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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수사대] XV-5. 바닷물

국내산라이츄, 2023-09-03 23:28:04

조회 수
113

“저, 실례합니다... 어제 연락드렸던 사람인데... ”

푹푹 찌는 여름, 한 사람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바닥을 보며 무언가를 찾듯이 들어오는 것은 건장해보이는 청년이었다.?

“어서오세요. 어제 말씀은 대충 들었습니다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을까요? ”
“그게... ”
“뭐냐, 왜 바닥에 소금이 떨어져 있어? ”

잠깐 밖에 나갔던 파이로는 사무실로 들어오는 길에 소금을 밟았다. 소금은 김치 할 때 야채를 절이기 위해 뿌리는 굵은 소금부터 꽃소금까지, 입자의 크기가 다양했다. 바닥에는 소금과 함께 남자가 걸어온 길을 따라 물도 몇 방울 떨어져 있어 물청소를 해야 했다.?

“저 물때문에 오신건가요? ”
“네. 제가 걸을때마다 바닥에 소금과 물이 떨어져서... ”
“언제부터 그런 일이 생기기 시작한건가요? ”
“2~3주 전부터요. ”
“물이 항상 떨어지나요? ”
“씻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떨어져요. 그래서 집 안에서도 움직이다 보면 바닥이 소금 천지가 되고... 밖에 나갈때도 그래서 대중교통은 타지도 못 해요. 자리에 앉아서 이동만 해도 의자가 소금 천지에 푹 젖어버려서 다른 사람들은 앉지도 못 하거든요. ”

파이로는 바닥에 떨어진 물방울을 찍어 맛보았다. 그러자 당장이라도 물을 마셔야 할 정도로 짠 맛이 느껴졌다.?

“퉤! 이거 바닷물이구만. 너, 바닷가 간 적 있어? ”
“한달 전에 갔다오긴 했습니다. ”
“한달 전이라... ”
“뭔가 집히는거라도 있으세요? ”
“바닷물이 떨어지는 거 보면 뭔가 있지 않을까 해서. 여행에서 뭔가 있었어? ”
“...... ”

파이로가 여행에 대해 물었지만, 남자는 대답하기를 주저했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원인이 뭔지 확실히 하기 위해서 꼭 알아야 하는 정보라 그래. 바다에 갔던 게 지금 일어나는 현상의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거든. 저 물, 바닷물이야. ”
“바닷물이요? ”
“가서 먹어볼려? 저거 아마 그대로 말려두면 소금기때문에 하얗게 얼룩 남을걸? ”
“...... 사실은... ”

남자는 한참동안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그 날은 친구네 커플과 함께 여행을 갔었습니다.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
“여행지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
“실은... ”

그에게는 오랜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군대도 같은 날 동반입대 할 정도로 친한 친구였고, 두 사람의 여자친구도 서로 친했었다. 그는 여자친구와 200일 겸 여자친구의 생일이었고, 그의 친구 역시 사귄 지 1년째 되는 날이라 같이 제주도로 여행을 가기로 했었다.?

제주도로 간 네 사람은, 펜션 하나를 잡은 다음 커플끼리 가고 싶은 여행지를 돌아보고 저녁에 만나기로 했다. 그와 친구는 서로 여행 취향이 달랐기때문에, 어느 한 쪽에 억지로 맞췄다가 의 상하는것보다 따로 여행하는 걸 선택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첫 날은 순조로웠다. 정확히는, 첫 날 여행할때까지는 순조로웠다. 여행을 마치고 펜션에서 만나 저녁을 먹을때부터, 알게 모르게 꼬이기 시작했다. 친구의 여자친구가 자신은 남자친구보다 그가 더 좋다며, 그와 사귀고 싶다는 얘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술도 취한 김에 농담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자신은 지금 진지하다며 그에게 고백 아닌 고백을 했다. 그는 일언지하에 거절했지만,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했다. 친구에게 말하게 된다면 모처럼 여행을 와서 기분을 잡치게 되는걸테니...?

“남자친구가 있는데 다른 남자한테 고백을 한다고? ”
“네. 실은, 친구도 그것때문에 여자친구와 종종 싸우곤 했습니다. 클럽이나 헌팅술집에 갔다가 걸린 적도 몇 번 있었고... ”
“와, 남자에 미쳤구만. ”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그는 친구와 만나 사실을 이야기했다. 첫째날 여자친구가 말했던 것과,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플러팅을 하고 있다는 것, 계속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번호도 차단했지만 계속해서 연락이 온다는 것을. 친구는 오히려 자신이 더 미안하다고 했다.?

“그럼 친구는 헤어진거야? ”
“네. ”
“그 뒤로 그 여자 소식은 모르고? ”
“저는 연락을 차단했으니, 알 리가 없죠. ”
“음... ”
“어찌 된 영문인지 알 방도가 하나 있습니다만... ”
“방법이 있다고? ”
“잠시만요. 마침 이 근처에 있으니, 사무실로 오겠다고 합니다. ”

백희가 어딘가로 연락을 하자, 잠시 후 사무실로 누군가가 들어섰다. 눈처럼 하얀 머리에 진녹색의 옷을 입은 수수께끼의 여자였다. 그녀는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남자가 남긴 궤적을 보고 있었다.?

“바로 오셨군요. ”
“1층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거든요. ”

이미 바닷물이 말라 소금기가 남은 바닥을 본 그녀의 눈은 소금기를 따라, 그가 서 있는 바닥으로 왔다. 기현상때문에 괴담수사대에 찾아와 잠깐 이야기를 나눴을 뿐인데 바닥에는 소금이 한가득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고 한 거로군, 미기야는 그제서야 이해했다.?

“이 남자때문에 불렀지? ”
“그걸 어떻게... ”
“이 분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시니까요. ”

사뿐히 다가온 그녀의 얼굴에는, 마치 별을 담은 듯한 진녹색의 두 눈이 있었다. 남자의 오른손을 잡고 두 눈을 응시한 그녀는, 남자의 이름을 물었다.?

“사람들은 그대를 어떻게 부르지요? ”
“오 현입니다. ”

남자가 이름을 말하자, 그녀의 허리에 있던 덩굴에서 붉은 석산 하나가 피었다.?

“!!”
“그대는 이 현상으로 고통받기 전, 친구와 여행을 떠났었지요? 그 곳에서 부적절한 제의를 받았고 거절하셨습니다. ”
“맞아요... 친구의 여자친구가 저에게 사귀자고 고백해서, 거절했습니다. ”
“옳은 선택을 하셨습니다. 이미 다른 이와 인연을 이은 상태에서, 인연을 끊지도 않고 새 인연을 엮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지요. 친구분에게는 이 상황을 말씀하셨나요? ”
“처음에는 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지속적으로 연락을 해 와서... 어쩔 수 없이 말하게 되었습니다. ”
“그러셨군요. ”

그녀는 남자가 하는 이야기를 한참동안 담담하게 듣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대는 이 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
“처음 보는 꽃입니다. ”
“이 꽃은 석산입니다. 다른 말로는 피안화라고도 하지요. 그대에게 붙어있는 그 것은, 죽은 자입니다. ”
“죽은 자...? ”
“그대는 모든 연락을 끊은 뒤로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하신 듯 하지만, 그대에게 좋지 않은 제의를 했던 자는 현재 이 세상에 없습니다. 사자는 명계로 가야 하는 법이나, 이를 거부하고 그대에게 집착하고 떨어지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대를 길동무삼아 명계로 가려 하고 있군요. ”
“그럼 소금과 바닷물이 떨어지는 건 왜 그런겁니까? ”
“마음을 무너트리는 가장 사소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은, 일상을 무너트리는 것이니까요. 바닷물과 소금때문에 앉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잠자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지요? 유일하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씻는 것 뿐일겁니다. 씻을 때도 바닷물과 소금은 떨어지지만, 물에 씻겨가니까요. ”
“......! ”

연락처를 전부 끊어버려서 알 수 없었지만, 아마도 친구의 여자친구는 자살한 듯 했다. 한동안 친구가 연락이 안됐던 것도 그것때문이구나. 지나가는 길목에 소금과 바닷물이 떨어졌을 무렵이었겠구나. 그는 생각했다.?

“그대는 여자친구가 있군요. 여자친구도 이 상황을 알고 계십니까? ”
“여자친구에게는 얘기하지 못했습니다. 안그래도 바쁜데, 신경쓸 일만 더 늘려주는 것 같아서... ”
“여자친구도 걱정하고 있을겁니다. 지금 바로 이 곳으로 부르세요. ”

남자는 여자친구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한참 공부할 시간이었을텐데, 그녀는 바로 괴담수사대 사무실로 왔다.?

“자기야! ”
“그대가 연인이군요. ”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
“설명하자면 좀 긴데... 일단 멘탈 잡고 들어. ”

파이로는 남자의 여자친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여자친구는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 된거군요... ”
“응? 너도 뭔가 알고 있어? ”
“사실, 그 사람... 저한테도 지속적으로 연락했었어요. 남자친구랑 헤어지라며... 남자친구가 바람피우고 있다면서 조작된 사진을 보내기도 했고요. 연락이 안 와서 이제 좀 잠잠해졌거니 했는데, 죽어서 이런 민폐를 끼칠 줄은 몰랐네... ”
“너한테도 연락했다고? ”
“응... 말로 해도 들어먹지 않을 것 같아서 연락은 바로 차단해버렸지만. ”

여자친구는 바닥에 떨어져 쌓인 소금을 한 주먹 쥐었다. 그리고 귀신이 붙어있을만한 곳에 냅다 뿌리기 시작했다.?

“살아있을 때도 집착하더니 죽어서도 민폐짓이야? 얘는 내 남자친구야, 너한테는 죽어도 못 주니까 당장 꺼져! ”

여자친구가 허공에 소금을 뿌리자 바닷물이 점점 더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않고 계속해서 소금을 주워 허공에 뿌리면서 붙어있는 귀신을 향해 내 남자친구는 못 주니까 당장 사라지라며 소리쳤다. 그러자 격하게 떨어지던 바닷물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이제 되었군요. ”

낯선 여자의 허리에 감겨있던 덩굴에서 붉은 장미가 피었다.?

“된...건가요? ”
“한번 걸어보세요. ”

남자가 사무실 이곳저곳을 걸었지만, 소금도 바닷물도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자기야...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
“이제 괜찮아... ”
“두 분께서는 천생연분이시군요. ”

낯선 여자는 두 사람에게 부드럽게 웃어주고는, 인사를 건넨 뒤 돌아갔다. 곧 두 사람도 감사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남은 건 이 소금들을 청소하는 것이군... 그리고 하나 더 있지. ”

파이로가 소금 더미에 혼불을 붙이자, 찢어질 듯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욕망때문에 다른 사람을 괴롭히더니 죽어서까지 집착할 정도면, 그대로 무간지옥에나 떨어지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네. ”

국내산라이츄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2 댓글

마드리갈

2023-09-06 14:01:29

마음을 무너트리는 가장 사소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은, 일상을 무너트리는 것...

그렇죠. 일상이 박살나면 마음도 같이 깨어져 버리죠. 그리고 그것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많이 공감되어요. 제가 겪은 사안은 본문에서 나온 것은 성격의 아니었지만...


갑자기 목이 타들어가는 것 같네요. 그래도 결말까지 읽고 해소되기는 했어요.

SiteOwner

2023-09-17 12:58:33

저렇게도 사람의 일상을 무너트릴 수 있다는 게 참 무섭습니다.

게다가 살아서도 죽어서도 저렇다는 것에 속이 뒤집어질 것 같습니다.


별로 생각나고 싶지는 않지만 예전에 이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채로 저와 결혼하고 싶어했던 여자와 그 여자를 임신시킨 저의 친구였던 남자. 지금은 이미 그 건에 대해서는 뉴스의 사건사고 보도에 느끼는 게 더 많을 정도로 감정이 없어졌지만 생각이 안 나는 것까지는 아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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