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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터즈] Chapter11: 천사. Episode 44

Papillon, 2021-02-07 12:02:18

조회 수
162

, 그렇게나 이상한가?”

?

이어지는 그레고르의 침묵 때문일까? 에스텔의 목소리가 당황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

이럴 리가 없는데…….’

?

자신이 예측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 어떻게든 그 원인을 알아내고자 했지만, 도저히 답이 보이질 않았다.

?

분명 그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

일전에 에스텔과 그레고르는 다른 사람이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 그레고르는 지금과는 다르게 웃으며 잘 어울린다라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데 어째서 지금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인가?

?

모르겠다.’

?

답은 나오지 않고 당혹감은 거세져만 갔다. 얼굴 피부는 살짝 스치기만 해도 붉은 물이 새어 나올 것처럼 붉게 달아오르고, 초점은 맞춰질 줄 몰랐다.

그야말로 바닥이 보이질 않는 당혹의 늪.

그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에스텔은 오늘 낮에 자신이 겪었던 상황을 떠올렸다.

지금으로부터 여덟 시간 전.

그레고르가 그랬던 것처럼 에스텔 역시 고심을 거듭하고 있었다. 물론 그 내용물은 전혀 다른 것이었지만.

?

대체 어떻게 해야 하냔 말이다!’

?

에스텔은 방 한쪽을 노려보면서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언제나 당당하던 그녀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들 정도의 모습. 소여 백작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이도 그녀를 이렇게 궁지로 몰아넣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밀회라는 이름의 대적을 마주했다.

밀회.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속삭이는 일.

비록 정략결혼이 대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귀족 집안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흔하디흔한 일상.

하지만 에스텔에게는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었다.

?

!”

?

보육원에서 돌아온 이래 그녀는 온종일 밀회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두꺼운 연애 지침서부터 싸구려 소문까지.

하지만 정보를 얻으면 얻을수록 의문은 더욱더 깊어만 갔다.

만나서 인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활기차게 해야 하는가? 아니면 요조숙녀처럼 부끄러워야 하는가?

인사를 한 이후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그저 흐름에 따라야 하는가? 아니면 스스로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가?

시간은? 정시에 나타나야 하는 건가? 아니면 살짝 이르거나 늦게 도착하는 것이 좋은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

대체 어떻게 입고 가야 하는가?’

?

그녀는 마치 부모님의 원수를 마주하는 것처럼 옷장을 바라보았다.

여태까지 그녀는 직접 자신의 옷차림을 정한 적이 없었다.

그녀가 입은 옷의 태반은 전투복과 기사단 정복. 가끔 공적인 자리에 나설 때도 철저히 소여 백작이 준비한 옷만을 입고 나섰다.

가문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소여 백작의 성향이 묻어나오는 경험.

이 때문인지 가문을 나온 이후에도 그녀의 옷장은 휑하기 그지없었다.

안에 있는 것이라고는 기사단 문양을 제거한 전투복과 심부름꾼 길드의 작업복뿐. 로즈마리가 억지로 싸준 드레스도 입긴 하지만, 연회장도 아닌데 그런 걸 입고 갈 순 없었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

?

사야 하나?’

?

순간 거부감이 들었다.

금전적인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비록 월급은 쥐꼬리 수준이긴 하지만, 가문에서 나올 때 챙겨온 돈이 남아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엇을 사야 한단 말인가?

질문하고 싶어도 더는 그녀에게 이를 말해줄 사람은 없었다.

물론, 로즈마리에게 연락한다면 기쁘게 그녀를 도울 것이다. 어쩌면 옷차림에 도움을 주는 걸 넘어설지도 모른다.

심할 경우, 수하들을 동원해 야시장을 통제할지도 모르지.

순간 혹하는 기분이 들긴 했지만, 아무래도 그럴 순 없었다.

?

나는 더는 소여 가의 사람이 아니다.’

?

로즈마리의 수하들은 결국 소여 가문의 사람들. 이미 가문을 나온 그녀가 사사로이 부릴 수 있는 이들이 아니다.

?

결국 경험에 의존해야 하나?”

?

에스텔은 필사적으로 자신이 만난 여성들의 복장을 떠올렸다.

우선 떠올린 것은 로즈마리.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각하다.

로즈마리는 그녀의 소중한 유모.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메이드 복을 고수했다.

밀회에 메이드 복을 입고 간다?

아무리 에스텔이 이런 지식이 부족하다고 해도 정상이 아니라는 것쯤은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

그렇다면 귀족 여인들이 입던 옷은?’

?

불가. 이 역시 오래지 않아 답이 나왔다.

그녀들이 입는 옷은 말이 옷이지 몸에 걸치는 금괴나 다름없었다.

단순히 원단 가격만 따져도 어지간한 서민 가정의 1년 치 숙식을 책임질 금액. 그런 걸 야시장에 입고 나갔다간 난리가 날 것이다.

?

그렇다면 길드 마스터가 입는 옷은?’

?

이번에는 제법 오래 고민했지만 역시 불가했다.

길드 마스터, 제니퍼의 사복은 분명 아름다웠지만, 일상적으로 입기에는 좀 지나치게……퇴폐적이었다.

그렇다면 역시 남은 건.

?

그녀뿐인가…….’

?

최후의 보루에 도달해서야 결단을 내린 에스텔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드리.

그레고르의 후배이자, 자신과 인연이 있던 여성. 그녀는 에스텔이 만나본 이 중 가장 평범한 옷을 입고 있던 여성이기도 했다.

?

거기다가.’

?

그레고르는 일전에 오드리가 입은 옷을 칭찬하기도 했을 터. 그래서 결단을 내린 것이었는데…….

?

한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지?’

?

무언가 실수라도 한 것일까?

확인을 위해 에스텔은 근처에 있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훑어보았다.

?

틀린 것은 없는데?’

?

재질은 무명천. 비싸지는 않지만, 싸구려도 아니다.

기본 의상만 보면 민소매와 짧은 바지라 노출이 심하지 않나 고민하게 되지만, 토시와 긴 스타킹으로 나머지를 가린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귀여운 장신구들로 포인트를 줬다.

비스듬하게 둘러둔 허리띠는 실용성을 위해 물건을 걸어둘 수 있게 해놨다.

연금술사의 비약 대신 마력검이 달려있단 걸 제외하면 오드리가 입은 것과 완벽히 똑같다.

?

분명 똑같은데…….’

?

대체 무엇이 다른 것일까?

보면 볼수록 풀리지 않는 의문. 하지만 에스텔을 제외한 누구나 그리 어렵지 않게 답을 낼 수 있는 의문이기도 했다.

사람이 다르다. 정확하게 말하면 체형이 다르다.

그것이 에스텔이 놓치고 있는 맹점이었다.

오드리는 굴곡이 강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짧고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체형이다. 그렇기에 오드리가 이 옷을 입으면 상당히 귀여워 보일 것이다.

하나 에스텔은 다르다.

암표범을 연상시키는 날렵하고도 유려한 에스텔의 체형. 그것이 오드리가 입던 의상을 만나자,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다.

귀엽다. 그러면서도 야하다.

그것이 그레고르를 포함해 그녀를 본 사람들이 내리는 평가였다.

답이 나오질 않는 질문의 늪과 함께 끊임없이 이어지던 정적.

?

아뇨, , 굉장히 잘 어울려요.”

?

그 영원할 것 같던 침묵이 깨지고 그레고르가 입을 열었다.

다행히 돌아온 것은 긍정.

하지만 지나치게 늦은 답변 때문인지 에스텔의 의혹은 사그라들 줄 몰랐다.

?

정말인가?”

, 그럼요.”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만.”

조금 당황해서 그래요.”

그 정도로 심각한 건가?!”

아뇨, 그런 게 아니라…….”

그렇다면 말해다오! 구체적으로 어떻게 잘 어울린다는 것인가?”

?

묘한 압박감을 풍기며 에스텔은 그레고르를 몰아세웠고, 그레고르의 답변이 느려질수록 그녀의 눈매는 가늘어졌다.

다시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

설명은 힘든데, 엄청…… 아름다우세요.”

?

에스텔이 풍기는 압박감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그레고르는 결국 설명을 포기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그저 평범한 직구.

?

, 그런가…….”

?

말주변 하나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대답이었건만, 에스텔이 원하던 답이기도 했다.

물론 만족스러운 답을 얻은 대가로,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창피함을 느끼게 되었지만.

?

, 그럼 충실하게 에스코트해다오.”

?

살짝 어색한 목소리로 손을 내미는 에스텔.

그 손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그레고르의 감촉을 느끼면서, 에스텔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

*** ***

?

?

어떻게든 고비는 넘긴 건가?’

?

아무래도 만족한 것처럼 보이는 에스텔의 반응에 나는 겨우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에스텔의 행동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아니, 굳이 따지자면 최근 그녀의 행동 중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늘어났다.

무언가 달라졌다는 건 알고 있다. 그리고 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역시 받아들였다.

에스텔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소여 가의 장녀에서 심부름꾼 길드의 말단으로의 변화. 전형적인 몰락 귀족이라고 손가락질해도 아무 말도 못 할 수준이다.

이에 대해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면 사람이 아닌 거겠지. 기행 역시 이 때문에 받은 충격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이상할 건 없었다.

?

하지만 가면 갈수록 좀 이상하단 말이지…….’

?

옷차림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고. 누가 보면 좋아하는 남자에게 구애라도 하는 모습이다.

?

뭐 그럴 리는 없지만.’

?

에스텔과 내가 연애라니. 차라리 사자와 돼지가 사귀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물론 내 쪽이 돼지다.

?

자신의 존재감을 강조하고 싶은 건가?’

?

남자로서는 기분이 좋긴 하지만, 그녀의 친우로서는 살짝 울적해진다.

?

정말 충격이 컸던 모양이네.”

[……그대는 가끔 지나칠 정도로 우둔하구나.]

?

내가 작게 내뱉은 혼잣말에 이드라 님이 뭐라고 말한 것 같았지만, 너무 조용해서 잘 들리진 않았다.

?

스스로 이겨내야겠지.’

?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곁에서 지켜봐 주는 것뿐이다.

그건 그렇고.

?

이제 어떻게 하지?’

?

예상과는 다르게 진행되는 상황에 나는 심각하게 계획의 파기를 고려했다.

본래의 계획대로라면 나와 에스텔이 합류한 순간,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된다.

아무리 내가 사도라고는 하지만, 감시에 집중하게 된다면 변신하지 못하고 당할 수 있다.

하지만 에스텔이 호위를 서준다면? 분명 걱정 따위는 내팽개치고 내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에스텔은 내가 아는 한 가장 뛰어난 마도기사 중 한 명. 진심으로 싸우는 그녀를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는 존재는 사도를 제외하면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인간? 상대가 에스텔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블레어처럼 괴물을 부린다면? 그녀가 일격만 버틴다면 내가 깨어나 가세할 것이다.

물론 사도가 직접 찾아온다면 조금 곤란해지겠지만.

?

융합 변이를 하면 모든 게 해결되지.’

?

조건은 까다롭지만, 융합 변이는 상당히 강력한 권능이다.

단순히 전투력 증가라는 면만 보아도 최상위. 같은 고유 권능인 보어헤스 백작의 금강 갑주와 비교해도 이쪽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선다.

여기에 더해, 다른 권능에는 없는 융합 변이만의 장점이 있다.

인질극의 원천 봉쇄.

융합 변이를 발동하고 있는 동안, 적들은 아군을 인질로 잡을 수 없다.

나는 처음으로 내가 사도가 쓰러뜨린 사도의 얼굴을 떠올렸다.

블레어.

최악의 살인귀이자 옛 군주 이골로냑의 사도.

녀석은 나를 도발하기 위해 에스텔과 오드리를 인질로 잡았다.

아마 녀석 특유의 충동적인 면모만 아니었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패배했겠지…….

그때만 떠올리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이후 나는 어떻게든 동료들을 보호할 방도를 찾는데 모든 것을 동원했다.

그 때문에 구해둔 은신처 역시 여럿.

만약 두 번째로 만난 사도가 보어헤스 백작이 아니었으면, 에스텔부터 그곳으로 대피시켜놓고 전투에 돌입했을 것이다.

하지만 융합 변이라는 요소가 등장한 이후, 나는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

가까이 있는 게 더 안전해.’

?

은신처는 결국 미봉책. 상대가 알아챈다면 아무런 가치도 없을뿐더러, 다수의 적을 상대로 효용을 보이기도 어렵다.

하지만 융합 변이를 사용한다면?

?

내 곁에 있는 한 에스텔은 인질이 될 수 없어.’

?

융합 변이가 발동한 이상, 에스텔은 나와 완전히 하나가 된다.

그 상태에서 에스텔을 인질로 잡는다?

?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

?

그렇기에 나는 가능한 한 에스텔 근처에 머물기로 했다.

그랬기에 오늘의 계획 역시 그녀와 함께하기로 했던 것인데…….

?

, 저것도 맛있겠구나.”

?

살짝 고개를 돌리자, 행복해 보이는 에스텔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야시장의 음식이 입에 맞는 것인지, 그녀의 양손에는 군것질거리로 가득 찬 지 오래다.

아무래도 사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

처음부터 내가 한 말을 못 들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잊어버린 것인지.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에스텔이 야시장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긴 어쩔 수 없나?

당장 유흥이랑은 거리가 멀던 삶을 살던 그녀다.

그저 임무와 수행을 반복할 뿐.

그런 재미없던 삶을 살던 그녀에게 야시장이라니. 그야말로 신세계라고 할 수 있으리라.

?

그렇게나 기분이 좋으세요?”

. 굉장히 좋구나!”

?

아까까지의 아름답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어린아이처럼 순진한 웃음.

그녀의 웃음에 완벽히 굴복해버린 걸까?

?

다음에 하자.’

?

나는 오늘 하루 사도를 추격하는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

뭐 별일이야 있겠어?’

?

야시장은 오늘 시작됐을 뿐이다.

적어도 닷새 동안은 계속 추격에 임해야 할 터. 하루 정도는 조금 느긋해도 괜찮으리라.

?

그럼 저쪽으로도 가볼까요?”

?

오늘 하루는 에스텔을 위해!

그렇게 결심한 나는 즐겁게 웃으며 다음 장소로 향했다.

이게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란 건 꿈도 꾸지 못한 채.

?

?

*** ***

?

?

야시장 끝자락.

본래라면 빈민가에 해당하는 장소에서 한 사내가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사내에게 딱히 이름은 없었다.

빈민가의 무수한 걸인들이 그러하듯, 그는 어린 시절에 버려졌다.

버려진 아이에게 이름은 사치.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하루살이 목숨인 만큼, 그럴 시간에 빵이라도 하나 얻는 게 이득이다.

그렇게 이어진 삶.

하지만 운이 좋았는지 사내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도래했다.

레스트 패밀리.

빈민가의 지배자이자, 카다스 최대의 폭력조직.

사내는 운 좋게도 그들과 연이 닿았다.

이제 입단 시험만 통과한다면 그들의 일원이 될 터.

?

빌어먹을.”

?

하지만 지금 상황이 영 간단하지가 않았다.

시험 내용은 간단하다면 간단하고, 어렵다면 어려운 내용이었다.

강력 범죄를 저지르고 들키지 않는 것.

평소라면 그저 빈민가에서 누구 하나 죽이고, 목격자도 다 죽이면 그 만인 일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웅성웅성.

지금 그의 시야 내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살인은 바로 걸려 버릴 터.

?

맘 같아선 전부 죽이고 싶은데 말이지.’

?

눈앞에 알짱거리는 연인들을 바라보며 사내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솔직히 구역질이 났다.

남들은 하루하루 겨우 먹고사는데, 저놈들은 뭐가 좋은지 실실거리고 있다.

?

!”

?

마음속 충동이 사내놈은 모두 죽이고, 계집들은 깔개로 쓰자고 속삭였다. 실제로 먹을 걸 잔뜩 든 예쁜 계집과 어벙해 보이는 사내가 지나갈 때는 반쯤 실행에 옮길 뻔했다.

?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하진 않았지만.’

?

꼭 사자에게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기분이었달까?

단순한 감에 불과했지만, 빈민가에서는 그런 소소한 요소 때문에 생사가 갈라기도 한다.

그랬기에 그는 포기했고 이는 냉정하게 생각해도 옳은 판단이었다.

?

들키면 안 되니깐 말이지.’

빌어먹을!”

?

눈을 뒤룩뒤룩 굴려보지만, 도저히 들키지 않고 큰 건을 저지를 방도가 보이질 않는다.

?

다른 곳을 가봐야 하나?’

?

그렇게 그가 움직이려는 순간.

-!

무언가가 그의 무릎에 부딪혔다.

?

뭐야?”

?

고개를 숙이자 어린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기껏해야 다섯 살 남짓한 어린아이.

?

?”

?

사내가 고개를 들어 슬쩍 주변을 살폈지만, 보호자가 보이질 않았다.

?

호오?”

?

괜찮은 게 걸렸다.

그렇게 판단하자 얼굴에 진득한 얼굴이 새겨졌다.

입단 시험의 조건은 두 가지.

강력 범죄일 것, 그리고 들키지 않을 것. 그 범죄의 종류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어린아이를 납치하는 건 확실히 훌륭한 범죄일 터.

?

크흐흐흐.”

?

이걸로 시험은 끝.

그렇게 생각하며 사내가 아이를 향해 손을 뻗는 순간.

-!

모든 것이 정지했다.

?

이게 어떻게 된 거지?’

?

공간째로 얼어붙기라도 한 것일까?

안간힘을 써봐도 팔이 움직이질 않았다. 마치 거대한 압착기에 전신이 끼인 것 같은 감각.

?

, 어떻게 된 거야?’

?

사내에게 아이가 사라졌다는 것 따위는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남은 건 그저 살고자 하는 욕구뿐.

?

, 살려줘!’

?

그렇게 속으로 비명을 내지르는 순간.

?

[갸하하하하하! 처음부터 병신이 걸렸네?]

?

불길한 웃음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Papillon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4 댓글

마드리갈

2021-02-08 21:08:33

그레고르가 에스텔의 모습을 보고 그렇게 반응했던 게 이제 이렇게 이해되고 있어요!!

그랬군요. 오드리같이 민소매 상의와 짧은 바지를 입었지만 체형이 유려하다 보니 상당히 섹시하게 보였고, 그러니 그레고르에게는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거였군요. 페이트 시리즈의 스카사하가 라이자의 아틀리에의 주인공인 라이잘린 슈타우트, 통칭 라이자의 옷을 입은 게 연상되고 있기도 해요.

그런 에스텔이 진심으로 야시장을 즐기고 있는 지금, 태어나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그런 야시장의 한편에서는 무서운 것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려는 한 사내가...

뜻대로 되지 않네요. 하긴 뜻대로 되면 그건 그것대로 큰 문제겠지만요.

Papillon

2021-02-14 04:12:50

같은 의상이라도 누가 입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전혀 달라지니까요.?

스카자하가 라이자의 의상을 입은 모습이라. 확실히 비슷한 모습이긴 하겠네요. 사실 에스텔의 외형 모티브가 된 캐릭터는 따로 있습니다만, 이건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곳에도 항상 나쁜 생각을 품은 이가 있기 마련이죠. 뭐, 그의 생각대로 진행되진 않겠지만요.

SiteOwner

2021-03-12 21:27:06

역시 그레고르는 남자, 에스텔은 여자라는 게 선명히 드러나는군요.

사실 여자라고 해서 패션스타일 연출에 다 자신있는 게 아니라서, 패션잡지에서 나오는 각종 코디를 따라 일괄구매해서 입고 다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에스텔은 아예 그런 기회조차도 없었던, 어떻게 보면 소중한 일상에의 액세스를 박탈당한 불쌍한 세월을 보냈던 인물이었지만, 이제부터는 누리지 못했던 것을 누리고 살아야겠지요.


둘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편으로는 무서운 일이...

밝은 곳이 있으면 어두운 곳도 있기 마련인데, 그러더라도 너무도 끔찍하군요.

Papillon

2021-03-15 02:06:49

나는 친구가 적다의 요조라도 초기에 그냥 패션 모델의 의상을 똑같이 입었지요. 물론 모델의 의상을 그대로 소화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가 어떤 의미로 대단하긴 하지만요.


카다스의 환경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이 극명하게 섞인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 원흉은 4대 가문과 무능한 영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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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에 그렸던 고전게임 그림

| 스틸이미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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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ter 2021-02-07 186
1831

[COSMOPOLITAN] #A6 - Taxi Driver

| 소설 6
Lester 2021-02-07 166
1830

코마키 린 시리즈 1. 3시간의 가치

| 소설 6
마드리갈 2021-02-05 235
1829

[초능력자 H] 94화 - 불굴의 마리오네트

| 소설 4
시어하트어택 2021-02-03 129
1828

[괴담수사대] X-7. 집착이 가져온 업

| 소설 3
국내산라이츄 2021-02-03 114

Polyphonic World 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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