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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78화 - 잠시 정지!

시어하트어택, 2020-12-16 07:50:22

조회 수
114

토요일 저녁, 미린중앙공원의 미린호가 보이는 한 벤치. 단발머리에 가죽점퍼를 입은 한 여자가 초조하게 호수만을 바라보며 뭔가를 기다리고 있다.
“왜 연락이 안 오지... 도대체 왜...”
그떄다.

♩♪♬♩♪♬♩♪♬

“여보세요? 아, 보스?”
“라자, 시저 컬리는 성공했나?”
전화 너머로 장 박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게... 연락이 없습니다. 성공하면 연락을 주기로 했는데...”
“그럼 실패한 거다.”
라자의 온몸이 떨린다. 입에서는 한숨을 푹 내쉰다.
“하지만 낙담할 것 없다. 곧바로 다음 단계로 들어간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보스.”

다음날 일요일 정오, 카페거리의 카페 블랙 실드.
테라스 한 곳에 앨런과 수영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고, 비토가 막 아메리카노 두 잔을 가지고 온 참이다.
“참, 앨런 씨, 자비에라는 분은 혹시 찾았나요?”
수영이 걱정스러웠는지 앨런에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아니요, 아직 못 찾았습니다. 단서는 이리저리 모으고 있는데, 짜맞출 만한 게 부족해요. 아직은 말이죠.”
앨런은 막 뭔가 더 말하려다가, 어느새 옆에 서 있는 비토를 돌아본다. 비토의 얼굴은 무겁다. 세상의 모든 것을 짊어진 것만 같이.
“아... 비토 씨.”
“자비에의 생각을 하루도 안 해본 적이 없네요. 많은 시간을 함께했던 친구인데...”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제가 꼭 찾아 드리죠.”

그때.
“어? 다들 여기 모여 있었네요?”
익숙한 목소리가 천변 산책로 쪽으로부터 들린다.
앨런과 수영이 돌아보니, 현애, 세훈, 주리가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게 아닌가. 다들 밝은 색감의 가벼운 옷차림이다.
“어? 너희들!”
“앨런 씨!”
“우리 작가님도 있었네!”
현애, 세훈, 주리가 가까이 다가오자 앨런이 의자를 돌리며 말한다.
“그런데, 너희는 어디 가는 길인데?”
“아, 원래는 그냥 저희 둘이서 놀러 나가려고 했는데...”
주리가 얼른 말한다.
“여기 현애가 교회 갔다 오는 길에 저희하고 마주치지 뭐예요.”
“어, 그래? 그래서 어디 가려고?”
“에... 그건...”
세훈과 주리가 뭐라고 말을 막 꺼내보려는데...

“어, 얘들아!”
일행이 돌아보자, 진언이 손을 흔들며 부르는 게 보인다. 세훈이 얼른 아는 척한다.
“뭐야, 진언이 형. 오늘은 근무 아닌가 보네?”
“아, 맞아.”
“그런데 어디 갔다 와? 옷차림은 또 왜 그렇게 어둡고?”
“미린대병원에 장례식장 갔다 오는 길이야. 우리 팀장님이 가족상을 당하셔서.”
“에, 정말?”
진언의 말을 듣는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혹시... 엘더 경위라는 분의 가족?”
앨런이 조심스레 묻자, 진언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 테라스 옆에 서서 진언을 보고 있던 비토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진다.
“저기, 잠깐...”
“무슨... 일이죠?”
“엘더 경위가... 설마...”
“저, 혹시... 비토 씨, 무슨 일이라도...”
수영이 비토를 돌아보며 묻자, 비토는 바로 고개를 젓는다.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단지 걱정되었을 뿐입니다.”
“그래요...”
진언이 힘없이 말한다.
“좋으신 분인데 어쩌다가 가족들이 전부 변을 당했는지...”
“하지만 걱정 마세요.”
비토가 또다시 무겁게 입을 연다.
“엘더 경위님이 지금은 어두운 터널 속에 들었겠지만, 조만간 다시 빛을 되찾을 날이 오리라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팀장님께 꼭 전해 드려야겠군요. 그럼 저는 이만...”
진언은 다시 발걸음을 돌려 어딘가로 간다. 진언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앨런은 아직 카페 밖에 서 있는 현애, 세훈, 주리에게 눈길을 돌린다.
“너희들, 커피라도 한 잔 마실래?”
“아니요, 저희는 또 어디 갈 데가 있어서...”
“아.. 그래? 아쉽게 됐네.”
현애, 세훈, 주리가 손을 흔들자, 앨런도 손을 흔든다.
“또 보자.”
인사를 하고서, 현애, 세훈, 주리는 다시 길을 나선다. 물론 현애는 수영과 또 한 번 묘한 눈빛을 주고받는다.

약 10분쯤 후, 미린고등학교 남쪽의 주택가. 그중에서도 넓은 정원을 갖춘 저택들이 늘어선 거리. 현애, 세훈, 주리가 나란히 걷고 있다.
“분명히 그 저택이 여기 어디쯤 있다고 하지 않았어?”
“왠지 우리 학교 근처라니까 두 배로 떨리는데...”
“맞아. 좀 큰 저택이라고 했지.”
세훈과 주리가 말을 꺼내자 현애가 AI폰을 보며 말한다.
“호렌 씨한테서도 들어서 확인한 거고. 아마 여기서 멀지 않을 텐데...”
“호렌 씨라고?”
“맞아. 그 저택의 주인이 이번 사건에 대해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거든.”
그때다.
“어? 너희들, 어디 가?”
일행의 뒤쪽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리나가 개 한 마리를 데리고 막 자기 집에서 나와 뜀박질을 시작하려던 참이다.
“응? 리나잖아. 너는?”
“아, 산책하고 있는데, 우리 포코가 좋다고 뛰어 달래.”
“정말?”
세훈이 살짝 의심스럽다는 듯 묻는다.
“그 강아지가 진짜 그렇게 말한 거야?”
리나는 말하는 대신 강한 긍정의 미소를 짓는다. 포코가 좋다는 듯 리나를 잡아끈다.
“그럼 또 봐!”
리나는 일행이 온 방향인 카페거리 쪽으로 뛰어간다.
“다시 봐도 정말 신기한 능력이야. 동물하고 말을 다 하고.”
“그러게.”
리나의 뒷모습을 보던 세훈과 주리가 한마디씩 한다.
“얼른 가자! 그렇게 잡담하다 보면 시간이 다 가 버린다고.”
현애는 세훈과 주리를 막 재촉하고, 다시 길을 나서려는데...
“얘들아!”
또다른 누군가가 일행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반디가 후드티를 입고 자기 집 대문 앞에 서 있다. 옆에는 한껏 차려입은 민도 함께다. 현애는 둘이 남매인 건 알고 있지만, 함께 선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다.
“어... 오랜만이네요.”
세훈이 반디를 보고 약간 어색하게 인사를 건넨다.
“한 달쯤 전에 보고 못 본 것 같은데...”
주리도 마찬가지로 반디를 보고는 얼떨떨한 반응이다.
“아, 오늘은 오랜만에 학교에 일이 없어서.”
조금 마른 듯한 반디의 얼굴. 하지만 보니까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다. 그 얼굴에서, 평소 얼마나 고생했는지, 읽힌다. 얼굴에 살이 가득 오른 민의 얼굴과 대비하니 더더욱. 그래도 역시 남매라 그런지 많이 닮기는 했다.
“혹시 어디 가요, 반디 씨?”
“교회 갔다가, 이제 어디 놀러 가는 길이야.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지.”
반디가 말하자 민도 은근슬쩍 끼어든다.
“그럼 세훈이 형하고 주리 누나, 현애 누나는 어디 가는데? 나도 알려 주라.”
“아, 우리도 그냥 어디 놀러 가는 거야.”
민이 매우 궁금하다는 얼굴을 하고 현애와 세훈, 주리에게 뭔가 더 물어보려는데, 반디가 얼른 민을 잡아끌며 민을 재촉한다.
“아, 알았어, 누나, 갈게! 잘 다녀와!”
현애, 세훈, 주리는 반디와 민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다시 길을 나선다.

잠시 후, 한 저택 앞.
“여기였지, 네가 말한 그 저택이?”
주리의 말에, 다들 문제의 저택을 담 너머에서 내다본다. 대리석의 외관과 기둥을 보니 마치 고대 로마와 로코코 양식을 결합한 것 같은 외관이 인상적이다. 그러고 보니 이 주변을 돌아다닐 때도 몇 번은 지나갔을 텐데, 왜 그냥 지나쳤던 걸까? 다들 머리를 갸웃거리게 한다.
“그런데, 이 집에 들어갈 때 말이야...”
주리가 머뭇거리더니 말한다.
“뭔가 절차라도 필요하지 않아?”
“절차?”
현애와 세훈이 되묻는다.
“양해를 구하거나 하지도 않고 막 들어가면 안 되잖아.”
“하긴, 그렇기는 한데...”
그때다.
“혹시, 이 집에 들어가는 절차를 알고 싶은 건가?”
어느새, 한 남자가 저택의 대문 앞에 서 있다. 베이지색 셔츠와 검은 바지를 잘 차려입은, 갈색 머리의 키 큰 남자. 얼핏 봐서는 경비원 같아 보이기는 하는데, 분위기가 묘하게 이상하다.
“집에 들어가는 절차를 알고 싶나?”
일행이 말이 없자, 그 남자가 다시 묻는다.
“네. 혹시, 무엇... 때문에...”
세훈이 어색하게 말하자, 그 키 큰 남자는 손뼉을 치며 다시 말한다.
“딱 하나의 절차가 있어. 이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현애, 세훈, 주리가 일제히 그 키 큰 남자의 입에 주목한다. 하지만 그 남자에게서 나오는 이 분위기, 왠지 모르게, 적대적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그 절차란 바로!”
남자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나를 이겨라. 나를 이기지 않으면! 이 집에는 절대 못 들어간다!”

“아니, 그쪽이 누군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듣고 있던 현애가 앞에 나서며 말한다.
“딱 보니까 이 집 경비원도 아닌 것 같은데, 뜬금없이 집에 들어가는 절차를 요구하다니, 궁금해지는데요. 어느 분이 시켜서 오신 거죠?”
“좋은 질문이군. 정확히 봤어. 사실 나는 이 집 경비원이 아니야. 하지만 이 집에 너희들이 들어가는 건 막아야 하지. 그분의 신신당부가 있었다.”
이 남자가 말하는 그분이라고 한다면... 두 가지다. 하나는, 이 집의 주인. 또 하나는...
“설마, 장주원 박사?”
“바로 답이 나오는군. 어떻게 그렇게 잘 알지?”
“그야, 이렇게 놀기 딱 좋은 날에 나한테 방해꾼을 보낼 녀석이라면 그 장 박사라는 녀석이 가장 유력하니까.”
“그래, 네 말이 맞는군. 그분께서 가장 관심을 표하는 사람도 바로 너고.”
여전히 현애와 세훈과 주리를 둘러싼 이 묘하고, 적대적인 긴장감은 없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남자는 왜 바로 공격을 하려 하지 않는 건가? 분명 명령을 받고 셋을 공격하러 온 것일 텐데!
“하나만 물어볼까.”
이번에는 주리가 나선다.
“얼마든지.”
“왜 우리를 바로 공격하지 않는 거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지.”
그 남자는 현애, 세훈, 주리를 스윽 보며 말한다.
“먼저 하나는, 이곳은 내가 싸우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야. 또 하나는, 나 혼자서 세 명을 상대하기란 조금 불공정한 것 같아서.”
“허허, 나름 공정한 걸 찾으시네.”
세훈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머리를 흔들며 말한다.
“애초에 주말을 잘 보내는 우리를 공격하는 상황부터가 공정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쪽은 어떻게 생각하지? 지금 우리가 바로 네 녀석을 공격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그러니까...”
“잠깐.”
주리가 세훈이 뭔가 더 말하려는 것을 막아선다.
“여기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야. 봐봐!”
주리의 말대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현애, 세훈, 주리와 갈색 머리의 남자를 한 번씩 슬쩍 보며 지나가고 있다.
“그쪽의 말이 맞았는데. 장소를 옮겨야겠어.”
세훈이 마지못해 갈색 머리의 남자를 보고 말하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현명한 선택이야. 그럼 장소를 좀 추천해 주면 좋겠는데.”
“그래?”
현애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연다.
“저기 주택가 소공원이 있어. 그리로 가자고.”
“음... 좋아.”
갈색 머리의 남자, 세훈, 주리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0-12-16 13:11:04

끔찍한 사건은 역시 아무리 창작물의 것이라고 해도 마음이 아프기 마련이죠.

특히나, 한순간에 가족 모두가 살해당한 엘더 경위의 마음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레벨...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네요. 현애, 세훈, 주리 일행을 막아선 의문의 남자의 등장. 그런데 나름대로 기사도인지 무사도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모종의 것은 있나 보네요.


만일 제가 저 남자라면, 주저없이 무기를 꺼내서 3명을 모두 바로 죽였을 것 같네요.

골든 카무이의 코이토 오토노신같이. 참고로 코이토 오토노신의 성우는 죠죠의 기묘한 모험 5부의 디아볼로의 성우이기도 한 코니시 카츠유키. 영상을 첨부해 둘께요. 도중에 총성이 들리니까 조심하시길 부탁드려요.


시어하트어택

2020-12-17 23:19:23

저 남자와의 싸움은 조금 예외적인 싸움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조금 회차가 지나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SiteOwner

2021-01-28 19:38:17

문제의 갈색머리의 남자같은 사람이 꽤 무서운 법입니다.

그런데 또 뒤집어 생각하자면, 저런 사람이 적이면 무섭지만 아군이면 더없이 든든하기 마련이겠지요. 문제는 그의 상태가 아직은 적이라는 것이고, 아군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의문 속에 있다는 것입니다만...


그 갈색머리의 남자와 현애, 주리 및 세훈의 일행이 장소를 옮겨 싸우려는 것은 특촬물의 한 장면도 연상되고 그렇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1-01-31 23:14:07

사실 장소를 옮겨서 싸우는 건 민폐 방지를 위한 제 나름대로의 수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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