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창작물 또는 전재허가를 받은 기존의 작품을 게재할 수 있습니다.
“오, 검은 토끼잖아!”
토요일에 놀러간 시골의 어느 농장. 아들은 토끼 무리 사이에 있는 검은 토끼를 가리키며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아빠, 아빠, 저기 봐봐!”
“응, 왜?”
“검은 토끼! 신기하지?”
“어... 그렇네.”
과연, 내가 보기에도 흰 토끼들 사이에 낀 검은 토끼는 신기했다. 그런데, 흰 토끼들이 슬슬 그 검은 토끼를 피하는 모습이 왜인지는 모르게 눈에 걸렸다. 자꾸만 다른 토끼들이 그 검은 토끼를 피하는 게 아무래도 좋게 보이지만은 않아 보였다. 저것 역시 자연의 이치라고 한다면 또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데... 저 토끼, 왜인지 모르게, 불쌍하네...”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걸 들은 아들은 잠시 말이 없었다. 아들뿐만 아니라 나 역시 그 검은 토끼를 한참 보다가, 어느새 돌아서서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외로이 있어서 다른 토끼들의 멸시를 받는 그 검은 토끼를 보니, 30년도 더 전의, 내 학창시절의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빠! 아빠!”
아들의 목소리는 의외로 장난스러웠다. 그 외로운 토끼가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돌아봤는데...
“봐봐!”
의외였다.
그 검은 토끼를 다른 토끼들이 피해 다니는 건 맞지만, 사정은 달랐다. 검은 토끼는 이빨을 드러내고, 주위에 널려 있는 당근들 중 큰 당근에 다른 토끼들이 가지 못하도록 쫓아내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토끼 무리의 우두머리라도 된 것처럼. 아니, 우두머리 그 이상이 확실해 보였다.
“뭐야...”
그렇게 중얼거렸다. 나는 대체, 뭐에 감정이입을 하고 있었던 걸까. 그날의 그 검은 토끼를, 웬만해서는 잊지 못할 것 같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목록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채색이야기] 면채색을 배워보자| 공지사항 6
|
2014-11-11 | 7231 | |
공지 |
오리지널 프로젝트 추진에 대한 안내| 공지사항 |
2013-09-02 | 2345 | |
공지 |
아트홀 최소준수사항| 공지사항
|
2013-02-25 | 4690 | |
2172 |
[만화부가 수상하다!] 55화 - 누군가에게는 난감한 월요일(2)| 소설 4 |
2023-02-14 | 114 | |
2171 |
[만화부가 수상하다!] 54화 - 누군가에게는 난감한 월요일(1)| 소설 4 |
2023-02-12 | 116 | |
2170 |
[만화부가 수상하다!] 53화 - 조금은 어수선한 월요일| 소설 4 |
2023-02-11 | 120 | |
2169 |
[만화부가 수상하다!] 등장인물 소개(9)| 스틸이미지 4
|
2023-02-10 | 163 | |
2168 |
[괴담수사대] 진행자와 함께 알아보는 판데모니움 로열| 설정 4 |
2023-02-10 | 121 | |
2167 |
[괴담수사대] XIII-6. 연산 애슬레틱| 소설 3 |
2023-02-10 | 125 | |
2166 |
[만화부가 수상하다!] 52화 - 어느 동아리 매니저의 속사정| 소설 4 |
2023-02-09 | 129 | |
2165 |
[만화부가 수상하다!] 51화 - 어떤 탐색전(2)| 소설 4 |
2023-02-07 | 133 | |
2164 |
[만화부가 수상하다!] 50화 - 어떤 탐색전(1)| 소설 4 |
2023-02-04 | 134 | |
2163 |
[만화부가 수상하다!] 49화 - 뉴페이스 동아리| 소설 4 |
2023-02-01 | 137 | |
2162 |
[만화부가 수상하다!] 등장인물 소개(8)| 스틸이미지 4
|
2023-01-31 | 153 | |
2161 |
[괴담수사대] XIII-5. 미궁 탈출| 소설 4 |
2023-01-29 | 127 | |
2160 |
[괴담수사대] XIII-4. War| 소설 3 |
2023-01-29 | 117 | |
2159 |
[단편] 고립| 소설 4 |
2023-01-27 | 144 | |
2158 |
[4컷만화] 관심사| 스틸이미지 4
|
2023-01-23 | 162 | |
2157 |
[단편? 엽편?] 외로운 토끼| 소설 4 |
2023-01-22 | 145 | |
2156 |
[괴담수사대] 404호의 무언가| 설정 2 |
2023-01-16 | 123 | |
2155 |
[단편] 쇼핑몰에 사는 그것| 소설 4 |
2023-01-12 | 141 | |
2154 |
[괴담수사대] 외전 24. 404호에 소원 빈 사람 있어?| 소설 3 |
2023-01-05 | 120 | |
2153 |
[만화부가 수상하다!] 48화 - 구름을 흩고서| 소설 4 |
2023-01-04 | 122 |
4 댓글
마드리갈
2023-01-23 22:24:37
역시 사물이란 각도에 따라 참 다르게 보이네요.
그 토끼는 달라서 기피대상이 되는 것인데, 사정을 모르고 봤을 때는 불쌍하게 보였지만 사정을 알고 보니까 그게 아니었고 그 검은 토끼가 다른 흰 토끼들을 겁먹게 하는...
이래서 상대적 관점이라는 게 중요한 건가 봐요.
시어하트어택
2023-01-29 21:03:03
한 가지 관점에 너무 매몰되어서 사건을 보면 사건의 내막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단편적인 측면만 보고 분노한다든가 하는 건 지양해야 할 텐데, 요즘의 세태는 즉각적인 반응이 중시되는 측면이 더 강하다 보니...
SiteOwner
2023-02-12 15:43:44
엽편(葉篇)이라는 말을 보니 과거에 학교에서 배웠던 용어 중 장편(掌編)이라는 말도 같이 생각납니다.
한쪽만 보면 알 수 없는 게 있긴 합니다. 귀엽고 평화롭게 보이는 초식동물인 토끼들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알력이 있을 수 있고, 어린아이들 사이에서도 텃세니 뭐니 하는 게 있고...
확실히 기억에 잘 남겠군요. 게다가 다른 흰 토끼들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검은 토끼니까...
시어하트어택
2023-02-26 21:13:12
겉으로만 보이는 사건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으면서도 그와는 상반되는 진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판단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겁니다만, 저런 식으로 되어 버리면 좀 허탈하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