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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적을 상정한 비판에 대한 추억

SiteOwner, 2022-08-19 18:27:47

조회 수
188

이것 또한 4반세기 전의 이야기인데다 예전에 포럼에서 부분적으로 다룬 적도 있는 것입니다.
4반세기 전인 1990년대 후반의 대학가에 잘 유행하던 개념 중에 "총자본의 음모" 라는 게 있었습니다. 이 키워드로 검색해 보시면 제 글이 2건 있고 코멘트에도 있으니 필요하시면 검색해서 그 글을 읽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총자본의 음모.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총자본이라는 개념이 자연인은 아닐테니 음모가 몸의 구석진 곳에 나는 털인 음모(陰毛, Pubic Hair)는 아닐 것같다 싶습니다만...20세기말에 대학가를 휩쓴 이 용어는 21세기 들어서는 인터넷에서조차 찾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당장 저렇게 좁혀서 검색해 보니 달랑 6건뿐이군요. 그나마 "자본의 음모" 로 검색하니 24,200건 가량 있긴 합니다.

그런데 그게 무엇을 말하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뭐랄까, 사회의 직간접적 자본이 모종의 형태로 결집되어 독립적인 인격을 지닌 무엇인가로 진화한다는 것 같은데,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고 그냥 총자본의 음모 운운하는 것에서 절실히 느낀 게 있습니다. 뜻도 모르는 말을 그냥 생각없이 되뇌이는 무지성 집단이라는 것이라는 것만큼은.
그렇게 상정된 허구의 적을 타도하자는 구호가 얼마나 오래 갔을지는 굳이 말할 것도 없습니다. 게다가 그것의 결과가 구글 검색결과의 분량. 그 당시 기묘한 포스터를 통해 광고되어 대학가 주변 극장에서 상영되었던 영화 "여인의 음모" 보다도 인지도가 더욱 낮으니...

허구의 적을 상정한 비판의 운명이라는 게 이렇습니다.
이것 말고도 군산복합체 등등 온갖 음모론이 있긴 한데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다루어야겠습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Lester

2022-08-19 22:29:09

총자본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일단 '총자본'만 검색하니까 '기업의 전 투입자본액(혹은 자기자본과 동의어)'이라는 식으로 당연한 말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총자본의 음모'로 검색해봤더니 1페이지부터 빨간물스러운 얘기가 나오는데다 구글에서 띄워주는 앞뒤 문장만 슬쩍 봐도 뒷목 잡게 생겼습니다. '노동법 개악 음모(작성 시점이 김대중 정부 시기입니다)'라느니 '민주노총 가입 반대는 자본과 지배계급의 음모'라느니... 내용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니 굳이 링크를 걸지는 않겠습니다.


그나마 (앞의 글들에 비하면 '비교적' 중립적으로 보이는) 노동건강연대의 '산재사망은 왜 기업의 살인인가'라는 글은 복지문제로 가닥을 잡고 있습니다만 이 역시 계급갈등이니 통제니 하는 걸 보면 편향적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나마 본문에 나온 '총자본'이 결국 기업집단 내지 지배계급, 그냥 까놓고 말해서 '자본가들'이라는 걸 알려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겠다 싶네요. 그리고 글 앞뒤로 '개발독재 때부터 유지되어 온 성장 이데올로기를 박살내자'라고 합니다만, 얼핏 옳은 말인데 구체적인 대책은 없다는 점에서 '역시나' 싶기도 합니다. 머리 비우고 글만 읽으면 '일단 박살내자, 대책은 박살내고 나서 세우자'라는 단순한 논리가 보이거든요. (특히나 산업로봇 같은 인력대체 수단이 나온 현재 상황에서 무턱대고 사업주에게 책임을 물었다가 일자리 축소로 이어지면 그 때 가서 누구를 탓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어차피 이런 논쟁의 결말이야 뻔하죠. '자기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면 절대 해결할 수 없다는 것 말입니다. 사이트오너님이 예전 글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공산주의를 책으로 배우면 이렇게 된다니까요. 저 쪽에서는 어차피 들을 생각도 없어 보입니다만, 그래도 더 와닿는 격언을 덧붙이자면 이게 있네요.


"Everyone has a plan 'til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 Mike Tyson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쳐맞기 전까지는." - 마이크 타이슨




(댓글에 문제되는 내용이 있을 경우 알려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SiteOwner

2022-08-20 15:30:17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용어혼란전술을 잘 구사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용어혼란전술에 자신들마저 삼켜져 버리는 바람에 결국 자신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나중에 혼란해져 버립니다. 결국 이런 것이지요. 남을 속이려는 사람이 자신에 먼저 속아 버리는.


어디까지나 사견입니다만, 볼셰비키 혁명을 정당화하기 위한 블라디미르 레닌(Владимир Ленин, 1870-1924)의 제국주의론 그 자체가 바로 그런 결함을 안고 있다 보니 결국 그렇게 되는 게 필연같습니다. 원래 정통 마르크스주의에서는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된 국가에서 자본주의의 모순으로 인해 계급혁명이 일어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영국이나 독일같은 20세기 전반의 선진공업국이 아니라 전근대적인 농업국인 제정러시아에서 공산혁명이 일어나 소련이 건국된 것은 아무래도 모순이었지만, 레닌은 이 문제를 제국주의자들이 노동계급을 핍박하니까 그에 대한 저항으로서 혁명이 일어났다고 설명합니다. 이렇게 마르크스주의는 폐기될 뻔했다가 이렇게 정당화되어 이후에는 마르크스-레닌주의로 발전하게 됩니다.

상당히 그럴듯한 이 논리는 이전에는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하여 부르주아 계급을 타도하자는 주장이 주류였지만, 제국주의론 이후에는 제국주의 반대라는 형태로, 세계최초의 공산주의 국가인 소련이 선구자적인 입지를 지니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심각한 결함이 하나 있습니다. 사실 제정러시아는 19세기에는 영국, 프랑스, 프로이센, 오스트리아와 나란히 유럽 5대 열강 중의 하나여서 외세에 핍박받는 약소국도 아니어서 전제부터가 틀린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거짓으로 점철된 헛소리였던 것인데 문제는 이 사상에 소련인들부터 속아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기기만에 빠진 소련인들이 혁명을 수출했으니 결과는 보나마나입니다.

그리고 정통마르크스주의도 마르크스-레닌주의도 혁명은 말하지만 그 뒤의 사회체제에 대해서는 아예 설계하지를 않았습니다. 설계도가 없는데 뭘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 계통의 사람들이 집권하면 매번 사회가 엉망이 되는 것이 그래서입니다. 게다가 정통마르크스주의든 마르크스-레닌주의도 무오류를 표방하다 보니 잘못되어도 수정할 줄 모릅니다. 만일 수정한다면? 소련이나 중국에서 일어났던 온갖 정쟁과 참극 같은 것들이 일어나서 수많은 사람들이 행방불명되고, 그 중 일부는 마가단의 도로 노반으로 재활용된 인골이나 고비사막 등에 버려진 시체가 되어 있습니다.


결국 그렇게 부르주아 탓, 제국주의 탓, 반동분자 탓을 하고 그 적이 없어지면 그 다음은 내부싸움입니다. 수정주의입네 교조주의입네 등등하는. 그러니 종국적으로는 계파싸움으로 귀결됩니다. 소련은 핵전쟁으로 세계를 위협했지만 결국 신연방조약은 체결 하루 전에 발생한 쿠데타로 무산되고 소련은 순식간에 녹아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소련의 지위를 이어받은 러시아는, 과거에는 동족 운운했던 우크라이나를 말살하려는 전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 괴뢰국도 용도폐기될 것입니다. 그 괴뢰국은 러시아가 아니고, 그러니 목적달성 뒤에는 폐기가 정해져 있습니다. 목적이 달성될 수도 의문이지만, 만일 된다면 그 다음은 벨라루스가 되겠지요.


마이크 타이슨의 그 말, 정말 멋지군요.

제가 간혹 쓰는 표현인 "먹어봐야 독인 줄 알고, 죽어봐야 지옥을 아나" 와 일맥상통합니다.


문제되는 내용은 없으니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대왕고래

2022-08-19 23:22:01

어째서 그런 용어가 만들어졌는지는 몰라도, 결과를 보니 개그코너 유행어보다도 영향력이 덜한 거 같네요.

공허한 외침이었던 건 확실하네요.

SiteOwner

2022-08-20 21:40:24

Lester님의 코멘트에 대한 저의 답변에도 나와 있듯, 근원이 그렇다 보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여기에 조금 더 부가한다면, 소영웅주의도 한몫 하겠지요. 거대한 악에 맞서는 정의로운 선각자로서 자신을 포장하는. 사실 그것도 알고 보면 자기기만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중에는 그러한 거대담론이 빛을 잃자, 집요하게 누군가를 두들겨 패는 방식으로 노선이 바뀌기도 하였습니다. 이를테면 월간지 한국논단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 등이라든지 안티조선 운동 같은 것들. 그러나 그런 것들도 결국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그러한 조류는 2008년을 뒤흔든 광우병 괴담과 전국민적인 저항운동으로 극대화되었지만 결국은 온데간데없이 해체되고, 결국 그 광우병 운운은 "광우뻥" 이라고 여겨지며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윤석열 정부에 대한 야권의 무속 프레임 및 검찰공화국 운운도 결국 그런 운명을 맞이할 것이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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