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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92화 - 숨 막히는 시간(2)

시어하트어택, 2021-01-30 14:40:28

조회 수
126

발레리오의 저택.
여전히, 현애는 숨을 쉬기가 힘들다. 거기에다가, 이제는 공기중에 독을 섞어 놓은 것만 같이, 텁텁한 느낌이 점점 더 심해진다. 파라는 보이지 않는다.?
“커... 억... 어떻게 되고... 있는 거지...”
사람들의 움직임이 점점 둔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다들 질식해 죽고 말 것이다!
“자... 자네, 괜찮나?”
“발레리오 씨!”
발레리오가 현애 앞에 서 있다. 고통스러워하는 얼굴을 하고는 겨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어떻게... 어떻게 서 계신 거죠?”
“피오가 풀어 줬지.”
“피오 씨가요?”
“아... 바닥에 있는... 줄들... 줄들을 모두 분해하느라 좀 걸렸어요.”
발레리오 옆에 선 피오도 여전히 괴로운지 컥컥대며 말한다.
“누군가가 조종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계속 여기로 다시 뻗어오려고 하고요!”
“이... 이 자식을... 아주 그냥!”
발레리오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주먹을 꽉 쥔다.
“그건 그렇고... 파라가 좀 전에 뭐 찾으러 간다고 하지 않았나?”
“네... 그랬죠...”

한편 그 시간, 저택의 서재 앞 복도.
“이쪽... 이쪽인가?”
파라가 복도를 유심히 살핀다. 분명히, 산소를 빨아들이는 뭔가가, 이쪽에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분명 이쪽, 이쪽인데...
“응?”
뭔가 웅웅대는 소리.
“어떤 녀석이...”
옆을 홱 돌아본다.
웬 드론이 날아다니고 있지 않은가!
그 드론이 파라와 마주치자, 파라를 따라오기 시작한다. 일단은 그림자 속으로 숨어든다. 그림자 속에서 보고 있자니, 조그만 상자가 하나 보인다. 산소가 빨려 들어가는 상자 말이다.
“저거였군. 저걸 설치해서 사람들을 온통 질식시켜 죽이려는 생각이었나 본데...”
그 순간, 보인다.
파라가 숨은 그림자 앞에, 그 드론이 정지비행 중이다.
그리고 총구를 내밀고 있다. 파라의 눈앞에!
“뭐 하는 자식인지는 몰라도, 이 자식!”
재빨리 의족 하나를 뽑아 들고 드론을 향해 후려친다.
쾅-
드론은 의족에 맞자마자 힘없이 땅에 떨어져서 세 동강이 난다.
“후... 됐어. 이제 저 망할 놈의 상자를 그림자에다 집어넣으면...”
상자를 그림자 안에 집어넣자...
“허엇!”
됐다!
숨이 막히던 게 싹 사라졌다!
저택 지면 근처를 온통 덮고 있던, 질식의 기운이 모조리 사라졌다!
“하... 하앗...”
혹시나 해서 자세를 바짝 낮추고, 심호흡을 좀 길게 해 본다. 그래도 숨이 막히는 건 이제 없다. 됐다. 됐다!
하지만...
아까 드론을 후려치는 데 쓴 의족이 또다시 망가져 버렸다. 물론 완전히 고장난 건 아니고 좀 찌그러진 것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걸어가기가 좀 힘들 것 같다...
“파라 씨! 파라 씨!”
현애, 주리의 목소리다.
“파라, 너 괜찮아?”
호렌의 목소리도 들린다.
“거기 있나? 괜찮아. 이제 무사하니 나오게!”
발레리오의 목소리. 파라의 바로 앞에서 들린다. 숨을 몰아쉬느라 가쁜 숨도 함께.
“어떻게 된 건가?”
“네... 예상대로, 산소를 빨아들이는 뭔가가 설치되어 있었어요. 그렇게 정교해 보이는 기계도 아닌, 그냥 종이상자였어요.”
“종이상자에서 공기를 빨아들인다고?”
“네!”
“일단 알았네. 일단 다들 안정을 좀 취한 다음에 이야기를 좀 들어 보겠네.”
발레리오의 목소리에는 전에 없이 끓어오른다. 분화를 다시 시작한 휴화산처럼 말이다.

한편 그 시간, 저택 근처.
“아... 안돼!”
알레한드로는 조그맣게 탄식 소리를 낸다. 작전이 실패했다니... 모조리 질식시켜야 했는데... 보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머릿속이 까마득하다. 그래도 일단은 전화를 건다.
잠시 후.
“알레한드로, 말하게.”
“보스... 실패했습니다...”
“실패라니?”
“녀석들이 보스의 무기를 눈치채고 파괴한 것 같습니다.”
“알겠다. 수고 많았다.”
장 박사는 의외로 질책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목소리의 울림은 알레한드로를 저절로 떨리게 한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계속 장 박사의 말을 듣는다.
“알레한드로! 일단은 거기서 철수해라! 그리고 다음 명령을 기다려라!”
“아... 알겠습니다...”
장 박사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알레한드로는 저택에 뻗어 놓은 줄들을 거두고, 거기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거기서 움직이지 마시지.”
아뿔싸... 이미 앞에 누군가 서 있다!
“드디어 만났군.”
시저... 그리고 마르코도!
“그간 나하고 내 친구를 어지간히도 농락했겠다.”
“아... 아니야! 내가 다 한 건 아니라고!”
갑작스러운 마주침에, 알레한드로는 적잖이 당황한 듯 날카롭게 말한다.
“뭘 내가 다 했다고 그러는 거야!”

그 시간, 발레리오의 저택 거실.
“다들 괜찮은 건가?”
사람들이 다들 괴로워하며 쓰러졌던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후’ 하고 막힌 숨이 뻥 뚫린 듯 날숨을 내쉬는 사람도 있고, 얼굴을 연신 손으로 부채질하는 사람도 보인다.
“이것도... 또 장 박사 짓인가요...?”
메이링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잔뜩 끓은 듯 말한다.
“이제는 아주 몰살시키려고 작정을 다 했네...”
“맞네. 확실해. 정확히는 그 녀석의 부하와 협공을 펼친 거겠지만.”
“어떻게 할까요? 다시 발표를 재개해야 할 텐데...”
“아니야, 일단 다들 안정을 취해야 해. 나머지 발표는 좀 보류하게.”
“그... 그러면요?”
“오늘 밤에 녀석을 쳐야겠어!”
발레리오는 매우 단호하게 말한다.
“이대로 놔두면 다른 사람들도 죽일 거야. 장 박사의 은신처는 진작에 다 알아냈으니 오늘 녀석을 잡으러 간다.”
“정말요, 형님?”
“아, 맞아, 비토리오. 더 놔뒀다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죽을 테니.”
발레리오는 잠시 거실 안을 돌아본다. 다들 의자나 벽 같은 데에 기대서 숨을 고르고 있다. 몇 명은 얼굴이 아직도 벌겋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누가 없다...
“누가 없는데.”
“네? 발레리오 씨, 누가 없다니요?”
그렇게는 말하지만, 세훈도 눈치는 챈다. 옆이 뭔가 허전하다...
“자네 옆에 있던 사람이 없잖아.”
“잠깐... 현애는 어디 간 거야?”

그 시간, 저택 바깥 대문 앞.
“무슨 소리야? 당신이 나하고 마르코를 조종했잖아? 안 그래?”
시저는 알레한드로를 노려보며 말한다.
“내가 보자마자 패 주지 않은 거로도 다행이라고 여기라고!”
“아니, 무슨 내가 했다고 그러는...”
그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알레한드로는 여기서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잡혀 버리면 안 된다. 어떻게든 보스의 명령에 따라 뒤를 도모해야 한다. 여기서 잡히면, 정말 뭐도 아니게 되어 버린다! 진땀을 뻘뻘 흘리며, 길을 찾는다. 나가야만 한다. 여기서 나가야만, 나가야만...
“허어, 이렇게 보게 되네.”
이번에는 여자의 목소리다.
뒤에서 들려오는 이 목소리. 그런데...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어...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그래, 들었겠지?”
“어, 너... 너!”
알레한드로와 마주보던 시저와 마르코 역시, 알레한드로 뒤에 있는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바로 알아본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 현애가 살짝 옆으로 선다.
“오랜만이네. 너희들, 무사해서 다행이야.”
시저와 마르코는 가만히 웃어 보인다. 현애는 시저 옆으로 가서, 알레한드로를 노려본다.
“그리고 당신도 오랜만이야.”
“무슨...”
“마리오네트 씨.”
‘마리오네트 씨’라는 말을 듣자, 알레한드로의 온몸에 전류가 흐른 듯, 잠시 미동조차 없어진다. 두 눈이 파르르 떨린다.
알레한드로의 얼굴에서 그나마 변명하려는 듯한 얼굴색은 싹 사라진다. 그에게도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다 이겨 가던 알레한드로에게 굴욕을 안긴 그 여자의 목소리 말이다.
그 사람을, 여기서 바로 만난 것이다! 알레한드로의 입은 굳게 다물어지고, 눈은 불타듯 빛나기 시작한다.
“여기서는 굳은 결의를 보일 수밖에.”
“굳은 결의라니, 그게 무슨 말이지?”
“나는 해야 할 일이 있단 말이다.”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건...”
“원래는 여기서 도망가야 할 생각이었는데, 생각이 바뀌었어.”
알레한드로의 목소리도 한층 굵어진다.
“반드시 여기서 보여 주지. 나의 결의를 말이지.”

잠시 정적이 흐르고.
“그거 한번 굳은 결의네. 쫄아 버리겠어.”
현애는 그렇게 말하지만. 전혀 쫄았다는 얼굴이 아니다. 오히려 알레한드로를 잡아먹겠다는 듯, 잔뜩 자신감이 넘쳐 보이기까지 한다.
“이 자식, 그렇게 나왔다 이 말이지!”
알레한드로는 부글부글 끓는 목소리를 내며 씩씩거린다.
“이 자리에서 쓰러트려 주겠다아아아앗!”
“그래? 한번 해 볼래?”
“해 보라고 했겠다...”
알레한드로는 씨익 웃는다. 그리고 몰려오는 싸한 공기.
뭐란 말인가, 이 웃음의 의미는?
“나는 이미 하고 있단 말이지!”
순간, 뭔가 걸리적거리는 느낌이 세 사람의 발밑에 느껴진다.
“뭐지... 이 느낌은?”
마르코가 불길했는지 뒷걸음질을 쳐 보려고 하지만, 오히려 생각과는 달리, 발이 앞으로 움직인다. 손을 발로 가져가 보려고 뻗지만...
“뭐야... 손이 왜 도로 돌아가?”
“하하하, 역시 네 몸이 기억하고 있군. 나한테서 뻗어 나온 투명한 줄들의 감촉 말이지.”
알레한드로의 표정과 목소리는 마르코에게 제법 기분 나쁘게 다가온다. 하지만 어쩌랴, 한번 세뇌당하고서 풀려났다고는 해도, 그 여파가 아직 사라진 것도 아닌데.
“역시, 익숙하니까 쉽지?”
“이 자식, 내가 이번에는 그렇게 쉽게 당하나 봐라!”
“그래, 그것 참 가상한 용기로군.”
알레한드로는 긴장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이걸 알아 둘 필요가 있겠어. 나의 투명한 줄들은 이미 여기 있는 셋 모두를 감시중이지. 내 손 안에 들어온 이상, 너희들은 내가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단 말이다!”
“허어, 그러셔?”
현애가 당치도 않다는 듯 코웃음을 친다.
“나한테 당해서 도망이나 간 주제에.”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지.”
알레한드로의 목소리가 한층 더 굵어진다.
“그때는 내 시야가 닿지 않았기에 내가 바로 보고 상대할 수 없었어. 하지만 이제는 너희들을 빤히 보고 있지. 그러니 너희들은 마치 실험실 우리 안에 든 생쥐처럼, 내 능력 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그래? 거참 나쁜 소식인데.”
“마르코 티머만, 이 녀석...”
알레한드로는 가소롭다는 듯 말한다.
“그렇게 말한다는 게 네가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는 증거다, 땅딸막한 녀석! 네놈의 능력이 싸우는 데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는 건 네가 더 잘 알잖냐? 그렇다면 일단 너부터 좀 정신을 차리게 해 줘야겠군!”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대머리 씨...”
마르코의 목소리가 굵어진다. 알레한드로만큼.
“내 능력을 안 겪어 봐서 모르지!”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1-01-31 13:11:49

계속 판이 커지네요. 역시 공기를 조작하는 능력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도 실감할 수 있었고...

단순한 종이상자가 산소를 빨아들여서 산소부족을 일으킨다는 것은, 설령 이게 결과적으로 경찰이나 정보기관 등에 발각되었다고 하더라도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니까 용의자는 그냥 무혐의 처리되고 이미 결과는 돌이킬 수 없게 되어 버리겠죠. 이렇게 되면 적의 목표는 이미 달성된 상태일 것이고...


파라가 의족을 무기로 쓴 것은 정말 놀랄만한 장면이었어요. 이렇게도 가능하구나 싶은...

사라졌던 현애는 드디어 알레한드로와의 일전을...게다가, 마르코도 곧 임계치에 도달하겠네요.

시어하트어택

2021-02-01 23:26:38

아무래도 공기 자체를 다루는 능력이다 보니까, 능력 자체는 단순한 능력일지 몰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흉악한 능력이 될 수 있는 거죠. 지금의 에피소드가 바로 그런 케이스일 테고요. 앞으로 있을 장 박사와의 대결에서는 또 어떤 식으로 능력을 응용할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SiteOwner

2021-03-06 20:24:20

아주 위험한 효과를 내는 물건의 실체가 어이없는 것이라면 분노와 억울함이 정말 배증할 것입니다.

저산소증을 일으킨 그것이 고작 종이상자 하나였다니, 이해할 수 없는 건 당연하겠고, 그 상자를 찢고 밟고 불태우고 그 재에 오줌을 뿌려도 시원찮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분개해 하고 있을 때만은 아니겠지요.


현애의 배포, 정말 굉장하군요.

아무리 알레한드로가 강하다 하더라도 상대가 저렇게 나오면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암살교실에도 비슷한 게 하나 있다 보니 생각나는 게 있어 언급해 봅니다.

아카바네 카르마가 상대방을 후려잡는 데에는 정말 출중합니다. 작중에서 살생님에게 유효타를 입힌 첫 인물인데다 상대를 도발해서 자신이 원하는 프레임에 가둬놓는 것도 참 멋집니다. 영상을 첨부해 둘테니 참고해 보셔도 좋습니다. 참고로 아카바네 카르마의 성우는 죠죠의 기묘한 모험 5부 황금의 바람의 기아쵸의 성우기도 한 오카모토 노부히코이기도 합니다.


시어하트어택

2021-03-14 22:56:46

사실 종이상자에 장 박사가 자기 능력을 불어넣은 것이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좀 맥이 빠지기는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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