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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죠죠] 7번째 스탠드사 : Break Down The Door (7)

앨매리, 2019-05-15 09:22:33

조회 수
161

7번째 스탠드사 : Break Down The Door
(7) The Crusaders Walk Like An Egyptian 1


? ? ? 몇 년 전의 어느 날에 느닷없이 스탠드가 발현한 후, 기묘한 '인력'이라도 작용했는지 꽤나 인상 깊은 경위를 통해 만난 압둘에게서 스탠드와 스탠드사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죠셉이 무엇보다도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DIO의 주박이, 스탠드라는 형태가 되어 그의 사악한 영혼에 저항력이 없는 홀리의 생명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이다!

? ? ? 죠셉의 할머니, 에리나 죠스타의 마음 한 구석에 평생 가시지 않은 슬픔의 싹을 심었을 뿐더러 죠셉의 아버지인 죠지 죠스타 2세가 사망한 원인과 죠셉의 어머니 엘리자베스(가명: 리사리사)가 아들을 아들이라 부르지 못했던 까닭을 간접적으로 제공하고, 지금은 천국에 있을 에리나의 마음에 아예 확인사살차 대못이라도 박으려는지 죠셉의 조부 죠나단 죠스타의 육체를 빼앗아 뻔뻔스럽게 부활한 것도 모자라, 하나뿐인 딸의 목숨을 가위로 실을 자르듯이 끊어내려는 절망을 선사하는 DIO를 향한 분노에 이성을 잃은 죠셉은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죠타로의 멱살을 거칠게 붙잡고 벽에 틀어박듯이 밀쳤다.

? ? ? 허나, 죠셉과 마찬가지로 홀리에게 닥쳐온 생명의 위기에 동요해서 입술을 떨고 있음에도, 죠타로는 상황을 모르는 제3자마저 오만가지 감정이 뒤섞인 분노에 빠트릴 법한 죠셉의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했지만 전혀 동요하지 않고, 기이하게 여겨질 정도로 침착한 모습으로 자신의 멱살을 붙잡은 죠셉의 손을 붙잡아서 거칠게 떼어내더니 냉정한 눈빛으로 죠셉을 똑바로 쳐다보며 우렁차게 일갈했다.

? ? ? "말해라, 대책을!"

? ? ? 단단한 백금처럼 흔들림 없는 눈동자와 마주보는 것에 이어,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번개마냥 따끔한 일침을 듣고 냉정을 되찾은 죠셉은 머리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홀리를 살릴 유일한 방도를 찾아 헤맸다. 이 세상의 그 어떤 귀한 재보를 전부 준다 해도 절대로 내줄 수 없는 딸의 목숨이, 지금 할 대답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는 죠셉의 눈빛은 한없이 절박했다.

? ? ? "방법은 단 하나……. DIO를 찾아내는 거다! DIO를 죽이고, 이 주박을 푸는 것! 그것밖에 없다!"

? ? ? 어머니를 구할 유일한 방법을 들은 죠타로는 별 말이 없었지만, 그의 눈동자에 한 가지 감정이 각인되듯이 뿌리박혔다. 그것은 빙산처럼 차갑고 고요하지만, 매서운 기세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용암처럼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혀오는 열기를 내뿜는 분노였다.

? ? ? 상황이 일단락되자 죠셉은 신속히 홀리의 방으로 달려가 이불을 깔았고, 이어서 홀리를 안아들고 죠셉을 따라온 압둘이 그녀를 조심스레 이불 위에 눕혔다. 죠타로가 물을 담아오기 위해 욕실로 간 사이, 손님인데도 일을 시켜서 미안하다는 말로 시작한 죠셉의 부탁을 받은 모토코는 죠셉이 설명해준 대로 행동해서 여러 장의 수건을 가져왔고, 죠타로가 큰 대야에다가 물을 받고 돌아오자 죠셉은 곧바로 대야 속의 물에 모토코가 가져온 수건 하나를 적시고 홀리의 이마에 올려놓았다.

? ? ? "……영감. DIO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나?"

? ? ? 죠셉은 죠타로의 질문에 대답 대신 주머니에서 여러 장의 사진을 꺼내들었다. 그가 꺼낸 사진들 속에는 죠타로와 죠셉 못지않게 건장한 체격을 지닌 금발의 남자가 찍혀 있었는데, 사진은 매우 어두웠지만 모토코의 눈에는 남자의 목에 있는 '가시관' 같은 흉터와 목덜미에 있는 '별 모양 반점'이 똑똑히 보였다. 죠셉이 꺼낸 사진들은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고 붙잡아 필름에다 남긴 흔적에 불과했으나, 모토코는 사진에 찍혀있는 남자의 눈을 설핏 보기만 해도 절로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육신의 싹이 박혀있던 카쿄인의 눈동자에 자리 잡고 있던 '칠흑'보다 더욱 어두운 '암흑'이, 남자의 눈동자에 깃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 ? ? "지금까지 몇 번이고 시험해봤지만…… 녀석은 언제나 어둠 속에 숨어 있다. 언제 어느 때 염사를 해도 배경은 어둠뿐. 내 염사로는 녀석의 위치를 알 수 없어……. 이보게, 스틸. 혹시 DIO의 위치에 대해 아는 바가 없나?"

? ? ? 죠셉은 물에 빠진 지푸라기라도 잡는 절박한 심정으로 스틸에게 질문했지만, 돌아온 스틸의 대답은 그의 절망을 한층 가중시켰다.

? ? ? 『……미안하네. 녀석의 소재지에 대해서는 나도 아는 바가 없다. DIO는 철저하리만치 신중한 자라, 사소한 단서 하나라도 허투루 흘리는 일이 없어서 그의 위치를 알아내려는 내 시도는 번번이 좌절되고는 했지. 한 번은 도리어 내 존재가 발각될 뻔 할 적도 있었네. 그때 난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지. 그랬기에 그 이후로 난, DIO의 위치를 추적해볼 엄두조차 내지 못 했어…….』

? ? ? "으음……. 그렇다면 DIO가 웬만해서는 눈치 채기 힘든 스틸의 존재를 알아챘던 것과, 놈이 보낸 자객들이 죠죠와 모토코를 습격했던 일에서 추론해 보건데, 녀석에게는 죠스타 씨의 염사처럼 원거리에서 타인의 위치를 탐지 혹은 역추적 하는 수단이 있는 것인가……."

? ? ? "그래도, 그가 압둘 씨를 놓친 일도 있으니 최소한의 허점은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사진들 중에서…… 뭔가 단서가 될 만 한 건 전혀 없나요?"

? ? ? 압둘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흘린 한탄 어린 중얼거림을 듣고, 죠셉이 꺼내든 사진을 찬찬히 살펴보던 모토코는 압둘을 보며 의문을 표했으나, 압둘은 죠셉보다는 정도가 덜했지만 똑같이 절망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 ? ? "아니, 애석하게도 전무하다. 사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해 조사해왔지만, 이 어둠까진 분석하지 못했다."

? ? ? "어이, 그건 빨리 말하라고."

? ? ? 압둘이 꺼낸 '어둠'이라는 단어를 들은 순간, 머릿속에서 상쾌하게 시원한 무언가가 파아앗 하고 스치는 느낌을 받은 죠타로는 압둘을 살짝 책망하는 말을 하며 손을 내밀었고, 압둘은 그런 죠타로의 행동에 의문을 느끼면서도 들고 있던 사진을 순순히 건넸다. 죠타로가 사진을 들여다보자, 그의 곁에서 고대 로마의 전사 같은 모습을 한 스탠드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사진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 ? ? "어쩌면 그 어둠이란 게 어딘지…… 알 수 있을지도 몰라."

? ? ? 사진을 뚫어지게 내려다보는 죠타로의 스탠드의 동공은 카메라 렌즈처럼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다 무언가를 포착했는지 한 점만을 응시했다. 그의 스탠드와 시각을 공유하던 죠타로는 숙련된 전문가들과 최첨단 기계조차 밝혀내지 못한 어둠 속에서 작은 무언가가 흐릿하게 보이자, 근처에 있는 탁상의 서랍을 열고 연필과 수첩을 꺼내 가져오며 말했다.

? ? ? "DIO의 등 뒤에 있는 공간에서 뭔가를 찾아냈다. 내 스탠드는 뇌에 꽂힌 육신의 싹을 정확히 뽑아내며 탄환을 잡을 정도로 정말하게 움직이지. 스케치 시켜보겠어."

? ? ? 연필을 쥔 죠타로의 스탠드는 죠타로의 말대로 한 치의 군더더기 없이, 사전에 각도마저 전부 계산한 것처럼 명확하고 깔끔한 손놀림으로 사진에서 포착해낸 무언가의 스케치를 그려나가기 시작했고, 죠셉과 압둘과 모토코는 그 정밀함에 나지막이 감탄했다. 잠시 후 죠타로의 스탠드가 스케치를 끝내자, 실사 사진이라고 주장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파리 그림이 완성되어 있었다.

? ? ? "파리다! 뒤쪽의 공간에서 파리가 날아다니고 있었던 건가!"

? ? ? "하지만, 파리 같은 건 아무런 단서도……."

? ? ? "기다려 주십시오! 이 파리, 본 적이 있습니다!"

? ? ? "뭐라고?!"

? ? ? '유레카!'를 외치며 알몸으로 욕탕 바깥으로 뛰어나온 아르키메데스의 심정으로 환호성을 내뱉은 압둘과 달리 죠셉은 겨우 찾아낸 단서가 하찮은 파리 한 마리뿐이자 탄식을 금치 못했으나, 바로 이어진 압둘의 말을 들은 순간 죠셉의 실망감은 햇빛을 받은 눈처럼 녹아 씻겨 내려갔다. 아까와 반대로 이번에는 압둘이 손을 내밀자 죠타로가 스케치를 넘겼고, 스케치를 받아든 압둘은 잽싸게 질문했다.

? ? ? "죠죠, 도감 있나?"

? ? ? "별채에 서고가 있다."

? ? ? "메모 받아가마. 조사하고 오겠습니다!"

? ? ? 장지문을 열어젖힌 압둘은 서고로 부리나케 달려 나갔고, 압둘이 달려 나간 지 좀 지난 후 사전에 미리 타이밍이라도 맞춘 것처럼 홀리가 눈을 떴다. 죠타로가 가져온 물을 한숨에 마신 홀리는 다소곳한 몸짓으로 컵을 내려놓았다.

? ? ? "고마워, 죠타로. 정말, 나도 참 왜 그랬는지. 갑자기 열이 나서 정신을 잃다니……. 모토코는 손님인데도 일을 하게 만들었네. 미안해."

? ? ? "아니에요."

? ? ? "도와줘서 고맙구나, 모토코. 이제부터 나머지는 내가 전부 할 테니 너는 쉬어라. 수건을 이리 다오."

? ? ? 모토코에게 감사를 표하며 그녀에게서 여분의 수건을 건네받은 죠셉은 마치 건드리면 깨질 도자기 인형을 다루듯이 홀리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며 간호했고, 쓰러지기 전과 하나도 다름없는 모습으로 죠셉에게 짓궂은 장난을 친 홀리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겠다며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 했지만, 죠타로는 반사적으로 호통을 쳤다.

? ? ? "움직이지 마! 닥치고 자란 말이야!"

? ? ? 갑작스런 호통에 홀리와 죠셉, 얌전히 방 입구 근처에 앉아 세 사람을 지켜보던 모토코까지 깜짝 놀라자, 죠타로는 모자의 챙을 붙잡아 끌어내리고 홀리의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 ? ? "……열이 가라앉을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거다. 조용히 빨리 나으라고."

? ? ? 죠셉이 조심스런 손길로 눕는 것을 도와주고 이불을 덮어주자, 홀리는 빙긋이 웃으면서 살짝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 ? ? "병에 걸리니까 다들 무척 상냥해지는걸. 가끔은, 감기에 걸리는 것도 괜찮을지도……?"

? ? ? 그러나 홀리는 밀려오는 어마무지한 열기에 말을 잇지 못하고 그대로 맥없이 정신을 잃었다. 홀리의 이마를 짚은 죠셉은 마치 사람이 아니라 난로를 짚은 것 같은 느낌이 들자, 등에 발현된 스탠드의 존재와 스탠드에게 기력을 빼앗기는 상태를 숨기고 남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불덩이 같은 엄청난 고열을 참으면서 애써 괜찮은 척 연기를 하던 홀리의 모습이 망막에 어른거렸기에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 ? ? "죠스타 씨, 그 파리의 정체를 알아냈습니다."

? ? ? 서재에서 한 권의 생물 도감을 가지고 돌아온 압둘은 도감을 펼치며, 죠타로의 스탠드가 사진에서 포착해낸 파리는 이집트 나일 강 유역에만 서식하는 '나일 웨웨 파리'이고, 아스완 댐 건축의 영향으로 그 부근에 대량 발생해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해충이라고 설명했다. 오리무중이던 DIO의 소재지가 단번에 이집트 아스완 부근으로 좁혀지자, 일행을 구름처럼 둘러싼 분위기에 한층 긴장감 어린 열기가 더해졌다.

? ? ? "역시 이집트인가."

? ? ? 그리고 그 무르익은 분위기에 추가로 열기를 끼얹은 건, 압둘의 뒤를 따라 홀리의 방 앞으로 온 카쿄인의 목소리였다. 죠셉은 카쿄인의 말에 담겨있는 확신을 포착하고 질문했다.

? ? ? "역시라고?"

? ? ? "내가 뇌에 육신의 싹이 박힌 건, 3개월 전! 가족과 함께 이집트 나일을 여행하던 때 DIO를 만났다."

? ? ? "너도 이집트에서……. DIO는 왠지 이집트에서 움직이지 않으려 하는 것 같군."

? ? ? 압둘은 그와 마찬가지로 이집트에서 DIO를 만났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카쿄인의 이야기를 듣고, DIO가 이집트에서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고 확정했다. 문지방을 넘어 방 안으로 들어온 카쿄인은 자연스럽게 앞으로의 일정을 물었다.

? ? ? "언제 출발하지? 나도 동행한다."

? ? ? 카쿄인의 동행 선언을 듣고, DIO가 육신의 싹이라는 수단까지 동원해 자신의 편으로 포섭할 정도로 강력한 전력이 추가되자 죠셉과 압둘은 내심 기뻐하는 눈치를 보였다. 다만 죠타로는 두 사람과 대비되게 의문을 표했다.

? ? ? "동행하겠다고? 네가 왜?"

? ? ? "글쎄다, 그게……. 왜 동행하고 싶어졌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단 말이지."

? ? ? 카쿄인의 이마에 박혀있던 육신의 싹을 뽑아낸 후 자신이 했던 말을 어깨를 으쓱하면서 그대로 돌려준 카쿄인을 보고, 죠타로는 한 방 먹었다는 표정을 엷게 짓고 혀를 찼다. 그 모습을 보고 슬며시 미소를 지은 카쿄인은 육신의 싹이 박혀 있던 부분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말을 더했다.

? ? ? "네 덕분에 정신을 차렸다. 단지 그뿐이지."

? ? ? 카쿄인의 동행이 확정되자, 압둘은 현재 홀리가 그러는 것처럼 자신의 스탠드가 해가 되어 고열에 시달린 끝에 결국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못해 사망한 이들을 몇 번이나 보아왔다며 앞으로 홀리에게 일어날 일을 설명했다.

? ? ? 지금 홀리의 스탠드는 등을 뒤덮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홀리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며 하루가 무섭게 자라나 홀리의 몸을 빽빽하게 감쌀 것이다. 스탠드가 원인인 이상 그 어떤 명의도 홀리가 앓는 열병을 고칠 수 없기에, 홀리는 속수무책으로 고열과 각종 질병에 시달리다 혼수상태에 빠져 두 번 다시 눈을 뜰 수 없게 될 것이다.

? ? ? 하지만 그 과정에서 걸리는 시각은 50일, 일본에서 이집트까지 비행기로 날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반나절 가량이므로, 압둘은 40일 하고도 며칠 안에 DIO를 찾아내서 처치하면 DIO의 영혼을 통해 발생하는 죠나단의 육체와 홀리 간의 이음매가 끊어지므로, 홀리를 구할 수 있을 거라며 낙관적인 목소리로 방안을 내놓았다.

? ? ? "그래……. 우리는 홀리 씨를 구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된다……."

? ? ? 설명을 끝마친 압둘은 그의 짙은 눈썹과 다부진 턱선 만큼 뚜렷하고 묵직한 의지가 담긴 눈으로 모토코를 돌아보며 말했다.

? ? ? "모토코, 네게는 우리와 같이 가야 할 의무는 없다. 그걸 강요할 생각도 없어. 하지만…… 지금 우리에겐 스탠드사가 필요하다. 강하고, 정의롭고, 용기 있는…… 그런 스탠드사가…….

? ? ? 이어서 죠셉의 선명한 청록색 눈동자와 모토코의 옅은 녹색 눈동자가 마주했다.

? ? ? "네 힘을 빌려주지 않겠나? 이것은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 우리와 함께, 가지 않겠나? 부탁하네."

? ? ? 운명. 스틸이 언급했고, 다시금 죠셉이 언급한 그 단어가 모토코에게 돌덩이처럼 무겁게 다가왔다. 처음 스탠드가 발현된 순간, 스틸의 설명을 들었을 때 모토코가 '시련'이라고 묘사한 것처럼, '운명'이라는 단어와 압둘과 죠셉이 한 부탁은 육중한 납덩이처럼 모토코의 마음을 거세게 짓누르며 압박했다. 그때는 꿈을 꾸면서 무의식적으로 선택했다고 하나, 스틸에게서 힘을 받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냅킨을 집느냐, 집지 않느냐와 같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 ? ? "전……."

? ? ? 사실은, 이들과 '같이 가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룻밤은 누군가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되기에는 지극히 짧은 시간이나, 홀리는 그 짧은 시간에 모토코한테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를 거의 전부 알려줬다. 어제 한 저녁 식사에서, 홀리는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그녀 특유의 평화로운 분위기로 타인에게 벽을 세우는 기질 탓에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모토코가 세운 벽을 손쉽게 허물어버리고, 그녀의 마음속으로 성큼 들어와 자리를 차지했다.

? ? ? 단지 그것만으로는 홀리가 모토코의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홀리는 모토코의 소중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람이다. 또한 홀리는 죠타로와 죠셉의 소중한 사람이다. 안면이 있는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 죽는 건, 모토코가 원하는 '평온'과는 한참 동떨어진 일이다. 애초에 죽음이라는 개념 자체는 마음을 흩트려 놓고 정신을 괴롭게 만든다. 그리고 그건, 모토코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 중에 어머니와 언니를 떠올리게 만드는 홀리가 죽는다는 사실을 내버려두지 못하게 만들었다.

? ? ? 하지만 선뜻 동행하겠다고 말하기 전, 모토코는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을 떠올렸다. '선조로부터 이어진 악연'이라든가 '피의 숙명' 같이 '사명'을 부여하는 것과는 한참 동떨어진 삶을 살아왔고, '정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투쟁'은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이유로 꺼리며 피해왔기에 뜻하지 않게 나약한 태도를 보여 죠스타 일행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걱정, 이제부터 육신의 싹에 세뇌된 카쿄인보다 더한 적이 올지도 모르니 앞으로의 전투에서 정신적으로 흔들리며 두려움에 떨다 주저앉아버리면 어쩌나 하는 고뇌, 그리고 남자보다 여러 가지로 신경 써야 할 점이 많은 여자이기에 혹시라도 일행에게 많은 폐를 끼칠 점을 걱정한 모토코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 ?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은데요……."

? ? ? "괜찮다. 네가 가진 스탠드사로서의 소질은 매우 뛰어나다. 하루 만에 스탠드의 파워를 그만큼 끌어내는 건 좀처럼 손쉬운 일이 아니니 말이다. 그런 너이기 때문에 우리와 함께 가달라고 부탁하는 거다."

? ? ? "압둘의 말이 맞다. 여태껏 수많은 스탠드사들을 봐왔기에, 스탠드사를 보는 압둘의 안목은 매우 뛰어나지. 그런 압둘이 인정했다는 사실은 네가 지닌 잠재성이 뛰어나다는 보증이나 다름없어. 그러니 너무 염려하지 말거라."

? ? ? 죠셉과 압둘은 거절에 가까운 모토코의 말을 듣고도 벌써 지레짐작에서 실망하거나 초조해하는 기색을 보이는 일 없이, 차분하고 부드럽게 그들이 모토코에게 동행을 제의한 이유를 밝히며 모토코를 신중하게 설득하기 시작했다.

? ? ? "그래도…… 저 따위는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어서, 큰 힘이 되지 못할 텐데……. 내키지도 않을 테고……."

? ? ? 그러나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더 이상의 설득이 통할 여지없이 거절할 것처럼 말을 꺼낸 모토코를 보고 죠셉과 압둘의 표정이 잠시 어두워졌으나, 소리 없이 모토코의 등 뒤에 나타난 SP들은 마치 모토코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떠들기 시작했다.

? ? ? "주인님, 홀리 씨가 걱정된다는 마음을 사실대로 말하셔도 됩니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저들과 주인님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지 않습니까?"

? ? ? "SP1의 말이 맞네, 주인이여. 앞으로 또 올지도 모르는 DIO의 자객은 둘째치더라도, 홀리 씨를 내버려 둘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 ? ? "거기다 사실 아가씨가 같이 안 갈 분위기가 아니니까 말이지……."

? ? ? "그리고 마스터는 부끄럼쟁이니까~."

? ? ? "무, 무엇보다도 모토코 님은 상냥하다구……."

? ? ? "시, 시, 시끄러워. 애초에 부르지도 않았는데, 누가 멋대로 나와서 떠들라고 했어? 당장 들어갓!"

? ? ? SP1과 SP4에 이어 SP2와 SP3, 그리고 SP6까지 눈치 없이 모토코의 본심을 나불나불 늘어놓자 모토코는 홍당무 못지않게 새빨개진 얼굴로 스페셜즈를 노려보며 해충을 쫓듯이 팔을 휘둘렀지만, 애초에 스탠드는 실체가 없기에 팔은 그대로 SP들의 몸체를 통과했다. 그 모습을 보고 킬킬댄 SP5가 본격적으로 모토코를 놀려먹기 시작했다.

? ? ? "주인님아, 설마 부끄러워하는 거야? 응? 같이 가는 사람들이 남자들밖에 없다고 부끄러워하긴~."

? ? ? "누가 부, 부끄러워한다고? 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 안 들어가?!"

? ? ? "에헤헷, 그치만 주인님 얼굴을 보라고~. 빨개! 참치 뱃살보다 더 빨갛다고!"

? ? ? "……더워서 그런 거야. 더워서."

? ? ? SP5의 장난기 어린 지적을 듣고 움찔한 모토코는 SP들의 시선을 피하더니,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어물쩍 변명을 내놓았지만 애석하게도 SP5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SP5의 장난기에 휘발유를 끼얹은 격이 되었다.

? ? ? "덥긴 뭐가 더워? 지금이 여름이기는 해도 땡볕이 내리쬐는 것도 아니고, 거기다 지금 불어오는 바람이 아주 시원하다구."

? ? ? "……가끔 기분 탓 때문에 더울 때도 있는 거야."

? ? ? "뻥 까지 말라고, 주인님아~."

? ? ? 실실거리는 SP5의 반박을 듣고 방금 내놓은 변명이 개한테도 안 먹힐 핑계라는 사실을 자각했는지 모토코의 얼굴에 떠오른 홍조의 농도가 더욱 진해졌고, 모토코는 홍조를 감추기 위해 고개를 슬며시 숙이면서 손바닥으로 양쪽 뺨을 가렸다. 그 모습을 보고 SP5는 신바람 나서 더 놀리기 시작했다.

? ? ? "주인님아, 계속 부끄러워하네? 주인님 입으로 직접 솔직하게 말할 때까지 안 그만둘 거야? 계속 괴롭힐 거라구?"

? ? ? "SP5, 논점에서 이탈하고 있다. 넌 잠깐 물러서 있도록."

? ? ? "에이……."

? ? ? 계속 이렇게 가다간, 주인을 설득하기 위한 대화가 해가 져도 안 끝날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린 SP1이 눈을 표표하게 빛내며 일시적인 축객령을 내리자, SP5는 툴툴거리면서도 순순히 그 말을 따랐다. SP5가 방관자 대열에 합류하자 모든 SP들은 일제히 모토코를 바라보았고, 그 시선을 받으니 이리저리 흔들리던 마음의 천칭의 흔들림이 안정되면서 한 쪽으로 치우치는 느낌을 받은 모토코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지켜보던 SP1의 입으로 보이는 부분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 ? ? "주인님, 지금 선택의 때가 왔습니다. 스탠드사로서 마주해야만 하는 '투쟁'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외면하고 부정하며 제자리에 머물러 있느냐를 정하는, 결정의 때가……. 저희는 주인님이 어떤 선택을 내리더라도, 이의를 제기하는 일 없이 모든 명령을 충실하게 따를 겁니다. 주인님을 따르고 지키는 것, 그것이 저희가 주인님의 스탠드로 존재하는 이유니까요."

? ? ? SP1의 말은 바위에 스며드는 물처럼 고즈넉하면서도 힘이 있었으며, 자석처럼 듣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담겨있었기에 모두 입을 굳게 다물고 SP1에게 주목하게 만들었다.

? ? ? "하지만, 이 말만큼은 꼭 하고 싶습니다. 투쟁을 '내일'로 미루기만 해서는, 그 내일은 결코 오지 않을 겁니다. 투쟁의 길을 걷겠다고 '각오'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일을 지금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 ? 말을 끝낸 SP1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다른 SP들과 함께 나란히 섰고, 그 누구도 모토코의 선택을 재촉하거나 하는 일 없이 시간은 고요히 흘러갔다.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와 이름 모를 새의 울음소리만이 저택을 지배했고, 길고 가늘게 이어지던 새의 울음소리가 끊기자 마침내 모토코의 입이 열렸다.

? ? ? "내일, 이라……."

? ? ? SP1의 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되풀이하는 모토코에게 더 이상 번민은 남아있지 않았다. 스틸의 말대로, 스탠드라는 이름의 '냅킨'을 집은 시점부터 운명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페셜즈'가 나타나자마자 '머더 돌즈'의 인형들이 습격했던 점에서 추론컨대, DIO나 그의 부하들은 모토코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근거가 없기에 그다지 신빙성 있는 추론은 아니었지만, 어쩌면 그들이 모종의 이유로 모토코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육신의 싹에 조종당한 카쿄인이 습격하기 전까지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기는 해도, 모토코는 죠타로와 같은 마을에 살고 같은 학교에 다니니 말이다.

? ? ? 거기에 더해서, 만약 죠스타 일행과 함께 이집트로 가지 않는다면 DIO의 자객들이 얼씨구나 하고 계속해서 습격할 것은 명백하고, 그들의 악한 손길이 모토코의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안 뻗친다는 보장도 없는데다가, 애초에 자객에게 습격당한 그 순간부터 모토코가 바라는 평온한 일상은 이미 물 건너간 것이다. 무엇보다도 모든 일의 원흉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 자객들이 계속해서 습격해올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 ? ? 그렇다면 평온한 일상을 되찾고,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방법은 단 하나, DIO가 무슨 수를 사용하기 전에 그를 쓰러트리는 것!

? ? ? "주~인님아~. 설마 또……."

? ? ? "……알았어, 알았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되잖아."

? ? ? 모토코가 뭐라고 말할 낌새를 보이는 틈을 타 또 SP5가 눈을 장난스럽게 빛내며 더 짖궃게 나올 기세를 보이자, 마음 속에서 SP5의 장난기에다 두 손 두 발 다 든 모토코는 항복 의사를 표시하며 마침내 본심을 드러냈다.

? ? ? "전…… 홀리 씨가 죽게 절대로 내버려 둘 수 없어요. 또한, DIO 때문에 제 주변의 소중한 누군가가 죽는 일은 절대로 겪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이런 저라도 좋다면, 여러분과 같이 가겠습니다."

? ? ? 우물쭈물 거리다 마침내 결심을 굳힌 표정으로 동행 의사를 밝힌 모토코를 본 죠셉과 압둘의 표정이 다시금 밝아졌고, 두 사람은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연달아 감사를 표했다.

? ? ? "고맙군, 모토코. 진심으로 감사한다. 그리고 힘든 결정을 하게 만들어서 미안하구나. 앞으로 필요한 게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바로 말해다오. 내 힘이 닿는 데까지 도와주도록 하마."

? ? ? "모토코, 정말 고맙다. 우리와 함께 가겠다는 네 결정에 정말로 감사한다. 앞으로 잘 부탁하마."

? ? ? 카쿄인은 육신의 싹에 세뇌 당했었다고 해도, 양호실에서 그가 모토코에게 했던 협박이나 공격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기에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 ? ? "조종당했었다고 하지만, 너에게 몹쓸 짓을 했군……. 앞으로의 여행에서, 그 빚을 꼭 갚을게. 모토코."

? ? ? "……신경 안 써. 애초에 모든 일의 원흉은 DIO고, 너는 그 흡혈귀한테 이용당한 피해자였으니까. 정 빚을 갚겠다면, DIO를 쓰러트리는 걸로 갚으면 돼."

? ? ? "하핫……. 맞는 말이네."

? ? ? 스페셜즈에게 놀림당한 게 아직도 마음에 남아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모토코는 약간 뚱한 표정으로 대꾸했고, 육신의 싹에 지배당했을 때 저지른 만행들을 떠올린 카쿄인은 모토코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며 너털웃음을 흘렸다. 둘 사이에 오간 짧은 대화가 끝나자, 죠타로가 모자를 푹 눌러쓰며 말했다.

? ? ? "……미안하게 됐다. 말려들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만약 위험한 일이 생기면 너 혼자라도 재빨리 도망가라고."

? ? ? "……별로, 널 도우려고 이러는 건 아니야. 단지 흥미가 생겨서 같이 따라가는 것뿐이지……. 일단은."

? ? ? 스페셜즈가 모토코의 본심을 까발렸으니 순순히 그렇다고 인정해도 될 법한데, 단지 흥미가 생겨서 따라가는 것뿐이라는 똥개한테도 안 먹힐 핑계를 대자 죠타로는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었다.

? ? ? "아가씨, 그건 아니지. 이럴 땐 '허나 거절한다. 이 모리히사 모토코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도망치라는 녀석에게 「No」라고 말하는 것!' 같은 말을 해야 폼이 난다고."

? ? ? "……."

? ? ? "……."

? ? ? SP2가 불쑥 끼어들어 초를 쳤고, 모토코와 죠타로는 모두 할 말을 잃었다는 표정으로 SP2를 바라보았다. 죠타로는 SP2를 보며 '어떻게 해야 앞으로 이 녀석을 얌전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토코를 보고 한숨인지 헛웃음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면서 한 소리 했다.

? ? ? "쳇. 앞으로 어떤 험한 일을 당할지 모르는데……. 상당히 자신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바보인 건지. 너, 왠지 알 수 없는 녀석이군."

? ? ? "마음대로 생각해."

? ? ? 감탄 아닌 감탄이 담긴 표현인 바보라는 말을 들은 장본인은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어깨만 으쓱했는데, 정작 그 말에 발끈하며 버럭 소리친 건 엉뚱하게도 SP3였다.

? ? ? "마, 마스터를 바보라고 부르다니……! 죠죠, 너 임마! 잘난 척 꼴 떨지 말라고!"

? ? ? "참아라, SP3."

? ? ? "SP1! 너 임마, 그런 말 듣고도……!"

? ? ? "딱히 도발도 아닌데, 일일이 감정 소비해봤자 피곤해지기만 할 뿐이다."

? ?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넌 마스터가 바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도 가만히 있을 생각이야?"

? ? ? "그냥 지나가는 말에 일일이 반응하지 말라고, SP3. 애초에 주인님도 그냥 넘기셨는데 우리가 화를 내봤자 뭐하겠나."

? ? ? "밥맛 없어지겠지!"

? ? ? "얌마……."

? ? ? SP1와 SP3가 옥신각신 다투기 시작했지만, 그 소리에 짜증이 난 모토코가 서늘한 눈초리로 째려보자 SP1는 움찔하고 SP3는 깨갱하며 얌전히 되돌아갔다. 모토코가 다른 SP들도 되돌리자, 죠셉은 미동도 않고 누워있는 홀리의 옆에 앉아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며 다정히 속삭였다.

? ? ? "홀리, 반드시 구해주마……. 걱정할 필요는 하나도 없어……. 반드시 기운을 차리게 해주마. 그러니 안심하렴. 마음 푹 놓고 있으면 돼."

? ? ? 카쿄인은 핏기가 없어 창백한 홀리의 얼굴을 보고 근심이 담긴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 ? ? "죠죠의 어머님, 홀리 씨라는 분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시는 분이군요. 곁에 있으면 마음이 놓입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뭐하지만, 사랑을 한다면 그런 기분이 들게 만드는 여성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늘 건강했으면 하고, 따스한 미소를 보고 싶은 사람이……."

? ? ? 카쿄인의 말은 마치 모토코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가 홀리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담고 있었다. 말을 이을수록, 죠스타 일행이 맞이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 즉 50일 내로 홀리를 구하지 못한 상황이라도 떠올랐는지 카쿄인의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홀리의 머리를 애정 어린 손길로 쓰다듬어주던 죠셉은 굳은 의지가 담긴 표정으로 일행을 보며 소리쳤다.

? ? ? "시간이 없다! 준비가 끝나는 대로 바로 출발하도록 하자!"

? ? ? 본인이 여행에 동행하겠다고 단언하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모토코의 가족들에게 한 마디 말도 없이 데리고 일본을 훌쩍 떠나버리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사실은 물론이요 남의 귀한 딸을 사전에 아무 말도 없이 멋대로 데려가는 민폐를 함부로 끼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죠셉은 모토코를 보며 말했다.

? ? ? "모토코, 너는 출발하기 전에 준비할 것이 많겠구나. 집으로 돌아가서 필요한 것을 준비하고 다시 여기로 오거라. 가족들한테는…… 전부 설명할 수 없겠지. 일단 말을 맞춰놓도록 하자. 적당히 이집트 여행이라고 둘러대는 것이 좋겠다. 그래……. 방학인 김에 친구네 가족과 함께 여행 삼아 국제 캠프에 다녀온다는 말도 괜찮겠구나."

? ? ? "네. 저도 그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럼 다녀올게요."

? ? ? 그럴싸한 핑계라고 생각한 고개를 끄덕인 모토코가 여행 준비를 최대한 빨리 끝내기 위해 재빠르게 쿠죠 저택에서 나간 후, 죠셉은 카쿄인에게도 모토코에게 했던 것과 비슷한 말을 건넸다.

? ? ? "카쿄인, 자네도 가족들에게 연락해야 하지 않겠나?"

? ? ? "……아니오, 부모님께 이 이상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습니다."

? ? ? 카쿄인의 단호한 거절을 듣고, 죠셉은 앞날이 불투명한 여행길을 떠나는데도 하다못해 모토코처럼 둘러대는 말이라도 전하지 않으려는 카쿄인을 보고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지만, 카쿄인이 워낙 확고하게 나온 탓에 그 이상 참견하지 않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 ? ? ==========
? ? ? 부제목의 유래는 죠죠 3부의 부제인 스타더스트 크루세이더즈, The Bangles의 곡이자 죠죠 3부 애니메이션 1번째 엔딩인 Walk Like An Egyptian입니다.
앨매리

원환과 법희와 기적의 이름으로, 마멘!

4 댓글

마드리갈

2019-05-15 14:30:35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최대한 냉정을 유지하는 죠타로와 와병중에도 여유있는 태도를 보이는 홀리의 모습을 보면서, 죠타로가 절대로 마구잡이로 살아오지 않았으며 홀리 또한 훌륭한 아들을 키워냈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할아버지의 시대로부터 계속 자신의 가문을 괴롭혀 온 디오에 대한 분노를 최종목표로 집중시키는 죠셉에서 연륜이 느껴지기도 하고...


생면부지의 땅인 이집트로 가려는 결정은 누구라도 하기 힘들겠죠. 게다가 모토코에게는 더욱 그럴 거예요. 3부 애니에서는 그 여정이 남자들만의 여행이었는데 얼마나 힘든 일이 많았는지도 잘 드러났고, 도중에 앤이 합류하긴 했지만 결국 어느 산골의 공항에서 비행기에 태워 고향으로 돌려보낸 것까지 생각하면.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니 이제 남은 것은 싸워 이기는 것밖에는 도리가 없을 거예요. 이렇게 대장정이 시작되네요.


그런데 카쿄인의 태도가 마음에 걸리네요. 이미 자신은 돌아갈 수 없다는 운명을 이미 직감하고 있었던 걸까요.

앨매리

2019-05-17 17:36:09

홀리가 생사의 기로를 넘나드는 와중에도 집에 왔다는 묘사가 전혀 없는 것이나 죠타로의 과거 묘사에서 아버지인 사다오의 모습이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사다오는 뮤지션이라는 직업상 생각보다 집에 잘 안 들어오는 일이 많은 것으로 추측되는데, 죠타로가 반항적이고 불량배가 되어버렸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정의로운 인물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혼자서 죠타로를 키워낸 홀리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자객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습격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이국, 그것도 목숨을 거는 여행을 가겠다는 결정은 보통 정신으로는 내리기 쉽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스페셜즈의 설득이 없었다면 한참 동안 고민하다 거절했을 가능성도 있겠죠.

DIO와 싸울 때 카쿄인의 독백을 보면 육신의 싹에 세뇌되어서 아마 부모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죠타로의 학교로 갔던 것 같은데, 이집트로 떠난다는 이야기도 안 했던 것 같다고 생각되더군요. 부모님에게 괜히 DIO 이야기를 해서 마음 고생 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라도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듭니다.

SiteOwner

2019-05-29 22:15:00

죠타로의 의연함이 3부 애니에서보다 더욱 잘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후 다니엘 J. 다비와의 도박에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냉정함과, 어머니 홀리의 영혼을 걸면서 디오의 스탠드의 비밀을 요구하는 과감함이 발휘되는데, 그 때의 그 기개가 그냥 나온 게 아닌 것임이 여기에서 잘 드러납니다.


카쿄인 노리아키는 아예 이 때부터 자신의 여생을 디오를 쳐부수는 데에 바치겠다는 각오를 한 것 같습니다.

나중에 진시황이 되는 진왕 정을 암살하러 길을 떠나는 자객 형가가 연상되었습니다.

앨매리

2019-05-31 10:27:23

개인적으로 죠타로는 역대 죠죠 중에서 죠르노와 더불어 제일 냉철한 죠죠라고 생각됩니다. 죠타로도 그렇지만 죠르노도 당황하는 장면이 손에 꼽을 정도인지라...

카쿄인의 각오는 원작에서 카쿄인이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 생각해보면 비장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17년 동안 고독하게 지내다가 평생 지속될 우정을 겨우 50일간만 나눴다는 게 참 짠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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