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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쉬는 날일 것이다. 놀러 가거나, 좋아하는 것을 찾거나, 저 높은 곳의 무언가를 찾거나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유를 찾는 그런 날일 것이다.
하지만 리암은 불안하다. 리암은 자기 집에서 잠에서 깨면서도, 어제의 그 일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지 머리를 흔든다. 레이시에 있는 진리성회의 아지트에 갔다가 두 번씩이나 죽을 뻔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어제 메이링에게 넘긴 자료를 메이링이 잘 봐 주었을지 하는 불안감도 있고, 또 가져온 자료가 의외로 도움이 되는 것도 그렇다.
“아니, 섭리에 방해가 될 만한 사람들을 빼곡히 정리해 놓은 것도 그런데... 이 중에 벌써 열 명씩이나 죽였다는 거잖아?”
어제 리암은 그 파일에서 볼트의 본명, ‘전기진’을 확인한 참이다. 그리고 리암, 타마라의 이름도 있다. 그리고 그 중에 제거된 사람은, 세간에는 알려지지 않은 사람도 있다.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변호사도 있다.
“잠깐, 그러면, 볼트 선배는 도대체 뭘 파고들었길래, 그 녀석들이 1순위로 죽인 거지?”
그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자마자, 리암은 타마라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타마라, 혹시 볼트 선배 집 주소 아냐?]
한 3분 정도 지나자, 타마라로부터 답장이 온다.
[나도 잘 몰라. 나도 주소록 같은 데 한번 확인해 봐야겠는데, 있으려나 몰라]
답장을 받자마자, 한 가지 결론에 이른 리암이 볼트 생전의 SNS를 확인해 보려고 해도, 무슨 일인지 사진이나 글들이 전부 지워져 있다.
“에이, 당장은 못 보잖아. 그러면 내일 동아리방 가서 확인해 봐야 하나.”
그런데 리암에게 메시지가 하나 또 와 있는 게 보인다.
[리암, 너 혹시 신시아 벤베니스테라는 의대생 아냐]
메시지의 비니 쓴 남자의 프로필 사진을 본 리암은 바로 그걸 누가 보냈는지 바로 알아본다.
“응? 나데르잖아. 그런데, 그 녀석이 신시아는 어떻게 알고?”
여기 진리성회 세라토 중앙회당에 모인 신도들 역시, 일요일은 여유로운 날이 아니다.
그들은 초조하다. 그리고 무언가에 지쳤는지, 피곤한 표정을 하면서도, 또한 무언가를 갈망하는 것이 눈에 새겨져 있다. 그 ‘섭리’가 실현되고 ‘낙원’이 펼쳐질 날이 며칠 남지 않은 것도 있지만, 어제 방영된 <이슈의 눈>이 밤새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방송에는 진리성회에 빠져서 거액의 헌금을 갈취당한 피해자라든지, 가정파탄이 난 집안의 가장이나 자녀라든지, 아니면 진리성회에서 운영하는 사업체에서 무보수로 노동하며 교리 학습을 강요당했다든지 하는 내용이 가감 없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진리성회에 빠져서 가정이 파탄난 두 가족의 이야기가 큰 충격을 불러왔다. 세라토 중앙회당의 신도들에게 비상이 걸린 이유도 이것이었다. 거기에 출연한 가정 중 하나가 다름 아닌 세라토 중앙회당 소속이었던 데다가, 큰딸은 본부 상근자인데, 이 프로그램 출연 전까지만 해도 신앙심이 아주 투철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지역장님!”
지역장이 지역장실에서 막 나오자, 신도들이 지역장에게 모여든다.
“저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총회장님의 지시가 있었습니까?”
지역장은 신도들의 그 말에도 별말 없이 어딘가를 응시하다가, 이윽고 몇 명을 불러서 지역장실로 들어오게 한다. 강사 몇 명과 키가 작은 누군가다.
부른 사람들이 다 들어오자, 지역장은 바로 자기 자리에 앉아 준비한 말을 시작한다.
“총회장님이 대노하셨다. 특히 우리의 핵심 자료들이 방송국과 그 이외의 모처에 누출된 것에 대해 매우 질책하셨다.”
“네...?”
“총회장님이 말입니까?”
거기 모인 강사들은 모두 그 말을 바로 믿지는 못했는지. 다들 반문한다. 어제 방영된 그 <이슈의 눈> 프로그램의 방영을 막으라는 지시가 있기는 했지만, 막상 총회장이 그렇게 반응했다는 말을 들으니, 강사들로서도 불안감이 앞선다.
“거기에, 누군가가 낙원 구현 계획까지 누설한 것 같다고 한다.”
“그렇다면 총회장님은 어떤 지시를 하셨습니까?”
“국면 전환을 하라고 하셨다.”
“국면 전환이라면...”
강사들은 지역장의 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하지는 못한 듯, 머리를 끄덕인다.
“새로운 임무 전달은 집회 후에 다시 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키가 작은 여자를 손짓으로 부른다.
“네, 부르셨나요?”
“이것을 후보전도자 로건 두셋에게 가져다주거라.”
지역장이 넘겨준 그 무언가를 공손히 받으며, 키 작은 여자는 말한다.
“지금 바로 하겠습니다.”
한편, 다른 신도들은 회당에 모여서 곧 시작할 집회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중에는 로건도 끼어 있다. 로건은 전에 없이 고양되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긴장하고 있다.
“이제 낙원이 이루어지기까지 얼마 안 남았어. 그걸 위해서라면 나는...”
로건의 생각은 확고하다. 낙원이 이루어진다면, 신시아를 확실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생각이다. 그걸 위해서라면, 강제로 ‘섭리’와 하나가 되게 해도 좋고, 더 심한 무언가를 해도 좋다. 과연 어떤 임무를 그에게 줄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어떤 임무이든 해낼 각오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는 어제 신시아를 거의 자신의 것으로 다시 만들 뻔했지만, 누군가의 개입으로 실패했다. 그걸 만회하고 싶기도 하고, 또 이번에는 확실히 자신의 신앙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다.
“신시아, 신시아... 어제는 운 좋게 피했지만, 언제까지고 네가 나를 피할 수는 없을걸.”
로건의 뒤에는 키가 작은 사람들 여럿이 무릎을 꿇고서 집회를 기다리고 있다. 대략 중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데, 그 눈매가 다들 범상치 않다. 어쩌면, 로건보다도 더욱 열의에 차 있고, 자신을 언제든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누군가가 지역장실에서 나오며 말한다.
“로건 두셋 형제! 지역장님의 지시사항이다.”
“어, 자매님, 지역장님이 저를 부르셨습니까?”
“그래, 두셋. 네게 임무가 하나 하달되었지.”
나온 사람은 바로 지역장의 딸이다. 로건은 바로 그녀의 앞에 꿇어앉는다. 지역장의 딸을 몇 번 본 적이 있는 모양새다.
“미린역 4번 출구 쪽에 가봐. 거기서 할 일이 있어.”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로건은 거듭 고개를 조아린다. 그러자 지역장의 딸이 쪽지 하나를 로건에게 건네주며 말한다.
“지정한 곳으로 도착하면, 이걸 펼쳐 봐. 다른 임무도 적혀 있으니.”
지역장의 딸에게 쪽지를 받자마자, 곧장 회당을 빠져나간다. 로건의 뒷모습을 보던 다른 신도들은 순간 동요하지만, 곧이어 나온 다른 강사가 신도들을 제지하며 말한다.
“믿는 자 여러분들, 자리를 지키십시오. 총회장님과 그 명을 받든 지역장님의 지시가 있기까지는, 각자의 위치에서 낙원을 기다리며 준비해야 합니다.”
강사의 그 말에, 신도들은 다들 동요하던 것을 멈추고, 도로 그 자리에 앉는다. 이어, 회당 보좌강사가 강단에 서고, 지역장이 자신의 자리에 앉자, 집회가 시작된다.
“그럼, 총회장님 전달 말씀으로 일요일 집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점심시간이 가까운 시간.
민은 아침에 교회에 갔다가 집에 들른 다음, 막 자기 집에서 다시 나온 참이다. 지금 향하는 곳은 벤투라 센터. 어제 그 게이머가 와 보라고 했던 바로 그곳이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에, 문득 생각난 게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친구들에게 연락하는 것이다. 이상한 일 때문에 가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왕이면 벤투라 센터로 놀러 가는데 친구들이 있으면 더 좋다는 생각에서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기는 하다.
우선 민이 전화를 건 상대는 유다.
“여보세요?”
“아, 그래. 너 전화 잘 받았다. 할 일 없으면 오늘 벤투라 센터나 가 볼래?”
“어? 벤투라 센터에 간다고? 너 저번 주도 거기 가지 않았냐? 왜 오늘 또 간다고? 그리고 갑자기 왜 나한테 전화하는 건데?”
전화 너머의 유는 조금은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웬만하면 RZ 게임센터로 오지 그러냐?”
“그러니까 네가 한번 거기 가 보면 재미있어할 것 같은데? 게임 때문에만 그런 건 아니고 말이야...”
민은 은근히 전화 너머의 유를 자극한다.
“너도 지금 따분하잖아?”
“아,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전화 너머의 유는 말을 머뭇거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도 들기 시작한다. 사실 일요일 내내 집에 박혀 있기만 하기는 뭐하니, 어디라도 가 보고 싶던 참이었다.
“알았어! 다른 애들은 간대?”
“어... 모르겠네. 몇 명 더 불러 보게.”
“아... 그래. 알았어. 그러면 이따가 벤투라 센터에서 보자고!”
민은 전화를 끊고는 자기 주소록을 좀 뒤져본다.
“한 명은 온다고 했는데... 다른 애들은 부르면 오려나 모르겠다.”
그렇게 한명 한명 올 만한 친구들을 찾으며, 민은 발걸음을 옮긴다.
조금 시간이 지난 뒤, 벤투라 센터.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쇼핑몰 ‘벤투라 몰’ 1층에 있다. 벤투라 몰은 ‘남항구’에 있는 쇼핑몰인데, 바다에 접해 있는 데다가, 특유의 수로와 그 주변으로 만들어진 작은 건물들이 마치 운하 한가운데를 지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이다. 가운데로 실제로 다니는 작은 유람선 같은 것도 있어서 그 분위기가 더욱 살아난다. 시간은 아직 오전이기는 하지만, 이곳 오락실이나 다른 쇼핑몰의 구역 할 것 없이, 사람들이 어딜 가나 많이 보인다.
민은 지금 벤투라 센터 1층 정문 앞에 서 있다.
“여기서 만나기로 했는데...”
민은 어제 쪽지를 준 그 사람을 열심히 찾아본다. 전형적인 ‘게임 좋아하는 아저씨’ 타입에 수염을 길렀다고 했으니 아마 눈에는 금방 띌 것이다.
이윽고, 누군가가 민을 알아보기라도 하는 건지, 손을 흔든다.
“오, 네가 어제 만나기로 한 그 아이구나? 반가워,”
민은 그 사람을 한번 흘끗 돌아보더니, 중얼거린다.
“이 사람, 아닌 것 같은데...”
딱 봐도, 민이 만나기로 한 그 사람은 아니다. 수염도 기르지 않았고, 홀쭉한 데다가, 머리 역시 곱슬머리다. 말을 거는 게 영 꺼림칙하다.
“왜 그러니? 만나서 같이 놀기로 했잖니? 자, 이쪽으로...”
‘이거, 이상한 녀석 같은데...’
민은 딱 그런 생각이 들지만, 일단 그 사람이 무슨 꿍꿍이를 품은 건지 봐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모르는 척 따라가 본다. 그런데 그가 오라는 곳은 쇼핑몰치고는 후미진 곳이다. 딱 봐도, 사람들이 지나가는 시선도 거의 닿지 않을 곳이고, 또 대놓고 저기서 이상한 짓을 하거나, 아니면 위험한 물건 거래를 해도 못 보고 지나갈 가능성이 클 것이다. 여기에서 민은 눈치를 챈다.
“이 녀석... 이상한 녀석이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2 댓글
SiteOwner
2025-01-02 23:59:35
리암과 나데르에 실제의 교우관계가 있군요. 일단 그것만으로도 신시아의 걱정은 완화되겠습니다만, 로건의 존재는 여전히 위협이 되니 그게 문제입니다. 로건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자들도 다수 있으니 더더욱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속물적인 부분이 있겠지만, 로건은 그렇게 변호될 만한 사람이 아닌 듯합니다.
이상한 메시지를 받은 민이 만난 문제의 그 남자는...여기서부터는 도망쳐야 할텐데요.
마드리갈
2025-01-03 00:45:36
죽은 사람은 말이 없는 법. 그 대단한 섭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죽어야 할만한 특단의 위기가 있어 보이네요. 실종된 변호사가 있다는 데에서 옴진리교가 떠오르기도 했고, 이미 피살된 볼트 선배의 이름은 물론 존명인물인 리암과 타마라의 이름도 있는 걸 보면...정말 위기 그 자체네요.
로건을 따르는 그들은 자신들이 소모품이라는 것을 모르는지. 알아도 그러겠지만요.
민의 선택은 이제 다른 것일 수가 없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