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창작물 또는 전재허가를 받은 기존의 작품을 게재할 수 있습니다.
게시자: 미스테리어스
제목: [투고괴담] 기묘한 예언가
구독자 '회전선풍각도기'님께서 투고해주신 이야기입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친구들 사이에서는 '기묘한 예언가'라고 불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였습니다. 이름이 뭔지 정확히는 모르고 다들 기묘한 예언가라고만 불렀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이 예언가가 화제였던 이유는, 그녀가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맞는다는 겁니다.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말이죠. 마치 초록색 고추장도 있을까? 라는 질문에 정말 초록색 고추장을 만들어서 가져 온 느낌이라고 합니다. 다만, 예언을 듣는 방법이 특이했습니다. 예전에 일본에서 유행했던 괴인 앤서 괴담을 약간 비틀었다고 해야 할까요.
기묘한 예언가를 만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친구들 열 명을 모은 다음 밤 12시 정각에 '당신의 지혜를 빌려주세요'라는 방 제목으로 단체 대화방을 만들면 참여 인원이 11명이 된다고 합니다. 혹은, 직접 만나서 예언을 듣고 싶은 사람은 밤 12시 정각, 아무도 없는 캄캄한 공간에 촛불 하나를 켜 두고 10명이 둘러앉되, 한 명이 앉을 공간을 비우고 앉아서 '당신의 지혜를 빌려주세요'를 10명이 순서대로 얘기하면 된다고 합니다.
대화방을 만들게 되면 마지막으로 '기묘한 예언가'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사람이 한 명 들어옵니다. 프로필 사진은 기본 프로필인데 검정 바탕에 흰 아이콘이고, 머리 부분이 동심원인 모양입니다. 직접 둘러앉아서 부르게 되면 비어있던 한 자리에 기묘한 예언가가 앉게 되는데, 이 때 기묘한 예언가를 봤던 친구들에 의하면 색이 바랜 것 같은 하얀 머리에, 마치 심해를 들여다보는 것 같이 짙은 색의 눈을 한, 온 몸이 어디 아픈것처럼 창백한 까만 옷을 입은 여자라고 합니다.
기묘한 예언가가 왔다는 게 확인되면, 그 때부터 딱 한 가지 질문만을 할 수 있습니다. 질문할 거리가 너무 많다면 그녀에게 제비뽑기를 부탁할 수도 있는데, 카드 네 장 중 하나를 뽑아 거기에 적힌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준다고 합니다. 핸드폰으로 할 때는 제비뽑기 기능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순차적으로 질문하게 되면 예언가는 거기에 대한 대답을 해 주고 나면, '복채'를 지불해야 합니다. 점을 보고 나서도 복채로 얼마정도 쥐어주는것처럼요.
하지만 이 예언가는, 복채를 꼭 돈만으로 받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질문에 따라서는 꽤나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기도 하고, 돈이 아닌 다른 것으로 받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 예언가를 만났던 친구와 같이 있던 사람들 중에는 5천원~만원정도의 복채를 냈던 사람들도 있었고, 제 친구는 2만원을 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은 복채를 현금이 아닌 다른 것으로 지불하게 되었는데, 복채를 지불할 수단을 본인이 직접 정하게 했다고 합니다.
친구한테 듣기로는, 선택지가 그 사람의 수명 50년 혹은 그 사람 동생의 수명 50년이었는데 그 사람은 애먼 남동생을 휘말리게 할 수는 없다면서 자기의 수명을 지불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물어봤던 것은 자기가 연기자로 데뷔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고, 예언가는 너는 원판이 예뻐서 얼굴에 칼을 댈 필요는 없고 수능 마치면 다이어트를 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대학에 가서도 열심히 연기 연습을 하라면서요. 그나마 남동생을 휘말리게 하지 않겠다는 그 마음씨를 높게 사서, 데뷔하게 되면 바로 유명하게 만들어주겠다고도 했습니다. 아마 미스테리어스님도 TV에서 보셨을겁니다. 최근에 미국 영화제에도 초청받았다는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했던 신인 여배우가 그 친구였습니다.
제 친구는 그 때 저와 친구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지를 물었고, 예언가는 둘 다 한번에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과 질문이 거의 비슷했는데, 어째서 제 친구는 2만원만 내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제 친구 역시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아직까지 저는 그 기묘한 예언가를 만나본 적은 없고 제 친구들의 경험담만을 주워들었지만, 자정에 나타나서 미래를 예언해주고 복채를 받아간다는 건 단순 점일 뿐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 친구가 정말로 지망하는 대학에 합격했고, 저 역시 그랬습니다. 지금은 같은 대학 다른 과에서 각자 전공수업도 듣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둘 다 졸업을 앞두고 있고요.
대체 그 예언가가 복채를 받는 기준이 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만나게 된다면, 물어보고 싶네요.?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목록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채색이야기] 면채색을 배워보자| 공지사항 6
|
2014-11-11 | 7231 | |
공지 |
오리지널 프로젝트 추진에 대한 안내| 공지사항 |
2013-09-02 | 2345 | |
공지 |
아트홀 최소준수사항| 공지사항
|
2013-02-25 | 4690 | |
2272 |
[만화부가 수상하다!] 107화 - 물밑접촉| 소설 5 |
2023-07-26 | 113 | |
2271 |
[단편] 무제| 소설 4 |
2023-07-22 | 129 | |
2270 |
[만화부가 수상하다!] 106화 - 동아리 교류행사 6일차(4)| 소설 4 |
2023-07-21 | 116 | |
2269 |
[괴담수사대] 외전 28. 기묘한 예언가 이야기| 소설 2 |
2023-07-21 | 119 | |
2268 |
[괴담수사대] 외전 27. 기묘한 예언가| 소설 2 |
2023-07-21 | 125 | |
2267 |
[만화부가 수상하다!] 105화 - 동아리 교류행사 6일차(3)| 소설 4 |
2023-07-19 | 125 | |
2266 |
걸즈 앤 판처: 스쿨 쉽 워!| 스틸이미지 4
|
2023-07-19 | 154 | |
2265 |
[만화부가 수상하다!] 104화 - 동아리 교류행사 6일차(2)| 소설 4 |
2023-07-14 | 123 | |
2264 |
[괴담수사대] XV-2. 사고다발지역| 소설 3 |
2023-07-14 | 120 | |
2263 |
[괴담수사대] XV-1. Gourmet| 소설 3 |
2023-07-13 | 118 | |
2262 |
[만화부가 수상하다!] 103화 - 동아리 교류행사 6일차(1)| 소설 4 |
2023-07-12 | 125 | |
2261 |
[괴담수사대] 무간지옥의 나머지 계층 관리자| 설정 2 |
2023-07-12 | 118 | |
2260 |
[만화부가 수상하다!] 102화 - 그리 평범하지는 않은 점심시간| 소설 4 |
2023-07-07 | 119 | |
2259 |
프라노사우루스 #2| REVIEW 4
|
2023-07-06 | 150 | |
2258 |
[만화부가 수상하다!] 101화 - 은밀한 계획?| 소설 4 |
2023-07-05 | 128 | |
2257 |
[괴담수사대] Prologue-XV. 저주받은 음악| 소설 3 |
2023-07-05 | 124 | |
2256 |
오랜만에 그려 본 전신 포즈 그림| 스틸이미지 4
|
2023-07-01 | 135 | |
2255 |
주인을 찾지 못한(?) 그림들| 스틸이미지 4
|
2023-07-01 | 148 | |
2254 |
[만화부가 수상하다!] 등장인물 소개(14)| 스틸이미지 4
|
2023-06-30 | 153 | |
2253 |
[만화부가 수상하다!] 100화 - 어떤 용기, 혹은 무모함| 소설 4 |
2023-06-30 | 115 |
2 댓글
마드리갈
2023-07-23 21:53:46
역시 시대가 변모하니까 예언가도 변모하네요.
그리고 그 기묘한 예언가는 나타나는 방법도 온라인 단체대화방에 출몰하는가 하면 복채를 받아가는 기준도 알 수 없고...
그런데 자신의 수명 50년을 복채로 냈다는 사람에 대해서는 후일담이 있으려나요. 정말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자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남동생을 위하는 그녀를 정말 일찍 죽게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저도 그 기묘한 예언가에게 여러가지를 물어보고 싶네요.
SiteOwner
2023-08-19 19:12:37
확실히 기묘하군요. 그리고 예언의 대가가 정말 소소하기도 하고 과연 정말 그렇게 커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런 기묘한 예언가보다는 저 자신을 믿으렵니다.
최소한 지금까지 살면서 만났단 예언가들은 저에 대해 정확한 예언을 못했다 보니 그러합니다. 30세를 못 채우고 요절한다는 그런 점괘를 낸 사람이 있었는데 실제로 30세가 되기 전에 중병을 앓았고 생사의 기로에 섰던 적이 있었습니다만 결국 살아남았고 16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보다 더욱 건강합니다. 그리고 매일을 감사해 하면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