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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coon City] 10화 - 진실

시어하트어택, 2019-06-06 08:19:26

조회 수
122

일행 모두가 대통령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대통령은 책상에서 시가를 피우다가 그들이 오는 것을 보고 껄껄 웃으며 일어났다.
“드디어 나오셨군. 너희들이 바로 비사원들의 우두머리인가?”
“무슨 소리인가. 지금까지 쓰러져 간 소외된 자들을 대신해 당신을 단죄하러 온 건데. 그리고 여기 비사원만 있는 건 아냐. 정사원도 있다.”
그러나 그 정사원 중 한 명은 대통령을 보자마자 머리를 싸매고 앓는 소리를 냈다.
“으... 으...”
“아니, 이게 누구신가? ‘초인 프로젝트’로 탄생한 이민우 1등위가 아닌가?”
그 순간이었다. 이민우의 머릿속에 이전과는 다른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그는 어딘가에 묶여 있었다. 머리에는 전극이 수십 개 붙어 있었고, 끊임없이 전기 자극이 주어졌다. 계속 그런 기억이 반복하여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다. 그는 드디어 뭔가를 알아낸 듯했다.
“당신... 어째서...”
이민우가 힘겹게 말을 뗀다.
“왜... 나를 그렇게 만들었지? 왜 거짓 기억을 넣은 거지?”
그 순간, 대통령 집무실 전체에 충격파가 퍼졌다. 집무실에 있던 모두, 심지어 대통령까지 포함해서 모두가 잠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는 이제껏 그 어느 때도 느끼지 못했던 강력한 분노를 느꼈다. 얼마 후, 대통령이 가장 먼저 자리를 털고 나서 말했다.
“극비 실험이었다. 경비대의 모든 임원에게도 비밀로 할 필요가 있었지. 순전히 내가 입안하고, 주도한 것이다. 말하자면 너는, 시제품이지.”
“뭐라고? 시제품? 내가 어디 짐짝같이 보이나!”
“그렇게 4개월 동안 온갖 실험을 거치고 아무도 모르게 경비대로 돌려보내서 실험해 봤는데... 결국 너도 실패작이군 그래. 자기 정신을 완벽히 제어하지 못하는데 성공작이라 할 수 있겠나. 내가 여기서 확인했으니 당장에 폐기처분해야겠군.”
“뭐? 폐기처분? 나는 정사원 신분이다!”
자신도 모르게, 이민우는 ‘정사원’이라는 말을 꺼낸다.
“하하하, 정사원? 자격도 없는 것이 어디서 ‘정사원’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가. 그리고, 정사원이고 뭐고 상관없다. 국가란 하나의 거대한 기계와 같지. 그 기계를 돌리는 데 있어 조금이라도 오류가 있으면 국가는 망가지지. 그 오류를 어떻게 해야 하나? 바로바로 제거해야 한다. 국가라는 거대한 기계를 돌리는 데 있어 오류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 바로바로 제거되어야 한다.”
“잠깐! 그건 경비대, 아니 대정 전체에서 그렇게 증오하던 타타리아의 독재자 브루넬 파슨스와 같은 것이 아닌가?”
“물론 공식적으로는 우리는 타타리아를 적국으로 보고 있지. 하지만, 그들에게서 배울 좋은 점도 있지. 때에 따라서는 두 가지 관점을 동시에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지. 타타리아는 한 지도자의 영도 아래 일사불란하게 국가가 돌아간다. 오류는 모두 제거되고, 모두가 하나로써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도 궁극적으로는 그것을 지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류는 없어야 한다. 내가 말한, 오류가 제거되어야 한다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물론 저 뒤에 있는 비사원 찌끄러기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 말이지.”
뒤에서 최세미가 말했다.
“우리가 왜 찌끄러기냐? 우리는 인간이다! 너희 같은 놈들의 도구가 아니란 말이다!”
대통령이 말했다.
“비사원들과는 말을 섞지 않는다.”
오주원이 그에게 총을 겨누었다.
“대답하라! 대답하지 않으면 쏠 것이다.”

“비사원 놈들이 감히 날 잘도 협박하는군. 훗, 좋다. 비사원들은 오류 정도가 아니다. 누구나 18세가 되면 사원 적합성 검사를 한다. 거기서 떨어진 자들은 정사원이 될 자격이 없는 자, 즉 살 가치가 없는 자들이다. 즉, 너희들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너희들의 위치에 맞는 삶을 제공하는 것이다. 비사원들이 현재 그렇게 사는 건 자신들이 자초한 것이다.”
“우리도 비사원들을 벌레 보듯 하는 당신은 존재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존재 가치가 없다고? 천만에! 나는 공정한 투표로 뽑혔다. 그리고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데 가장 적합하기에 이 자리에 오른 것이다.”
그 때 이민우가 말했다.
“그 투표는 사실 1인 1표가 아니라 1주 1표야. 주식은 모두 신주의 GT그룹이 가지고 있지. 외국의 재벌에게서 뽑혀서 온, 정당성도 없는 자의 말은 들을 필요도 없어.”
“내가 너희들의 말을 받아 주느라 시간이 너무 흘렀군. 이제 죽을 시간이다.”
그는 대기 중인 경비대원을 호출하려 했다. 그러나 이민우가 말했다.
“지금 대기 중인 경비대원들은 우리를 못 죽인다. 오히려 우리를 돕겠지.”
“대통령 경호대! 뭐 하는가! 어서...”
하지만 대통령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이민우는 그를 가만히 응시했다.
‘우리를 여기서 즉시 나가게 하고, 우주선을 제공해 이 행성에서 나가게 하라.’
대통령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지지 않겠다는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폈다 했다. 조금 후, 대통령은 입을 열어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 아... 알겠다. 그렇게... 하라! 아래서 대기중인 경비대원들! 여기서 20여 명이 내려갈 것이다. 그들을 중남부 우주기지까지 호송해서 40인승 우주선에 태우도록!”
동료들은 모두 안도의 얼굴색을 비췄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본사 건물 아래서 대기하고 있던 경비대원들은 머리를 갸우뚱하면서도 그들을 중남부 우주기지까지 호송했다. 그들이 경비대원들의 호송을 받으며 중남부 기지로 갈 때쯤, 대통령은 그들이 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이민우... 제법이군. 네놈이 내게 정신조종을 구사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꼼짝없이 당했군. 그러나...”
한편 중남부 우주기지에서는 이민우, 오주원, 정성훈 및 함께 한 반체제 인사들 전부가 탑승을 완료했다. 우주선은 무인 조종이 가능했고 인공지능으로 움직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기세등등하던 대통령이 우리를 순순히 보내 주다니...”
“큰 도박이었습니다. 대통령의 정신력은 대단한 수준이었습니다. 그 자리까지 올라오려면 정신력이 보통 사람들 이상이어야 했을 겁니다. 그런 정신력의 인간을 조종한다는 건 보통 쉬운 게 아닙니다.”
“그런데 왜 대통령을 안 죽였나?”
“저희가 대통령을 죽였으면 저희는 아마 살아나가지 못했을 겁니다. 나오면서 보셨죠? 경비대원들이 건물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경비대에 있으면서 들은 바로는, 대통령의 뇌파로 작용하는 폭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대통령이 불의의 사고로 죽거나 하면 작동되는 그런 것 말이죠.”
“민우야. 하나만 얘기할게. 넌 너무 강해. 때때로 그걸 조절할 필요도 있을 것 같아.”
우주선은 문이 닫히고 이제 이륙 준비를 모두 마쳤다. 곧, 대기권 이탈용 엔진에 불이 들어오더니 우주선이 상공으로 수직으로 상승했다. 대기권을 완전히 벗어나는 데는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윽고 우주선의 엔진이 점점 기하급수로 가속되기 시작했다.
“지긋지긋한 대정, 그리고 이 행성이여, 안녕...”
“지금 그렇게 인사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우리는 일단 이 행성을 탈출했어.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건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그 때였다. 계기판에서 뭔가 신호가 올렸다.
“이상한데? 무슨 기계 고장이라도 있나?”
“아닙니다. 뒤에 무인기 6대가 우리를 추격 중입니다. 이대로라면 2분 안에 따라잡힙니다.”
“젠장, 겨우 그놈들로부터 탈출했는데 죽을 판이라니! 우주 공간에서 불귀의 객이 되는 거 아냐! 대통령이라는 그 작자가 끝까지 우리를 죽이려 그러는군!”
“민우 씨, 이 상황을 좀 설명해 줄 수 있겠어? 대통령은 바로 그때, 민우 씨가 완전히 지배했을 텐데...”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대통령은 정신력이 강해서 저도 완전히 지배하지는 못했습니다. 완전히 지배했으면 말이 바로 나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게 좀 이상했습니다. 하지만 저 무인기는 생물이 아니라... 저걸 어떻게 해야...”
그 때였다. 이민우의 여자친구가 나섰다.
“제가 저 무인기들을 따돌려 보죠. 이래봬도 보안 관련 부서에서 일했거든요.”
곧 그녀가 계기판 아래의 자판에 대고 자판을 몇 번 두드렸다. 곧 계기판의 화면에 무인기의 정면, 측면, 후면 등의 그림이 뜨고 일련번호 같은 것이 나왔다. 그중에 무인기의 머리 쪽을 터치하자, 무인기의 인공지능 정보에 대해 자세히 나왔다.
“시간이 없겠어! 저게 이제 우리 눈에도 보여!”
“한 50m 안까지 온 것 같은데...”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계속 자판을 두드렸다. ‘암호 재설정 중’ ‘명령 재설정 중’ 등의 메시지가 몇 개 뜨더니, 곧이어 ‘설정 완료’라고 떴다. 그러자 그들을 추격하던 무인기들 중 선두에 섰던 3대가 거짓말처럼 오던 길을 돌아서 갔다. 그리고 뒤따라오던 무인기들에 돌진했고 그대로 모두 폭발했다.
“10년 감수했군. 만약에 미나 씨가 조금만 더 늦었어도 우리는 우주 공간을 떠돌아다니는 귀신이 될 뻔했어. 미나 씨, 정말 고마워.”
“솔직히 이번 암호 재설정은 도박이었어요. 제가 암호만 몇 년을 붙들고 있었기는 한데, 저렇게 어려운 건 처음이었거든요.”
완전히 그들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것을 알자, 오주원이 동료들에게 말했다.
“이제 안전한 것 같으니, 내가 제의를 하나 하지. 우리, 잠깐 윤영훈 씨에 대하여 묵념하자고. 윤영훈 씨는 우리와 함께하다 우리가 보는 앞에서 갔어. 우리가 잊으면 안 되잖나.”
그들은 잠시 묵념을 했다. 묵념이 끝나자, 뒷자리에 있던 정성훈이 이민우에게 물었다.
“그런데 민우 씨, 이제 우리 어떻게 할 건가?”
“여기서 약 3000광년 정도 가면 ‘마토로’라는 행성이 있습니다.”
“마토로?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은데..”
“행성 대부분이 ‘마토로 공국’의 지배하에 있지.”
오주원이 말을 꺼낸다.
“마토로 공국은 주민에 대한 폭정을 행하고 있어. 대정 못지않게 말이지.”
“그리고 거기에 대한 기술이전을 행해 주는 곳이 어딘지 아십니까? GT그룹입니다.”
“그래... 우리의 새로운 목표가 정해졌군.”
오주원은 그 목표가 뭔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훗날을 도모하는 데는 그곳보다 좋은 곳은 없네. 크기 면에서는 비교할 수 없지만 대정과 마토로는 공통점이 많거든. 만약 그곳에서의 거사가 성공하면, 분명히 대정에 남아 있는 우리 동지들, 그리고 시민들에게도 고무가 될 테고.”
“혹시 거기에 조력자가 될 만한 사람은 있습니까?”
“아, 있지.”
이민우의 질문에 최세미가 바로 말했다.
“‘사카타’라는 지하에서 활동하는 반체제 운동가인데, 아마 우리가 마토로에 도착하면 그와 접선하게 될 거야.”
“뭐... 예상은 했었지. 원래 반체제 운동가들끼리는 일종의 네트워크 같은 게 있으니까... 좋아. 여기 워프 엔진 같은 건 있겠지?”
“네, 있네요. 지금 가동할까요?”
워프 엔진이 가동되었다. 우주선은 비틀리는 공간 속으로 그대로 사라졌다. 그들이 가고자 하는 미지의 세계... 그들은 그 미지의 세계로 첫발을 내디뎠다.

- <Tycoon City>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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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개정판(?)도 완결을 지었습니다. 몇 년 전에 이 소설을 쓴 이후 설정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추어 바꾸느라 신경을 쓴 게 많았습니다.

다음에 연재할 작품은 이른바 <초능력 시리즈>가 아닌, 다른 작품이 될 예정입니다. 여기서 앞으로도 나올 개념 하나가 있어서 그걸 대략적으로라도 설명하고 넘어가야 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여담으로 이 작품도 뭔가 후속작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이를테면 '마토로 혁명기'라든가요.

다시 한번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2 댓글

마드리갈

2019-06-07 20:28:02

자신이 만든 실험품에게 어이없이 역습당한다...

급전개된 감이 없진 않지만, 아무리 정교하게 다듬어지고 오류가 없다고 자신하더라도 결국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는 시사하는 게 많아요. 그리고 그 대통령 또한 예외는 아니었고...인간이 목적이 아니고 수단인 사회의 한계겠죠.

이제 GT그룹의 마수가 뻗친 또 다른 곳으로의 모험이 시작되겠네요. 그래서 Tycoon City는 끝이자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 될 것도 보였어요.


개정판 완결을 축하드려요. 그럼 이전의 것도 이번의 개정판과 비교해 가면서 읽어봐야겠어요.

SiteOwner

2019-06-18 22:43:30

철저히 기능주의적인 세계군요.

게다가 동양사에서 특히 잘 보이는 역성혁명의 결과가, 타도했던 전 왕조의 부패상을 잘 닮는 것.

어차피 대통령에게는 비사원들은 필요없을 것이고, 저렇게 반란을 일으킨 세력의 수장 이민우와의 정신력 대결에서 대통령은 최선의 합리적인 결론을 내렸을 것 같습니다. 이민우에게 완전히 꺾이지는 않았지만 영향을 안 받았다고도 단언은 할 수 없겠습니다.


개정판 완결을 축하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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