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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린중학교 정문 근처, 편의점이 있는 건물의 2층.
“선배님이 말한 그 선배가 맞다는 말이죠?”
“그래.”
예담은 그렇게 말하며, 에디가 앉아 있는 의자에 가까이 다가간다. 에디를 보니, 뇌파 모자를 쓰고 있고, 손과 발에는 전극을 연결한 것으로 보인다. 조금 살이 빠진 것 같은 얼굴의 상태를 보아, 며칠 동안 여기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굶어 죽는다든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서는 무언가 먹인 것 같기는 하지만. 에디는, 예담을 보자마자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어서 자신을 여기서 꺼내 달라는 눈짓부터 보낸다. 예담이 바로 가서 에디를 풀어주고, 또 팔을 끌고 나가려는데, 가만히 보니, 누군가가 또 한쪽에 있는 방에 가둬져 있는 게 보인다.
“뭐야, 헤그리인이잖아.”
“헤그리인?”
예담을 따라온 헤그리인과 비슷해 보이는 또 다른 헤그리인 한 명이 그 안에 있다.
“저 외계인들을 헤그리인이라고 하는 건가? 그 이름은 어디서 들었냐?”
“아, 나도 어제 알게 된 거라서.”
예담은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그 헤그리인도 풀어주고는 얼른 자리를 뜨려고 한다.
“자, 빨리 가자고! 경찰에는 내가 이야기할 테니까...”
“잠깐, 그건 조금 나중에 하자고.”
그런데 에디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다.
“아니, 여기서 뭘 하려고?”
“이걸 끄지 말아봐. 그 녀석에게 아주 재미있는 복수를 해 주려고 하니까.”
“무슨 복수?”
예담이 그렇게 말하는 사이, 에디는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의 등 뒤에 펜을 가지고 무언가를 적어넣는다. 얼른 보기에는 무슨 알 수 없는 기호 같은 것인데, 에디는 그걸 보더니 만족스러운 듯 웃는다.
“이게 무슨 복수인데?”
“나 내일은 오전에 안 올 테니까, 네가 그 망할 녀석하고 잘 놀아주다가, 때가 되면 내가 올 거거든? 그러면...”
“아니, 너는 왜 학교에 안 오겠다는 건데?”
“하루쯤은 학교를 좀 빼먹고 싶지 말이야.”
“그건 학생의 자세가 아닌데! 내가 선생님한테 이른다?”
“그러니까,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한 거잖아! 잘 모르면 그냥 내 말을 들어!”
그 말을 듣자 릴리스 역시, 에디의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건 아닌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선배님... 좀 다시 생각해 보는 건 어떤가요?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매일 저 녀석을 봤다니까! 최고의 복수가 될 거라고!”
에디가 그렇게 확신에 차서 말하자, 예담 역시도 고개를 가로저으면서도, 조금 생각한 끝에 말한다.
“그래, 어디 네 계획대로 한번 해 보자.”
그러자 에디는 아까 앉은 바로 그 의자에 다시 앉아서, 예담을 보고 자신을 다시 묶어 달라는 손짓을 보인다. 예담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도, 에디를 다시 의자에 묶는다.
“진짜 네 작전이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에이,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내 생각대로만 하면 저 녀석, 아주 골탕을 먹여 줄 수 있다니까.”
“네 말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좋아. 거기 잘 있어.”
예담은 의심스럽긴 하지만, 그렇게 에디를 놔두고서, 그 건물을 나선다.
미린경찰서.
“그래, 독고 순경, 오늘은 일찍 퇴근인가?”
“네, 내일은 밤새야 하니까 좀 일찍 가봐야죠.”
선임 경찰들에게 인사하고는, 진언은 자리에서 일어선다. 경찰서를 나서는 길에 유치장을 한번 돌아보고 가는데, 아까 아침에 본 그 헤그리인이 있다. 그런데 헤그리인이 홀로 그 유치장의 가운데에 앉아 있고, 발렌틴을 비롯한 다른 잡범들은 방의 구석으로 밀착해서 벌벌 떨고 있는 모양새다. 누가 보면 그 헤그리인이 유치장에 꽤 오래 있어 온 실세라고 생각해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뭐 어떻게 된 거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경찰서를 나선 진언은 곧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아, 서언이 네 친구들하고 같이 있다고? 그래, 이따가 봐.”
“여기지? 리암 네가 오자고 했던 곳이.”
“아, 맞아. 볼트 선배가 여기도 자주 찾았지.”
그 시간, 리암과 타마라, 나데르, 그리고 서언이 있는 곳은 미린대에서 조금 먼 동네에 있는 식당. 수산물을 주로 파는 곳이라 ‘바다 냄새’가 다른 곳보다도 더욱 진하게 나는 곳이다.
“그런데 볼트 선배는 회라든가 생선 요리를 싫어한다고 그러지 않았나? 얼핏 그렇게 들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동아리 모임 때 생선구이를 먹은 적이 별로 없었는데...”
“타마라 너는 동아리 모임 때 먹은 음식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 나는 별로 생각도 안 나던데...”
“왜냐면 끔찍하게 맛이 없었으니까!”
타마라는 치를 떠는 듯한 모습이다.
“그건 그렇고 왜 볼트 선배가 여기를 자주 갔지?”
“그 이유는 말이지...”
리암은 식당 한쪽을 슬며시 가리킨다. 그 식당의 근처에 보이는 건물이 하나 있다.
“저 건물이 왜?”
“왜냐면, 이 근처에, 진리성회의 회당이 있거든!”
리암의 그 말에, 나데르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그것도 그럴 것이, 평범하게 낡은, 주택가 어디에나 있을 법한 건물로밖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암이 ‘진리성회 세라토 북부회당’이라는 지도의 좌표를 찍어주자, 나데르 역시도 고개를 끄덕인다.
“저게 진리성회 회당인 건 어떻게 알았대?”
“그건 모르겠어. 한 가지 확실한 건, 볼트 선배가 어떤 경로를 통해 알아냈다는 것이고, 그게 또 실마리가 될 수도 있거든.”
그런데, 그렇게 말하던 리암의 눈에 누군가 띈다. 그 건물에서 나와서, 바로 이 식당으로 향하는 정장을 입은 사람 몇 명이다. 특별한 시설물 같은 것도 없는데 그 건물에서 나와서 식당으로 들어오려는 것으로 봐서는 진리성회 신도들일 것이 확실하다. 그걸 보자, 리암이 가방에서 모자를 하나씩 꺼내 준다.
“이걸로 다들 머리 가려!”
“아니, 너나 타마라는 그렇다 치는데, 왜 나하고 나데르까지 이러라는 거야?”
서언이 그렇게 말하자, 리암은 입에 자기 손가락을 가져다 댄다. 무슨 뜻인지 서언도 알아채고는, 리암이 준 비니 모자를 뒤집어쓰고 자리에 앉는다. 잠시 후 그 정장 입은 사람 몇 명이 들어오더니, 주위를 한번 살피고는 적당한 자리에 앉는다.
“음식 시켰지?”
“아, 그래. 저 자리에는 내가 뭘 좀 깔아 놨는데, 그냥 감으로 잡은 건데 딱 걸려 버리네.”
곧이어, 그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는 게 보인다. 그걸 보자 타마라가 리암에게 조그맣게 말한다.
“소리 좀 키워 봐. 잘 안 들리는데.”
“네가 좀 잘 듣지!”
그런데 들어보니, 다들 하는 말은 ‘신자가 얼마나 들어왔는지’ ‘헌금은 얼마나 걷혔는지’ 같은 내용뿐이다.
“진리성회 말이야. 분명히 며칠 전만 해도 낙원이 이 세상에 내려온다느니 어쩌고 하던 인간들 아닌가? 그런데 다들 그 말은 하나도 없네.”
“분명히 자기네들 말로 그렇게 떠들어 댔으면서...”
“잠깐, 나는 다른 말이 들리는데...”
서언은 겉으로는 앞에 놓인 생선구이를 한 입 떠먹는 척하면서도, 귀로는 그 문제의 진리성회 강사들의 말을 놓치지 않고 있다. 서언에게 들리는 말을 대략 나열해 보자면, 총회장의 지시가 있었는데, ‘배교자를 처단하라’는 말까지는 들었는데 그 뒤는 정확하지 않다. ‘전처럼’이라는 말도 있었던 것으로 봐서는 그 이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도 같다.
“야, 그러니까...”
서언이 뭔가 말하려고 하는데, 리암이 손가락을 자기 입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 왜?”
리암은 말하는 대신 그 진리성회 신도들을 가만히 살핀다. 그런데, 진리성회 신도들이 갑자기 식당에서 우르르 나간다. 왜 그러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한 명이 자꾸만 식당 안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던 게 리암의 눈에 보였던 것 같다.
“저 사람들, 눈치챈 건가? 아니면, 뭔가 더 은밀한 대화를 하려는 건가?”
당장 리암은 일어서서, 그을 쫓아가려고 하지만, 타마라가 뜯어말린다.
“아니, 그렇다고 그냥 그렇게 뛰쳐나가면 어떡하냐!”
“놔둬, 타마라! 나도 다 생각이 있거든!”
리암은 화장실에 가서 그 신도들을 몰래 염탐할 계획이었건만, 곧 누군가가 리암의 팔을 붙든다.
“아니, 누구...”
리암이 돌아보니 진언이다.
로건은 후보전도자 강습에 참가하기 위해 진리성회 세라토 중앙회당으로 가는 길이다. 어제부터인가 누군가가 자꾸만 자신을 지켜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그건 뒤로 놔야 할 문제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지금의 이 종교적 열의이다.
도중에 그가 밑작업을 해 놓은 한 무리의 중학생들도 만났다. 중학생들은 그가 원하는 대로 충실한 ‘전사’가 된 모양이다. 그리고 발걸음을 재촉한 끝에, 드디어 회당에 도착했다. 출입인증시스템을 거쳐 회당 안에 들어오는데, 누군가가 로건을 알아보고 이쪽으로 가까이 오는 게 보인다.
“로건 두셋 형제.”
모자를 쓰고 있어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아도, 로건은 그녀가 지역장의 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말투부터도 딱 알아보기 쉽고, 무엇보다도 그 은근히 어려 보이는 말투를 잊어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의 말투는, 딱 로건을 적대하겠다는 그런 뜻이다.
“예, 자매님.”
“대체 어디다 정신을 팔고 다니는 거야? 월요일에는 엉뚱한 짓이나 하다가 허탕이나 치고, 또 들려오는 성과는 없고 말이야. 지역장님이 형제를 지켜보고 있다는 건 알지?”
“알고 있습니다.”
“좋아, 알면 됐어. 아침에 들었지? 처신 잘해. 어서 들어가.”
지역장의 딸의 말투는 여전히 적대적이다. 로건이 그녀를 한번 흘겨보며 집회장으로 들어간다. 그 한가운데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총회장의 연설 연상이 나오고 있다. 머리를 잘 빗어넘기고, 정장을 입고, 뿔테안경을 쓴 총회장의 얼굴을 보자마자, 로건은 언제 그런 적대적인 표정을 지었냐는 듯, 경건해진 모습이다. 먼저 와 있던 다른 후보전도자들을 따라, 로건 역시 바르게 앉아 총회장의 말을 듣는다.
[여러분은 섭리를 따르지요? 그렇지요? 그렇습니다. 낙원이라는 것은 여러분의 마음속에 있으면서도, 또 언젠가 우리가 이 땅에 실현해야 하는 것입니다. 혹자는 낙원이 바로 이 시간 실현된다고들 말을 합니다만, 그것에 부화뇌동하는 자들이야말로 낙원에 들어갈 자격이 없습니다. 진정한 믿는 사람들이라면 알고 계시지요?...]
물론 총회장은 저번 주까지만 해도 낙원이 금방 이 세계에 구현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말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반박하거나 하는 후보전도자는 하나도 없다. 반박을 시도하거나 하면 그 즉시 신앙에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간주하여, 최소 심한 질책을 받을 것이다. 로건도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낙원이 금방 실현될 것 같아 들뜬 모습이었지만, 그런 기대는 지금은 입 밖에 내지 않는다. 요 며칠 동안 이런저런 활동 때문에 바빠서 ‘낙원의 실현’에 대해서는 신경 쓸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민은 유를 비롯한 친구들과 RZ게임센터에 놀러가는 길이다.
“어? 민아, 저기 뭐냐?”
“응? 뭐?”
토마가 가리킨 방향을 따라 민이 보니, 예의 그 봉제인형이 보인다. 그것도 셋씩이나.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2 댓글
마드리갈
2025-04-12 14:18:26
진짜 에디는 감금되어 있었던 건가요...그리고 스스로 고육지책을 자처하네요.
게다가 헤그리인은 왜 저렇게 약체인 건지,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들고 그렇네요. 그런데 미린경찰서 유치장 내부의 헤그리인은 정반대니, 방금 든 생각은 철회해야겠어요.
악의 평범성은 여기서도 증명되네요.
사이비종교라는 게 그렇죠. 나중에 말이 달라지는 것. 정통 교단에서도 인성이 일반인 수준도 못되는 자들이 있긴 하지만 그나마 그건 그 자가 배제되면 해결될 일이예요. 단 사이비종교는 구조적으로 답이 없어서 이걸 고쳐 쓴다는 자체가 완전히 불가능해요.
문제의 봉제인형은 왜 셋이나 나타난 건지...이것 또한 괴이해요.
시어하트어택
2025-04-12 23:21:02
헤그리인들은 말 그대로 전형적인 '그레이' 외계인으로 외형이 설정되어 있는데, 대체로 고정관념을 깨려고 한 것도 있지만 클리셰를 따다 쓴 것도 있습니다. 글쎄, 모르지요. 유치장의 헤그리인은 대체 어떻게 했을까요. 그건 조금 지나보면 아실 겁니다.
착취당하는 일반 신도들이라면 몰라도, 간부층 이상은 돈을 보고 꼬였든, 아니면 순수한 신앙심이든, 다들 나쁜 영향력을 끼치고 다닐 겁니다. 이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내부의 다툼 같은 장면도 보여줄까 생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