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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44화 - 축제는 구름 속(1)

시어하트어택, 2022-12-26 23:20:23

조회 수
122

그렇게 윤진으로부터 온 메시지를 받은 민이 마침 카운터 쪽을 돌아보니, 카운터에 있는 20대 중반 정도의 여자 종업원이 있다. 민은 이 종업원의 얼굴을 잘 알고 있고, 그 종업원도 민을 잘 알고 있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그렇게 인사를 하더니, 다 알고 있다는 듯 민의 앞으로 다가온 그 종업원은 진열대에서 샌드위치 몇 개를 고른다.
“오늘은 아마 로티세리 치킨 샌드위치가 맛있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그럼 이걸로 4개 주세요.”
민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종업원은 기다렸다는 듯 BLT 샌드위치를 4개 고른다. 민은 조금 고민하더니, 종업원에게 다시 말한다.
“잠시만요! 4개만 더요.”
“네-”
민은 잠시 진열대를 돌아보더니, 종업원에게 한 마디 덧붙인다.
“4개는 BLT로 해 주세요!”
“네-”

그렇게 한 손에 샌드위치가 든 종이가방을 들고, 빵집을 나선다. 물론 염동력을 걸어 놓은 덕분에 무겁지는 않다. 그것도 남들의 눈에 확 띌까 봐, 종이가방을 든 손을 꽉 쥔다.
“이제 가는 일만 남은 건가...”
민이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막 마리나 센터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그때.

♩♪♬

메시지 도착음이 울린다. 전화를 열어 보니 윤진으로부터의 개인 메시지다.

[토마를 잘 지켜봐. 나는 그 애가 우리 부실을 귀찮게 하던 그 초능력자라고 확신하니까]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메시지를 받은 민은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행사 중에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그건 그것대로 고민이 된다. 염동력을 써서 아예 공중에다가 고정이라도 시켜 놔야 하는 건가? 아니, 그러면 오히려 다른 사람들 눈에 띄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으면 토마는 분명히 마리나 센터 안이든 밖이든 장난을 쳐 놓을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감당도 못 할 그런 장난들 말이다.
“하, 고민되네, 이거.”
민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계속 걷는다.

그리고 그 시간, 마리나 센터의 대전시장 한쪽에 마련된 미린학원 만화부의 부스.
“들었어?”
한참 물건을 옮기던 마린이, 옆에서 이런저런 굿즈를 진열하고 있는 아이란에게 말을 건다.
“왜?”
“오늘 아론 안 온다더라.”
“어우, 잘됐네. 그 애, 또 이상한 말 하거나 구석에서 자고 있을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그런데 그저께 새로 온 부원이 아론 자리로 온다며.”
“에이... 그 애가?”
아이란은 그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묻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온 지 일주일도 안 된 신입 부원을 부스에 배치한다는 건 조금 무리인 듯하다.
“윤진 선배가 직접 그렇게 하라고 했다는 건가, 그러면?”
“뭐... 그렇겠지. 윤진 선배한테서 직접 들은 이야기라는데.”
“아... 그래. 아론이나 줄리안보다는 나으려나...”
“줄리안은 왜?”
“멋대로 부스에서 나와서 돌아다니던 것보다는 확실히 낫겠네. 안 그래?”
“어... 그렇지.”
마린의 말투는 예와 같은 무미건조한 말투다. 다른 사람들이 듣기에는 확실히 짜증이 밀려오는 듯한 말투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확실히 마린이 그렇게 말하니 조금은 마음이 놓일 것 같다. 물론 거기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아이란이 아는 마린의 능력은 확실히 강력하다. 민의 능력의 강함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마린은 그 능력을 한 번밖에 보여 준 적이 없으니, 지금은 그게 무슨 능력인지도 얼른 생각이 잘 안 나고, 조금 생각을 더 해 봐야 겨우 떠오를 정도다.
물론, 둘은 지금 마리나 센터 밖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모르고 있다.

“응? 오늘 비 온다고 했었나?”
걸어가다 보니, 어느새, 민은 마리나 센터 앞의 교차로에 다다른다. 고급 빌라촌이 있고, 도로변에는 아기자기한 음식점과 상점들이 있고, 도로 한가운데에는 미린 라이트레일의 고가가 지나고, 그 너머로 마리나 센터가 보이는 교차로다. 샌드위치를 사 들고 가던 민의 눈앞에, 보인다. 마리나 센터의 주위에 추적추적 비가 오고 있는 광경이 말이다. 지금 서 있는 곳에는 비가 하나도 안 오는데 말이다.
“어디 보자... 오늘은 비는 안 온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건 분명히 토마가 벌여 놓은 일일 것이다. 그리고 토마는 민보다 먼저 마리나 센터에 도착했거나, 아니면 가까운 데에 있을 것이다. 물론 마리나 센터는 미린 라이트레일의 역으로부터 이어지는 육교로도 갈 수 있으니 거기까지는 큰 문제가 안 될 수도 있겠지만, 날씨가 갑자기 바뀌어 버리면 행사에 차질이 생길 것임은 분명하다. 당장 육교 아래로 보이는 광경만 봐도 그렇다.?
“다들 코스프레 하러 나온 사람들인가 보네... 그런데 다들 옷이 젖고...”
민이 그렇게 아래의 광경을 보며 혀를 내두를 즈음, 전화 수신음이 울린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아 보니 마린에게서부터 온 전화다.
“마린 누나? 왜 전화한 건데?”
“혹시 토마 못 봤어?”
“토마는 왜? 그 애도 그 애 나름대로 시간 맞춰 오겠지.”
“빨리 좀 찾아봐. 내가 할 게 있으니까.”
“할 거라니?”
“그런 게 있어.”
마린은 그렇게 얼버무리기만 할 뿐, 상세한 건 말해 주지 않는다.
“아, 그리고 샌드위치는 인원수 맞춰서 사 오고 있는 거지?”
“당연하지.”
“알았어, 그럼 조금 이따가 보자.”
마린으로부터의 전화가 끊어진다. 민은 어디 있는지 모를 토마가 혹시나 보일까 해서 한번 더 주위를 돌아본 다음, 육교를 걸어서 마리나 센터 안으로 들어간다.

한편 윤진은 대전시장 밖에 있는 복도에 서서 앞에 있는 부원 몇 명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윤진이 나누어 주는 목걸이형 이름판을 목에 걸고, 남색과 금색이 적절히 배합된 겉옷을 하나씩 입고는, 윤진이 뭐라고 말하자 윤진이 가리킨 쪽으로 간다. 부원들이 간 걸 확인하자, 윤진은 곧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

“여보세요?”
전화를 받는 사람은 메이링. 윤진으로부터의 전화를 기다렸다는 듯한 목소리다.
“네, 혹시 변호사님, 여기 마리나 센터에 오늘 잠깐 들를 수 있나요?”
“어? 가는 건 조금 곤란한데. 고객을 좀 만날 일이 있어서.”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메이링의 말에 윤진은 당황했는지 잠시 말이 없다가 다시 입을 연다.
“그러면... 그 능력자를 어떻게 멈추죠?”
“야, 윤진아!”
전화 너머에서 메이링이 윤진에게 딱하다는 듯 말한다. 윤진은 메이링의 이 한 마디의 뜻을 아직 모르는지, 메이링에게 되묻는다.
“아니... 변호사님, 도대체 왜요?”
“너도 참... 네 능력을 빨리 알아야지!”
“네...? 제 능력이라니요?”
“너도 가끔 보면 누군가 초능력을 쓰던 게 도로 자신에게 되돌아간 적이 있었다고 했지?”
“네... 그랬죠.”
“바로 그거야!”
“......”
윤진이 말이 없자, 메이링은 잠시 윤진의 말을 기다리더니, 그래도 말이 없는 윤진에게 한 마디 하고 전화를 끊는다.
“내가 이 정도까지 말했으면 너도 깨달았을 텐데...”
전화가 끝나자, 윤진은 그 자리에서 잠시 가만히 있다가, 한 마디 중얼거린다.
“뭐야... 그럼 그 현상들이, 다 내 능력이었다고?”

그리고 그 시간, 마리나 센터의 야외 광장.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광장을 검은 후드티를 입은 한 사람이 걷고 있다. 들고 있는 우산이 푸른색이라서 약간 어울리지 않는 듯해 보이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걷는다. 비가 오는 구름을 올려다보며, 그는 만족한 듯 웃음을 짓는다.
“비 오는 풍경이 괜찮은데? 다들 비를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보기 좋아.”
후드를 쓴 그 사람은 토마. 후드를 벗자 분홍색 파마 머리가 선명히 드러난다.
“구름이야 충분히 만들 수 있지. 마침 가까이 바다도 있고.”
토마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시계를 본다. 시간은 9시 30분.
“이제 들어갈까? 아니, 조금 일찍인 건가...”
그렇게 토마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마리나 센터 대전시장으로 들어가서, 어제 윤진이 가르쳐 준 약도를 따라 만화부의 부스로 간다. 토마가 들어간 곳으로부터는 조금 걸어야 하지만, 그래도 못 찾을 정도까지는 아니다. 토마가 마침내 문제의 그 판매 부스 안으로 들어서니...
“어, 이제 왔네?”
이미, 아이란과 마린이 와 있다. 거기에다가, 민도 마찬가지로 아이란과 마린 옆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그리고 옆에는 샌드위치도 놓여 있다.
“혹시... 제가 좀 늦게 온 건가요?”
“에이, 아니야! 자, 자! 여기 자리 있으니까 앉아.”
마린은 토마가 생각하기에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절하게 대하며, 자기 옆에 있는 의자 하나를 주기까지 한다. 토마는 토마대로, 그리고 아이란은 아이란대로 이런 상황이 어색하다.
‘으... 왜 이렇게 친절한 거야... 거기에다가, 내 능력이 눌려 버리는 것 같아...’
마린의 옆에 앉기만 했는데도, 마치 토마가 만들어내는 구름을 마린이 구겨 버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거기에다가 무엇인지 모를, 마치 ‘지켜보고 있는 듯한’ 그런 기분까지. 토마에게는 왠지 어딘가 함정에 들어온 것 같다.
아이란도 마찬가지다. 지금 토마에게 마린이 보인 반응은, 평소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인 무뚝뚝한 반응이 아니다. 평소에 마린은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를 걸면 십중팔구는 무미건조하고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며칠 전에 연못에 우박이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지금의 반응은 마린답지 않다. 아니, 오히려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란은 오히려 불안하다.
“아니... 설마, 마린이 자기 능력을 쓰려는 건가...?”
그러나 잠시 후, 아이란은 다시 자기 앞의 진열대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아직은 마린이 초능력을 쓸 것 같지는 않다.
“좋아, 즐거운 상상이나 해 볼까. <5월은 거짓말> 수제 팬코믹! 과연 얼마나 많이 팔릴는지.”
그러면서 아이란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자기가 만든 팬코믹 회지를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자, 민이 그걸 보고 한 마디 한다.
“아니, 아이란 누나는 그것만 보다가 시간 다 보내겠는데?”
“네가 뭘 몰라서 그래.”
아이란은 기다렸다는 듯 민에게 말한다.
“이런 팬코믹 하나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네가 알지 못하는 어딘가에는 수백 수천만이나 될걸?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다 돈이 되니까 하는 거라고.”
“좋겠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만들 머리는 없거든.”
“얘들아, 조용, 조용! 저기 좀 봐봐!”
마린이 막 말다툼을 하려는 민과 아이란을 제지하고는, 통로 쪽을 가리키며 말한다.
“오, 이제 하나둘씩 모여드는 모양인데.”
마린이 보니, 행사장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오는 게 보인다. 대부분은 중고등학생이나 20대 정도다. 출입구 위치 때문인지 아직 만화부의 부스 쪽으로 오는 사람들은 없는 모양이다. 아직 시간은 10시도 안 됐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은 이르기는 하지만, 만화부에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바로 근처가, 그 요시노 감독의 사인회가 열리는 곳이다. 애초에 그것도 다 고려하고 위치를 정한 것이지만.
“오, 여기 다들 좀 일찍 와 있었네?”
누군가가 만화부 부스 안에 있는 부원들을 부른다. 앞에 서 있는 사람은 검은색 해골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갈색 머리의 여자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2-12-27 17:31:25

토마의 장난은 대체 뭐가 목적이고 그렇게 해서 뭐가 즐겁거나 뭐가 메리트인지를 도저히 모르겠어요. 그렇게 비를 내리는 능력이 좋으면 목줄이라도 채워서 사하라사막 같은 데에 묶어놓던가 해야 할 것 같네요. 그러면 비를 내리게 할 거니까 사막화 방지에도 도움이 되고 거기서 연명할 수라도 있을테니까요. 확실한 건 이상하게 쏟아지는 비의 배후가 토마인 것을 아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니까 그 짓도 오래 못 가리라는 예측일까요.


윤진에게 그런 능력이 있었군요. 타인이 발휘한 초능력을 피드백시키는. 강력하네요. 역시 메이링이 잘 간파하고 알려줬어요. 그러면 윤진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올테니...

마지막에 나타난 그 여자는 뭔가 수수하게 입은 듯하면서 파격적이네요. 과연 누구일지...

시어하트어택

2022-12-31 23:43:52

마드리갈님의 말이 재미있네요. 사막에다 묶어 놓고 비를 내리게 하면 좀 많이 유익하겠죠. 어디까지 능력이 미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윤진 같은 경우는 자신도 몰랐다가 조금 늦게나마 자기 능력을 깨달은 케이스인데, 조금 지나면 더욱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겁니다.

SiteOwner

2023-02-11 15:40:36

자신이 몰랐던 초능력...

그런 것을 타인이 말해주면 어떤 기분일까요. 윤진의 마음은 역시 복잡하겠지요. 저도 그럴 것 같습니다. 엄청난 능력이라고 좋아하기 이전에 자신의 정체가 무엇인지 당혹스러워서 굉장히 혼란스러울 것 같습니다. 그나마 윤진이 그런 충격을 잘 이겨내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토마는 그야말로 좌불안석. 1초가 1년 이상으로 길게 느껴지겠습니다만 그게 누구 탓이겠습니까.

시어하트어택

2023-02-12 22:12:21

오히려 윤진이 둔감하다고 볼 수도 있죠. 그건 생각하기 나름입니다만, 아마도 윤진이 만화부장으로서 부원들이 말썽을 부리면 그걸 통제하려는 생각에서 그 능력이 발현된 게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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