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창작물 또는 전재허가를 받은 기존의 작품을 게재할 수 있습니다.
3부작으로 기획한 단편입니다. 이전에 여기 업로드한 <저무는 해>의 4년 전 이야기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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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황궁 정전에서는, 한 남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고 있다.
“이 머저리들!”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옥좌에 앉아 있는 30대 중반의 남자, 바로 제국의 황제, ‘고든 발도’다. 그의 앞으로는 장군들과 장관들이 도열해 있는데, 모두 고든의 얼굴을 똑바로 못 보고 있다. 그중, 어깨에 각각 한 개씩의 별을 단, 준장 계급의 장군은 특히 황제를 똑바로 못 보고 있다.
“근위여단장, 지금 밖의 상황을 엄중하게 못 보는 거지?”
“아... 아닙니다, 폐하! 제가 어찌 그런 걸 못 보겠습니까!”
근위여단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장성이 굳어 버린 표정을 한 채로 말하자, 고든은 거의 눈이 뒤집어진 것처럼 펄펄 뛴다.
“하... 저기 G-12 시설의 역도 놈들처럼 되어 봐야 정신을 차리지? 응?”
“용서해 주십시오.”
고든이 말하는 ‘G-12 시설의 역도들’이란, 벌써 몇 년째 자신에게 물러나라며 시위를 벌이다가, 보안군에 체포되어 수도 ‘마라시’ 근처의 G-12 시설에 수감된 시민들을 말한다. 당연히 이들에게는 ‘감히 황제에게 역심을 품은 죄’로, 지금도 수없는 가혹한 고문이 행해지고 있다. 이러한 고문을 집행하는 총책임자는, 바로 정전 내부, 황제의 바로 가까이에 있는 보안군 사령관 ‘세르지우 로페스’ 소장이다.
“보안사령관, 지금 역도들이 또 밖에 소란을 안 일으키나?”
고든은 일부러 큰 소리로, 정전 안에 있는 장관들과 장군들이 다 듣도록 말한다. 로페스 사령관은 곧바로 대답한다.
“역도들이 한동안 잠잠했다가, 또다시 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폐하. 보안군은 곧 진압하겠습니다. 저 역도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죽어 없어질 때까지 말입니다.”
로페스 사령관의 그 말에, 고든은 자신이 원하는 답이 나왔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바로 그거야. 내가 듣고 싶은 답은 이거란 말이야. 여기 있는 그대들이 이 말을 듣고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그건 불충이야. 알아듣겠나!”
“예, 폐하!”
장관들과 장군들의 대답을 듣고는, 고든은 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로페스 사령관을 돌아보고 말한다.
“보안사령관, 최근에 잡힌 역도들 중에 악질이 있다면서?”
“마침 한 놈을 데려왔습니다. 자신이 자칭하기를 이 역도들의 수괴라고 합니다.”
“훗, 수괴?”
고든은 로페스 사령관의 말에 ‘가소롭다’는 듯한 웃음을 짓더니, 곧이어 말한다.
“놈을 끌고 오라. 어떤 녀석이 자신을 수괴라고 하는지 볼 것이다.”
“예, 폐하.”
로페스 사령관은 곧바로 옆에 대기하고 있던 보안군 병사들에게 명령한다. 곧바로 그들이 나가더니, 잠시 후 포승줄에 결박된 누군가가 정전으로 끌려온다. 그리고 병사들이 고든의 앞에 그를 내던지듯 놓고는, 고든의 양옆으로 가서 선다. 그러자마자, 고든은 옥좌에서 일어서더니 그 ‘역도’를 잠시 내려다본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정도 되는 남자인데, 한눈에 봐도 앳된 얼굴에, 이런 일이 없었으면 그냥 대학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거나, 아니면 편의점이나 옷가게 같은 곳의 점원으로 있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수없이 구타를 당했는지, 얼굴에는 멍이 들어 있고, 말라붙은 핏자국도 보인다. 고든은 그러든 말든, 그 ‘반란 수괴’에게 말한다.
“뭐 하느냐, 경의를 표하지 않고.”
고든이 다짜고짜 그렇게 말하자, 그 젊은 남자는 기력이 소진된 상황에서도 고든을 노려보며 말한다.
“이 개자식... 너 같으면 경의를 표하겠냐? 부모형제를 다 죽인 원수가 눈앞에 있는데?”
“하, 하하하! 말이 많구나. 부모형제는 어디 너만 잃은 줄 아느냐?”
고든이 태연히 말하자, 젊은 남자는 뭐라고 소리를 지르려다가, 소리가 나오지 않았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고 말한다.
“네가 사람이야? 응? 네 손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피가 묻었는지... 알기나 하냐?”
“하, 곧 죽을 입장인 녀석이 말이 많구나. 보안사령관!”
“예, 폐하.”
로페스 사령관이 곧장 대답하자, 고든은 곧이어 말한다.
“이 자의 신상에 대해 조사한 게 있나?”
“예, 있습니다.”
로페스 사령관은 곧장 고든에게 USB 하나를 건네준다. 고든이 그걸 옥좌 옆에 있는 컴퓨터에 꽂자, 곧바로 옥좌 너머로 보이는 홀로그램 모니터에 그의 신상이 나온다.
[슈테판 가이우스 폰 로젠가르텐, 19세]
[마라시 수도대학 화학과 2학년]
[현재까지 범죄 이력 없음]
“못 믿겠군. 거기에다가 가족들도 멀쩡히 있군? 이런 녀석이 역도들의 수괴를 자처한다고? 웃기는 소리 마라.”
“개자식...! 내가 아니라 저기 길거리를 다니는 유치원생이나 100세 노인이라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거다! 네 자식만 없어지면...! 온 사람들이 피를 흘릴 일도 더는 없겠지...!”
슈테판이 이를 악물고서 고든의 앞으로 기어가지만, 고든은 한 번 웃더니, 앞으로 뻗은 슈테판의 손을 밟고서 그대로 짓이겨 버린다. 몇몇 장관들은 그걸 차마 볼 수 없었는지 고개를 돌려 버린다.
“그런 헛소리를 몇 번이고 지껄여 봐라. 그래봤자 황제에게 감히 대항한 반역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 장면을 옆에서 웃음을 흘리며 지켜보던 로페스 사령관은, 미리 준비라도 한 듯, 다시 입을 연다.
“그리고 이 자에게는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사항이 있습니다.”
“뭐냐?”
“바로, 전 우주군 소장, 막시밀리안 폰 로젠가르텐의 조카입니다.”
로페스 사령관의 말에, 고든은 갑자기 뭐라 소리를 질러대며, 앞에 있는 슈테판을 잠시 노려보더니, 잠시 후, ‘하아’ 하는 한숨을 쉬고서 말한다.
“내 그럴 줄 알았지. 로버트 황제께서 친히 만들고 하사하신 금독수리 훈장은, 모두 똥이 되었군, 똥이! 어떻게 금독수리 훈장을 받은 놈들 중 충성하는 놈들이 하나도 없어!”
고든이 말한 금독수리 훈장이란, 12년 전 그의 할아버지 로버트 1세의 즉위 25주년을 기념하여 당시 공훈이 컸던 영관급 장교 10명에게 수여한 훈장이다. 이들은 모두 빠른 진급과 출세가 보장되었고, 이후 이 훈장이 다시 수여된 적도 없어 희소성을 더했다. 1명을 제외하고 전원이 장성으로 진급했고, 다른 1명도 대령으로 전역한 다음 방위산업체에서 승승장구했다.
그런 만큼 선망받는 장교들이었건만, 벌써 그 절반이 ‘반역’에 가담하다가 적발되었다. 당연히 안 그래도 자신이 죽일 대상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던 고든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사냥감은 없었다. 그의 재위 1년차에 적발된 ‘구국연합’의 수뇌부에 이름을 올린 3명의 장성들을 잡아와서 그 가족들, 그리고 그들의 부하로 있었던 사람들까지 전부 마라시로 압송해 죽인 것은 물론이었다. 그로부터 1년 뒤 또 1명이 반란을 모의하다가 적발되어 처형되었고, 또 1명은 아예 정부군과 교전하다가 패배했다.
“설마설마했는데... 나머지 다섯 놈들도 모두 없애야겠군.”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고든은 앞에 있는 슈테판을 보고 말한다.
“한번 말해 보거라. 네 작은삼촌이 그렇게 하라고 시켰더냐?”
“개자식...”
고든은 슈테판을 보고 한번 웃더니, 옆에 대기하고 있는 보안군 장교들에게 눈짓을 한다. 그러자, 잠시 그들이 나가더니, 곧이어 긴 몽둥이를 하나 들고 온다. 양 끝은 금속으로 되어 있고 가시를 박아 넣은 몽둥이다.
“다시 한번 말해라. 네 잘난 작은삼촌, 막시밀리안 폰 로젠가르텐이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이냐?”
“.....”
그때, 외무장관이 주섬주섬 주위를 살피더니 손을 들며 말한다.
“폐하, 잠시 나가봐야 합니다.”
“뭐냐? 외무대신, 말하라. 이유가 없으면 벌을 면치 못할 것이다.”
“폐하, 노이에란트 연방의 대사가 찾아왔습니다. 잠시 대사를 영접할 것을 윤허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전으로 오게 하라.”
고든은 외무장관을 내보낸다. 외무장관은 정전을 나서면서도 불안했는지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고든의 목소리는 이제 더 크게 들린다. 외무장관은 직감한다. 이것은 한 생명이 꺼지논 소리다. 외무장관 역시도 잠시 더 수명이 연장된 것일 뿐이다.
“황제가 말했느니라! 어서 말하거라!”
“그래, 짐승아! 어디 죽여 봐라. 너 같은 살인마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로버트 황제의 최대 오점이, 바로 너다. 눈만 뜨면 살육을 일삼는, 너란 말이다. 막시밀리안 삼촌이 아니라도, 너를 죽이고 싶은 사람은 저 우주의 별보다도 더 많을 거다. 이 드넓은 우주가! 네놈의 살육을! 영원히 기억할 거다!”
“짐승... 짐승이라고!!!”
울부짖는 듯한 고든의 고성이 들린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둔탁한 소리가 정전을 울린다. 그 소리가 몇 차례 들린다. 외무장관은 눈을 질끈 감으며, 정전을 나선다.
그리고 잠시 후, 외무장관은 갈색 정장을 입은 노이에란트 연방의 대사와 함께 정전 안으로 들어선다. 노이에란트의 대사가 들어왔음에도, 고든은 몽둥이를 들고서 옆에 있는 보안군에게 명령하고 있다.
“시체를 치워라.”
그러다가 고든과 노이에란트의 대사의 눈이 마주친다.
“폐하께서 하셨습니까?”
노이에란트의 대사는 방금 자신이 본 끔찍한 것을 믿기 힘들었던지, 고든에게 한 번 더 묻는다.
“그것, 폐하께서 하신 겁니까?”
“보면 몰라서 묻는가? 역도를 처단했을 뿐이다. 노이에란트에서도 이런 건 흔하지 않은가?”
“이렇게 야만인처럼 하지는 않습니다.”
“듣자하니, 노이에란트에서는 이른바 이능력인들의 씨를 말리기 위해 수용소를 만들고, 인체 실험을 한다더군. 그런 나라의 대사가 할 말인가?”
그러자 노이에란트의 대사는 잠시 말이 없더니, 장관들과 장군들을 한번 돌아보고는, 이윽고 입을 연다.
“우리 노이에란트 연방 대통령께서 엄혹하게 휘어잡는 건 사실입니다. 적어도 새로 만들어진 연방의 기틀을 다진다는 명분은 있으니까요. 하지만! 폐하는... 괴물입니다. 괴물이 다스리는 나라와 어떻게 외교를 하곘습니까? 그래서 노이에란트는, 제국과의 외교를 단절할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노이에란트의 대사가 정전을 도망치듯 나서자, 고든은 ‘하’ 하고 비웃음 섞인 웃음을 내뱉더니, 이윽고 무언가를 결심했는지, 손에 쥐고 있는, 끝부분이 붉게 물든 몽둥이를 정전의 바닥에 ‘쿵’ 하고 내리치며 말한다.
“하려면 해 보거라. 그리고, 확실히 여기 있는 모두에게, 명령한다.”
“마, 마, 말씀하시옵소서.”
“황제가 명령하노니, 금독수리 훈장을 받은 5명, 즉 막시밀리안 폰 로젠가르텐, 빅토르 키호, 재러드 예이츠, 아피차 라차, 김수호와 그 가족, 그들을 따르는 자들까지 모두 체포할 것이다. 당사자 5명은 죽일 것이며, 그 가족들은 각각의 죄의 크기에 따라 할 것이다. 특히! 막시밀리안 폰 로젠가르텐은 이곳 황궁의 정전에 직접 끌고 오라! 오늘 죽은 조카 녀석의 죄까지 물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가족도 체포하는 대로 밤을 넘기지 말고 처형하라. 보안군은 이를 즉시 시행할 것이며, 여기 모인 대신들과 장군들 또한 보안군을 충실히 보조하라. 알겠는가!”
“예... 폐하!”
정전에 있는 장관들과 장군들 중, 한 사람을 빼고는 모두 마지못해 큰 소리로 대답한다. 그렇게 대답하지 않는 한 사람은 바로 보안사령관 로페스. 그의 목소리는 다른 장관들과 장군들을 압도할 만큼 우렁차다. 고든은 로페스 사령관의 대답소리에 만족했는지, 다른 장관들과 장군들을 돌아보며 호통친다.
“딱 이렇게 하란 말이야. 보안사령관 좀 봐라! 한마디 한마디에 충심이 우러나지 않나!”
“예, 폐하!”
“그래, 좋다. 오늘은 그만 가봐도 좋다!”
고든은 그렇게 말하며, 보안군의 장관들과 장군들은, 오히려 안도한다. 그 손발이 마치 이곳 황궁에 묶였다가 풀리기라도 한 듯, 온몸을 떨며 ‘후’ 하고 깊은 숨을 내쉰다. 오늘 하루, 그들의 생명이 더 연장된 것이다. 고든은 하루에 한 명씩은 손수 자신이 생명을 거두어야 직성이 풀린다. 그게 정부의 고관이든 아니면 길거리를 걷던 평범한 시민이든, 아니면 혈기왕성한 젊은이이든 곧 죽을 노인이든, 아니면 걸음마도 안 뗀 어린아이이든, 상관없다. 수용소에 가두고 천천히 죽이거나, 한군데 몰아넣어 버리고 가스를 주입한다든가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꼭 하루에 한 명 이상은 그렇게 해야 마음을 놓고 편히 잠든다. 비록 오늘은 아니긴 하지만, 고든이 언제든 여기 모인 장관이나 장군들 중 하나쯤 죽일 수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한편, 로페스 사령관은 의기양양하게 정전을 나오다가, 혼자서 한숨을 쉬며 정전을 나오는 근위여단장을 마주친다. 그러자마자, 로페스 사령관은 기다렸다는 듯, 비웃으며 말한다.
“어디를 그렇게 바삐 가십니까, 근위여단장? 뭐, 제 사관학교 위 기수이신데 저보다 계급도 낮으시니, 바삐 움직여야 하는 게 더 맞겠지요. 안 그렇겠습니까?”
“닥쳐라. 황제 폐하를 옳지 못한 길로 이끄는 주제에 말이 많다!”
“하, 하하하, 하하하...”
로페스 사령관은 가소로웠는지 큰 소리로 웃는다.
“근위여단장, 왜 이러십니까. 여단장도 로젠가르텐을 시기했잖습니까? 그리고 고든 황제 폐하께 충성경쟁을 벌이지 않았습니까? 그런 분이 이제 와서 왜 이러십니까. 하하하...”
“설마 이런 분일 줄은 몰랐다. 그래도 로버트 황제 폐하의 장손이라서 지지했는데, 이렇게 기분 내키는 대로 사람을 죽이고, 국가를 파탄으로 몰고 가는 분일 줄은 몰랐단 말이다. 알겠냐?”
“그 말은, 체포영장에 대한 동의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근위여단장이 무언가 더 말해보려 하지만, 이미 보안군 병사들이 근위여단장을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로페스 사령관이 한 마디 말한다.
“황제 폐하께 불충한 놈을 끌고 가라.”
그리고 며칠 후, 정전에는 다시 장관들과 장군들이 고든의 앞에 도열해 있다. 며칠 전에 왔던 사람 몇 명이 보이지 않는다. 그 중에는 근위여단장도 포함되어 있다. 대신 정전 반대편에 선 대령 계급의 근위여단 부여단장은 겉으로는 무표정한 척해도 불안한 눈빛으로 고든과 로페스 사령관, 그리고 다른 장관과 장군들을 번갈아 보고 있다.
“다 모였는가?”
“예, 폐하!”
고든은 정전 반대편에 있는 모니터에 나오는 뉴스를 틀어 보여준다.
[...전 근위여단장 윌리엄 서튼은 황제 폐하를 가까이 모시며 두 마음을 품었고 역도를 따르기를 주저하지 않아, 마침내 그것을 입 밖으로 내어 역도들에 동조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므로 군사재판에 회부되었으며 사형을 판결, 이는 즉시 집행되었다...]
그런데 아나운서의 눈이 붉은 걸 본 고든은 그걸 언짢게 보더니, 그 화면을 향해 삿대질하며 말한다.
“문화부 대신! 당장 방송국에 연락해라. 저 자도 역도들에게 동조했다. 죽여라.”
“하지만, 폐하...”
“죽이라고 했다!”
고든의 말에 반기를 들다가는 어떻게 될지 잘 알기에, 문화부 장관은 알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고든은 무언가 생각한 게 있었는지, 옥좌 옆에 놓여 있던 몽둥이를 오른손에 들고는, 입을 연다.
“내가 어제 마라시 외곽의 G-12 시설에 시찰을 하러 갔다. 그날 새로 잡혀온 역도들만 해도 100명이 넘었지. 물론 그들 대부분은 배후를 말하지 않고서 심문을 받았지만, 언젠가는 입을 열게 될 것이다.”
물론, 고든이 말하는 역도들이란 그저 시위를 하다 잡혀 온 시민들을 말한다. 어제 고든은 시민들을 고문하는 현장을 시찰하며 만족했고, 그중 한 명은 그가 손수 고문하기도 했다.
“그 역도들 중 하나인 아피라 라차는 내가 직접 심문했지. 참으로 고맙게도 자신이 아는 모든 배후를 다 밝혔다. 그리고 자신의 죽음을 달게 받아들였지.”
그렇게 말하는 고든을, 장관들과 장군들은 두려움으로 본다. 아직 고든이 든 몽둥이가 붉게 물들지 않은 까닭이다. 오늘도 한 명을 때려죽여야 그는 만족하며 잠에 들 것이다.
“명심하라. 여기 모인 그대들과 그 역도들이 조금만이라도 연관이 있다면, 그때는! 이 몽둥이로 다스리겠다. 특히 로젠가르텐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이 되면! 그것으로 인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친지, 친우들의 목숨도 없을 것임을 명심하라.”
그렇게 말하며, 고든은 또 무언가를 보여준다. ‘사형 명령서’라고 적혀 있고 황제의 도장이 찍힌 문서인데, 그 중, 붉게 강조된 이름들이 있다. 거기에 있던 장군 중 한 명이, 그 이름을 유심히 본다. ‘로젠가르텐’이라고 적힌 것 같은데, 자세히는 보이지 않는다. 미처 무언가 확인을 하기도 전, 고든이 화면을 넘겨 버렸기 때문이다.
“바로 이렇게 말이다.”
그런데, 그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순식간에 일변한다.
“폐하, 큰일났습니다.”
갑자기, 로페스 사령관이 고든의 옆에 달려와서 말한다.
“뭔데? 이런 건 좀 나중에 말하지 그래.”
“반란입니다. 그것도 여태껏 본 적 없는 규모입니다.”
고든의 표정이, 갑자기 흙빛으로 변한다.
“수괴는?”
“막시밀리안... 폰... 로젠... 가르텐입니다.”
“뭐어어어야아아!!!”
고든은 갑자기 옥좌 옆에 놓인 도자기를 들더니, 바닥에 그대로 내던진다. 파편들이 정전 안에 튄다. 장관들과 장군들의 옷에도 튀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못한다. 고든은 앞에 있는 우주군 참모총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말한다.
“참모총장, 당장 가서 역도들을 섬멸해라. 그리고 로젠가르텐을 내 앞으로 끌고 와라. 만일 못 하면, 참모총장뿐 아니라, 딸린 모든 자의 목숨도 없을 줄 알아라!”
“예... 폐하.”
참모총장은 두려움 가득한 표정으로 거수경례를 하며 정전을 나선다. 그리고, 근위여단 부여단장과 눈이 마주친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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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24-06-06 17:08:23
그렇게 잡혀온 청년 슈테판이 막시밀리안 폰 로젠가르텐의 조카...
고든 발도 황제는 그냥 그 슈테판을 쳐죽여 버렸군요. 그것도 궁전 내에서, 외국의 외교관도 와 있는 자리에서 직접 도깨비방망이같은 흉기로...끔찍하네요. 게다가 아예 살인을 즐기는 듯한 성향도 지닌 듯해요. 사실 저런 지도자는 누군가를 억누를 수는 있긴 하지만 딱 거기까지죠.
결국 막시밀리안 폰 로젠가르텐의 반란이 일어났고 이제 그에 남은 시간은 얼마 없네요.
시어하트어택
2024-06-09 22:09:19
고든의 이미지에는 여러 사극에서의 이미지가 결합되어 있지만, 근본적으로 모티브가 된 인물은 중국 유송의 후폐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후폐제는 10대 초반이었고 작중의 고든은 30대 정도죠. 친척들을 암살하는 등의 공작으로 황제에 올랐고, 이어 폭군으로 타락했다는 설정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SiteOwner
2024-06-09 13:28:02
아무리 문명이 발전한 세계라도 폭군의 모습은 하나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폭력을 거리낌없이 쓰는 것. 그런데 폭력도 중독되면 결국 최소요구량은 계속 증가할 것이고 감당할 수 없으면 바로 1초 뒤가 없게 됩니다. 게다가 누구든지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아무리 폭군이 학살로 통치하려고 하더라도 탄압당할 쪽은 어떻게든 죽는 길밖에 없는 이상 그냥 혼자 안 죽고 저항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황제 고든 발도의 운명도 이제 1초 뒤를 보장할 수 없게 되었군요. 그리고 드디어 막시밀리안 폰 로젠가르텐이...어떻게 전개될지가 기대됩니다.
시어하트어택
2024-06-09 22:22:16
아무래도 정통성이 없다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불안한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폭력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죠. 작중의 고든은 그걸 즐기는 성향까지 있기에 더더욱 그러할 겁니다.
그래서, 고든에게는 끝이 얼마 안 남았죠. 보안사령관도 충성파라기보다는 기회주의자에 가깝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