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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66화 - 투 캅스(1)

시어하트어택, 2020-11-19 07:39:28

조회 수
130

시간은 금요일 저녁으로 돌아간다.
매그넘 골드 빌딩 근처의 한 레스토랑에 메이링과 앨런, 레아와 호렌, 그리고 파라가 둘러앉아 있다.
“그래서... 엘더 박사님하고, 자비에하고 동선이 좀 유사하다고?”
“네, 변호사님. 지금 보시는 건 현재까지 CCTV나 주변인 증언 등을 토대로 알아낸 엘더 박사님과 자비에의 평일 저녁과 주말의 동선이에요.”
앨런이 테이블 위에 홀로그램을 띄워 보여 준다. 엘더 박사의 빨간 점과 자비에의 파란 점으로 나타나는 동선은 확실히 좀 많이 유사하다.
“이 유사성은 대체 뭘 의미하는 걸까요?”
“글쎄...”
메이링이 앞에 놓인 와인잔에 든 와인을 한 잔 마시며 말한다.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이렇게 비슷한 동선을 보인다는 건... 글쎄다.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사람일 텐데...”
“두 사람의 실종의 배후에 누군가가 있는 게 아닐까요?”
호렌이 손을 턱에 괴고 말한다.
“그래서 말인데, 레아 님, 혹시 여기에 대해 아는 거라도...”
“제가 그래서 혹시나 해서 장 박사님한테 여기에 대해서 한번 물어보니까 말이죠.”
이번에는 레아가 말한다.
“장 박사님은 특별히 연관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하더라고요. 레비 박사님도 비슷하게 말씀하셨고요.”
“글쎄, 그것보다는.”
그때까지 말이 없던 파라가 와인잔에 든 와인을 한입에 들이키고, 입을 닦고는 말한다.
“두 사람 모두, 뭔가를 찾고 있던 게 아니었을까?”

일요일 정오, 미린 시사이드 센터 앞 삼거리. 거리는 사진 찍는 사람들, 나들이 나온 가족, 그리고 형형색색의 코스프레 의상을 입은 사람들로 붐빈다. 미린 라이트레일 고가 출입구에서 가까운 길가에 순찰차가 한 대 서 있다.
“오, 오늘 ‘코믹 피에스타’ 하는 날이었던가?”
운전석에 앉은 경찰관이 밖을 내다보며 말한다.
“오늘은 큰 사고 없어야 할 텐데.”
“아, 여보세요?”
조수석에 앉은 경찰관이 누군가와 전화하고 있다. 전화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한 어린아이가 칭얼대는 목소리다.
“아, 알았어. 3시면 끝나니까, 그때까지 엄마하고, 도로시 누나하고 잘 지내고 있어. 알겠지?”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테렌스 엘더 팀장.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진언이다.
“그래, 그래. 금방 가. 알았지? 응. 그래.”
엘더 팀장은 한숨 섞인 웃음을 지으며 전화를 끊는다.
“방금 혹시 누구하고 통화하신 겁니까?”
옆에 앉은 진언이 눈을 빛내며 묻는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아들인 겁니까?”
“에이, 내 나이에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있을 리가 없잖아.”
“아... 하긴 그렇겠군요.”
진언은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엘더 팀장이 계속 말한다.
“도로시하고 다니엘은 내 동생이야. 도로시는 올해로 중학교 2학년이고, 다니엘은 초등학교 5학년이지. 터울 큰 맏이가 얼마나 피곤한지 겪어 보면 알 거야.”
“엇, 잠깐... 초등학교 5학년이요?”
“참, 자네도 초등학교 5학년짜리 동생 있다고 했지?”
“아, 여동생은 초등학교 6학년이죠. 5학년은 제 삼촌이고요.”
“엥? 삼촌?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잘 말씀드렸습니다만.”
“하, 그 국회의원 양반... 아니, 자네 할아버지하고 할머니는 정말 오래 사셔야겠어.”
엘더 팀장은 머리를 잠깐 긁고는 앞에 놓인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신다. 엘더 팀장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진다.
“‘할아버지’ 하니까 생각나는데...”
“할아버지라니요? 그럼...”
“할아버지는 주말이면 가끔 이런 번화가에서 뭔가 ‘힙해 보이는’ 가게만 골라 들어가 식사를 하시곤 하셨지. 내가 경찰이 되자마자 한 축하 파티도 이쪽에서 해 줬어.”
“아, 그랬습니까?”
“내가 오늘... 이쪽에 순찰을 온 이유 중에 하나도 그것이고. 혹시... 이쪽에 오면 할아버지가 나오실 수 있을까 해서.”
엘더 팀장은 때때로 말을 잇기 힘들어한다.
“하지만 팀장님 할아버지 정도 나이가 든 사람은 아직 안 보이는군요.”
“그렇지? 나도 아무리 찾아봐도 안 보이네.”
“그러면 어디서 찾죠?”
“일단은 할아버지의 직장 근처도 한번 가 봐야겠는데...”

그때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4명의 일행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는데...
“어? 저기, 진언이 형 아니야?”
고등학교 남학생 한 명이 순찰차를 가리키며 말하자, 일행이 다들 순찰차를 보더니, 순찰차 쪽으로 다가온다. 진언과 엘더 팀장도 순찰차에서 나온다. 진언이 보니, 현애, 세훈, 주리, 그리고 조제다.
“한 일주일 못 봤지?”
세훈이 반갑게 손을 흔들며 말한다.
“일은 좀 어때?”
“에이, 그저 그렇지 뭐. 경찰 일 하다 보니 별 인간들을 다 본다.”
진언은 경찰을 30년은 한 사람처럼 말한다.
“어떨 때는 막 정의감에 불타고 그러지만, 어떨 때는 정말 더럽기도 하고 그러더라. 특히 요즘 그 폭탄마 녀석하고 도깨비불 녀석, 신출귀몰한단 말이야. 단서가 있어야 할 텐데...”
“단서?”
세훈이 일부러 큰 목소리로 되묻는다.
“하... 그래. 그 단서가 필요하지.”
그때까지 듣고만 있던 엘더 팀장도 한숨을 쉬며 말한다.
“단서가 있으면 잡을 확률이 100배는 올라갈 텐데, 통 못 찾겠어.”
“단서는 이미 있죠.”
“응? 뭐야.”
“너희, 그걸 어떻게 장담할 수 있어?”
진언과 엘더 팀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현애가 AI폰을 꺼내서 홀로그램을 보여 준다. 조악하게 만들어진 고철덩어리 같은 폭탄의 모습이다.
“바로 어제 입수했어요.”
“뭐야, 어떻게 입수했어?”
“그 녀석, RZ타워 전망대에도 왔다 갔지 뭐예요.”
“하,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녀석이구만.”
“잽싸게 도망가 버려서 잡지는 못했는데, 대신 증거가 남았죠.”
조제도 어제의 일이 생각났는지 소리 없이 이를 간다.
“아주 잡히기만 해 봐라.”
“현애 너 말이야.”
진언이 홀로그램을 가리키며 말한다.
“혹시 그 자료 나한테도 공유해 줄 수 있어?”
“물론이죠.”

다음날 6월 1일 월요일, 세라토시 북부 아이린구에 있는 아이린 과학연구단지. 아이린산 자락에 있어 풍광이 좋고, 일명 ‘과학기술의 전당’으로 불리는 세라토 과학기술원을 비롯해 정부, 공공기관, 민간기업, 재단 등에서 만든 수많은 연구소들이 밀집한 곳이다. VP재단의 본부도 이곳에 있다.
VP재단 본부 근처에 순찰차 한 대가 서 있다. 안에 있는 건 엘더 팀장과 진언. 의자 옆에는 찢어진 샌드위치 포장지가 구겨져 놓여 있다. 두 사람은 이제 막 샌드위치 하나씩을 다 먹은 참이다.
“할아버지의 직장이라... 오랜만이군. 이런 일로 와 볼 줄은 몰랐는데.”
엘더 팀장이 씁쓸하게 중얼거린다.
“자네 아는 사람이 여기서 근무한 적이 있다고 했었나?”
“네. 메이링 씨였나... 한때 여기 법무팀에서 근무했죠.”
“아, 그 패션모델처럼 하고 다니는 변호사? 그 전에는 검사였다고 했지? 너무 이미지 매칭이 안 된단 말이야.”
“그래도 꽤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분.”
진언은 문득 시계를 본다. 시간은 12시 10분을 가리키고 있다.
“아, 팀장님, 어디 카페라도 좀 가시겠습니까?”
“그래. 마침 샌드위치를 먹으니까 커피가 좀 끌리는걸.”

약 5분 후, 연구단지 안에 있는 한 카페. 주로 주변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고, 인간과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이는 이레시아인, 파충류 머리를 한 살테이로인, 인간을 바탕으로 문어나 오징어를 합쳐 놓은 것처럼 보이는 옥타콘인 등의 외계 종족 출신 연구원들도 간혹 보인다.
“일편단심 같으십니다, 팀장님은.”
“왜?”
“날이 점점 더워지는데 뜨거운 커피만 찾으시니까요.”
“아니, 뭐... 내 취향이니까.”
진언과 엘더 팀장이 한참 담소를 나누고 있을 그때다.
“어, 잠깐...”
엘더 팀장의 눈에, VP재단 배지를 가운에 단, 나이 들어 보이는 연구원이 눈에 들어온다. 그 뒤로 연구원 몇 명이 따라 들어오는데, 고분고분 그 나이 든 연구원의 말에 따르는 듯하다. 그리고 엘더 팀장의 예상이 맞는다면 저 사람은 바로...
“장주원 박사님 맞지...”
엘더 팀장은 일어나서 자리에 막 앉으려는 장 박사에게 다가가, 정중히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 박사님.”
“아, 안녕하신가, 경찰 양반.”
“시간 뺏어서 죄송하지만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물어봐도 괜찮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엘더 팀장은 AI폰을 들어 엘더 박사의 사진을 보여 주며 말한다.
“이 분과 같이 일하셨죠?”
“아, 알지.”
장 박사는 태연히 말하지만, 주위의 연구원들의 눈이 흔들리고 귓속말로 뭐라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엘더 팀장의 눈에 들어온다.
“그분은 사실 이번 4월부터 통 보이지 않고 있네. 우리도 찾으려고 백방으로 뛰어 보고 있지만, 원체 찾을 수가 없었단 말이지.”
장 박사의 얼굴이 어두워지는 듯하더니, 금세 미소를 짓는다.
“엘더 박사는 좋은 사람이야. 빨리 돌아올 거라고 믿네.”
“그렇습니다. 그래야죠.”
“수고가 많네, 다들.”
한 5분쯤 후, 진언과 엘더 팀장이 카페를 나서는 모습이 보인다. 그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고 다시 후배 연구원들을 보니, 자기들끼리 담소를 나누는 중이다. 장 박사는 AI폰을 꺼내 화면이 남들에게 안 보이게 하고,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미린경찰서 순찰3팀장 테렌스 엘더 외 1명]
[오늘 안에 처리하기 바람]

잠시 후 누군가의 답장이 온다.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그날 저녁 8시쯤, 진언과 엘더 팀장이 탄 순찰차.
“하... 오늘도 야간 근무라니.”
“그러게 말입니다.”
“연차가 좀 쌓이다 보면 나아지겠지. 자네도, 나도 모두.”
“그랬으면 좋겠군요.”
진언과 엘더 팀장 모두 옆에 있는 캔커피를 마신다.
그렇게 약 1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잠깐.”
진언이 주위를 돌아본다. 금세 진언의 얼굴이 사색이 된다.
“여긴... 도대체 어딥니까?”
“그러게... 한번 잠깐 보고...”
엘더 팀장은 AI폰을 꺼내 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어째서 우리... 동구까지 온 거야!”
“아무래도, 이 순찰차가 해킹당한 것 같습니다...”
“아니, 해킹?”
엘더 팀장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자네 운전 똑바로 안 할 거야?”
“제가 수시로 확인했는데, 어느새 보니까 여기더군요.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하... 그건 그렇고...”
엘더 팀장이 잔뜩 분이 오른 얼굴을 하고는 차문을 열고 나오려는데...
“우리, 어째서 묘지공원에 와 있는 건데!”
“저도, 저도 이런 적은 처음입니다. 아니, 알아야겠습니다.”
진언은 겁을 집어먹은 듯 목소리를 떨며 말한다.
“어째서 순찰자가 해킹을 당했고, 또 많은 곳 중에도 하필이면 이런 곳으로 왔는지 알아야겠는데 말입니다...”

그때다.
진언의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가 이리로 걸어오고 있다.
사람 몇 명이다.
왜 공동묘지에 사람이 저렇게 돌아다니는 걸까?
설마, 소설, 영화, 만화, 괴담 같은 데서나 보던, 그 녀석들인가?
저 흐느적거리면서도 빠른 움직임...
저 초점 없으면서도 흉포한 얼굴!
확실하다!
“뭐... 뭐야... 저 녀석들은!”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0-11-19 13:09:14

전혀 다른 두 사람의 동선이 거의 일치할 정도로 유사하다는 것은 아무래도 완전히 우연일 수는 없겠죠. 비록 생면부지의 타인일지라도 공통적인 목적 등이 있다든지 생활권이 동일하다든지 등의 유사점 등이 하나 이상 있을 것이고...

항렬이 기묘하게 되어서 친척관계가 저렇게 정의되는 건 정말 낯설어요. 예전부터 친척관계라는 게 별로 없었고 있었던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저희집 환경에서 미루어 볼 때 그저 신기하게 보일 뿐...


순찰차가 해킹당한다, 그리고 갑자기 괴이한 존재가 나타난다...

전자과학문명의 맹점과 오컬트적인 문제가 만난 이런 상황, 정말 싫네요. 읽는 지금이 낮 시간대인 게 천만다행일 정도로...

시어하트어택

2020-11-21 23:28:25

사실 저렇게 꼬인 항렬은 넣어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일부러 넣어 본 겁니다. 죠죠에서 죠타로와 죠스케의 사례도 참고하기는 했습니다.


이 괴이한 사건은 다음 화에 끝납니다. 이 사건 자체는 전체 줄거리를 놓고 보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연결고리가 되는 사건이죠.

SiteOwner

2020-12-29 19:20:25

담담히 읽어가다 갑자기 공포를 느꼈습니다.

갑자기 엉뚱한 곳에 도착했음을 알아챘을 때에는 이미 상황이 정상이 아닌 것을 알게 되었고, 속수무책인...

게다가, 괴이한 존재가 대거 출현하는군요. 아무리 힘이 약하다고 하더라도 일단 수적으로 절대다수이면 답이 없습니다.


최근에 서울에서 일어난 테슬라 전기차의 화재로 인한 인명사고가 떠오르면서 마음이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0-12-30 08:03:40

자율주행차의 문제점이, 멀쩡히 운전하던 차를 누군가가 해킹할 수 있다든가, 그걸 가지고 범죄에 악용할 수 있다든가 하는 법이죠. 그런 것과 판타지적 요소를 적절히 섞어 만들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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