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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을 맞이하여 시작된 폴리포닉 월드 포럼의 프로젝트인 100년 전 지도로 보는 세계의 여섯번째는 한 세기 전의 동남아시아 및 태평양편으로 결정되었어요.
이번에도 이 지도의 편집에 TheRomangOrc님께서 힘써주셨어요.
이 점에 깊이 감사드리면서 원본 및 편집된 지도를 같이 소개할께요.
원본이 일본어 사용자를 상정한 일본국내의 출판물인만큼 1924년 발행 당시의 일본의 관점을 그대로 보일 수 있도록 원문표현은 가능한 한 충실하게 번역했다는 점을 명시해 드릴께요. 해당 표현에 대해서만큼은 저의 주관이 배제되었으니 그 점을 꼭 염두에 두시길 부탁드려요.
그러면 원본을 소개할께요.
당시 표기방식은 가로쓰기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는 방식이예요. 게다가 현대일본어가 아닌 터라 한자 및 히라가나의 용법도 현대일본어와는 차이가 여러모로 두드러져요.
이번에는 이전과는 다소 다른 방식이 적용되어 있으니까 그 점에 대해서 설명을 드릴께요.
원본 지도에 검은색 선분으로 이루어진 큰 직사각형 1개와 작은 직사각형 2개가 있어요. 이 사각형 안에 들어가는 지역이 이번 글에서 다루어지는 영역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시고 번역된 지도를 보시면 편리해요.
그러면, TheRomangOrc님께서 편집해 주신 한글화 지도를 소개할께요.
손글씨로 표기된 것은 자연관련 사항으로 갈색은 육상지형, 남색은 해양 및 도서지형, 녹색은 각 도서 및 속령, 청록색은 천연자원, 보라색은 도시인 반면, 고딕체로 표기된 것은 각 지역의 특이사항이니까 참조해 주시면 좋아요.
원문자에 대해서도 이런 원칙이 있어요. 적색 테두리의 흰 원 내의 검은색 알파벳 원문자는 각 지역의 상황, 그리고 청색 테두리의 검은 원 내의 흰색 번호 원문자는 추가설명이 필요한 각 지역에 대한 표시임에 주목해 주세요.
By Courtesy of TheRomangOrc
우선 적색 테두리의 흰 원 내의 검은색 알파벳 원문자항목부터. A부터 O까지 15개 항목이 있어요.
A. 외국산 쌀의 본가본원
저 시기의 일본은 인구폭증에 쌀 생산량이 따라가지 못하는 기술적 문제도 있었는데다 타이쇼 데모크라시(大正デモクラシー)라는 시대상으로 대표되는 민권운동도 활발했다 보니 사회상 자체가 구조적 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했어요. 특히 1918년 7월에서 9월에 걸친 쌀소동(米騒動)에서는 1918년 1월에 1석 15엔이었던 쌀의 도매가가 8월에는 50엔으로 3배 이상 폭등하기까지 했어요. 특히 그 해 8월 2일 테라우치 마사타케(寺内正毅, 1852-1919) 내각이 시베리아출병을 선언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고, 쌀 선물시장을 둘러싼 투기가 더욱 극심해지면서 기술적 문제 이상으로 쌀의 유통 자체가 막혀버리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대도시 각지에서는 항의집회가 벌어졌고 많은 경우 폭력적인 형태로 비화되었어요. 또한 이 문제는 광산촌과 농어촌으로까지 확산되면서 결국 테라우치 내각이 국채발행 및 쌀 수입정책을 단행하여 사태를 겨우 진정시킬 수밖에 없었어요.
여기에서 등장하는 용어가 바로 산미증식계획(産米増殖計画). 조선,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필리핀 등은 물론 버마(현재의 미얀마)에서도 쌀을 대거 수입하게 되었어요.
B. 어머님이나 누님들이 좋아하는 호박의 원산지
호박은 사실 중남미 원산의 식물이긴 하지만 동남아시아 각지에서 성행하던 대규모의 기업적인 농장인 플랜테이션(Plantation)을 통해 조달되는 경우도 많았어요. 1924년 당시에는 현재의 베트남, 라오스 및 캄보디아를 아우르는 개념인 프랑스령 인도차이나(Union Indochinoise)가 주요 수입선이었던 듯해요. 현재는 일본내에서 유통되는 수입호박 중 절반 이상이 멕시코산이고 그 다음이 뉴질랜드산으로 이 2개국 원산의 호박이 90%를 넘고 그 외에 한국산, 통가산, 프랑스령 누벨칼레도니산 등이 소규모로 팔리고 있어요.
호박이 미용에 좋다고 하지만 저에게는 아주 불편한 식재료였어요. 어릴 때부터 호박을 먹으면 머리가 이상하게 아프다든지 속이 불편하다든지 하는 게 있었는데 2023년말에 갑자기 입원하면서 수술을 받게 되고 회복중에 내분비내과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호박의 문제점 중의 하나가 혈당치를 급격히 올리는 것이었고 그게 저에게는 독으로 작용한 것이었어요.
C. 담배, 삼 및 설탕이 생산된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Manila)가 입지한 루손섬(Luzon)은 각종 농업이 번성한 천혜의 지역으로, 여기서 나는 연초는 특히 품질이 좋아서 이 섬 생산의 연초를 통으로 말아서 만들어진 엽궐련은 "루손의 담배" 라는 의미의 한자어인 여송연(呂宋煙)으로 불렸고 이후 한자문화권 각국의 언어에서 시가(Cigar)를 의미하는 보통명사로 쓰일 정도였어요. 그것 이외에도 삼과 설탕의 생산량도 많았어요.
삼에 대해서 조금 부가하자면 이런 사정이 있어요. 헴프(Hemp)라는 영단어로 잘 알려진 대마는 세계 각지에서 재배되는데다 열대지방인 필리핀에서도 재배가능해요. 그것 이외에도 마닐라삼이라고 불리는 아바카(Abacá, Musa textilis)는 대마나 아마 등의 삼과는 완전히 다른 바나나과의 식물로 내구성이 기존의 삼으로 생산된 섬유보다 월등히 높아서 선박용 로프나 고급섬유의 생산소재 등에 많이 쓰이는 반면 재배지가 필리핀이나 미주의 코스타리카 등의 열대지방에 한정되는 문제가 있었어요. 사실 지금도 마닐라삼의 최대 생산국은 필리핀으로 전세계 생산량의 2/3 이상이 필리핀산이고 나머지가 코스타리카산인 것이죠.
설탕은 현대 식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식재료인 동시에 사탕수수(Sugarcane)의 생산과도 뗄레야 뗄 수 없어요. 일본에서도 카고시마현(鹿児島県)과 오키나와현(沖縄県)을 필두로 사탕수수를 재배하긴 하지만 그것으로 국내수요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보니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재배된 사탕무를 이용한 첨채당(甜菜糖)이 생산된다든지 국외에서 생산된 것을 수입하거나 하는 등으로 충당했어요.
D. 신천옹의 똥에서 인을 채취한다
새똥이 쌓이고 굳어서 만들어진 퇴적암인 구아노(Guano)는 양질의 비료로 널리 애용되어 왔어요. 비료의 3요소 중 질소(Nitrogen)는 독일에서 발명된 공중질소고정 기술로 얼마든지 암모니아를 합성할 수 있게 되면서 문제가 없어졌지만, 인산(Phosphoric Acid)과 포타슘(Potassium, 독일어 칼륨(Kalium))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니까 퇴비를 만들거나 광물질에서 구해야죠. 특히 단기간에 효과를 볼 필요가 있는 경우 광물질비료는 필수적이었어요. 요즘은 사어(死語)가 된 말이지만 금비(金肥)라는 말이 바로 돈을 주고 사야 하는 비료라는 의미이고, 그 금비에 포함된 것에 저렇게 구아노도 있었어요.
여담이긴 하지만 이것도 조금 언급해 둘께요.
어업으로 잡히는 각종 수산물도 사실 비료나 사료 등으로 쓰기 위한 용도가 많아요.
게다가 알바트로스(Albatross)라고도 불리는 신천옹은 긴 날개로 우아하게 날지만 유독 땅에 내려앉을 때만은 엎어지고 구르는 등 아주 추한 꼴을 보이는 문제가 있어요. 다리가 작고 빈약해서 착륙충격을 당해내지 못해서 그렇다고 해요. 사실 빈약한 다리로 땅을 짚다가 다리가 부러지는 것보다는 온몸으로 충격을 받아내는 편이 그나마 피해가 덜하기는 하지만...
E. 210일간 태풍이 발생한 곳
세간의 상식과는 달리 태풍은 적도가 아니라 대략 북회귀선 근처의 저위도 지역에서 발생해요. 북반구에서는 여름에 태양의 남중고도가 가장 높아서 단위면적당 태양복사에너지를 가장 많이 받는 곳이 그 언저리라서 그러해요. 특히 필리핀 동부해역이 동북아시아에 불어오는 태풍의 고향이고 연중 210일 동안 태풍이 발생하기도 하죠. 이 지도에서 바람의 신이 "올해도 하나 불어줄까?" 라고 독백을 하는 것으로 봐서 이 지도는 1924년 상반기 중에 제작이 완료되어 시중에 풀렸을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
F. 일본과 미국 사이의 문제가 일어났지만 결국 일본령이 되었다
일본의 국토는 대부분이 일본해구(日本海溝, Japan Trench)의 서쪽에 위치하지만 예외적으로 미나미토리시마(南鳥島)만은 일본해구의 동쪽에 있어요. 북위 24도 18분 및 동경 153도 58분에 위치한 이 섬은 현재 일본의 최동단(最東端)이 되어 있어요.
이미지 출처
(미나미토리시마의 해저에 수백년분의 희토류, 세계경제를 바꿀 "잠재력", 2018년 4월 17일 CNN.co.jp 기사, 일본어)
이 미나미토리시마는 1543년에 베르나르도 데 라 토레(Bernardo de la Torre) 지휘하의 스페인 해군의 탐사활동으로 처음 발견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공식적인 기록은 1864년에 미국의 선박 모닝스타(Morning Star)가 발견해 남긴 것이 확인가능한 가장 오래된 것이죠. 게다가 미국인 선교사들이 마커스 섬(Marcus Island)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1889년에는 미국의 상선 워렌(Warren)의 승조원들이 섬에 상륙하는 등 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이게 나중에 큰 문제로 비화하게 되어요.
1902년에는 스웨덴 출신의 미국인 사업가 앤드류 암브로즈 로즈힐(Andrew Ambrose Rosehill, 1851-1913)이라는 사업가가 이 미나미토리시마를 미국령이라고 선언후 상륙을 시도한 적이 있었어요. 이 정부를 입수한 일본에서는 해군 전함 카사기(笠置)를 파견해서 접근을 감시했을 뿐만 아니라 군인을 상륙시켜서 그 로즈힐의 일행이 상륙할 경우 즉시 무력대응을 할 준비를 갖추기까지 한 이른바 미나미토리시마사건(南鳥島事件)이 발생했어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로즈힐은 미국 정부에 일본이 미국의 영유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미국이 일본에 대해 40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청원했지만 미국 정부에서는 그 요구를 무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어요. 사실 바로 전년도인 1901년에 미국이 미드웨이 제도에 대해 일본이 영유권주장을 하는지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일본에서 영유의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는데다 미나미토리시마의 경우는 정반대로 일본이 적극적으로 군사력을 동원해서까지 미국인 사인(私人)의 접근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일본의 관할하에 있음을 천명했다 보니 미국측이 자국민의 자의적인 행동을 추인(追認)할 명분 같은 것은 전혀 없었어요. 그렇게 이 문제가 해결되었어요.
미나미토리시마에는 구아노(Guano)가 많이 있어서 1903년부터는 구아노 채취사업이 시작된 한편 쇼와(昭和) 연호가 사용된 1926년 이후부터는 어업경영자들이 이주하기도 했지만 1935년에 마지막 세대가 섬을 떠나면서 무인도로 된 이후 일본해군이 기상관측소를 설립하는 특수지역으로 돌려졌어요. 이것은 미국의 관할하에 들어간 1945-1968년 시기에도, 그리고 일본으로 반환된 1968년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 있고 현재는 해상자위대(海上自衛隊) 미나미토리시마 항공기지가 설치되어 있어서 해상자위대, 기상청(気象庁) 및 칸토지방정비국(関東地方整備局) 직원들이 순환배치될 뿐 일반인의 출입은 불가능해요. 이 섬으로의 교통 또한 해상자위대 또는 항공자위대(航空自衛隊)의 C-130 전술수송기가 인원교대 및 물자수송을 위해 정기운항되는 것밖에 없어요.
G. 일본낭자군이 활약하여 서양인들의 코털을 뽑다
상당히 기괴한 표현인데 정말 그러해요. "日本娘子軍大いに活躍 毛唐の鼻毛を抜く" 라는 일본어 원문을 거의 그대로 옮겼는데 사실 이것도 좀 순화시킨 거예요. 서양인을 의미하는 케토우(毛唐)는 "털북숭이 외국놈" 이라는 멸칭으로 오늘날에는 사어가 된 말이니까요. 게다가 "코털을 뽑다(鼻毛を抜く)" 라는 말은 상대를 매료시켜서 이익을 얻는다는 뜻으로, 특히 여성이 남성을 유혹해서 자기 뜻대로 한다는 관용구이기도 하죠.
기모노(着物)를 입은 여성은 카라유키상(からゆきさん)으로 불리는 풍속업소 종사자를 의미해요. 카라유키(唐行き)란 본래는 해외취업을 말하는 용어였지만 이후에는 이 용어가 분화되어 풍속업에 종사하는 여성이 카라유키상으로 불리는 것으로 정착했고 그 외의 경우는 데카세기(出稼 또는 出稼ぎ)라고 다르게 부르는 변화가 일어났어요.
당시 일본의 풍속업은 꽤 인기가 있었고 매료된 백인들 또한 많았다고 전해지고 있어요. 특히 해협식민지의 영국인들이나 인도차이나의 프랑스인들이나 바타비아의 네덜란드인들에게.
참고로, 성산업이 일본에서 풍속(風俗, 일본어 발음 후조쿠(ふうぞく))이라는 말로 정착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인 1948년.
그 해에 통과된 법률 제212호인 풍속영업등의 규제 및 업무의 적정화 등에 관한 법률(風俗営業等の規制及び業務の適正化等に関する法律)이 바로 그 시작이고 제4장에 성풍속관련특수 영업 등의 규제(性風俗関連特殊営業等の規制)가 있어요(e-GOV 법령검색 바로가기/일본어). 결국 풍속이라는 말은 풍영법(風営法)으로 약칭되는 예의 법률 이후에는 입에 함부로 담기 힘든 말이 되었고, 전통적인 습속을 가리키는 말로서는 풍습(風習, 일본어 발음 후슈(ふうしゅう))이 쓰이니까 특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어요.
히라사카 요미(平坂読)의 라이트노벨 미디어믹스인 여동생만 있으면 돼(妹さえいればいい。)에서 GF문고의 직원으로 주인공 하시마 이츠키(羽島伊月)를 담당중인 편집자 토키 켄지로(土岐健次郎)가 사무실 내에서 술이 덜 깬 채로 "풍속이 뭐가 나쁘다는 거냐!!", "내가 풍속의 좋은 점을 가르쳐 주지!!" 등을 외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하시마 이츠키의 지인인 여대생 시라카와 미야코(白川京)가 그의 대리인으로서 출판사에 갔다가 그 편집자가 그러는 것을 보고 꽤 당혹해 하는 모습이 뒤따르게 되어요. 사실 시라카와 미야코가 그 자리에서 보인 반응만 하더라도 정말 용하다 할 정도로, 풍속이라는 단어의 일본내 인식은 공공연하게 입에 담을 게 아니라는 게 잘 보이고 있어요.
H. 이 일대의 섬에서 향신료 생산이 많다
후추(胡椒, Black Pepper), 정향(丁香, Clove), 팔각(八角, Star Anise) 등의 각종 향신료의 생산지로 명성이 높은 지역이 바로 필리핀군도와 몰루카군도(Moluccas)를 아우르는 지역이죠. 유럽에서 이 향신료를 구하기는 매우 어려웠어요. 당장 항해를 하더라도 유럽을 출발하면 적도를 건너 아프리카대륙을 따라 인도양을 건너서 가야 했는데 대체로 그렇게 출항한 배 중 4척에 1척은 영영 돌아오지 못했어요. 게다가 인도양 일대에서 활약중인 아라비아 상인들이 그들 입장에서 이교도인 유럽인들에게 좋은 가격을 제시해 줄 리가 만무하니 그들을 거치게 되면 말도 안되는 불합리한 가격으로 바가지를 쓰기가 일쑤였어요. 또한 기온이 낮고 일조량이 부족한 유럽에서는 그런 향신료 자체를 재배할 수 없거나 설령 재배가 가능하더라도 종류가 제한적이었어요. 바로 이런 절박함이 유럽의 대항해시대를 이끌어낸 것이었어요.
일본은 근대화와 함께 이전보다 더욱 다양하게 세계 여러나라의 식재료를 접할 수 있었고, 특히 동남아시아는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이미 에도시대(江戸時代)에도 제한적이지만 동남아시아 각국과 무역을 한 역사가 있다 보니 그 지역의 향신료를 손에 넣기가 상대적으로 쉬웠을 것임도 추론할 수 있어요.
I. 이 주변이 세계에서 가장 깊다 32,500피트(=9,906미터)
필리핀 동부의 해역은 이미 20세기 전반에도 깊은 것으로 정평있었고, 특히 가장 깊은 곳은 필리핀해구(Philippine Trench) 중 엠덴해연(Emden Deep)이 깊이 10,540미터(=34,580피트)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 지도의 제작시점에서 3년이 지난 1927년에 독일 해군의 순양함 엠덴이 이 해연의 존재를 확인했고 이후 1951년에 덴마크의 군함 갈라테아(Galathea)가 이 해연 바닥에서 여러 시료를 채취하여 심해저 환경이 의외로 생명체가 많다는 것을 최초로 확인했어요. 그 지형의 이름이 엠덴해연이 된 것은 바로 그 덴마크의 탐사 이후로, 1927년 당시의 독일의 그 군함의 이름을 기념하는 의미로 정착된 것이었어요. 2021년에는 미국의 탐험가 빅터 베스코보(Victor Vescovo, 1966년생) 및 필리핀의 해양학자 데오 플로렌스 온다(Deo Florence Onda)가 탑승한 유인탐사선이 처음으로 필리핀 동부해역의 최심부 바닥까지 도달했어요.
필리핀 동부보다 더 깊은 바다는 북마리아나제도(Northern Mariana Islands) 동부의 마리아나해구(Mariana Trench)로, 존재는 이미 19세기에도 알려져 있었지만 이곳이 더 깊다는 것은 1951년에 영국을 필두로 이후 소련, 미국, 일본 등의 각국이 탐사한 결과로 밝혀져 해양의 세계최심기록이 깨졌어요.
특이한 것은 이미 10,902미터(=35,768피트) 깊이의 챌린저해연(Challeger Deep)에 대한 유인탐사선 진입이 먼저 성공했다는 것. 1960년에는 스위스의 해양학자 쟈크 피카르(Jacques Piccard, 1922-2008)가 설계하고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유인탐사선이 미 해군의 후원하에 미국의 해양학자 돈 월시(Don Walsh, 1931-2023)가 첨승한 상태로 10,916미터(=35,814피트)까지 도달했어요. 그리고 2021년에 엠덴해연 도달에 성공했던 빅터 베스코보는 이미 2019년에 챌린지해연 도달에 성공해 있었던 상태였어요(우주와 심해를 모두 탐험한 68세 캐시 설리번 참조).
J. 일본이 위임통치하게 된 섬의 전면적을 합해봤자 겨우 카나가와현 전체면적에도 못 미친다 빈약하다 빈약해
제1차 세계대전의 전승국으로서 일본이 독일제국의 식민지를 차지하게 되지만 중국 산동반도의 조계지와 태평양의 섬 지역 일부뿐이었고, 아시아의 파푸아뉴기니 북동부 및 주변도서와 아프리카의 탄자니아 및 토고는 영국에, 나미비아는 남아프리카에, 그리고 카메룬은 영국과 프랑스에 귀속되었어요. 물론 일본의 영역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게 일본의 위임통치 대상이 된 남양제도(南洋諸島, Mandate for the German Possessions in the Pacific Ocean Lying North of the Equator)는 1,779평방km로, 일본의 수도 도쿄(東京)의 남쪽 경계에 인접한 면적 2,417평방km의 카나가와현(神奈川県)에 비하면 2/3에도 못 미치는 것이었어요. 이것은 역시 제1차 세계대전의 전승국이자 북아프리카의 몇몇 지역을 확보가능했던 이탈리아보다도 훨씬 적은 몫이었다 보니 일본의 불만도 이런 식으로 노골화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빈약하다 빈약해" 라는 원색적인 한탄까지 여과없이 게재되어 있을 정도.
죠죠의 기묘한 모험(ジョジョの奇妙な冒険)에서 디오가 하는 말 중에 "빈약하다 빈약해" 라는 말이 있는데, 이런 감각이 저 지도에서 느껴졌어요.
6년 뒤인 1930년에는 추장의 딸(酋長の娘)이라는 노래가 일본 전국에서 대히트하게 되고 그 노래는 21세기에 들어서 걸즈 & 판처(ガールズ&パンツァー)에도 개사되어 등장하죠. 여기에 대해서는 오빠가 쓴 글인 같은 멜로디의 다른 노래 15. 치하탄 학원의 라바양을 참조해 보시면 되어요.
K. 고무, 야자나무 재배가 성행
고무나무는 중남미 원산의 식물이지만 미국의 발명가 찰스 굿이어(Charles Goodyear, 1800-1860)가 발명한 가황고무인 에보나이트(Ebonite)가 자동차 타이어, 전기절연재, 방수자재 및 충격흡수재 등으로 다용도로 활용가능한 신소재로 각광받음에 따라 세계 각지의 열대지방에 고무 플랜테이션이 속속 들어섰어요. 네덜란드령 수마트라(Sumatra)에도 이렇게 플랜테이션이 성행하였어요. 그리고 21세기에는 동남아시아의 태국이 세계 최대의 라텍스 생산국으로 유명한 상태가 되었어요.
야자나무는 열대지방의 해안지대에 널리 서식하는 식물로 코코넛이나 팜유 등의 생산에 필요한 식물이기도 해요. 1924년 당시도 1세기 후인 현재도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플랜테이션이 성업중이예요. 차이가 있다면 우리나라의 종합상사도 경영을 주도하고 있는 것.
L. 최근 요새를 구축하려는 듯
싱가포르는 여러모로 유용한 장소였고 지금도 그 위상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어요. 100년 전 당시에는 영국의 동남아시아 거점인 해협식민지로서, 그리고 독립국이 된 지금도 세계적인 항로인 말라카해협(Malacca Strait) 바로 앞에 위치한 세계 유수의 무역항의 위치를 지키고 있어요.
영국은 대외전략상 역외영토에 대규모의 함대를 위치시키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 스페인 남부에 위치한 지브롤터(Gibraltar) 및 말레이반도 남단의 싱가포르 등이 대표적인 거점이 되었어요. 영국의 싱가포르 요새구축은 그래서 절실한 사항이었는데...
이후의 일이지만, 태평양전쟁 초기인 1942년 2월 8일에 일본군이 싱가포르를 공격하였고 영국군은 개전 8일만인 2월 15일에 일본군에 항복하면서 싱가포르가 그대로 함락되었어요. 영국의 요새구축은 미래를 내다본 포석이었지만 그 당시의 일본은 그 영국에 궤멸적인 피해를 가할 정도로 강대했고, 결국 싱가포르 함락이 영국이 항복한 최악의 사례로 기록되었어요.
M. 최근 유행중인 방갈로 건축양식의 원조는 자바섬 토인의 가옥
방갈로(Bungalow)라는 건축양식은 주변이 정원에 둘러싸인 삼각형 지붕의 단층 또는 저층의 비교적 소규모인 가옥을 말해요. 이것은 인도의 벵갈(Bengal) 스타일이라는 의미인데 인도네시아에도 있어요. 인도네시아의 것은 높은 토대 위에 세워진 것들이 많아요. 현대의 일본에서는 방갈로(バンガロー) 이외에도 오두막의 독일어 어휘인 휘테(Hütte)에서 차용한 흇테(ヒュッテ)로 쓰기도 해요.
이미지 출처
Bungalow Traditional Style Surrounded By Tropical Vegetation. Selayar, South Sulawesi, Indonesia., alarmy 웹사이트, 영어
N. 엉덩이에 꼬리가 있는 사람이나 식인종이 여전히 이 지역에 많이 있다
오늘날의 뉴기니(New Guinea)인 파푸아섬은 여전히 알려진 것이 많지 않은데다 고립된 오지이다 보니 다른 지역과 다른 사정이 많이 있어요. 이를테면 깃털에 독을 함유하고 있는 새로 잘 알려져 짐새[鴆鳥]의 실재성을 시사해주는 피토휘(Pitohui)라든지, 밀림 속에 사는데다 그 실태가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미접촉부족(未接触部族, Uncontacted Peoples) 등. 현대인과의 접촉이 없이 독자적으로 변모했거나 대체로 많은 문화권에서 금기시되는 식인풍습이 잔존해 있는 부족도 이렇게 기재되어 있는 데에서 여러가지를 느끼고 있어요. 이런 정보는 여러 탐험가들이 목숨을 걸고 찾아낸 것이니까요.
O. 목요일섬(Thursday Island)의 진주채취사업은 대부분 일본인이 독점중
호주 북부의 목요일섬은 진주채취사업이 성행했는데, 일본인들이 사업을 독점한 이유가 있었어요. 호주의 지배층을 이루는 영국계 백인들이 잠수가 위험하다고 기피해서 호주의 원주민인 어보리진(Aborigine)이라든지 동남아시아인이라든지 일본인같이 잠수 노우하우가 많이 쌓인 사람들을 고용해서 그렇게 된 것이었어요. 그리고 결국 저 섬에서 1870년대부터 시작된 진주 채취는 반세기 전후에는 백인들의 존재감은 사실상 없어지고 일본인들의 독무대가 된 것이었어요.
수영복을 입은 남자가 들고 있는 공모양의 것이 바로 진주.
그러나 목요일섬은 저 지도에 나타난 것처럼 크지도 않고 위치 또한 토레스해협(Torres Strait)에 있다 보니 그 점은 주의하셔야 해요.
그 다음은 청색 테두리의 검은 원 내의 흰색 번호 원문자항목. 1부터 9까지 9개 항목이 있어요.
1. 버마
현재의 미얀마를 과거에는 역내의 최다인구수를 기록하는 버마족에서 딴 이름인 버마(Burma)라고 불렀어요. 특히 한자문화권에서는 면전(緬甸)으로 표기되어 왔고 지도 원본에도 해당 한자표기가 등장해요. 일본에서는 저 당시는 물론 1989년까지 비르마(ビルマ)로 통하였지만 새로이 들어선 군사정권이 1989년 6월 18일을 기해 국가명의 영어표기를 버마(Burma)에서 미얀마(Myanmar)로 변경함에 따라 그 영어명을 음차한 미얀마(ミャンマー)가 오늘날에 통용되고 있어요. 단 공용어의 명칭은 이전과 다름없이 버마어(Burmese Langauage)로 통용되고 있어요.
저 지도가 제작된 이후의 일이지만, 일본의 군가에 버마 및 버마의 유명한 지명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으니 이 점도 부기해 둘께요. 지도의 제작시점 20년 뒤이자 2024년 시점에서 80년 전인 1944년에 나온 군가인 인도항공작전의 노래( 印度航空作戦の歌). 쿠로에 야스히코(黒江保彦, 1918-1965) 작사, 일본육군 버마파견군군악대(ビルマ派遣軍軍楽隊) 작곡의 노래로 이토 히사오(伊藤久男, 1910-1983) 및 닛치쿠남성합창단(日蓄男声合唱団)이 불렀어요.
이 노래에서는 45초에서 1분 1초 사이의 "보라 아라칸 산을 넘어 대 히말라야의 봉우리의 끝 벵갈만의 파도 멀리(見よアラカンの山越えて 大ヒマラヤの峰の果 ベンガル湾の波遠く)" 라는 가사와 2분 44초에서 2분 52초 사이의 "전통있고 고결한 황군의 버마의 수호신 높은 하늘에(伝統清き皇軍の ビルマの護り大空に)" 라는 가사가 나오고 있어요. 아라칸 산은 서부지역의 남북을 달리는 아라칸 산맥을, 벵갈만은 남서부의 해안인 벵골만(Bay of Bengal)을 의미해요.
2. 사이공
1902년까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의 수도였던 사이공(Saigon, 柴棍)은 어원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프랑스령으로 편입되기 이전에는 자딘(Gia Định, 嘉定)이라는 지명으로 통했다가 19세기 후반에 사이공으로 정착한 것으로 보여요. 어원에 대해서는 프랑스어, 베트남어, 크메르어 및 광동어 기원설이 있지만 정설은 없어요. 베트남 최대의 도시이자 동남아시아 유수의 대도시인 이 사이공은 프랑스의 식민통치 종식후 북위 17도선 이남의 남베트남의 수도였다가 1975년 4월 30일 사이공 함락으로 남베트남이 패망하여 베트남전쟁이 끝나면서 다음해인 1976년에 호치민시(Thành phố Hồ Chí Minh, 城庯胡志明)로 개칭되었어요.
3. 바타비아
바타비아(Batavia)는 네덜란드인들이 인도네시아에 개척한 자카르타(Jakarta) 식민지의 이름으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본점소재지이기도 했어요. 이 지명의 유래는 의외로 독일민족인 게르만족의 부족 중의 하나이자 네덜란드의 옛 지명이기도 한 바타비(Batavii)에서 유래하는 것이죠. 반면 일본에서는 현지의 원주민들이 해당지역을 부르는 이름을 음차하여 쟈가타라(咬𠺕吧, ジャガタラ)로 쓰기도 했어요. 감자의 일본어 어휘가 쟈가이모(ジャガイモ)인 것도 쟈가타라에서 전래된 마라는 의미.
단, 저 지도에서의 바타비아의 위치는 잘못되어 있어요. 실제로는 자바섬의 남안(南岸)에 위치하는데 저 지도에서는 북안(北岸)에 위치하는 것처럼 묘사되어 있으니까요.
4. 셀레베스섬
인도네시아의 독립이래로 개칭되어 오늘날에는 술라웨시(Sulawesi)로 통하는 셀레베스(Celebes)는 총면적 186,216평방km 이상인 세계에서 11번째로 큰 섬이죠. 저 섬의 지명은 "철의 섬" 이라는 의미의 술라베시(Sulabesi)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한데다 포르투갈인들이 그 어휘를 셀레베스로 기록하여 세계에 알려져 있어요 또한 실제로 철광석도 매우 풍부한데, 어떻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저 지도에는 여러 자원은 표시되어 있으면서 유독 철광석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 것도 이상해요.
중앙아시아의 현자로 명망이 높았다고 알려진 인물인 나스레딘 호자(Nasreddin Hoca, 1208-1285)는 세계 각지의 무슬림월드의 설화에 잘 등장하고 있어요. 그 중 인도네시아판 나스레딘 호자는 셀레베스 출신의 현자로 알려져 있어요.
5. 티모르섬
티모르섬에는 서쪽과 동쪽의 색깔이 달리 칠해져 있는데다 악어의 그림까지 그 위에 그려져 있어요.
색이 다른 것은 서쪽이 네덜란드령이고 동쪽이 포르투갈령이라서 그렇게 된 거예요. 그리고 이후 이것은 21세기까지 분쟁으로 이어지다가 2002년에 동티모르(Timor-Leste)의 독립이 완전히 확립되면서 겨우 종식되어요. 그 이전에는 1975년에 동티모르가 독립선언을 했지만 인도네시아가 무시하고 그 다음해에 무력으로 강제병합했다가 그 뒤로 정국불안이 계속되었고, 급기야 1999년부터 2002년 사이에는 국제연합 동티모르잠정행정기구(United Nations Transitional Administration in East Timor, UNTAET)가 설립되어 해당지역이 잠정적으로 관리되기도 했어요. 일단 표면적으로는 혼란이 종식되기는 했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여전히 이런 국제사회의 조치에 승복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어요.
악어는 인도, 스리랑카 등의 남아시아에서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파푸아뉴기니 및 호주 북부와 동부의 도서지역 등지에 널리 분포하는 바다악어(Saltwater Crocodile, Crocodylus porosus)를 나타낸 것이죠. 이미 19세기 전반에도 그 존재가 확인되어 있는 이 바다악어는 현존하는 알려진 악어 중 가장 크게 자라는 부류로 알려져 있어요. 길이 6m 이상으로 자라는 성체도 있는데다 체중 또한 2톤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6. 파푸아섬
파푸아섬은 오늘날에는 뉴기니(New Guinea)로 잘 알려져 있어요.
서쪽이 인도네시아령으로 6개의 주가 입지한 서부뉴기니(Western New Guinea/영어, Papua Barat/인도네시아어)이고 동쪽이 파푸아뉴기니(Papua New Guinea)로 되어 있는데 여전히 많이 알려진 것은 적은데다 세계적인 관심도 적어요.
동부의 영국령 중 북부와 도서지역은 독일령 뉴기니(Deutsch-Neuguinea)였지만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제국이 패전하면서 그 지역은 영국령으로 귀속됨은 물론 비스마르크제도(Bismarck Archipelago)의 주요한 큰 섬에 대해서도 기존의 독일식 지명이 영국식으로 개칭되었어요. 노이메클렌부르크(Neumecklenburg)는 뉴아일랜드(New Ireland)로, 노이폼메른(Neupommern)은 뉴브리튼(New Britain)으로. 독일의 인명에서 유래한 지역의 섬 이름이 영국식으로 지어진 기묘한 사정에는 이런 역사적인 유래가 있어요.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파푸아 섬은 인권의 사각지대이기도 해요. 성범죄가 만연한데다 성범죄가 왜 문제인지에 대한 자각조차 없는 경우도 많아서 상당히 위험한 것은 동서를 가리지 않는데다 인도네시아령인 서부에서는 원주민의 독립시도를 인도네시아 정부가 잔혹하게 짓밟고 있어서 팔이나 다리를 잘린 원주민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어요.
7. 남미취업항로
일본어표현은 南米出稼航路. 여기서 주목할 표현이 데카세기(出稼 또는 出稼ぎ)라는 표현.
일본에서 인구가 폭증하는데다 농업생산력은 따라가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서 전국 각지에서 실업자가 속출하거나 식량문제나 소작쟁의 등의 사회불안이 가중되면서 일부 사람들은 세계 각지로 나갔는데 남미, 특히 브라질행 여객선을 타고 해외취업에 나서는 경우도 많았어요. 데카세기라는 말은 바로 이런 행동이나 사람들을 말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외국인노동자 내지는 그것의 약어인 외노자 정도에 해당되는 말이죠. 과거에는 카라유키(唐行き)라는 말이 쓰이기도 했지만 이 카라유키가 이후 풍속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해외취업에 한정되어 쓰이게 되었고 그 이외의 경우는 데카세기라는 용어로 분화되었어요. 이 지도는 그런 용어의 분화를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해요.
일본의 애니 중 1976년에 방영된 세계명작극장(世界名作劇場)의 2번째 작품인 엄마찾아 삼만리(母をたずねて三千里)가 큰 인기를 구가한 것도 이런 일본의 이민의 역사를 보면 이해할 수 있어요. 사실 원작은 이탈리아의 작가 에드몬도 데 아미치스(Edmondo De Amicis, 1846-1908)의 1886년작 소설 쿠오레(Cuore, 마음)에 등장하는 5월 이야기의 단편인 아페니노산맥에서 안데스산맥까지(Dagli Appennini alle Ande).. 이탈리아 제노바의 주부 안나는 1882년에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로 취업을 떠났지만 연락이 두절된 상태로, 그의 어린 아들인 마르코가 어머니의 행방을 알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배를 타고 지중해와 대서양을 건너 아르헨티나로 향해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하기는 했지만 이미 어머니는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떠난 상태였고 수소문을 하며 어머니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모아가는 모험을 하면서 결국 마르코가 넓은 아르헨티나 땅을 우여곡절 끝에 건너서 서부의 산지인 코르도바(Cordova)에서 투병중인 어머니와 재회하게 된다는 것이 골자예요. 이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감동적인 휴먼드라마이지만, 이탈리아를 일본으로 바꾸고 아르헨티나를 브라질로 바꾸면 남미취업항로를 통한 일본인들의 이민사와 완벽히 일치하다 보니 더욱 감명깊게 와닿았을 것으로 보여요.
그럼, 일본어 번역제목에는 "삼천리(三千里)" 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왜 이것의 번역제목에는 "삼만리" 가 쓰였을까요?
사실 일본과 한국의 전통 거리단위인 리(里)가 달라요. 일본에서는 1리가 4km인데 반해 한국에서는 10리가 4km. 이런 사정이 있다 보니 12,000km의 여정이 일본에서는 3천리가 되고 한국에서는 3만리가 되어요.
8. 피닉스제도(영국령)
피닉스제도(Phoenix Islands)가 어디인지는 사실 바로 대답할 사람들이 거의 없겠지만, 질문을 바꿔서 키리바시(Kiribati)라는 나라의 이름을 들어봤냐고 한다면 그나마 이건 대답할 사람들이 여전히 적긴 해도 그나마 덜 적어요.
현지 원주민의 언어로 라와키(Rawaki)라고도 부르는 이 피닉스제도는 길버트제도(Gilbert Islands)의 동쪽 및 라인제도(Line Islands)의 서쪽에 있는 8개의 환초 및 2개의 암초로 구성된 섬으로 가장 큰 섬인 칸톤섬(Canton Island)에 20명이 정주한 정도가 가장 큰 정착촌이라서 존재는 미미해요. 당시에는 영국령이었던 이 피닉스제도 중 미국령 하워드-베이커제도(Howland and Baker Islands)를 제외한 다른 섬들이 길버트제도의 전체 및 라인제도의 11개 섬 중 존재가 불분명한 1개의 섬인 필리포섬(Filippo Reef) 및 미국령인 킹맨(Kingman), 팔마이라(Palmyra) 및 자비스(Jarvis) 섬을 제외한 7개와 함께 1979년에 신생독립국 키리바시로 귀속되었어요.
9. 피지제도(영국령)
피지라는 국가 자체는 존재감이 옅긴 하지만 피지제도(Fiji Islands)에 대해서는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점이 많아요.
피지제도에서 가장 큰 섬인 비티레부(Viti Levu)는 총면적 10,388평방km로 경기도만한 크기인데다 피지의 전인구 90만명 중 70만명 이상이 이 섬에 모여살고 있어요. 피지의 수도 수바(Suva)도 사탕수수 관련산업으로 번성했고 한때 미 해군 기지가 있었는데다 한때 대한항공 정기항공편도 취항했던 난디(Nadi)도 이 섬에 입지해 있어요.
비티레부는 "큰 피지" 라는 의미. 사실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James Cook, 1728-1779)이 남태평양 지역의 탐험에서 만난 통가(Tonga) 출신의 사람들로부터 피지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들로부터 전해들인 "비티" 를 음역하여 남긴 것이 문서로 남겨져 오늘날의 지명의 유래가 되어 있어요.
또한 영국령 식민지의 개척과정에서 인도인들이 많이 이주해 있어서 피지에는 인도계 주민도 상당히 많은 편으로 전인구의 3/8인 37.5%로 민족구성비율이 피지 원주민에 이어 2위를 기록중이죠. 이러한 행태는 카리브해의 트리니다드토바고(Trinidad and Tobago)나 남미의 가이아나(Guyana)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지만, 예의 두 지역에서는 인도계의 비중이 가장 높다는 특징도 있어요. 그렇다 보니 피지에서 생산되는 농작물 중 강황 및 울금이라는 이름으로도 잘 부리는 향신료이자 카레의 원료이기도 한 타메릭(Turmeric) 또한 많이 생산되고 있어요. 타메릭 수출량은 인도가 압도적이고 그 뒤를 미얀마, 네덜란드, 피지, 독일, 미국, 일본, 스페인, 호주 및 오스트리아가 따르는 중으로 피지의 타메릭 수출량은 세계 4위를 기록중이예요.
이렇게 100년 전 지도로 보는 세계의 여섯번째도 완성했어요.
다음편에는 호주를 중심으로 한 대양주를 다루어 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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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댓글
DDretriever
2024-04-11 10:49:52
이번 지도에서 특히 눈여겨보이는 것 두가지.
1. 동남아 각 지역들이 여러 색으로 분할되어있고 각자 영국령 / 미국령 / 네덜란드령 등으로 나뉘어 당시 열강들이 서로 식민지배에 한창 열올리고 있었다는 것.
2. 이전의 다른 지역들에 비해 유독 동남아는 자원 관련 서술이나 기록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
즉, 일본이 당시 동남아지역에 굉장히 탐을 내면서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게 느껴지네요.
(마치 우리가 이 지역을 손에 넣으면 여기 써놓은 각종 자원들을 차지할 수 있다! 라고 체크해놓은 느낌)
더군다나 J에선 더더욱 직접적으로 이런 야욕을 드러내면서 자신들도 지배지역을 늘리고 싶지만 타 강대국들에게 현저히 밀리고 있단 사실을 한탄하고 있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일본 입장에선 한반도도 손에 넣었겠다 동남아가 바다로 이어진 바로 밑에 있는 지역이다보니 굉장히 탐을 내고 있었나 봅니다.
마드리갈
2024-04-11 11:23:44
아직 내용을 추가중이라서 빈 곳이 많은데 이렇게 먼저 코멘트를 작성해 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려요.
100년 전 저 시대의 동남아시아는 말씀하신 것처럼 서구열강들의 할거상태 그 자체였죠. 태국은 영국과 프랑스의 세력균형 덕분에 독립국으로 존재할 수 있었지만 다른 곳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대략 이렇게 요약가능해요. 동남아시아 및 태평양 내에서 영국은 말레이반도, 보르네오섬 북부, 버마, 호주, 길버트제도, 피닉스제도 및 피지제도를, 프랑스는 인도차이나를, 네덜란드는 대순다열도, 소순다열도, 보르네오섬 남부 및 파푸아 서부를, 미국은 필리핀과 마리아나제도를, 포르투갈은 동티모르를 식민지로 둔 반면 일본은 마셜군도의 위임통치를 맡은 입장이었어요. 독일과 스페인은 저 지도의 제작당시에는 이미 아시아에서 축출된 상태였으니 언급될 일 자체도 아예 없었어요.
확실히 저 지도는 보물지도같은 감각이 강하죠. 그리고 실제로 당시 일본의 각계각층도 동남아시아 각국을 아주 관심있게 봤을 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 되면서 일시적으로 일본의 국제적 위상이 위축되기는 했지만 동남아시아 각국으로의 재진출이 고도성장을 견인한 요인이 되기도 했구요. 비록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전국이고 일본이 전승국이기는 했지만 양국 모두 식민지 쟁탈전의 후발주자이자 기존의 열강의 입지가 공고해서 어쩔 도리가 없었던 것이 분명하고, 그나마 사정이 나았던 이탈리아도 북아프리카 일부분을 차지할 수 있었을 뿐 그다지 유의미한 성과는 얻지 못했어요. 이 3국이 1930년대에 추축국으로서 동맹관계를 체결하게 된 것은 마냥 우연의 소산만으로 보기 힘든 측면이 분명 있어요.
DDretriever
2024-04-25 02:46:24
이걸로 전부 완성된거군요.
이번에 다룬 동남아지역은 여러 섬이 많았는데 그 섬이 각자 다른 열강들의 지배하에 놓여있었다보니 서로간의 역학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보니 특히나 추가 설명이 많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동남아시아편의 완성까지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마드리갈
2024-04-25 11:45:13
이렇게 재차 코멘트해 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려요.
지난번의 2회에 걸친 제정러시아 및 소련편처럼 러시아어 자료를 찾아봐야 할 필요성이 없어서 그나마 덜 어려웠긴 했지만 그래도 말씀하신 것같이 당시 제국주의 열강들의 각축전이 첨예하게 벌어졌던 장소라서 그 맥락까지 모두 조사해 두어야 했으니 확실히 추가설명이 많이 필요했어요.
많이 힘들었지만 역시 이렇게 만드는 보람이 있어요. 4월중에 게재할 다음의 호주편도 기대해 주세요.
Lester
2024-05-04 10:48:34
A. 마쓰시타 고노스케 만화 위인전에서 마쓰시타가 청년시절에 거래처와 식사할 때 "작년의 쌀 소동 말고 화제랄 게 있습니까"라는 대사가 지나가듯이 나와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생각보다 큰 사건이라는 걸 알고 놀랐죠. 게다가 말씀하신 대로 한국사 중 일제강점기에 대해 배울 때 꼭 나오는 산미증식계획하고도 연관이 있었고요. 이마저도 '갑자기 풍년이 드는 바람에 갑자기 중단했다' 정도의 결말이라 허탈했지만...
B. 개인적으로 호박을 먹어본 일이 꽤나 드물어서 경험 자체가 없네요.
C. 그래서 90년대 흑백 서적을 보다보면 '여송연'이란 단어가 종종 등장해서 '맥락상 담배이긴 한데 이런 것도 있나?' 하고 궁금했던 적이 있네요. 그것과 별개로 헴프는 번역할 때 개인적으로 살짝 난감했죠. 가능하다면 최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단어를 만들어서라도) 한자나 우리말로 번역하는 것이 제 방침인데, 이걸 무작정 대마로 번역하면 '응? 마약으로 섬유를 만든다고?' 같은 엉터리 트집을 잡힐까 걱정이 되기도 한 적이 있고... 다행히 진짜로 트집잡는 사람이 있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좀 기준을 완화하고 있습니다.
D. 구아노는 광물의 저주였던가 하는 데에서도 자주 봐서 알고 있어요. 나우루였죠 아마? 그리고 (골프 용어이기도 한) 앨버트로스는 아마도 진화 과정상 나는 데에 최적화돼서 다리가 약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E. 바람신이 일본어로 '후진'이었죠. 우리말로 하면 전혀 상관없는 뜻(뒤로 가다 or 구리다)이 돼서 웃음을 자아내지만요. 과거 병풍이나 두루마리에서 묘사되는 후진의 무서운 얼굴과도 딴판이고.
G. 카라유키(唐行き)에 들어간 '唐'이 보통 중국을 가리킨다는 걸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흥미로운 추측이 생겨나네요. 어쩌면 우리나라의 '화냥년(민간어원설을 따를 경우 '환향녀'가 변형된 것이라고 함)'처럼 의미변화가 일어난 건 아닐지... 그와 별개로 당시 풍속업은 인기가 꽤 많았다지만 유녀들은 살아 있을 땐 새장 속의 새 취급을 받다가 죽어서는 무덤은커녕 제대로 된 장례도 못 치르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하죠. 몇몇 매체에서 요시와라 같은 유곽을 밝고 시끌시끌한 곳으로만 묘사했지만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씁쓸하기 그지없더라고요.
H. 그래서인지 요리만화 혹은 일반만화를 보다보면 향신료 관련 캐릭터가 종종 나오기도 하고, 그게 아니라도 동남아의 식문화나 일반 스타일을 좋아하는 캐릭터도 종종 나오더군요. 그만큼 친근하게 여겨진다는 거겠죠.
I. 살짝 관계없는 사실이지만 쟈크 피카르의 아버지인 오귀스트 피카르는 과학자로서 기구를 타고 성층권에도 다녀왔다고 하죠. 만화 "땡땡의 모험"의 주연인 해바라기 박사의 모델이 되기도 했고요.
J. 그래서 이탈리아와 함께 2차대전에서는 야욕에 눈이 멀어서 손을 잡았다가 사이좋게 패전국이 된 걸까요? 역시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고 해야 할지...
M. 바닷가라서 밀물을 피하기 위해 저렇게 높은 토대 위에 지었나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조용하고 좋을 것 같아요. 물론 푹푹 찌고 습한 기후는 질색이지만.
N. 더 옛날이었다면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괴상망측한 전설이 끊이지 않는 문학작품이 대거 나왔겠죠. 어지간한 지식과 과학이 널리 퍼진 1920년대였기에 '여전히 많이 있다'라는 미묘하게 객관적인 듯하면서 오만한 표현으로 끝난 것 같아요.
O. 진주는 만화 "갤러리 페이크"에서도 나오죠. 다만 말씀하신 목요일 섬은 아니고 타히티입니다. 푸팔츠 진주(Pfälzische Perle)와 유사한 흑백진주가 나온다고 해서 찾아갔지만 알고 보니 프랑스의 핵실험에서 흘러나온 방사능에 의한 돌연변이일 가능성이 높아 그걸 구해다 준 원주민들이 피폭 증상을 호소하는...
요새 건강이 안 좋아져서 집중력도 떨어진 탓인지 한번에 몰아서 보기가 힘들다보니 분할할게요.
마드리갈
2024-05-05 15:17:17
우선, 자세한 코멘트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건강은 역시 모든 것의 전제니까 아무쪼록 조심하시길 당부드려요. 저는 갑자기 상태가 위중해져서 수술을 받고 2023년말을 병석에서 보내야 했으니 남의 일로 보이지 않아요.
일본의 쌀 부족 문제는 한국사에서도 반영되어 있는 사안이었지만 아주 비중있게 다루어지지는 않았죠. "일본이 절대악이니까 일본이 한 것은 수탈이 목적이다" 라는 식으로 몰아가기만 바빴는데 사실 그 당시의 쌀 선물거래로 이득을 본 사람들 중에는 조선인도 있었고 그들 또한 결코 선인이 아니라는 것은 아예 나오지도 않죠. 여러 관점의 여러 자료를 보고 평가해야 할 사항이예요.
아무래도 자신이 생활 중에서 접하지 않은 것들은 낯설기 마련이죠. 호박도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하고, 담배를 기호품이라고 부르는 것은 담배를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극명히 갈려서예요. 여송연이라는 단어는 당시의 루손 섬의 시가의 위상이 현대의 쿠바산 시가의 위상만큼이었다는 증거이기도 해요.
그런데 헴프에 대해서는 딱히 고민하실 필요도 없었을 거예요. 대마에서 섬유로 이용되는 것은 줄기의 섬유이고, 흔히 말하는 대마초(Cannabis)는 대마의 잎 부분에 집중된 독성 성분을 악용한 것이죠. 게다가 대마는 역어를 고민하기 이전에 "삼" 이라는 고유어도 있어요. 같은 원리로, 섬유용으로 재배되는 아바카(Abacá, Musa textilis)가 대마와는 계통상으로 다른 바나나과의 식물인데도 불구하고 이것의 역어가 마닐라삼(マニラ麻)이 된 것이라든지, 마찬가지로 계통상으로 다르지만 각종 침구에 잘 쓰이는 리넨(Linen)의 원료인 아마(亜麻, Linum usitatissimum) 또한 "삼이 아니지만 삼에 준하는 것" 이라는 의미죠.
구아노는 정말 기묘한 광물이죠.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라는 속담이 기막히게 잘 맞아떨어지는 예이기도 하죠. 그리고 언급하신 나우루가 그렇게 구아노만 믿다가 제대로 나락으로 간 나라이기도 해요.
그리고 알바트로스의 다리가 약한 이유도 비용의 개념으로 설명가능해요. 새의 뼈는 총중량을 줄이기 위해 중공식(中空式)으로 진화했어요. 즉 내부가 비어 있는 형태로 총중량 감소 및 강성 유지를 양립시키는 것. 알바트로스는 날개를 펼치면 폭 3m 정도의 매우 큰 새이다 보니 착륙충격을 견디려면 다리 또한 매우 튼튼하고 굵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날 때에는 다리가 짐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나마 나무 위에 내릴 때에는 충분히 감속해서 가지를 잡을 수 있는 수준의 가는 다리를 가지고, 땅에 내릴 때는 온몸으로 충격을 받아내는 게 더욱 유리해서 그렇게 진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충분히 들고 그래요.
저도 코멘트를 분할해야겠어요.
마드리갈
2024-05-05 15:47:04
그럼 뒤이어 추가 코멘트.
역시 다른 언어는 묘하게 개그의 소재가 되는 것도 있죠.
과거에 일본 나가사키현(長崎県)에 있던 지방은행인 18은행(十八銀行)은 한국인 한정으로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어요(일본의 기묘한 은행사정 참조). 현재는 신와은행(親和銀行)으로 개명해서 옛말이 되었지만요. 말씀하신 바람신의 일본어 발음이 후진인 것도 그렇고, 요즘 한국내에서 활동중인 일본인 걸그룹 멤버들이 한국어로 인터뷰중 "많고" 를 말하면 일본인들에게는 그 단어가 여성기의 속어인 망코(まんこ)로 들려서 당황스럽게 여겨지거나 웃긴다는 반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그렇죠. 그리고 저 시대에는 조선 각지의 도시에서 일본인들이 운영하는 풍속점에서의 호객행위 때 "잠깐만요" 의 의미의 일본어인 "춋토(ちょっと)" 로 말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당시에 그런 풍속점의 멸칭 중에 "조또집" 이라는 게 있었다고도 해요.
당나라를 의미하는 카라(唐)는 사실 여러 한자로도 쓸 수 있어요. 사용가능한 한자는 漢, 加羅, 韓 등이고 중국은 물론 일본 밖의 세계를 이렇게 말하는 경우도 있어요. 미야자키현(宮崎県)과 카고시마현(鹿児島県)에 걸쳐 있는 산인 카라쿠니다케(韓国岳) 또한 韓의 발음이 "카라" 이기도 하구요.
말씀하신대로 풍속업은 회려하게 보이지만 그 그늘은 매우 깊어요. 일본산 창작물에도 그게 잘 나오죠. 1983-1984년 방영 NHK 일일드라마인 오싱(おしん)에서도 주인공 오싱의 사실상의 후원자 중의 1명이기도 했던 쌀 도매상 가문의 후계자였던 야시로 카요(八代加代)가 쌀소동 등으로 일어난 쌀 선물거래 투기과정에서 남편 마사오가 위험한 도박을 했다가 1929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시작된 세계대공황에 휩쓸려 파산하고 그 상점도 망한 뒤 결국 근거지인 사카타를 떠나 도쿄의 요시와라 유곽에 흘러들어갔다가 거기서 생을 마감했고, 그녀와 마사오 사이에서 태어난 유일한 아들인 노조미를 오싱이 양자로 받아들이는 게 나오죠. 또한 2023-2024년 방영 NHK 일일드라마 부기우기(ブギウギ)에서는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이 패전한 이후 미군을 상대로 영업하던 판판걸(パンパンガール) 문제도 나오고, 요즘 방영중인 호랑이에 날개(虎に翼)에서는 주요 등장인물인 야마다 요네(山田よね)가 풍속점에 언니를 팔아버린 아버지를 원망하는 한편 그 언니조차도 여동생의 유일한 이해자였다가 풍속업 종사 이후 여러모로 험한 꼴을 당한 이후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다가 결국 기둥서방을 만나 종적을 감추는 등 여러 사회상이 나오고 있어요. 애니 중 귀멸의 칼날 유곽편(鬼滅の刃遊郭編)은 제목에서 유곽이라는 표현이 나오고 실제로 작중 배경도 그렇지만 국내에 들어오면서 이게 환락의 거리편으로 약간 순화되긴 했어요.
위에서 언급한 오싱의 경우는 그렇게 유곽에서 죽은 야시로 카요를 오싱 및 그를 잘 따르던 켄이 장례를 치루어주고 묘도 만들지만 그건 그나마 다행인 경우였어요. 실제로는 나게코미데라(投げ込み寺)로 잘 불리던 사찰에서 무연고자 장례를 치르는 경우도 그나마 다행이었어요.
향신료는 역시 세계인의 미각을 자극하는 것이죠. 저 또한 향신료가 강한 것을 잘 먹지는 않는데다 매운 음식은 거의 못 먹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싫어하는 것도 아니니...그렇지 않다면 마라탕을 먹었을 리도 없겠지만요. 일본 또한 향신료를 매우 좋아하는 나라이다 보니 카레의 역사 또한 매우 깊은 것이죠. 게다가 수요량의 대부분을 지금도 동남아시아 및 남아시아에 의존하고 있기도 하죠.
여기서 또 분할해야겠어요.
마드리갈
2024-05-05 17:02:47
이제 세번째 코멘트로 이어 볼께요.
피카르 일가의 탐험은 정말 창작물이 따라올 수 없는 것이었죠. 기구로 성층권 도달에 잠수정으로 해양 최심부 도달에...그게 화학자 쥴 피카르(Jules Piccard, 1840-1933)의 쌍둥이 아들인 오귀스트와 쟝 펠릭스, 오귀스트의 아들인 쟈크와 손자인 베르트랑, 그리고 딸인 쟈네트 및 그녀의 아들인 돈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어요. 거명된 인물 중에서는 현재 생존중인 베르트랑 피카르(Bertrand Piccard, 1958년생)가 세계최초로 기구로 무착륙 지구일주를 달성한 한편 태양광발전으로만 동력을 얻는 항공기인 솔라임펄스(Solar Impulse)로 지구일주비행을 성공시킨 등의 모험을 이어 나가고 있어요.
추축국의 결성 또한 국가간의 이합집산이 급격한 변화에 취약할 수 있다는 증거이고, 말씀하신대로 제1차 세계대전의 전승국이었던 일본과 이탈리아가 패전국인 독일과 손을 잡은 기괴한 상황도 그렇게 설명가능한 것이죠. 독일은 독일대로 베르사이유 강화조약 체제에 불만을 품고 계속 체제 형해화를 도모했고, 일본과 이탈리아는 전승국이긴 했지만 전승국으로서의 지위는 거의 누리지 못했다 보니 그렇게 불만이 축적되었던 것이죠. 이미 그 그림자가 이 지도의 제작시점인 1924년에도 느껴지고 있었다는 게 결코 우연은 아닐 거예요.
저렇게 높은 토대 위의 집은 사실 통풍을 좋게 함은 물론 지표에 사는 생물들의 위협 방지를 위해서 고안된 거예요. 당장 열대지방은 뱀, 쥐, 각종 해충 등이 아주 많으니까 저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언제 독살당할지도 몰라요. 사실 한랭지가 많은 유럽의 경우에도 각종 식재료 보관공간이 되는 건물을 지을 경우 토대를 높게 만들고 기둥을 세울 때에는 일부러 기초 부분에 돌이 튀어나오게 해서 쥐가 타고 올라오지 못하도록 고안해 두고 있기도 하죠. 그리고 수상가옥은 그에 더해서 수몰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겸비하고 있는 것이기도 해요.
저 뉴기니 섬은 여전히 많은 것이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기도 하고, 본문에서 언급했던 문제의 미접촉부족이 얼마나 있는지조차도 거의 파악되고 있지 않아요. 그나마 브라질의 경우는 인구가 많은 나라인데다 재력도 아주 크지는 않아도 여러모로 학술조사를 할 정도의 형편은 되다 보니 그래도 꽤 많이 파악되어 있기는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인권탄압문제의 공론화를 기피하여 웨스트파푸아에의 외국인 출입 자체를 제한하는 한편 파푸아뉴기니는 매우 가난한 국가라서 현상유지조차도 버겁고 그렇죠.
사실 식인종에 대한 인식은 1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유효해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도중에 파푸아뉴기니 전선에서 실종된 자신의 친척인 군용기 조종사 암브로즈 피네간(Ambrose Finnegan)이 유해조차 남기지 못한 것에 대해 파푸아뉴기니의 식인종을 언급한 적이 있었어요. 당연히 파푸아뉴기니 외무장관이 항의하는 등 상황은 좋지 않아요(Biden’s controversial ‘cannibalism’ remarks meet pushback in Papua New Guinea, 2024년 4월 24일 CNN 기사, 영어).
말씀하신 그 진주는 이름이 잘못 알려져 있네요. 독일어 표기인 Pfälzische Perle를 음역하면 "펠치셰 페를레" 가 되거든요. 즉 팔츠(Pfalz/독일어, Palatinate/영어)의 진주라는 의미. 독일어의 pf는 사실상 음가가 /f/와는 동일하지만 발성방법이 정반대거든요. /f/ 발음은 윗니로 아랫입술을 살짝 무는 감각으로 하는 데에 반면 문제의 pf는 반대로 윗니로 아랫입술을 살짝 튕겨내는 감각으로 발음하는 것이라서 그러해요. 게다가 독일어의 현지 방언인 팔츠 독일어로는 Pfalz를 Palz로 표기하고 있다 보니 예의 "푸팔츠" 는 잘못 알려진 것이죠.
흑백진주 자체도 기이한 것인데 방사능 피폭으로 만들어진 것은...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네요.
이제 코멘트를 완료했어요.
Lester
2024-05-05 18:42:46
이번엔 지역 관련 코멘트.
1. 그래서인지 젊은 시절에 군인으로서 아시아에서 활약했다는 설정을 넣으려면 꼭 '버마'를 언급하더군요. 명칭 자체에서 오는 옛스러움도 있지만, 베트남을 언급하면 베트남전이 연상돼서 작품의 방향성이나 외부의 논란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보니 대체재로(?) 미얀마를 쓰는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2. 사이공도 마찬가지. 1986년이 배경인 GTA: 바이스 시티의 미션 이름들 중에 베트남전을 연상시키는 것들이 몇 가지 있더군요. "Phnom Penh '86 (폐저택을 점령한 삼류 갱단을 헬기에서 기관총으로 섬멸한다는 내용)"이라든지, "Boomshine Saigon (붐샤인을 가지고 놀다가 한쪽 팔을 날려먹은 베트남 참전용사이지만 반술주정뱅이 총기상을 병원에 데려다 줘야 한다는 내용)"이라든지... 물론 개발사나 작품이나 그렇게까지 심도있게 짚고 넘어가는 성향은 아니지만요. 한편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역시 "미스 사이공"이 있겠죠.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뮤지컬인줄은 처음 알았네요. 줄거리도 충격적이고...
3. 먼나라 이웃나라의 네덜란드편에서 관련 내용을 본 기억이 나네요. 전개상 주인공은 네덜란드라 "나중에는 자카르타로 바뀐다"고 언급되는 정도지만요. 암보네제 이야기도 풀면서 '네덜란드는 그래도 다른 식민지 경영국가에 비하면 식민지들에게 유화적이었다'고 나오는데, 찾아보니까 네덜란드도 썩 양반은 아니었다네요. 저자였던 이원복 교수도 자신의 다른 작품에서 자료를 보충해 더 자세히 다뤘고요.
4. 철의 섬이라 불릴 정도로 철광석이 많은데 지도에서 누락됐다는 건 좀 특이하네요. 조사를 못하진 않았을 것 같고, 해당 식민지 경영국가(아마도 포르투갈)의 정보통제 때문일지도?
5. 솔직히 '동티모르' 자체가 (묵음 t라든가 하는 것 때문에) 나라 이름인 줄 알았어요. 즉 서티모르가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못했던 거죠. 이런 사정이 있었군요. 하긴 우리나라도 코리아라고 얘기하면 'north or south?'라고 되묻는 지독한 농담 혹은 진담이 아직도 있으니...
6. 굳이 '뉴 기니'라고 하는 것은 아프리카에 있는 '기니'와도 연관이 있을까요. 그리고 못 사는 나라일수록 문화지체가 극심한 것은 역시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네요.
7. 일본계 브라질인 혹은 브라질계 일본인은 일본 만화나 작품에서 생각보다 쉽게 볼 수 있는 소재죠. 물론 '건장한 흑인 캐릭터(특히 스포츠계)'로 쉽게 쓰이고 이름도 대충 '카를로스'로 퉁치고 넘어가는 경향이 크지만, C.M.B. 박물관 사건목록(34권, "마리아나의 환상" 에피소드)처럼 브라질 해외취업의 역사에 대해 자세하게 다룬 작품도 있습니다. 그래도 카를로스 하니까 지금도 즐겨하는 국산 오락실 리듬게임인 EZ2AC(舊 EZ2DJ)의 극초창기에 추가된 곡인 Confete, Sentimental No No를 부른 카를로스 토시키가 생각나네요. 어렸을 적에는 뽕짝스럽고 흐느적거리는 노래라 기피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좋은 노래도 또 없는 게 새삼 신기하더군요.
9. 참고로 "통가(Tonga)"는 셜록 홈즈 시리즈의 2번째 장편인 '네 사람의 서명'에서 서브빌런으로 나오죠. 물론 인도에서 세포이 항쟁에 휘말려 포로가 됐다가 시크교도들과 함께 무슬림 왕족을 털어먹은 백인과 어찌저찌 친해졌을 뿐 정말로 악당은 아니지만요. 피지에 인도계가 많다는 얘기에 '통가'라는 이름까지 보니 단번에 그 장편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아서 코난 도일로 정말로 소재를 찾다가 저기에 착안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실제로 살인사건을 파헤치던 중 피해자가 (당시에) 영국령 인도에서 복무했던 군인의 후예임을 알고 (영국 입장에서) 외국인의 존재를 눈치채자, 세계지리전집 같은 걸 뒤진 다음에 (코난 도일의 오너캐임이 확실해진) 왓슨에게 알려주는 장면도 나오거든요.
가능하다면 한꺼번에 코멘트하고 싶었는데 양도 많고 몸이 아파서 힘들었네요.
마드리갈
2024-05-08 20:14:45
이번에도 긴 코멘트를 해 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려요.
미얀마는 영국의 지배가 완전히 종식되고 독립을 쟁취한 1948년부터 한번도 내부상황이 안정된 적이 없었고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분쟁이 지속되고 있어요. 게다가 말씀하신 베트남과는 달리 제1세계와 제2세계의 충돌로 간단히 도식화할 수 없을 정도로 양상이 복잡해서 역시 창작물에서 인용하기도 좋죠.
영어에서 네덜란드 관련을 뭔가 안좋은 것에 잘 붙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특히 네덜란드는 본국 자체가 매우 작고 인구가 적다 보니 식민지정책이 매우 공격적이었어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영국이나 프랑스에 밀리는 것은 시간문제였거든요.
사실 식민지배에 대해서 가장 관대했던 나라들을 꼽으라면 독일과 덴마크가 있는데 이 나라들의 식민지가 어디었는지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들도 별로 없어요. 독일의 경우 아시아태평양의 식민지는 사실상 거의 관리하지 않았다 보니 영국이나 프랑스나 네덜란드나 포르투갈처럼 할 여지 자체가 없었고, 덴마크의 식민통치는 현대의 가나에 해당되는 골드코스트라든지 남아시아 몇몇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동인도회사 체제로 있었다가 19세기 전반에 영국에 매각하면서 종식되었다 보니 작정하고 찾아보는 게 아니면 덴마크의 역사에 그런 역사가 있는지도 모를 경우가 많아요.
왜 저 지도에 철광석 관련의 정보가 없는지는 이유는 정확히 특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포르투갈이 정보를 통제해서는 아니었을 듯해요. 그랬더라면 동티모르 관련의 정보 또한 알 수 없었을 것이구요.
뉴기니라는 지명은 의문을 품으신 것대로 아프리카와 연관이 있어요. 사실 원래 기니라는 어휘 자체가 아프리카 서부의 세네갈 강 남부해안의 흑인들의 거주지를 의미하는 포르투갈어 기니(Guiné)에서 온 것이거든요. 즉 현대식으로 바꿔 쓰자면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라는 의미예요. 그래서 그 어휘가 정립된 르네상스 시대에는 그 세네갈 강을 기준으로 북부의 거주자는 무어인으로 지칭하는 한편 남부의 거주자는 기니인으로 지칭하는 관습이 만들어졌고 이후 유럽인들이 동아시아를 탐험하다가 발견한 그 땅을 아프리카 흑인과 비슷하게 보이는 오스트로네시아계 원주민들이 사는 것에서 착안하여 새로운 기니라고 명명했을 것이로고 추론가능해요.
일본과 브라질의 관계는 역시 말씀하신 것처럼 인적으로도 매우 밀접한데다 문화의 각분야에서도 그러해요. 브라질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항공기제작사인 엠브라에르(EMBRAER)는 일본의 카와사키중공업(川崎重工業)과의 공동개발로 세계적으로 넓은 인기를 구가하는 중단거리여객기인 E-Jet 시리즈를 생산하고 있고 일본의 국내선항공에서도 엠브라에르의 여객기를 많이 볼 수 있어요. 특히 후지드림에어라인즈(フジドリームエアラインズ)의 보유 여객기 16대는 모두 엠브라에르 제품이예요. 또한 일본 각지에서 브라질식 바베큐요리인 슈하스코(Churrasco, 일본어 발음은 슈라스코(シュラスコ)도 통용)를 메인으로 하는 식당도 많이 찾아볼 수 있고 일본계 브라질인 또는 브라질계 일본인들이 운영하고 있어요. 저 또한 일본에서 체류할 당시에 그렇게 브라질 요리를 먹어본 적이 꽤 있어서 익숙해요. 간혹 "일본 자동차기업의 경쟁력은 브라질계의 값싼 노동력" 이라는 비판적인 기사도 한때 있었기도 할 정도로 여러모로 일본과 브라질의 관계는 아주 깊어요.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애니인 포토카노(フォトカノ)의 오프닝곡인 사랑하는 렌즈(恋するレンズ)가 브라질계 일본인 가수인 하야토 카오리(隼人加織, 1984년생)의 노래였죠. 매우 이국적인 멜로디와 리듬의 이 노래 또한 브라질의 영향을 많이 느끼는 계기였어요.
통가는 어지간해서는 미디어에서 다루어질 일이 없고 저 또한 최근의 언급사례로 아는 게 이전에 화산 폭발 때 해저케이블이 끊어지면서 국제통신이 장기간 끊어지는 불상사가 보도된 게 전부였는데 이미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도 나왔군요. 거듭 놀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