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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째 스탠드사 : Break Down The Door
(12) 세인츠
? ? ? 죠스타 일행이 체크인한 호텔 최상층의 스위트룸. 모토코나 스페셜즈가 봤다면 눈이 휘둥그레지거나 돈은 항상 옳다는 괴상한 주장을 펼치며 난리법석을 피웠을 법한 호화찬란한 가구가 가득했지만, 차분한 색조의 분홍색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묶고 여덟 살 내지 열 살 정도로 보이는 자그마한 체구의 여자아이는 방의 화려한 모습에 관심을 일절 보이지 않고 고급스러운 커튼을 손으로 붙잡아 걷은 채로 사람들이 먹이를 찾아 헤엄치는 물고기 떼처럼 분주히 움직이는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 ? 유리창 하나를 경계선으로 두고 격리된 세상에서, 운명이라는 이름의 어항 속에 갇힌 자는 유리창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대지와 바다를 누비는 사람들일까, 아니면 유리창 안의 좁디 좁은 방에 숨어있다시피 한 아이일까? 그 답을 낼 수 있는 사람은 현재를 살아가는 자들 중에서는 아직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그 시간에 했던 모든 행위와 벌어졌던 모든 사건을 평가하는 시기는 현재가 과거가 되고 과거가 역사로 기록된 후였으니 말이다.
? ? ? "……뭔가 이상해, 벨링."
? ? ? 만약 누군가가 유리창 바깥을 향한 여자아이의 눈빛을 봤다면 '대체 무슨 고민을 하고 있길래 저 귀여운 아이가 저렇게 깊은 생각에 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라고 생각할 것이다. 반면 눈치가 빠른 사람이 봤다면 보통 맑고 순진할 눈망울이 전혀 아이답지 않게 깊고 기이하고 불투명한 느낌이어서 위화감을 느끼다가,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어떤 추측에 섬찟한 불쾌감을 받고 몸서리치며 아이에게서 멀어질지도 모른다.
? ? ? "왜 그래, 앨리샤?"
? ? ? 그리고 사람들이 위화감을 느끼는 데에 추가로 한 몫을 더하는 건, 어린아이를 대하는 사근사근하지만 일방적으로 배려하는 태도가 아니라 동갑내기 어른을 대할 때처럼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놓는 태도로 앨리샤에게 말을 거는 SPW 재단의 로고가 수놓아진 검은 모자를 쓴 남자, 벨링이었다.
? ? ? "그 비행기에서, 그레이 플라이…… '타워 오브 그레이'의 스탠드사 때문에 많은 희생이 나야 했어. 정확히는, 그럴 '운명'이었지."
? ? ? "그래. 그러고 보니, 원래 죠스타 일행과 타워 오브 그레이의 충돌이 발생하는 건 공항이 아니라 이륙한 비행기 안이었고, 거기다 조종사들은 타워 오브 그레이와 하이어로팬트 그린의 격전이 벌어지기 전에 이미……."
? ? ? 앨리샤의 말을 듣고 원래 알고 있었던 '사실'을 나열하던 벨링은, 과학자가 자신의 철석같이 굳건한 이론을 증명하던 결정적인 연구가 기반부터 잘못됐다는 사실을 지적당했을 때 지을 법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 ? ? "뭔가 이상해. 그만큼의 '운명 에너지'를 조달한 시간도 수단도 없었을 텐데, 그 비행기의 조종사들과 다른 승객들은 아무도 죽지 않았어. 원래의 운명대로 된 건 그레이 플라이, 그리고 죽음이라는 '진실'에 도달하지 못하는 '그 남자'뿐이야. 그 남자는 운명에 의도치 않게 끼어들었으니 예외라 쳐도, 뭔가 이상해."
? ? ? 앨리샤가 이상하다는 점을 두 번이나 강조하자 벨링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 ? ? "……나중에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지도 모른다는 징조인 걸까?"
? ? ? 앨리샤는 참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 ? ? "모르겠어. 내 스탠드가 통제불능이기는 하지만, 막무가내로 운명 에너지를 뽑아내는 느낌이 드는 건 아냐. 스틸 씨가 이야기했던 '7번째 스탠드사' 말고도 한 명이 더 죠스타 일행에 추가된 시점에서부터, 아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 뭔가가 완전히 '탈선'한 느낌이야……."
? ? ? 제발 좋은 조짐이었으면 좋겠군. 벨링은 말이 씨가 된다는 동양의 격언대로 한 글자라도 허투루 말하면 불행이 눈사태처럼 쏟아져 내리는 것을 두려워하듯, 말을 삼켰다.
? ? ? *
? ? ? 후레우의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혼쭐내는 임무를 훌륭히 완수한 스페셜즈는 꽁지가 빠져라 줄행랑을 친 후레우를 흉내내며 잔뜩 야유하고 미국의 어떤 석유왕처럼 쿨하게 퇴장했다. 후레우가 걸음아 나 살려라 하는 기세로 도망친 방향을 황당함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던 모토코는 스틸에게 말을 걸었다.
? ? ? "저번에 '스탠드의 세계'는 '남자의 세계'처럼 냉혹하다고 했었지? 근데 저런 바보가 도대체 어떻게 스탠드의 세계로 굴러들어왔는지 모르겠네."
? ? ? 『……그러게나 말이다.』
? ? ? 스틸도 모토코의 의견에 긍정을 표하기 전에 짧은 침묵으로 황당함을 드러냈다. 스탠드를 악용해서 애꿏은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바보를 혼내주는 목적은 잘 달성했겠다, 바로 일행과 약속한 집합 장소로 갈지 아니면 좀 더 거리를 구경하다 갈지를 고민하며 머리카락을 매만지던 모토코의 귀에 낯선 목소리가 닿았다.
? ? ? "호오? 후레우를 쓰러트리다니, 겉보기와 달리 보통이 아니군."
? ? ? 모토코는 설마 새로운 스탠드사인가 싶어서 목소리가 들린 쪽을 재빨리 돌아보았다. 옷맵시가 좋은 검은 양복을 입고 짙은 선글라스를 쓴 가무잡잡한 피부의 남자가 건물 벽에 기대어 서서 모토코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느와르 영화에서나 나올 작전을 모의하기에 딱 좋은 을씨년스럽고 음침한 분위기가 묻어나는 골목에 서 있는 모습보다, 깔끔하고 세련된 비즈니스 호텔 로비에서 고객에게 사업 계획을 설명해주는 모습이 더 잘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모토코는 선글라스에 가려졌음에도 자신을 보는 시선에 흥미가 섞인 남자에게 경계심을 드러내며 날카롭게 물었다.
? ? ? "……누구?"
? ? ? "뭐, 그냥 뒷골목의 흔한 브로커니까 너무 경계하지 마. 후레우 녀석, 뒷배도 없는 주제에 바윗덩이 좀 날려대는 것만 믿고 설치던 참이라 윗선에서 조만간 손 좀 봐줘야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는데, 마침 아가씨가 딱 알맞은 때에 와서 혼쭐을 내줬더군."
? ? ? "윗선?"
? ? ? 모토코는 허투루 넘겨선 안 될 것 같은 느낌의 단어가 나오자 귀가 솔깃해지는 것을 느꼈다. 남자는 뒷골목의 필수 소양(?)인 포커페이스가 아직 미숙한 모토코를 쳐다보다 어깨를 으쓱했다.
? ? ? "이 바닥에서 후레우는 조무래기에 불과해. 윗선…… 이라기보다는 상사라고 해야 되나, 두목이라고 해야 되나. 아니, 직접적인 상하관계를 맺은 게 아니니 그냥 의뢰주 내지 알선자라고 하는 게 맞겠군. 이 근방에서 경호 임무를 맡은 프리랜서 보디가드가 있는데, 생뚱맞은 사람이 현장에 오면 위험하다는 이유로 후레우에게 이 근처에 사람들이 오지 않도록 막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후레우 녀석이 기고만장해서 그 보디가드가 하지 말라고 지적했던 짓만 쏙쏙 골라서 했던 거야. 그 녀석, 조만간 후레우에게 본때를 보여주려고 자기 일이 끝나길 벼르고만 있었지."
? ? ? 남자의 말을 들어보니, 의뢰주인지 알선자인지 하는 사람은 자신이 부탁받고 하는 일에 지장이 가지 않는 방향으로 후레우를 부려먹으려 했는데 통제가 제대로 안 된 모양이었다.
? ? ? "그 보디가드, 지금 어디 있지?"
? ? ? "어? 왜? 찾아가려고? 내 앞쪽에 나 있는 골목이 현장으로 들어가는 길이니까 바로 직진하면 된다만……. 아가씨, 그 녀석은 이 업계에서 나름 유명한 베테랑이야. 혹시 후레우 관리 못한 책임 따지러 갈 거면 그만두는 걸 추천해. 여자라고 봐 주는 일 없거든."
? ? ? "상관없어."
? ? ? "뭐, 어찌 되든 난 모른다."
? ? ? 모토코가 단호하게 나오자 남자는 어깨를 으쓱이며 뒤로 물러났다. 그의 말을 따라 바로 직진해서 골목으로 들어가 조금 걷자 건물 옥상의 각도가 절묘하게 기울은 덕분인지 햇살이 직접적으로 내리쬐는 넓찍하지만 휑해서 황량한 느낌의 공터가 나왔고, 공터 중앙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모토코는 후광처럼 빛나는 햇빛 속에 서 있는 남자를 보고 순간 르네상스 시대에 그려진 성화(聖?)를 떠올렸다가, 남자의 복장을 보자 바로 김 새는 것을 느꼈다.
? ? ? 먼 옛날, 전국시대의 닌자처럼 두건을 쓰고 복면을 두른 기묘한 차림의 남자는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서 고요하지만 투지가 느껴지는 눈빛으로 모토코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남자의 눈은 독특하게도 흰자위 부분이 블랙홀처럼 모든 빛을 빨아들일 기세로 아주 새까맣지만, 육신의 싹에 세뇌당했던 카쿄인이나 죠셉이 염사한 사진 속 DIO의 눈동자와 달리 눈빛은 아주 선량했다. 그는 활동에 편리하게 착 달라붙는 민소매 옷을 입어서 맨팔이 드러나 있었는데, 팔뚝뿐만이 아니라 옷 표면으로도 드러난 근육이 꽤 탄탄하게 다부진 모습으로 보아 꾸준히 단련을 했거나, 아니면 저절로 단련될 정도로 많은 수라장을 거쳐온 것 같았다.
? ? ? 『모토코, 내가 느꼈던 스탠드사의 기운은 이 자의 기운 같다. 하지만 DIO의 자객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군. 기분 나쁘거나 차갑고 어두침침한 기운이 아니야. 반대로 아주 맑고 상쾌하고 따스한 느낌이다.』
? ? ? 추가로 스틸이 확신을 담아 아주 조그맣게 속삭인 말까지 더해지자, 모토코는 자신을 지긋이 쳐다보던 남자에게서 흘러나오는 투지 때문에 전신의 근육이 긴장되는 것을 느꼈다.
? ? ? "호오……. 네가 후레우를 쓰러트린 스탠드사로군. 내 이름은 유타, 원래 후레우를 응징하는 건 내 몫이었는데 대신 해줘서 고맙다."
? ? ? 하지만 남자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모토코의 예상에서 벗어나는 감사 인사였다. 모토코는 작게 손사래쳤다.
? ? ? "아니, 뭐……. 일단은 그 녀석이 나쁜 짓 한 것도 있지만, 나한테 괜히 시비를 건 게 괘씸한 것도 있어서. 그렇게 감사받을 일은 아니야."
? ? ?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일이지. 그나저나…… 좋은 눈을 가지고 있구나. 나는 각지에서 경호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강자를 찾아다니고 있다. 어떠냐, 이렇게 만난 김에 한 번 나와 겨뤄보지 않겠느냐?"
? ? ? 유타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대신 모토코를 말없이 계속 쳐다보았던 이유는 상대의 눈빛을 훓어보고 실력을 가늠해보며 탐색하기 위함이었다. 세계 방방곡곡을 정처없이 떠돌고 보디가드 일을 하면서 수많은 인간 군상을 겪은 그는 눈이 마음의 거울이라는 말대로, 다른 사람의 눈빛만 봐도 상대가 선한 자인지 악한 자인지를 가리고 무(武)나 스탠드와 관련됐다는 판단이 나왔을 시에는 한 사람 몫을 하는 전사로서 얼마나 단련되었는지를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본 모토코는 아직 햇병아리 스탠드사에 불과했으나 눈빛 속에 얼핏 '황금' 같은 찬란한 긍지가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았으며, 무궁무진한 성장의 가능성도 엿보여 한 명의 스탠드사로서 보일 앞날이 기대되었다.
? ? ? "겨루다니, 갑자기 대체 무슨……."
? ? ? 모토코는 유타라고 자기소개한 남자가 여태까지 상대한 스탠드사들과 정반대로 정정당당하게 결투를 신청하자 당황했다. 지금까지 겪은 스탠드사들은 비겁하고 치사하게 자기는 먼 곳에 꽁꽁 숨은 다음 부서져도 ─ 금전적인 손해를 제외하고 ─ 별 손실이 없는 인형들만 잔뜩 보내서 애꿏은 사람을 공격하거나, 엉뚱한 사람들을 단체로 세뇌해서 물량으로 포위하고 밀어붙여서 끝장내려고 하거나, 자기 손 안 더럽히는 방법으로 아무 관계없는 제3자까지 한꺼번에 몰살시키려는 치 떨리는 수법만 사용했었다. DIO의 자객들이 저지른 만행을 하나씩 되짚어보던 모토코는 갑자기 '스탠드의 세계'의 앞날이 어둡다는 생각이 들면서 시야가 흐려지는 것을 느끼고, 눈을 깜박여 소란 피우는 스페셜즈만큼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냈다.
? ? ? "주인님, 저 역시 마찬가지로 저 자가 DIO의 자객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저 눈빛…… 보아하니 아무런 조건 없이 순수하게 전력을 다해서 기량을 겨루기만 해도 만족스럽다고 생각할, 호승하고 긍지 높은 전사들만이 보이는 눈빛이군요."
? ? ? 심상치 않은 투기를 느끼고 주인의 곁으로 나가야 한다고 판단했는지 SP1이 모토코의 뒤쪽에서 슬그머니 나타나 귓가에 대고 소근거렸고, 그를 본 유타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 ? ? "주인의 부름 없이 스스로 나와서 말을 거는 스탠드라……. 흥미롭군. 수많은 스탠드를 봤지만 자아를 지닌 스탠드는 처음이다. 더더욱 승부할 의욕이 나는군."
? ? ? 모토코는 이 결투 신청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고민했다. 지금까지 겪은 일을 되짚어 보니, 스탠드를 얻은 과정부터가 직접 심사숙고해서 선택했다고 보기에는 애매했다. 자다 깬 비몽사몽한 상황에서 느닷없이 들린 목소리가 스탠드를 불러내라고 독촉하더니 너는 스탠드사가 되었으므로 앞으로 DIO의 자객들이 습격할 거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내리질 않나, 그리고 실제로 스탠드를 얻은 이후 거친 사건 대부분은 모토코의 의사와 상관없이 적이 습격해서, 아니면 스틸이 인도하는 대로 따라갔다가 휘말린 일이었다. 모토코 스스로 생각해서 선택을 내린 경우는 동네 불량배들을 세뇌해서 조종한 레인보우와 싸우러 간 것, 쓰러진 홀리를 구하기 위해 죠스타 일행과 함께 이집트로 떠나는 것, 그리고 현지인과 관광객 가리지 않고 행패를 부리던 후레우를 혼쭐 내주는 것 정도였다.
? ? ? 그동안 식물처럼 평온한 삶을 추구하며 투쟁이나 싸움 같이 스트레스를 불러 일으키는 일을 피했고, 각오를 다지는 일과도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스탠드를 얻기 전과 같이 무턱대고 싸움을 피하기만 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걸 몇 번의 싸움을 거치면서 잘 알게 되었고, 그리고 이후에도 그랬다가는 홀리의 목숨이 걸린 중한 상황인데 짐덩어리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이 정말 스틸이나 SP1의 말대로 순수한 선의로 실력만 보려는 것인지, 아니면 사실 DIO의 자객이거나 그와 관련이 있는데 철저하게 숨기고 정보를 캐내려고 하는 것인지 의심이 들었지만, 지금까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좋아. 한 번 붙어 보자."
? ? ? "다시 한 번 소개하지. 내 이름은 유타. 그냥 지나가던 경호원이다."
? ? ? "……나는 모리히사 모토코. 마찬가지로 그냥 지나가던 고등학생이야."
? ? ? 고등학생이라는 말을 듣고 모토코의 나이를 많게 잡아봐야 중학교 1학년 내지 2학년이라 생각했던 유타의 눈동자에 잠시 당황한 기색이 스쳤으나, 바로 수습하고 전투 태세에 돌입했다.
? ? ? "나는 후레우 같은 녀석과 다르다. 각오해라."
? ? ? 어딘가에서 건조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서부극의 한 장면처럼 낙엽이 데굴데굴 굴러와 대치하고 서 있는 두 사람 사이를 지나갔다. 유타는 리볼버를 뽑아드는 카우보이처럼 재빨리 소리쳤다.
? ? ? "세인츠!"
? ? ? 한 차례 밝은 섬광이 유타의 뒤쪽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천사를 닮은 반투명한 여인의 형상을 한 스탠드가 그의 등 뒤에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모토코에게 달려들었던 도깨비불 모양의 스탠드도 유타의 옆에 나타났다. 모토코는 여전히 불길하게 웃는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는 도깨비불을 보고 의심 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 ? ? "설마……! 저 도깨비불, 당신이 보낸 거였어?"
? ? ? "음? 아, 이거 말인가. 요새 들어 여기저기서 많이 보이고 어느새 내 스탠드에도 달라붙어 있더군. 하지만 나와는 관계 없다. 간다!"
? ? ? 유타가 잡담은 여기까지라는 태도로 우렁차게 소리쳤고, 그에 맞춰 세인츠가 크게 날개짓을 하자 제자리에 서 있기도 힘든 강렬한 돌풍이 불어닥쳤다. 돌풍은 무자비하게 도깨비불을 갈기갈기 찢어 그 자리에서 꺼트렸고, 모토코는 팔을 들어 흙먼지에서 눈을 보호하며 소리쳤다.
? ? ? "스페셜즈! 4명 공격!"
? ? ? 미리 나와 있던 SP1이 앞장서고, 다른 SP들도 그의 뒤에서 우렁찬 기합 소리와 함께 모토코의 앞을 가로막고 나타나며 기관총을 들고 유타와 세인츠를 향해 정확히 발사했다. 하지만 총알은 보이지 않는 벽에 박히기라도 한 것처럼 유타와 세인츠에게 그 어떤 타격도 주지 못했다. 모토코가 흠칫해서 당황한 틈을 타, 유타는 그 짧은 사이에 벌써 모토코의 지척으로 다가와 스페셜즈의 사이를 정확히 파고들어 나이프를 들이밀었고, 모토코가 눈 앞에서 번쩍이는 나이프를 보고 당황해서 굳은 사이 SP3가 나이프를 꺼내서 유타의 나이프를 막아냈다. 이어서 다른 SP들이 유타에게 주먹 러쉬를 날리려고 했으나, 세인츠의 날개에서 터져 나온 선풍이 진열을 흐트러트리자 유타는 그 틈을 타 다시 썰물 빠지듯 부드럽게 빠져나가 SP들의 팔이 닿는 범위에서 멀어졌다.
? ? ? "반응이 느리다! 스탠드가 자아를 지녔다고 해도, 스탠드에게만 맡기지 마라!"
? ? ? "나도 알아!"
? ? ? 모토코는 반사적으로 날카롭게 소리쳤다. 스페셜즈가 근접전 위주 스탠드임을 눈치챘는지 유타가 선 위치는 스페셜즈의 사정거리에서 딱 한 걸음 벗어난 위치였기에, 다가가서 거리를 줄이려고 해도 유타의 뒤에서 떡하니 버티고 있는 세인츠가 계속 날려보내는 거센 바람이 거북이걸음을 강요해서 제발 나 좀 알맞게 패주십쇼 하고 들이미는 꼴이었다. 거기다 언제 또 나타났는지 세인츠 옆에 붙어있는 도깨비불도 합세해서 당장이라도 불꽃이 피어나도 위화감 없을 강한 열기를 날려 모토코와 스페셜즈의 움직임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지금 있는 장소에서 엄폐물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는 곳이라 바람과 열기를 피해 접근할 만한 수단도 마땅치 않았기에 모토코는 체해서 속이 얹히는 것처럼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고, 이마에 맺힌 땀이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 ? ? ?"보아하니 네 스탠드는 근거리에서 수로 우위를 점하는 스탠드지만, 거리가 조금만 벌어져도 손을 쓸 방도가 없어지는 모양이군."
? ? ? ?"으윽……!"
? ? ? 만약 상대가 정말로 살의를 품고 기습한 자객이었다면 한가운데서 이도 저도 못하는 자신의 숨통을 단번에 끝냈을 상황임을 인지한 모토코는 유타에게 아무 대꾸도 못 하고 앓는 소리만 냈다. 그의 말대로 거리를 벌리고 바람을 계속 날려 보내며 견제하는 세인츠는 사정거리의 한계 때문에 스페셜즈를 근접시켜 공격하는 방식을 애용하는 모토코에게 있어 상당히 애를 먹게 되는 스탠드였다. 스페셜즈를 흩어지게 만들고 전 방향에서 유타를 공격해야 할까, 아니면 이대로 뭉쳐서 어떻게든 세인츠의 바람을 버티며 뚫고 가야 할까? 초반에 둘이 사정거리 밖에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과 세인츠의 돌풍에 밀리는 바람에 속전속결로 나가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게 큰 실책이었다고 속으로 자책한 모토코는 바로 달려들지 않고 간을 재듯이 나이프를 쥔 채로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유타를 똑같이 주시하며 몸을 긴장시켰다.
? ? ? 스탠드로 바람을 날려보내 정신없게 만들고, 본체가 헛점을 제대로 파고들어 공격하는 양동 작전에 한 번 당해보니 상대방과 자신의 격차가 육신의 싹에 세뇌당한 카쿄인을 상대했을 때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스탠드와 본체가 분리되어서 공격과 지원을 따로 맡는다……. 이쪽도 가능하지 않을까? 유타의 전법을 머릿속에서 되짚어 본 모토코는 바로 스페셜즈에게 명령을 내렸다.
? ? ? "스페셜즈! 공격과 지원으로 나누고 3대 3으로 산개한다!"
? ? ? "Aye, aye!"
? ? ? 모토코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SP들은 각자의 특기 분야를 따라 나눠져서 SP1, 3, 4는 모토코의 앞쪽으로, SP2, 5, 6는 모토코의 뒤쪽으로 이동했다. 유타의 눈동자가 셋을 뒤에 남기고 다른 셋과 함께 세인츠의 바람과 도깨비불의 열기를 피해 정면 대신 측면에서 세 SP들과 함께 달려오는 모토코를 쫓았다. 세인츠가 다시 한 차례 강렬한 돌풍을 날리려 했으나, 총성과 함께 날아온 총알과 수류탄이 세인츠와 유타를 동시에 멈칫하게 만들었다.
? ? ? "견제인가!"
? ? ? 자신이 써먹은 수법을 수단만 달리해서 써먹은 모토코의 전법을 보고 유타가 짧게 내뱉었다. 수류탄이 터지면서 도깨비불의 열기를 한 번에 잠재울 냉기가 터져 나와 정면에서 냉기에 직격당한 도깨비불을 꺼트렸다. 유타는 피부를 저미는 듯한 싸늘한 냉기를 느끼면서도 안색이 조금도 변하지 않은 채로 나이프를 고쳐 쥐고 모토코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으며, 세인츠의 날개가 크게 휘둘러질 낌새가 보일 때마다 SP2와 두 SP들이 시기적절하게 총을 쏴 세인츠의 움직임을 견제했고, 별 어려움 없이 팔이 닿는 거리까지 도달한 세 SP들은 곧바로 유타를 붙잡으려 했으나 유타가 한 발 더 빨랐다.
? ? ? "어설프다!"
? ? ? "으윽!"
? ? ? 세인츠의 전신에서 처음 나타났을 때의 빛은 장난이었다는 듯, 강렬한 섬광이 뿜어져 나와 모토코는 반사적으로 시야를 보호하기 위해 눈을 팔로 가리며 그 자리에서 멈칫할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움직이던 스페셜즈도 덩달아 움직임을 정지했다. 바닥을 박차는 발소리가 들려서 유타가 자신에게서 거리를 벌렸음을 인지한 모토코는 혀를 찼으나,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 ? ? "큭! 눈이!"
? ? ? 모토코도 마냥 당하기만 하지 않았다. 유타에게 달려가는 사이 어느새 바닥의 흙먼지를 그러모아서 세인츠가 전신에서 강렬한 섬광을 뿜은 순간, 유타의 눈을 정확히 노리고 뿌렸던 것이다. 섬광에 직격한 것은 아니어도 여파가 아직 남아 시야가 흐렸기에 모토코는 유타의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뚜렷하지는 않았지만 유타가 비틀거리는 모습이 보였고, 모토코는 다시 SP들과 함께 달려가며 뒤에 남긴 SP들에게도 소리쳤다.
? ? ? "스페셜즈! 론리 크라우드다!"
? ? ? "Aye, aye! Ma'am!"
? ? ? 눈꺼풀에 들어간 모래를 급하게 털어낸 유타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자신을 향해 팔을 내민 세 SP들이었다. 제일 먼저 SP1이 유타의 팔을 붙잡고 늘어졌고, 다음에는 SP4가 반대쪽 팔을 붙잡아 꺾으려 했다. 이어서 SP3가 SP4와 힘겨루기하는 유타의 복부에 발차기를 날린 다음 안면에 추가로 펀치를 날렸다. 뒤이어 합류한 세 SP들도 각자 SP3의 공격을 받고 비틀거리는 유타의 허리와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며 제각기 유타를 방해했다.
? ? ? "큭! 성가시군……! 하지만 어설퍼!"
? ? ? 제각각 파워에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SP1과 SP4의 강력한 파워에 더해 추가로 넷이나 더 달라붙어 움직임을 견제하고 있음에도 유타는 구석에 몰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스페셜즈에게 최후의 공격 명령을 내리려던 모토코는 뒤쪽에서 서늘한 바람이 느껴지자 유타를 견제하는 데에 집중한 나머지 잠시 잊어버렸던 세인츠의 존재를 떠올리며 아차 했고, 아까의 돌풍은 맛보기였다는 듯 정신이 절로 아찔해질 정도의 거센 바람이 모토코를 강타하며 날려버렸다.
? ? ? 충격이 다른 어떤 것보다 한 발 앞서 의식을 장악했기에 바닥을 정신없이 몇 번 구른 모토코가 상황을 파악한 시기는, 그녀가 지척으로 다가온 세인츠의 날개에 맞아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정신이 팔린 스페셜즈도 헛점을 파고든 세인츠의 날개짓에 얻어맞아 모조리 유타에게서 떨어져 모토코와 마찬가지로 바닥을 나뒹굴었을 때였다. 스페셜즈는 다른 스탠드와 달리 본체에 전달되는 고통이 분산된다고 하지만, 전원이 동시에 세인츠의 공격에 제대로 얻어맞은 이상 그 특성도 지금 상황에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 ? ? 한바탕 크게 바닥을 뒹굴었다보니 온몸이 얼얼하고 쑤셨으며 머리도 어지러웠다. 교통사고조차 일절 당해본 적 없었기에 모토코가 살면서 이토록 큰 고통을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난생 처음으로 느끼는 극심한 아픔과 혼란을 양식 삼아 급격하게 자라난 공포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하면서 호흡이 가빠지고 시야가 마구 흔들리며 모토코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탈색되어가기 시작했다. 모토코의 눈빛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어른거리는 동시에 아까 보았던 찬란한 황금빛 긍지가 꺼지듯 사라져버리자 유타의 눈동자에 실망이 깃들었다.
? ? ? "여기서 주저앉을 셈인가? 실망이군."
? ? ? 상대의 손짓 한 번에 목숨이 오락가락할 정도로 치명상을 입은 것도 아니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활로가 모조리 막혀버린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것도 아닌데 직격 한 번 맞았다고 너무 쉽게 전의가 꺾이려는 모토코의 모습을 보고 유타는 풋내기에게 너무 기대했나 하는 한탄 어린 중얼거림을 흘렸다. 의식이 바람 앞의 커튼처럼 이리저리 마구 들었다 놓였다 하는 상황에서도 모토코는 용케 그 중얼거림을 듣고 속에서 뭔가가 부글부글 끓어오로는 것을 느꼈다. 순간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오감이 극도로 활성화되어 마치 시간이 느려지기라도 한 듯한 착각이 드는 동시에, 파문 비법서에서 보았던 구절이 점멸하는 형광등의 빛처럼 순식간에 떠올랐다 사라진다.
? ? ? 「공포는 호흡의 박자를 흐트러뜨린다.
? ? ? ? ?두려움을 알고 공포를 자신의 것으로 삼아라.
? ? ? ? ?그러면 파문의 호흡은 결코 흐트러지지 않을 것이다.」
? ? ? 모토코는 바람 한 점 불지 않아 파문조차 일지 않은 호수 수면에 서 있었다.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여 좀벌레처럼 정신을 갉아먹는 공포와 직시하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상대는 강하다. 스탠드사로서 쌓아온 전투의 경험이 자신보다 월등하다는 사실은 경차와 오프로드 지프차의 타이어를 비교하는 것만큼이나 명백했다. 스탠드를 자신의 수족처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모습으로 보아하니 그 역시 카쿄인처럼 아주 오랫동안 스탠드를 사용해왔을 것이다. 육신의 싹에 세뇌된 상태였던 카쿄인과 혼자서 싸웠으면 분명 지금과 같은 두려움을 느끼고 공포에 빠져 허우적거렸으리라. 또한 그때와 달리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어떤 공격에도 끄떡하지 않는 든든한 장벽 뒤에 선 것처럼 마음에 안정감을 주고, 함께 적에게 맞서 싸우는 죠타로가 없다.
? ? ? 하지만 상황은 그때와 달리 절망적이지 않다. 상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자신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잔혹한 사람은 아니다.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 상태에서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죽는 수준으로 냉혹한 상황에 처한 것도 아니다. 그 차이점을 인식하자 모토코가 아가리를 탐욕스럽게 벌린 공포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원동력이 되었다. 거칠게 흔드는 손아귀에 안에 들어가 있음에도 일말의 미동조차 하지 않는 잔 속의 와인처럼, 숨을 천천히, 규칙적으로 최대한 길게 들이쉬고 내쉬는 행동을 반복한다. 폐에서부터 흐르기 시작한 파문이 하단전을 타고 내려가 발 끝으로 방출되어 수면으로 퍼져 나갔고, 동시에 동맥을 타고 올라가 팔을 지나서 손에 연못처럼 고이는 파문이 잔잔한 박자를 만들어낸다. 수면을 두드리는 파문은 불어오는 바람 소리와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냈다.
? ? ? "고작 이 정도에 굴복하는 겁쟁이 녀석에게는 더 이상…… 음?"
? ? ?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 하는 모토코에게 다가가 내려다보며 실망을 드러내던 유타는 모토코의 호흡이 기이하게 길어지는 동시에, 마치 스파크가 튀는 것처럼 밝은 빛이 모토코의 팔과 다리에서 점멸을 반복하는 것을 보고 불길한 예감을 느껴 황급히 모토코에게서 거리를 벌리려고 했으나, 모토코의 움직임이 한 발 더 빨랐다.
? ? ? "오버드라이브!"
? ? ? 구름에서 튀어나온 번개처럼 파괴적인 신속함을 온 몸에 담은 모토코가 몸을 뒤로 빼려던 유타에게 달려들었고, 파문을 휘감고 내지른 정권이 유타의 명치에 정확히 꽂혔다. 파문이 모토코의 팔을 통해 그대로 가감없이 충격과 함께 전달되면서 유타의 눈동자가 고통을 담고 커졌다.
? ? ? "커헉!"
? ? ? 급소를 직격당한 고통 때문에 유타의 의식이 혼미해지자, 세인츠도 바람 앞의 촛불처럼 크게 일렁거리더니 곧 투명해지면서 형태를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유타가 파문의 부가 효과로 마비된 틈을 타 모토코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잽싸게 소리쳐 명령했다.
? ? ? "지금이다! 전원 본체를 공격해라!"
? ? ? "Aye! Aye! Ma'am!"
? ? ? 스페셜즈는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내내 억눌려 있다가 해방된 용수철마냥, 끊어질 지경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에 걸려 있던 화살 같이 전신의 기운을 폭발시키며 무시무시한 기세로 유타에게 튀어 나갔다.
? ? ? "보나보나보나보나보나보나보나보나보나보나── 보나 노떼(Buona notte)!"
? ? ? "Ahhhhhhhh!"
? ? ? 유타와 함께 여섯 명의 러쉬에 신나게 얻어맞은 세인츠는 외마디 비명을 지으며 훅 꺼진 촛불처럼, 그러나 어떤 연기도 남기지 않고 바로 사라졌다. 러쉬에 얻어맞고 날아가 바닥을 여러 번 구른 유타가 기절하고 세인츠도 완전히 모습을 감춘 것을 확인한 스페셜즈는 각자 위풍당당한 승리의 포즈를 취한 후 그 자리에서 쿨하게 사라졌다.
? ? ? "이, 이겼다……!"
? ? ? 처음으로 파문을 사용한 감각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주먹과 쓰러진 유타를 번갈아 쳐다본 모토코는 사레가 들릴 뻔하자 입을 틀어막고 파문의 호흡을 유지하는 것에 온 정신을 쏟았다.
? ? ? *
? ? ? 유타가 의식을 되찾은 시기는 모토코의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신이 들자마자 팔로 이마를 한 번 짚은 유타는 습관이 든 대로 눈을 감고 빠르게 자신의 상태를 파악한 다음 몸을 일으켰다. 승자인 모토코는 두 발로 땅을 딛고 서 있었고, 패자인 유타는 땅에 주저앉아 있었으나 마실 나온 사람처럼 편안한 자세였다.
? ? ? "적당히 할 생각은 없었지만, 내가 져버릴 줄이야……. 역시 아까 봤던 그 눈빛은 틀리지 않았군."
? ? ? 초심자에게 졌다고 자존심이 상하거나 꼴불견이라고 자책할 법도 했것만, 유타는 그런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제자가 성장한 모습이 대견하다는 스승 같은 흐뭇한 눈빛을 짓고 있었다.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고 일어난 유타는 모토코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자신을 지긋이 쳐다보고 있자 그녀와 시선을 맞추고 질문했다.
? ? ? "그러고 보니 마지막에 날렸던 그 기술, 스탠드의 능력 같지는 않던데. 대체 뭐였나?"
? ? ? "그거? 파문이라고 하는 기술이야. 사실 아까 쓴 게 처음이었어."
? ? ? "그게 처음이었다고? 대단하군. 처음 쓴 기술로 이기다니 말이야. 그나저나 몸은 괜찮나? 상처는 어디 심한 덴 없고?"
? ? ? "응? 없는데. 왜?"
? ? ? 모토코는 갑자기 유타가 질문하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유타는 대답 대신 세인츠를 다시 불러냈다. 다시 한 판 붙자는 뜻으로 받아들인 모토코는 경계의 기색을 내보이며 스페셜즈를 소리쳐 부를 태도를 취했으나, 유타는 세인츠와 함께 공격 자세를 취하는 대신 세인츠의 빛을 자신에게 내리쬐기 시작했다. 세인츠의 빛을 받은 곳에서부터 상처가 빠르게 아물어 가며 흉터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것을 보고 모토코가 호기심 어린 눈빛을 내보이자, 모토코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아챈 눈치인 유타는 짧게 음 하고 고심하는 소리를 내다 결정을 내렸는지 설명을 시작했다.
? ? ? "궁금한가? 내 스탠드, '세인츠'는 사실 전투용 스탠드가 아니다. 수호 에너지를 내뿜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 빛을 쬐여서 체내에 잠복시켜 데미지를 감소시키거나 아까도 봤다시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 ? ? "전투용이 아닌데도 그렇게 잘 싸울 수 있었던 거야?"
? ? ? 모토코는 세인츠의 바람 때문에 제대로 애를 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허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처가 완전히 치료된 것을 확인하고 세인츠를 다시 들여보낸 후 일어선 유타는 모토코를 보고 어깨를 한 번 으쓱이며 건물 벽으로 걸어가 등을 기대고 털썩 주저앉았다.
? ? ? "스탠드의 강약을 정하는 건 스탠드의 파워나 능력에만 달려 있는 게 아니니까 말이지. 스탠드사의 경험 유무에 따라 약한 스탠드로 강한 스탠드와 맞붙더라도 결과는 언제든지 예상을 벗어날 수 있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스탠드 전투에 대해 좀 조언해 줄까. 나도 네가 쓴 기술 덕분에 고쳐야 할 점을 깨달았으니 말이다. 우선 스탠드의 유형에 대해 정리부터 해보도록 하지."
? ? ? 대화가 길어질 것 같다고 직감한 모토코는 유타의 옆에 손수건을 깔고 앉았다.
? ? ? "스탠드는 사정거리에 따라 근거리, 중거리, 원거리로 나뉘고, 특성에 따라 파워형, 스피드형, 조작형, 특수형, 보조형, 군체형으로 나뉘며, 사정거리와 특성을 조합하면 스탠드의 유형이 정해진다는 거 말이야?"
? ? ? 유타는 모토코가 물 흐르듯 막힘없이 지식을 술술 늘어놓자 놀랍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 ? ? "전투에 아직 미숙한 점을 보충하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한 모양이군. 네가 말한 방법 외에도 다른 방법으로 스탠드의 유형을 분류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분리형', '동체형', '유리형'으로 나누고 있지. 분리형의 예를 들자면…… 나의 '세인츠'를 들 수 있다. 이름 그대로 세인츠는 본체와 분리해서, 즉 나와 떨어져서 싸울 수 있지. 이 분리형 스탠드는 본체와 떨어져서 개별 행동을 할 수 있기에 동시에 공격하거나, 아니면 나와 세인츠처럼 본체는 공격을 담당하고 스탠드는 회복을 담당하는 등 여러 가지 조합을 이용한 다양한 전법이 특징이다."
? ? ? 한 호흡 쉬려는지 유타가 잠시 말을 멈췄다.
? ? ? "다만, 본체가 중독되는 식으로 상태가 악화되거나 하면 스탠드 파워가 약해지고 체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거나 의식을 잃으면 스탠드를 유지할 수 없지. 그래서 분리형은 다른 유형에 비해 대략 2배의 공격을 받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니 이 점에 대한 대책을 잘 세워야 하지. 그 밖에도 몸과 일체화되는 '동체형'이나 앞의 둘보다 다소 특수한 '유리형'에 대해 설명하면 이야기가 길어질 텐데……."
? ? ? "설명해줘."
? ? ? 모토코가 자신의 말을 뚝 자르고 들어오자 유타는 눈동자에 의아함을 담고 눈썹을 치켜올렸다.
? ? ? "뭐야……. 너, 한가한가 보구나?"
? ? ? "스탠드에 대해서는 많이 알면 알수록 좋으니까 그렇지."
? ? ? 모토코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하자 유타는 머리를 긁적였다.
? ? ? "뭐, 틀린 말은 아니다만……. 좋아, 가르쳐 주지. 동체형은 이름 그대로 몸과 스탠드가 동화되는 유형이다. 경우에 따라 스탠드에도 물리적인 공격이 통하고, 분리형과 달리 행동이 일인분이라 공방이 하나로 통합된 가장 단순한 스탠드 유형이지. 하지만 스탠드 파워가 밀집되어 있어서 기초적인 힘이 세고 물리적인 힘도 분리형에 비하면 상당히 강력하다. 심플 이즈 베스트를 문자 그대로 실현하는 셈이지. 게다가, 보통 스탠드가 본체를 감싸는 경우가 많기에 싸움 도중 본체가 결정타를 찔릴 위험도 줄어든다."
? ? ? "그럼 약점이 없는 거야?"
? ? ?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기초 능력이 강한 대신 복잡하거나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는 경우도 있었고, 아니면 모든 스탠드에게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약점, 본체를 노리면 되지. 어떻게든 틈을 만들어 본체를 공략한다면 승산은 있을 거다."
? ? ? "본체, 본체라……."
? ? ? 모토코가 턱을 짚고 중얼거리자 유타는 집중하라는 의미로 벽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려 모토코의 주의를 돌리고 설명을 계속했다.
? ? ? "유리형은 아까도 말했다시피 조금 특수한 스탠드다. 이 유형의 스탠드는 데미지를 입어도, 스탠드사에게는 데미지가 피드백이 되지 않거나 적게 가는 것이 특징이지. 이를테면 '본체를 공격하지 않으면 소용 없는' 경우다. 유리형 스탠드는 본체와 일심동체가 아니라 몸에 기생하는 용병 같은 느낌이고, 본체가 재기불능되어도 경우에 따라 스탠드가 남는 다른 유형과 달리 스탠드도 자동적으로 해제되는 일이 많더군."
? ? ? "기생이라, 틀린 말은 아니네. 일단은."
? ? ? 모토코가 시끌벅적한 스페셜즈를 생각하며 무심코 한 마디 흘리자, 그 한 마디에 발끈한 누군가들이 모토코의 옆쪽에 우르르 튀어나와 우우 하는 야유와 함께 항의하기 시작했다.
? ? ? "주인님아, 방금 아주 불손한 단어가 들렸다만?"
? ? ? "저희를 그렇게 거추장스러운 존재라 여기고 있었다니. 너무하십니다, 주인님."
? ? ? "우, 우리가 그, 그렇게 싫으셨던 건가요……."
? ? ? SP5는 아주 불만스러워서 당장 하극상을 일으킬 기세인 불평 가득한 눈빛을 보였고, SP1은 우수에 차 당장 연못으로 몸을 던질 기세라고 주장하는 듯한 서글픈 눈빛을 보였다. SP6는 불쌍하게도 덜덜덜 떨며 온몸으로 자신이 받은 충격이 얼마나 큰지를 표현했다.
? ? ? "하지만 나는 너희를 말이 아니라 마음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그러니 어서 들어가도록 해."
? ? ? "Yes, yes, yes!"
? ? ? 그 한 마디에 스페셜즈는 바로 쑥스러워하며 몸을 배배 꼬더니 신속하게 경례하고 쿨하게 사라졌다. 유타는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활용해서 스페셜즈를 조련하다시피하는 모토코를 살짝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 ? ? "음…… 너는 이미 알고 있겠지만, 유리형(遊離形) 스탠드는 이름 그대로 스탠드가 여러 체로 분열된 것이 특징이다. 본체가 무사하면 스탠드를 공격해서 없애도 얼마든지 다시 나타나서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귀찮지. 그렇다고 해서 스탠드를 무시하고 본체만 공격하는 수법을 쓰면 그 틈을 노린 스탠드의 공격을 받기 때문에 위험한 방법이다. 뭐, 이렇게 말하면 가장 강하고 성가신 듯 보이지만, 사실 유리형은 수가 많을수록 약해지기 때문에 수를 적당히 줄이면서 알맞게 대처하면 그리 큰 위협은 되지 않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네 스탠드는 수가 적절한 편이라고 볼 수 있군."
? ? ? "그런가?"
? ? ? "그렇지. 수가 많을수록 스탠드의 파워가 분산되기 마련이니까. 만약 상대가 강력한 위력의 공격을 광범위하게 퍼붓는 식으로 나온다면 물량으로 승부해도 무의미해지고. 그리고 총공격을 할 때 최소 하나 정도는 본체를 지키는 식으로 응용하면 나쁘지 않을 거다. 스탠드사 간의 전투에서 시종일관 우위를 점하고 있었는데도 본체가 공략당해서 허무하게 패배하는 일이 드물지 않거든. 그런 의미에서 네가 사용했던 파문이라는 기술은 꽤 괜찮은 선택지라고 본다. 네 주먹에 예상 이상의 파워가 담겨 있었는데, 혹시 파문에는 근력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나?"
? ? ? "어…… 맞아. 회복에 좋다는 말도 있었어. 사실 주로 이쪽으로 써먹으려고 배운 거지 싸울 때 쓰려고 배운 건 아니었거든. 그때 쓴 기술은 사실 얼떨결에 나온 거였고."
? ? ? 모토코는 유타의 질문을 듣고 파문 비법서에 신체 능력 강화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던 것을 떠올렸고, 나이에 비하면 체구가 여느 젊은 운동선수 못지 않게 건장한 죠셉에게 생각이 미치자 나중에 기회가 되면 죠셉한테 파문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자고 다짐했다. 모토코가 회복을 언급하자 유타는 구미가 당긴다는 눈빛을 보였다.
? ? ? "그런가? 회복에도 좋다니, 그래서 네가 세인츠에게 치료받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았던 거군. 전투 중에는 체력을 보존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전략이니까. 다만 너무 아끼다가는 중요한 순간을 놓칠 수도 있으니 별 볼 일 없는 졸개들이 상대라면 아낌없이 퍼붓는 게 오히려 소모가 적을 수도 있다."
? ? ? "졸개들만 있다고 방심하고 다 쏟아부었다가 뒤통수 맞으면 어쩌려고?"
? ? ? "유연하게 생각해야지.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변형시키는 거다. 약한 적이라고 깔봤다간 큰 코 다치니까 언제 어디서든 방심은 금물이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대처 수단을 항상 준비하고 점검해 두는 걸 추천하지. 아무 수단도 없는 상황에서 적에게 둘러싸이면 낭패를 보기 마련이니까. 그런 상황에서 적에게 둘러싸이면 골치 아프겠지만, 우선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졸개부터 치워버리는 게 효율이 좋다."
? ? ? "그래?"
? ? ? 정신이 사나워질 정도로 수가 많은 꿀벌 스탠드들이 공중에서 마구잡이로 날뛰다가, 스페셜즈 4명이 발사하는 기관총에 쓸려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추락하는 장면을 상상한 모토코는 유타와 세인츠가 서 있던 곳이 하필 스페셜즈의 사정거리 밖이라 허공에 총알을 흩뿌리는 거나 다름없던 허무한 순간을 떠올리며 질문했다.
? ? ? "하지만 적이 나나 내 스탠드가 닿지 못하는 거리에서 공격하면 어떡하지? 내 스탠드는 근거리형이라 원거리에서 저격하거나 하면 손을 쓸 방도가 없어."
? ? ? "그거 말인가……. 보통 스탠드는 본체와 거리가 멀어질수록 파워가 약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 ? ? "알고 있어. 그래서 원거리형 스탠드가 아니면 스탠드의 사정거리 바깥에 있는 적을 상대할 때 따로 도구를 쓰거나 하는 식으로 대처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들었고.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므로 항상 대비를 해두라는 말을 들었지만, 매번 도구를 일일이 전부 들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번거롭네."
? ? ? "자신과 상성이 나쁜 적이 우려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상성이 좋은 동료와 함께 행동하는 것이지. 너의 취약한 분야를 자신의 전문 분야로 보완해서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료와 늘 함께 행동할 수 있다면 정말 이상적이겠지만, 세상 일은 항상 자신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는 법이 아니니 떠올릴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써먹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면 도망치는 것도 전략이니까."
? ? ? "그, 삼십육계 줄행랑 같은 거?"
? ? ? 삼십육계 줄행랑을 떠올리자마자, 이상하게도 죠셉이 유쾌한 표정으로 '튀는 거야! 스모키!'라고 말하며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웃긴 자세로 뛰어가는 모습이 떠오르는 바람에 묘한 표정을 지은 모토코가 반문했다.
? ? ? "정확히는 주위상(走爲上)이라고 하더군.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적이 나오면 도망칠 수 있을 때 도망치고 재정비해서 후일을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다. 목숨은 하나 뿐이니까. 그리고 스탠드와 본체의 거리가 멀어지면 파워가 약해진다는 말에 대해서 말이다만, 거기에 설명을 덧붙이자면 스탠드의 기술에도 거리에 제약을 받는 것과 받지 않는 것이 있다. 스탠드의 거리에 제약을 받는 기술은 조건을 만족하면 위력을 기대할 수 있지만, 알맞지 않는 상황에서 사용하면 안 쓰는 것보다 못 할 때도 있지. 네 스페셜즈에게 10m를 넘기는 위치에 있는 적을 사격하라는 것이나, 반대로 원거리형 스탠드에게 바로 코 앞에 있는 스탠드를 공격하라는 것처럼 말이다."
? ? ? "원거리형 스탠드는 보통 근접전에 적합하지 않나 봐?"
? ? ? 모토코는 이전에 양호실에서 하이어로팬트 그린이 스타 플래티나에게 붙잡혔을 때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신나게 두들겨 맞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고, 유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사정거리를 얻은 대신 파워를 희생했다고 봐야지. 예외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봤던 원거리형 스탠드 중에서 거리와 파워를 동시에 얻은 스탠드는 없었다. 또, 거리에 제약이 없는 공격은 환경이 허락한다는 전제하에선 어느 때든 사용해서 응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만, 위력은 그리 기대하지 않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너도 봤다시피 세인츠의 돌풍은 거리를 벌리는 데 유용하지만 공격용으로는 그리 적합한 위력은 아니지."
? ? ? 모토코는 계속 돌풍을 날려대던 세인츠 때문에 유타에게 도무지 접근할 수가 없어서 적잖이 애를 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투덜거렸다.
? ? ? "그래도 근거리형 스탠드 상대로는 위력적이지 않아? 정통으로 맞으니까 제대로 아팠다고."
? ? ? 유타는 툴툴거리는 모토코를 보고 멋쩍다는 표정으로 뺨을 긁었다.
? ? ? "그렇긴 한데……. 아까도 말했지만 세인츠는 전투용 스탠드가 아니고, 거리 제약에 그다지 구애받지 않는 스탠드라서 강력한 파워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 ? ? 모토코는 이전에 양호실에서 스타 플래티나가 점점 난폭해진다고 한탄하듯이 말하던 죠타로를 봤을 때와 비슷한 심정을 느끼며 유타를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모토코의 눈빛을 보고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바로 눈치챈 유타는 변명하듯이 말을 돌리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 ? ? "이쯤에서 슬슬 정리해보도록 할까. 싸울 때에는 각각의 특징을 살려서 전략을 세워 잘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 스탠드마다 특기가 있는 법이고, 그 특기를 잘 살리는 전투 스타일을 확립한다면 '길'은 열리기 마련이며 승리의 열쇠를 금방 쥘 수 있다. 네 스페셜즈는 자아를 지녀서 일일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스스로 전황을 판단하고 단독 행동이 가능하므로, 잘만 하면 전력이 남들의 6배가 된다는 어마어마한 이점을 지녔지."
? ? ? 유타는 아까 싸울 때 명백하게 보였던 스페셜즈의 단점을 떠올리며 눈을 살짝 찌푸렸다.
? ? ? "하지만…… 사정거리를 벗어나면 손을 쓸 수가 없다는 게 문제로군. 네가 나에게 썼던 파문 기술도 나쁘지는 않지만, 상대의 공격을 전부 맞아가면서 거리를 줄이는 전략은 위험 부담이 너무 커. 다른 방법을 쓰지 않는 이상 원거리형 스탠드와 만났다간 일방적으로 맞기만 하다가 당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 ? ? 모토코는 유타의 지적을 듣고 한숨을 푹 쉬었다.
? ? ? "나도 알아.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계속 고민하고 있는 중이고."
? ? ? "정 모르겠다 싶으면 동료에게서 의견을 듣는 것을 추천하지. 답은 의외의 곳에서 찾을 수도 있거든. 지식이 풍부해도 그걸 응용해서 실전에 써먹지 못하는 사람들과 달리 너는 센스가 좋은 편이니, 스탠드 전투를 더 거치면서 경험도 더 쌓으면 자연스럽게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거다. 사람은 시련을 겪으면서 성장하기 마련이니까."
? ? ? "시련이라…… 중간 보스 같은 건가……."
? ? ? 모토코가 무심코 흘린 혼잣말을 듣고 유타가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 ? "뭐야, 중간 보스? 설마 후레우한테서 물들었냐?"
? ? ? "그럴 리 없잖아."
? ? ? 모토코는 정색하며 딱 잘라 말했다. 무안해질 정도로 단호한 모토코의 반응을 보고 겸연쩍은지 뒤통수를 매만지던 유타는 큰길에서 어수선한 소음을 내며 분주하게 날아다니던 꿀벌 스탠드, 세인츠에게 달라붙거나 골목 곳곳에서 드문드문 발견되던 도깨비불에 이어 후레우와 모토코에게도 생각이 미치자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고 팔짱을 끼며 근래 들어 느낀 감상을 내놓았다.
? ? ? "그러고 보니, 최근 들어 갑자기 스탠드사가 많아졌더군. 뭔가 원인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 같은 스탠드사가 세계 방방곡곡에 있을지도 모르지. 다른 스탠드사와 싸우는 것은 좋은 경험이 되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고 보통 호전적인 자들이 대다수라 위험이 크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가능하면 동료와 함께 싸우는 게 제일이지. 함께 고난을 극복하면 서로간의 믿음도 강해지니까."
? ? ? "안 그래도 후레우 이전에 다른 스탠드사랑 몇 번 싸워봤어. 혼자서 싸운 적도 있었고,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싸운 적도 있었지."
? ? ? 모토코가 홍콩에 오기 전에 일본에서 네 번이나 싸웠다고 말하자 유타는 눈썹을 치켜들어 놀라움을 표시했다.
? ? ? "그런가? 다른 스탠드사와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자주 있을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드문 편인데……. 놀랍군. 뭔가 비결이라도 있나?"
? ? ? 순수한 호기심으로 빛나는 유타의 눈동자를 본 모토코는 보기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눈빛의 DIO를 떠올리며 한숨을 푹 쉬었다.
? ? ? "비결…… 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네. 세상에 수많은 스탠드사들이 있고, 그 중에서 사악한 스탠드사들의 구심점이 되어 그들의 정점에 머무르는 자가 있다고 하면 믿을 수 있어?"
? ? ? "믿는다. 사람이 모이면 자연스레 파벌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스탠드사의 세계에서도 별 다를 바 없지. 나도 파벌을 이룬 자들에게서 의뢰를 받은 적이 몇 번 있었고, 그러다 파벌 간의 다툼에 휩쓸린 적도 종종 있었지."
? ? ? 프리랜서 보디가드로 일하면서 온갖 산전수전을 겪은 유타는 모토코의 말을 빠르게 납득했고, 모토코는 예상과 달리 유타가 너무 쉽게 자신의 말을 믿자 잠시 얼이 빠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가 투쟁과 거리가 한참 먼 생활을 보냈던 자신과 매우 다른 삶을 살아왔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 ? ?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 자와 대적하는 사람들이랑 뜻을 같이 하게 됐어. 그래서 그가 보낸 자객들과 싸우게 됐는데, 동료들과 아직 한 편이 아니었는데도 내가 스탠드사라는 이유만으로 날 공격하던 스탠드사도 있었고, 우리와 아무 관계없는 다른 사람들을 모조리 죽여서라도 우리를 죽이려는 지독한 스탠드사도 있더라."
? ? ? 모토코는 아직 죠스타 일행과 연을 맺기 전이었는데도 스탠드사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제거하려 했던 머더 돌즈의 인형들, 죠스타 가문과 아무 인연이 없는 제3자들마저 학살하려 했던 타워 오브 그레이의 스탠드사를 떠올리며 부르르 떨었고, 유타는 모토코의 고생이 한 눈에 훤히 보이자 그녀를 동정했다.
? ? ? "고생이 많았군……. 그런 고약한 스탠드사를 자객으로 보낼 정도면 보통 위험한 자가 아닐 텐데, 어째서 악명이 높지 않은 거지? 내가 프리랜서로 일한 시기는 꽤 긴데, 네가 이야기한 그 스탠드사들의 리더라는 자와 관련됐을 법한 소문은 한 번도 듣지 못했다."
? ? ? "그건 아마 그 자가 활동하기 시작한 시기가 몇 년 안 되어서 그럴 거야."
? ? ? 유타는 모토코가 이야기한 스탠드사들의 정점에서 군림하는 자에 대한 호기심이 드는 것을 깨달았다. 보통 스탠드사들은 에고이스트인 경우가 많았고, 그만큼 자신의 이해득실에 무척이나 철저해서 조금만 틈을 보이거나 이익이 될 여지가 없다 싶으면 바로 배신하는 일도 매우 많았다. 헌데 별 이익이 없을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모시는 보스의 적과 아무 관계없는 제3의 스탠드사를 제거하려 들거나, 아니면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마저 불사하고 주어진 목적을 달성하려 하는 스탠드사를 부하로 두다니, 그들의 리더라는 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 ? ? "혹시 누가 DIO라는 이름을 언급하면서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 한다면 조심하는 게 좋아. 내 동료 중 한 사람은 그에게 세뇌당할 뻔했고, 다른 사람은 아예 세뇌당했다가 겨우 풀려났었어. 더 악랄했던 건 세뇌당한 채로 있었다간 몇 년 후에 뇌가 산 채로 파먹혀 죽어버렸을 거라는 사실이야."
? ? ? 모토코가 압둘과 카쿄인의 예시를 들며 DIO의 악랄함을 간략하게 설명하자, 유타의 눈이 가늘어졌다.
? ? ? "스탠드사들은 보통 자신의 이익에 눈이 멀어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는 안중에도 없는 경우가 많지만, 그 정도로 사악할 줄이야……. 알았다, 주의하도록 하지. 충고 고맙다."
? ? ? 슬슬 가 봐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난 유타는 바닥에 깔고 앉았던 손수건을 터는 모토코를 내려다보았다.
? ? ? "……그런데 모토코, 일행은 어디 있나? 설마 여기 혼자 온 건 아니겠지?"
? ? ? "같이 왔는데? 나중에 다시 만나기로 했어."
? ? ? "어디서? 나와 싸우면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을 테니까, 데려다주겠다."
? ? ? "아니, 나 혼자 가도 괜찮은데……."
? ? ? 모토코는 손사래를 쳤지만 유타는 제안을 거둘 기색을 전혀 띄우지 않았다.
? ? ? "아까 지독한 자와 적대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나? 그런 자를 적으로 뒀다면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게 좋다. 거기다 요즘에는 난폭한 스탠드사도 많으니 더더욱 조심하는 게 좋아."
? ? ? "스페셜즈도 있어서 진짜 괜찮은데……."
? ? ? "체력은 파문으로 회복했다 해도 정신적인 피로는 그렇지 않아. 정 뭐하면 날 이긴 대가로 공짜 경호원이 생겼다고 생각해라. 어디로 가면 되나?"
? ? ? "맘마미아……. 중화반점 '수보주가'에서 만나기로 했어."
? ? ? 모토코가 한사코 거절해도 유타는 계속 그의 의견을 밀어붙였다. 생각보다 큰 친절에 모토코는 순간 무슨 꿍꿍이지 싶었으나, 색이 반전된 흰자위와 달리 순수한 호의로 빛나는 눈동자를 보고 의심을 한 꺼풀 벗겨내고 결국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유타와 만난 공터로 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던 선글라스 남자는 공터에서 나오는는 둘을 보고 유타가 오지랖 넓게 구는 태도가 늘 있는 일인지 또 경호원 일이냐며 넉살 좋게 말을 걸었다. 키 큰 청년과 키 작은 소녀가 함께 큰길로 나와 걷는 모습이 사이 좋은 남매처럼 보였는지 몇몇 사람들이 둘을 흐뭇한 시선으로 보았다.
? ? ? "난 고등학생이라고……."
? ? ? 지나가던 둘을 불러 세우고 실례지만 거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며 카메라를 넘겼던 관광객 커플이 혹시 남매냐고 질문했다가, 유타가 아니라고 대답하자 모토코 쪽이 귀여워서 여동생처럼 보인다며 칭찬이지만 모토코에게는 달갑지 않은 말을 남기고 떠나자 모토코는 있는 대로 툴툴거렸고 유타는 난감하다는 시선으로 고개를 돌리다 자판기를 발견했다. 기분 전환 겸 전투를 치르면서 급격히 소모된 수분을 보충하려고 캔 음료수를 구입하기 위해 자판기로 다가간 둘은 근처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들리자 무슨 일인가 싶어서 황급히 소리가 들린 쪽을 보았다. 자판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안색이 창백한 남자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건물 벽에 등을 기대고 맨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는데, 두 사람과 눈이 마주치자 목을 부여잡고 컥컥대기 시작하며 마른 기침을 연달아 하더니 애탄 몸짓으로 손을 뻗어 도움을 요청했다.
? ? ? "으으…… 으…… 도, 도와줘……. 수, 숨을……."
? ? ? "이봐, 괜찮나?"
? ? ? 유타의 등 뒤에서 세인츠가 희미하게 떠오르더니, 날개에서 은은한 빛이 감돌기 시작하다가 남자에게 내리쬐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세기를 뒤흔들었던 천재 예술가가 유서 깊은 역사를 지닌 성당에 영혼을 불사르며 그려낸 성화를 연상시켰고, 감히 성스럽다고도 표현할 수 있는 따뜻한 빛이 닿자 남자의 안색에 혈기가 돌기 시작하더니 목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될 수준으로 터져 나오던 기침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 ? ? "후……. 하아, 하아……. 휴우……. 사, 살았다.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아까 그 의사 놈…… 엉뚱한 약을 주기는! 젠장! 이제 의사 따위 믿나 봐라!"
? ? ? 혈색이 건강해진 남자는 유타와 모토코에게 감사 인사를 한 뒤 마구 신경질을 부리며 바닥에 무언가를 내던지고 의사한테 따지러 간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는데, 각도를 미리 계산하고 내던지기라도 한 것처럼 모토코의 앞으로 튕겼기에 모토코는 반사적으로 남자가 던진 것을 붙잡았다. 남자가 내던진 약…… 으로 보이는 음료수 표면에는 '푸 파이터즈'라 써져 있었고, 짧은 녹색 머리카락을 계란 껍데기처럼 보이도록 끝부분을 뾰족하게 자른 여성이 민소매 옷을 입어서 탄탄한 근육이 보이는 팔뚝을 드러내고 자신만만하게 엄지를 치켜들며 건강미를 강조하고 있었다. 음료수를 알아본 유타는 남자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 ? ? "이건 고급 드링크인데……. 제대로 보지도 않고 내던지다니 손해를 봤군."
? ? ? 유타의 말을 듣고 모토코는 필요하면 가지라며 넘기려고 했지만, 유타는 재빨리 거절하며 음료수를 잡은 모토코의 손을 붙잡고 밀었기에 모토코는 두말하지 않고 음료수를 치마 주머니에 넣었다.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둘의 눈에, 계란 껍데기처럼 생긴 머리띠를 이마에 두르고 펜촉 모양 귀걸이를 걸어서 시선을 기묘하게 끌어당기는 패션의 남자가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리얼리티 넘치는 현장이군!'이라고 중얼거리면서 총알보다 빠른 무시무시한 속도로 스케치를 하는 모습이 보였기에, 유타와 모토코는 남자의 시선이 향한 쪽으로 시야를 옮겼고, 둘은 동시에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 ? ? "저 녀석……."
? ? ? 딱 봐도 유럽, 모토코가 단언컨데 이탈리아에서 왔다고 단언할 수 있는 개성 넘치는 패션의 청년들에게 괜히 시비를 걸었다가 완전히 기선제압을 당해서 울고 불고 빌다가, 청년들의 으름장 한 마디에 히익거리며 달아나는 후레우가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뜬 유타는 일부러 그를 크게 소리쳐 불렀다.
? ? ? "이봐, 후레우! 또 뭔가 나쁜 짓 했나?"
? ? ? "쳇! 괜한 참견……! 히이익?!"
? ? ? 유타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인상을 팍 구기며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팩 쏘아붙이려던 후레우는 유타 옆에 서 있는 모토코를 보고 사색이 되더니, 도로 반대 방향으로 뛰쳐나가다가 어지간한 자동차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던 요리사와 부딪쳐 바닥을 나뒹굴었다. 후레우와 부딪힌 남자는 유창한 이탈리아어로 미안하다고 소리치더니 어디 다친 곳은 없냐고 살짝 어색한 발음의 영어로 물었으나, 후레우는 요리사의 부축도 뿌리치고 쌩 달려갔으며 모토코는 멀어지는 후레우의 뒷모습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후레우를 비웃는 모토코를 그윽히 지켜보던 유타는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겠냐며 모토코를 살살 재촉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고급스러운 검은 기와 아래에 '水?酒家'가 양각되어 있는 바위가 간판 대신 매달려 있고, 안쪽에는 화려하고 커다란 황룡 동상이 놓여져 있어서 청나라 시절의 건축 양식을 연상케 하는 으리으리한 건물 앞에 도착했다.
? ? ? "나도 더 강해져야겠군. 다음에 만날 때는 지지 않겠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일행과 같이 다니도록. 혼자일 때 길을 잃으면, 곤란한 일이 많이 생기니까 말이다."
? ? ?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다음에 보자는 의미를 담아 작별 인사를 남기며 모토코의 어깨를 토닥인 유타는 바람처럼 홀연히 모습을 감추었고, 모토코는 미묘한 표정으로 유타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다 중얼거렸다.
? ? ? "……설마 나, 방금 어린애 취급 당한 거야?"
? ? ? 『딱 봐도 그렇지 않은가? 너는 내가 봐도 다른 여학생들보다 키가 작아서 몇 살은 더 어려 보이더만…….』
? ? ? "스틸 씨마저……!"
? ? ? 부들부들 떨던 모토코는 순간 김이 샜는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푹 쉬며 중얼거렸다.
? ? ? "……아무튼, 첫 인상과는 다르게 엄청 친절한 사람이네."
? ? ? 『꽤나 드문 유형이군……. 보통 스탠드사는 호전적인 사람이 많으니까 말이다.』
? ? ? 콕 집어 말한 것은 아니지만 스틸이 은근슬쩍 자신도 그 호전적인 사람에다 집어넣었다는 사실을 눈치챈 모토코가 불만스럽다는 표정으로 딴지를 걸었다.
? ? ? "잠깐, 스틸 씨. 그 말은 나도 호전적이라는 뜻이야?"
? ? ? 『뭐……. 적어도 싸우는 데 소극적이지는 않으니, 절반은 맞는 말 아닌가? 네가 여태까지 겪은 싸움을 피하거나 도망치려는 태도를 보인 적은 없었고, 아까도 그 후레우라는 부랑자를 피하기는커녕 바로 찾아가서 단번에 쓰러트렸고 말이다.』
? ? ? "그건 내가 피하면 다른 사람한테 피해가 가니까 어쩔 수 없었던 거였고, 아까는 그 남자가 먼저 시비를 건 데다가, 그런 주제에 약해빠졌던 거잖아……."
? ? ? 스틸의 변명 아닌 변명을 듣고 툴툴거린 모토코는 가게 문을 부드럽게 밀고 안으로 들어섰다. 문에 붙은 종 소리가 맑게 울렸다.
? ? ? ==========
? ? ? 무려 4개월 만이네요. 이번화는 원작에서 나오지 않는 부분이고 게임에서는 한 번 짤막하게 나오고 끝나는 이벤트라서 중간 과정을 묘사하느라 완성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 ? ? 모토코와 스페셜즈의 러쉬 기합은 이탈리아어로 잘 자라(Good night)는 뜻인 보나 노떼(Buona notte)입니다. 게임에서도 주인공의 러쉬 기합을 정할 수 있는데, 원판에서는 직접 입력해서 정할 수 있지만 한글판에서는 시스템상의 한계로 번역자가 넣은 기합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야 합니다. 보나 노떼도 마침 들어가 있길래 이거다 싶어서 모토코의 기합으로 낙찰했습니다.
? ? ? 초반에 나온 수수께끼의 2인조, 벨링과 앨리샤는 게임 오리지널 스토리의 핵심이 되는 키 퍼슨입니다. 앨리샤는 한글판에서 엘리샤라고 표기됩니다만, 이름 유래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인 앨리샤 키스(Alicia Keys)이고 원판에서는 アリシア(아리시아)라고 표기하므로 사실 엘리샤가 아니라 앨리샤라고 표기하는 게 알맞다고 생각해서 이 팬픽에서는 앨리샤라고 표기합니다. 사실 엘리샤가 되려면 エリシア(에리시아)라고 표기해야 하겠죠.
? ? ? 또한 게임에서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들어갈 수 있는 숨겨진 방인 디버그 룸에는 게임 오리지널 캐릭터의 설정을 볼 수 있는데, 후레우는 유타에게서 일을 알선받아 먹고 산다고 하더군요. 2.5.3 버전에서는 레인보우, 유타, 후레우의 설정만 추가된 상태지만 차후 업데이트로 다른 오리지널 캐릭터의 설정도 추가되는 게 기대됩니다.
? ? ? 그리고 해설왕 스피드왜건과 설명왕 스틸왜건의 뒤를 잇는 친절왕 유타왜건이 모토코에게 해준 충고 중 일부는 학교 도서실이나 호텔의 책장을 조사하면 읽을 수 있는 핑크 다크의 소년에서 나오는 조언입니다.
? ? ? 추가로 카오스 모드 한정으로 홍콩에서 유타와 동행했을 때 볼 수 있는 치료 이벤트에 더해 유타를 이기기 전 한정으로 로한, 날짜에 따라 취미로 상점을 운영하는 기묘한 던전의 패왕 토니오 씨, 이탈리아에 있어야 하는데 땡땡이를 쳤는지 홍콩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호위팀이 등장하기에 반가워서 살짝 집어넣었습니다.
원환과 법희와 기적의 이름으로, 마멘!
4 댓글
SiteOwner
2019-09-08 15:27:19
오랜만에 올려주신 팬픽이군요. 이렇게 올려주신 12회차를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간만에 포럼에 와 주신 점에도 깊이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읽고 있다 보니까 학생 때가 생각나는군요. 일단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갖고 있으면, 그 능력과 관련이 있는 분야라면 경험이 일천하더라도 짧은 시간 내에 적응해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사람들에게서 보았습니다. 가령, 육상 쪽에서 뛰어나다면 야구나 축구 등도 잘 한다든지, 수학의 성적이 좋다면 물리, 화학 등의 과목에서의 적응도 빠르다든지. 그것과 같은 원리로, 세인츠 자체가 전투형 스탠드가 아니긴 하지만 기본적인 능력 자체가 높고, 전투 도중에 입는 피해를 복구하여 사실상 전투수행능력을 높여준다면 훌륭한 전투수단으로도 쓰일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스탠드 능력자들이 의외로 많고,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그들의 실체는 충분히 근거리에 들어오기 전에는 쉽게 파악할 수 없겠지요. 그런 것이 무섭습니다.
맘마미아 하니까 이소룡 및 척 노리스 주연의 1972년작 영화 맹룡과강이 생각납니다. 그 영화에서, 이탈리아인 폭력단원이 자신의 부하들이 모두 격파당하니까 그렇게 외치는 것이 생각나서 그것도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이 팬픽과 맹룡과강 모두 중식당이 나오니까 이렇게 엮여서 더욱 기묘하게 여겨집니다.
앨매리
2019-09-10 12:43:32
만화나 애니메이션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는 게임 오리지널 캐릭터와의 이벤트라서 쓰는데 꽤 많이 난항을 겪었습니다. 완성하니까 뿌듯하네요.
저도 이번화를 쓰면서 만류귀종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났습니다. 스탠드사간의 싸움은 정신력 싸움이기도 하고, 고통 때문에 정신력이 흐트러지는 일도 많은 걸 생각해보면 세인츠는 모토코에게 설명했던 대로 체력을 보존하는데 유리하니 큰 장점을 가지고 있는 셈이죠. 또 게임에서 주인공의 스탠드로 고를 수 있는 스탠드 중 회복, 보조 계통의 스탠드인 카디건즈는 세인츠보다 더 치료에 특화된 스탠드인데, 회복 효율이 굉장히 좋다보니 주인공에게 파문을 가르치면 전성기 시절의 죠셉 못지 않은 파문전사로 활약하더군요.
죠스타 일행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적은 역시 본체를 숨기고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스탠드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행 중 카쿄인만이 유일한 원거리형 스탠드사고, 죠셉의 염사가 있기는 하지만 만약 원거리에서 죠스타 일행의 각개격파를 노리는 저격수 스탠드사가 나타났다면 굉장히 고전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저격수형 스탠드사가 나타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게임에서도 중식당에서 5부의 주역들이 카메오 출연을 하기 때문에, 언급하신 맹룡과강과 엮어보면 더더욱 기묘해지네요.
마드리갈
2019-09-08 22:42:16
안녕하세요, 앨매리님. 잘 오셨어요.
그리고 오늘은 12번째 이야기.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지나가던 사람들 중에 엄청난 사람들이 없다는 보장이 없고, 모토코와 유타 또한 그런 사람들임에 틀림없어요.
그리고 유타는 처음 만났고, 게다가 모토코와 만난 상황 및 입장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을 해 주는 것이 특이하네요. 역시 모든 경우에 절대적인 우위를 보이거나 만능인 스탠드는 없다는 것도 이렇게 선명해졌어요.
하지만 앞으로도 험난한 상황은 이어지겠죠. 그리고 가면 갈수록 더욱 위험해질 것이고...
앨매리
2019-09-10 12:46:38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작에서는 대부분의 스탠드사들이 처음 만났을 때 사이가 험악한 편이었고, 한바탕 싸우난 뒤에야 친해졌던 걸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우호적으로 나온 유타는 확실히 특이한 경우죠. 또 유타는 이후에도 게임에서 여러 번 비슷한 이벤트를 통해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그 친절한 성격이 매력 포인트로 어필해서인지 게임 오리지널 캐릭터 중에서 제일 손꼽히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험난해지고 위험해지는 것만큼 성장폭도 커지겠죠. 죠죠의 매력 중 하나는 다양한 환경을 거치며 성장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