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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수사대] XIX-2. 몽중몽

국내산라이츄, 2024-06-10 23:17:38

조회 수
27

평소처럼 지하철을 타고, 역에서 나와 커피를 사 들고 사무실로 출근한 그를 기다리는 것은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과 부장의 호출이었다. 평소에도 호랑이 부장으로 유명했던지라 다들 불려가게 되면 두려워하기 일쑤였던 그 부장은, 그가 출근하자마자 그를 사무실로 불렀다. 그리고 출근하자마자 무슨 일일지 조마조마하며 사무실에 들어온 것을 확인한 부장은 입을 열었다. 

“자네, 학교폭력 전과가 있다며? ”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

흠칫했지만, 그는 부장의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에이, 부장님. 그런 근거없는 모함을… ”
“모함? 근거없는 모함? 자네는 인터넷도 안 보나? 자네가 학교폭력을 저질렀고, 그것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이 밤새 인터넷에 쫙 퍼져서 인사팀은 물론 대표님 귀에까지 들어갔어. 자네가 학폭 가해자라는 증거까지 올라왔는데도 이게 근거없는 모함이야? ”
“그 증거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잖습니까. ”
“그 증거가 조작되었을 가능성도 없었다네. ”
“…… ”
“대표님께서 그 소식을 접하시고 노발대발하셔서는 우리 회사에 그런 사람을 둘 수는 없다면서 당장 자르겠다고 하신 걸 내가 그래도 와서 짐 챙기고 인수인계 할 시간은 달라고 해서 겨우 무마시킨거야. 자네는 인사팀에서 부를때까지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게. 자네 업무는 홍대리가 이어서 할거니까 인사팀 미팅 끝나면 인수인계도 하고. ”

자리에 돌아와서도, 인사팀에서 불러서 뭐라고 할 지 몰라 그는 좌불안석이었다. 그가 학교폭력의 가해자라는 사실이 퍼져서, 그를 보는 동료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잔뜩 경직된 채로 자리에서 기다리던 그는 인사팀의 호출을 받고 인사팀장을 만나러 갔다. 인사팀장이 있는 회의실로 들어가자, 인사팀장은 그를 맞은 편에 앉도록 했다. 

“면접 볼 때는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는데 말이죠… 뭐, 아무튼… 글은 보셨습니까? ”
“아뇨, 출근하자마자 부장님께 불려가서… ”
“영일씨도 아시다시피, 대표님이 제일 중시하는 가치가 인성과 사람이거든요. 글 올라온 거 보시고 출근하자마자 바로 영일씨 자르려고 한 걸 이부장님이 그래도 한 일이 있는데 인수인계 할 시간은 주는 게 맞지 않냐고 무마시켰던거예요. ”
“…… ”

그 호랑이같던 이부장이 자신을 위해 시간을 벌어줬다니, 그는 기분이 복잡해졌다. 그런 그에게 인사팀장은 사직서와 펜을 건넸다. 

“실업급여는 탈 수 있도록 해 드리죠. 이게 그동안 했던 업무에 대한 대표님의 마지막 배려입니다. ”

인사팀에서 해고통지서를 받은 그는 홍대리에게 인수인계를 했다. 그리고 짐을 챙겨 쓸쓸히 사무실을 나섰다. 그 동안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아랫사람도 잘 챙기고, 상사에게도 깍듯이 대했건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따가운 시선과 수군거림이었다. 

‘대체 글은 누가 올린거지? ’

그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했다. 이부장 말대로 인터넷에 쫙 퍼졌다면 그의 신상도 인터넷에 돌아다닐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직하기에도 힘들 것이다. 

“헉? ”

앞으로 어떻게 할 지 고민하며 한숨을 푹 쉰 그는, 알람이 울려 침대에서 눈을 떴다. 

‘꿈인가…? 뭐 이런 기분나쁜 꿈이… ’

젊을 때의 치기로 저질렀던 학교폭력 전과가 까발려지는 꿈이라니, 생각만 해도 공포였다. 요즘같은 세상에 학교폭력 전과가 있다는 건 인생 난이도가 하드코어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는 올라간다는 소리니까. 아무리 꿈이라고 해도 이런 상황은 끔찍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평소처럼 출근 준비를 했다. 그리고 막 집을 나서려던 찰나, 그의 전화기가 올렸다. 

“네, 강영일입니다. ”
“영일씨, 나 이부장이야. ”
“아, 네, 부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
“출근하면 잠깐 내 사무실에 좀 들러. ”
“네, 금방 가겠습니다. ”

설마 그 일인가, 생각하며 그는 출근길을 나섰다. 평소처럼 지하철을 타고, 평소처럼 커피를 사 들고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인사를 건넸다. 꿈 탓인지, 무거운 공기만이 사무실 안에 감도는 것 같았다. 

“영일대리님, 인사팀에서 좀 보자세요. ”
“인사팀에서? 알았어, 이따 가볼게. 이부장님이 출근하자마자 호출하셔서... ”
“이부장님도 인사팀에 가 계세요. ”
"이부장님도? "

부장님도 인사팀에 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그는 커피를 마실 새도 없이 가방만 내려놓고 부랴부랴 인사팀 사무실로 갔다. 그리고 그런 그를 맞은 것은 인사팀장과 이부장이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저를요? "
"자네, 학교폭력 전과가 있다며? "

꿈에서 들었던 질문을 부장이 그대로 묻고 있었다. 밤새 인터넷에 쫙 퍼졌다는 얘기도, 게시자가 증거까지 첨부해서 올렸다는 얘기도, 대표님이 화가 많이 나서 당장 자르라고 한 걸 이부장이 인수인계 할 시간은 줘야 하지 않겠냐면서 무마시켰다는 것도 아침에 꿨던 꿈과 똑같았다. 

'내가 또 꿈을 꾸고 있는건가...? '

인사팀장이 사직서를 내밀며 건넨, 그 동안 해 온 업무에 대한 배려라면서 적어도 실업급여는 탈 수 있게 해주겠다는 말도 꿈 속과 똑같았다. 당장 직장을 잃는 것도 막막하지만, 벌써 신상이 털렸을 게 뻔하니 앞으로 제대로 된 곳에 취직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겠지, 그는 생각했다. 묵묵히 사직서를 작성하고 짐을 챙겨 나오면서, 그는 괜히 심통이 났는지 길바닥에 있던 돌부리를 걷어찼다. 

"헉? "

또 다시 알람이 울려,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꿈 속에서 또 꿈을 꾸다니, 신기한 일도 있지. 하지만 굉장히 기분나쁜 꿈이라 더 이상은 꾸고 싶지 않았다. 괜시리 몸이 좋지 않았던 그는, 이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장님, 저 영일입니다. "
"그래, 영일대리. 무슨 일이야? "
"요 며칠새 야근을 해서 그런지... 몸살이 나서, 하루만 연차를 쓸까 합니다. "
"많이 아픈가보네. 그래, 인사팀에는 내가 전해주지. "

그가 인사를 건네고 전화를 끊으려던 찰나. 

"참, 영일대리. 인사팀에서 찾았어. "
"인사팀에서요? 무슨 일로...? "
"자네, 학교폭력 전과가 있다며? "

수화기 너머로 이 부장이 질문을 했다. 두 번이나 꿈 속에서 들었던 그 질문이었다. 이부장은 밤새 인터넷으로 쫙 퍼졌다며, 그것때문에 대표님이 아침부터 심기가 불편했다고 전했다. 당장 자르라는 걸 겨우 무마시켜놨으니 내일은 출근하자마자 인사팀에 들르라는 말을 덧붙이고, 이부장은 전화를 끊었다. 

'설마 이것도 꿈인가...? '

다른 사원들이 있는 톡방에 들어가보니, 밤새 대화가 많이 쌓여있었다. 위로 쭉 올려보니, 그의 학교폭력 전과를 폭로하는 글 링크가 대화방에 있었다. 그는 그 링크를 타고 들어가, 대체 무슨 글인지 읽어보았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

게시글에는 그가 친구를 괴롭혔던 증거를 담은 사진들이 들어가있었다. 맞아서 멍이 들었거나 뼈가 부러진 사진은 물론 진단서, 술 심부름을 시킨 것, 담배 심부름을 시킨 것과 빵셔틀을 시킨 것, 돈을 뜯은 것까지. 그리고 친구를 불러서 강제로 성관계를 맺게 한 것까지 전부 올라와있었다. 얼굴이나 몸에 낙서를 한 것은 물론 교복을 찢어버리거나 일부러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치마 속을 촬영하는 등, 그 동안 그가 괴롭혔던 모든 수단들이 기록되어있었다. 

게시자는 글 말미에 피해자는 이 일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가해자는 금수저인 아버지 빽으로 합의금 몇 푼 쥐어주고 사건을 무마했다는 것과 자신은 피해자의 복수를 해 달라는 누군가의 부탁을 받은거라는 말을 덧붙였다. 댓글에서도 이런 식으로 까발리는 것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애초에 그 때 처벌을 세게 받고 뉘우쳤으면 이렇게까지 하지도 않았을거라며 게시자를 옹호하고 있었다. 

동료들은 하나같이 글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회사에서는 가끔 농땡이 피울 때도 있어서 이부장이 벼르고 있지만 싹싹하고 할 일은 하는 건실한 청년 이미지였다. 그런데 그 이면에 이런 과거가 있었고, 심지어 같은 반 친구를 죽게 만들기까지 했었다. 

'와... 영일대리 그렇게 안 봤는데. '
'제 말이요. '
'저 영일대리님이랑은 같이 일 못하겠어요... 저도 고등학생때 저런 비슷한 일을 겪고 최근에 겨우 극복했는데... 이제 영일대리님 보면 그 일이 또 떠오를 것 같아요. '
'이건 대표님 극대노 각이네. '
'그렇겠죠... 누구보다 됨됨이를 중요시하는 분이니까요. '

끝났다. 그래서 나를 찾았던거구나. 그는 깨달았다. 그 아이가 죽고 나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대학도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에 취업해서 대리까지 승진했는데, 지금까지 쌓아왔던 이미지가 한번에 무너졌다. 그는 마침 오늘 연차도 썼으니까, 누가 이런 짓을 한 건지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 "

다음 순간, 그는 다시 침대에서 눈을 떴다. 세 번이나 자신의 과거를 폭로당하는 꿈을 꿨다. 이쯤되면 이번에도 꿈을 꾸고 있는건지, 아니면 정말로 현실에서 눈을 뜬 것인지는 분간할 수 없었다. 아니, 바깥이 온통 하얗게 밝은 걸 보면 꿈일지도 모르겠다. 그가 사는 곳은 도심이라서, 이 시각에는 이렇게까지 적막할 수가 없다. 

커튼을 걷어 바깥을 보자, 마치 안개가 끼듯 바깥이 부옇게 변해버려서 옆집이고 뒷집이고 보이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시계는 새벽 여섯시에 멈춰 있었다. 예정보다 일찍 일어난 모양이지만, 지금 그가 누워있는 이 곳이 꿈일지 현실일지 생각하는 동안 잠기운이 싹 달아나버려 더 자려고 누워도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이 확 깨버린 그는, 꿈에서 자신의 과거를 폭로한 글을 봤던 것을 떠올리고 동료들 단톡방을 확인했다. 역시나 그 글은 있었다. 그리고 그 글을 읽은 동료들의 반응도 있었다. 

'대체 어떤 놈인지 정보나 좀 보자. '

그는 글에 있는 게시자 링크를 눌렀다. 프로필 사진에 돼지코가 덜렁 있고, 아이디는 piggy_dol이었다. 게시자가 올린 다른 글에는, 그와 함께 한 학생을 죽을때까지 괴롭혔던 다른 학생들에 대한 폭로글도 있었다. 그리고 폭로글의 댓글은 역시나 사람을 괴롭혀놓고 이런 놈들이 떵떵거리며 사는 꼴은 못 본다며 불타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몇몇은 벌써 신상이 유포된 것 같았다. 

'이런 짓 하면 재미있습니까? 당장 글 내리세요. '

최대한 정중하게 쪽지를 보내자, 상대는 깨어있었는지 곧 답변을 보냈다. 

'너랑 네 친구들도 재미있어서 걔를 죽을때까지 괴롭힌 거 아냐? '

답변을 받은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애의 몸에 낙서를 하고, 빵셔틀을 시키고, 돈을 뺏고, 때리고, 강제로 성관계를 맺는 걸 촬영하고, 치마 속을 찍으면서 한번도 해서는 안 될 짓을 한다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진 적이 없었다. 오히려 하기 싫다는 그 애를 촬영한 영상으로 협박해서 굴복시키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분노를 삭이고 출근 준비를 한 그는, 집 밖으로 나섰지만 하필 승강기가 고장이었다. 계단으로 내려가려고 했지만, 비상계단은 잠겨있었다. 이대로면 갇혀버린다, 그는 이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핸드폰은 신호가 잡히지 않는 모양인지 전화가 되지 않았다. 

'망했네, 빨리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고 문을 연 그의 눈앞에 보인 것은, 집이 아니라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다. 아마도 예전에 책에서 봤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모루를 몇날며칠 떨어트려야 도달한다는 타르타로스가 이런 느낌일까. 그는 하는 수 없이 캄캄한 어둠 속으로 뛰어내렸다. 

"헉? "

다시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바깥에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기분 나쁜 꿈을 네 번이나 꾸었으니, 몽중몽중몽중몽인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평소처럼 출근 준비를 마친 그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 현관문을 열었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뭐지? 배터리가 없나? "

도어록에 있는 건전지를 뺐다가 끼워봤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도어록과 씨름하는 사이 시간은 점점 흘러가서, 택시를 타야만 제 때 도착할 수 있는 시각이 되었다. 도어록에 붙어있는 스티커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핸드폰이 작동하지 않았다. 배터리도 어제 충전해뒀고 알람 소리도 들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꺼졌다. 

"하... 오늘도 지각하면 이부장한테 한소리 들을텐데... "

-삐리릭

꿈쩍도 않던 도어록이 열리고, 핸드폰이 다시 켜졌다. 오늘따라 승강기가 유난히 늦는다고 생각한 그는 부랴부랴 택시 앱을 열고 택시를 부르면서 계단을 뛰어서 내려가고 있었다. 

"어어- "

계단을 급하게 뛰어내려가던 그는 한순간 휘청하더니 중심을 잃고 그대로 계단에서 굴렀다. 이상하다, 이 계단이 이렇게까지 길지 않았는데. 지금 그가 굴러서 내려가는 계단은 평소의 층계참보다도 훨씬 길었다. 계단 꼭대기에서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헉? "

그는 또 다시 침대에서 눈을 떴다. 이제는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정말로 깨어난거라고 생각했던 순간들마저 꿈이었다는 걸 알게 되니, 지금 이 순간이 꿈인지 현실인지 혼란스러웠다. 

'이것도 꿈인가? 아니면 현실? '

그는 문득, 예전에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꿈 속에서는 뛰어내려도 죽지 않는다는 얘기를. 이게 꿈이라면,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도 그는 죽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새벽 안개가 채 가시지도 않은 창문 밖을 향해 몸을 던졌다. 

-이제 돌려보내줄까? 

막 창문 밖으로 몸을 던진 그는, 기묘한 목소리를 들었다. 마치 꿈결같으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 목소리는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괴담수사대가 C 사거리의 오피스텔 거리에 도착했을 때, 새벽에 누군가 뛰어내려 사망했다는 신고를 받고 온 경찰들이 사건을 수습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요? "
"잘 모릅니다. 저희도 신고 받고 막 수습하러 온 거라서... "
"음... 라우드씨, 뭔가 보이는 건 없나요? "
"음... "

라우드가 손을 얹어 영상을 확인해봤지만, 그 역시 사람이 뛰어내리는 영상 말고는 볼 수 없었다. 영상 속에서 뛰어내리는 남자의 표정은 투신자살을 하는 사람들과는 묘하게 달랐다. 

"단순히 자살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상 속 남자의 표정... 뭔가 이건 꿈이라고 믿고 있는 표정이었어요. 제가 지금껏 현장에서 봐 왔던 표정이랑은 확연히 달랐어요. "
"꿈? "
"잘은 모르겠어요. 저도 뛰어내리는 영상 외에는 보이지 않으니... "
"신변 조사를 해 보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 "

한펀, 기묘한 목소리와 함께 창 밖으로 몸을 던졌던 영일은 온통 꽃으로 치장된 열차 속에서 눈을 떴다. 붉은 국화로 치장된 방 한가운데에는 서류 더미가 쌓여있는 책상이 있었고, 책상에 앉아있는 자줏빛 머리칼의 여자가 보였다. 

"그 녀석에게 놀아난거냐? "
"네? "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진 여자는 읽던 서류 더미를 책상 한쪽에 내려놓았다. 

"강영일, 향년 34세. 넌 죽었어. 아침 댓바람부터 창 밖으로 뛰어내려서 온 몸이 산산조각 났지. "
"......! "
"그래도 이 열차에 탄 사람들에게는 마지막 호사 정도는 누리게 해 주는 게 정상이지만, 너는 그럴 가치조차 없는 인간이라서 바로 부른 것 뿐이야. "

내가 죽었다고? 그는 영문을 모른 채 앉아있었다. 그 녀석에게 놀아난거냐는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고, 돌려보내준다는 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채로 낯선 열차에 와 있었다. 

"이 열차는 어디로 가는겁니까? "
"무간지옥. "
"그럼... 저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겁니까? "
"어떻게 되긴. 네가 지금까지 했던 거 그대로 되돌려받아야지. 너는 재미로 사람 죽을때까지 괴롭혀놓고 돈 몇 푼 쥐어주면 끝날 줄 알았나본데, 니가 망가뜨린 그 애의 미래는 이제 영영 돌아오지 않아. 사람의 앞날을 망가뜨린 주제에 니가 안식을 얻을 수 있을거라곤 생각하지 마라. "
"...... "

국내산라이츄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1 댓글

SiteOwner

2024-06-11 21:57:11

자기가 저지를 때에는 즐거웠겠지요. 그리고 자신이 이제 세간으로부터의 비난의 화살을 덮어쓰는 형국이 되면...

예전에 그런 식으로 학교내에서 천하무적으로 군림했다가 패싸움에서 칼에 맞아 죽은 자의 사례도 봤다 보니 동정심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학교폭력이라는 게 구조적으로 해결될 조짐 자체가 보이지 않는데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피해자가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고 공적으로는 절대로 도와주지 않습니다. 

게다가 초중고 각급학교의 학교폭력은 유명해진 가해자의 과거가 드러나서 지탄의 대상이 되는 거라도 있지, 대학 운동권 카르텔은 전혀 단죄받지 않고 있는 채 국내의 온갖 이권을 누리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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