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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술 애호가 모임 동아리방에서는, 그 자동차 미니어처 수백 개를 쌓아서 자동차의 모양으로 만든 미술품을 보고 일어선, 자동차 연구 모임의 부원 토오루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워낙에 뜬금없이 일어난 일이라, 미술 애호가 동아리 부원들, 자동차 연구 모임 부원들 모두 정지 상태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약 3초 뒤.
“야, 토오루! 가만히 안 있어!”
별안간 들린 슬레인의 호통 소리. 그리고 다음 순간, 토오루의 몸이 마치 얼어 버린 듯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못한다. 온몸이 끈적한 무언가에 둘러싸여 버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저기... 선배님... 저는 단지 이 작품이 궁금해서...”
“변명이나 할래! 어쨌든 만지려고 했잖아! 맞아, 틀려?”
자동차 연구 모임 부원들은 다들, 토오루가 그 미술품을 만지려고 했던 건 둘째치고, 슬레인이 그 정도로 큰소리로 호통을 치는 건 처음 봤는지, 준후를 제외하고는 다들 마치 툰드라 지대의 극한의 추위에 노출되어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얼어 버린다. 물론 그 와중에도, 루카스와 라시드는 슬레인의 귀에 들리지 않게 자기들끼리 소곤거린다.
“야, 슬레인 선배님 저러는 거 좀 웃기지 않냐?”
“뭐가?”
“아니, 그 새로 전학 왔다는 선배 하나 이기지 못하면서 자기 후배한테는 저렇게 큰소리 빵빵 쳐 대니까 말이야. 안 그래?”
그러고서, 루카스와 라시드가 슬며시 슬레인과 준후가 앉은 자리를 돌아보니, 슬레인과 준후는 모두 무안했는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머리를 긁적거리고 있고, 그걸 나타샤를 비롯한 미술 애호가 동아리 부원들이 ‘왜 저러나’라고 말하는 듯, 가만히 보고만 있다.
그렇게 어색한 정적이 흐르고 약 1분 뒤. 나타샤는 생각지도 않게 순종적으로 되어 버린 자동차 연구 모임 부원들을 보고는, ‘그럴 줄 알았다’라고 말하는 듯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치고 말한다.
“자, 자! 다들 이렇게 얼어만 있으면 안 되겠지? 다시 시작하자고!”
나타샤의 그 말에, 슬레인을 비롯한 자동차 연구 모임 부원들은 아까의 그 열기는 어디 가고, 잔뜩 얼어 버린 채로, 교류 행사를 속행한다.
한편 이곳은 만화부와 디크루의 교류 행사가 진행 중인 만화부실.
“어... 그러니까...”
윤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슬슬 눈치를 살피지만, 이미 디크루 부원들의 시선은 모두 윤진을 향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그걸 본 펠릭스는 더 재미가 붙었는지, 다분히 의도된 것 같은, 마치 관심을 많이 끌어모으려는 듯한 과장된 동작을 하고서 윤진을 얼른 나오라고 한다.
“하... 춤 안 춘 지 4년도 더 됐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앞으로 나와도, 윤진에게는 어쩔 수 없다, 이 상황은. 비록 전에 잠깐 해 본 적은 있다고는 하나, 윤진에게는 아예 처음 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그렇다고 못 하겠다고 하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도 많다. 디크루 부원들은 둘째치고서라도, 만화부 후배들 앞에서 차마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다른 건 몰라도 만화부장의 체면 때문에라도 그렇다. 그렇게 고심한 끝에, 윤진은 다들 들으라는 듯 크게 말한다.
“내가 나갈 수밖에 없지.”
그러고서, 윤진은 속으로는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혹시라도, 펠릭스가 만약에 초능력자이고, 윤진을 골탕 먹이기 위해 나오라고 한 거라면, 가차 없이 윤진의 초능력을 써서 펠릭스에게 되돌려 주겠다는 것이다. 윤진은 남몰래 자기 능력을 꺼내고서 부실 앞에 선다.
‘그래, 한번 보자고. 이 녀석, 초능력자인지 아닌지.’
그러건 말건, 후배 부원들은 윤진이 자발적으로 앞으로 나와서 춤을 춰 준다니 박수를 더욱 크게 울릴 뿐이다. 그건 민의 조금 옆에 앉은 카일도 마찬가지다. 물론 서로 생각하는 건 다르다. 민은 안도감에서 그런 것이고, 카일은 윤진이 ‘몸소’ 춤을 춘다니 구경거리가 하나 생겨서 즐거운 것이다.
“오, 어디 한번, 윤진이 형 얼마나 추나 볼까?”
“그러게. 우리 디크루에 들어올 실력이 되나 안되나.”
카일이 마치 촉이 왔다는 듯 윤진을 보고 말하자, 민이 바로 받아친다.
“야, 카일, 그건 아니지! 엄연히 만화부장인데.”
“하, 하하하, 장난.”
카일은 민이 그런 반응을 보일 줄 알았다는 듯 웃는다. 그러고서, 다시 앞을 보고서 윤진과 펠릭스가 음악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을 지켜본다.
한편 히어로 동아리방에서는 치히로가 네이트에게 동아리방 안의 여기저기를 보여주다가, 문득 네이트에게 묻는다. 마치, 어떤 꾸러미를 준비했다가 한번에 펼쳐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선배님, 저는 밴드부실 안을 좀 보고 싶군요. 밴드부 내부는 왠지 연습실도 있고, 악기도 놔두고 해야 하니 좀 많이 크겠죠. 물론, 기회가 된다면 말이죠.”
물론 그건 네이트가 처음에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말투로 말했으니, 거기에 대한 답례도 섞인 것이다. 그런데 네이트는 거기에 대해서 조금 고민하는 듯하다. 주위에 둘러앉은 밴드부원들을 한번씩 보더니, 네이트는 조금 무겁게 입을 연다.
“여기보다 작을걸. 우리 밴드부 연습실, 그렇게 크지 않아.”
“어... 정말요?”
치히로뿐만 아니라, 올리버, 베로니카, 라일라, 재연 모두 네이트의 그 말이 의외라는 듯 되묻는다. 특히 베로니카와 라일라는 밴드부 연습실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교실이 있기 때문에 밴드부 연습실의 크기를 모를 리가 없다.
“그렇게 넓은 연습실이... 작아요?”
“그러니까. 이런저런 악기 보관하고, 거기에다가 우리가 연습할 공간까지 확보하려면, 작지. 거기에 비하면 여기는 얼마나 여유가 있냐.”
네이트가 이어서 하는 말이 아무리 들어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히어로 동아리 부원들뿐만 아니라 밴드부원 몇 명까지 입을 벌리고는 ‘말도 안 된다’고 말하는 듯 표정을 짓고 있다. 그렇게 서로를 보는 밴드부원들이 소곤소곤 말하는 말은 조금씩 다르지만, ‘의외다’라고 하는 건 공통적이다.
“아무튼, 너희는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신생 동아리라서 동아리방이 더 넓어질 여지도 있잖아? 우리는 총학생회에 이야기는 하고 있는데, 번번이 거절당하고 있거든.”
“정말요...”
그렇게 네이트가 밴드 활동 이야기는 안 하고 계속 동아리방이 좁다는 요지의 하소연만 계속 이어가자, 치히로도 처음에는 강하게 네이트에게 풀었던 의심을 조금씩 접는다. 그런데 막 치히로가 다시 자리에 앉으려고 할 때쯤, 네이트가 귓속말을 걸어온다.
“아, 이건 몰래 하는 말인데, 우리 밴드부에 조금 악동 같은 녀석이 하나 있거든...”
“악동 같은, 녀석이라니요?”
그 말에 치히로의 귀가 번쩍 뜨인다. 마치 사냥감을 찾은 육식동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무언가 네이트가 건네주는 것을 받는다.
“후... 뭐 이렇게 숨이 차?”
한편, 윤진은 양옆에 펠릭스, 그리고 또다른 디크루 부원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부실 안에는 신나는 음악이 한창 흘러나오고 있다. 듣는 디크루 부원뿐만 아니라, 만화부원들도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들 정도의 음악이다. 그러면서도 기회를 노리고 있다. 펠릭스나 다른 디크루 멤버 중 혹시 이상한 일을 벌이는 초능력자가 있을까 괜히 궁금해서다.
“아니... 그런데 왜 내 능력은 이렇게 쓸 틈도 없는 거냐...”
아무리 춤을 추면서 기회를 노려봐도 도무지 윤진이 능력을 쓸 틈은 보이지 않는다. 사실, 디크루 부원들 중에 초능력자는 없지만, 그걸 알 리가 없는 윤진은 계속 기회를 엿본다. 그러다가, 흘러나오는 음악이 다 끝나고, 펠릭스와 다른 디크루 부원이 춤추기를 멈추자, 윤진 역시 비로소 춤을 추던 걸 멈추고는, ‘후’ 하고 깊은 데에서 나오는 날숨을 내뱉는다. 자신도 모르게 얼마나 격렬하게 춤을 추었는지, 이마에서 땀이 저절로 나온다. 하지만 윤진은 그런 분위기도, 후배들의 박수도 눈과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신경 쓰이는 더 큰 게 있다.
‘어째서냐... 어째서지? 왜 내 능력으로 감지가 안 되는 거야? 초능력을 쓸 것처럼 굴더니만... 다들 비능력자였나?’
한편 앞자리에서 그걸 지켜보고 있던, 은색 챙의 모자를 쓴 디크루 부원 ‘시오리’는 윤진과 펠릭스가 추는 춤을 넋 놓고 보고 있다가, 어느새 슬며시 아이란이 내민 무언가를 받게 된다.
“응? 아이란, 이거 뭐야?”
아이란이 시오리에게 내민 그 책은 다름아닌 <댄스팀 A>의 동인지 <불타오르는 댄스팀>. 등장인물들은 그대로 나오기는 하지만, 내용물은 정말 아이란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만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시오리는 조금은 부담스럽다는 표정을 하고서 말한다.
“이런 건 또 어디서 가져왔대... 참 너답다!”
그리고 그걸 뒤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찌푸린 얼굴을 하고서 지켜보는 또 한 명이 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또 시작이다. 저렇게, 그렇고 그런 만화나 소설이 좋은 건가?”
나디아는, 아이란이 시오리에게 책을 내미는 걸 보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찬다.
“확 일어서서 저 책을 뺏어 주고 싶지만...”
그렇게 참으려는 듯 말하면서도, 엉덩이는 이미 의자에서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상체는 아이란이 앉은 곳을 향해 앞으로 내밀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야! 왜 그렇게 몸을 내밀어! 좋다고 그렇게 나갈 필요까지는 없잖아!”
나디아가 돌아보니, 안젤로가 나디아의 옷깃을 잡고 끌어당긴다. 그리고 더 은밀히 귓속말로 말한다.
“너도 저 선배님 레이더망에 걸리려고 작정한 거야? 그러기 전 빨리 앉아!”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난 방송실.
“왜 우리 방송부 애들은 다들 졸려서 잠을 청하려고 하는 거지...”
아멜리는 눈에 생기가 사라진 후배 방송부원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찬다. 그러건 말건, 계속해서 방송에 나갈 시와 소설 구절을 써서 내는 도서부원들은 어떤 걸 더 써서 낼지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도서부원들도 쓰는 사람들만 쓰고 다른 부원들은 하든 말든 신경도 안 쓰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건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저기, 리하르트.”
아멜리는 한참 뭔가를 적는 중인 리하르트를 부른다. 리하르트는 아멜리가 불러도 잠시 그 적는 것에 열중하더니, 이윽고 15초 정도 지나 리하르트가 대답한다.
“어, 선배님, 왜요?”
“왜 우리 방송실 안이 이렇게 졸린 곳이 되어 버렸지?”
“글쎄요. 아마 다들 카페인 보충을 안 해서가 아닐까요.”
리하르트는 그냥 지나가듯 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그 말이 아멜리의 속을 은근히 긁어 놓았던 건지, 아멜리는 조금 퉁명스럽게 리하르트의 말을 받아친다.
“너와 도서부원들이 쓴 글이 수면제 역할을 하는 건 아니고?”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3-05-18 00:16:48
이제는 그나마 동아리 교류행사같이 돌아가고 있네요. 그래도 여러모로 불안하네요.
토오루의 이상한 짓을 슬레인이 큰 소리로 호통쳐서 저지하지만 둘 다 전적이 화려하다 보니 슬레인조차도 좋은 소리를 못 듣고, 윤진은 펠릭스의 도발에 넘어가 버리면서도 여러모로 경계를 해야 하는 상황이고, 네이트는 자신의 동아리방 크기 이야기나 하고, 리하르트는 카페인 보충 어쩌고 하는 헛소리로 아멜리의 속을 긁는 중이고...
통상적인 교류행사같아 보이는 게 더 무섭네요.
그 상황에서 아이란은 천하태평에 시오리는 난감해 하고 나디아는 그 아이란의 행각이 못마땅하고...
제가 저 자리에 있으면 1초라도 빨리 떠날 것 같네요.
시어하트어택
2023-05-21 21:47:40
토오루가 그런 것을 감안하고서라도 슬레인은 조금 무례하게 행동했죠. 그래서 이후 행사에서 조금 더 주눅들어 있었던 걸 겁니다. 그것 말고도, 네이트나 리하르트가 보이는 언행은 저런 행사에서 흔히 보일 수 있는 반응 중 하나입니다. 행사에는 관심이 없고 다른 잿밥에 관심이 있다든가 딴짓을 한다든가 하는 건 흔한 일이니까요.
SiteOwner
2023-05-31 23:44:37
자동차 연구 모임은 여기에서도 또 문제를...
토오루는 미술품을 만지려 했고 슬레인은 그것을 큰 소리로 제지하고, 정말 가지가지 하는군요. 모처럼 저렇게 좋은 자리가 마련되도 저 모양이니 어디서든지 환영받을 가능성은 없을 것 같습니다.
싸움이 일어난다든지 하는 험악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별로 오래 있을 생각도 안 듭니다.
오가는 말에 날이 서 있으니 이런 상황에서 누가 한명 걸리면 완전히 나쁜놈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같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3-06-04 23:18:21
문제를 안 일으켰다면 그게 이상한 자동차 연구모임이나, 이번에는 거기에 더해서 다른 동아리방에서 무례한 행동을 했다는 데에서 더한 문제겠죠. 저런 행태는 빠른 시일 안에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