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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모두 거실에 모여서 영화를 보는 와중에 혼자 나가서 전화를 하고 있는 반디는 그만큼 민에게 돋보일 수밖에 없다.
“아니, 왜 자기가 데려와 놓고 저렇게 혼자 딴짓을 하는 거냐고.”
민은 혼자 전화를 하는 반디를 보고 불만이 섞인 소리를 한다.
“그렇게 데려왔으면 옆에 앉아서 같이 보기나 할 것이지...”
민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걸 보던 서언이 넌지시 묻는다.
“아까 TCL 갔다며? 그리고 거기서 또 이상한 녀석 만났다며?”
“어, 어떻게 알아?”
“진언이가 말해 주더라.”
그러고 보니, 민이 기억하기로 진언은 아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것과는 별개로, 꽤나 피곤해하는 것 같았다.
“출동이 요새 좀 많나? 아니면 애 키우느라 그런 건가...”
“둘 다일 수도 있겠지, 어쩌면.”
언주는 그렇게 중얼거린다.
“그런데 아기는 언제 또 보나.”
“아마 진언이 휴가 쓰면 그때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서언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하며 민을 돌아본다. 민이 지겹다는 듯 말한다.
“또 할아버지 소리 하려고? 그만, 그건 지긋지긋하거든...”
하지만, 다음 순간, 서언이 입에 손을 가져다 댄다. 시끄러워지려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마침 스크린 속에서는 주인공과 상대방 사이의 액션이 펼쳐지고 있는데, 거기에다가 배경음까지 웅장하게 깔리니 놓칠 수 없는 것이다. 어느새 민도 아까의 그 일을 잠시 잊고 그 액션에 빠져든다.
“에이...”
반디가 밖에서 들어오며 탄식에 가까운 소리를 내뱉는다. 그걸 본 민의 부모님이 입에 손을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눈치를 주자, 반디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민의 옆에 가서 앉는다.
“중요한 장면 다 지나갔어.”
“어, 뭐라고?”
반디는 순간 또 목소리를 높이려다가, 조카들의 눈치에 목소리를 낮춘다.
“왜 조금 전에 나간 건데? 나를 굳이 여기로 데려와 놓고는!”
“중요한 일이 있었거든, 그게...”
반디의 그 말에, 민은 순간 화들짝 놀라서 눈을 크게 뜬다.
“중요한 일이라니, 그게 뭐야?”
“어, 그러니까 교수님이 갑자기 한밤중에 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는 거 있지. 그래서 그런 거니까, 좀 이해해 줄래?”
“어, 그래...”
민은 순간 할 말이 없어졌는지, 다시 영화에나 집중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러는 중에도, 친구들의 메시지는 쉼없이 도착하고 있다.
[그래서 너, 내일 아침에 오겠다고 안 오겠다고?]
[설마 지금 내가 주는 소중한 기회를 날려버리겠다는 건 아니겠지?]
민은 그 메시지들을 보더니 한숨을 쉰다. 그래도 유와 토마의 메시지까지는 그럭저럭 봐 줄 만하지만, 그 뒤에 나오는 안톤의 메시지는 못 봐 줄 정도다.
[둘도 없는 기회를 날려버린 멍청이라고 내가 소문을 다 내 줄 거야! 그러기 싫으면, 알지?]
안톤의 그 메시지에 민은 열이 났는지, 지금 막 분위기가 고조되려고 하는 영화도 무시한 채, 서둘러 메시지를 적는다.
[잠깐 기다려 봐]
[지금은 메시지 보낼 상황이 아니니까]
하지만 안톤은 민에게 그런 기다릴 틈도 주지 않으려는 모양이다. 5초도 되지 않아, 안톤의 메시지가 도착한다.
[너 빨리 결정 안 하면 우리끼리 갈 거야]
[설마 그걸 원하는 건 아니겠지]
안톤이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자, 민은 슬슬 깊은 곳 어딘가가 긁히는지, ‘후’ 하고 심호흡을 하더니, 이윽고 결심을 한다.
[알았어, 갈게. 내일 기대해도 좋으니까]
민은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마치 울상이 되어 버릴 듯 한숨을 지으며 얼굴을 찡그린다. 이번 토요일에는 그냥 집에서 느긋하게 보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건만, 그런 게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고 생각하니 더욱 그렇다.
그리고 민이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는 광경을 어머니가 목격한 모양이다.
“얘, 영화 보는 데 집중해야지! 친구들하고 그러는 건 이따가 해도 돼! 누나하고 조카들 있는데 그럴래?”
“아,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얼른 덮고 봐!”
“네...”
민은 그렇게 꼬리를 내린다. 마침 영화는 또다시 재미있는 전개로 들어가는 모양이다. 또다시, 한숨이 입에서 저절로 나온다. 자기 혼자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을 도둑맞은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그리고 오후 10시, 예담의 집.
“오늘도 참 이상한 하루였어.”
예담은 자기 방의 책상 앞에 앉아 그렇게 중얼거린다.
“이상한 녀석과 2번씩이나 싸우다니. 3번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데.”
그러다가 문득 보니, 자기 옆에 놓인 탄산음료가 이상하게 부글거리는 게 보인다. 예담이 미리 알아차리지 않았다면 또 몇 분 안에 끓어 버렸을 것이다.
“아참! 또 이러면 안 되는데.”
무엇 때문에 고심하고 있는지는 예담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누구와 같이 갈지 고민이 되는 것이다. 타마라는 혼자 와도 상관은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혼자 가기에는 조금 그런 것도 있고 해서 누군가하고는 같이 가 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런데 누구하고 같이 가야 하나...”
그런다고 해서 그 고민이 해결될 것도 아니다. 이렇게 급하게 불러서 가자고 하면, 그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단념하고 게임이나 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어차피 이렇게 늦은 시간에는 공부를 한다고 해서 머리에 들어올 것도 아니고, 또 긴장을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게임을 막 시작하려는데, 모니터 한쪽에 누군가의 메시지가 도착한 게 보인다.
“응? 이 시간에 누가 메시지를 다 보내지?”
메시지를 보낸 사람의 프로필을 보니 미린중학교 교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미린중학교 동급생이나 후배가 분명하다. 메시지를 열어서 본다.
[선배님, 내일 레이시 가죠?]
“어, 뭐야, 얘는 또 내가 거기 가는 걸 어떻게 알지?”
점점 궁금해진다. 그 메시지를 보낸 후배를 직접 보고 싶다는 궁금함이, 점점 더 커진다.
“딱 보니까 1학년생인 것 같은데, 직접 내가 봐야겠는데.”
그리고 예담은 그 후배에게 답장을 남긴다.
[그래, 내일 좀 먼저 만날래?]
답장은 바로 날아온다.
[좋아요. 어디서 만나죠?]
그리고 다음 날, 토요일.
예담은 막 자리에서 일어나서 거실로 나온다. 아무도 예담에게 반응을 하지 않는 걸 보니, 부모님은 모두 출근하고 예성 혼자 집에 있는 모양이다. 거실에는 예성이 앉아서 TV를 보고 있는데, 거기에는 어제 한 TCL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이 나오고 있다. 딱 보니 어제 진행한 타미와 피티피의 경기 1차전인데, 어제 예담도 바로 그 자리에서 보고서 열띤 응원을 보냈던 경기라서 잘 안다.
“뭐야, 어제 한 건가?”
“일어났구나.”
예담의 그 말에 예성이 예담을 돌아보며 말하자, 예담이 되묻는다.
“엄마하고... 아빠는?”
“엄마는 친구들 모임 갔고, 아빠는 출근했지.”
“어, 그런가...”
예성은 예담보다 훨씬 전에 일어났는지, 졸린 기색은 전혀 없고, 오히려 그 상황에서 퍼스널 트레이닝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 시선은 TV 쪽에 두지 않고 창 밖을 향하고 있다. 애초에 TV는 그냥 틀어놓기만 했을 뿐이고 하려는 건 운동이기 때문이다.
“형 그런데 저기에 그렇게 관심이 있는 것 같지는 않네.”
“어, 그냥 저건 틀어놓은 것이거든. 너 보고 싶은 거 있으면 봐도 돼.”
그 말에 예담은 식탁에 놓인 토스트와 우유를 자기 쪽으로 가져오면서,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돌려본다. 마침 저 경기도 어제 현장에서 봤기 때문에, 다시 한번 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다른 채널에서 어떤 걸 하는지 한번 더 보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디, 이것도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그렇게 채널을 돌려보다가 예담의 시선이 멈춰선 곳이 있다. 그건 바로 SBC에서 저녁에 하는 <이슈의 눈>이라는 시사프로그램의 예고편 광고.
[진리성회에 빠진 사람들, 그리고 진리성회의 실체! 저희 탐사보도팀에서 파헤쳐 봅니다!]
그 예고편을 보자마자 예담의 표정이 순간 굳어진다. 그걸 본 예성이 예담을 보고 말한다.
“야, 왜 그래?”
“아, 아니, 나는 그런 게 아니고...”
예담의 입에서는 말이 쉽게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걸 본 예성이 조금은 걱정스럽게 말한다.
“예담아, 왜 그래? 그냥 저건 사이비종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잖아? 너 혹시, 무슨 일 있냐?”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예성의 말에도 예담이 그렇게 얼버무리자, 예성은 예담이 왜 그러는지 궁금해진다.
“너 혹시 저 진리성회하고 뭐 있냐? 신도는 아니지?”
“아니라니까. 신도면 내가 이러고 있겠어? 이 시간에 가서 이상한 노래 부르고 이러고 있겠지!”
그러면서 예담은 곧장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자신이 본 진리성회의 집회 영상에 나오는 한 신도를 그대로 따라한다. 그걸 본 예성이 재미있는지 잠시 웃더니, 그 웃음을 감추지 못한 채로 말한다.
“야... 하하하! 너, 지금 진리성회 가면 받아줄 수도 있겠다.”
“아니야, 그 반대라고!”
“그건 또 무슨 말인데?”
“형은 믿지 못할걸? 나한테 요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나 해?”
그런데 또 예성은 엉뚱한 소리를 한다. 실제로는 전혀 엉뚱한 소리가 아니기는 하지만.
“이야, 우유가 또 끓으려고 하네?”
“뭐... 뭐?”
예성의 말에 예담이 급히 자기 앞에 놓인 우유를 보니, 아직 끓지는 않았지만 꺼낼 때의 찬 기운이 완전히 없어진 게 눈에 띈다.
“이야, 너 그래 가지고 필요할 때는 어떻게 쓰려고 그래?”
“형이 못 봐서 그렇지! 어제는 분명히 내 의지대로 잘 쓰고 그랬거든?”
“아... 그래? 그런데 지금은 또 왜 그러는데?”
“이건... 그러니까...”
예담은 또 뭐라고 하려다가, 하려던 말이 생각이 안 났는지, ‘하’ 하고 한숨을 내쉰다. 그걸 보던 예성이 말한다.
“그 시간에 우유나 먼저 마셔. 또 끓을라.”
“안 그런다고!”
한편, 미린경찰서 유치장.
발렌틴은 유치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부좌를 틀고서 가만히 앉아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몸에 착용하고 있던 장비들은 모두 경찰이 회수했고, 그는 평상복 차림으로 쭉 이 유치장에 있었다. 벌써 아침 식사 시간이 지나 시간은 오전 9시를 가리키고 있지만, 그는 일어나자마자 물 한 잔을 마시고 주문을 외우며 ‘기도’를 한 것 말고는, 미동도 없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을 뿐이다. 같이 수감된 사람들은 전부 소매치기, 절도, 사기 등으로 수감된 잡범들인데, 다들 발렌틴을 이상하다고 생각한 건지 가까이도 가지 않으려 한다.
“왜 저래. 밥도 안 먹고.”
“그러게. 자기가 무슨 도인인 줄 알아!”
“내가 어디서 봤는데, 어떤 종교 신도들은 아침만 되면 저런 행동을 반복한다더라! 지긋지긋하지도 않은가 봐.”
“아, 맞아. 생각난 게 있다고!”
뒷머리만 남고 머리가 전부 벗어진 중년의 남자가 말하자, 다른 수감자들이 묻는다.
“뭐가 생각나?”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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