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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냐? 그러니까 여기는 나만의 공간이다, 이거야! 초능력을 써 볼 테면 써 보시지. 그게 과연 너희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걸지는 모르겠지만!”
마젠타라는 자의 말이 더욱 의기양양하게 들려온다. 지미는 풀려나지 못한 채 발버둥을 치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옥죔이 점점 세지는 듯도 하다.
“야, 너희들 왜 가만히 서 있어! 그렇게 가만히 있기만 하면 뭐가 되기라도 하냐!”
하지만 그 말에도 민과 친구들은 그냥 가만히 서 있다. 지미가 막 뭐라고 다시 말하려는 그때, 라미즈가 입을 연다.
“거 참, 누군지 몰라도 초능력 한번 요란하게 쓴다, 그렇죠?”
라미즈의 말에 마젠타는 마치 노이즈가 낀 것 같은 음성을 내뱉는다.
“하, 내가 말했지. 이곳은 나만의 공간이라고! 누구라도 나를 방해할 수 없고, 또 시도한다면 반드시 나는 그 몇 배로 응징한다고!”
그리고 막 무언가 하려는 듯 그 공간 전체가 노이즈가 낀 듯 지직거린다. 그런데, 그 요란한 움직임에도, 유는 태연히 말한다.
“그런데, 전뇌 공간에 전기가 공급이 안 되면 어떻게 될까-요?”
“그게 무슨...”
그 말에서 마젠타의 말은 이어지지 못한다. 그 진홍색의 공간에 마치 전기가 나간 것처럼 캄캄하게 변하더니, 잠시 후 민과 지미, 그리고 친구들은 아까 있던 햄버거 가게로 돌아온다. 마치 사라져 가는 듯 마젠타의 목소리가 멀어져 간다.
“이 자식들! 하지만 나는 지켜보고 있다고!”
“마젠타, 어디 있어! 잡히기만 해 봐!”
지미는 마치 햄버거 가게 안에 마젠타가 있으면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말한다.
“이 근처에 있는 거 다 알아!”
하지만 햄버거 가게 안에는 아무 기척도 없고, 심지어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이상하다는 눈초리를 하고서 지미를 돌아본다.
“아무래도 이 녀석, 몸을 숨기고 있는 것 같은데.”
“네, 몸을 숨기다니요? 그리고 저 마젠타라는 사람, 아는 사람이랬죠?”
“말 그대로야! 물론 그건 닉네임이지. 하지만 어쩌다가 본명도 알게 됐어. 그건 그 녀석도 마찬가지지만. 그런데 뭘 매개로 이렇게 나타난 건지는 모르겠어. 그런데 하나는 알 것 같아!”
지미는 그렇게 말하며 햄버거 가게 한쪽에 걸린 전광판을 가리킨다. 어느새, 그 전광판이 진홍색으로 가득 차 있는 게 보인다.
“저기, 저거 고장난 것 같은데요.”
“네, 전광판 말씀이신가요? 글쎄요, 왜 저렇게 됐나...”
다른 손님들과 점원 역시, 전광판이 왜 저렇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모양이다. 그저 어떤 이유로 고장이 난 정도로만 생각하는 듯하다.
“당연히, 그렇게 부를수록 더 숨겠죠!”
민이 그렇게 말하면서도, 자기 친구들이 햄버거를 다 먹은 걸 확인하자 오락실로 가자고 한다. 지미는 왜 민이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 녀석의 초능력은 그 녀석 스스로가 말했듯이, 전기를 매개로 한다고! 당연히 그런 오락실 같은 곳이면 더 날뛰기 좋은 환경이지! 그런데 거기로 가자고?”
“가자면 가는 거예요!”
“야, 아무리 네 능력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지미가 그렇게 말하지만, 이미 게임을 하고 싶었던 민의 친구들이 지미를 반쯤 떠밀다시피 해서 벤투라 센터로 향한다.
그렇게 해서 벤투라 센터 1층으로 들어간 민과 친구들, 그리고 지미는 잠시 안을 둘러보다가, 눈에 마침 들어온 한 게임기를 찾아 앉는다. 그걸 보자마자, 지미는 언제 그렇게 긴장했냐는 듯,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서도 민을 돌아보며 앉으라고 권한다. 민이 그 게임기의 자리에 앉자, 지미는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너 평소에 이런 거 많이 안 해 봤지?”
“아... RZ센터에는 아직 없어요.”
민은 그렇게 말하며 옆에 선 유를 돌아본다.
“다음 주에 들여놓을 거야!”
“어쨌든 지금은 없는 거잖아.”
자리에 앉아 버튼 위에 손을 얹으면서도, 민은 조금은 불안한지, 옆의 지미를 돌아보며 말한다.
“지금 이거, 정말 괜찮은 거 맞겠죠?”
“그럼. 이 녀석, 이래 봬도 사람들 많은 곳에서는 얼씬도 못 하면서 일부러 인적 드문 곳만 골라서 이런 짓을 했다고.”
“그럼 방금 그 햄버거 가게는 뭐고요?”
“아까 거기는 구석진 자리였잖냐! 분명히 그 녀석, 알고 있었던 거라고!”
그렇게 말하며 지미 역시 민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러자마자, 지미의 옆에 지미를 아는 듯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그중에 한 사람은 지미를 아주 잘 아는 것 같다.
“이야, 지미, 또 너냐? 이번에는 왜 애들 옆에 끼고 그러냐? 애들이나 이기고 좋아하게?”
그렇게 말하며 그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뒤에 서자, 지미는 곧장 그를 돌아보며 주먹을 꽉 쥔다.
“야, ‘타킨’!! 엄연히 내 손님이라고! 이기지도 못할 거면 그냥 잠자코 보기나 하라고!”
그런데 지미의 말에 그 타킨이라는 게이머는 은근히 속을 긁혔는지, 민의 어깨를 짚으며 말한다. 그런데 정작 민에게 하는 말은 꽤 정중하다.
“잠시만, 괜찮으시면 제가 먼저 해도 될까요?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하려고 했는데...”
“지금, 이 지미라는 사람과 볼 일이 있어서요.”
“아, 그러시죠.”
민이 자리에서 순순히 일어나자 친구들은 민이 왜 저러나 하는 의아한 눈으로 민을 한 번씩 본다. 곧이어, 그 타킨이라는 사람과 지미가 신경전을 벌인다.
“어제의 그 수모, 내가 잊을까 보냐!”
“그래, 기다리고 있었다고! 와라!”
그렇게 지미와 타킨은, 마치 외나무다리 위에서 만난 숙적처럼, 눈에 불을 화르륵 켜고서 탐색전을 시작한다. 게임 카운트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서로를 노려보며 신경전을 벌이더니, 이윽고 게임 화면으로 들어서자마자 불꽃 튀는 대결이 시작된다. 마치 옛날 게임을 보는 것처럼 픽셀 위주의 화면에 배속 영상을 돌리듯 순식간에 캐릭터, 적들이 스쳐 지나가는데, 지미와 타킨은 그걸 어떻게 다 잡아내는 건지, 믿을 수 없는 그 속도는 민과 친구들은 따라잡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얼마나 해야 저렇게 움직이는 거냐...”
그런데, 지미와 타킨의 게임이 시작된 지 약 1분 정도 되었을 때. 오락실 내부가 마치 진홍색 조명을 켠 것처럼 변한다. 그리고 타킨이 마치 접착제를 붙인 것처럼 그 자리에 고정되더니, 아까처럼 무언가에 묶인 듯, 버둥거리기 시작한다.
“뭐야, 왜 이래! 이 오락기, 안 이랬잖아! 뭐가 어떻게 된 거냐고!”
옆에 앉은 지미는 그 순간, 무언가 깨닫는다. 지미와 타킨이 앉은 오락기뿐만 아니라, 다른 오락기 앞에 앉은 사람들 역시, 타킨처럼 오락기에 딱 잡혀서 옴짝달싹 못 하게 되어 버렸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오락실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 역시 뜻밖에 벌어진 상황에 우왕좌왕하고 있다.
“마젠타, 이 자식, 또냐!”
“왜 그러는지 허친슨 너도 모르는 건 아닐 텐데? 네 옆에 타킨도 그렇고!”
“뭐야, 마젠타잖아!”
지미 옆에 앉은 타킨 역시, 그 목소리를 알아보고는 경악하는 모양새다.
“이 자식, 설마 설마 했는데! 무슨 억하심정으로 이러는 거냐! 우리는 둘째치고, 이 안에 있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건데!”
타킨의 말에 민과 친구들이 주위를 돌아보니, 오락실 내부에서 오락기에 손을 짚은 사람들은 전부 기계에서 나온 전류 같은 것에 사로잡혀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고, 일부는 전기에 감전된 듯한 행동까지 보이고 있다. 그리고 방 안에 마치 스피커를 크게 켜 놓은 것처럼, 다시 마젠타의 목소리가 들린다.
“말했잖나, 허친슨! 나무를 베다 보면 풀이 베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마젠타가 하는 말을 듣던 유가, 금세 무언가 알 것 같은지, 자기 손을 펼치려 하지만, 마젠타의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
“또 전기를 끊으시게? 그건 안 되지. 나는 지금, 이 쇼핑몰 자체에 연결되어 있다고! 함부로 전기를 끊어 버린다면, 이 일대가 정전될 테지. 그럼 무슨 결과를 낳을지, 상상이 안 되나?”
그 말을 들은 유가 방금 자신이 하려던 걸 거둔다. 하지만 지금 마젠타가 하는 것을 가만 놔둘 수도 없는 터다. 라미즈와 타냐가 ‘하’ 하고 한숨을 쉰다.
“우리보고 등떠미는 것 같잖아...”
“맞아. 너희 잘 왔다니까?”
민의 그 말에, 타냐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자기 딴에는 금방 무언가를 찾아냈는지, 한쪽을 가리킨다.
한편 그 시간, 어린아이들 여럿이 미린역 남쪽 카페거리를 지나는 길이다. 지금의 산뜻한 분위기에 딱 맞는, 발랄하면서도 가벼운 복장을 하고 있다. 다들 하는 말 또한 그렇다.
“야, ‘도노’가 찍은 영상이 그렇게 조회수가 높다며?”
“어? 나는 잘 모르겠는데. 우리 형은 그런 말 안 하던데?”
“에이, 뭘 모르고 하는 말이지. 내가 지금 너희들 재미있는 거 보여줄 건데, 한번 같이 가 볼래? 후회 안 할 거라고!”
하지만, 그들은 누군가의 눈에 딱 걸려 버리고 만다.
“오, 지역장님이 말씀하신, 잠재력이 크면서도, 그 나이답게 세상 물정 모르게 생긴 어린 아이들이군! 목표는 포착했다. 그렇다면, 지금 바로, 확보한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로건. 로건은 지역장의 명령에 따라 이 주변에서 적당히 초능력이 있던 사람을 물색하고 있던 참이다. 조금 전까지는 자신이 데려온 사람들에게 교리를 주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가 마주한 아이들은 로건도 생각하지 못할 만큼의 잠재력을 지녔다. 본능적으로 감지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건 분명 지역장도 기뻐할 것이고, 총회장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로건은 이 얼굴들을 잘 안다.
“이 근처에 사는 어린애들... 좋아! 우선 이 녀석들을 묶어 놓고, 다음 목표를 탐색한다.”
로건은 바로 그 어린아이들을 불러 세운다. 쓰고 있던 모자와 후드티도 집어던지고 나온 채다. 잠깐 과외교사를 해 본 경험을 살려, 최대한 밝게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얘들아, 너희 혹시 찾는 게 이거니?”
로건의 그 말에 그 어린아이들이 멈춰 서더니, 로건의 말에 반응한다. 하지만 로건이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는 걸 확인한 그 아이들이 순간 동요하는 눈빛을 보인다.
그러나, 이미 로건의 술수에 걸려 버린 터라, 그 아이들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곧바로, 로건이 작업을 시작한다. 매우 ‘편안한’ 상태가 된 그 아이들은, 로건이 말하는 ‘무언가’를 주입받기 시작한다.
잠시 후, 그 아이들은 꼭두각시 인형이 된 것처럼, 얼굴에 있던 즐거운 표정은 싹 사라지고, 무뚝뚝한 무표정으로 바뀌더니, 금세 발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활기찬 발걸음 대신, 영화의 로봇과도 같은 딱딱 맞추어진 발걸음으로 말이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3 댓글
마드리갈
2025-01-08 19:08:54
역시 호언장담에는 그 전제를 짓부수는 발언이 제격이죠. 유의 그 발언에 마젠타는 말문이 막힌 것은 물론 얼굴도 그 이름에 맞게 마젠타로 물들어야 할 듯하네요. 그런데 마젠타가 정말 지독하네요. 결국 그 반격에 유는 더 행동하지 못하고, 여러모로 속수무책이네요.
한편으로 로건은 정말 위험한 짓을 하네요. 암살교실에 등장하는 세뇌와 비슷한...
그런데 문장에 이상한 데가 있네요. 본문 말미부분의 "곧바로, 로건의 가 시작된다. 매우 ‘편안한’ 상태가 된 그 아이들은, 로건이 말하는 ‘무언가’를 주입받기 시작한다." 부분. 여기서 "로건의 가 시작된다" 는 뭔가 빠진 듯하니 확인을 부탁드려요.
시어하트어택
2025-01-08 19:17:57
해당 부분은 수정했습니다. 댓글에 대한 답은 따로 드리겠습니다.
SiteOwner
2025-01-08 23:17:18
문제의 마젠타도 유도 전기능력의 보유자인 것으로 보이는데 둘이 충돌하면 정말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것은 분명하겠습니다. 게다가 마젠타가 쇼핑몰 전체와 그 안의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있는 상황이라면 유에게 남겨진 선택지는 기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빌런이야 막 죽이고 부수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빌런이 아니면 그렇게 할 수 없는 제약이 있으니...
로건은 말할 것도 없고, 로건이 속한 진리성회도 결국 현실세계의 소년병 운용세력이나 학생운동권의 간부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아무리 숭고한 이상과 미사여구로 포장되어도 결국은 인간을 소모품으로 쓴다는 본질은 감출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