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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풀려나온 자 - 2화

시어하트어택, 2024-01-04 21:07:47

조회 수
119

그는 다른 초능력자들과 부딪쳐 오며 점점 강해졌다. 다른 초능력자들을 이기고, 그들의 힘을 흡수하며, 점점 그의 능력을 키워 왔던 것이다. 이 시설에서 함께 지내왔던 실험체들도 배틀 로얄을 통해 이기고 죽이면서 그 능력을 흡수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탈출할 기회는 좀처럼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순응하는 척하며 기회를 살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통제는 조금씩 느슨해졌다. 점점 루틴화되다 보니, 경비병들과 자동감시장치 모두 감시가 느슨해진 것이다.
그리고 그 감시가 짐짓 해이해진 지금이, 그에게 있어 최대의 기회일 것이다.
“기회다... 저 경비병만 어떻게 한다면... 조금만... 조금만...”
그렇게 마리우스가 기회를 막 잡았다고 생각한 그 상황. 그가 그토록 고대하던, 탈출할 수 있는 바로 그 때.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그에게 닥쳐온다. 경비병 한두 명이면 어떻게 해 볼 수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고 있다. 그것도 그가 알기로, 이 정도로 높은 사람들이 많이 오는 일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일행이, 그의 앞에 다다른다. 그 중,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와 서 있다.

마리우스는 바로 직감한다. 지금 그의 앞에 조금 거리를 두고 서 있는 이 정장 차림의 키가 큰 남자가 누군지, 알 수 있다. 비록 그 키 큰 남자의 주위에 모인 군복을 입은 자들이 호칭을 말하기 전이기는 하지만, 매우 높은 인물, 그것도 장군들의 안내를 받으며 거들먹거릴 정도면, 한 명밖에 없다. 곧바로 준장과 참모총장이 그를 ‘대통령 각하’로 부르자, 마리우스는 자신의 예상이 맞았음을 알고는 미소를 짓는다.
“그렇군... 무얼 하러 오셨나?”
그리고 그 순간,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를 옥죄고 있던 구속 벨트가 해제된 게 느껴진다. 이 통제실 안에서나마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록 통제실 내부의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있기는 하지만, 마리우스는 중얼거리며 대통령의 앞에 가서 선다. 대통령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마리우스를 유심히 살펴본다. 그는 대통령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곧 복종하는 듯한 자세를 보인다. 그걸 보자,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교육이 잘 되었군. 확실히 전에 가 봤을 때보다는 많이 누그러졌어.”
‘교육이 잘 되기는 무슨!’
마리우스는 속으로는 그렇게 중얼거리지만, 금세 대통령은 무엇인가 낌새를 챘는지, 그를 똑바로 보더니, 다들 들으라는 듯 크게 목소리를 내어 말한다.
“아 참, 자네의 숨은 생각을 그렇게 숨기고 있을 필요는 없네. 다 털어놔도 되지.”
‘왜냐면, 그게 도움이 되거든!’
그게 대통령의 속내다. 대통령에게 관심이 있는 건 오로지 ‘더 강한 슈퍼무기’, 그것이다. 마리우스가 가진 능력이 무엇이 되었든, 그것을 이끌어 내어 더 높은 차원으로 사용하게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다. 약물을 주입하든, 신체를 변형시키든, 심지어 그를 위해 인신공양을 하든.
대통령은 무언가 결심이 들었는지, 한 마디 입을 연다.
“준장, 이 자를 한번 테스트해 보고 싶네.”
“각하...”
잠시, 준장은 망설이는 태도를 보인다. 물론 대통령의 뜻을 거역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생각을 굳힌 모양이다.
“나는 이 자가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네.”
“하지만 이렇게 반항의 기미를 보이는 자가 과연...”
“준장!”
대통령이 그렇게 일갈한 순간, 준장은 그게 무슨 뜻인지 바로 깨닫는다. 그리고 그 뜻을 깨닫자마자, 준장은 옆으로 비켜선다. 괜히 이런 데에서 ‘반항’의 움직임을 보였다가 눈 밖에 날지 모른다. 준장은 전 대통령 라인이었는데, 이 프로젝트에 필요한 인물이라는 명분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계속 있었고, 진급도 거듭해 준장까지 오르게 된 것이었다. 그걸 모를 리가 없다.
“예, 각하. 그럼 부디... 지켜봐 주시기를.”
준장은 그렇게 말하고는, 곧바로 휘하의 연구원들을 호출한다. 곧바로, 근처에서 대기하던 연구원들이 준장의 부름을 받고 마리우스가 있는 통제실 쪽으로 가까이 온다. 대통령은 연구원들을 보더니, 곧바로 지시를 내린다.
“여기에 실험체가 이 자 말고도 몇 명 더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들을 꺼내서 이 자의 능력을 시험해 보라.”
“예, 각하.”
대통령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연구원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를 잠시 논의하는 듯 보이더니, 이윽고 통제실 옆에 있는 제어실에 들어가 몇 가지 명령어를 입력하고, 내부 기기를 조작한다. 잠시 후, 마리우스가 있는 통제실 한쪽의 문이 열리더니, 이윽고 구속장치에 결박당한 누군가가 들여 보내진다. 그는 머리를 박박 깎았고, 두 팔과 다리는 근육질로 되었는데, 눈에는 초점이 없고, 끝없이 누군가에게 암시를 받고 있는 듯, 계속해서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게 대통령의 눈에도 들어온다. 마리우스의 눈이 순간적으로 흔들린다. 그 실험체는 이제껏 마리우스가 본 적이 없는 실험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리우스가 한번에 느끼기에도, 상대하기 어렵다는 예감이 든다. 그렇다면 이 실험체는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의문스럽다.
“저 실험체는 무엇인가?”
대통령의 질문에, 준장은 곧바로 대답한다.
“저 실험체 또한 우리의 실험을 받아 왔습니다. 별도의 프로젝트로 진행되었으나, 매번 거부반응을 보이는 바람에 지금은 사용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마침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었으니, 테스트용으로 쓸 만할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준장은 그 실험체에 대한 기본 정보를 대통령의 앞에 띄워준다. 대통령은 그 실험체에 대한 설명을 읽더니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 자 역시 초능력을 발현하기는 했지만, 만족스러운 능력은 아니었다, 이거군. 언제든 버려도 될 실험체인데, 이번에 겸사겸사 쓰겠다는 말인가? 재미있군. 해 보게.”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곧바로 그 실험체가 통제실 안으로 투입된다. 마리우스가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그 실험체는 매우 우락부락한 체격에, 한 올도 없는 머리카락 때문에 더욱 위협적으로 보인다. 이성이 남아 있지 않았던 건지, 괴성을 지르며 마리우스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알 것 같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실험체의 능력은 마리우스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강하다는 것을. 마리우스의 예상이 맞다면, 이 실험체는 지금 중력을 조작하고 있을 것이다. 그의 머리의 피가 어딘가로 솟구치고 있는 느낌이다. 눈을 제대로 뜨고 그 자리에 제대로 서 있을 수 있다고 한다면 매우 잘 버틴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실험체의 능력이 어찌나 강하던지, 바깥에서 지켜보던 대통령과 수행원들, 그리고 장군들까지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벽에 손을 기대거나, 아니면 등을 최대한 밀착시키든가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뭐 저렇게 강해? 준장, 저게 실패작이 맞기는 한 건가?”
“실패작입니다.”
준장은 단호히 말한다. 대통령이 그 이유를 다시 물어보려고 하자, 준장은 선수를 쳐서 먼저 말한다.
“왜 실패작인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실험체는 비록 강한 능력을 주입받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날뛰고 있습니다. 지금의 상태로는 통제도 거의 먹히지 않고, 그저 본능이 강하게 지배하는 상태입니다. 적군과 아군조차도 구분하지 못합니다. 통제가 되지 않으니 무기로 쓰일 가능성은 한없이 0에 수렴하고, 지금은 단지 움직이지 못하도록 포박해 두었다가, 적당히 처분할 만한 용처를 찾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런가... 저 실험체를 어떻게 할지, 궁금해지는군!”
대통령은 애써 태연한 척하며 그 싸움을 지켜본다. 사실은 대통령 역시도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지만, 어쨌든 지금은 위엄을 보여야 하니 말이다. 이어서 벌어지는 상황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리고...
“지금입니다, 각하.”
준장이 무언가 신호가 온 걸 알아낸 듯, 대통령을 보며 통제실을 가리킨다. 그 순간, 대통령도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믿지 못하겠는지, 입을 살짝 벌리고 다물지 못한다.
“저게 무슨...”
민머리의 실험체와 마리우스가 몸과 몸으로 맞붙으며 육탄전을 벌이기 시작한 지 몇 초 되지 않았을 때, 민머리의 실험체의 눈빛이 흔들리는 게 보인다. 입을 벌린 것으로 봐서는 괴성을 지르는 것 같은데, 대통령과 장군들이 보는 위치에서는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알기 힘들다. 
“준장! 통제실의 음성 수신 장치를 켜도록!”
“예, 각하!”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준장이 음성 수신 기능을 켜자마자, 믿기 힘든 광경의 음성까지 그대로 전달된다. 민머리의 실험체가 고통스럽게 신음을 내고 있는데, 마리우스는 어디에서 힘이 솟아나기라도 하는 건지, 그 실험체가 자신에게 가하려는 공격의 방향을 읽어내고 나서, 그 실험체를 온몸으로 끌어안아 감싸고 있다. 그리고 그것 때문인지, 그 실험체는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동시에 통제실에서는 무언가가 보인다.
“소장님, 저 실험체가 가진 힘이 모두 그 자에게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정말인가?”
준장이 연구원들에게 되묻자, 연구원들은 실시간 스캔 자료까지 보여주며 말한다.
“예, 맞습니다. 마리우스가 자기 능력을 개방하자, 이미 온몸으로 맞붙어 버린 저 실험체는 마리우스를 떼놓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저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입니다.”
“고통스러운 신음 역시 그래서 내는 거로군.”
“이제 3분 안으로, 실험체의 생명력은 모두 저 마리우스라는 자에게 흡수될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나?”
“생명력을 모두 흡수당한 실험체는 머지않아 죽게 될 것입니다. 그것도 빈 껍데기만 남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군!”
옆에서 준장과 연구원들이 하는 말을 엿듣던 대통령 역시, 가만히 그 광경을 지켜보며 자신도 모르게 맞장구를 친다. 마리우스의 능력은 준장에게 정기적으로 보고를 받아 왔고, 어느 정도의 능력인지는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그의 두 눈으로 직접 본다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다.
“저렇게... 자신의 앞에 있는 게 무엇이든, 그의 의지만 있다면 흡수하지 못할 건 없는 거로군!”
어느새 대통령의 눈에는 마리우스가 흡수를 다 마치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하는 광경이 들어온다. 그리고 그 민머리의 실험체는, 쓰러져서 숨을 쉬지 않고 있다. 만족스럽게 보던 대통령의 옆으로 준장이 다가와서 말한다.
“각하, 실험이 다 끝났습니다.”
“그런가?”
하지만 준장의 그 기대감과는 달리, 대통령은 여전히 만족하지 않았던 건지, 고개를 살며시 내저으며 말한다.
“아직 내가 보기에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데, 준장, 조금 더 실험을 진행하지.”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4-01-09 08:44:39

치명적인 무기는 확실히 매력적이죠. 하지만 그 무기가 설계대로 작동해 준다는 보장도 없고, 설계대로 작동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하나 남아 있어요. 그렇게 발생한 결과는 사람을 알아보는 게 아니거든요. 대통령은 전자에만 천착하고 있는 반면 준장은 전자와 후자에 모두 생각을 해 두고 있어요. 역시 준장은 현명한 사람이지만...


리더가 저 모양이라서는 될 것도 안되기 마련이예요. 대통령의 과욕은 안 부린 것만 못할 게 분명할텐데.

시어하트어택

2024-01-14 23:13:36

대통령에게도 무슨 수가 있으니 그럴 것이고, 준장은 실험을 많이 진행해 봤으니 경험에서 나온 말일 겁니다. 대통령이 저러는 데에는 물론 조바심도 있기는 하겠습니다만...

SiteOwner

2024-02-05 23:17:49

정말 위험한 실험이 추진되고 있군요. 저 마리우스라는 사람이 그 실험체인 것이고 아직은 그 실험의 결과가 완전히 신뢰할만한 수준도 아니라는 것인데...인체실험도 그 자체로 끔찍하지만 특히 더 끔찍한 개념인 "생명력의 흡수" 에서, 은하철도 999에 나온 생명의 불을 모으는 그 장면이 같이 연상되면서 몸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 실험의 주체든 객체든 간에 파국으로 치닫고 있어 보이는 건 기분 탓은 아닐 것입니다.

시어하트어택

2024-02-11 23:01:54

마리우스의 능력 자체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의 생명력을 흡수하고, 그 능력까지도 자신의 것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것 자체가 마리우스에게는 불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그를 주목하고 병기화한 이 연구시설에는 행운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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