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 세 사람이 모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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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남자가 커다란 밴애 타고 있었다. 창문은 모두 닫은 채로, 문까지 잠가놓고 운전석에 앉은 그는 큰 한숨을 내쉬곤 마트에서 사 온 번개탄에 불을 붙였다. 그는 최근 성폭행 사건으로 이슈가 된, 라이트닝 보이즈의 리더 광현이었다. 분명 그는 억울했지만, 아무도 그를 믿어주지 않았다. 자신이 피해자라고 하는 여성과는 일면식도 없었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를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었다. 매일 숙소로 욕설이 담긴 편지가 날아오고, 악플이 시도때도 없이 이어졌다. 그런 상황에 지쳐버린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요량이었던 것이다.
"얘들아, 미안하다. "
잠자듯이 누웠다. 이대로 모든 게 끝나겠지. 그리고 나도 언젠간 잊혀지겠지. 팬들만이 나를 기억해주겠구나. 차내 산소 농도가 떨어져감에 따라,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아득해져갔다. 그리고 눈앞에 깜깜해질 무렵...
-여기 도와주세요! 사람이 쓰러져 있어요! 여기요! ......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멀어져간다. 이대로 끝이다. 정말로, 더 이상 이렇게 힘든 일은...
눈앞이 캄캄해졌지만, 어째서인지 의식이 또렷해진다. 캄캄한 세상 속,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는 곳에서 목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피해자한테 사과도 안 하고 자살하는 꼴 보게. "
"내가 웬만하면 명복은 빌어주겠는데 얘는 진짜 안 되겠다. "
"쯧쯧 저질러놓고 죽으면 단가? "
생전에 수도 없이 읽어왔던 악플들이 그를 따라다니며 조롱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낯선 여자가 나타났다. 까만 머리가 부분부분 자줏빛인, 날카로운 눈을 가진 여자였다.
"당신이 죽게 되면 듣게 될 말이예요. 아직 혐의에 대해서는 조사 중인걸로 알지만, 언론은 벌써부터 당신을 가해자인 양 몰아붙이고 있어요. 그리고 피해자인 척 하는 여자를 동정하고 있죠? "
"누구세요? 그걸 어떻게... "
"아아, 제가 누구인지는 차차 알게 될 거예요. 중요한 건, 이대로 죽어버리면 당신은 끝이겠지만 억울함은 풀리지도 않고 영원히 사죄하기 싫어서 도망간 사람으로 남을거예요. 얼마 안 남은 팬들마저 돌아서게 만들 건가요? 적어도 당신이 정말 억울하다면 그것 정도는 풀고 가야 하지 않겠어요? "
"하지만... "
"당신이 무혐의라는 건 저승에서만 밝혀진 상태예요. 이승에서는 여전히 욕을 먹을 거고, 아마 자살 시도로 인해 더 욕을 먹을거예요. 아니, 적어도 유서라든지, 발견된다면 동정표는 받겠네요. "
"...... "
"그럼, 여기서 끝내도록 할까요... 아아, 당신에게 도움이 될 사람들을 알려줄게요. 괴담수사대라는 곳을 찾아가보세요. 아마 거기선 당신을 도와줄 수도 있으니... "
그녀가 날카로운 칼을 들고 와 지금까지 그를 괴롭히던 악플들을 베어버리자, 그는 어딘가로 빨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응급실이었다.
"환자가 눈을 떴습니다! "
"다행이예요, 다행이예요... "
"형! 어떻게 된 거야? 왜 그런... "
그가 눈을 뜨자마자 본 것은 라이트닝 보이즈의 멤버들이었다. 겨우 몸을 일으킨 자신을 보며 다행이라고 하는 멤버들을 본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며칠 후, 몸이 좀 괜찮아지자 퇴원을 한 그는 쓰러졌을 때 만났던 여자가 알려준 괴담수사대를 찾아 갔다.
"여기가... 아아, 맞구나. "
"어서오세요, 괴담수사대입니다. 아, 너는? "
광현을 맞아 준 여자는 그를 아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아이 빼고 인터넷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 아이돌이었으니까. 까만 머리를 하나로 묶은 여자는 광현을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자살 시도까지 할 정도면 심적 고통이 장난 아니었겠구만. 근데 웬만하면 자살은 하지 마. 저승 가서도 좋은 대접 못 받아. 니가 억울해서 죽었든 힘들어서 죽었든, 자기 자신을 죽인거잖아. "
"...네... "
"좋아, 여기까지 온 거 보면 뭔가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모양이군? 근데 지금 오너가 연차를 썼거든... 그러니까 나한테 얘기해봐. "
"저, 사실... 얼마 전에 신문에 났었던 성폭행 사건 말인데...... 그 사건 떄문에 왔어요. 저는 정말로 그런 짓을 한 적도 없고, 피해자라고 주장하시는 분은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
"음... 요는 억울함을 풀어달라는거지? 좋아. 알리바이는 있고? "
"요즘 신곡 발매를 앞두고 안무 연습을 하느라고, 연습실 아니면 갈 데도 없어요. 유하라면 모를까 저는 말주변도 없어서 예능에는 출연하지도 않고요. "
"음... 뭐, 그렇지 않은 기자들도 있지만 소위 기레기라 불리는 놈들이 있어. 바늘을 커다란 침으로 보도하고, 이쑤시개는 나무 기둥으로 보도하는... 쓰레기 중의 쓰레기라고 하지. 엠바고 걸어놓는 것들을 멋대로 보고해버리기도 하거든. 아무튼 좋아. 내가 도와주지. "
"감사합니다. "
그녀는 테이블에 있는 명함을 광현에게 건넸다.
명함을 받은 광현이 돌아가고, 파이로는 애시를 불렀다.
"무슨 일이야? "
"아까 유명한 녀석이 와다갔는데 말이야... 너도 알지, 왜 요새 성폭행 사건으로 기사 난 녀석. "
"응. 걔가 왔었어? "
"응. 그런데 본인은 저지른 적이 없다네. 피해자랑은 아예 만난 적도 없대. "
"으음... 어느 쪽이 거짓인지를 찾아야 하는 거지? 좋아. 그럼 일단 남자 쪽부터 정보를 모아보자. "
파이로는 라이트닝 보이즈의 숙소로 찾아가, 광현이 찾아왔었다는 것과 그 때문에 볼일이 있다는 것을 밝혔다. 그리고 사건이 있었던 그 날 광현이 정말로 연습실에 있었는지를 확인한 다음 CCTV 영상을 확인했다.
"정말로 있었다면,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아니면 단순히 닮은 사람이나 도플갱어일지도. "
"대체 누가 광현이형한테 그런 짓을 한 걸까요...? "
"음... 사실 무대 뒤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방송상으로 보면 너네가 딱히 원한 쌓고 살만한 사람들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
"으음... 저희한테 원한을 쌓을 만한 사람이라...... 그런 분들은 없어요. "
"어찌됐건, 광현이가 결백하다는 건 알겠어. 그럼, 나중에. "
CCTV 영상을 확보한 파이로는 라이트닝 보이즈의 팬클럽, 브라이트의 회장을 만나러 갔다. 광현의 일 때문에 앨범 발매가 무산된 탓인지, 팬클럽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그녀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일단 광현이 결백하다는 건 밝혔어. "
"정말요? "
"응. 사건이 일어았던 시간에 연습실에서 연습하고 있던 CCTV를 확보했거든. "
"감사합니다... "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단 말이야. 누가 그 녀석을 범인으로 몰아간건지... 그리고 어쨰서인지. 내가 볼 떄 라이트닝 보이즈가 딱히 원한을 살 만한 인성을 가진 애들도 아니거든. "
"맞아요, 우리 애들은 성격도 괜찮고 트러블 한 번 없었어요. "
"음... 아무래도 피해자에 대해 알아보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아무튼, 결백은 꼭 밝혀 줄게. "
"감사합니다. "
사무실로 돌아가던 파이로는, 낯선 여자를 만났다. 날카롭고 노란 눈에 군데군데 얼룩진 검은 머리를 한 여자였다.
"아아, 당신이 괴담수사대의 파이로 씨군요? "
"응, 내가 파이로인데. 넌 누구냐? "
"저는 '운'이라고 합니다. 혹시 의뢰인 한 명 가지 않았나요? 요전에 자살 시도를 했던... "
"아아, 맞아... "
"제가 당신들에게 가라고 했거든요. "
"...... "
"그나저나 진척은 어느정도 된 건가요? "
"그 녀석이 결백하다는 건 밝혀졌는데, 누가 뭐때문에 이런 짓을 했는 지 모르겠단 말이지. 그 쪽은 좀 조사를 해 볼 필요가 있겠어. "
"아마 경찰 쪽에서도 피해자에 대한 정보는 주지 않을거예요. 피해자 본인이 찾아오지 않는 이상... 그럼, 바이바이~ "
운과 헤어져 사무실로 돌아와 보니, 먼저 나갔던 애시가 돌아와 있었다.
"어때? "
"별 소득은 없었어. 그 녀석이 사건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시각에 연습실에 있었던 것만 확인된 상태야. 피해자가 누군지 대체 어떻게 밝혀내지... "
"피해자라면 내가 찾아냈어. "
"정말? 어떻게? "
"성폭행을 당했다고 처음으로 SNS에 올렸던 사람의 계정을 찾았거든. 박제까지 해 왔지. "
그녀는 스크린샷을 내밀었다.
"세상에... 이걸 어떻게 찾은거냐...? "
"찾느라 좀 고생하긴 했지... 근데 유난히 댓글이나 인용이 많은 게 있어서 들어가봤더니 이 글이더라고. ...이 시간에 광현은 연습실에 있었다는거지? "
"응. 이제 이 녀석에 대해 추적하면 되겠구만... "
파이로는 계정 주인의 SNS로 들어가 봤다. 장문의 글 외에는 전부 광현의 사진뿐이었다. 그 외에는 딱히 이렇다 할 특이사항도 없는 SNS였다.
"뭐지, 이 녀석... 그나저나 SNS만 통해서는 잘 모르겠군. "
파이로는 스크린샷에 적힌 모텔로 가, 사건이 있었던 시간이 광현이 왔었는지를 물었다. 모텔 주인은 당연히 아니라고 했고, SNS에 언급했던 호수는 아예 없다는 얘기를 했다. 파이로는 해당 시각에 있었던 CCTV 역시 확보했다.
'없는 방까지 만들어서 사건을 크게 만들려던 목적이 뭐지... '
한편, 애시는 광현이 자살했다고 보도했던 기사의 댓글을 보고 있었다. 온갖가지 악플로 도배된 가운데, '전 오빠의 결백함을 믿어요!'라는 댓글이 하나 보였다. 그리고 그 댓글의 주인은 어제 발견했던 SNS 계정과 같은 ID를 쓰고 있었다.
'인간들은 참... 알 수 없단 말이지. '
그녀는 전화기 속으로 들어가 그 ID의 주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들어갔다. 블로그는 오랫동안 안 했는지 방치되어져 있었지만, 야시시하다 못해 수위가 너무 강렬한 팬픽들이 있었다. 그리고 비공개 된 글이 하나 보이자, 그녀는 접근을 시도했다.
'일단 성폭행 당했다고 해서 인기를 훅 떨어트린 다음에, 내가 옆에서 응원해주면 힘들 때 응원해주는 건 너밖에 없다면서 나한테 넘어오겠지? 그럼 광현이는 영원히 내 꺼인거지? '
애시는 비공개 글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럼, 일부러 거짓말을 해 놓고 자살시도를 했다는 기사에 힘내라고 댓글을 단 거야? 그녀의 관점에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상식 밖의 일이었다. 그녀는 이 글도 캡쳐해 저장한 다음 전화기 밖으로 나왔다. 전화기 밖으로 나왔을 때, 마침 파이로가 돌아와 있었다.
"뭐 못 볼 거 봤냐? "
"파이로. 그 SNS 주인 말야... 그 녀석이 거짓맣 한 거야. 일부러 없는 사건을 지어낸거야... "
"뭔 소리여? "
"이거 봐봐. "
애시는 아까 캡쳐해 둔 글을 보여주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자살시도를 했다는 기사에 응원 댓글을 단 저의와, 거짓말로 없는 사건을 만들어 낸 이유까지.
"...... 이거 미쳤네. 아주 제대로 미쳤어. "
"인간들은 역시, 생각하는 것 이상이구나... "
"위치만 알고 있다면 찾아가서 직접 혼내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으니... 딱히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저 녀석과 같은 방법으로 되돌려주도록 하지... "
파이로는 성폭행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기자의 메일로 본인이 확보한 증거와 애시가 찾아낸 것들을 첨부해서 보냈다. 광현은 해당 시간에 다른 곳에 있었으며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모텔에는 간 적도 없고, 아예 그 호실도 없었다는 점을. 그리고 그녀의 거짓말이 계획적이었다는 것과 목적까지.
그리고 다음날, 사건의 판도가 뒤집혔다.
거짓으로 사건을 꾸며내고 많은 사람들을 속인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언론에서는 광현이 무죄라는 증거와 그녀가 사건을 지어냈다는 것을 보도했고, 동시에 소속사에서는 광현에게 심한 악플을 단 사람들을 고소하기로 했다. 물론, 사건을 지어낸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거짓말로 없는 사건을 만들어 낸 계정의 주인은 계정을 비공개로 돌려놓을 정도로 엄청난 악플에 시달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시를 피할 수는 없었다. 비공개로 잠그든, 비공개로 글을 쓰든 그녀는 마음껏 들어가서 열람할 수 있었다. 그녀는 계정은 물론 블로그까지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짓말로 남의 인생을 망가뜨린 대가는 어때요? 이것보다 더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 "
"누, 누구세요? "
"그건 알 필요 없어요. 당신은 굴레에 갇혀버릴 거니까. "
"그, 그게 무슨... "
운은 그녀를 푸른 실로 감았다. 그 순간, 그녀의 귀에 자신을 욕하는 수많은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다가 블로그에 써 왔던 수위가 높은 팬픽들까지 사람들이 밝혀냈고, 그녀가 거짓으로 사건을 만들어 낸 목적이며 나미나 성별까지 전부 밝혀진 상태였다.
"평생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을거예요. 저승에 가거나 정신을 놓기 전까지는 말이죠. 정당한 댓가...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아직도 부족하거든요. 당신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쳤잖아요? "
"그만, 제발 그만해요! "
"아직 시작도 안 했는걸요? 당신이 인생을 망가뜨린 사람 몫, 그 이상으로 겪어보셔야죠? 꼭 이렇게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어리석은 인간들이 있어서 문제란말이죠... "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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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드리갈
2018-11-14 13:37:22
날조선동은 어쩌면 핵무기보다 더 무서울 수도 있어요.
핵무기는 기술적인 장벽 및 상호확증파괴 등의 우려가 있어서 사실상 사용될 수 없는데다 실전에서 사용된 건 태평양전쟁 뿐이지만 날조선동은 누구라도 손쉽게 할 수 있는데다 날조선동의 표적이 되면 일방적으로 망가질 뿐 자행한 장본인은 거의 책임지지 않죠. 게다가 끊이지 않고 지금 세계의 도처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깃털을 뿌리는 건 쉽지만 빠짐없이 다시 줍기는 정말 어려운...
그런데, 이걸 알면서도 쉽게 잊어버리는 게 문제예요.
SiteOwner
2018-11-15 20:35:25
삼인성호...참 무서운 말입니다.
휴전선 쪽에서는 3명이 한 팀으로 근무하게 한다는데, 그 이유가, 2명이면 의기투합해서 월북하기 쉽지만 3명이면 그게 가능해지지 않아 동반월북의 의도가 깨어져서라고 합니다. 이것을 떠올려 보면, 3명의 뜻을 모을만큼 꾸민 꾀는 화약무기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인간의 힘으로는 좀처럼 당해낼 수 없는 맹수인 호랑이나 그 이상의 존재도 날조해 낼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는 의미로도 읽힙니다.
저렇게 날조로 특정인의 명예를 떨어뜨린 뒤에 접근해서 작은 호의를 베풀어 그를 독차지한다...
무섭습니다. 그리고 잔혹합니다.
진짜 저렇게까지 악독하게 생각할 수 있는 근거가 뭔지, 저는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결말 부분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아직 사건을 일으킨 자의 속죄는 시작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비슷한 사건이 하나 있군요. 한 폭력사건을 둘러싼 진실공방, 그리고 특정 세력들의 날조와 밝혀지는 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