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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42화 - 어색한 시간(1)

시어하트어택, 2022-12-21 08:02:56

조회 수
116

토마는 다시 한번 주위를 살피고, 조심조심 들어온 다음, 책장에서 책을 한 권 고른 다음 창가 쪽에 봐 둔 자리로 가서 앉는다. 창가에서라면 딱히 눈에도 띄지 않고, 몰래 또 다른 실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미리 수증기도 좀 만들어 놨다.
“그러고 보니까, 오늘 신기하네?”
부실 맞은편에서 다른 부원 2명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늘은 비도 하나도 안 오고, 구름도 안 끼고 운동장에서 잘만 보냈잖아? 이런 날이 요새 없었지?”
“맞아. 얼마 만에 실컷 운동장에서 놀았는지 몰라!”
“그러니까. 그거 들어 보니까 누군가 장난을 치는 거라는데, 어떤 능력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 그렇지. 걸리기만 해 봐라, 아주!”
그 부원들은 그 능력의 장본인이 이 부실 안에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른 채로 한마디씩 한다. 물론, 토마도 그 대화를 못 들었을 리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다시 또 숨이 거칠어진다. 기침도 몇 차례 한다.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어? 어제 새로 온 애 아니야?”
“왜 저렇게 기침을 해?”
조금 전까지 이야기를 주고받던 세이지와 루리가 토마에게 다가온다. 때마침 그 모습이, 부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민과 친구들에게도 보인다. 민은 그걸 보고도 쉽사리 다가가지 못한다. ‘수줍음 많은 친구’와 ‘기상 능력자 악동’ 중에, 어느 모습을 선택할지는 참 쉽지 않다. 바로 그저께까지만 해도,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됐는데 말이다.
“콜록, 콜록...”
“야, 토마, 괜찮은 거야?”
“그래. 어제도 가끔 기침을 하더니만...”
세이지와 루리가 바로 앞으로 오자, 토마는 ‘후-’하고 깊은 숨을 내쉬더니, 곧바로 몸을 일으킨다.
“어... 괜찮아요, 선배님들.”
“오, 그래. 다행이네.”
“그러니까. 나는 또 그 녀석 짓인 줄 알고!”
물론, 토마의 비책은 따로 있었다. 미리 만들어 둔 수증기를 급한 대로 목구멍에 넣었더니, 좀 나아졌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심해지면 치료제를 써야 하는 걸 토마는 잘 알고 있다.
“야, 괜찮은 거지, 토마?”
민도 뒤에서 보고 있다가 토마가 좀 괜찮아진 것같이 보이자, 얼른 가까이 온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하... 괜찮아. 난 괜찮다고.”
토마는 애써 그렇게 대답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을 한다.
‘아! 걸릴 뻔했잖아! 왜 하필 이런 때에!’
그렇게 불평을 쏟아내려다 보니, 토마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수증기가 다시 생겨나고 있다. 토마 자신의 의지가 아닌, 스트레스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큰일 났다. 빨리 이걸 다시 거둬들이지 않으면, 금세 습기가 부실 전체에 퍼질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의심을 받는 건 토마 자신이다.
‘큰일났다... 이거 어떻게 해야 돼... 어떻게 하면...’
그 습기를 느끼는 건, 세이지와 루리부터다. 둘은 교복을 손으로 잡고서, 손부채질을 한다. 땀도 이마에 조금 맺혀 있는 게 보인다.
“여기 그런데 왜 이렇게 덥냐?”
“그러게. 에어컨 같은 것도 분명 틀었을 텐데...”
하지만, 둘의 시선은 토마에게 향하지는 않는 것 같다. 민 역시 마찬가지다. 민에게까지는 수증기가 퍼지지 않은 것 같다. 일단은 안도하지만, 또 다른 시선이 토마 주위로 모인 부원들에게 향해 있다.

“오! 오늘은 좀 빨리 왔지, 얘들아?”
토마가 그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보니, 윤진이 문 앞에 서 있다. 윤진뿐만이 아니라, 다른 부원 몇 명도 같이 있다.
“내가 또 부실 전체를 냉각시키거나 해야 해?”
“아, 아니에요, 선배님.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어떤 녀석이야!”
토마의 눈에도 보인다. 윤진의 뒤에서 현애, 안젤로, 나디아가 차례로 들어오고 있다. 알아챈 모양이다. 부실 안에 어느새 수증기가 채워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점점 습해지는 것도. 그리고 안젤로와 나디아의 시선이 향한 곳은...
마주쳤다.
토마와 둘의 시선이 말이다.
안젤로와 나디아 둘 다, 마치 용의자를 찾아낸 탐정처럼 토마를 보고 있다.
‘이런...’
이 상황, 빠져나가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도망갔다가는 ‘내가 범인이오’라고 대놓고 광고하는 꼴이 되어 버리니까 말이다. 그냥 모르는 척, 시치미 떼고 가만히 있기로 한다. 토마의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불안감 때문인지 토마의 주위에 수증기가 더 늘어난다.
‘이럴... 수가... 안돼... 수증기를... 다시... 거둬들여야...’
하지만 이 상황 자체가 스트레스를 주는지라, 토마는 점점 더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이다. 설상가상으로, 토마의 앞에 서 있는 민에게서도 표정의 변화가 보인다. 물론, 민은 그래도 한번 토마를 믿어 보려고 그러는 것이기는 하지만, 토마의 입장에서는 꽤나 괴롭다. 다들 토마를 포위하고 있는 것 같은 이 상황, 벗어날 방법이 없는 것인가...
“자, 얘들아! 다들 앉자!”
때마침, 윤진의 말이 들리고, 토마의 주위에 모여 있던 부원들, 그리고 다른 곳에서 놀거나 잡담을 하고 있던 부원들이 모두, 가운데에 있는 테이블 주위로 와서 앉는다. 토마를 향했던 그 시선도, 일단은 사라진다.
“후...”
토마는 남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안도의 큰 날숨을 내뱉는다. 하지만 여전히 신경쓰인다. 그리고 아직 그런 시선은 사라지지도 않았다.
“코믹 페스타에 앞서, 우선 다른 소식부터 먼저.”
윤진은 의외로, 다른 소식부터 먼저 전한다.
“이번 주도 내가 영업을 좀 했지. 그리고 그 결과 다음 주에 오게 될 신입 부원들은, 기대해도 좋아.”
“뭐야, 또 신입이 와?”
“또 누가 오길래 저래?”
윤진의 말에 다들 한 마디씩 중얼거린다. 윤진은 그런 부원들의 반응을 살피며 계속 말한다.
“너희들도, 기대하고 있는 모양인데? 좋아, 내가 영업한 성과에 대해 좀 말하자면, 이번 주 동안 총 10명의 후보를 추려냈고, 그중 1명은 바로 어제 새로 들어왔어.”
그렇게 말하며, 윤진은 토마를 바로 가리킨다. 토마가 자신이 지목되자 시선을 피하며 손을 내저으려고 하자, 윤진은 토마를 진정시킨다.
“어, 그렇게 안 해도 돼. 너무 수줍어할 필요는 없어.”
“네...”
“아무튼, 다른 몇 명도 다음주에는 오기로 했어. 그게 누구인지, 기대해 봐도 되겠지?”
다들 그 새로 오는 부원들이 누구일까 하며 수군댄다. 지온은 다른 부원들 틈에 섞여서 말을 섞거나 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그 새로 온다는 부원들이 누구인지 생각해 본다.
“설마... ‘라니아’인가? 아니야, 라니아는 만화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 그럼, 하윤이도 아닐 테고... 그렇다면, 제니? 아니, 미라?”
지온은 혼자서 생각에 잠기고, 다른 부원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꽃을 막 피우려고 할 그때.
윤진이 손뼉을 치자, 조금 시끄러워지려던 부실이 조용해진다. 부원들의 이목이 자신에게 쏠린 걸 확인한 윤진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연다.
“자, 이제 내일 코믹 페스타 일정에 관해서 설명해 볼까?”
이제, 윤진은 내일 있을 행사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겉으로는 그렇게는 보여도 윤진 역시 지금 부실 안의 공기를 눈치를 채지 못하거나 한 건 아니다. 조금 부실 내부가 습해진 것 정도는, 윤진도 알고 있다.
“우선 마리나 센터의 1층 대전시장에 들어가면, 바로 직진해서 걸어가면 돼. 우리 만화부는 3개 부스가 마련되어 있고...”
한편 지온은 윤진의 설명을 듣다가, 문득 토마가 앉은 자리 옆에 보이는 창가를 돌아본다. 아까는 없던 구름 비슷한 것들이, 창밖에 떠다니고 있다. 물론 토마가 아무도 모르게 수증기를 바깥으로 내보내서 구름을 만들어낸 것이다. 문득 지온의 머릿속에도 뭔가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다.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지온은 한 칸 당겨 토마의 옆으로 앉는다.
“어? 선배님, 갑자기 왜...”
“설명해 줄래?”
지온의 눈에서 마치 빛이 나는 듯 보인다. 토마는 그 표정을 보고서는, 일단 시치미를 떼기로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저 구름이 왜요? 저건 그냥 하늘에 떠다니는 것뿐인데...”
“그래...”
지온은 그렇게 말하고는, 뭔가 더 말하기 위해 토마의 옆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한다. 하지만 그걸 윤진이 본다. 정확히 말하면 지온과 토마 말고도 다른 잡담하는 부원 몇 명까지 더 두고 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얘들아, 내가 말하고 있잖니. 그러면 좀 집중해 주면 안 될까?”
“네, 네...”
지온은 어쩔 수 없이, 더 묻는 건 조금 이따가 하기로 하고, 다시 윤진이 설명하는 쪽으로 얼굴을 돌린다. 하지만 토마는 그런 지온의 질문이 좀 불쾌한 모양이다. 곧바로, 토마는 행동을 취한다. 아무의 눈에도 보이지 않게, 은밀히 손을 지온의 머리 위 천장 쪽으로 치켜든다. 곧바로, 토마가 생각한 바에 따라 지온의 머리 위 천장에 물방울이 조금씩 맺히기 시작한다. 미리 만들어 둔 수증기를 모아서, 물방울로 만든 것이다. 곧바로 모인 물방울은 지온의 머리 위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잠시 후면 지온은 축축해진 머리를, 왜 물이 떨어졌는지도 모른 채로 만질 것이다. 그리고 짜증을 낼 것이다. 토마는 이것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잠시 후 지온이 보이는 반응은 예상 밖이다.
“어? 머리에 뭐가 통통 튀네?”
지온이 머리를 쓸어 보는 건 똑같지만, 전혀 다른 반응이다. 윤진이 한번 돌아보지만 그것뿐. 이윽고 윤진은 설명을 마치고는, 홀로그램을 하나 보여준다. 이런저런 굿즈가 보이고, 몇 번 넘어가자 이런저런 캐릭터의 얼굴과 상징 로고가 붙어 있는 텀블러, 배지 같은 굿즈도 표시된다. 거기에다가 ‘사인회 장소’라고 표시된 안내도도 덤이다. 아마, 요시노 감독의 사인회일 것이다.
“자, 드디어 내일이야! 기대하는 사람도 있고, 큰 기대를 안 품은 사람도 있겠지만, 내일은 우리 기억에 남는 행사가 되기를 기대하자!”

한편, 민은 토마가 유독 신경 쓰인다. 아까는 그냥 태연한 척했지만, 꽤 습하기는 습했다. 속옷에 조금 땀이 맺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태연히 있으면 토마가 의심할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두 자리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 토마는 민 자신을 의식하지 않는 듯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여러 번이나 흘끗흘끗 돌아보고 있다.
“콜록... 콜록...”
토마의 기침 소리가 민의 귀를 간지럽힌다. 살짝 돌아보니, 기침하는 건 정말인 것 같다. 하지만 민은 토마를 그냥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물론, 나름대로 다 생각이 있다.
‘이제 쉬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분명 뭔가를 하겠지. 숨이 안 쉬어지니 밖으로 나갈 거고...’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2-12-21 14:18:20

결국은 막다른 골목이네요. 이전에는 토마가 안젤로와 나디아를 바로 눈앞에서 따돌리는 데에 성공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정반대네요. 그 안젤로와 나디아는 자신의 앞에 나타나 있고 토마가 그 자리를 이탈하면 바로 자백해 버리는 효과가 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부장 윤진이 역점을 둔 코믹 페스타가 바로 내일 열리는군요.

이것이 방해받지 않아야 할텐데 하는 염원은 간절하지만 뭔가 이상한 일이 터질 것 같기도 하네요. 높은 확률로.

시어하트어택

2022-12-25 21:24:34

안젤로와 나디아는 감으로 그렇게 돌아보기는 한 것이지만 결국은 맞았죠. 그게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간에 말이죠.


코믹 페스타 때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직은 모릅니다.

SiteOwner

2023-02-09 21:23:50

퇴로가 없는 상황에서 일은 저질러 놨고, 정말 답이 없을 것 같습니다.

좌중의 대부분은 토마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지만 민만은 유일하게 토마를 주시하고 있으니 이것도 볼만합니다. 본인이 자초한 거니까 어쩌겠습니까.


토마의 나름대로의 생각, 그건 쓸모없을 것 같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3-02-12 21:47:21

바보도 1000가지 생각을 하다 보면 그 중에 1가지 정도는 쓸 만하다고는 하겠지만, 토마의 생각은 방향부터가 잘못되었으니, 도무지 쓸 데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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