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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마왕성, 또다시(2)

시어하트어택, 2023-08-11 07:58:30

조회 수
116

“응? 뭐가...”
릴리스의 말에 아이란이 창문 밖을 보니, 아이란에게도 보인다. 그 보라색의 무언가가, 공원 한가운데 둥둥 떠 있는 게 말이다. 그것도 보니, 40층도 더 넘는 아파트 건물의 사이에 있는 공원이라서 단지 주민들에게도 확실히 잘 보일 정도다. 확대해서 그걸 보니, 그것은 틀림없이 며칠 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는, 그 마왕성이다.
“으앗! 저게 왜 저기 나타난 거야!”
“왜, 왜 그래?”
아이란이 놀랐는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크게 내자, 릴리스도 궁금했는지 그걸 가까이 보고...
“진짜잖아! 왜 저기에 저게 나타난 거지?”
“그러니까...”
릴리스는 곧바로 메시지창을 켜서, MI스터리의 선배들과 후배들에게 메시지를 하나 전달한다.

[선배님들, 제가 찍어준 좌표에 그 마왕성 나타난 거 봤어요?]

그리고 약 30초 정도 있다가, 메시지 도착음이 몇 번 울린다. 그런데 MI스터리 동아리 선배들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의외다.

[뭐야, 아파트단지에 나타났다고? 그거 사람들이 좀 많이 돌아다니는 큰 공원에 나타나는 거 아니었냐?]
[그러게. 아파트단지 한가운데 나타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에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 거냐]

“왜 다 반응이 이렇게 싱겁지?”
릴리스는 그 메시지들을 보다가 중얼거린다.
“오히려 이렇게 싱거운 반응이 더 이상한 법인데...”

그리고 그 시간, 그 문제의 마왕성이 나타난 아파트단지 공원에서 멀지 않은 놀이터에서는, 몇 명의 중학교 남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앉아서 앞에 있는 홀로그램에 비치는 영상을 보다가, 이윽고 무언가 보라색의 형상이 영상 한가운데 비치자, 그중 가운데에 앉은 검은색 후드를 뒤집어쓴 남학생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입까지 덩달아 벌어진다. 하마터면 박장대소할 뻔하다가, 양옆에 있는 두 남학생이 제지하자 그러지는 못하고, 영상에서 그저 눈을 떼지 못한 채, 양옆에 있는 남학생들이 다음에 할 말을 기다리는 참이다.
“그래서... 이제 우리가 뭘 해야 하지?”
“맞아. 이제 네가 마왕성을 만들었으면, 뭐라도 우리보고 하라고 해야지? 안 그래?”
“어... 맞아! 그러니까...”
후드를 쓴 남학생은 후드를 벗는다. 그러자 검은 곱슬머리에, 어딘가 조금은 창백해 보이기도 하는 그리핀의 얼굴이 드러난다.
“그러니까... 라시드, 토오루, 이제 너희들이 나설 차례라는 거지. 자, 봐봐. 이제 너희들이 저기 공원에 가서 할 게 뭐냐면...”
그런데 그리핀이 막 라시드와 토오루에게 뭔가 말하려고 하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핀은 막 뭐라고 하려던 자기 입을 틀어막고는, 마치 숨도 쉬지 않겠다는 듯, 주위를 돌아보고서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그 사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막 그 사람이 다 지나가자, 그리핀이 다시 자기 입을 열려는데...
“응?”
누군가, 방금 뒤에서 그리핀과 라시드, 토오루를 보고 지나간 것 같다. 아까 그 사람이 맞는데,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시 이쪽으로 왔다가, 그리핀과 라시드, 토오루를 보고 가려는 것이다. 이 사람이 누군지 잘 모르겠으나, 세 사람을 아는 사람인 건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 급히 그 사람을 잡으려고, 그리핀이 일어서 본다.
“저기, 잠깐만...”
그렇게 다급히 말하며, 그 사람을 잡는다. 그렇게 그 사람이 그리핀이 바라는 바에 따라, 그리핀을 돌아보는데...
“뭐야, 그리핀, 너,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는데.”
그 의문의 인물이 그리핀이 잡자 멈추더니 그리핀을 돌아본다. 그리핀은 목소리를 듣자, 바로 얼굴에 화색을 띤다. 그리고 일어서서, 그 얼굴을 마주 본다. 하지만, 그리핀이 예상치 못한, 까칠한 반응이 나온다.
“내 후배들을 왜 건드는 거냐, 도대체?”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슬레인. 슬레인은 마침 집으로 돌아가던 차에 익숙한 얼굴이 보이기에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는데, 아는 얼굴들이라서 다시 돌아와 본 것이다. 그리고 슬레인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저 마왕성, 네가 하던 거, 맞지?”
그리핀은 거기서 입을 딱 다물어 버릴 생각이었지만, 슬레인은 용케 그리핀이 하려던 손동작을 알아챘는지 그 손을 잡아 버린다.
“아니, 그러니까 선배님, 저는 단지, 이 마왕성을 테스트하려는...”
슬레인에게서 어떤 답이 나올지, 그리핀은 대략 예측한다.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다. 그것이 뭐든, 그리핀에게는 별로 듣기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후부터 슬레인이라는 선배에게 단단히 찍혀서, 이후의 학교에서의 생활도 난이도가 높아질지 모른다. 더욱이, 슬레인은 패거리를 만들어서 다니기 좋아하는 선배라고 들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상황에서 그리핀이 할 수 있는 건...
하지만, 슬레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다.
“좋아, 어디 한번 해봐. 너하고 여기 라시드, 토오루가 하려는 걸 지금 해 보라고.”
“네...?”
슬레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 의외였는지, 그리핀뿐만 아니라 라시드, 토오루도 되묻는다.
“선배님, 지금 저희보고, 여기 마왕성에서 저희가 하려던 걸... 해 보라는 건가요?”
“저희가 혹시... 잘못 들은 건 아니겠죠?”
“아니, 너희가 들은 게 맞는데. 한번 해 보라고. 너희가 뭘 하려고 했고, 너희의 능력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지를 보여 달라는 말이야.”
슬레인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조금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곧 라시드와 토오루는 그대로 보여주기로 한다.
“알겠어요... 보여 드리죠.”
그와 동시에, 그리핀의 입에서는 안도의 숨소리가 들린다. 마치 십년은 감수한 것처럼 말이다.
“왜 그렇게 안도하는 거야. 그렇다고 이게 너를 인정한다든가, 아니면 우리 동아리에 들어오라든가 하는 건 아니야.”
“네...?”
슬레인은 그리핀이 그렇게 되묻자, 그리핀더러 그런 기대는 하지도 말라는 듯, 다시 한번 말한다.
“착각하지 말라니까? 이게 너를 인정한다든가 하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그리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조금 전과는 정반대의, 싸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한 목소리다. 다시 한번 슬레인을 바라보는 눈빛도 역시 많이 가라앉은 것 같다.
“뭐야, 너 왜 그래?”
“하지만, 저한테서 벗어날 수는 없을걸요.”
“뭐... 뭐라고?”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슬레인은 그리핀의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무언가를 보고는 겁에 질렸는지, 입에서 나오려던 말이 도로 들어가 버린다.
‘이 녀석, 뭐야... 역시 우리 동아리에 들이지 않기를 잘 한 건가? 아니, 그보다도, 지금 나를 붙드는 것 같은 이 이상한 힘은 뭐지?’
그리고 슬레인이 그 마왕성이 나타난 곳을 돌아보니, 단지 중앙공원에는 벌써 평범하게 돌아다닌다든가, 아니면 구경한다든가 하는 사람은 안 보인다. 있어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슬레인이 서 있는 곳이 갑자기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 머리 위에 둥둥 떠다니는 것 같기도 하다.
“설마 이게 라시드와 토오루가 한 건가?”
슬레인도 라시드와 토오루의 능력은 무엇인지 알고 있다. 하지만 슬레인에게 드는 생각은 다르다. 지금은 이런 걸 하면 안 된다는 것. 자동차 연구 모임에는 원래의 목적이 있는데, 둘 다 그걸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슬레인으로서는 그게 여간 못마땅한 일이 아니다.
“생각 같아서는 저 녀석들, 당장 가서 발목이라도 붙들고 싶은데...”
하지만 슬레인은 이미 그럴 수 없다. 지금 슬레인을 붙들고 있는 건 다른 것이다.

[바보 같은 녀석, 이왕 갔으면 뭐라도 해 버리지. 왜 망설이고만 있냐?]
[슬레인, 뭐라도 해. 너는 매니저야!]

하필 이 시간, 준후와 셰릴에게서 온 메시지는 슬레인을 더욱 골치 아프게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판이다. 거기에다가, 그리핀은 지금 슬레인에게 미지의 능력을 통해 무언의 압박을 넣고 있다. 이 상황에서 슬레인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딱히 없다.

그리고 그 시간, 메이링은 운동하는 사람처럼 차려입고 공원 산책로를 뛰어가는 중이다. 아까 사무실에서 입었던 정장과 셔츠 차림도 아니고, 사무실에 흔히 입고 오는 캐주얼한 옷차림에 더 가깝다. 메이링은 정말로 운동을 하는 건지, 아니면 어딘가에 일이 있어서 뛰어가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서 뛰어가고 있다.
“저기...!”
누군가가 메이링에게 손을 흔들며 부른다. 메이링이 손을 흔든 그 사람을 돌아보니, 메이링과 비슷한 나이대 정도의 남자인데, 역시 트레이닝복을 입었다. 메이링이 아는 얼굴인지, 메이링은 뛰는 걸 멈추고 그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 쪽으로 가까이 간다.
“뭐야, 우준이 너? 너도 여기서 운동했냐?”
“아, 좀 됐지? 그건 그렇고, 메이링 너를 여기서 볼 줄은 몰랐는데.”
“나도 마찬가지야!”
메이링은 그렇게 잠시 ‘우준’이라는 남자와 인사를 나누더니, 곧바로 준비하기라도 한 듯한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이 남자는 메이링의 학교 동창으로 이름은 계우준, 지금은 어느 대기업의 사원인데, 퇴근하고 막 운동을 하려다가 메이링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건 그렇고, 말 나온 김에 뭐 하나만 물어보자.”
“뭔데?”
“혹시 너희 동네에 이런 그래피티 그리는 사람들 본 적 있냐?”
“어...”
우준은 잠시 말이 없다가, 곧 입을 연다.
“아니.”
“뭐, 좋아. 그럼 하나만 더.”
메이링은 마치 자신이 수사관이라도 된 것처럼, 아니면 우준을 위해 준비하기라도 했다는 듯 다음 질문을 꺼낸다.
“그럼 혹시, 이런 장난을 치고 다니는 녀석들끼리 어느 인터넷의 게시판에서 논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 있어?”
“어? 그건...”
메이링의 말을 들은 우준의 표정이 금세 어딘가 숨겼다든가, 아니면 무언가 말 못 할 사정이 있다든가 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잠시 말이 없더니, 이윽고 다시 입을 연다.
“우리 회사 과장이 하는 말이 있었는데...”
“너 과장 이야기만 하면 항상 얼굴이 어두워지더라.”
우준의 얼굴색이 확 가라앉은 걸 본 메이링이 그걸 놓치지 않고 말하자, 우준은 ‘뭘 그런 걸 다 말하냐’는 듯 말한다.
“그야 당연하지.”

그리고 민은 친구들과 헤어져 집에 돌아가는 길이다.
“하, 많이 늦었네. 이제 집에 들어가면 또 뭘 할까...”
오늘은 친구들과 실컷 즐겼으니, 집에 가면 다른 걸 한번 해 볼 생각이다. 직접 조작해서 뭘 하는 것조차 귀찮은 오늘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게임 방송을 누가 잘 하더라...”
그렇게 민이 중얼거리는데, 누군가가 민의 등 뒤에서 마치 덮치기라도 하는 듯, 뒤에 갑자기 누군가가 민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기척이 느껴진다,
“아니, 누구...”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3-08-13 21:08:55

집단의 힘에 호소하는 슬레인과 특별한 능력을 구사하는 그리핀. 슬레인이 우세해 보였지만 그게 한순간에 뒤집혀 버리네요. 속수무책이라는 말은 역시 이런 상황을 위해 있나 보네요.

메이링과 우준은 학교 동창이군요. 그런데 우준이 뭔가 아는 건 있는데 말하기에 상당히 난처한 입장이 있는 것인지, 태도가 묘하게 이상하네요. 예의 장난을 벌이는 자들의 온라인 거점이라든지 과장에 대한 언급이라든지...


갑자기 남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사람, 싫네요.

고르고13의 그 대사를 말해주고 싶어졌어요. "내 등 뒤에 서지 마. 목숨이 아깝다면."

시어하트어택

2023-08-15 23:43:04

그리핀은 어느 동아리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슬레인은 어찌됐든 동아리의 매니저이니, 활동 목적이 어쨌든 부원들을 챙겨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소위 잃을 게 없는 사람과 잃을 게 있는 사람의 차이가 나타나는 거죠..


우준이 의외로 아는 게 많을 수도 있습니다.

SiteOwner

2023-09-12 23:33:22

그야말로 난장판이군요. 나쁜짓도 손발이 맞아야 해먹는다는 말이 실감나고 있습니다.

하긴, 불순한 목적으로 모였는데 그게 손발이 맞는다면 그런 상황은 이미 답이 안 나오는 것이지만, 초능력을 갖고 있고 상대방의 초능력의 존재를 어렴풋이 간파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양날의 칼이 맞는가 봅니다.


선택지가 없다는 것은 확실히 곤란한 상황입니다.

그나저나 우준은 왜 메이링이 과장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안색이 어두워지는지...

누군가 제 어깨에 손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대로 그 손을 잡아당기고 넘어뜨려 등을 밟은 적이 있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3-09-17 23:25:24

모이기는 하나의 간판 아래 모였지만, 동상이몽이니까요. 슬레인과 준후는 아니었을지는 몰라도, 불과 며칠 사이에 저 동아리의 구성은 둘의 의도와는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우준의 저런 모습은 현실의 직장인들에서도 많이 볼 수 있죠. 상사가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불편한 건 마찬가지겠지만, 인성도 좋지 않은 사람이면 우준처럼 행동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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