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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수사대] 외전 32. 이름 도둑

국내산라이츄, 2023-10-10 23:58:02

조회 수
112

게시자: 미스테리어스
제목: [투고괴담] 이름 도둑

구독자 'dyoon2020'님께서 투고해주신 이야기입니다. 

안녕하세요, 파리아 아일랜드에서 프로야구를 하고 있는 도윤입니다. 오늘은 제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 합니다. 

제 이름은 오래 전, 어머니가 용하다는 작명가에게서 받아왔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두 번이나 이름을 받아와야 했는데, 첫 번째로 받아왔던 이름인 도민을 다른 친구가 먼저 훔쳐서 자기 아이의 이름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만나기 힘든 작명가였고, 제가 첫 아들이었던지라 누나들과 달리 복채에 웃돈까지 얹어주고 받아온 좋은 이름이었던지라, 어머니는 그 소식을 듣고 그 친구와 바로 연락을 끊었습니다. 그 다음, 그 작명가에게 찾아가니 그 작명가는 어째서인지 엄마가 제게 지어주려고 받아갔던 이름을 누군가 훔쳐갔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연신 사과하면서 이름을 하나만 더 지어줄 수 없겠느냐고 하자, 그 작명가는 그것도 운명이었으니 사과 할 필요는 없고, 복채도 더 안 줘도 된다면서 지금의 제 이름, 도윤을 지어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이름은 '제가 받았어야 제 효과를 내는 이름'이라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저는 고등학교에서는 선수로 지명을 받지 못했습니다. 힘들게 준비한 드래프트가 잘 되지 않아 힘들었던 찰나, 친구가 '기묘한 예언가'가 하는 점집에 힘들게 예약을 잡았다면서 저를 같이 데려갔습니다. 타로집 앞에서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마치 타서 재가 된 것 같은 머리색을 가진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 분은 제 이름을 듣더니 몇년 전에 자기가 지어 준 이름이라며 반가워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때, 처음으로 제 이름에 얽힌 사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선생님이랑 코치님을 믿고 대학에 가서 대학 드래프트를 준비하라면서, 대학 생활을 하는 동안 군대도 갔다 오라고도 했습니다. 미래에 유명해 질 선수가 왔다면서 복채로는 2만원이랑 제 사인볼을 하나 받아갔고요. 뒤에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제 이름을 훔쳐간 친구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았습니다만, 집에 가서 어머니에게 물어보니 그걸 어떻게 아냐고 반문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친구와 같이 유명한 점집에 갔다가 만나게 된 것과 대학 드래프트를 노려보라는 점괘가 나왔다는 걸 얘기했더니, 어머니는 그 분이 그렇다면 그런거라면서 군대에서 재수 공부를 해서 대학부터 가자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제 이름을 훔쳐간 친구에 대해 물었습니다. 어머니는 제 이름을 훔쳐간 친구와는 연락을 끊었지만, 다른 친구들에게는 이러이러해서 나는 걔랑 연락도 안 하고 걔랑 같이 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싫다, 대신 너희들이 만나는 건 신경 안 쓰겠다고 했답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도 모든 사연을 알게 된 다음 그 친구와 거리를 두었다고 합니다. 연락은 끊지 않되, 어머니가 참석하는 모임에는 그 분을 안 부르게 된 거죠. 그래서 어머니도 친구들을 통해 건너건너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전에 파리아 아일랜드에 지명되었다가 후배를 횡문근융해증으로 죽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지명이 취소되었던 윤도민이 제 이름을 훔쳐간 아이였습니다. 지금은 도민이는 실종되었고, 어머니의 친구분은 정신병원에 갇혀있고, 도민이의 아버지는 회사 임원이었다가 평사원으로 강등되어 퇴사하고 지금은 건물 주차 관리 일을 하고 계십니다. 

저는 초등학생일 무렵부터 야구부에서 야구를 시작했습니다. 작은누나의 얘기에 따르면 저는 돌잡이로 야구공을 잡고,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동그란 게 보이면 던지곤 했다고 했습니다. 볼 풀장에서도 공을 잡고 마냥 던지곤 해서, 누나들이 사람이 있는 곳에 던지지 못하도록 말리느라 애를 먹었다고 했습니다. 거기다가 우량아로 태어난 탓인지 또래보다 키가 컸던 저를 야구부 감독님께서 눈여겨보셨고, 시험삼아 공을 던져보게 했을 때 깨달으셨다고 합니다. 그 길로 저희 집으로 찾아온 감독님은 부모님께 학업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할테니 야구부에 입단하게 해 달라고 하셨고, 저희 부모님도 학업에 지장이 가지 않고, 제가 하고 싶다면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야구부에 입단한 후에도 감독님은 공부하는 데 지장이 가지 않을 만큼만 훈련을 했고, 훈련도 좋지만 공부도 꼭 하라면서 야구부에서 제일 성적이 좋았던 형을 소개해주기도 했습니다. 

반면 도민이는 저와 달리 부모님이 처음에는 야구부 입단을 반대했었다고 합니다. 체격이 또래보다 작았던 것도 있지만, 도민이네 부모님은 도민이가 의대나 법대를 갔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기껏 용돈을 모아서 산 야구 글러브를 찢어버리거나, 배트를 꺾어가면서 막아보려고 했지만 허사였다고 합니다. 도민이의 의지에 진 부모님은 마지못해 야구부 입단을 허락했지만, 그 뒤로도 담임 선생님께 어머님이 종종 불려갔습니다. 야구부 훈련때문에 지쳐서 집에 들어오자마자 저녁을 먹고 잠드는 통에, 숙제를 하지 않아 매번 혼나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그럴때마다 도민이 어머님은 지쳐서 잠든 도민이를 억지로 깨워 숙제를 시켜야 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도민이가 수업시간에 자꾸 존다면서 불려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도민이는 야구부를 탈퇴해야 했습니다. 이 때 제 얘기를 전해 들은 도민이 어머님은 제가 다니는 학교로 전학갈까도 생각했지만, 제가 다니는 학교는 8학군과는 거리가 먼 동네라 기각하셨다고 하네요. 

중학교, 고등학교도 감독님의 후배나 선배가 야구부 감독으로 있는 학교로 진학해 계속 야구를 했습니다. 감독님은 제가 진학하는 학교의 야구부 감독님에게 '훈련도 중요하지만 이 친구를 영입하는 대신 부모님과 학업에 지장이 가면 안 된다는 약속을 했다'고 전했고, 중고등학교 야구부 감독님께서도 신경써주셨습니다. 학교가 집에서 좀 멀어서 버스를 타고 다녀야 했지만, 저는 버스 안에서도 틈틈이 공부를 했습니다. 덕분에 성적은 늘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죠.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않았을 때 대학교에 진학해서 대학 드래프트를 노려보라는 것도 그것때문이었습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야구부 분위기도 사소한 이유로라도 선배가 후배에게 기합을 줬다간 유망주였다고 해도 강퇴될 정도였습니다. 야구부에 후배가 들어올때마다 감독님은 '스포츠맨십에 손찌검은 필요 없다'면서, 항상 엄중하게 주의를 주곤 하셨고요. 이 전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경기가 없을 때는 실제로 프로야구 선수로 활동중인 선배들이 와서 공은 어떻게 던지는지, 어떻게 치는지, 그리고 프로야구 선수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가르쳐주셨습니다. 

도민이가 진학한 학교는 원래 선후배간에 상호존중을 해 주는 분위기였고, 기합이 없었던 학교였습니다. 그리고 도민이가 2학년이 되기 전까지도 그랬습니다. 그 학교를 졸업한 프로야구 선수가 와서 아직 학생인 후배들에게 멘토링을 해주는 것도 같았습니다. 저도 갓 2구에 들어왔을 때, 그 학교 출신이었던 선수를 만나서 뉴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사실이고요. 그 선수의 얘기로는 가끔 멘토링을 갈 때면, 2군 선수가 가면 도민이가 상당히 건방진 눈으로 보는 건 기본이고 가르침도 제대로 듣지 않았다고 합니다. 1군 선수나 해외 리그에 진출한 선수 정도는 와야 진지하게 들을까 말까였다고 하네요. 멘토링때도 도민이가 애들을 눈치주고 하는 건 많이 보였는데, 그 선수도 '설마 기합까지 주겠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설마가 사람 잡았죠. 학교에서 유망주였다는 이유로 감독님이 쉬쉬하고, 후배들을 오히려 협박했으니... 

어머니한테 직접 연락하지는 않았지만, 파리아 아일랜드에서 지명했다는 기사가 나간 다음 친구들에게는 연락해서 아들이 프로 선수가 될 거라고 이죽거렸다고 합니다. 친구들은 그게 아니꼬와서 어머니에게 하소연해서 어머니도 소식을 들었고요. 그런데 그 다음날 바로 지명 취소 기사가 나와서, 친구분 중에 도민이 어머님을 좀 아니꼽게 보던 분이 니네 아들 프로 지명됐다더니 기합 주는걸로 프로로 지명된거냐고 역으로 이죽거린 분도 계셨습니다. 사실 직접 얘기하지는 않았어도 워낙에 쌓은 업보가 많았던 탓인지 다들 속으로는 고소해하셨다고 합니다. 남의 이름을 훔쳐가더니 업보 제대로 받았다면서요. 

어머니는 친구네 가족이 패가망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제서야 예전에 작명가가 했던 얘기가 무슨 의미인지 이해했다고 합니다. 그 작명가는 제 성이 도씨라서 민으로 외자 이름을 지어줬고, 이름을 훔친 친구는 아버지가 윤씨라 도민 두 글자를 이름으로 지었다고 했습니다. 작명가는 어머니가 두번째로 찾아갔을 때, 그 이름은 당신의 아들이 도씨라서 외자로 지어준 것이고, 그 이름을 붙이면 좋은 기운을 받는 건 맞지만 절대 그 이름 앞에 다른 성이 붙으면 안된다고 했답니다. 그렇게 되면 기운이 반대가 돼서 오히려 악운이 몰리게 된다고 했다네요. 

국내산라이츄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2 댓글

마드리갈

2023-10-12 14:43:22

이름마저 도둑질하는 경우까지 있네요...진짜 어떻게 된 것인지...

딱히 작명가에 관심있는 것도 아니고 신뢰하는 것도 아니다 보니 이런 종류의 사안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읽고 나서 보니 확실히 끔찍함을 감출 수가 없어요. 


인성이 안되는 사람은 뭘 해도 안되는 것 하나는 명백해요.

SiteOwner

2023-10-14 21:23:04

세상에는 징그러운 발상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지요.

그리고 예의 이름도둑이 결코 창작물의 영역에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가상의 누군가에게 이름을 도둑맞은 것 같이 된 적이 있다 보니 남의 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일단 폭력부터 행사하는 어른 경험담 제하의 글에 나온 세번째 사례. 문제의 그 교사는 제가 학년성적 1위였던 저를 아주 잘생기고 멋진 스타일의 학생인 줄 착각했고 그래서 제가 그 학생의 이름을 도용한 것처럼 오해를 받아서 멱살도 잡히고 그랬습니다. 


남의 이름을 훔쳐도 운명은 자신의 것이지요.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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