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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117화 - 어수선한 아침(1)

시어하트어택, 2023-08-30 07:28:33

조회 수
114

“아- 좋은 아침이네.”
목요일 아침. 민은 오늘도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침대에서 일어나서 화장실로 향한다. 아직도 잠이 덜 깬 건지, 자꾸만 머리를 흔들게 된다. 어제 방송을 보느라, 하마터면 제 시간에 못 잘 뻔했다. 그나마도 물을 마시러 거실로 나갔다가 자정 3분 전임을 알고 서둘러 양치질을 하고 잠자리에 들게 된 것이다. 잠에서 깨어 일어나 보니, 컴퓨터 화면에 떠 있는 ‘방송 종료’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방송은 새벽 4시까지 진행되었는데, 민이 잠에 들고 나서 오히려 시청자가 2배 가까이 늘어났던 게 보인다. 아쉬워하면서도,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 어차피 그때는 잠을 자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SRTV로부터의 메시지도 몇 개 와 있는 건 덤이다. 시간을 보니 새벽 1시, 2시로 나온다. 셰릴이 직접 보낸 건지, 아니면 채팅방 매니저가 대신 보낸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메시지 내용이야 안 봐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때는 민이 자고 있었기 때문에 읽어볼 일도 없지만 말이다.
살짝 거실을 보니, 아무도 없다. 반디는 어제 일찍 나가야 한다고 말했으니 그렇다고 쳐도, 부모님은 오늘도 또 많이 바쁜 건지, 안 보인다. 그나마도 다행인 건 가사로봇이 어떻게 민을 보고는 냉장고에서 아침을 꺼내서 가져다준다. 시럽이 뿌려진 팬케이크인데, 그걸 덥혀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무튼, 그 길로 화장실에 들어가 화장실 거울 구석에 있는 홀로그램 표시기를 켜 보니, 밤새 안젤로가 보낸 메시지가 하나 있다. 그걸 한번 열어 본다.

[그 마왕성 만드는 녀석 잡았대. 사진은 여기]

“어? 뭐야... 그 마왕성을 만드는 사람을 잡았다고? 그리고 그게...”
메시지를 확인해 보니, 올리버가 슬레인과 토오루 옆에 서서 마치 범인을 잡은 형사라도 되는 것처럼 사진을 찍어 놓은 게 하나 보인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올리버의 양옆에 마치 전리품처럼 서 있는 슬레인과 토오루는 마치 항변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올리버를 쏘아보고 있고, 그러건 말건 올리버는 마치 승리한 사람처럼 당당히 서 있다.
“어, 어떻게 잡았대? 저 올리버라는 형한테 초능력이 있는 것 같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욕조의 샤워 호스를 틀고는 다시 입을 연다.
“에이, 오늘 동아리 모임 해 보면 알겠지. 어떻게 잡은 건지, 말을 안 해 줄 수 있겠어?”
그렇게 다 씻고, 머리까지 다 말린 다음 화장실 밖으로 나와서, 막 아침 식사를 하려고 식탁에 차려진 팬케이크 앞에 앉는다. 컵 안에 따른 우유가 좀 모자른 것 같아서 조금 더 따르려고 우유팩을 꺼내 오다가, 문득 뭔가 이상하게 생각됐는지 냉장고 안을 다시 한번 둘러본다. 어머니는 이렇게 바쁜 날이면 민과 반디가 먹을 아침 식사를 미리 해 놓는데, 그럴 때면 보통 반디는 팬케이크, 민은 햄계란토스트를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게 서로 바뀌었다는 건데, 여기서 민은 잠깐 의문을 품는다.
“오늘은 왜 누나가 토스트를 먹고 갔지?”
하지만 몇 초 동안 생각해 보니, 그런 의문까지 품을 건 아닌 것 같다. 그냥 반디가 오늘은 토스트를 먹고 싶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에이... 그래. 누나가 오늘은 토스트를 먹고 싶었을 수도 있지.”
거기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팬케이크를 한번 들어서 아래를 보기도 하고, 몇 조각 잘라서 사이를 보기도 한다. 친구들에게서 누군가가 요즘 음식에 장난을 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장난을 하는 것이고, 또 무엇 때문에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대비해서 나쁠 건 없기에, 한번 본다. 역시 이상한 것은커녕 얼룩 같은 것조차도 없다.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팬케이크를 한입 베어 물어 먹는다.

한편, 메이링은 막 출근하는 길에, 밤사이에 온 메시지들을 이리저리 확인하다가, 사진이 첨부된 메시지를 발견한다.
“어...? 그 마왕성 능력자를... 잡았다고?”
일단 메시지는 받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이상했는지 메이링은 메시지에 첨부된 사진을 유심히 본다. 올리버가 가운데에 있고, 양옆에 슬레인과 토오루가 찍힌 사진이다. 당연히 메이링은 슬레인과 토오루가 무슨 초능력을 쓰는지는 다 알고 있다.
“뭐야, 왜 엉뚱한 애들 잡아놓고 잡았다고 하고 있어?”
메이링은 황당했는지 ‘하’ 하고 한숨까지 쉬어 가며 말한다.
“얘들 능력은 내가 이미 다 파악하고 있다니까... 그나저나, 고생을 했는데 엉뚱한 녀석들을 잡아서 어떡하냐.”
그렇게 아깝다는 듯 한마디 하고는, 그 뒤에 이어서 온 메시지들을 훑어본다. 번화가의 한 벽을 뒤덮은 그래피티, 비정상적으로 많이 보이는 새떼에 덮인 공원, 그리고 엉망이 된 재개발 예정 건물 등이 보인다.
“하여튼... 요즘 왜 이렇게 사고를 치는 녀석들이 많지...”
그 마왕성 사건 하나에만 신경을 쓰기에는, 메이링에게는 사건 제보가 매우 많이 들어오고 있다. 거기에다가, 변호사 본연의 일 또한 만만치 않게 많은 데다가, 사실 이쪽이 머리 쓸 일이 많기도 하다. 거기에다가 또 마침 전화가 걸려온다.

♩♪♬♩♪♬♩♪♬

전화를 받아 보니, 아냐로부터 온 전화다.
“변호사님, 아침 일찍부터 손님이 오셨네요. 빨리 오셔야겠어요.”
“아, 그래. 조금만 기다리라고 전해. 알겠지?”
전화를 마친 메이링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하다. 지금은 오전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그런데 이 시간에 왔다는 것은, 뭔가 큰일이 있는 것이라는 직감이 문득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그래서 더욱 발걸음을 재촉한다.
“에이, 내 몸이 한 10개는 되었으면 좋겠네... 왜 오늘따라 이렇게 일이 많담!”
그리고 그런 메이링의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또다른 메시지 하나가 도착한다.
“응? 이번에는... 반디한테서 온 거잖아? 뭐지?”

“이야, 너 어제 살아 돌아왔다며?”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조금 시간이 지난 오전 8시 즈음, 지온이 학교에 가는 길. 익숙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온다. 가까이 가서 얼굴을 확인하지 않고도 알 것 같다. 한 명은 만화부원 현애, 다른 2명은 세훈과 주리다. 셋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화 내용이 뭔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지온은 가만히 옆으로 가서 들어 보기로 한다. 세훈이 주리가 하는 말에 뭔가 열심히 반박하는 것 같다.
“아니, 나는 어제 죽을 위기를 넘겼다든가, 아니면 스스로 위험한 곳에 다녀왔다든가 한 적이 없는데? 다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에이, 무슨 소리를 하냐, 조세훈.”
세훈과 주리가 하는 말을 듣고 있던 현애가 끼어들어 말한다.
“증인도 있다니까? 어제 너 죽을 위기를 넘겼다는 그거.”
“아니, 뭐가?”
“봐봐, 저기.”
현애는 옆에 가고 있던 지온을 가리킨다. 지온은 난데없이 자신이 지목되자 당황했는지, 애써 현애의 시선을 피해 보려고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이미 세훈은 지온을 보며 지온 못지않게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고, 주리는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야... 내가 위험한 소용돌이를 봤다고 했지, 그게 무슨 죽을 위기냐고.”
“아니, 맞잖아? 너도 어제 나하고 차논 선배님하고 같이 있었잖아? 나사하고 송곳이 날아드는데 그게 죽을 뻔한 거지 그럼 안 죽을 뻔한 거냐?”
“어... 진짜?”
“그래. 그게 어떤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온은 말이 더 길어질 것 같자, 시선을 피하고는 발걸음을 재촉하려고 한다. 당연히 지온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현애는 얼른 지온을 잡아끈다.
“아니, 왜! 나는 별로 해 줄 이야기가 없는데!”
지온은 그렇게 몸을 피하려고 하지만, 현애는 놔주지 않을 기세다. 지온이 살짝 현애를 돌아보니, 지금 이야기해 주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지온을 얼려 버릴 것 같은 기세다. 지온은 마치 눈보라를 만난 불길이 팍 죽어버리기라도 하듯 풀이 죽어 버린다.
“아, 좋아... 이야기할 테니...”

오전 8시 40분, 미린중학교 3학년 A반 교실.
“어? 얘들아, 자리 하나가 비지 않니?”
교실 안의 자리가 하나 빈 것을 확인한 선생이 말한다. 물론 그렇게 말하기는 하지만, 선생도 누구의 자리가 빈 건지 모르는 건 아니다. 막 고개를 끄덕이는 선생에게, 누군가 손을 들더니 말한다.
“선생님, 제가 그리핀 찾아올까요?”
“아니, 괜히 갔다가 너희들까지 무슨 일 생기면 어쩌려고? 그냥 여기 있어. 선생님이 알아서 그리핀은 찾아 올 테니.”
“정말요? 선생님 혼자 가도 괜찮겠어요?”
그 손을 든 남학생이 그렇게 말하며 막 앞으로 나서려고 하자, 선생이 그 남학생을 제지한다.
“레이리, 친구 걱정하는 마음만 받아줄게. 그러니까, 교실에 있어. 알겠지?”
“네...”
선생의 경고에 가까운 말에, 레이리는 어쩔 수 없이 그냥 자리에 앉는 수밖에 없다.
선생이 교실 밖으로 서둘러 나가고, 금발에 키가 큰, 마치 모델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친구 한 명이 레이리의 옆으로 와서 말한다.
“야, 그런데 레이리, 네 친구들은 왜 그렇게 어딜 가서 숨는 걸 좋아하냐?”
“그리핀 말고 또 누가 숨어?”
“왜, 에밀리오 있잖아. 그렇게 남들 관심 끌기 좋아하던 녀석이 왜 그렇게 음침해졌는지 몰라.”
“어... 에밀리오한테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겠지. 안 그랬나...”
레이리는 자세한 내막은 모르는 건지, 그렇게 끝을 흐리게 말한다. 생각해 보니 며칠 전에 게임을 하다 말고 난데없이 숨어버린 일이 떠오른다. 그것과 관련이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지만, 레이리가 아는 건 거기뿐이다.
“야, 친구라는 녀석이 그런 것도 모르면 어떡하냐?”
“아니, 자기가 말을 안 해 주는데 내가 어떻게 해? 무슨 정보기관 같은 데에 가서 취조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럼 그리핀도 에밀리오처럼 그렇게 된 건가?”
“아니야. 그리핀은 딱히 뭔가 충격을 받은 것 같지도 않고, 어제 헤어질 때도 꽤 여유로워 보였는데?”
레이리와 이야기를 하던 친구 ‘베카’는 문득 뭔가 방법을 찾은 듯 말한다.
“야, 내가 한번 찾아 줘?”
“아니, 네가 어떤 수로 찾으려고? 너도 선생님처럼 밖에 나가서 그리핀이 어디 있는지 뒤지러 가려고?”
“아니, 그건 아니지.”
레이리가 걱정스럽게 묻자, 그와는 대조적으로 베카는 자신 있게 말한다.
“찾는 방법은 다 있어.”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보기나 해. 얼마 안 걸리니까.”
베카가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말하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레이리는 일단 한번 베카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기로 한다. 예상처럼, 베카는 묘한 손동작을 보인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3-09-01 00:10:06

민도 자고 나니 세상이 달라진 것을 실감했네요(자고 나니 세상이 변했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요... 참조). 문제의 마왕성을 만드는 자가 잡혔다는 메시지와 올리버의 의외의 면모를 본 것도 있고, 여러모로 놀라운 일이예요. 반디가 토스트를 먹었고 자신이 팬케이크를 먹는 상황은 이전과는 다르다 보니 그것도 역시...


세훈도 당황할만하네요. 난데없이 저런 소리를 들으니...그런데 그 상황을 듣고 있는 지온은 현애에게 잡히고, 한편으로 메이링은 사태의 전말이 오해되는 것에 시름이 깊어지고, 정말 어수선하네요.

레이리의 친구들의 라인업 한번 화려하네요. 에밀리오, 그리핀...읽다가 또 왼손으로 뒷목을 잡게 되었어요.

시어하트어택

2023-09-10 22:41:14

비록 그 마왕성 능력자가 아닌 엉뚱한 사람을 잡은 것이었습니다만, 그래도 저런 소식이 들려왔다는 건 여간 놀랄만한 소식이 아닐 수 없죠. 반디가 다른 걸 먹고 간 건 나름 다 이유가 있습니다.


레이리가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이상한 사람들이 꼬이면 정말 골치아픈 일이 한두 번은 아닐 겁니다.

SiteOwner

2023-09-17 12:08:38

문제의 마왕성 소동도 이것으로 수습이 되려나요, 아무튼 용의자들을 붙잡았으니 진전은 확실히 있을 듯합니다.

그러고 보니 저와 동생은 선호하는 음식이 대체로 비슷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보니 민이 접한 저 상황에서는 별로 크게 신경쓰지 않을 듯합니다. 저는 약간 촉촉한 것을 좋아하고 동생은 약간 드라이한 것을 좋아하는 정도일까요.

자신은 몰랐는데 실제로는 생과 사를 넘나드는 위기가 있었다...끔찍하군요. 실제로 생과 사를 넘나드는 위기를 맞은 것도 끔찍하지만 나중에 그런 상황을 알게 되어도 정말 당황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전자의 경우는 이미 겪어봤군요. 군복무 당시 실탄이 장전된 총이 제 머리에 겨누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만일 그때 그 조교가 진짜 방아쇠를 당겼다면 저는 1999년 상반기에 이미 죽었겠지만요.


이상한 데에서 발휘되는 우정은 그거라도 있어서 다행인지 아니면 없는 게 나오는지...

시어하트어택

2023-09-18 23:10:36

물론 진정한 끝은 아니죠. 엄연히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되었고 진짜 범인은 몇몇 사람들 외에는 인지하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리핀도 어떤 식으로든 큰 봉변을 당할 건 예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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