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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사무실 문을 열고, 낯선 여자가 들어왔다.
키츠네처럼 여우귀가 있긴 했지만, 그녀는 까만 귀를 가지고 있었을뿐더러 아홉 개나 되는 풍성한 꼬리를 가지고 들어오느라 고생했는지 꼬리들을 하나하나 툭툭 털고 있었다. 밖으로는 오랜만에 나오는건지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그녀가 키츠네와 같은 것은, 노란 눈밖에 없었다.
"아차차, 또 꼬리가 말썽이군... "
"...누나? "
그리고 키츠네는 그녀를 누나라고 부르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여기 키츠네가 있다고 해서요. "
"키츠네 씨라면...... 저기 있는데요... "
"역시 여기 있을 줄 알았지. 괴이 사냥꾼 랭크 올랐다더라? 우소가미를 잡았다며? "
"그것도 그렇지만... 아니 그것보다 누나가 대체 여긴 어떻게 온 건데...? "
"...누나...? 너 방금 누나라고 했냐...? "
사무실 식구들은 전부 키츠네가 그녀를 누나라고 부른 것을 보고 놀랐다.
"어머, 제가 그렇게 어려보이나요? 저, 이래뵈도 먹을만큼 먹었습니다~ "
"...그런 얘기가 아니라... 털 색깔이 다르잖아. 보통 한 배에서 난 여우라면 털 색깔이 똑같지 않냐? "
"아하, 난 또... 우리, 이복남매거든요. 아버지는 같지만 엄마가 달라요. 지금의 엄마는 은여우이기때문에 키츠네는 은여우지만, 제 어머니는 흑여우랍니다. "
"그.... 그런거였군...... "
"말하자면 숨겨둔 누나인가요... "
"그거랑 다른거거든... "
"후훗, 그건 그냥 성격 차이예요. 우리같은 구미호는 밖에 돌아다니다 보면 인간들의 표적이 되곤 하니까요. 전 쿠로키라고 합니다. "
"하긴, 구미호 그 자체도 위험한데 흑여우라면...... "
쿠로키는 소파 한쪽에 앉아 과자를 먹었다.
"너 랭크 올랐다고 가족들이 완전 좋아하더라. 우소가미를 잡았다고 완전 난리도 아니야. "
"그 얘기가 벌써 거기까지 퍼졌어? "
"응. 그래서 엄마가 너 새 옷 하나 해 주라고 연락이 와서, 찾아왔지. "
"오. 그런데 키츠네 씨의 어머니는 어떤 분이세요? "
"엄마도 아빠도 둘 다 은여우예요. 우리같이 색이 특이한 여우들은 인간들이 가죽을 노리고 잡기도 해서, 키츠네가 괴이 사냥꾼이 된다고 했을 땐 걱정이 이만저만이었죠. "
"그야 그렇지만... 요즘은 그래도 좀 덜하지. 그렇게 불법 포획을 하면 잡혀가거든. "
"덕분에 돌아다니기 한결 편해졌죠. "
한참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정훈이 찾아왔다.
"아, 어서 오세요. "
"미기야 씨, 부탁할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
"급한 일인가 보네요. 일단 이 쪽에 앉으세요. "
테이블에 앉자마자 정훈은 겉옷을 벗고, 서류 봉투를 미기야에게 건넸다. 서류 봉투에 쓰여진 것은 오늘 오전에 배우 미카미가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된 사건에 대해 정리한 문서였다.
"어라, 미카미라면... "
"네, 오늘 오전에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돼 수사중입니다만... 아무래도 뭔가 이상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예요. "
"흐음...... "
미기야는 정훈이 건넨 서류를 읽고 있었다. 거기에는 미카미에 대한 신상 정보와 함께 사건의 개요가 적혀있었다. 자택에서 아침에 시체로 발견된 것은, 두 명의 미카미였다. 농담이 아니라, 사진을 보니 정말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은 두 사람이 들어있었다.
"도플갱어라도 만났었나...... "
"아무래도 그게 이상합니다. 미카미는 아래에 남동생이 있다고 했지만, 현장에서 발견한 건 둘 다 여자의 시체였어요. 그리고 둘 다 사람이었고요... 둘 다 너무 흡사해서 유전자 검사까지 해 봐야 알겠지만,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했을지도 모를 노릇이고요. "
"흐음... 가족들에게 연락은 하셨나요? "
"네. "
"일단은 현장으로 가 보는 게 좋겠어요. 라우드 씨, 파이로 씨. "
"뭐냐? "
"네. "
"형사님과 함께 현장으로 가 주세요. "
"오케이. "
미기야는 라우드와 파이로에게 정훈을 따라가도록 했다. 두 사람은 정훈을 따라 사건 현장인 미카미의 집에 도착했고, 도착하자마자 라우드는 미카미가 누워있었던 침대보에 손을 올렸다. 아침까지 남아있었던 온기가 점차 사라져가는 느낌이었다.
침대보에 손을 올리자 비명 소리가 들리고 곧 영상이 떠올랐다. 하나의 미카미가, 다른 미카미의 목을 조른다. 그리고 다른 미카미의 죽음을 확인하곤 그녀 역시 목을 매 자살했다.
"......! "
"뭐가 좀 보이냐? "
"범인이 미카미를 살해하고 자살했어...... 그것밖엔 보이지 않아. 영상 속에서도 두 명의 미카미가 보였어. 그게 전부야. "
"진짜 미카미가 아닌 쪽이 미카미를 살해하고 자살했겠지.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거지...? "
"그것까진 모르지... "
두 사람의 미카미 중 하나는 미카미가 아닌 다른 사람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미카미와 똑 닮을 정도로 변장을 하고 여기에 왔을까?
"자세한 건 결과가 나와봐야 더 조사할 수 있겠지만, 일단 범인이 보통 녀석이 아니라는 건 확실해. 돌아가서 미카미의 팬클럽 회장이랑 접촉을 한번 해 보자. 팬카페 매니저라던가... "
"그러지. "
사무실로 돌아온 라우드는 미카미의 팬클럽 카페에 들어갔다. 그리고 매니저에게 만날 수 있느냐는 쪽지를 보냈다.
"일단 미카미가 아닌 쪽이 누구인지 알아내게 되면, 정신과 기록 좀 알아봐야겠네. 일단 저는 매니저분을 좀 만나보고 올게요. "
"네. "
라우드는 사무실 근처의 작은 카페로 가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씁쓸한 커피를 들이키고 있으니, 곧이어 낯선 남자가 라우드에게 다가왔다.
"저, 혹시... 괴담수사대라고...... "
"아, 네. 이 쪽으로 앉으세요. "
남자가 맞은 편에 앉았다.
"오전에 미카미가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됬다는 뉴스 보셨죠? "
"네. "
"그 건으로 물어볼 게 있어서요. 범인이 미카미로 변장하고 가서 미카미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을 했습니다. 혹시 미카미의 안티 팬의 소행이 아닐까 해서... "
"안티팬이 일부러 스타의 집을 찾아 갈 리가... "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키츠네가 쿠로키와 함께 다가왔다.
"이봐, 상식적으로 안티 팬이라면 일부러 스타의 집을 찾아가지는 않지. "
"어, 키츠네 씨, 쿠로키 씨. 옷 사셨어요? "
"네. 그나저나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키츠네의 말에는 동의해요. 안티 팬이 일부러 스타의 집을 찾아갈 일은 테러가 아니면 없다고 봐요. 거기다가 싫어하는 스타의 모습을 하고 살해까지 하다니, 그런 건 불가능하죠. "
"음... "
"혹시 미카미에게 사생팬이 있었나요? 아니면 그 정도 수준으로 집착을 하다가 카페 내에서 활동하다가 쫓겨난 사람이라던가... "
"음... "
남자는 무언가 생각하더니 손뼉을 탁, 쳤다.
"그러고보니 몇달 전부터 카페에 주기적으로 나타났던 이상한 팬이 한 명 있었어요. 정말 사생팬 수준이었죠... 그 분을 한번은 오프라인 정모 겸 팬 사인회에서 만났는데, 거의 산송장같은 몰골로 나타난데다가 기분 나쁜 말을 해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달 전쯤 도가 지나치다고 회원들이 민원을 넣어서 강퇴시켰죠. "
"음... "
"그 사람의 행동은 정말 이상했어요. 대부분의 팬들은 미카미라는 배우의 활동을 보고 응원하거나, 팬 사인회를 찾아가고 미카미가 나온 영화의 시사회를 가는 정도에서 그쳤지만 그 사람은... 그 사람은 완전히 달랐어요. 미카미의 자택 주소와 연락처를 알고 있다고, 알려주겠다는 식의 글을 몇 번이고 올린다던가... 마치 미카미를 자신의 소유물... 아니, '가질 수 없는 것'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미카미라는 배우가 아닌, 그 사람 자체를 소유하고싶어하는 것 같았거든요... "
"역시... 그 사람이 범인일 수 있겠네... "
"아마 그럴지도 몰라요. 그 사람만이 미카미의 자택 주소를 알고 있으니까요. "
"혹시 그 사람 아이디도 기억하나요? "
"어디 보자... 아, 여기요. "
남자는 아이디를 쪽지에 적어 라우드에게 건넸다. 그리고 남자와 얘기를 나눈 후, 라우드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마침 신원 확인이 끝났는지 정훈도 와 있었다.
"아, 형사님. 안 그래도 드릴 말씀이 있었습니다. "
"아, 저도 마침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는데... 혹시 이번 사건에 대해서인가요? "
"네... 형사님도...? "
"네. 유전자 감식 결과, 한 쪽은 미카미로 변장한 다른 사람인 걸로 판명이 났습니다... 미카미를 죽이고 범인 역시 자살했죠. "
"음, 역시 그랬군요... 사실, 아까 미카미의 팬 카페 매니저를 만나뵙고 왔습니다만, 그 분이 팬들 중에 유독 신경쓰이는 한 사람이 있었다고 했어요. 배우로서의 미카미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소유하고싶어하는 것 같다...라고 하더라고요. 여러가지로 카페에서도 말이 많았던 사람이라, 한달 전에 강퇴당했답니다. 여기 그 사람의 아이디요. "
라우드는 정훈에게 쪽지를 건넸다. 쪽지에는 얼마 전 쫓겨났다는 팬의 아이디가 적혀있었다.
"이 아이디를 만들 떄 사용한 주민번호의 주인이 그 사람이라면... 범인은 미카미를 소유하기 위해서 미카미를 죽였다...라는 게 되겠네요. "
"...... "
"그 사람, 정신과 기록 조회해봐. "
"파이로? "
뒤에서 불쑥 튀어나온 파이로는 콜라캔을 탁, 테이블에 내려놓고 쪽지를 읽었다.
"이 아이디, 엄청 뻔질나게 봤었는데 요즘은 블로그 업로드가 없군... 아이디 조회도 조회지만, 일단 그 정도 집착은 누가 봐도 병이야. 사람들이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안 좋다 하더라도 그 정도가 병이라는 건 다 알아. 주변에서 억지로 보냈든, 권유를 하든 병원 진료를 받게 한 기록이라도 있을테니 기록 조회해. "
정훈이 돌아간 후, 파이로는 씁쓸한 표정으로 콜라를 들이키고 있었다.
"그 아이디가 범인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 "
"그 녀석 블로그는 심심하면 찾아가서 읽어보곤 했거든. 그런데 언젠가부터 미카미에 대한 글만 올라오는가 싶더니 한 2주쯤 전부터는 올라오는 글 내용이 심상치 읺았어. 죽여버리겠다는 뉘앙스를 폴폴 풍기고 있었지. 뭐, 그 블로그도 주인이 죽었으니 조만간 닫힐 지 모를 노릇이지만... "
"...... "
"정신과에 대한 인식은 안 좋지... 현실은 그렇지만, 그런 현실을 그렇게 만드는 것도 인간들이 아닐까 싶네. 타인의 시선이 무서워서 진료를 받는 걸 거부하고, 그러다가 병이 깊어지는거야. 그런 인간들을 몰아세우기만 하는 것 역시 인간이잖아? "
키츠네처럼 여우귀가 있긴 했지만, 그녀는 까만 귀를 가지고 있었을뿐더러 아홉 개나 되는 풍성한 꼬리를 가지고 들어오느라 고생했는지 꼬리들을 하나하나 툭툭 털고 있었다. 밖으로는 오랜만에 나오는건지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그녀가 키츠네와 같은 것은, 노란 눈밖에 없었다.
"아차차, 또 꼬리가 말썽이군... "
"...누나? "
그리고 키츠네는 그녀를 누나라고 부르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여기 키츠네가 있다고 해서요. "
"키츠네 씨라면...... 저기 있는데요... "
"역시 여기 있을 줄 알았지. 괴이 사냥꾼 랭크 올랐다더라? 우소가미를 잡았다며? "
"그것도 그렇지만... 아니 그것보다 누나가 대체 여긴 어떻게 온 건데...? "
"...누나...? 너 방금 누나라고 했냐...? "
사무실 식구들은 전부 키츠네가 그녀를 누나라고 부른 것을 보고 놀랐다.
"어머, 제가 그렇게 어려보이나요? 저, 이래뵈도 먹을만큼 먹었습니다~ "
"...그런 얘기가 아니라... 털 색깔이 다르잖아. 보통 한 배에서 난 여우라면 털 색깔이 똑같지 않냐? "
"아하, 난 또... 우리, 이복남매거든요. 아버지는 같지만 엄마가 달라요. 지금의 엄마는 은여우이기때문에 키츠네는 은여우지만, 제 어머니는 흑여우랍니다. "
"그.... 그런거였군...... "
"말하자면 숨겨둔 누나인가요... "
"그거랑 다른거거든... "
"후훗, 그건 그냥 성격 차이예요. 우리같은 구미호는 밖에 돌아다니다 보면 인간들의 표적이 되곤 하니까요. 전 쿠로키라고 합니다. "
"하긴, 구미호 그 자체도 위험한데 흑여우라면...... "
쿠로키는 소파 한쪽에 앉아 과자를 먹었다.
"너 랭크 올랐다고 가족들이 완전 좋아하더라. 우소가미를 잡았다고 완전 난리도 아니야. "
"그 얘기가 벌써 거기까지 퍼졌어? "
"응. 그래서 엄마가 너 새 옷 하나 해 주라고 연락이 와서, 찾아왔지. "
"오. 그런데 키츠네 씨의 어머니는 어떤 분이세요? "
"엄마도 아빠도 둘 다 은여우예요. 우리같이 색이 특이한 여우들은 인간들이 가죽을 노리고 잡기도 해서, 키츠네가 괴이 사냥꾼이 된다고 했을 땐 걱정이 이만저만이었죠. "
"그야 그렇지만... 요즘은 그래도 좀 덜하지. 그렇게 불법 포획을 하면 잡혀가거든. "
"덕분에 돌아다니기 한결 편해졌죠. "
한참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정훈이 찾아왔다.
"아, 어서 오세요. "
"미기야 씨, 부탁할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
"급한 일인가 보네요. 일단 이 쪽에 앉으세요. "
테이블에 앉자마자 정훈은 겉옷을 벗고, 서류 봉투를 미기야에게 건넸다. 서류 봉투에 쓰여진 것은 오늘 오전에 배우 미카미가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된 사건에 대해 정리한 문서였다.
"어라, 미카미라면... "
"네, 오늘 오전에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돼 수사중입니다만... 아무래도 뭔가 이상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예요. "
"흐음...... "
미기야는 정훈이 건넨 서류를 읽고 있었다. 거기에는 미카미에 대한 신상 정보와 함께 사건의 개요가 적혀있었다. 자택에서 아침에 시체로 발견된 것은, 두 명의 미카미였다. 농담이 아니라, 사진을 보니 정말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은 두 사람이 들어있었다.
"도플갱어라도 만났었나...... "
"아무래도 그게 이상합니다. 미카미는 아래에 남동생이 있다고 했지만, 현장에서 발견한 건 둘 다 여자의 시체였어요. 그리고 둘 다 사람이었고요... 둘 다 너무 흡사해서 유전자 검사까지 해 봐야 알겠지만,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했을지도 모를 노릇이고요. "
"흐음... 가족들에게 연락은 하셨나요? "
"네. "
"일단은 현장으로 가 보는 게 좋겠어요. 라우드 씨, 파이로 씨. "
"뭐냐? "
"네. "
"형사님과 함께 현장으로 가 주세요. "
"오케이. "
미기야는 라우드와 파이로에게 정훈을 따라가도록 했다. 두 사람은 정훈을 따라 사건 현장인 미카미의 집에 도착했고, 도착하자마자 라우드는 미카미가 누워있었던 침대보에 손을 올렸다. 아침까지 남아있었던 온기가 점차 사라져가는 느낌이었다.
침대보에 손을 올리자 비명 소리가 들리고 곧 영상이 떠올랐다. 하나의 미카미가, 다른 미카미의 목을 조른다. 그리고 다른 미카미의 죽음을 확인하곤 그녀 역시 목을 매 자살했다.
"......! "
"뭐가 좀 보이냐? "
"범인이 미카미를 살해하고 자살했어...... 그것밖엔 보이지 않아. 영상 속에서도 두 명의 미카미가 보였어. 그게 전부야. "
"진짜 미카미가 아닌 쪽이 미카미를 살해하고 자살했겠지.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거지...? "
"그것까진 모르지... "
두 사람의 미카미 중 하나는 미카미가 아닌 다른 사람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미카미와 똑 닮을 정도로 변장을 하고 여기에 왔을까?
"자세한 건 결과가 나와봐야 더 조사할 수 있겠지만, 일단 범인이 보통 녀석이 아니라는 건 확실해. 돌아가서 미카미의 팬클럽 회장이랑 접촉을 한번 해 보자. 팬카페 매니저라던가... "
"그러지. "
사무실로 돌아온 라우드는 미카미의 팬클럽 카페에 들어갔다. 그리고 매니저에게 만날 수 있느냐는 쪽지를 보냈다.
"일단 미카미가 아닌 쪽이 누구인지 알아내게 되면, 정신과 기록 좀 알아봐야겠네. 일단 저는 매니저분을 좀 만나보고 올게요. "
"네. "
라우드는 사무실 근처의 작은 카페로 가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씁쓸한 커피를 들이키고 있으니, 곧이어 낯선 남자가 라우드에게 다가왔다.
"저, 혹시... 괴담수사대라고...... "
"아, 네. 이 쪽으로 앉으세요. "
남자가 맞은 편에 앉았다.
"오전에 미카미가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됬다는 뉴스 보셨죠? "
"네. "
"그 건으로 물어볼 게 있어서요. 범인이 미카미로 변장하고 가서 미카미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을 했습니다. 혹시 미카미의 안티 팬의 소행이 아닐까 해서... "
"안티팬이 일부러 스타의 집을 찾아 갈 리가... "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키츠네가 쿠로키와 함께 다가왔다.
"이봐, 상식적으로 안티 팬이라면 일부러 스타의 집을 찾아가지는 않지. "
"어, 키츠네 씨, 쿠로키 씨. 옷 사셨어요? "
"네. 그나저나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키츠네의 말에는 동의해요. 안티 팬이 일부러 스타의 집을 찾아갈 일은 테러가 아니면 없다고 봐요. 거기다가 싫어하는 스타의 모습을 하고 살해까지 하다니, 그런 건 불가능하죠. "
"음... "
"혹시 미카미에게 사생팬이 있었나요? 아니면 그 정도 수준으로 집착을 하다가 카페 내에서 활동하다가 쫓겨난 사람이라던가... "
"음... "
남자는 무언가 생각하더니 손뼉을 탁, 쳤다.
"그러고보니 몇달 전부터 카페에 주기적으로 나타났던 이상한 팬이 한 명 있었어요. 정말 사생팬 수준이었죠... 그 분을 한번은 오프라인 정모 겸 팬 사인회에서 만났는데, 거의 산송장같은 몰골로 나타난데다가 기분 나쁜 말을 해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달 전쯤 도가 지나치다고 회원들이 민원을 넣어서 강퇴시켰죠. "
"음... "
"그 사람의 행동은 정말 이상했어요. 대부분의 팬들은 미카미라는 배우의 활동을 보고 응원하거나, 팬 사인회를 찾아가고 미카미가 나온 영화의 시사회를 가는 정도에서 그쳤지만 그 사람은... 그 사람은 완전히 달랐어요. 미카미의 자택 주소와 연락처를 알고 있다고, 알려주겠다는 식의 글을 몇 번이고 올린다던가... 마치 미카미를 자신의 소유물... 아니, '가질 수 없는 것'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미카미라는 배우가 아닌, 그 사람 자체를 소유하고싶어하는 것 같았거든요... "
"역시... 그 사람이 범인일 수 있겠네... "
"아마 그럴지도 몰라요. 그 사람만이 미카미의 자택 주소를 알고 있으니까요. "
"혹시 그 사람 아이디도 기억하나요? "
"어디 보자... 아, 여기요. "
남자는 아이디를 쪽지에 적어 라우드에게 건넸다. 그리고 남자와 얘기를 나눈 후, 라우드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마침 신원 확인이 끝났는지 정훈도 와 있었다.
"아, 형사님. 안 그래도 드릴 말씀이 있었습니다. "
"아, 저도 마침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는데... 혹시 이번 사건에 대해서인가요? "
"네... 형사님도...? "
"네. 유전자 감식 결과, 한 쪽은 미카미로 변장한 다른 사람인 걸로 판명이 났습니다... 미카미를 죽이고 범인 역시 자살했죠. "
"음, 역시 그랬군요... 사실, 아까 미카미의 팬 카페 매니저를 만나뵙고 왔습니다만, 그 분이 팬들 중에 유독 신경쓰이는 한 사람이 있었다고 했어요. 배우로서의 미카미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소유하고싶어하는 것 같다...라고 하더라고요. 여러가지로 카페에서도 말이 많았던 사람이라, 한달 전에 강퇴당했답니다. 여기 그 사람의 아이디요. "
라우드는 정훈에게 쪽지를 건넸다. 쪽지에는 얼마 전 쫓겨났다는 팬의 아이디가 적혀있었다.
"이 아이디를 만들 떄 사용한 주민번호의 주인이 그 사람이라면... 범인은 미카미를 소유하기 위해서 미카미를 죽였다...라는 게 되겠네요. "
"...... "
"그 사람, 정신과 기록 조회해봐. "
"파이로? "
뒤에서 불쑥 튀어나온 파이로는 콜라캔을 탁, 테이블에 내려놓고 쪽지를 읽었다.
"이 아이디, 엄청 뻔질나게 봤었는데 요즘은 블로그 업로드가 없군... 아이디 조회도 조회지만, 일단 그 정도 집착은 누가 봐도 병이야. 사람들이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안 좋다 하더라도 그 정도가 병이라는 건 다 알아. 주변에서 억지로 보냈든, 권유를 하든 병원 진료를 받게 한 기록이라도 있을테니 기록 조회해. "
정훈이 돌아간 후, 파이로는 씁쓸한 표정으로 콜라를 들이키고 있었다.
"그 아이디가 범인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 "
"그 녀석 블로그는 심심하면 찾아가서 읽어보곤 했거든. 그런데 언젠가부터 미카미에 대한 글만 올라오는가 싶더니 한 2주쯤 전부터는 올라오는 글 내용이 심상치 읺았어. 죽여버리겠다는 뉘앙스를 폴폴 풍기고 있었지. 뭐, 그 블로그도 주인이 죽었으니 조만간 닫힐 지 모를 노릇이지만... "
"...... "
"정신과에 대한 인식은 안 좋지... 현실은 그렇지만, 그런 현실을 그렇게 만드는 것도 인간들이 아닐까 싶네. 타인의 시선이 무서워서 진료를 받는 걸 거부하고, 그러다가 병이 깊어지는거야. 그런 인간들을 몰아세우기만 하는 것 역시 인간이잖아? "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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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드리갈
2018-07-31 18:20:22
광적인 집착이 결국 살인사건으로...시작부터가 섬찟하네요.
게다가 그런 이상한 사람은 그냥 갑자기 일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 회차에서는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기 전부터 이상한 신호를 계속 내고 있었네요. 그걸 미연에 포착해서 막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게 쉽게 가능한 것도 아니니, 사실상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겠죠.
1996년작 미국 영화 더 팬(The Fan)을 연상케 하는 오싹함이 강하게 느껴졌어요.
SiteOwner
2020-04-26 23:16:12
끔찍하지 않은 강력 흉악범죄는 없는 법, 이번에도 끔찍함에 말을 잇지를 못할 지경입니다.
어쩌면, 자신과 똑같이 닮은 존재에의 경계가, 바로 이런 양상까지 상정가능하다 보니 가능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인간이란 인간의 최고의 친구이자 최악의 적인 건가 싶기도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