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창작물 또는 전재허가를 받은 기존의 작품을 게재할 수 있습니다.
벤투라 센터 1층. 마젠타가 자신의 ‘전뇌공간’을 만들어 장악한 다음 사람들을 괴롭히는 가운데, 타냐가 무언가를 찾았다는 말을 듣자, 민과 친구들, 그리고 지미와 타킨의 시선이 타냐에게 쏠린다.
“뭔가 찾아낸 게 맞아?”
“어... 맞아. 한 사람만 호흡의 리듬이 조금 다른데.”
민의 말에 타냐가 무언가 알아낸 게 맞는지, 지그시 입을 연다.
“얘야, 무슨 호흡의 리듬을 가지고 그게 누군지 찾니?”
오락기에서 나오는 전류에 묶여서 움직이지 못하는 지미와 타킨이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하고서 말하자, 타냐는 설명을 시작한다.
“그러니까요, 잘 들어 보라니까요?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다 묶여 있잖아요? 그래서 호흡이 다소 긴장되어 있을 거란 말이에요. 그리고 그 마젠타라는 사람은 어떻겠어요? 지금 아저씨들하고 우리를 잡으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리듬이 조금은 다르곘죠?”
“어... 네 말은 그럴듯한데, 마젠타 말고 특이한 숨소리와 심박수를 가진 사람은 얼마든지 있지 않겠어?”
“맞아. 마젠타 그 녀석이 숨는 데 얼마나 능수능란한데!”
“아, 그래서 제가 또 하나 준비했죠!”
그렇게 말하는 건 라미즈. 라미즈 역시 뭔가 자신이 숨긴 무언가를 꺼내보일 모양이다.
“그러니까, 지금 타냐가 찾아낸 그 위치의 사람이 이렇게 생긴 것 같은데... 맞나요?”
라미즈는 즉석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보인다. 뭘로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어느새 점토 조각상을 만들어 놨는데, 조금 마른 체형에 위아래로 길쭉한 얼굴 모양, 그리고 빗어넘긴 머리에 안경을 쓴 남자의 모양이다.
“맞아, 이 녀석 마젠타야! 딱 내가 아는 그 얼굴이라고! 너 어떻게 이걸 알아낸 거야? 네 초능력이야, 그게?”
“아... 그렇다고 해야겠죠?”
“‘그렇다고 해야겠죠’는 뭐야? 너 설마 그게 네 초능력인지도 모르는 건 아니겠지?”
“그러니까, 설명하자면요...”
타냐의 말에 따르면, 라미즈는 며칠 전 미술 수업을 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책상 옆에 조그만 조각상이 하나 생겨난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타냐에게 살짝 말해 주기를, 그 조각상은 자신이 예전에 봤던 화가의 얼굴과 똑같았다. 미술 시간에 점토를 빚어 조각상을 만들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한 것 같다는 것 같았다. 라미즈가 자의로 초능력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거 말만 하다 끝낼 거냐! 그럼 어서 마젠타를 찾아야지!”
하지만, 마젠타는 어느새 자기 능력으로 오락실 안에서 자신이 붙잡은 사람들을 더욱 강하게 옥죄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마치 감전된 듯한 움직임까지 보인다. 거기에다가, 지미와 타킨의 앞에 있는 오락기에, 이런 메시지까지 출력되고 있다.
[이 녀석들... 그렇게 숨었는데도 찾아내다니. 어쩔 수 없군. 이제 끝내 주지!]
“야, 서둘러, 지금 사람들을 좀 봐!”
“조금만 기다리세요.”
민이 그렇게 말하자, 지미와 타킨은 다급했는지 소리까지 지른다.
“좀 어떻게든 해 봐! 지금 안에 상황이 말이 아니라고!”
하지만 또다시 마젠타의 메시지가 출력된다. 이번에는 조롱을 가득 담아서다.
[소용없는걸? 여기는 나만의 전뇌공간. 능력은 누구든 10%밖에 쓰지 못한다! 온 힘을 다해 보라고. 압도적인 절망을 경험할 준비 됐나?]
물론, 민 역시 이 메시지를 본 참이다. 하지만 민은 그걸 보고서도 그냥 웃을 뿐이다. 그것도 그 낄낄거리는 소리가 멀리 있는 마젠타에게까지 전해지고 있다. 지미가 그 웃음이 조금은 거슬렸는지, 민을 돌아보며 거칠게 말한다.
“야! 왜 웃냐! 너도 지금 능력을 못 쓸 거라고!”
그러자 민은 웃음을 멈추고는, 준비한 것 같은 한 마디를 한다.
“저기, 지미 씨, 같은 10%라도, 개미하고 고래는, 그 차이가 크겠죠?”
“어...?”
지미는 민의 그 말을 단박에 이해하고는, 곧이어 민이 가리킨 한쪽을 돌아본다. 방금, ‘쿵쿵쿵’ 거리는 소리가 들린 참이다.
“이제 다 끝났어요.”
“어... 끝났다고?”
지미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다. 바로 그 순간, 지미와 타킨, 그리고 오락실 안에 있는 다른 오락기에 묶여 있던 사람들은 원래의 오락실로 돌아왔다. 마젠타라는 자의 ‘무적의 전뇌 공간’은 막 소멸한 참이다.
“뭐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말하지만, 지미는 곧 알게 된다. 오락실 한쪽에 의자가 잔뜩 쌓여 있는 곳이 보인다. 방금 민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지미와 타킨이 거기로 가 보니, 한 사람이 거기 쓰러져 있다. 아까 타냐와 라미즈가 본 대로, 길쭉한 얼굴에 빗어넘긴 머리의 남자다. 그걸 보자, 지미와 타킨 모두 혀를 내두르면서도, 민과 친구들이 사용한 능력에 감탄한다.
“그런데 어떻게 마젠타를 그렇게 금방 찾아내고 이렇게 응징까지 다 해 줬대. 참 고마운 친구들이야.”
타킨이 그렇게 막 크게 말하려 하자, 지미는 타킨을 보고서 입에 자기 손가락을 올린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넌지시 가리킨다. 어느새 민과 유, 라미즈, 타냐는 언제 자신들이 그랬냐는 것처럼 게임기 하나에 자리를 잡고서 구경을 하고 있다.
“알았어, 알았어. 그럼 우리는 여기서 입 다물고 있자고.”
한편 마젠타는 그 의자 더미를 비집고 겨우 나온 참이다.
“아으... 무슨 초능력이 이래... 내가 분명히, 10%만 쓰도록 설정했을 텐데!”
그렇게 넋두리에 가까운 소리를 내지만, 지금 와서 상황을 뒤집거나 할 방법은 없다. 이미 자신이 만들었던 ‘무적의 전뇌공간’이라고 자처했던 공간은 철저하게 박살이 나 버렸고, 그는 의자 무더기에 파묻혀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거기... 허친슨, 그리고 타킨! 아직 안 끝났다고. 각오하는... 게... 좋을걸? 나는 아직 연결되어 있다고. 저 망할 녀석들 말고, 너희들만 끌어들일 거다. 전뇌 공간은 아직 살아 있다! 내가 한다면 하는 거야!”
그런데 마젠타의 그 시도도 금세 무위로 돌아가 버린다. 마치 허공에 스피커를 띄워 놓고 말하는 것처럼 누군가의 목소리가 마젠타의 바로 옆에서 들린다. 방금 그 방해꾼의 목소리다.
“거, 아직 모르나 보는데요? 의자 하나 아직 안 떨어졌는데요.”
“뭐, 뭐야, 누구야, 너!”
마젠타가 그 의문의 목소리에 대항하지만, 이미 ‘무언가 떨어진다’는 속도감은 마젠타에게 느껴져 오고 있다. 그것도 가까이.
“하, 하지 마, 하지 마, 제발!”
마젠타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손을 내저으며, 그 의문의 목소리에게 애원한다. 잠시 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마젠타가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니, 의자 하나가 잔뜩 웅크린 마젠타의 머리 바로 위까지 와 있다. 그것도 불과 3cm 정도의 간격을 두고서,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린 듯하다.
“아, 알았어, 제발, 제발 그만! 살려주세요! 용서해 주세요!”
마젠타가 그렇게 울상을 지으며 무릎을 꿇고 벌벌 떠는 모습을, 지미와 타킨이 재미있다는 듯 지켜본다. 그리고 그 뒤에서는...
“뭐야, 방금 그거 어떻게 한 거냐?”
타냐가 민에게 마치 귓속말하듯 조그만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옆에서 보는 유와 라미즈 역시 신기하기는 마찬가지인 듯하다.
“그게, 염동력 좀 응용해 봤어. 그냥 내 목소리를 담아서 풍선처럼 실어 보낸 건데.”
“생각보다 효과가 좋잖아?”
“내가 원래 이런 거 잘 안 보여 주는데. 그냥 신기한 구경 하나 했다고 생각해!”
“에이, 그래도 또 보고 싶은데 어쩌냐.”
그때, 지미가 타킨과 함께 손을 흔들며 말한다.
“아, 얘들아! 상황 종료! 그 녀석 멀리 가 버렸어. 그러니까,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지미와 타킨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것처럼, 금방 다시 ‘경쟁 모드’로 진입할 준비가 되었다. 둘의 눈에 불이 다시 켜지려고 하자...
“에이, 저희 불러 놓고 그러면 안 돼요! 저희하고 대결이 우선이에요!”
민의 그 말에, 타킨은 잠시 멈칫한다. 그리고 유와 타냐, 라미즈의 미묘한 시선을 받자, 타킨은 순순히 물러난다. 그러자 지미가 말한다.
“친구들, 즐길 시간은 됐지?”
예담은 예성과 ‘테라 원더랜드’라는 테마파크에 놀러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모처럼 아버지의 차가 여유가 생겨 차를 타고 갔다 오는 것이다.
그런데, 예성이 무언가 심상치 않은 것을 본 모양이다.
“아니, 저 사람들은 다 뭐래?”
예성의 말에 예담이 역 앞에 있는 광장에서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모습이 보인 다. 다들 보니 사이비종교의 피해자 같다. 하지만, 그 이름은 예담도 매우 잘 알고 있다.
[진리성회 사기꾼은 헌금을 토해내라!]
[진리성회에 바친 내 가족 돌려내라!]
[가족 해체, 금전 착취! 진리성회의 참얼굴!]
“진리성회 피켓이라, 저 녀석들 정말...”
차창 밖으로 그 집회 광경과, 맞은편에 마치 경비원처럼 서 있는 신도들을 번갈아 보던 예담의 눈에, 이윽고 익숙한 얼굴이 하나 들어온다. 아니, 하나가 아니다. 거리에서 보던 몇몇 사람도 보이고, 무엇보다도 같은 반의 여학생의 얼굴도 보인다.
“우리 반인데... 왜 저기 있어?”
물론 진리성회의 신도이기에 저곳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익숙한 사람이 사이비 종교의 신도라는 건 쉽게 믿기 힘들 것이다. 그것은 마치 연인이 다른 사람과 밀회를 하는 걸 목격했다든가, 아니면 부모가 자신을 누군가에게 팔아넘기는 걸 목격한 순간과도 같은 기분일 것이다. 하지만 예담이 애써 모른 척하고서, 얼른 눈을 돌리려는 그때...
눈이 마주쳐 버렸다.
예담의 눈이 그 앞에 있는 키 작은 여자와 마주쳐 버린 것이다. 꽤 익숙하게 봤던 얼굴인데, 왜 이럴 때 생각이 안 나는지 모르겠다.
‘누구였지...? 방금 그거, 내가 아는 사람인데? 누구야, 도대체?’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 얼굴이 갑자기 떠오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걸 떠올릴 만한 시간은 없다. 예담은 얼른 고개를 돌려 버린다. 지금 이곳에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다. 예담은 예성에게 다급히 말한다.
“형! 얼른 가자!”
“응? 너 왜 그러냐?”
예성은 예담이 평소와 다르게 가자고 재촉하는 모습이 이상했는지, 예담을 보고 되물으려다가, 금방 표정이 굳는다. 운전석 옆에 놔둔 텀블러 안의 물에서 더운 김이 모락모락 피는 걸 보자마자, 예성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알아채고서, 차의 인공지능 보조운전 모드를 켠다.
“야! 꽉 잡아!”
“뭐, 뭐야?”
“내가 수동운전하려다가 이거 켠 거야! 알았어?”
예성이 다짜고짜 엑셀을 밟고 속도를 올려서 그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예담 역시 지레 겁을 먹고서 조수석의 손잡이를 꽉 잡고서 놓지 않는다.
그런데...
“뭐야...”
무언가 따라오고 있다는 예감이 강하게 든다. 그것도 지금 예담 본인이 탄 이 차를 말이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5-01-10 23:00:15
마젠타가 저렇게 사람들을 통채로 옥죄고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타냐의 침착함과 관찰력이 굉장하네요. 게다라 라미즈의 저 조형능력도 그 자체로 놀라운 건 물론 아주 유용하네요.
호언장담했던 마젠타는 이전 회차에 이어 이번에도 결국 깨져 버렸네요.
예담을 노리는 자, 이번에는 차량에 탑승한 그를 노리는 건가요...지독하네요.
시어하트어택
2025-01-12 22:29:43
약점은 있으니까요. 그리고 마젠타는 너무 빠르게 항복해 버리는 성격이라 저렇게 빨리 끝났던 것이지, 저항하려고 했으면 시간이 아마 더 걸렸을 겁니다.
예담이 탄 차를 쫓는 자는 진리성회 소속입니다만, 자세한 건 아직 불명입니다.
SiteOwner
2025-01-11 21:49:24
위기상황에서 저렇게 실마리를 찾아내고 각자의 능력을 잘 조합해서 마젠타의 나쁜 짓을 좌절시킨 게 아주 인상적으로 멋있습니다. 덕분에 마젠타는 추한 꼴을 보이면서 저렇게 항복하게 되었고...그런데 저렇게 처리를 해도 되는지 그게 좀 걱정스럽습니다. 어디선가 다른 데에서 무슨 짓을 꾸밀지도 모르니 VP재단에 신고해서 보안구역에 유치해 두는 게 나을 듯합니다만...
무엇인가 따라오는 게 끔찍하게 여겨집니다. 소개해 주신 애니 단다단의 장면이 생각나기도 하고...
시어하트어택
2025-01-12 22:33:35
마젠타는 저렇게 추한 꼴을 보이며 도망갔기는 하지만,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는 임시방편일 수도 있겠지요. 재등장할 가능성도 있는데, 적일지 아군일지는 아직 모를 일입니다.
예담을 추격하는 자는 차를 타고 오는 게 아닙니다. 말 그대로 뛰어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