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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담이 보니, 타마라가 또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 한참 경기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지만, 이럴 때 메시지가 또 오고 있으니 경기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아무튼, 그 메시지를 열어 보니 내용은 이렇다.
[만약 데리고 오고 싶다면, 네 친구를 데리고 와도 좋아. 이런 데 흥미 있는 친구들이 있으면 우리도 좋거든]
“에이, 뭐야? 친구들도 오라니... 또 이상한 데 가자고 하는 거 아닌가?”
고민이 되기는 하지만, 예담의 생각은 확실해진다. 리암도 거기 간다고 했고, 또 세라토에 있으면서도 이제껏 가 본 적이 없는 곳이라는 게 예담의 상상과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친구를 데리고 가는 건 일단은 보류해야겠지만.
“레이시, 레이시라... 정말 많이 들어 본 곳이기는 한데...”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도 여기 출전한 프로게이머들 중 몇 명이 레이시에 놀러 가서 여러 가지 콘텐츠를 진행하는 방송을 본 적이 있다. 그때도 타미는 봤었는데, 그중에는 예담도 본 적 없는 프로게이머가 많이 있었다. 그걸 생각해 보니, 호기심은 더욱 커지고, 예담에게는 마침내 결심이 선다.
“그래... 가 봐야지. 무슨 큰일만 없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보니, 어느새 타미가 2승을 가져가고 있다. 주위에서 타미의 팬들 위주로 환호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예담이 고민을 한 시간이 아마도 그 경기의 클라이맥스였던 모양이다.
“에이... 왜 항상 이래. 이런 건 조금 있다가 생각해 봐도 될 텐데!”
그러다가 대회장의 열기가 조금 잦아들자, 예담은 그래도 가기로 했으니, 다른 고민을 한다.
“그나저나, 누굴 같이 가자고 해야 하나.”
그렇게 행사가 다 끝나고, 민과 친구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이야- 저게 저렇게 사람이 많은 건 오랜만에 보는데.”
안톤이 그렇게 한마디 하자, 민이 그걸 보더니 한마디 한다.
“너 마리나 센터 많이 안 와 봤지? 여기는 평소에도 많은데.”
“야! 네가 더 큰 데를 안 가 봐서 그래! 저기 사막 한가운데 거의 여기를 다 덮을 만한 전시장이 있다고 하면 믿겠냐? 나는 거기에 가 봤다고!”
안톤은 두 팔까지 마구 휘저어 가며 그 전시장의 거대함을 설명하려고 하는데, 민을 포함한 다른 친구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한술 더 떠, 유는 박장대소까지 한다.
“야! 왜 웃어!”
“그런 전시장 정도면 거뜬히 만든다고, 우리 RZ그룹은!”
“어... 그랬냐?”
“‘그랬냐’가 아니지! 저기 저걸 보라고!”
RZ타워를 본 안톤은 금세 그 기세가 식었는지, 한숨을 크게 내쉰다. 다른 것 다 필요 없이, 여기서 가장 쉽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면서도, 크기와 위압감은 여느 전시장 못지않기 때문이다. 유는 그 김에 ‘확인사살’까지 한다.
“봐봐! 네가 보여준 이 전시장, 우리가 만든 거야.”
유가 보여준 RZ건설의 홈페이지의 건축물 소개를 쭉 보니, 안톤이 보여준 바로 그 ‘사막 한가운데의 전시장’이 떡하니 있다.
“그랬냐...”
안톤이 조금 전까지의 기세를 잃고, 힘없이 말한다.
“아까 마레 잘 먹었어. 왜, 딱 내가 릴라송 방송에서 보던 거 있지? 그 맛 그대로였더라.”
안톤은 이제 거기서 또 스트리머들 이야기를 할 기세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건 다른 친구들에게는 딱 질색이다. 마침 민이 마리나 센터 한쪽에 붙은 포스터를 보더니, 일부러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오! 여기 아이돌도 오나 봐?”
“어? 아이돌? 누가 오는데?”
민이 가리키는 걸 따라서 다른 친구들도 일제히 그 마리나 센터에 내걸린 포스터를 보니, 요즘 뜨고 있다고 하는 그룹 ‘라프레사’가 여기서 촬영을 한다고 되어 있고, 멤버들의 사진까지 내걸려 있다.
“그런데 촬영을 한다면서 왜 이렇게 광고를 하지?”
그 광고를 보던 토마가 궁금한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한다.
“저런 아이돌이 촬영하러 온다고 하면 아마 지금보다 더 사람들이 많이 몰릴지도 모르는데...”
“모르겠네.”
민이 그렇게 한마디 하자 민의 그 말이 이상하게 들리는지, 다른 친구들이 묻는다.
“응? 네가 뭘 모른다고?”
“아니, 그러니까, 아이돌은 왜 저렇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런데 말이지, 저 중에 ‘코하쿠’라는 멤버가 우리 학교 선배였지, 아마?”
토마가 그중에 머리를 양쪽으로 묶은 멤버를 보고 뭔가 아는 것처럼 말하자, 민도 그 포스터를 다시 보더니, 이윽고 입을 연다.
“어... 그래, 그랬지. 코하쿠라는 선배, 보기는 했지. 그런데 너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
“아, 아니, 그건... 뭐라고 해야 하나...”
민의 그 말에 토마가 할 말이 바로 떠오르지 않아 말을 더듬다가 보니, 약 50m 정도 거리에 웬 후드를 쓴 여자 한 명이 보인다. 그 여자는 그 자리에 서서 서성이더니, 곧 무언가 발견한 듯, 이쪽으로 다가온다.
“잠깐, 저 사람이 코하쿠 선배인가? 키도 비슷하고, 걸음걸이도 비슷한데?”
토마가 무언가 아는지, 그 여자를 가리키며 말하자, 옆에 있는 안톤이 말한다.
“에이,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 저 사람이 혹시 유명 스트리머일지도 모르잖아?”
“또 스트리머 타령이냐? 내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고! 그건 내가 이제 말할 테니까...”
하지만 토마의 그 말은 오래 가지 못한다. 그 문제의 인물이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그것도 한 특정한 누군가를 향해서 말이다. 그렇게 얼굴의 윤곽이 드러나자, 민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야, 저거 그 코하쿠라는 누나는 아닌 것 같은데.”
민이 그렇게 말하자, 토마는 다시 한번 그 후드를 쓴 여자를 살펴보더니, 곧 자신이 무언가 들은 걸 떠올리더니 말한다.
“그럼... 내가 들은 게 있는데...”
“네가 뭘 들어?”
“그러니까 저런 후드를 쓴 사람이 우리 학교에...”
토마가 거기까지 말하는데, 안톤이 갑자기 끼어들며 말한다.
“왜, 이상한 포털 같은 걸 만들어 놓고 함정에 빠지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고 그러더라? 뭐라고 하더라, 납치를 하고서 돈 같은 걸 내놓으라고 협박을 한다든가 그런다던데...”
“야, 안톤, 너는 뭘 그렇게 잘 알아? 너 혹시, 뭐 이상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든가, 아니면 네가 그 이상한 사람들하고 뭐가 있다든가...”
“며칠 전에 소랑이가 그러더라.”
“너는 또 스트리머 타령...”
토마가 그렇게 말하다가, 그 후드 쓴 여자가 매우 가까이 다가왔음을 깨닫는다.
“잠깐, 저 사람, 확실히 코하쿠라는 누나는 아니잖아. 그런데 왜 우리한테 오는 거야?”
“뭐긴 뭐겠어. 어떤 스트리머가 또 우리를 찍고 싶어서 온 거겠지!”
안톤이 고민도 하지 않고 그렇게 말하자, 민은 안톤의 그 말이 어이가 없었는지, 안톤을 가리키며 말한다.
“야, 그 스트리머 소리 좀 작작 안 하냐? 나 같으면 지긋지긋해서라도 그런 소리는 좀 안 하겠는데!”
“네가 뭘 몰라서 그래. 저런 스트리머들이 우리 주변에도 얼마나 많은지 알아? 그리고 혹시 알아? 저 중에 우리가 깜짝 놀랄 만큼 유명해질 사람들이 분명히...”
하지만 안톤의 그 말은 얼마 가지 못한다. 어느새 그 후드를 쓴 여자가 민의 바로 앞까지 다다랐기 때문이다. 그걸 본 안톤과 토마는 겁에 질린 듯 보이고, 특히 토마는 주위에 안개가 둘러진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다.
“야, 저 녀석 뭐야. 왜 네 앞에 저렇게 서 있는 건데!”
“그러니까. 나도 한번 봐야...”
민의 그 말도, 더 이어지지 못한다. 눈앞에 있는 그 후드를 쓴 여자가 후드를 벗었기 때문이다. 그건 다름 아닌, 반디다. 반디의 얼굴을 보자마자, 민이 화들짝 놀라 온몸이 굳는 것처럼 그 자리에 선다.
“어... 누나? 왜 여기까지 온 거야?”
“뭐긴 뭐겠어! 너 메시지도 안 봤지?”
“메, 메시지라니?”
반디의 말이 좀 뜬금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민은 재빨리 폰을 열어서 메시지를 본다. 민의 어머니가 보낸 메시지다.
[오늘 저녁에 집에서 영화라도 볼까 하는데, 조금 빨리 집으로 올 수 있지?]
[친구들하고 노는 것도 좋지만 너무 늦게 오면 안 돼!]
부모님이 영화 보는 취미가 있는 건 알고 있지만, 민은 또 다른 게 궁금해진다.
“아니, 그런데 누나는 왜 여기로 왔어? 바로 집으로 안 가고?”
그 말에 반디가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그거야말로 내가 해야 하는 말이라고! 아까 엄마가 조금 빨리 오라고 그렇게 말했을 텐데!”
“아니, 지금 아직 8시도 안 됐는데.”
“그러니까 빨리 오라고 말하는 거라고! 빨리 와!”
반디가 거의 잡아끌 듯 민을 끌고 가자, 유와 토마, 안톤은 그 광경을 잠시 멀뚱멀뚱 바라본다. 비록 가족이라고는 하지만 적수가 없을 것 같던 민을 저렇게 끌고 가는 걸 보니 일종의 ‘충격’이 왔기 때문이다.
“오늘 진짜 무슨 일 있는 건가...”
“그러게...”
그러다가, 유가 문득 안톤과 토마에게 무언가를 보여준다.
“얘들아, 내일 RZ 게임플라자에 이런 거 들어온대! 한번 너희들 해 볼 의향 있으면...”
그 말을 듣고 유가 보여준 신형 게임기를 보자, 안톤과 토마의 눈에 금세 불이 켜진다.
그리고 1시간쯤 뒤, 민의 집.
민의 부모님과 반디, 민뿐만 아니라 서언과 언주까지 거실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다. 거실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 나오는 건 의외로 동글동글한 분위기의 애니메이션 영화다. 나름대로 진중한 장면이 나오면서도 액션도 빠지지 않는데, 민의 부모님은 그걸 하나도 놓치지 않고,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보고 있다.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이런 취향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왕년에 범죄자를 벌벌 떨게 하던 검사 출신 변호사’와 ‘굴지의 자원회사를 운영하는 기업가’와는 좀처럼 매칭이 안 된다고.”
서언이 영화를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옆에서 오빠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걸 보던 언주 역시 맞장구치며 민에게 말한다.
“민이 너는 알고 있었냐?”
“아니, 나도 몰랐는데. 평소에 가만히 보면 액션 영화를 보는 건 봤는데...”
그러면서도 민은 친구들과 열심히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지금은 한참 유와 단둘이 메시지를 주고받는 중이다.
[아침부터 오락실을 가자고? 안돼! 점심 먹고 해!]
[그런데 토마하고 안톤이 ‘얼리어댑터’라는 걸 하고 싶다는걸]
[그런데 내가 왜?]
“야, 영화 보러 왔으면 영화에 좀 집중해! 고모가 널 데려오느라 얼마나 고생...”
서언이 민에게 그렇게 말하며, 옆을 보는데, 반디가 보이지 않는다. 민도 순간 당황한 모양이다. 창밖으로 반디가 보이는데, 반디는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뭐야, 누나! 여기까지 데려왔으면서 자기 혼자 빠져나가기냐!”
그런데 민이 다시 보니, 반디의 표정은 어딘가 많이 진중해 보인다.
“설마 무슨 일 있는 건가...”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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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24-11-01 23:31:13
현실세계보다 더욱 크고 발달한 세계니까 생각해야 할 변수도 엄청나게 많네요. 이상한 포털을 만들어 놓고 함정에 빠지기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니, 정말 고약해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제대로 제재할 방법도 마땅치 않고...
그나저나 스트리머 타령은 확실히 지겨워지네요. 지장보살도 얼굴을 3번 만지면 화내는 법인데, 그런 말을 해서 설득력이 있을 리도 없고, 결국 그 후드를 쓴 여자는 민의 누나 반디이고...그런데 심상치 않네요, 확실히.
시어하트어택
2024-11-02 23:42:51
안톤이 저렇게 떠들어 대는 스트리머가 간혹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으니 문제입니다. 당장 요즘 악명을 떨치는 모 유튜버도 그렇고요.
SiteOwner
2024-11-02 18:01:15
목적이 불분명한 저런 초대는 영 내키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살아오면서 여러 권유를 많이 받아봤습니다만, 목적을 분명히 안 밝히면 꼭 뒤통수를 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여러모로 알게 되었다 보니 저런 화법은 매우 거슬립니다.
문제의 소랑이라는 스트리머가 언급되는데,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팬들은 꽤 많은가 봅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가족이라고 해서 다 안다는 보장도 없고 취미나 관심분야나 생각이 같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저와 동생도 그러합니다.
시어하트어택
2024-11-02 23:46:22
타마라가 다짜고짜 저렇게 메시지를 보내는 건 찜찜하기도 하지만, 저렇게라도 사건이 있어야 이야기를 이어나갈 계기가 되기도 하니까 말이죠.
행실에 문제가 많거나 아예 조폭인 인터넷 방송인들도 팬층이 두터운 걸 보면,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