 쏟아지는 비는, 나디아의 트레이닝복 바지를 적시고도 남을 정도다.
“아... 또야?”
나디아가 주위를 돌아보니 나디아뿐만이 아니다. 다행히도 놀이터에는 노는 아이들이 없기는 하지만, 멋모르고 주위를 지나가던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 나온 중년 여자, 그리고 막 미끄럼틀에 등을 기대고 뭘 하려던 고등학생 3명은 난데없는 날벼락에 얼른 잽싸게 뛰어 놀이터를 벗어난다. 물론 완전히 젖지는 않았어도 머리가 꽤 젖었다.
“혹시... 어느 녀석인지는 모르겠는데... 여기 단지에 사는 게 맞나...”
나디아의 추측이 맞는다면, 용의자의 범위는 상당히 좁혀진다. 그중에 아직 초능력을 모르거나 보여 주지 않은 부원들이라면, 몇 명밖에 안 되고, 만화부원이 아니더라도 이 아파트 단지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인지는 대충 알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정확히 누구인지까지는 짐작을 못 하겠다. 구름을 여러 군데에 만들고 비까지 뿌릴 수 있다고 한다면 한 번쯤은 누군가 그런 능력을 쓰는 모습을 포착이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아직 그런 적은 없었다.

그리고, 그 시간.
“오, 이번에도 성공!”
누군가가 창밖을 내다보며 뭔가에 만족한 듯 말한다. 기침을 몇 번 하기는 하지만, 목소리에는 만족이 제법 묻어나온다.
“이제 여기에서 조금 더 하면... 아파트 단지 전체도 덮을 수 있고...”
토마의 눈은 창 너머에 만들어진 구름을 보며 눈이 번쩍 뜨이고 있다. 구름이 이렇게 빨리 모이기는 처음이다. 10분 정도 만에, 꽤 묵직하게 구름이 모였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운동장에 먹구름을 만들려면 몇 시간은 만든 다음에 본격적으로 사용해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게 훨씬 빨라졌다. 토마는 이제 또 하나의 실험을 해 보려고 한다.
“바람을 조금 일으켜 볼 수 있을까... 그렇게 하다 보면 폭풍도 만들 수 있을 거고...”
토마는 어느새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그 상상이라는 게 토마의 능력으로는 충분히 실현이 가능한 게 문제이기는 하겠지만, 그건 토마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한편, 토마가 그렇게 자기 방 안에서 공상에 빠져 있을 즈음, 토마의 부모님은 거실에 앉아 있다. 아버지는 TV를 보고 있고, 어머니는 그릇에 든 젤리를 먹으며 책을 보고 있다.
아버지가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입을 연다.
“그런데 우리 집... 제습기가 고장 났나?”
토마의 아버지가 그렇게 말하자, 토마의 어머니가 바로 대답한다.?
“아니, 그런 건 아니야. 이거, 2달 전에 산 거잖아.”
하지만 토마의 어머니가 아무리 봐도 이상했는지, 제습기 쪽으로 가서 제습기를 들여다보며 말한다.
“여보, 봐봐. 이거,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아무 이상 없어.”
“그러면... 뭐지?”
토마의 아버지는 아무리 제습기를 돌려도 없어지지 않는 습기가 이상했는지, 큰 날숨까지 뱉어 가며 말한다.
“제습을 해도 안 없어지는 습기란 건 도대체 뭐지...”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2-12-09 14:40:24

리카는 별로 가까이 하고 싶은 성격의 사람은 아니네요.

대화할 때 타인을 손으로 잘 때리는 사람이 있죠. 비록 별로 아프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기분나쁘기 짝없죠. 예전에 있었던 일인데 어떤 지인(여자)이 저와 대화중에 제 가슴을 손으로 친 적이 있었어요. 결국 그 일을 계기로 그 지인과는 절연했어요.

코스프레 복장을 준비해서 손님으로 온 사람에게 입히라고 하는 건 또 뭔지...저것도 사실 좋은 태도는 아니라고 봐요. 스노하라장의 관리인씨에서 시이나 아키(남자)에 대해 관리인 스노하라 아야카가 아키쨩이라고 불렀다가 나중에 남자아이라는 것을 알고는 아키가 여자아이 취급을 받는 게 내키지 않는다고 자기 생각을 말하자 그 뒤로는 호칭을 앗군이라고 바꾸는데 그 하숙집에 입주한 다른 여학생들은 그 아키에게 결국 여장 코스프레를 시켜 버리고 말죠. 작중에서는 다소 개그스럽게 넘어갔지만 개인에 따라 수인한도는 확실히 다르니까 주의해야겠죠.


윤진과 연희의 대화가 역시 의미심장하네요. 아직 완전히 특정한 것은 아니더라도 상황의 전모는 거의 다 파악해 있는 상태. 게다가 나디아도 범인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다 강우능력을 발휘하는 토마는 집 안에서 덜미를 잡힐지도 모르는 상황에 몰렸네요. 토마가 어떻게 될지 기대되어요. 게다가 이런 이상한 현상을 조사중인 메이링이 이 사건에 적극 관여하게 된다면...

시어하트어택

2022-12-11 23:01:18

리카가 지금 회차에서 보여 준 행동이 확실히 보통 사람들이 할 만한 행동은 아니었죠. 물론 이유가 없이 하는 건 아니었습니다만, 영문도 모르게 저렇게 촬영하고 하는 건 내킬 만한 행동은 아니죠.


윤진과 연희는 의도하고 저렇게 말한 건 아니겠지만, 토마는 저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죠.

SiteOwner

2023-01-22 18:08:13

리카의 태도가 확실히 싫습니다. 게다가 쌍둥이 남동생 카즈로부터 어떠한 존중도 받지 못하는 것을 보니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 새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도 확실히 드러나는군요. 그리고 상대가 대놓고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추진해서 행복한지도 확실히 의심스럽고 말이지요. 그 비스크돌은 사랑을 한다의 캐릭터들인 키타가와 마린, 이누이 사쥬나 및 신쥬 자매 등과는 완전히 딴판인...


윤진과 연희의 추리가 무섭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가 특정되고 있는 중인 토마는 그것을 전혀 모르는데 그럴수록 자신의 입지만 좁히겠지요.

시어하트어택

2023-02-05 23:16:29

리카가 하려고 한 게 본인은 좋은(?) 의도였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남들이 좋아하지 않는 방식으로 하는 건 문제가 있죠. 그게 설령 도움이 되는 거라도 말이죠.


토마의 정체(?)에는 예상보다 빨리 다가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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