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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초능력자가 수상하다!] 39화 - 어수선한 주말의 시작

시어하트어택, 2024-11-13 08:47:12

조회 수
14

카즈가 급히 민의 팔을 붙잡자, 민은 당황했는지 뿌리칠 듯 팔을 흔들며 말한다.
“아니, 나 빨리 가야 한다니까? 뭘 물어보게?”
카즈는 민의 반응에 기다렸다는 듯이, 민에게 무언가 영상을 하나 보여준다.
그 영상에 나오는 건 또 다른 능력자의 능력인 듯하다. 당장 봐서는 이 영상을 왜 보여준 건지 갈피를 못 잡겠지만, 한 30초 정도 지나니 조금씩 알 것 같다. 최근에 출몰하기 시작한 ‘투명인간’과는 다르다. 마치 편집기 같은 것으로 일부러 우스꽝스럽게 만든 것처럼, 축구장 한가운데에서 연못이 생겨나더니, 갑자기 거기서 손이 하나 나오고, 그 손은 또 오리로 바뀌는 듯하더니, 이윽고 그게 다시 축구공으로 바뀌고 연못은 온데간데없어진 영상이다. 거기에다가 축구부원들은 그걸 한 게 누구인지 갈피도 잡지 못한 채로, 머리를 싸매고서 무엇인지 모를 소리를 내뱉고 있다. 그 영상을 본 민은 머리를 흔들더니 말한다.
“어, 잠깐. 이거 편집기 쓴 것 아닌가?”
“아니야! 우리 축구부 선배님이 직접 찍은 거라니까?”
“어... 그래?”
민이 믿지 못하겠다는 듯 그렇게 말하자 카즈는 영상 한쪽을 가리킨다.
“봐봐, 여기 실시간 촬영 마크가 있다니까? 그리고 사람들 반응도 좀 보라고! 다들 놀라서 한마디씩 하고 있잖아! 이거 보고도 안 믿을래?”
카즈의 그 말에 민이 그 영상을 유심히 다시 보더니, 곧이어 한마디 한다.
“이것도 누가 장난을 치고 있는 것 같은데. 또 어떤 녀석이 이런 장난을 치는 거지? 그 투명인간도 아직 못 잡은 것 같은데...”
“그러니까 나도 모르겠으니까 너한테 물어보는 거지!”
“내가 무슨 탐정인 줄 알아! 왜 나한테 보여주나 했네!”
“아니, 그러니까 좀 도움을 달라는 건데...”
“알아서 앞에 나타나겠지. 뭐. 나는 시간이 없어서 이만!”
그렇게 말하고서, 민은 카즈를 뿌리치고 빠른 걸음으로 RZ타워로 향한다. 시계를 보니 9시 45분이다. 거기에다가 다른 친구들의 메시지까지 올라오고 있다.

[나는 벌써 도착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안 왔나 봐?]
[늦어 버리면 우리끼리 시작한다]

“아, 빨리 가야겠네! 이러다가 정말 늦어 버릴 텐데!”
그렇게 말하며 민은 발걸음을 재촉한다.

한편 레이시로 가는 길의 예담은 자꾸만 그 의문의 능력자가 신경 쓰인다. 얼굴을 가리지도 않고 어디에나 있을 법한 복장을 했지만, 그래서 그 차가운 시선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걸리기만 해 봐라.”
예담은 건너편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그를 신경 쓰는데, 갑자기 그 능력자가 일어서더니 예담이 앉아있는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것도 짧은 시간 만에 빠르게 다가오는 게 아니고, 거의 1~2초에 한 걸음씩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 그러면서도 예담을 노려보는 그 시선은 풀지도 않고 마치 목표를 포착한 맹수처럼 고정하고서 다가오고 있다.
“이 자식, 아주 그냥...”
“선배님, 지금 자리가 좀 열이 있는 것 같은데... 혹시...”
재연이 그렇게 말하자 예담은 입에 손을 갖다 대고 말한다.
“너희가 이거 신경 쓸수록, 이 자리는 더 뜨거워질걸?”
“네? 그러면 이거 설마, 선배님의 능력인가요? 이걸 왜 조절을 안 해요?”
베로니카의 그 말에 예담은 말이 꼬일 뻔한다.
“아, 그, 그러니까 아직은 나도 모르게 이렇게 되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그거, 저희 치히로 선배님이 뭐라고 그러냐면요, 아직 ‘정제되지 않은 초능력’인 거래요!”
베로니카가 선배의 이름까지 대며 그렇게 말하자 예담은 순간 눈빛이 흔들린다. 자연스럽게 베로니카와 재연이 앉은 자리까지 열기가 느껴진다. 예담은 급히 자세를 바로잡으며 말한다.
“너희들, 설마 나를 놀리는 건 아니겠지?”
“에이, 무슨 소리를요! 놀리려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저희, 이래 봬도 히어로 동아리라고요!”
베로니카가 그렇게 말한다. 그러던 중, 예담은 베로니카가 들고 있는 백팩에 무언가 삐져나온 걸 보게 된다.
“너, 뭘 그렇게 많이 메고 다니냐?”
“아, 별건 아니고요...”
베로니카는 예담의 질문에 당황했는지, 적당히 얼버무리려 한다.
그런데, 어느새 그 수상한 능력자가 열다섯 보 정도 앞까지 다가온 게 보인다. 그리고 얼굴도 이제 잘 보인다. 예담의 생각과는 다른, 조금은 온화해 보이는 인상의 2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다. 수수하게 입은 복장까지 보면, 딱 길거리에서 흔히 볼 만한 그런 모습이다. 하지만 그 온화해 보이는 얼굴이 오히려 화를 불러일으킨다. 예담이 더 참을 수 없었는지 일어나서 그 능력자에게 대응하려고 하는데...
“어, 뭐야? 내 발이 왜 떨어지지 않는 거야?”
예담의 두 발이 마치 그 자리에 강력접착제를 붙여 놓기라도 한 것처럼,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순간 당황한 예담의 주위로 열기가 올라간다. 베로니카와 재연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든 말든, 그 문제의 능력자는 이제 열 보 정도 앞까지 다가왔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그 은근히 기분 나쁜 표정은 풀지도 않고서, 오히려 그 표정 그대로 예담에게 말한다.
“어디 한번 해보지 그러냐. 너는 나를 잘 모르나 보군. 하지만 나는 너를 잘 알지.”
“뭐야...?”
예담 자신을 잘 안다는 그 말에 예담은 당황스러워하면서도, 더욱더 화가 치밀어오른다. 그 사람은 이제 거기서 발걸음을 멈춘다. 다른 사람이 보면 마치 서로 아는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전혀 아니니, 예담에게는 더 미칠 노릇이다. 그나마 베로니카와 재연이 같이 안 탔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모른다. 그 상황에서도 에담은 무언가 반격을 준비한다.
하지만...
“거기 멈춰 있어도 두 팔은 움직일 수 있으니 그걸로 승부를 보면 된다고 생각했나? 하지만 아니지.”
그렇게 말하며, 그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그건 바로 생수 페트병이다. 그런데, 그 생수병의 뚜껑을 열더니, 그걸 바로 예담에게 대고 뿌린다. 순간 예담은 소리를 지른다.
“엇, 뭐 하는 거야!”
그가 물을 뿌린 지 3초도 안 되어 그가 뿌린 물을 예담이 뒤집어쓸 것으로 생각해서 눈을 꽉 감았건만, 그런 감촉은 예담에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을 뿌렸다고 하면 최소한 좁쌀만 한 물방울이라도 튀어야 할 텐데, 전혀 물이 튀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옆에 서 있던 베로니카와 재연 역시 물이 튀지 않자 의아해한다.
“너, 뭘 한 거지?”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 다른 녀석들과 마찬가지라서 실망스러운데? 지역장님이 콕 집은 네 녀석은 좀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역장? 지역장이 뭐 하는 사람이야?”
“하, 못 알아듣는 것도 당연하지.”
그 사람이 마치 한심하다는 것처럼 말한다. 예담이 바로 그를 향해 손을 뻗으려는데, 그의 손이 무언가에 걸려 버린다. 예담은 그 손을 방해하는 게 무엇인지 바로 알아챈다. 그의 눈앞에 있는 방해자가 뿌린 물방울들이다. 하지만 마치 공중에 뜬 걸림돌처럼 되어 버린 그 물방울들이 예담의 손을 가로막은 것이다.
“이런 것쯤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막고 있는 그 물방울들을 꽉 쥐어서 터뜨리려고도 하지만, 그것도 불가능함을 알게 된다. 그 물방울들이 공중에 뜬 그대로 굳어져 버려서 일종의 방어막처럼 되어 버린 탓이다.
“그걸 이제 어떻게 하려고? 고작해 봐야 옆으로 좀 밀어낼 수 있을 뿐인데, 그것도 못 하지 않나?”
“아니.”
예담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자, 그 의문의 능력자는 당황한 듯 보인다. 예담은 그 물방울들에 열을 가해서, 녹여 없앨 생각이다. 실제로 예담이 열을 가한 큰 물방울 하나가 조금씩 녹는 게 그의 눈에도 보인다. 
“이 녀석, 제법이군...!”
그 능력자가 잠깐 당황한 그 틈을 타서 재연이 그 능력자의 발을 잡아 넘어뜨리려고 하지만, 오히려 재연이 그 자리에 멈춰져 버리고 만다. 재연 역시, 움직일 수 없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러게, 내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멋대로 달려드니까 그런 결과가 나오는 거지. 어떡하나? 저 녀석보다 더 우스꽝스럽게 되어 버렸는데.”
“이 자식, 뭘 하려고...!”
재연은 다시 일어나서 그 의문의 능력자를 막아서려고 하지만, 일어설 수 없을뿐더러, 목은 부자연스럽게 치켜들었기 때문에 더욱 무언가를 하기가 힘들다.
“선배님! 이 물방울들이!”
거기에다가 예담이 녹인 물방울들이 재연에게 고스란히 떨어지고 있다.
“하... 이 자식.”
예담에게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물방울을 녹여 없애서 그에게 다가갈 수야 있겠지만, 밑에 굳어 버린 재연이 그대로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
“그럼 이제 답을 내려 주셔야겠군? 이대로 너를 굳혀야겠다. 이것으로 나의 승리다.”
의문의 능력자는 이제 예담에게 다섯 보 안으로 다가온다. 일종의 벽으로 쳐 둔 물방울까지 그의 손으로 치우고는, 예담에게 손을 뻗는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제 얼마 안 되어 그는 예담을 지금 재연처럼 굳혀 버릴 것이다. 그다음으로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냥 굳히는 것만으로 끝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자, 자! 안녕하세요! 자, 여기, 여기!”
누군가가 이 칸으로 들어오는 게 보인다. 옆 칸에서 잡상인이 들어온 모양이다. 잡상인은 지금 예담이 겪은 상황은 많이 겪은 모양인지, 지금 일어나는 일에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그 의문의 능력자는 지금의 상황이 만족스럽기라도 한 모양이다.
“자, 아무도 너를 도와주러 오지 않는 상황은 어떤가? 절망을 느끼기에는 이만한 상황도 없지. 사람들은 네게 무관심하고, 도우려던 손길도 꺾였고, 거기에다가 다들 엉뚱한 데 시선을 돌리고... 모든 게 섭리대로다.”
그런데...
“어, 뭐야?”
일순간, 그에게 무언가 날아온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리고 1초 뒤, 무언가가 그의 옆구리를 강타한다.
“어... 어억!”

“이야, RZ타워가 이렇게 사람이 없었어?”
RZ타워 입구에 도착한 민은 위화감이 들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지금 시간은 오전 10시 24분. 막 개장한 시간이라서 사람들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붐빈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래도 얼추 늦지 않게 도착한 것 같다. 모이기로 한 시간은 10시 30분이니, 지금 걸음걸이대로만 가면 늦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RZ타워의 게임센터에 도착해 보니, 어제 만나기로 한 유와 토마, 그리고 다른 친구들 몇 명이 더 보이는데, 정작 어제 민을 그렇게 도발하던 안톤은 보이지 않는다.“아니, 어제 나를 그렇게 불러 놓고, 정작 자기가 안 오면 어떡해?”
“아, 안톤?”
토마의 옆에서 누군가가 말한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1 댓글

마드리갈

2024-11-14 00:21:20

황당한 상황은 그 자체로 황당해서 그렇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평범 속에 숨겨진 비수같은 그 조짐은 정작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실체를 알게 되니까 그게 더 황당한데다 충격은 필설로 다 못하죠. 예담은 정말 하루하루를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녹은 아스팔트를 발라 놓은 것같이 발이 안 떨어지는 그런 감각도 몸서리쳐질 정도로 싫네요. 그런데 예담의 그 정제되지 않은 초능력이 진가를 발휘하는데다 의문의 인물이 갑자기 겪은 그 황당함도 장난이 아닐 듯...


어서빨리 예담 일행이 위기를 무사히 벗어나길 바랄 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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