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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죠죠] 7번째 스탠드사 : Break Down The Door (4)

앨매리, 2019-05-09 09:32:32

조회 수
164

7번째 스탠드사 : Break Down The Door
(4) 하이어로팬트 그린 1


? ? ? 지난 화까지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 ? ? 꿈 속에서 만난 점술사와 대화한다는 기묘한 경위로 스탠드가 발현한 고교생, 모리히사 모토코는 그녀에게 스탠드를 준 스틸이 경고했던 대로 'DIO의 자객'에게서 습격을 받는다. 첫 번째 자객은 '머더 돌즈'의 인형들. 두 번째 자객은 '벤트 아웃 오브 셰이프'의 스탠드사, 레인보우!

? ? ? 하지만 그들은 모두 모토코의 스탠드, '스페셜즈'에게 박살나 재기불능(리타이어)됐다. 그렇기에 모토코는 '안심'하고 있었다.

? ? ? 전의 그 둘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세 번째 자객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채로…….


? ? ? *


? ? ? 쇠로 된 작은 종이 서로 거세게 부딪치면서 울리는 요란한 소음이 울려 퍼졌다. 매우 요란스러운 알람은 막 의식이 각성하기 시작한 모토코의 고막을 무자비하게 자극했고, 반사적으로 스위치를 눌러 알람을 끈 모토코는 부스스한 머리를 매만지며 흐리멍텅한 목소리로 머리맡의 라디오를 향해 인사했다.

? ? ? "후우……. 좋은 아침, 스틸 씨."

? ? ? 『음, 좋은 아침이다. 모토코, 자네도 잘 잤나?』

? ? ? "다행히도."

? ? ? 라디오에서 명쾌한 아침 인사가 흘러나왔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다듬고 6시 정각을 조금 넘긴 상태의 시계바늘을 흘낏 쳐다본 모토코가 대답했다.

? ? ? 어제 겪은 스탠드를 이용한 전투의 경험이 모토코의 무의식에 무언가 큰 영향이라도 준 덕인지, 알람 시계를 이용했다지만 기상 시간이 아무런 지연 없이 1시간이나 앞당겨진 것은 나름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는 사실, 혹시 모를 DIO의 자객 때문에 낭비될지도 모르는 시간을 어떻게든 줄이기 위한 나름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

? ? ? 아직 잠 기운이 완전히 떨어지지 않아서 정신이 약간 몽롱한 것을 제외하면, 신선한 아침 공기를 들이마신 덕분인지 마치 새로운 팬티…… 를 방금 손에 넣은 새해 아침처럼 상쾌한 느낌이 들었다. 머리를 단정히 빗어내린 모토코는 라디오에 머물고 있는 스틸에게 질문했다.

? ? ? "스틸 씨. 그런데 말이야…… 오늘도 또, DIO의 자객이 온다거나 하지는 않겠지?"

? ? ? 『흠…… 우선 말하자면, 멀지 않은 곳에서 너와 같은 스탠드사의 기운이 느껴진다.』

? ? ? "……설마?"

? ? ? 어제 나타났던 두 자객들, 우선 머더 돌즈는 치사하게도 원격조작형 스탠드였기에 스틸이 본체의 기운을 느끼지 못했고, 두 번째 자객인 레인보우는 숲 속의 공터에서 모토코를 습격한 불량배들이 쓰러지고 나서야 기운이 느껴졌다. 모토코는 그 점을 상기하며 약간 비현실적인 비유이기는 하지만, 마치 게임의 왕도적인 법칙처럼 차례대로 약한 적부터 보낸 DIO가 좀 더 강한 자객을 보낸 게 아닐까 하고 의심했다.

? ? ? 하지만 스틸의 대답은 모토코의 예상을 벗어났다.

? ? ? 『아니, 뭐라 확실히 설명은 못 하겠지만…… 느낌이 다르다. 그는 반드시 네 운명에 크게 관여할 것이다. 그런 확신이 드는군.』

? ? ? "그래도 별 차이는 없을 것 같은데……."

? ? ? 일단 괜히 쫄래쫄래 아무것도 모른 채로 집 밖으로 나갔다가 어제처럼 습격당하는 것은 사절이었기에, 모토코는 우선 겨울 메기처럼 방에서 조용히 만반의 준비를 갖춘 후에 나가기로 했다. 잠옷에서 교복으로 갈아입고, 어제 불량배들에게서 구해준 대가로 남학생에게서 받은 상처약을 깨끗이 빤 손수건과 함께 가방에 넣은 후, 마지막으로 가방의 내용물을 점검하던 모토코는 가방 속의 '어떤 책'을 발견했고, 그 책을 들고 펼쳐서 천천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 ? ? 어제 아침에 폐허가 된 저택에서 발견한 '일기'의 내용을 되짚던 모토코는 의아한 점이 떠오르자, 책상 위에 놓아둔 라디오 속의 스틸에게 질문을 던졌다.

? ? ? "스틸 씨, 묻고 싶은 게 있는데."

? ? ? 『뭔가?』

? ? ? "이 일기장 말이야……. '스탠드 구현의 화살'이라는 것을 연구하다가 어떤 스탠드사한테 살해당했으며, 스탠드의 능력으로 일기를 썼다는 내용이 써져 있어. 그리고, 내가 이 일기장을 주운 곳은 어제의 그 폐허가 된 저택이고. 또한, 스틸 씨는 어제 스탠드에 의해 죽은 영혼의 기억이라고 소개했었지. 이 일기…… 스틸 씨의 일기 맞지?"

? ? ? 『……그래. 맞다.』

? ? ? 스틸은 무덤덤하게 시인했다.

? ? ? 『일단 그 일기가 DIO의 수하, 혹은 다른 사악한 스탠드사의 손에 들어가지 않은 게 다행이로군. 자칫하다가는 그 일기장에 적힌 정보가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니.』

? ? ? "……근데 말이야, 여기 나와 있는 '스탠드 구현의 화살'. 스틸 씨가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이걸 이용하면 타인이 스탠드를 발현시키게 할 수 있어?"

? ? ? 『음……. 사실 너는 굉장히 특이한 경우에 속한다. 내가 네 스탠드를 발현시킨 방법은 그것과 완전히 다르거든. '스탠드 구현의 화살'을 이용해서 스탠드를 발현시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방법이지.』

? ? ? "왜? 설마 그 대가로 목숨을 취한다는 건 아니겠지?"

? ? ? 모토코는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라는 심정으로 농담 삼아 질문했지만, 대답을 하는 스틸의 목소리에는 굉장히 진지하고 묵직한 무게감이 실려있었다.

? ? ? 『비슷하다. 정확히는 화살촉에 상처를 입으면 그 안에 존재하는 바이러스가 상처를 통해 감염되는데, 일반적으로 그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피가 마치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듯한 심한 열병을 앓거나, 온 몸이 케찹 소스처럼 문드러지는 등 아무튼 굉장히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죽는다. 하지만 만약 스탠드 능력의 재능이 있다면, 죽지는 않고 대신 일종의 보상 비슷하게 스탠드 능력이 발현되지.』

? ? ? "……으음, 무슨 공상 과학 소설 같은 얘기네."

? ? ? 『뭐, 애초에 스탠드라는 게 일반적으로 들으면 뚱딴지 같은 소리이니까 어쩔 수 없기는 하지.』

? ? ? 스틸과 대화를 나누면서 일기장의 페이지를 무신경하게 한 손으로 촤르륵 넘기던 모토코는 일기장의 표지와 첫 번째 페이지 사이에 끼워져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종이를 넘기던 손을 멈췄다.

? ? ? 모토코가 발견한 건 나이 차이가 많은 남녀가 찍힌 사진이었는데, 부모와 자식 사이로 추정되는 두 사람은 사이가 굉장히 좋아 보였다. 남자는 달걀 껍데기를 연상시키는 기묘한 모자와 둥근 안경을 쓴 중년의 서양인이었고, 여자는 옆의 남자와 비교하면 굉장히 나이가 어려보였으며 화사한 금발을 곱게 다듬어 단발로 정리했는데, 남자와 마찬가지로 서양인이었다.

? ? ? 모토코는 사진 속의 남자가 지금 라디오에 머물고 있는 스틸일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옆의 여자는 불확실했다. 꼼꼼히 살펴 봐도 여자의 외모 중 스틸과 닮은 구석은 서양인 특유의 이목구비뿐이었기에, 모토코는 고개를 갸웃하며 생각했다.

? ? ? '혹시 스틸 씨의 딸일까? 어머니를 닮았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 ? ? 스틸과 함께 있는 여자는 굉장히 행복에 겨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곰곰히 생각해봤자 두 사람이 무슨 관계인지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이보다 중요한 일이 있기에 모토코는 사진을 원래 있던 자리에 조심스레 끼워넣었다.

? ? ? 일기의 뒷부분은 폭발로 인한 화재 때문인지 불에 타 훼손되어 있었기에 모토코는 일기장을 도로 가방에 넣었고, 시계를 확인하자 약 30분 정도가 지나있었다. 혹시 빼먹은 것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학교에 갈 준비를 전부 마치고 집 밖으로 나가는 길에 부엌에서 수분 보충용으로 냉장고에서 FF 포카리를 챙겼다. 그러는 과정에서 부모님과 언니가 모토코가 어제에 이어 또 일찍 일어난 것을 보고 놀라워한 사실은 여담이었다.

? ? ? 바깥으로 나온 모토코는 학교로 바로 가는 대신 우선 어제 스페셜즈의 능력을 시험했던 공원으로 향했다. 모토코가 공원으로 온 이유는 간단했는데, 만약 어제처럼 또 DIO의 자객이 올 때를 대비해서였다. 공원은 주변이 탁 트여 있어서 적이 모토코를 포착하면 숨을 만한 공간이 없어 자칫하면 모토코가 불리해질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적이 몸을 숨길 공간이 없으므로 모토코를 기습하기 힘들다는 사실과 일맥상통했다.

? ? ? 공원에는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간간히 조깅 또는 다른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지만, 그 수는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일단 지금은 스틸이 말했던 대로 DIO의 자객이 보내는 살기나 적의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에 모토코는 그들을 지나쳐 숲으로 향했고, 어제의 그 공터가 나오자 곧바로 스페셜즈를 불러냈다.

? ? ? "스페셜즈!"

? ? ? "평안한 아침입니다, 주인님."

? ? ? "……오늘은 별 탈 없이 아가씨와 함께 태양을 보는군."

? ? ? "꺄~! 죽여주는 아침이다~! 라고 말하고 싶은 기분인데?"

? ? ? "아침부터 소란스럽군, SP3."

? ? ? "그럼 거꾸로 생각하는 거야, SP4. 떠들어도 된다고 생각하자구."

? ? ? "조, 좋은 아침입니다. 모토코 님!"

? ? ? 어제도 그랬지만 역시나 스페셜즈는 시끌벅적했다. 수다스러운 SP들을 보고 왠지 모르게 피곤한 스탠드가 발현한 것 같다고 생각한 모토코는 공원에 온 목적을 수행했다. 먼저 스페셜즈가 어디까지 이동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 방향으로 스페셜즈를 보내봤고, 모토코의 지시대로 잘 움직이던 중 모토코가 서 있는 장소에서 약 10m를 조금 넘긴 지점에 발을 딛는 순간 갑자기 사라지자 당황해서 라디오의 전원을 켜고 스틸에게 다급하게 질문했다.

? ? ? "스틸 씨! 스페셜즈가 갑자기 사라졌어. 아까까지만 해도 내가 시킨 대로 잘 움직이고 있었고, 다시 불러들인 것도 아닌데 대체 왜……?"

? ? ? 『사정거리를 벗어난 거다. 스탠드마다 각각 고유한 사정거리가 있어서, 그 거리를 벗어나면 능력이 해제되고 스탠드의 소환이 취소되지. 네 스탠드의 사정거리는 10m 안팎, 즉 일반적인 인간과 비슷한 수준이다.』

? ? ? "아, 그랬었지……."

? ? ? 모토코는 어제 스틸이 해준 스탠드의 사정거리에 관한 설명을 떠올리며 납득하고 안도했다. 사정거리를 확인했으니, 다른 것도 확인해보자고 생각한 모토코는 학교에서 하는 체력검사를 떠올리며 스페셜즈에게 이런저런 명령을 내렸다. SP1과 SP4는 이견 없이 모토코의 명령을 묵묵히 실행했지만, SP6는 다른 스페셜즈의 눈치를 보는 것처럼 우물쭈물거리다 SP1과 SP4의 옆으로 쪼르르 달려가 둘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기 시작했다.

? ? ? 다만 SP2는 ─ 복면을 쓰고 있어서 표정이 보이지는 않았다만 ─ 상당히 뚱한 투로 '이런 게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만?'이라고 말하더니 다른 길로 빠져버렸고, 다른 SP들이 운동하는 걸 보며 멀뚱멀뚱 서 있던 SP3와 SP5는 모토코가 한 번 윗몸일으키기를 해보라고 말하자, 나란히 팔짱을 끼며 말했다.

? ? ? "저기, 마스터. 우린 스탠드라 주인님처럼 운동해도 체력은 안 늘어나는데……."

? ? ? "주인님아, SP3 말대로 이런 거 해봤자 우리한테 딱히 효과는 없다구. 우리에게 있어 주인님의 정신력이 체력이나 마찬가지니까."

? ? ? "아……. 맞다."

? ? ? 두 SP들의 말을 듣고 모토코는 '스탠드는 본체인 스탠드사의 상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라는 스틸의 설명을 되새기며 멋쩍은 표정으로 뺨을 긁었다. 일단 딴길로 샌 SP2를 포함해서 모든 SP들을 불러모은 모토코는 공터 구석에 놓여있는 바위들을 이용해 스페셜즈의 완력이 어느 정도인지 실험을 해보았고, 맨손으로 싸우는 SP1과 SP4는 바위를 별로 어렵지 않게 들어올렸지만, 다른 SP들은 SP1과 SP4와 비하면 맨손으로 싸울 때의 파워가 약한지 바위를 들어올리는 데 애를 좀 먹었다.

? ? ? 스페셜즈의 완력을 확인한 후, 모토코는 공터의 구조와 주변 자연물들을 적절히 이용하여 각 SP들의 순발력과 점프력 등도 체크해서 가지고 왔던 작은 노트에다가 '파워는 SP1과 SP4, 순발력은 SP2와 SP3' 등의 메모를 적은 후 스페셜즈를 도로 불러들이고 학교로 걸음을 옮겼다.

? ? ? 학교로 가는 동안, 모토코는 혹시라도 자객이 습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며 계속 경계하는 등 신중을 기했으나 다행히도 등교길에서는 아무 일 없었다. 일단 자객은 어제의 인형들과 불량배와 점술사가 다인 모양이었다. 무사히 교실에 도착한 모토코는 안심하며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제발 평온한 일상을 보낼 수 있기를.

? ? ? 물론, '운명'은 모토코의 기대를 처절하게 배신할 계획으로 가득했다.


? ? ? *


? ? ? 방학 바로 전날이라 그런지 학교 곳곳에서는 활기가 넘쳐 흘렀다. 모두 기대감 어린 표정을 하고서 소란스럽게 방학 동안의 계획을 떠들거나, 혹은 다른 화젯거리를 입에 담았다. 교실 곳곳에서 두런두런 들리는 이야기가 간간히 모토코의 귓가에 박혀 들어왔다.

? ? ? "내일부터 방학이다! 방학 계획 세웠냐?"

? ? ? "물론이지. 우리 가족은 프랑스로 가기로 했어. 프랑스의 요리는 세계 제일!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엄청 맛있다고 하니까 풀 코스로 즐기고 올 계획이야."

? ? ? "오! 굉장한데. 그럼 올 때 기념품 좀 사와라."

? ? ? "허나 거절한다. 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가 기념품을 사와달라고 하는 놈에게 'No'라고 거절해 주는 일이지!"

? ? ? "아니 이 깜찍한 놈이?! 한 번 울 때까지 때려 줄까?!"

? ? ? "야, 야! 농담이야! 맞다, 학교 끝나면 같이 극장 가서 헬레이디 2 보러 가지 않을래?"

? ? ? "이 자식이?! 너 나 엿 먹이려고 작정했지? 그게 얼마나 그로테스크한 호러 영환데!"

? ? ? "아니 어떻게 알았지?!"

? ? ? 어제 오락실에서 모토코와 마주쳤던 남학생 두 명이 서로 투닥거리며 싸워대기 시작했고, 그 둘에게서 조금 떨어진 자리, 즉 모토코와 가까운 자리에 앉은 여학생 두 명은 재잘재잘 수다를 떨고 있었다.

? ? ? "옆 반 애가 신발장에서 러브 레터를 받았더라. 근데 난 '도를 아십니까?' 같은 전단지만 잔뜩 있지 뭐야……."

? ? ? "그만큼 네가 만만해 보인다는 거 아닐까?"

? ? ? "아니 뭐야?!"

? ? ? "농담이야, 농담! 참, 나 아침에 돌계단에서 붉은 머리의 잘생긴 남학생을 봤어. 그림을 그리고 있던 것 같던데."

? ? ? "아, 그 전학생 나도 봤어! 우리 반으로 전학 왔다면 좋았을 텐데. 죠죠만큼 잘생긴 남학생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야~."

? ? ? "……그러니까 네가 인기가 없는 거지."

? ? ? "뭐라고? 이 깜찍한 기집애가!"

? ? ? "참 나,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는 말이 왜 있겠니? 그러니까 우리한테도 좀 다정하게 대해준다고 해서 우리한테만 좋은 게 아니라구. 그 정이 돌고 돌아서 결국에는! 너한테도 돌아간다 이 말이지. 그러니까 서로서로 다정하게 지내자~."

? ? ? "뻥 까지 마!"

? ? ? 씩씩거리던 여학생은 무언가 생각났는지 검지를 들며 말했다.

? ? ? "죠죠 얘기가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아까 죠죠가 보건실에 가는 것을 봤어. 무릎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더라. 척 봐도 아파 보일 정도로 심하게 베였던데. 누구랑 싸우기라도 한 걸까?"

? ? ? "앗, 죠죠……. 괜찮을까? 그치만 솔직히 죠죠가 다른 사람들을 보건실로 보내면 보냈지, 죠죠 본인이 보건실에 가는 건 본 적이 없잖아."

? ? ? "맞아. 죠죠는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면 몰라도, 절대로 본인이 다칠 사람으로는 안 보인다구. 아! 물론 상대가 불량배일 경우에만 다치게 하잖아."

? ? ? 여학생들이 이야기하는 '죠죠'가 누구냐면, 본명은 '쿠죠 죠타로'인 남학생을 뜻한다. 죠죠라는 별명은 쿠죠의 죠와 죠타로의 죠를 붙여서 만들어낸 애칭이다. 죠죠, 그리고 모토코가 다니는 부도 고등학교는 물론이요 마을 전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남학생으로, 머리와 일체화된 듯한 모자, 칼라에 사슬이 달린 독특한 교복과 우람하고 건장하다 못해 압도적인 체격이 실로 인상적이다.

? ? ? 그는 마치 '완전무결' 혹은 '무적'이라는 단어를 구현화시킨 듯한 남자로, 학교와 마을의 불량배는 물론이요 교사들도 함부로 어쩌지 못하는 악명 높은 불량 학생이다. 소문에 의하면 가족 중 한 명이 부동산 왕이며, 그 덕인지 마을에서 손꼽힐 정도로 으리으리한 일본식 대저택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 ? ? 거기다 며칠 전에 불량배 패거리와 시비가 붙었지만 상처 하나 없이 모조리 때려눕히고, 자세한 경위는 알 수 없어도 자진해서 유치장 안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죠죠가 무려 나흘 동안이나 학교에 안 나왔던 것을 보면, 그 이야기는 사실인 듯 했다.

? ? ? "아야야야……."

? ? ? 단지 죠죠가 상처를 입었다는 이야기만 들었는데도, 어제 머더 돌즈의 인형들, 그리고 레인보우와 싸우면서 난 상처가 쑤셔오듯이 아파왔다. 머더 돌즈의 인형들 때문에 얼굴과 팔뚝에 자잘한 상처가 났으며 무릎도 까졌고, 명색이 점술가이면서 기묘하게도 격투가 뺨치는 체술 실력을 보유한 레인보우 때문에 몸 여기저기에 추가로 이런저런 상처가 생기고야 말았다.

? ? ? 부모님과 언니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던 모토코는 불량배들에게 괴롭힘당했던 남학생이 보답으로 준 상처약을 발라서 상처의 존재를 숨겼고, 가족들 몰래 거실에 있는 구급 상자에서 챙긴 반창고를 꺼내 붙였다. 효과가 좋다고 입소문이 자자했던 약답게 자잘한 상처들과 통증은 빨리 가라앉았지만, 아쉽게도 무릎의 상처는 완벽히 회복되지 않았다. 어제의 일을 생각하니까 괜시리 더 따끔거리는 것 같아서, 상처약을 좀 더 바를 겸 나중에도 비슷한 일이 생길 가능성이 높으니 여분의 약과 반창고를 받아와야겠다고 생각하며 모토코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 ? ? "어라? 모모, 어디 가는 거야?"

? ? ? "양호실."

? ? ? 짤막한 말을 남기고 모토코는 재빨리 교실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친구를 쉽게 사귀지 못하는 사실에 고민을 품고 있는 모토코지만, 정작 누군가가 먼저 말을 걸어주면 반갑다는 감정보다 불편한 감정부터 들기에 일종의 자괴감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쌀쌀맞게 대했다며 마땅찮게 여길 거라 생각한 모토코의 예상과는 달리, 모토코가 교실을 나가는 것을 본 여학생들은 모토코의 짤막한 대꾸에 별로 기분 나빠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모모도 다쳤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라는 이야기로 다시 수다를 떨었다.

? ? ? 쉬는 시간이 거의 끝나가서 그런지 복도로 나온 학생들이나 교사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1층에 있는 양호실에 도착한 모토코는 작은 목소리로 실례한다고 말하고서 문을 조심스레 옆으로 밀었지만, 양호실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방과 후가 되기 전까지 계속 상주하는 여의사는 양호실 한가운데에 있는 의자에 앉은 사람에게 말하느라 모토코가 온 것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 ? ? "죠죠, 그 상처는 어쩐 일이니? 설마 또 싸운 건 아니겠지? 모자 벗어야지, 모자. 버릇 없다고?"

? ? ? "저 사람은…… 쿠죠 죠타로잖아……."

? ? ? 모토코는 여의사가 말을 건넨 사람을 보고 흠칫했다. 비록, '소문으로 사람을 전부 판단할 수 없는 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매우 위압적인 분위기를 가진 남학생이 단순히 앉아있기만 하는 것으로 양호실 전체를 짓누르는 듯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 ? ? "선생님~ 죠죠가 싸우다 다치는 거 봤수? 그럴 리가 없잖슴까."

? ? ? "그럼, 그럼."

? ? ? 부도 고등학교의 양호실에 상주하고 있는 젊고 예쁜 미인 양호 교사는 한창 때인 남학생들의 로망을 자극하며 하트를 요동치게 만들었고, 그래서 양호실에는 꾀병을 핑계로 눌러붙으려는 음흉한 목적을 가진 남학생들이 늘 들끓었다. 당장 지금 침대에 세상 편한 자세로 드러누워서 능청맞게 말한 두 껄렁껄렁한 남학생도 그런 부류에 속했다.

? ? ? 죠타로를 포함해서 남학생이 세 명이나 있자, 모토코는 양호실 안으로 들어가는 게 망설여지는 것을 느꼈다. 여의사는 두 불량 남학생들의 말을 듣고 당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힘들게 딱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죠타로에게 장난스럽게 말했다.

? ? ? "호호호, 그건 그렇네. 그럼 넘어졌다는 거 믿어줄게, 덜렁이 씨."

? ? ? "어이, 잠깐. 뭘 할 셈이지?"

? ? ? 죠타로는 여의사가 웃음을 터트리면서 가위를 꺼내드는 모습을 보고 경계하며 물었고, 여의사는 가위를 짤깍거리면서 몸을 숙이고 대답했다.

? ? ? "바지를 자를 거야. 치료를 해야 되니까."

? ? ? "농담 말라고. 차라리 벗겠어. 아까워."

? ? ? "호호, 의외로 섬세하네."

? ? ? 죠타로가 가위를 피하듯이 의자를 밀치며 재빨리 일어나자, 여의사는 죠타로가 마을에서 제일로 불량하다는 소문과는 달리 마치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는 것 같은 모습에 다시 한 번 작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침대에 드러누워 있는 두 불량 남학생에게 짐짓 엄격하게 보이려는지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했다.

? ? ? "그럼 죠죠가 바지를 벗는 동안, 너희들 체온을 재서 꾀병이라는 걸 증명해줄게."

? ? ? "감기라니까요. 조퇴시켜줘요~."

? ? ? 여의사는 체온계를 찾으려고 트레이 쪽으로 시선을 돌리다, 양호실 입구 쪽에 우두커니 서 있는 모토코를 눈치채고 살갑게 말을 걸었다.

? ? ? "어머, 학생. 안 들어오고 거기서 뭐 하고 있니?"

? ? ? "아, 저, 무릎이 까져서 약하고 반창고 좀 받으러 왔어요……."

? ? ? "그러니? 그럼 조금만 기다리렴. 저 두 환자분의 꾀병을 증명해줘야 하니까."

? ? ? 여의사가 갑자기 말을 거는 바람에 흠칫한 모토코는 우물쭈물 양호실에 온 용건을 꺼냈고, 여의사는 마저 트레이를 뒤적이며 체온계를 찾기 시작했다.

? ? ? 여의사가 체온계를 찾는 동안 벨트를 풀고 바지를 벗으려던 죠타로의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모토코가 서 있는 쪽에서도 잘 보이는 위치였기에, 모토코는 죠타로의 주머니에서 떨어진 것이 왠지 그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색상의 손수건임을 보았다.

? ? ? 모토코가 '역시 소문만으로는 사람을 전부 판단할 수 없는 거네.'라는 태평한 생각을 한 순간, 라디오에서 치직 하는 작은 노이즈와 함께 스틸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더니 모토코에게 속삭였다.

? ? ?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네가 대적해야 할 '운명'이…….』

? ? ? "……스틸 씨?"

? ? ? 모토코의 주의는 갑자기 들려온 죠타로의 경악한 목소리로 인해 단번에 스틸에게서 멀어졌다.

? ? ? "이건 뭐냐……!"

? ? ? 여의사가 가위로 바지를 자르려고 할 때에도 계속 유지하고 있던 냉철한 얼굴이 흐트러지고 당황한 표정을 지은 죠타로는 손수건을 펼친 상태였는데, 손수건에 뚜렷하게 써진 글자들은 모토코의 눈에도 똑똑히 보였다.

? ? ? 「쿠죠 죠타로
? ? ? ? ?오늘 안에 널 죽여주마.
? ? ? ? ?나의 스탠드로!
? ? ? ? ?카쿄인 노리아키」

? ? ? "카, 카쿄인?!"

? ? ? "……?!"

? ? ? 스탠드, 오늘 안에 죽여주겠다는 문장, 그리고 죠타로가 내놓은 경악 어린 외침을 조합한 모토코가 어떤 '결론'을 내리기 직전, 방금까지만 해도 능글맞고 태연했던 남학생의 목소리가 공포와 두려움에 질린 목소리로 변질되었다.

? ? ? "서…… 선생님! 뭐 하시는 거예요?!"

? ? ? "히이익?!"

? ? ? 여의사는 뼈가 없는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리며,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무시무시한 손놀림으로 만년필을 거칠게 휘둘렀다. 거센 손짓으로 인해 만년필에서 잉크가 마구 튀어나왔다.

? ? ? "뭘 하냐니……? 체온계를! 흔들어서! 눈금을 원래대로 돌리고 있잖아!"

? ? ? "히익……! 체, 체온계라니…… 서…… 선생님! 그…… 그건 만년필이에요!"

? ? ? "만년필?! 만년필이라고?! 이게! 만년필로 보여?!"

? ? ? 심하게 뒤틀린 목소리로 소리치는 여의사의 모습은 어떻게 봐도 아까 전의 그 여의사와 동일 인물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두 눈은 흰자만 보일 정도로 돌아가 있었고, 눈빛은 흉폭하고 사나운 짐승의 것처럼 사납게 변질되어 있었으며 입가에는 실성한 사람처럼 거품을 물고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서 액체 같기도 하고 고체 같기도 한 녹색의 무언가가 흐르는 강물처럼 소리 없이 여의사의 다리를 타고 올라가 모습을 감추었다.

? ? ? 죠타로, 그리고 모토코의 눈에는 그것이 똑똑히 보였지만 남학생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는지, 둘은 귀신에라도 씌인 것 같은 여의사의 괴이쩍은 행동에 겁을 먹고 그저 벌벌 떨기만 했다.

? ? ? "어쩜! 이리도! 머리가 나쁜 애들일까! 너희 눈에는! 이 체온계가 만년필로 보이니?!"

? ? ? 짐승처럼 괴성을 내지른 여의사가 만년필을 든 손으로 남학생의 눈을 조준하더니…… 이윽고 끔찍한 사태가 벌어졌다.

? ? ? "그럼! 그 눈으로! 잘 보라고──!"

? ? ? 푸욱! 뾰족한 것이 살을 파고들어 꿰뚫는 동시에 튀어나온 액체들이 마구잡이로 섞이면서 끔찍한 소리가 났다. 모토코는 그 장면을 보고 반사적으로 양손을 들어 비명이 터져 나오지 않도록 입을 틀어막았고, 여의사의 짐승처럼 거친 숨소리와 안구를 꿰뚫린 남학생의 처절한 비명이 양호실 안을 채웠다.

? ? ? 여의사는 괴기한 웃음소리를 터트리며 만년필로 남학생의 안구를 마구 쑤셔댔고, 호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그로테스크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자 공포에 질려 완전히 이성을 잃은 옆 침대의 남학생은 침대에서 뛰어내려 뒤도 안 돌아볼 기세로 양호실에서 달려나가 도망쳤다. 여의사가 만년필을 우악스럽게 빼내자 눈을 찔렸던 남학생은 공포와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양호실 바깥으로 필사적으로 기어가며 먼저 도망친 남학생의 뒤를 따랐다.

? ? ? 모토코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잔혹한 일이 눈 앞에서 벌어지자 이성이 마비되어서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세찬 바람에 휘말린 허수아비처럼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여의사는 모토코와 마찬가지로 당혹해서 그 자리에 멈춰 선 죠타로를 다음 희생양으로 삼으려 했다.

? ? ? "죠죠……. 너도 설마 이게 만년필로 보인다고── 할 리는 없겠지?!"

? ? ? 여의사는 험한 일 한 번 안 해본 것처럼 가녀리고 앏은 팔에서 나온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기세로 만년필을 죠타로의 눈에 찔러넣으려 했고, 여의사의 손목을 억지로 붙잡아 뺨이 찔리는 것에 그친 죠타로는 체구가 그보다 훨씬 작은 여의사가 웬만한 장정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의 괴력으로 밀어부치는 것에 당황스러워하며 소리쳤다.

? ? ? "뭐냐, 이 완력! 여자의 힘이 아니야!"

? ? ? 죠타로는 여의사가 돌연 광기를 내비치며 남학생의 눈에 만년필을 찔러넣기 전, 바닥에서 녹색의 무언가가 여의사의 다리를 타고 기어 올라가 사라졌던 장면을 떠올렸다. 침대에서 시선을 살짝 내리면 보이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남학생들이 그 무언가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점에서 그것의 정체가 스탠드라고 추론해낸 죠타로는 문득, 아침에 겪었던 일에 생각이 미치는 동시에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번뜩이는 느낌을 받았다.

? ? ? "카쿄인 노리아키……! 돌계단에서 내 다리를 벤 것도 녀석의 짓인가!"

? ? ? "그 말대로."

? ? ? 창가 쪽에서 죠타로의 외침에 대답하듯이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으며, 얼어붙어있던 모토코도, 힘겹게 여의사를 막고 있던 죠타로도 시선을 창가로 돌렸다. 그곳에는 마치 흘러내리는 듯이 구불거리는 앞머리를 늘어트린 붉은 머리의 청년이 창틀에 앉아있었고, 모토코는 청년의 눈동자가 마치 '칠흑'처럼 빛나고 있는 것을 보고 흠칫했다. 죠타로는 청년을 보고 성난 맹수처럼 사나운 목소리로 고함쳤다.

? ? ? "네놈은──!"

? ? ? "여어, 방금 만나고 또 보는군. 그 여의사에게는 내 스탠드가 달라붙어 조종하고 있다. 내 스탠드를 공격하는 건 그 여의사를 다치게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죠죠……!"

? ? ? 카쿄인은 나무로 된 꼭두각시 인형을 꺼내보이며 죠타로를 조롱하듯이 실을 조작해서 인형을 움직여보였고, 모토코는 머릿속에서 마치 번개가 번쩍이는 듯한 느낌과 잔뜩 긴장해서 딱딱하게 굳어있던 몸이 사르르 풀리는 느낌을 받으며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 ? ? '저 남자가 바로…… 스틸 씨가 말한 내가 '대적해야 될 운명'의 시작!'

? ? ? 여의사를 막는 게 힘에 부치는지 팔이 바들바들 떨리면서도, 카쿄인을 노려보는 죠타로의 눈빛은 한없이 매섭고 백금처럼 흔들림 없이 굳건했다.

? ? ? "네놈, 뭐 하는 녀석이냐!"

? ? ? "말했잖나, 카쿄인 노리아키. 스탠드의 이름은 '하이어로팬트 그린(법황의 녹)'! 난 인간이지만, '그 분'께 충성을 맹세했다."

? ? ? '그 분께 충성을 맹세했다.'는 말을 들은 순간, 모토코는 카쿄인이 언급한 '그 분'이 바로 어제 스틸이 경고했던 DIO임을 눈치챘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인형을 조작한 카쿄인은 인형의 손으로 죠타로를 지목하며 거친 목소리로 소리쳤다.

? ? ? "그렇기에, 네놈을 죽이겠다! 죠타로!"

? ? ? 카쿄인의 말은 모토코에게 한 가지 커다란 확신을 주었다. 역시나, DIO는 그를 따르지 않는 스탠드사를 전부 제거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모토코와 모토코의 가족도 위험하다!

? ? ? 카쿄인이 '평온'을 위협하는 '적'이라고 최종 판단을 내린 모토코가 움직이려고 한 순간, 여의사는 마치 괴수 같은 괴성을 내지르며 죠타로에게 돌진했고 죠타로는 여의사의 입 안에서 두 개의 빛이 나란히 어른거리고 있는 것을 보며 눈빛을 번뜩였다.

? ? ? 카쿄인의 스탠드가 있는 위치를 알아낸 죠타로의 행동에는 일말의 '망설임'이 없었다. 여의사의 머리를 잡은 죠타로는 즉시 그녀의 머리를 과감히 자신 쪽으로 바싹 가져다 댔고, 직후 일어난 일을 보고 모토코는 물론이요 카쿄인마저 흠칫 놀랐다.

? ? ? 즈큐우우웅! 그 갑작스럽고 영문 모를 행동은 곧 죠타로가 이를 악문 채로 입술을 떼면서 의문이 풀렸다. 죠타로의 곁에 장발을 아무렇게나 늘어트리고 잘 다져진 근육질의 몸을 한 고대 로마 콜로세움의 전사처럼 생긴 인간형 스탠드가 나타나 여의사에 몸에서 끌려나온 에메랄드빛 스탠드를 입에 물고 마저 끌어냈다. 끌려나온 스탠드를 본 죠타로가 콧소리를 내며 비아냥거렸다.

? ? ? "선생을 다치게 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끄집어내면, 과연, 들러붙는 것밖에 못 할 볼품없는 스탠드로군!"

? ? ? 카쿄인의 스탠드는 매우 기묘하게 생겼다. 하반신에는 다리 대신 촉수가 있고, 계속해서 흐늘거렸기에 마치 액체가 뭉쳐서 형성된 것 같은 그 스탠드는 새하얀 핏줄 같은 것이 거미줄처럼 몸 전체에 얽혀있었으며 눈동자는 흰자위와 검은자위가 명확히 구분된 죠타로의 스탠드와는 다르게 전부 황금색이었으며 흰자위와 검은자위의 구분도 확실치 않았다.

? ? ? 죠타로의 스탠드가 카쿄인의 스탠드를 강한 힘으로 잡아당겨 여의사에 몸에서 완전히 빼낸 후 징이 박힌 장갑을 끼고 있는 손으로 거칠게 낚아채자, 죠타로는 코웃음을 치며 카쿄인을 조롱했다.

? ? ? "카쿄인, 이게 네놈의 스탠드냐! 색깔도 녹색인데다가 줄무늬도 있으니 마치 빛나는 멜론 같군."

? ? ? 죠타로의 스탠드가 하이어로팬트 그린의 머리에 가하고 있는 억센 악력이 카쿄인에게도 영향을 끼치는지, 표정을 일그러트리면서 자세를 흐트러트린 카쿄인이 힘겨워하면서도 죠타로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 ? ? "억지로 끄집어낸 걸…… 후회하게 될 거다, 죠죠!"

? ? ? 그러나 죠타로의 스탠드가 쥐어짜려는 마냥 하이어로팬트 그린을 붙잡고 있는 손에 힘을 더욱 주면서 카쿄인의 이마 한가운데가 손가락 모양으로 움푹 파였고, 카쿄인이 이마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짧은 신음을 흘리자 바닥에 침을 뱉은 죠타로는 카쿄인을 돌아보며 가당찮다는 투로 말했다.

? ? ? "센 척 하지 마라. 이마에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보인다고. 이대로 네놈의 스탠드를 멜론처럼 으깨면 네놈의 머리도 부서지겠군."

? ? ? 그 말을 실제로 실행하려는지 죠타로의 스탠드가 카쿄인의 스탠드의 머리를 쥐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을 주었고, 머리를 바이스로 마구 조이는 것 같은 고통 때문에 카쿄인은 죠타로에게 대꾸조차 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며 상체를 비틀었다.

? ? ? "좀 세게 조이겠어. 네놈을 영감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겠다. 너를 매우 만나고 싶어하겠지. 나도 DIO라고 하는 남자에게 무척 흥미가 있고 말이야."

? ? ? 'DIO!'

? ? ? 어제 아침에 스틸이 언급한 남자, 그리고 불량배들을 세뇌시켜 모토코를 공격하고 제거하려 했던 사이비 점술가이자 반쪽짜리 스탠드사인 레인보우의 입에서 나왔던 이름이 다시 죠타로의 입을 통해 언급되었다. 모토코는 곧, 아침에 스틸이 했던 '그는 반드시 네 운명에 크게 관여할 것이다.'라는 말이 바로 이 쿠죠 죠타로를 의미했음을 깨닫고 눈을 크게 치떴다.

? ? ? 갑자기 불길한 기운을 품은 바람이 살짝 불어왔다. 그다지 강한 바람은 아니었지만, 성난 것처럼 덜컥거리던 창문이 거칠게 닫혔고, 죠타로는 그 순간 가슴을 관통하는 듯한 꺼름칙한 느낌을 받았다. 심상치 않은 예감은 바로 적중해서, 하이어로팬트 그린의 양손에서 액체가 방울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곧 그 양을 불려갔다.

? ? ? "뭐, 뭐냐?! 녀석의 스탠드에 손에서 녹빛 액체가!"

? ? ? "분명 말했을 텐데, 죠죠. 후회하게 될 거다── 라고!"

? ? ? 카쿄인의 스산한 경고를 뒤따라 하이어로팬트 그린이 손바닥을 마주 대더니 파이프를 돌리듯이 반 바퀴 돌렸고, 개울물처럼 미약한 기세로 흘러 떨어지던 액체가 갑자기 폭포수처럼 세차게 분출되면서 한 점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카쿄인은 스탠드를 조종하듯이 꼭두각시 인형을 움직이며 소리쳤다.

? ? ? "받아라! 나의 스탠드, 하이어로팬트 그린의──!"

? ? ? "묘한 움직임 하지 말라고!"

? ? ? 손바닥에서 분출되는 액체가 완전히 한 점에 집중되자, 하이어로팬트 그린이 손목을 틀며 다시 손바닥을 돌렸고 그 순간 홍수처럼 쏟아져 나온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억세게 분출된 액체는 에메랄드빛 고체 덩어리와 함께 마치 탄두처럼 죠타로를 향해 발사되었다.

? ? ? "에메랄드 스플래쉬!"

? ? ? 죠타로의 스탠드는 재빨리 팔을 들어올리고 교차시켜서 가드 자세를 취했지만, 하이어로팬트 그린의 손에서 분출된 에메랄드빛 고체는 죠타로의 예상보다 강한 에너지를 품고 있었는데다 그 수도 수백은 족히 넘어갔기에 에메랄드 결정은 죠타로의 스탠드의 가슴에 적중하면서 맹렬한 기세로 죠타로와 그의 스탠드를 뒤쪽, 즉 모토코가 서 있는 양호실의 입구로 날려보냈다.

? ? ? "윽……! SP1!"

? ? ? 모토코는 반사적으로 소리 높여 SP1을 불러냈다. 전원 불러내지 않은 것은, 어제 스틸이 해준 '정체를 완전히 파악하지 않은 적에게 네 전력을 모두 드러내지 마라.'는 조언을 무의식적으로 따른 결과였다. 죠타로와 나란히 서면 그의 허리까지밖에 오지 않는 그녀가 죠타로를 부축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했기에, 모토코의 앞에 나타난 SP1은 본체의 명령을 충실히 따라 날아온 죠타로를 받아내고 그를 부축했다.

? ? ? 에메랄드 스플래쉬의 데미지가 강력했는지 입에서 피를 흘린 죠타로는 쉽사리 일어나지 못했고, 죠타로가 날려간 곳으로 걸어온 카쿄인은 갑자기 나타나 죠타로를 부축한 SP1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SP1의 부축을 받고 있는 죠타로를 내려다보며 비꼬았다.

? ? ? "어떠냐? 에메랄드 스플래쉬, 이것이 내 스탠드의 필살기다. '하이어로팬트 그린'의 체액처럼 보인 것은 파괴 에너지의 비전! 네놈의 스탠드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 말은, 네 녀석의 내장은 엉망진창이라는 거지. 그리고, 이 여의사도!"

? ? ? 실이 끊긴 꼭두각시 인형처럼 비틀거리던 여의사의 칠공(七孔)에서 피가 분출되더니 여의사는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스탠드를 제거했음에도 심한 내상을 입었는지 여의사에 몸에서 피가 흘러나와 웅덩이를 이루는 것을 보고, 죠타로가 당혹스러움이 담긴 목소리를 내자 카쿄인은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했던 '내 스탠드를 공격하는 건 그 여의사를 다치게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죠타로를 비웃었다.

? ? ? "내 스탠드는 네놈의 스탠드보다 멀리 갈 수 있지만, 넓은 공간은 싫어하거든. 그렇기에 무엇이든 간에, 대상의 안으로 숨어들어 가고 싶어하지. 그래서 억지로 끄집어내면 분노한다. 따라서 목 내부에서 나올 때 상처를 입힌 거다."

? ? ? 죠타로에게 삿대질을 한 카쿄인은 여의사를 상처입힌 자가 바로 죠타로라고 매도하는 눈빛을 보이며 죠타로를 매섭게 비난하기 시작했다.

? ? ? "네가 나쁜 거다, 죠죠. 네 책임이다. 이건 죠죠, 네 탓이다! 네놈이 한 짓이다!"

? ? ? 연속으로 이어지는 카쿄인의 매도에 죠타로가 고개를 살짝 떨구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자, 순순히 자기 잘못이라고 인정하는 것 같은 그 모습에 카쿄인이 뻔뻔한 태도로 계속해서 비난했다.

? ? ? "처음부터 순순히 죽어줬으면, 이 여의사는 다치지 않고 끝났을 것을……."

? ? ? 호흡을 가다듬기만 하며 아무런 대꾸가 없는 죠타로의 뒤쪽으로 시선을 옮긴 카쿄인은 죠타로를 부축하고 있는 SP1을 보고 스탠드임을 한 번에 파악하고, 죠타로와 죠타로를 부축하고 있는 SP1의 뒤쪽에 반쯤 주저앉아있는 모토코에게 싸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 ? ? "그래, 거기 너……. 너 역시 스탠드사인 모양이군. 섣불리 움직이면 너도 저 녀석처럼 될 거다."

? ? ? "으……."

? ? ? 이성도 감정도 없이 그저 조종당하는 대로 틀에 맞춰 움직이기만 했던 머더 돌즈의 자동 인형들, 그리고 반쪽짜리라 어설프기 그지없었던 레인보우 때와는 전혀 다르게 '적'의 차갑고 살벌한 시선과 아무런 '망설임'이 담기지 않은 살의가 그대로 내려꽂히자, 모토코는 카쿄인이 적이라고 판단을 내렸을 때의 감정을 순식간에 망각하고 몸을 작게 떨며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 ? ? 그 모습은 마치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맹수의 앞에 내던져진,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새끼 사슴 같았고, 모토코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공포'가 그녀의 마음 속에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했다. 카쿄인은 머지않아 공포에 굴복하게 될 모토코의 모습을 보고 소리 없이 비웃음을 흘리며 죠타로를 마저 처리하기 위해 모토코에게서 관심을 일시적으로 끊었다.

? ? ? 그런 모토코에게 무언가를 전하려는지 라디오에서 치직거리는 노이즈가 한 차례 들리더니 스틸의 목소리가 모토코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흘러나왔다.

? ? ? 『다음은 네 차례다. 놈은 DIO의 명령을 받고 그의 편이 아닌 스탠드사들을 하나씩 처리해 왔지…….』

? ? ? "알고 있어……. 이걸로 세 번째니까……. 하지만, 이 정도로 강한 스탠드사까지 보낼 줄은……!"

? ? ? 『모든 건 전적으로 네가 어떻게 맞서느냐에 따라 달렸다. 명심하거라. 스탠드간의 우열 관계는 없다는 사실을.』

? ? ? "알고는 있지만……!"

? ? ?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속삭이면서 스틸에게 대꾸한 모토코는 입술을 깨물었다. 모토코의 스탠드는 일찍이 스틸이 설명했던 대로 군체형이기에, 본체에게 가해지는 데미지는 1/6으로 줄어들고 스탠드체도 6명이나 되지만, 어쩌면 수백을 넘을지도 모르는 에메랄드 스플래쉬를 전부 막거나 모두 부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 ? ? 거기다 척 봐도, 본인이 스탠드사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해서 스탠드의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레인보우와는 차원이 다르게도 카쿄인은 그의 스탠드를 본인의 수족처럼 자유자재로 다뤘다. 이제 막 스탠드를 얻은 모토코가 카쿄인을 이기기에는 역부족, 딱 봐도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를 다 큰 성인 앞에 던져두고 그와 싸워서 이기라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승산은 너무 희박했다.

? ? ? 모토코의 감정이 그렇게 '절망'으로 향해 치닫으려 하는 순간, 죠타로의 손가락이 움찔거리더니 SP1의 팔을 붙잡고 천천히 일어섰다. 에메랄드 스플래쉬로 받은 데미지가 아직 남아있는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웠지만, 이내 꼿꼿하게 선 죠타로는 '백금'처럼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카쿄인을 노려보았다. 카쿄인은 에메랄드 스플래쉬에 맞고서도 일어설 기력이 있는 죠타로의 모습을 보고, 적이지만 감탄스럽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 ? "일어날 생각인가? 하지만 슬프게도 그 행동을 비유하자면 복서 앞의 샌드백. 단순히 얻어맞기 위해 일어선 거다."

? ? ? 그러나 카쿄인의 말에는 죠타로를 노골적으로 깔보는 심정이 섞여있었다. 몇 번 비틀거리며 조금 앞으로 걸어간 죠타로는 피웅덩이 속에 쓰러져 미동도 하지 않는 여의사를 내려다보더니, 시선을 움직여서 다리에 힘이 풀려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 모토코를 슬쩍 보았다. 표정은 여전히 읽기 힘들게 굳어 있었지만, 단단한 백금 같은 어떠한 '의지'가 죠타로의 눈에 깃들어 있었다.

? ? ? 그 의지 어린 굳센 눈빛을 본 모토코의 머릿속에서 여러 생각들이 스쳤다. 승산이 없다고 해서, '평온'을 위협하는 '적'에게, 무고한 타인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해치고, 소중한 이들에게도 그 사악한 손길을 뻗을 가능성이 높은 자에게, 아무 저항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인가?

? ? ? 모토코의 감정이 절망 쪽에서 서서히 선회하기 시작했다. 죠타로는 그의 눈동자에 담긴 의지처럼 주먹을 굳게 쥐고서 입을 열었고, 낮지만 기백이 서린 목소리가 흘러나와 양호실에 내려앉은 침묵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 ? ? "이 쿠죠 죠타로는…… 흔히 말하는 불량배 딱지를 달고 있지. 싸움 상대를 필요 이상으로 때려눕혀서 아직도 병원에서 나오지 못하는 놈도 있다. 머리에 으스대는 것밖에 들어있지 않아 기합을 줬던 교사는 두 번 다시 학교에 오지 않아. 제 값을 못 하는 레스토랑에 돈을 내지 않는 것은 흔히 있는 일상이다."

? ? ? 그 말은 죠타로에 대해 발 없이 떠도는 소문들의 집합이었다. 얼핏 보면 이유 없는 반항이라고 오해할 소지가 다분했지만, 사실 그 소문들에는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죠타로가 '무고한 약자'에게만큼은 폭력을 휘두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 ? ? "하지만, 이런 나도! 구역질 나는 '악'은 안다! 악이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약자를 이용하고, 짓밟는 놈을 두고 하는 말이다!"

? ? ? 죠타로에게서 터져 나온 일갈이 태풍처럼 휘몰아치며 모토코의 마음을 침수시키던 공포를 순식간에 날려보냈다.

? ? ? 그랬다. 그는 남들이 뭐라고 떠들던 신경은 일절 쓰지 않고 우직하게 자신의 '정의'를 관철할 뿐인, '긍지 높은' 남자였다. 잘 생각해보면, 죠타로가 학교에 있을 때면 약자를 괴롭히는 비겁함 놈들은 고개를 제대로 들고 다니지 못하고 맹수 앞의 사냥감처럼 겁에 질린 기색으로 죠타로를 슬금슬금 피해다녔다. 얼마 전에는 교사의 본분을 망각해서 교사라는 직위를 감투 삼아 으스대며 남학생들을 분풀이 대상으로 삼아 마구잡이로 폭력을 휘두르거나, 여학생들에게 성추행을 일삼던 불량 교사가 갑자기 전근을 갔다. 그것만으로도 죠타로가 그의 '정의'를 관철하고 다닌다는 증거가 되기에는 충분했다.

? ? ? "하물며 여자를──! 네놈이 한 짓은 그거다! 아앙?! 네놈의 스탠드는 피해자 자신도, 법률로도 판별할 수 없기에 알 턱이 없지! 따라서──!"

? ? ? 만약 평온과 소중한 이들을 위협하는 적에게 저항하지 않고 아무런 대응을 취하지 않는다면, 적은 옳거니 하고 모토코와 모토코의 소중한 사람들을 단번에 해치울 것이다. 그리고 죠타로의 말대로 증거가 남지않아 판별이 불가능하므로, '진실'은 영원히 어둠 속에 묻힐 것이다.

? ? ? 죠타로는 모자의 챙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더니, 그대로 챙을 훓으며 그의 '정의'가 담긴 선전포고를 던졌다.

? ? ? "내가 심판한다!"

? ? ? 그래, 그렇게 하도록 놔두지 않아! 죠타로의 '심판 선고'을 듣고 답을 내린 모토코의 두 눈동자에 '각오'가 서리면서, 몸의 떨림이 가라앉더니 차가워지는 것 같았던 손발에도 온기가 돌아오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 ? ? 모토코가 전의를 다지는 순간, 카쿄인은 죠타로의 선언이 우스운지 비아냥이 다분한 목소리를 냈다.

? ? ? "악? 그건 아니지. '악'이란 패자이며 '정의'란 승자, 살아남은 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과정은 중요치 않아! 진 녀석이 악이다!"

? ? ? 카쿄인의 등 뒤에서 솟아나듯이 나타난 하이어로팬트 그린의 몸에서 촉수들이 쏘아지며 죠타로를 겨냥했으나, 죠타로는 부상을 입었다고는 믿겨지지 않는 민첩한 몸놀림으로 땅을 박차 촉수를 피하고 스탠드를 꺼냈다. 촉수는 죠타로의 스탠드가 걷어찬 작은 테이블을 동여쥐어 그대로 박살냈고, 어찌된 셈인지 스탠드도 없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죠타로를 붙잡아 구속했다.

? ? ? 모토코는 그 모습을 보고 다리에 힘을 주며 용수철이 튕기듯이 일어섰고, 죠타로를 거미줄에 걸린 나비 같은 신세로 만든 하이어로팬트 그린은 다시금 에메랄드 스플래쉬를 쏘기 위한 준비 자세를 취했다. 포기라도 했는지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는 죠타로를 보고 카쿄인은 비웃으며 소리쳤다.

? ? ? "마무리다, 받아라!"

? ? ? "……진 녀석이 악이라고?"

? ? ? 그러나 죠타로는 전혀 동요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오히려 여유 있게 카쿄인을 비꼬기까지 헀다.

? ? ? "에메랄드── 스플래쉬!"

? ? ? 다시금 하이어로팬트의 그린에 손에서 수백을 넘는 에메랄드가 발사됐고, 동시에 죠타로의 입꼬리가 비죽 올라갔다. 눈 깜짝할 사이 죠타로의 앞에 나타난 스탠드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주먹 쥔 팔을 휘둘러 에메랄드를 부수며 쳐내기 시작했다.

? ? ? "오라오라오라오라! 심판하는 것은!"

? ? ? 하이어로팬트 그린의 에메랄드와, 죠타로의 스탠드가 휘두르는 주먹이 서로 맞닿아 에메랄드가 산산조각나면서 잘각거리는 소음이 연속으로 들려왔다.

? ? ? "나의!"

? ? ? 그러나 제아무리 빠르다 해도, 단 둘뿐인 손으로 수백에 가까운 에메랄드를 모두 부수는 건 불가능했다. 죠타로의 스탠드로는 닿을 수 없는 사각지대를 노리고 에메랄드가 쏘아졌으나,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들이 에메랄드를 산산조각냈다. 카쿄인은 매서운 눈초리로 총소리가 들렸던 방향을 쳐다보았고, SP1이 재장전하고 있는 기관총의 총구에서는 스탠드사의 눈에만 보이는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 ? ? "나의!"

? ? ? 죠타로와 모토코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마주쳤고, 둘은 동시에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이윽고 두 사람의 목소리가 겹쳐졌다.

? ? ? "스탠드다!"




? ? ? ==========
? ? ? 모토코가 일기장에서 발견한 사진은 이 소설에서 모토코가 머더 돌즈의 인형들과 전투를 치른 배경인 폐가의 책장에 있는 일기장을 조사하면 대사 상으로 묘사되는 사진입니다. 게임에서는 그 사진에 누가 찍혀있는지 정확하게 나오지 않지만, 여기서는 스틸과 스틸의 부인(루시 스틸)이 찍혀있는 사진이라고 묘사했습니다.

? ? ? 사실 게임을 엔딩까지 진행해도 이 스틸이 7부의 스티븐 스틸인지는 밝혀지지 않습니다. 더미 데이터 상으로는 스틸이 7부의 인물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대사가 있습니다만, 제작자가 그 데이터를 사용한 이벤트를 넣지 않았기 때문에 7부를 읽지 않았으면 동명이인인 게임의 오리지널 캐릭터라 착각할 수 있습니다.
앨매리

원환과 법희와 기적의 이름으로, 마멘!

4 댓글

마드리갈

2019-05-13 20:43:44

이렇게 쿠죠 죠타로와 카쿄인 노리아키가 등장하네요.

애니에서 이게 상당히 무섭게 묘사되는데, 끔찍한 장면 바로 앞에 가벼운 개그가 나와서 그런지 개그에서 공포로 이행하는 정도가 더욱 깊게 여겨지네요.


승자가 선, 패자가 악...정말 편리하면서도 무서운 말이죠.

앨매리

2019-05-14 12:23:43

원작자가 공포 영화 매니아라서 그런가, 공포스러운 장면 앞에 개그스러운 분위기를 배치시켜 뒤에 나올 장면을 대비시켜서 강조하는 게 마치 공포 영화 같았죠.

카쿄인의 저 대사는 죠타로가 그대로 호쾌하게 한 방 날리면서 되돌려주던데, 그 장면을 보니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속담이 떠올랐습니다.

SiteOwner

2019-05-27 22:29:32

죠죠 3부 애니에서 봤던 그 양호실에서 일어난 유혈참극을 봤을 때의 충격이 연상되어서, 급랭한 창 밖 공기가 더욱 차게 느껴집니다. 애니는 1부부터 계속 보고 있지만, 몇몇 장면은 지금도 보기가 껄끄러운데, 양호실에서의 이 장면도 들어가다 보니 바짝 긴장해서 읽어내려갔습니다.

중간중간의 여러 다른 캐릭터들의 대사가 다채롭군요. 2부에서 루돌 폰 슈트로하임이 했던, 그리고 4부에서 키시베 로한이 했던 대사 등이 변형되거나 그대로 나오거나 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역시 스타 플라티나가 하이어로펀트 그린보다는 위에 있겠다는 게 속성을 생각해 보니 당연한 듯합니다. 플라티나, 즉 백금이 알루미늄의 화합물인 에메랄드보다 더 위에 있으니까 이미 승패는 정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앨매리

2019-05-31 10:10:45

원작자가 공포 영화를 좋아하다보니 죠죠에서도 공포 영화를 연상시키는 섬뜩하고 잔인한 장면이 자주 나와서, 이런 쪽에 내성이 없는 사람은 보기가 힘들어지죠. 피칠갑은 기본이고, 사람이 잔인하게 죽어나가는 장면도 아무렇지도 않게 나와서 애니메이션에서는 TV로 방영할 때 검열해서 내보내는 일이 많던데 그러니까 오히려 더 상상되는(?) 일도 있더군요,

다른 부의 명대사를 슬쩍슬쩍 넣어봤는데 알아봐주시니 기쁩니다.

백금과 에메랄드의 속성 관계를 언급하시니, 차후 나올 실버 채리엇 vs 매지션즈 레드의 속성 관계도 생각났습니다. 은의 녹는점이 900도 이상인데, 압둘이 처음에 감옥에서 죠타로와 만났을 때 강철을 녹여버리는 건 쉬운 일이라는 식으로 언급했던 게 떠오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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