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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5화 - 미궁 속의 그 남자

시어하트어택, 2020-04-22 20:51:52

조회 수
146

니라차는 현애가 보여 준 후드 쓴 남자의 사진을 보자마자 눈이 흔들린다.
“그... 그러니까... 이... 이 사람...”
“정체를 아는 거야?”
현애는 목소리를 높인다.
“아니면, 그럴 가능성은 적겠지만, 너 혹시 여기 나온 후드 쓴 사람 본인이야?”
“아니, 나는 여기 이 사람하고는 다른 사람이고, 이 사람이 누군지도 전혀 몰라! 나도 그저 우연히, 우연히 만났을 뿐이야.”
니라차는 서둘러 손을 내젓는다.
“그럼, 이 사람을 어떻게 만나게 된 건지 말해 봐.”
“나흘 전이었을 거야.”

니라차가 말한 이야기는 이렇다.
나흘 전인 4월 29일 저녁, 그날도 니라차는 평소처럼 친구들과 놀고 나서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한참 길을 가다가 미린 중앙공원에 다다랐을 즈음, 그 후드 쓴 남자와 마주쳤다.
“다... 당신은... 누구시죠?”
니라차는 공포에 질린 나머지 입술을 떨면서 말했다. 그러자 그 후드 쓴 남자가 말했다. 그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남자치고는 조금 높으면서도, 니라차를 휘어잡은 목소리다.
“내가 누군지는 알 것 없다.”
“하지만, 당신...”
“지금, 내가 네게 특별한 ‘선물’을 주도록 하겠다.”
“선물, 이라니...”
말을 마치자, 남자는 메고 있던 가방에서 소총을 하나 꺼냈다. 순간 숨이 탁 막혔다. 저걸 내게 쏘겠다는 건가? 이가 부딪힐 정도로 떨려서 말도 안 나올 정도였다. 후드의 남자는 붉은색이 감도는 탄환을 하나 장전하고, 니라차의 가슴팍에 조준하고, 그걸 쐈다.
순식간에, 그 붉은 액체가 든 탄환 끝의 침이 니라차에게 박혔다.
“읏...”
니라차가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자, 곧이어 그 남자가 말했다.
“이제 수 분 내로, 네게는 ‘능력’이 개화될 것이다. 이것이 내가 네게 주는 선물이다. 단, 조건이 하나 있다.”
“그 조건이란 건...”
“너희 학교에, 며칠 안에 전학생 하나가 올 것이다.”
이상하게 그 남자는 니라차를 처음 만났음에도, 전학생이 온다는 정보를 어디서 들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전학생이요?”
“그렇다. 그 전학생은 위험한 사람이다.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너를 해칠 것이고, 네 주변 사람을 해칠 것이다.”
후드 쓴 남자는 거기서, 갑자기 목소리가 굵어졌다.
“철저히 밟아라! 투지를 꺾어 놔라! 일어설 수 없도록 만들어라!”
그 사람의 말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풍긴 신비감, 그리고 위압감이, 니라차를 그 남자의 말대로 움직이게 했다.

“그래서, 그 사람 말을 그대로 따랐던 거야?”
“아까 선생님이 너 소개해 줄 때, 네가 거의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했잖아. 그래서 그 사람의 ‘위험하다’는 말에 더 확신이 들기 시작했던 거야.”
니라차는 현애의 눈을 슬슬 피하며 말한다.
“내가 참 어이가 없어서. 그렇게 확신이 없어서 말이야, 어떻게 사람을 믿겠어?”
니라차는 바로 느낀다. 현애의 얼굴에서 장난스러운 웃음과 칼바람 같은 분노가 동시에 보인다. 니라차는 바로 고개를 숙인다.
“나, 그렇게 위험한 사람 아니야. 봐, 보라니까?”
“그래, 그러고 보니까 그리 위험한 사람은 아닌 것 같네.”
니라차는 그제야 얼굴을 조금 푼다.
“말로만 그러는 건 아니겠지?”
“아니야! 아니라니까.”
현애가 갑자기 웃음기를 싹 없애고 완연히 진지한 얼굴을 하자 니라차는 황급히 손을 내젓는다. 현애는 니라차를 똑바로 보고, 목소리를 깔고 말한다.
“좋아. 볼 거야. 진심인가 아닌가.”
“아... 알았어.”
“또 그랬다가는! 오늘처럼 끝나지는 않을 거니까.”
“고... 고마워.”
니라차는 힘없이 말한다.
“그래, 좋아. 그럼 월요일날 보자.”
니라차는 머리를 긁으며 일어나 자리를 뜬다.

니라차가 자리를 뜨고 나서 약 5분쯤 후.
“참, 메이링 씨한테서 방금 메시지가 왔어. 쿠쿠스 가든으로 오래.”
주리가 AI폰을 들어 보이며 세훈과 현애에게 말한다.
“멀지 않잖아? 바로 가자고.”
현애는 세훈과 주리를 따라 일어나던 중 오른쪽 다리를 본다. 어느새, 상처는 없어졌다. 언제 상처가 있었냐는 듯.

잠시 후, 쿠쿠스 가든 2층에 있는 예약실. 벽은 나무로 디자인되어 있고, 바닥은 돌을 깔고, 여기저기 화분이 놓여 있어 마치 식물원에 온 것 같은 방이다. 현애와 세훈, 주리, 그리고 메이링 일행이 마주 보고 앉아 있다.
“뭐야, 그러면 그 후드 쓴 남자를 만났다는 거야?”
메이링이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저, 변호사님, 목소리가 너무 크세요. 이 방 밖에도 사람들이 있으니까 목소리는 조금 줄여 주셨으면 하는데요.”
자비에가 검지를 입가에 올리며 말하자, 메이링은 한 번 주위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 만난 건 아니고요...”
현애가 입을 연다.
“제가 아까 우리 반에 동급생 한 명하고 싸웠는데, 그 동급생이 그 후드 쓴 남자를 만난 적이 있대요. 제가 무슨 위험한 사람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그래? 다친 데는 없고?”
“아, 지금은 괜찮아요.”
“내가 그 사람을 조심하라는 이유를 알겠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조만간 네가 직접 만나게 될 거야.”
현애는 다시 다리를 본다. 다시 봐도 신기하다. 1시간도 채 되지 않았을 뿐인데 상처가 완전히 없어졌다니.
“그건 그렇고, 메이링 씨.”
세훈이 앞에 놓인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다가 말한다.
“혹시 그 후드 쓴 남자하고, 엘더 박사님이 실종된 사건하고, 무슨 관련이 있는 건가요?”
“글쎄, 그건 아직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아. VP재단 안에서도 입장이 갈리니까. 장주원 박사님은 관련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고, 라헬 레비 박사님은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했어. 그 두 분 말고도, 내가 아는 연구원이나 정보원들도 여기에 대해서 말이 많아.”
“뭐라고나 할까... 엘더 박사님이 그때 갑자기 실종되고 나서 말이지, 이 주변에 초능력자가 갑자기 늘어났어. 거의 50% 정도 증가했다고 봐야지.”
앨런이 현애와 세훈, 주리를 번갈아 보다가, 마주 앉은 현애를 본다. 현애는 다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어리둥절해 하는 얼굴을 하며 AI폰만 보고 있다.
“혹시, 우리가 하는 말에 대해서 전혀 들어 본 적은 없는 거니?”
“네... VP재단은 한두 번 들어 봤는데, 엘더 박사라는 분은 처음 들어 봐요,”
“그렇구나.”
현애가 앨런의 얼굴을 보니, 놀라는 얼굴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 현애가 모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듯,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메이링과 자비에도 한 번씩 본다. 두 사람 다, 전혀 놀라지 않은 얼굴이다. 심지어, 자비에는 분명히 얼굴로 봐서는 20~30대일 텐데도 불구하고 거의 50대의 연륜 많은 중년 신사처럼, 믿음직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러면...”
메이링이 조심스럽게 주위를 돌아보고 말한다.
“좀더 목소리를 낮출 테니, 들어 봐. 현애 너도 알아야 하는 이야기니까.”

그날은 4월 3일, 목요일이었다. 벌써 한 달 전의 일이다.
메이링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 사건 전까지는 메이링은 그저 초능력에 대해서 조금 알 뿐인 비능력자였지만, 그 날 이후로 메이링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바로, 그 사건 때문에, ‘능력’이 개화했기 때문이다.
그날도 메이링은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의 법률사무소 ‘스텔라’에서 사무장 앨런, 자신의 인공지능 *소피아와 함께 소송건 처리, 송장 작성, VP재단에서 의뢰한 초능력자 정보 수집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한 오후 3시 정도 되었을 때, 메이링의 친한 동생 ‘파라 사라고사’가 전화를 걸어 왔다.
“어? 파라, 무슨 일이야?”
“언니, 오늘 저녁에 쿠쿠스 가든에서 만나자.”
“쿠쿠스 가든에서 왜?”
“2년 전에 여행 갔다 온 거 있잖아.”
“맞아. 너 그 이야기만 하면 슬슬 내 눈을 피했던데.”
“오늘 그 이야기를 하려고.”
전화 너머의 파라의 목소리는 꽤 진중했다.
“아니, 갑자기? 웬일이야?”
“VP재단 사람들은 내가 불렀으니까, 언니가 초능력 쪽 관련해서 아는 사람들을 좀 데려와 줄래? 가능하면, 언니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몇 명만.”
“아니, 갑자기 사람들 모아놓고 뭘 하려는 거야?”
“오늘 와 보면 알아.”
파라는 메이링보다 6살 아래. 미린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미린대까지 같은 학교를 나왔다. 머리가 좋아서 대학에도 1년 일찍 들어갔다. 그러다가, 2년 전 7월쯤에는 무전여행을 갔다 온다고 하더니, 무슨 사고를 당한 건지는 몰라도, 두 다리는 의족이 되어 있었고(표는 별로 나지 않았지만), 여행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했다. 메이링도 처음에는 궁금해했다가 더 묻지 않았고, 파라는 한동안 말없이 지냈다. 그러고 나서 또 평소처럼 지내고, 졸업하고 취직도 잘 했다가, 그날 갑자기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2년 전 여행에 관해 말하기 위해 만나자고 한 것이었다.
아무튼, 메이링은 쿠쿠스 가든에 갈 때, 자신이 아는 사람들을 몇 명 불렀다. 세훈과 주리도 불렀다. 당시 두 사람은 초능력자는 아니었지만, 초능력자들과 엮여 이런저런 일을 겪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둘러앉은 사람들을, 아직도 메이링은 전부 기억하고 있다. 우선 바로 오른쪽에는 앨런이 앉았고, 왼쪽에는 자신의 친한 친구들인 ‘독고반디’와 ‘제리 듀폰’이 앉았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세훈과 주리, 공주 나타샤, 또 친해지게 된 중학생 ‘츠츠지모리 사이’, 이레시아인이자 메이링과 함께 정보원으로 활동하는 레아가 앉았다.
그렇게 메이링과 앨런, 그리고 메이링이 부른 사람들로 자리가 채워지고, 파라가 왔다. 2년 전 여행에서 알게 되었다는 파라의 이레시아인 지인 ‘호렌’도 그때 처음 봤다. 엘더 박사와 장 박사는 조금 늦는다고 했다.
그 날 있었던 일은 어찌 보면 조금은 황당했다. 한 가지만 뺀다면, 평범하게 베라네라는 물질에 대해서 소개하고, 그것을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VP재단 관계자들에게 양도하는 자리였다.
파라와 그 호렌이라는 지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종업원이 붉은빛이 감도는 음료수가 든 음료수병 몇 개를 들고 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메이링도, 세훈도, 그 음료수가 이 카페에서 개발한 신메뉴겠거니 하며, 기분 좋게 마셨다.

그 진홍색의 음료수의 진실을 알게 된 건, 얼마 안 되어서였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3 댓글

SiteOwner

2020-04-22 21:49:56

니라차가 조종당하게 된 계기가 참으로 괴이합니다.

뭔가 유혹하거나 한 것도 아니고, 대뜸 소총을 꺼내서 이상한 액체가 든 탄을 장전해서 쏜다...

끔찍하군요. 그리고 그 뒤로는 그 남자의 뜻대로...그런데, 니라차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그 남자의 조종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 하필이면 그 대상이 니라차인 것...


진홍색의 음료...이게 문제군요.

마드리갈

2020-04-23 22:57:37

이렇게 나온 진술이 모두 사실이라면, 니라차는 그 의문의 남자의 피해자이기도 하네요.

게다가, 공포에 휩싸인다든지 해서 마음을 조종당하면 그 결과는 언제나 참혹하기 마련. 그나마 니라차가 물귀신이 될 뻔 했다가 현애의 면전에서 전말을 실토하게 된 것이 다행인가 싶기도 하네요.

파라도 험한 꼴을 많이 봤죠. 전작 밀수업자에서 신분을 속여 아이샤 메스키타라는 이름의 다른 인물로 활동한 전력이 있었고, 그 때의 사고로 다리를 잃고 의족...살아 있는 게 천만다행이죠.


문제의 음료, 설마 누군가가 독살을 기도한 걸까요?

시어하트어택

2020-04-24 19:54:58

이제 그 '이상한 액체'가 더 많이 나오게 될 겁니다. 후드 쓴 남자도 한번은 나올 거고요.

그 외에 전작에 나왔던 인물들도 몇 명 모습을 비추게 될 예정인데, 언제쯤 나오게 될지 상상해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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