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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거지... 나는 지금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온 건데...”
“그러니까 한 번 더 주위를 살피고 들어왔어야지!”
“아니, 나는 들어오라고 해서 왔다고!”
사실, 민에게는 이렇게 동급생들 말고 다른 학년의 교실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건 일종의 모험에 가까운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라고 하니 들어와 본 것이다. 자기 교실에 5학년생이 들어온 걸 처음 봤는지, 다른 4학년 E반 학생들은 신기하게 본다. 하지만 그런 시선은 별로 아랑곳하지도 않는다. 정확히는 민 역시도 의식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동생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민은 케이의 ‘함정’ 안에 들어왔다. 이것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혹시 케이가 무슨 이상한 짓은 하지 않을까 하고 바라보는데, 정작 케이는 그 ‘기대’와는 조금 다른, 어떤 면에서 보면 엉뚱하다고도 할 수 있는,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게임기를 꺼낸다.
“민이 형, 이거 알지?”
“갑자기 그건 왜...”
케이가 자기 가방에서 꺼내는 건, 게임기 ‘듀오픽’. 서로 붙여서 1대1 대전을 벌일 수 있어서, 한 달쯤 전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 민 역시도 예전에 그걸 샀는데, 몇 번만 해보고, 자기 취향이 아닌 것 같아 어딘가에 놔두고 신경도 쓰지 않던 것이었다.
“어, 민이 형 거기에 있네.”
그런데, 그 게임기는 민의 가방에 고이 모셔져 있던 모양이다. 케이의 장치가, 근처의 장치를 감지하는 감지음을 내고 있다. 가방을 열어 그 듀오픽이라는 게임기를 꺼낸다. 한 달 전에 사고서 가방에 넣어 놓고, 그대로 꺼내지도 않고 가방 안에서 썩다시피 하고 있던 모양이다.
“이게 여기 있었을 줄이야. 뭐, 좋아. 이제 이걸 가지고 한판 붙자는 이야기지...”
“그래. 이기면 그냥 나가면 되고, 지면 내가 말하는 것을 들어줘야 하고.”
“그런 게 어디 있어!”
“일단 들어온 이상, 내 말에 따라줘야 하겠는걸? 내 능력은 이미 발동되기 시작했으니까!”
“그래...”
벌써, 그 방어막의 바깥에는 아직 안 가고 남아 있는 E반 학생들이 모여 있다. 이제 민은 좋으나 싫으나, 이 제안에 응해야 한다. 여기서 나가려면 어쩔 수 없다. 게임기를 꺼낸다. 켜 보려니까 전원이 없는지 화면이 켜지지 않는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잠깐, 나 이거 충전 좀 하고...”
그러면 좀 시간을 벌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케이는 오히려 ‘잘 됐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니, 왜? 충전한다는데.”
“괜찮아. 여기에 끼면 충전도 저절로 되거든!”
그렇게 말하며, 케이는 냅다 자신의 게임기를 민의 것에 도킹시킨다. 금세, 민의 게임기가 켜지더니, 몇 초만에 ‘준비’ 상태까지 된다.
“이제 다 된 것 같으니 시작해 보자고!”
“아니, 케이, 나는 아지 제대로 켜지도 않았어. 뭘 시작하자고..”
하지만 민의 그 말과는 달리, 케이는 이미 게임을 켜 버린 모양이다. 덩달아, 민의 게임기까지 로딩 상태가 된다. 자세히 보니, 그건 <투미트>라는 슈팅 게임. 민이 잘 하는 장르도 아닌, 아예 생소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장르다. 그것도 순발력을 요구하고 손가락이 삐끗하기만 해도 승패가 크게 갈려 버리는 장르라, 민은 전혀 해 본 적도 없고, 해 볼 생각도 없는 그런 게임이다.
도망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르는 척 버티기에는, 4학년 동생들이 벌써 눈을 켜고 죽치고 앉아 있는 상황이다. 하는 수 없이, 민은 이 ‘함정’에서 나가기 위해, 게임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는 수 없이, 입안의 침을 삼키고서, 민은 말한다.
“게임 시작한다...”
“좋아!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라고!”
케이는 민의 그 말에 더욱 신이 난 모양이다.
한편, 미린중학교 운동장. 하이디는 예담이 알기 힘든 말을 계속 늘어놓고 있다.
“잠망경이 어디엔가 있을 거라고. 그걸로 염탐하는 거라니까?”
“그런데 선배님, 잠망경은 왜요?”
예담의 그 말에, 하이디는 곧바로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사실은, 코하쿠를 몰래 사진을 찍고 다니는 누군가 있거든? 내가 보기는 했는데, 잠망경만 보이더라고! 교실에도 그게 들어오고 말이야.”
“아니, 그런데 그건 또 누구래요? 취미도 참 고약하네.”
릴리스가 그렇게 말하자, 하이디는 마치 그 말도 기다린 것처럼, 준비한 말을 쏟아내려는 듯하다.
“그러니까 말이지! 왜 아이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상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있잖아! 코하쿠 주변에만 맴도니까 다 그런 거지 뭐!”
“그런데 학교 안까지 들어와서 그렇게 사진을 찍고 다닐 수 있나?”
하이디는 예담의 그 말에 ‘너 참 말 잘 했다’는 듯 말한다.
“그러니까! 어떤 초능력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성격 참 고약하다니까! 너희들도 시간 나면 좀 찾아 줄래?”
“하지만... 벌써 어디론가 몸을 숨겼을지도 모르는데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를 찍고 다녔어!”
하이디의 얼굴은 이제 붉으락푸르락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곳에 묶여 있을 시간은 없다. 그렇다고 선배의 부탁인데 매정하게 버려두고 가기에도 난감한 상황이다.
그런데 마침, 올리버가 옆을 지나가는 게 보인다. 예담은 마치 자신의 구원자가 오기라도 한 듯, 올리버를 부르더니 이쪽으로 오게 한다.
“아니, 나는 왜 또!”
“네가 잘하는 거 있잖아. 좀 찾아 줘야지! 우리 학교에 누가 침입했는데!”
“그러니까, 나는 이런 건 잘 못 하는데...”
“그럼 히어로라는 이름이 무색해지잖아! 자, 어서!”
그렇게 반쯤 강제로 올리버에게 그 현장을 떠맡기고서, 예담과 릴리스는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교문을 나서니, 어제 봤던 헤그리인들이 벤치에 앉아 있는 게 보인다. 예담을 보고서 손을 흔들고 있다.
“저 녀석들, 할 일이 정말 그렇게도 없나...”
예담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 헤그리인들 앞으로 가까이 가는데, 여전히 그 헤그리인들은 예담과 뒤에 따라오는 릴리스를 향해서 먼저 말을 걸기는커녕, 움츠러 있고서, 자기들끼리 소곤소곤 말을 주고받을 뿐이다. 당연히, 예담에게는 못 알아들을 말뿐이다.
“이것들이 정말! 할 말 있으면 말로 하라니까!”
그런데, 예담이 막 그렇게 말하자마자, 그 헤그리인들 중 하나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서는, 예담을 보고는 예의 그 편의점이 있는 건물을 가리키며 뭐라고 말한다.
“&%*@#...”
“아니, 무슨 말인지는 아직 못 알아듣겠는데, 뭔가 말하려는 것 같기는 한 것 같아요!”
“어, 정말? 그리고, 아까 그 건물을 가리키고 있잖아?”
예담이 그렇게 말하며, 헤그리인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려는데...
더욱 이상한 건, 헤그리인들의 반응이다. 마치 자신들을 지켜 줄 강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듯, 그 헤그리인 두 명은 예담의 옆에 착 붙어서, 마치 접착제로 붙은 듯 떨어질 줄을 모른다.“아니, 나보고 그 건물로 가 달라고? 왜 너희들이 더 열심인 건데?”
그렇게 말하는데, 헤그리인들은 어서 가자는 듯 손가락으로 그 건물을 가리키기만 한다.
“에이, 말이 통해야 말이지!”
그렇게 예담은 그 편의점이 있는 건물 2층으로 올라가 본다. 무언지 모를 음산한 느낌이 드는 건 아마도 당연할 것이다.
“자, 릴리스, 비켜 봐!”그러고서, 예담은 뒷걸음질치더니, 잠시 후 도움닫기를 하며 그 문을 온 힘을 다해 발로 걷어찬다. 그러자 문이 홱 열리더니, 그 안에 있는 음침해 보이는 한 공간이 나온다. 방 한가운데에는 병원에서 볼 법한 침대가 하나 놓여 있는데, 거기에 누군가가 누워 있다. 양팔과 다리가 묶여 있다.
“뭐야, 에디가 왜 저기 있어!”
“에디라니...”
릴리스는 순간 예담의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하지 못했는지, 이름을 한번 되뇌지만, 곧 그게, 예담이 말한 에디 라우가 맞다는 걸 깨닫는다.
한편 미린초등학교 4학년 E반 교실.
“하아... 역시 이건 어렵잖아...”
민은 마주앉은 케이와의 ‘대결’을 막 마친 참이다. 샀을 때 두어 번 말고는 별로 써 본 적도 없는 게임기를 이리저리 흔드는 장르에다가,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게임기도 흔들기 때문에 더욱 어려웠다. 어쨌든 이 대결이 끝나긴 했으니, 방어막 비슷한 것은 지금 막 없어진 참이다. 그래도 진 것 때문에, 케이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긴장된다.
“그래, 약속대로 이제 내가 뭘 해 주면 되지?”
그렇게는 말하지만, 막상 케이는 힘을 거기서 많이 쏟은 나머지, 뭘 더 할 생각도 나지 않는모양이다. 그런데,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아리엘이 선수를 친다.
“그럼 내일 학교 끝나고 교문 앞에서 보는 거다. 보여줄 게 있어.”
“얘들이 또 이상한 말 하고 있어. 그런 수는 이제 안 넘어간다고.”
민은 아리엘을 보고서는, 일요일에 있었던 그 일이 떠올랐던 듯, 곧바로 거절하려 한다.
“그리고, 너 또 설마 이상한 사람의 사탕발림에 넘어가거나 했던 건 아니겠지?”
“아니, 아니, 아니라니까! 그런 이상한 사람은 못 봤어! 진짜라니까!”
그렇게 말하자 다른 E반의 동급생들이 아리엘의 주위에 와서 말한다.
“야, 이상한 사람? 뭐 누가 널 납치라도 했냐? 아니면 설마, 요즘 스트리머들이 떠들고 다니는 그 외계인들? 맞아, 너 요즘 초능력이 있나 했는데 역시!”
“아니야, 아니라고! 절대 그런 건 아니니까...”
그렇게 아리엘에게 E반의 관심이 쏠린 사이, 민은 슬며시 E반 교실을 빠져나가, 만화부실로 다시 향하려던 참이다. 그런데, 케이가 민을 다시 부른다.
“아니, 민이 형! 왜 그냥 가! 나 아직 말하지도 않았는데...”
“아, 맞다!”
민은 그렇게 잊어버린 척하지만, 케이는 민이 슬쩍 나가려고 했던 척하는 걸 알고 있는 모양이다. 케이는 민을 잡는 대신, 슬쩍 웃으며 한마디 한다.
“아, 생각났다! 아리엘이 가자는 데 가자고!”
“아니, 그건 네가 가자는 게 아니잖아!”
“어쨌든 내가 말한 거니까 들어줘야 해!”
“이상한 데 가자고 하기만 해 봐!”
그렇게 말하며 민은,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나 만화부실로 향한다.
한편 메이링의 법률사무소. 메이링은 키릴로에게서 온 전화를 받고 있다.
“변호사님, 오늘 늦은 밤에 접선하기로 한 정보원이 있습니다. 만나 보시겠습니까?”
“설마, 그때 말한 그 정보원이 석방되었다거나 그런 건가요?”
“아니요. 다른 사람입니다. 하지만 진리성회에서 강사까지 했던 사람이라 훨씬 믿을 만합니다. 모아 왔던 자료를 전부 저희에게 준다고 했습니다.”
“그거 반가운 소식인걸요. 그런데 저는 바빠요. 거기 갈 수나 있는지 모르겠네요.”
메이링의 그 말에 키릴로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다시 말한다.
“그럼, 아쉽게 됐군요. 좋은 소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메이링은 한숨을 푹 쉰다. 그러면서, 법정에 갈 때 입는 정장을 꺼내든다.
“아니, 나는 몸이 여러 개가 아닌데 왜 다 나보고 오라는 거야!”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2 댓글
마드리갈
2025-04-09 23:00:51
미리 파 놓은 함정에 끌어들이는 케이와 그 상황을 이겨내야 하는 민의 대결은 겉보기는 게임대결이지만 실상은...
미린중학교 내부는 진짜 카오스네요. 그것도 예담을 중심으로. 하이디의 발언도 그렇고, 문제의 헤그리인들은 정말 할 일이 없는지 저러고 있고, 그 뛰어난 문명수준으로 언어소통을 가능하게 만들면 안되나 싶은 생각도 같이 들고 그러해요.
역시 일은 떼로 몰려다니네요. 그런 경우 꽤 있죠. 이번 여행 때는 안 그래서 천만다행이었지만.
시어하트어택
2025-04-12 23:14:26
사실 게임 대결은 허울일 뿐이고 실제로는 케이가 원하는 대로 하려던 것이었을지도요. 그게 뭐일지는 작중 시간으로 다음날 드러나겠지요.
저렇게 사건사고(?)가 많다고는 해도 그런대로 큰 일은 벌어지지 않는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