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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터즈] Chapter13: 어긋남. Episode 49

Papillon, 2021-03-14 12:01:05

조회 수
132

난 대체 뭘 하는 걸까?’

?

찻잔에 담긴 찬물에 비친 자신의 표정이 에스텔의 눈에 들어왔다. 평소와는 달리 수척해진 모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멍한 표정. 도저히 평소의 자신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우스운 몰골이다.

?

하긴 그럴 수밖에 없나?’

?

자신이 어제 한 일을 떠올리자 그녀의 입가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첫 시작은 보육원 마당에서 홀로 하던 수련이었다. 본디 마투술 훈련은 안정된 정신으로 행해야 하는 것. 하지만 그녀는 분노와 질투에 차 검을 휘둘렀다. 그 대가는 전신 근육통과 소량의 내상. 그레고르와 빅토리아 앞에서는 자존심 때문에 숨기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상처가 사라질 리는 없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었다. 심한 내상조차 아니었기에 하룻밤 푹 자면 회복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은 멀쩡해야 했을 터. 하지만 그녀는 어제 단 한숨도 자지 못했다.

?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

그녀는 그날 자신의 앞에 나타난 그림자를 떠올렸다. 마치 그녀를 농락하기라도 하듯, 사도가 될 것을 권하던 정체불명의 존재. 그녀는 그가 다시 나타나기를 밤새 기다렸건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어째서일까?’

?

처음에는 단순히 그레고르가 근처에 있어 서라고 생각했다. 사도인 그레고르가 두려워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일 뿐이리라, 그렇게 억지로 상황을 이해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집에 돌아온 이후에도 녀석은 단 한 순간도 모습을 비치지 않았으니까.

이후 이어진 것은 지루한 상황 재현이었다.

자기 자신에게 분노해보았다.

빅토리아와 그레고르를 향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억지로 몸이 망가지기 직전까지 수련해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녀를 놀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녀석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침이 다가왔고, 에스텔은 엉망이 된 몸을 이끌고 길드 건물로 향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척 봐도 정상이 아닌 모습 때문에, 평소와는 달리 치근대던 사내들이 없었다는 정도일까? 그렇게 길드에 도착한 그녀는 평소처럼 마스터에게 인사를 건넸건만.

?

너 괜찮냐?”

?

돌아온 것은 예상보다 당황한 길드 마스터의 반응이었다.

마치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는 활시인(Undead)라도 본 것처럼 그녀는 새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에스텔의 상태를 살폈다.

그렇게 다시 잠깐 이어진 소동. 그 끝에 내려진 명령은 숙직실로 가서 쉬라는 것이었다. 덤으로 평소에는 그렇게 아끼던 다과를 내준 것은 덤이다.

그렇게 다시 현재.

에스텔은 제대로 된 휴식조차 취하지 못한 채 멍한 표정으로 찻물을 노려보고 있었다.

?

난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

그 생각이 에스텔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

나는 도움이 되질 않는다.’

?

그 생각은 블레어와의 싸움 이후부터 그녀의 마음속에 박힌 쐐기와 같았다.

한때는 그것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융합 변이.

그레고르의 고유 권능은 그녀가 그레고르와 함께 싸울 수 있게 해주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싸우면 된다.

보어헤스 백작도 쓰러뜨렸으니, 앞으로도 계속 잘할 수 있다.

마음속 쐐기는 적어도 그녀의 눈에 더는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그래, 그랬어야만 했다. 하지만……며칠 전 그 모든 것이 다시 붕괴하였다.

빅토리아, 이타콰의 사도. 그리고 그레고르와 친해진 또 한 명의 여성.

그녀가 등장한 순간 모든 게 바뀌었다.

빅토리아를 상대할 때 에스텔과의 융합 변이는 아무런 도움이 되질 못 했다. 오히려 그녀의 뜻에 따라 성급하게 덤빈 탓에 상황을 어렵게 꼬아버렸을 뿐이다.

거기까지는 그럴 수 있었다. 좀 더 강해져서 그레고르를 도우면 되리라고 여겼다.

하지만 빅토리아가 그레고르와 가까워져 버린다면……?

?

융합 변이는 나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

그 능력은 그레고르의 것. 이는 역으로 그와 친밀해질 수 있다면 누구나 쓸 수 있는 능력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전에야 에스텔을 제외하고는 그와 함께 싸울 수 있는 이가 없었지.

하지만 빅토리아와 더 가까운 사이가 된다면? 만약 그녀 역시 그레고르와 융합 변이가 가능해진다면……?

욱씬-!

떠올리는 것만으로 심장이 옥죄어오는 것 같은 통증에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

그렇게 된다면 나는,’

?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본인이 떠올렸으면서도 억지로 삼키는 그 한 마디. 그 말을 생각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죽고 싶은 감정이 들었다.

?

하지만 대체 뭘 해야 하는 거지?’

?

그렇게 그녀가 다시 멍하니 찻물을 바라보는 순간.

?

심마로군요.”

?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리는 에스텔. 그런 그녀의 뒤에는 어느새인가 한 명의 여인이 서 있었다.

스테파니. 길드 협회장 쿠엔틴의 비서이자, 거미여제 아틀락나차의 사도.

그녀는 마치 처음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그곳에 있었다.

?

어떻게……?”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어!’

?

경악과 함께 부릅떠지는 에스텔의 눈.

그녀는 서둘러 모든 감각을 동원해 스테파니의 기척을 읽어보려고 했지만, 여전히 시야를 제외하면 그 무엇도 감지되지 않았다.

?

말도 안 돼.’

?

실로 말도 안 되는 기척 차단 능력에 에스텔은 꿀꺽 침을 삼켰다.

만약 누가 그녀에게 이 상황을 설명해주었다면 그녀는 말도 안 된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녀가 아는 가장 뛰어난 암살자인 로즈마리조차 이런 것은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현실은 잔혹하여, 에스텔의 감정이 어떻든 상관하지 않았다. 스테파니는 여전히 그녀의 앞에서 조용히 서 있을 뿐이었다.

잠시간 이어지는 침묵.

?

왜 이곳에 왔지?”

?

결국, 먼저 입을 연 것은 에스텔이었다.

?

당신을 한 번 보고 오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보고 와?”

?

생각보다 짧은 답에 에스텔은 눈살을 찌푸렸다.

?

그게 전부인가?”

그럼 다른 이유가 필요합니까?”

?

마치 별일 아니라는 것 같은 태도. 누가 들으면 심심해서 친구를 만나러 왔다는 것처럼 들릴 수준이었다.

?

적의는 없는 것 같지만…….’

?

그렇다고 긴장을 풀 수는 없다.

저 정도 능력을 지닌 이라면 적의를 완전히 감추는 것 역시 어렵지 않을 테니까.

그런 에스텔의 태도가 이해가 가질 않는 것일까? 살짝 고개를 갸웃하던 스테파니는 이윽고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의 눈앞에서 스테파니의 모습이 사라졌다.

?

?!”

?

에스텔은 경악에 잠긴 채 서둘러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상황.

?

대체 어디에?’

?

그렇게 그녀의 목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려던 순간. 무언가가 그녀의 목덜미에 닿았다.

?

……?’

?

익숙한, 그렇지만 도저히 반가워질 수 없는 감촉. 크기를 보아 여인의 것인 그 손은 그녀의 목을 가볍게 쥐고 있었다.

?

죽는다!’

?

이대로라면 죽음을 피하지 못할 터. 그렇게 에스텔이 죽음을 각오한 채 검을 휘두르려던 순간.

?

이걸로 되었습니까?”

?

스테파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의 목에서 손을 떼었다.

?

이게 무슨……?”

?

갑작스럽게 이어진 뚱딴지같은 소리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에스텔.

?

당신을 해칠 의도가 없다는 증명입니다. 보다시피 당신을 죽이려고 했으면, 당신은 그걸 인지하기도 전에 죽었습니다.”

?

실로 오싹한 말을 태연하게 하며 스테파니는 생긋 웃어 보였다.

?

저건 대체 뭐지?’

?

마치 사람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 이질적인 태도. 그 모습에 에스텔은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하고 침묵을 고수했다.

이후 잠시 이어진 대치 상태.

와삭-!

긴장한 에스텔과는 달리 편안한 자세로 과자를 먹던 스테파니는 마지막 것을 먹은 뒤 에스텔을 바라보았다.

?

잘 먹었습니다. 그 대가로 한 가지 조언을 해드리죠.”

?

그 말과 함께 스테파니는 다시 한번 시야에서 사라지더니.

?

살고 싶다면 녀석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마세요.”

?

그녀의 귓가에 마지막 말을 속삭였다.

조금 전까지의 무감정한 목소리와는 다른 살기가 가득한 목소리. 그 음성에 에스텔이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스테파니의 모습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윽고 다시 적막만이 남은 숙직실.

?

빌어먹을.”

?

홀로 남은 방에서 에스텔은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았다.

?

또 아무것도 못 했어.’

?

사도의 힘이 아니라면 그래도 도움이 되리라고 여겼건만. 이번에도 자신은 아무것도 못 했다는 사실에 그녀는 몸이 무력감에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

제길!”

?

자신의 눈가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느끼지 못한 채, 에스텔은 어두운 방에서 홀로 무력감의 늪에 빠져들었다.

?

?

*** ***

?

?

?”

?

눈에 들어온 텅 빈 사무실 풍경에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 길드 사무원들의 출근 시간을 생각하면 이상할 정도로 늦은 시간이건만, 사무실에는 사람의 기척이 없었다.

?

이거 귀찮게 됐네……,’

?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나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주변을 살폈다.

?

빨리 보육원 의뢰를 등록해야 하는데.’

?

늦게 갔다간 빅토리아가 먼저 외출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혹시 잠든 사람이 있는지 사무실을 뒤졌다.

끼익-!

이윽고 갑작스럽게 들려온 삐걱거리는 의자 소리. 예상한 대로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신호에 나는 반색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고개를 돌린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었다.

?

마스터가 왜 여기에?’

?

제니퍼 리플리, 심부름꾼 길드 마스터는 조용히 신문을 읽고 있었다. 표정이 보이진 않지만, 어째 느껴지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그리 기분이 좋아 보이질 않는다.

잠깐의 어색한 침묵.

조용히 그녀의 눈치를 살피던 나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

이런 상황에서 눈에 띄어봐야 좋을 게 없지.’

?

짜증을 내는 마스터에게 다가갔다간 분명 좋지 않은 일만 있을 터.

?

좋아, 조금만 더.’

?

그렇게 살금살금 문 근처까지 도착한 나는 안도하면서 문을 열었지만.

?

잠깐 앉아봐라.”

?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조용한 목소리가 내 귓전을 때렸다.

?

어떻게 하지?’

?

도망칠 방법이 없을까?

잠시간 고민을 하자 오래지 않아 핑계가 떠올랐다.

?

에스텔과 약속이 있어서요.”

좋아 훌륭해.’

?

이 정도면 적당할 터. 거기다가 거짓말도 아니니 나중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없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마스터의 목소리에는 아까보다 살짝 노기가 더 깃든 것처럼 보였다.

?

에스텔은 무슨. 걔는 내가 시킨 다른 일을 하는 중이니까 넌 조용히 자리에나 앉아.”

?

대충 느끼기에도 살짝 화난 것이 느껴지는 마스터의 말에 나는 조용히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사무실을 가득 채운 숨이 막힐 것 같은 침묵에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

대체 왜 저렇게 화난 거지?’

?

마스터가 침묵을 유지할수록 내 마음속에서는 불안감이 더욱 치고 올라왔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까지 시간을 끄는 걸까?

나는 불안감에 떨면서 최근 내가 한 잘못을 되짚어 보았지만 아무리 해도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잠시 후, 그녀는 산악처럼 무겁던 입을 열었다.

?

오늘도 보육원 의뢰냐?”

?

그녀의 입에서 나온 건 내가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

?

보육원 의뢰가 뭐 어떻다는 거지?’

?

그건 길드 입장에서는 이득이고 길드원에게는 손해에 가까운 의뢰일 텐데? 당장 나랑 에스텔이 이 일을 맡게 된 것도 하는 사람이 없어서였을 터.

?

그런데요?”

?

대체 왜 그런 것을 묻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나는 생각 없이 긍정을 표했지만, 아무래도 악수였던 모양이다.

?

, 그러냐…….”

?

마스터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무언가 화가 나는지 다시 신문을 뒤척이던 그녀. 하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신문을 던져버린 그녀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슬쩍 그녀의 표정을 살피니 아무래도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

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는 건데?’

?

점점 답이 보이질 않는 상황.

이어진 그녀의 지적은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

, 에스텔에게 물어보고 하는 거냐?”

?”

?

갑작스러운 그녀의 질문에 나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그건 왜?”

“‘’, ‘아니오로만 대답해라. 에스텔에게 물어보고는 하는 거냐고.”

아뇨, 그건 아닌데…….”

?

내가 대답하기 무섭게 더욱 일그러지는 그녀의 표정. 겉으로 보기에는 당장이라도 욕설을 뱉고 싶은 모양이지만, 아무래도 겨우 억누르고 있는 모양이다.

?

아니 진짜 왜 그러는데?’

?

애초에 처음에 나랑 에스텔한테 그 일을 떠넘긴 건 마스터가 아닌가?

그 사실이 떠올라 나는 순간 울컥한 기분이 들었지만, 괜히 매를 벌고 싶진 않다는 생각에 이를 억눌렀다.

?

하아, 빌어먹을. 내가 시켰으니까 대놓고 욕은 못 하겠고.”

?

홀로 중얼거리는 것을 보아하니, 마스터 역시 그 점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던 모양. 잠시 고민에 빠진 것처럼 보이던 마스터는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

잘 들어. 내가 에스텔에게 이 일을 하라고 한 건 첫날뿐이야, 그렇지?”

그렇?”

그런데 넌 왜 계속 이 일만 하고 있지?”

그야…….”

?

무의식적으로 사도야행 때문이라는 진실을 말할 뻔했던 나는 입을 닫고 침묵을 지켰다. 사도야행에 대해 발설할 수 없는 나로서는 나름대로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한 대응. 하지만 마스터는 이를 어떻게 여겼는지 다시 한숨을 쉬었다.

?

, 너도 바보가 아닌 이상 뭔가 생각이 있긴 했겠지. 그런데 말이야. 왜 그걸 너 혼자서만 생각하는데?”

?”

처음이야 내가 시켰지. 그다음 날에 너 혼자 와서 의뢰를 받아 가는 것도 그러려니 했어. 그런데 왜 오늘도 너 혼자 와서 일을 받아 가는데?”

그야 혼자 오는 게 더 편하지 않나요?”

그 전에 에스텔한테 동의를 받았으면 말이지.”

…….”

오늘 에스텔을 먼저 만났다. 표정이 영 좋지 않더군.”

그런……가요?”

그래, 인마. 난 네가 걔를 온종일 갈구기라도 한 줄 알았다.”

?

이어진 마스터의 설명에 나는 그제야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에스텔이 그렇게 기분이 나빴다고?’

?

물론 그녀가 최근 좀 이상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특히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무언가 홀린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던 건 도저히 잊지 못한다.

?

하지만 대체 왜?’

?

에스텔은 마스터와는 다르다. 사도야행에 대해 어쩌면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이 그녀다. 그런데 그녀가 대체 왜 사도인 빅토리아를 감시하는 일을 꺼리는 거지?

?

, 그러니까 안되는 거야, 인마.”

?

한참 고민의 늪에 빠져들려는 찰나, 마스터의 말에 나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

그게 무슨……?”

내가 아는 에스텔은 그럴 리 없다. 대충 그렇게 생각했지?”

?

진짜 독심술이라도 익힌 건가?

?

그 상황에서 고민해봐야 뻔하지. , 어찌 되었든 거기서 너 혼자 고민하는 것부터 문제야.”

그게 무슨?”

직접 물어봐야지. 왜 너 혼자 고민하고 자빠졌냐?”

?

슬슬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아닌 짜증이 서려 있었다.

?

네가 성장한 건 알겠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이전보다 일도 열심히 하고 능력도 좋아진 것도 알겠어. 그런데 너 혼자 잘나졌다고 다가 아니야.”

…….”

너 혼자 판단하지 말고 직접 의견을 물어봐라. 세상에는 혼자서는 답이 나오질 않는 일도 있으니까.”

…….”

, 그러면 꼰대질은 여기까지만 하고 의뢰 얘기나 좀 해보자.”

?

그 말을 끝으로 내 눈앞에 마스터가 보던 신문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것은 1면에 커다랗게 게시된 특종 기사.

?

특보, 빈민가의 왕 제스 검거. 크루거 가에서 신변구속 중.’

역시 잡힌 건가?’

?

빅토리아에게 듣기로는 쓰레기장에 처박혔던 모양인데, 아무래도 크루거 가문에게 붙잡힌 모양이다.

?

뭐 이미 알고 있었으니 그리 놀랄 것도 없지만.’

?

하지만 이어진 내용에서 나는 한 가지 의문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

왜 다른 부하들의 이야기는 없지?’

?

분명 그 자리에서 빅토리아가 날려버린 불량배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비록 조직의 수장인 제스에 비하면 별것 아닐지 몰라도 나름대로 이름난 범죄자들. 그들 하나가 잡힌 것만으로도 난리가 나야 정상일 것이다.

?

그런데 왜 기사는 계속 제스 하나만 잡힌 것처럼 말하고 있지?’

?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화감과 함께 무언가 서늘한 것이 뒷덜미를 스치고 가는 느낌이 들었다.

?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어.’

?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든 말든 마스터는 기사를 보며 계속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

너도 알다시피 이 녀석이 사라졌으니 빈민가의 치안이 더 엉망이 될 거다. 그러니까 보육원 의뢰는 오늘까지만 하도록 해.”

.”

?

나는 복잡한 심경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후 마스터는 몇 마디 말을 더 꺼냈지만, 제스의 기사를 읽은 후 느낀 불안감 때문인지 머리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

일단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어.’

?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마스터가 해준 조언을 나도 모르게 뒤로 미루고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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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 마스터 제니퍼 리플리의 실제 나이는 놀랍게도 85세입니다. 하지만 겉모습은 20대 후반~30대 초반으로 보입니다. 위대한 마법의 힘이죠. 다만 그녀가 익힌 회춘 마법은 겉모습이 고정되는 것이지 근골이 늙지 않는 건 아니라서 자주 관절이 아프다고 합니다.

Papillon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4 댓글

마드리갈

2021-03-16 19:24:08

독점욕이 강한 저로서는, 에스텔이 저렇게 번민하는 게 이해되네요.

자신이 상대에게 세계에서 유일인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와 비교나 대체가 가능한 존재라고 생각되면 아무래도 속이 부글부글 끓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참고 참다가 확 터져 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요즘은 약간 성격이 둥글어졌지만 예전에는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도 있었다 보니...

한편, 그레고르는 뭐랄까, 둔감하다고 해야 할지...약간은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제스가 검거되었지만 그게 새로운 사건의 시작이 될 것 같네요.

게다가 빈민가는 더욱 혼란해지겠죠. 그 공백지를 차지하려는 야심가가 없다고는 부정할 수도 없으니...


길드마스터 제니퍼 리플리의 경우 마법이 어디선가 좀 엉성하네요. 근골은 늙지 않는 게 아니라는 건..

폴리포닉 월드의 장수와 노화에 대한 특이점이라든지, 코마키 린 시리즈의 주인공 코마키 린제1화에서 보이는 생물학적인 면모와는 달리, 마법의 성과는 역시 제한적인 것이군요.

Papillon

2021-03-17 02:25:24

그레고르도 에스텔도 사실 성장하긴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인물이라서 그렇습니다. 에스텔의 경우에는 처음으로 '소여의 에스텔'이 아닌 개인의 감정을 갖게 되었고, 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완전히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죠. 반대로 그레고르는 그동안 자존감 하락으로 아웃사이더로 오래 살다보니, 타인의 감정을 알아보는데 서툴러졌습니다. 당장, 학창 시절부터 따라다니는 오드리의 감정도 알아보지 못하고 있죠. 이번 에피소드는 그 두 사람이 어느 정도 성장하는 이야기로 가닥을 잡고 있습니다.


제스의 검거는 시작에 불과하죠. 그 이후의 스토리는 비밀로 하겠습니다.


정확히는 제니퍼의 노화 방지 마법이 지닌 한계입니다. 해당 회춘 주문은 일종의 보급형이라서 누구나 쉽게 익히고 쓸 수 있지만, 한계가 명확하거든요. 더 성능 좋은 회춘 마법은 익히기 어렵거나, 발동하기 위해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거나, 아니면 사회적인 패널티를 지게 되는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나중에 한 번 마법에 대한 설정을 정리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SiteOwner

2021-04-09 21:54:20

ZARD의 노래 너와 만나고 싶어지면(君に逢いたくなったら)이 연상되는, 그러나 그 노래의 상황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험악한 이 상황에 여러 복잡한 감정이 교차합니다. 이 회차가 자신의 지쳐있는 모습에 놀라는 것으로 시작하다 보니 특히 그런가 봅니다.


에스텔 앞에 갑자기 나타난 스테파니의 조언, 그리고 여러모로 답답함을 보이는 그레고르에 대한 길드마스터의 조언의 무게가 꽤 크게 느껴집니다. 물론 당장은 느낄 수 없을 것이고 그게 무엇인지도 바로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운명을 좌우하게 되겠지요. 에스텔도 그레고르도 혁명적으로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운명은 나쁜 쪽으로 급전하게 될 것 같습니다.


자연은 진공을 싫어한다지요. 독일 마그데부르크의 반구 실험에서 내부의 공기를 다 빼서 들러붙게 만들어진 2개의 철제 반구를 말의 힘으로 억지로 잡아떼자 무서운 폭발음에 구경하던 사람들이 다 놀랐다는 게 생각나기도 합니다. 제스가 검거되어도 그게 끝이 아닐 게 예상됩니다.

Papillon

2021-04-11 11:44:46

에스텔도 그레고르도 지금 그대로 있으면 그리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하겠지요. 이번 Act는 그 둘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내용입니다.


제스의 검거는 일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이후 전개를 기대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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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illon 2021-03-08 142
1851

[단편] 오지 않은 봄

| 소설 4
시어하트어택 2021-03-07 135
1850

[괴담수사대] 외전 15. 겐소사마 전설

| 소설 3
국내산라이츄 2021-03-02 142
1849

[괴담수사대] 외전 14. 저주받은 단도

| 소설 3
국내산라이츄 2021-03-01 132
1848

[시프터즈] Chapter12: 질투. Episode 47

| 소설 4
Papillon 2021-02-28 135
1847

오전의 여자 그리기 in 무아지경

| 스틸이미지 4
  • file
Lester 2021-02-26 150
1846

[초능력자 H] 100화 - 한 조각 맞춰진 퍼즐

| 소설 4
시어하트어택 2021-02-25 128
1845

새벽의 연구 두 번째.

| 스틸이미지 11
  • file
Lester 2021-02-23 259
1844

[초능력자 H] 99화 - 차디찬 공기(4)

| 소설 4
시어하트어택 2021-02-21 126
1843

[시프터즈] Chapter12: 질투. Episode 46

| 소설 4
Papillon 2021-02-21 131
1842

[초능력자 H] 98화 - 차디찬 공기(3)

| 소설 4
시어하트어택 2021-02-18 132
1841

요 몇일 작업한거입니다.

| 스틸이미지 4
  • file
여우씨 2021-02-17 143
1840

[초능력자 H] 97화 - 차디찬 공기(2)

| 소설 4
시어하트어택 2021-02-14 134
1839

[시프터즈] Chapter11: 천사. Episode 45

| 소설 4
Papillon 2021-02-14 140
1838

[괴담수사대] X-8. 인생의 가치

| 소설 3
국내산라이츄 2021-02-14 135
1837

입춘 기념으로 그렸던 그림

| 스틸이미지 2
국내산라이츄 2021-02-12 153
1836

[초능력자 H] 96화 - 차디찬 공기(1)

| 소설 4
시어하트어택 2021-02-11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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